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일반 칼럼

인생은 일회용이 아니다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1. 7. 11. 16:25

[차길진의 갓모닝] 661. 인생은 일회용이 아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8.01.11.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인생은 죽음과 탄생만 있는 것 같지만 실상 무의미하다. 영적인 눈으로 보면 죽음과 탄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만남과 헤어짐만 있을 뿐이다.

산소와 수소가 만나면 물이 된다. 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가 돼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된다. 구름은 또 언젠가 비가 돼 땅으로 내려와 강이 돼 흐른다. 이런 사이클은 사람의 탄생과 죽음인 윤회를 연상시킨다.

과연 윤회란 존재할까. 깨달은 사람들은 윤회를 믿는다. 육체는 개인의 끝이지만, 영혼은 육체와 함께 죽지 않는다. 질량보존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으로 영혼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한다. 누구는 누구로 태어나고, 또 누가 누군가가 되고, 계속 이런 식으로 생은 반복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깨달은 바가 있다. 사람의 전생이 반드시 사람은 아니란 사실이다. 언뜻 보기에 생명이 없어 보이는 돌멩이도 원자로 이뤄졌다. 그처럼 인간도 죽으면 매장, 화장의 형태로 원자로 돌아간다. 질소·비소·탄소·수소의 형태로 어느 돌산에, 어느 강가에, 어느 나무 아래에 뿌려지게 된다.

어찌 보면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듯하지만 이 물질들은 땅에 스며들어 생명을 싹 틔우고 땅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풍장을 했다. 시신을 그대로 자연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시신을 바람에 널어 독수리, 늑대 같은 동물들의 먹이로 준다. 그들은 이 과정을 통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윤회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크게 보면 사람을 이룬 원자들은 바위가 되고 구름이 되고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며 더 나아가 지구 밖의 우주먼지가 되기도 한다. 또 이런 것들이 항상 살아 있는 존재로만 태어나진 않는다.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심은 사라지고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물체에 불성이 스며들 수 있다.

인생은 결코 일회용이 아니다. ‘내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짧은 생각 때문에 인생을 함부로 살고 또 멋대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들이 있다. 인간은 왜 태어나는가. 바로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다. 인간은 태어나면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 나와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떠난다. 나에게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설사 그런 날이 오더라도 죽었다고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단지 헤어졌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구명시식을 해 왔지만 그 어떤 구명시식에도 삶과 죽음은 없었다. 오직 영혼의 만남과 헤어짐만이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며 과학을 발전시켰다고 하나 생명의 태어나고 죽는 것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그저 헌 옷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듯이 윤회의 큰 사이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 넓은 시각으로 사람이 바람이 되고, 물이 되고, 바위도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영혼이 중심이 되는 세상, 영본주의의 세계가 오고 있다. 종교는 죽음과 탄생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종교는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종교를 직업으로 삼는 자들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종교의 가장 큰 목적은 종교를 없애는 것이다. 말이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말이 필요하듯이 종교가 필요 없음을 말하기 위해 종교는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은 결코 일회용이 아니요, 죽음과 탄생이 아닌 만남과 헤어짐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