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천하는 공물(公物)이다
천하는 공물(公物)이다
맹자는 천하 만물과 오래된 것은 한 번 다스려지고 한 번 혼란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중국인의 사고방식은『삼국지연의』의 바람을 타고 번져 갔다. 그리하여 ‘무릇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지는 법이다.’ 라는 개념을 정립한다. 『삼국지연의』의 시작과 끝은 바로 이러한 순환론적 역사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삼국지』는 경영학에서부터 처세술, 리더십, 외교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도 쉬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내고 있 다. 『삼국지』가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난세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행동지침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위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소설은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하는 촉한정통론에 근거해 다시 쓰여졌다. 촉한정통론은 위정자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창출과 이를 통한 권력 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장치다. 충성. 믿음, 의리, 덕망 등은 민중을 지배하는 데 유용할 뿐더러, 중국대륙을 차지한 민족에 대항하는 한족의 대응논리로도 딱 맞았기 때문이다. 즉 촉한정통론은 한족의 기질과 역사적 소망, 그리고 대륙 통일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숙독하면 중국인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개혁개방주의를 추진한 이후 급속히 성장했다. 그리고 엄청난 경제력으로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바야흐로 7~8세기에 구가했던 실크로드의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앞과 뒤에 『삼국지연의』가 있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쟁투는 그 자체로 역사다. 하지만 역사는 무뚝뚝하여 소망이나 가정이 필요없고, 소망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소망하는’ 역사란 인간의 사고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천하의 모든 민족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 천하는 개인이나 한 민족의 것이 아닌 공물(公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영원히 차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나, 천하를 다 가진 뒤에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인간의 천성이 개인일 경우에는 공자의 편이지만, 집단일 경우에는 순자의 편을 들기 때문일까?
흥망성쇠의 변주도 결국은 자연을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의 욕심과 사고도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니 천하가 공물이되 그 주인 역시 자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