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도운 러시아 산악인 “최소 15명이 구조 않고 지나쳤다”
김홍빈 도운 러시아 산악인 “최소 15명이 구조 않고 지나쳤다”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2021.07.25
지난 18일 히말라야 브로드피크를 등정하면서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 조난한 김홍빈(오른쪽) 대장과 러시아 구조대의 비탈리 라조. 라조는 김 대장의 조난 현장을 목격하고도 돕지 않은 일부 산악인들의 이기심을 질타했다.
장애인 최초로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하산하다 실종된 김홍빈(57) 대장을 구조하기 위한 수색이 1주일째 진행 중인 가운데, 조난 당시 가장 먼저 도우러 나섰던 러시아의 비탈리 라조(48)가 현장을 목격하고도 돕지 않은 산악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장이 조난되기 10분 전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그는 “최소 15명의 산악인들이 김 대장의 상황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라조는 24일(현지 시각) 자신이 속한 데스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남겼다. 그는 “당신들은 SNS에서 8000m를 정복한 용감한 사람들이고 영웅일지 모른다”면서도 “나는 당신들이 인간성을 상실한 한심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라조는 “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은 제대로 준비가 덜 된 관광객들이 밤중에 어려운 지형을 넘어가게 만든다”며 “그런 사람들은 돌아와야 하는 지점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라조는 지난 18일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에 걸쳐있는 브로드피크에 등정한 뒤 하산하다 조난한 김 대장의 구조 요청에 가장 먼저 나섰던 산악인이다. 인스타그램 등에는 김 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10분 후 김 대장이 로프를 타고 오르다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고 썼다.
라조는 러시아 산악 사이트 ‘risk.ru’에 김 대장의 조난과 구조 작업 과정을 설명한 보고서를 올렸다. 라조는 김 대장과 마주쳤을 때 그가 “피곤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라조는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김 대장을 구하려 했지만 주마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김 대장은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라조는 “적어도 15명이 김 대장을 지나쳤다”고 했다. 구조를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고 상황을 무전기나 인리치(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통해 알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인 김 대장을 구조할 힘이 없었다면 인정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왜 사고를 알리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김 대장과 같은 장소에서 조난됐다가 먼저 구조된 여성 산악인 아나스타샤 루노바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라조는 “불행하게도 현대의 영웅적인 등반가들에게는 도덕성이 없다”며 “산에 가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라 사람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2021. 7. 21 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산악인 김재수 대장 (2007년 브로드피크 등정)
-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습니다. 날씨 아주 기상이 나빴다가 텐트를 막 치고 나니까 햇볕이 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인내를 체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등반 잘해서 좋은 소식 전하겠습니다.
☏ 진행자 > 방금 들으신 오디오 내용은 지난달 28일이었습니다. 열 손가락을 잃은 산악인으로 유명한 김홍빈 산악대장이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마지막 관문인 브로드피크에서 베이스캠프를 꾸린 직후에 남긴 영상 내용 중 일부인데요. 지난 18일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지 불과 17시간 만에 실종 소식이 알려져서 많은 분들을 지금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 정부가 파키스탄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현지 군 헬기를 동원해서 수색에 나서고 있습니다만, 7700m 이상의 고지대에다 악천후까지 겹쳐서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분이자 지난 2007년에는 브로드피크 등반에 성공했던 김재수 산악대장 연결해서 이야기 잠깐 나눠보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김재수 > 예.
☏ 진행자 > 대장님, 김홍빈 대장과도 개인적 인연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 김재수 > 벌써 31년이나 지난 시간이네요. 1990년 대한산악연맹에 히말라야 원정대 대원으로 만나서 같이 활동하다가 그 친구는 봄 시즌에 매킨리를 갔었고 거기서 동상을 입었고 저는 그 원정대에 합류하고 원정을 떠났던 계기가 돼서 30년 지기입니다.
☏ 진행자 > 그러시군요. 아무튼 브로드피크 어떤 곳이에요? 이곳이.
☏ 김재수 > 8000m 14좌 중에 하나의 봉우리인데, 높이에 비하면 비교적 높지 않은 8000m입니다. 그리고 봉우리는 3개의 봉우리로 연결돼 있습니다. 동봉과 중앙봉, 그리고 주봉이 연결돼 있는데 등반의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지만 어느 산이건 간에 위험 구간도 있고 힘든 구간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산이고 능선 위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1.8km의 거리가 바람과 노출된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을 요하는 그런 산이기도 합니다.
☏ 진행자 > 어떤 분들은 시점을 주목하시더라고요. 등정 시점이 좀 늦었던 것 아니냐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어떻게 봐야 되는 겁니까?
☏ 김재수 > 등정 시점이야 사람의 개인적 체력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제가 판단하기로 원래 계획은 캠프4, 7500m 설치하기로 했으나 여건상 설치를 하지 못하고 7200m 가량에 캠프3를 설치하고 약 800m에서 900m 고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그런 높이에 설치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등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 진행자 > 조난 이유를 살펴야 될 것 같은데 기존에 하산 루트가 아니라 다른 루트로 우회하다가 조난당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던데 대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 김재수 >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조난의 위치가 7900m 가량은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추위와 오랜 시간 동안의 등반으로 체력 저하로 인해 탈진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게 지금 러시아 산악인들이 실종 사실 알고 사고지점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구조에 나섰고 그런데 김홍빈 대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붙은 로프가 끊어져서 2차 추락을 당했다, 이런 것 아니겠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소식은 이런 소식인데 어떻게 보세요. 대장님은.
☏ 김재수 > 저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는데요. 러시아 대원들이 정상에 갔다가 내려갔다 다시 올 수 있는 그런 체력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고 보고 그런 정신력의 소유자는 없습니다. 지금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습니다. 7500m에 다음 등정을 위해서 준비하던 러시아 대원 2명과 영국 대원 2명, 파키스탄 고소포터 한 사람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약 5시간 걸쳐서 사고지점까지 도착했고 로프에 매달려 있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 김재수 > 그런데 그 로프 자체가 어떤 과정으로 그 로프가 설치돼 있는지 지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진행자 > 그런데 사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난 이유도 아니고 조난 경위도 아니고 바로 구조 아니겠습니까?
☏ 김재수 > 맞습니다.
☏ 진행자 > 지금 기후나 지형도 문제지만 바로 이 지역이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이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얘기예요?
☏ 김재수 > 맞습니다. 사고지점이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입니다. 그러니까 헬기가 떠서 넘어갈 수도 없고 수색할 수 있는 그런 조건이 안 되겠죠.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죠.
☏ 진행자 > 그렇죠.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는 거고요. 김홍빈 대장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 김재수 >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정신력도 강한 친구고 체력도 강한 친구입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어딘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그리고 혹시라도 성한 몸이 아니더라도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러게요. 전 국민들 마음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뷰 마무리해야 하는데 대장님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 김재수 > 히말라야 등반가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무모하다 하고 어리석다 합니다. 그리고 무책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그런 무모한 도전정신에 의해서 이 세상은 발전되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히말라야 등반하는 사람들이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김홍빈 대장이 꼭 살아서 우리 국민 품으로 다시 돌아오길 기원하면서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재수 > 예,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지금까지 김재수 산악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