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관우에 필적할 명장, 황충
관우에 필적할 명장, 황충
"황충은 관우나 마초와 같은 명성을 얻지는 못했는데도 오늘 그들과 같은 자리에 놓으려고 하십니다. 마초와 장비는 가까이에서 직접 황충의 공로를 보았고 무엇보다도 주군의 뜻을 잘 알기에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 곳에 있는 관우가 이를 안다면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황충을 그 자리에 올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유비가 한중공략에 나서자 황충이 선봉에 선다. 황충은 정군산에서 조조의 용장인 하후연의 목을 베고 한중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다. 유비는 한중왕에 올라 황충을 후장군에 임명한다. 그러자 제갈량이 유비에게 황충의 임명을 자제해 줄 것을요청한다. 왜그랬을까?
황충은 원래 장사태수 한현의 부장이었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하자 유비가 형주의 4개 군을 차지했는데, 이때 귀순하였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이 과정에서 관우가 의로써 황충을 놓아 주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황충은 유비와 함께 서천으로 이동하여 익주평정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하지만 황충은 뒤늦게 아군 병영에 들어온 장수일 뿐이었다. 즉 처음부터 동고동락을 해온 정예 멤버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공훈이 뛰어날지라도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도 많은 노장이었다.
한편 관우는 유비진영 장수들 가운데 항상 필두여야 했다. 무공이 뛰어난 만큼 자만심도 그에 못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자와 동등한 자리에 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관중이 지어낸 관우와 황충의 대결이 사실이었다면 제갈량도 이처럼 유비에게 자제를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우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그가 정군산에서 하후연을 죽이고 승리한 것에 관우도 찬사를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걱정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찮은 부장 출신의 귀순자를 뛰어난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단번에 관우와 같은 위치에 세우면 관우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염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형주라는 최고의 요충지를 지키고 있는 관우가 황충의 임명에 자극을 받아 혹시라도 무분별하게 행동할지 몰라 경계했던 것이리라.
관우는 뛰어난 용장이었지만 지략이나 인품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질투와 오만함도 강했다. 이를 잘 아는 제갈량이었기에 마초가 투항하자 관우를 안심시키는 편지를 보내 주었고, 황충을 후장군에 임명하자 유비에게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
황충은 유비가 한중왕에 오른 다음 해에 죽었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에서는 이와 다르다. 관우가 손권에게 죽자 유비가 복수하겠다며 일으킨 이릉대전에 참가하여 용맹하게 싸우다 죽는다. 유비의 복수전이 시작되자 손권은 긴장했다. 특히 손권의 참모인 장소는 가장 주의해야 할 장수로 황충을 지목했다. 황충의 무예가 얼마나 출중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말에 “노황충’이란 말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황충이야말로 나이를 초월한 최고의 장수로 오늘날에도 모두에게 칭송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