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의 가격
부끄러움의 가격
중동 국가대표 침대축구부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까지
부끄러움 모르는 스포츠인이
국가수준 보이고 이미지 망쳐
꼴사나움 못 피한 대가 클 것
< 매일경제 2022.02.11 >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몇몇 중동 국가의 국가대표 축구팀은 선제골을 넣고 나면 선수들이 운동장에 드러눕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들의 축구를 침대 축구라 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비싼 가격을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국가 이미지가 자신들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국가대표 선수들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 수준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시아핸드볼연맹의 중동 편파 판정은 유명하다. 상대 선수와 몸만 닿으면 반칙을 주고, 2분 퇴장을 준다. 골을 먹으면 상대에게 반칙을 주고, 자기편이 골을 못 넣으면 페널티스로를 준다. 편파 판정과 승부 조작으로 한국 남녀팀이 모두 탈락한 2007년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은 국제핸드볼연맹이 재경기를 명령할 정도였다. 중동이 주도하는 아시아연맹은 재경기를 거부하고 재경기에 참가하는 한국과 일본을 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한국과 일본만으로 재경기를 치렀다.
냉전 시대인 1972년 미국과 소련이 대결한 뮌헨올림픽 농구 결승전은 역사상 가장 긴 3초 기록을 갖고 있다. 종료 3초를 남기고 미국이 프리스로를 성공시켜 1점을 앞섰다. 소련이 하프라인을 지나면서 시간이 끝나려는 순간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3초 전으로 돌아간다고 결정했다. 프리스로 직후 소련 감독이 작전 타임을 요구했다면서. 소련은 다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국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중에 다시 3초 전으로 돌아간다는 결정이 났다. 계시원이 3초 전으로 시간을 돌리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국제농구연맹 회장이 심판에게 3초를 손짓으로 지시하는 장면도 화면에 잡혔다. 이번에는 롱패스 후 골밑 슛에 성공해 소련이 우승했다. 미국은 항의 표시로 이 은메달을 아직 찾아가지 않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독특한 복싱 심판이 있었다. 국제 경기가 있으면 우리나라 몫의 심판은 항상 동일인이었다. 이분의 채점표는 경기 내용에 상관없이 항상 우리 선수가 이겼다. 심판이 3명이라 그것으로 이기기는 힘들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그로기 상태에 몰렸을 때 라운드 종료 종을 20초나 일찍 친 진행원도 있었다. 1988 서울올림픽 복싱 결승에서는 누가 봐도 진 우리 선수에게 금메달이 수여된 일도 있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던 후진국 시절의 일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빙상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시끄럽다. 첫 두 날 동안 심판은 중국 선수의 메달 획득에 방해가 되는 선수들을 모조리 청소하는 역할을 해줬다. 한국과 헝가리 선수단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자 3일 차에는 판정이 갑자기 공정해졌고 황대헌은 금메달을 안았다.
올림픽은 국가적인 홍보 행사다. 이를 통해 얻는 경제·문화적 이득이 크다. 중국은 돈을 들여서 어렵게 얻은 홍보 기회를 반쯤 날려버린 것 같다. 이런 일들은 "우리는 신뢰하기 힘든 평균적 의식 수준을 갖고 있다"고 광고하는 셈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스포츠인들이 국가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
축구 선수들이 예사로 운동장에 드러눕는 나라의 평균적 국민 의식 수준이 높을 수 있겠는가. 자국에서 잔치를 벌여놓고 위협적인 선수들을 죄다 반칙으로 탈락시켜버리는 나라의 평균적 국민이 같이 비즈니스를 할 만하겠는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정치인들이 낯 뜨거운 짓을 하고 나서 말이 안 되는 변명을 하는 것을 자주 본다. 변명 내용은 집단의 수준을 투영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
고등동물들이 벌이는 놀이인 만큼 편파 판정이 없기는 힘들다. 문제는 노골적인 케이스들이다. 부끄러움의 가격에 대해 무겁게 생각할 수만 있으면 꼴사나운 일을 좀 덜 보게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