일본인들이 돈 주고 '미소 짓기 수업' 듣는 이유는?

 

 

< 주간조선, 이후도 기자,  2023.05.18  >



최근 '미소 수업'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은 일본에서 마스크를 안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웃는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수업이 많아졌다고 15일(현지시각) 전했다.

비즈니스 에티켓 트레이너 가와노 게이코(43)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게이코는 2017년부터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쳐왔다. 최근 일본 정부가 올해 2월 마스크 착용 자율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도 마스크 착용은 권고사항이었을 뿐 법적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은 마스크를 쓰는 편이었다. 코로나 전에도 일본인들은 알레르기나 오염된 공기를 막거나 예의상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수십년간 마스크를 써왔다.

가와노는 IBM 등 기업 사무실부터 양로원까지 돌며 지난 6년 동안 4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미소 짓기를 가르쳐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타격을 입었다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기를 맞아 수강생이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2월 발표 후 가와노의 업체 '에고이쿠' 강의 신청자는 4.5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과 일상회복이 이어지면서 더 탄력이 붙었다.

가와노는 "사람들이 그간 뺨과 입 근육을 잘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며 "이 근육을 갑자기 쓸 수는 없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1시간짜리 수업은 온라인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요가를 하고 입꼬리 근육을 당겨 광대뼈 근육을 강화한다.

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개인 수업 수강료는 7700엔(약 7만5000원)이다. 정치인·경영자나 구직자를 위한 특화 과정이 있고, 8만엔(약 78만원)짜리 일일 자격증 코스도 개설돼있다.

일본에는 과거에도 미소 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주로 소매점 직원들만 교육 대상이었다. 일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 것보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마스크의 역사를 연구해온 스미다 도모히사 게이오대 방문연구원은 "미소 수업은 매우 서구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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