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관우의 천리독주(千里獨走)와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의 진실
관우의 천리독주(千里獨走)와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의 진실
미염공 관우가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두 형수를 모시고 유비를 찾아가는 부분은 관우의 빛나는 무공과 충의지사{忠義志士)로서의 기개를 드높이는 장면으로 먼 동이 트는 줄도 모르게 할 만큼 독자들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나관중이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관우가 유비에게 간 시점은 유비가 원소의 명을 받들어 허도(許都)의 남쪽인 여남군에서 허도 부근을 공략하면서 조조의 후방을 교란하고 있을 때였다. 허도로부터 불과 300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3일 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따라서 관우가 유비의 소식을 들었다면 당연히 허도의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니 '단기천리(單路千里)’ 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나관중은 관우로 하여금 하북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관우는 낙양을 거쳐 관도대전이 한창인 전쟁터를 통과하고 난 뒤,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여남으로 온다. 그야말로 관우의 모습을 영웅화하기 위해 꾸며낸 여로(旅路)인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에 심취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삼국지연의』의 가공할 위력이 역사의 간극 사이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지만 이제는 『삼국지연의』가 가지고 있는 속 성을 정확히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사랑은 혼자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라 했던가. 욕심을 버릴 때 사랑은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주인이 있는 법이니 추격하지 말라.”
조조의 이 말은 호걸 관우에 대한 애정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천하에 부러울 것 없는 영웅 조조가 수많은 장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우를 붙잡고 싶어 했던 것은 결코 비루하지 않은 관우의 높은 지조와 절의(節義) 때문이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쟁터에서의 고적함을 메울 수 있는 품격을 갖춘 벗으로서도 관우는 제격이었다. 그러나 관우는 유비를 사랑했다. 도원결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지도 못했다. 처자마저 버리고 자신의 몸만 달아난 유비에게 관우는 과분한 존재였다. 하지만 관우는 의협심이 강한 호걸이었다. 그러므로 한 번 맺은 정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것은 관우가 도원결의 이전에 조조를 주군으로 모셨더라도 변함이 없었으리라. 조조는 이러한 생각에 관우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영웅은 술수에 능하다. 자신이 달성해야 할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호걸은 의리를 중시한다.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과 호걸은 서로 의기투합한다. 영웅은 목적달성을 위해 사심 없는 호걸의 무용이 필요 하고 호걸은 천하의 정의를 위해 검을 뽑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과 호걸은 적지 않다. 그리고 난세일수록 저마다 팔을 걷어붙여 그 수가 무수하다. 이 무수한 영웅과 호걸의 숲에서 진정한 영웅과 호걸을 어찌 찾을 수 있을까? 진정한 영웅과 호걸은 항상 동지적 관계이다. 비록 서로가 쳐부수어야 할 적이라 해도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보호한다. 그로 인해 자신이 망할지라도 역사는 영원히 그들을 찬양하고 모범으로 삼는다.
‘진정한' 영웅과 호걸은 서로를 분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