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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차기 종정 성파 스님 _ “봄 같은 선심 품으라, 꽃이 절로 필 것”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2. 3. 25. 11:10

1.  “봄 같은 선심 품으라, 꽃이 절로 필 것”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  2022.03.25>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만난 조계종 차기 종정 성파 스님은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게 뭔지 아나. 사람이 먹는 악심이다. 나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24일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는 봄이 성큼 와 있었다. 영축산 기슭은 파릇하고, 경내에는 홍매(紅梅)가 활짝 피어 있었다. 통도사 안의 전각인 해장보각(海藏寶閣)에서 성파(性坡·83, 통도사 방장) 스님을 만났다. 오는 30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종단의 최고지도자) 취임을 앞두고 갖는 첫 기자간담회였다. 종정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은사인 월하 스님에게 받은 교훈이 있나.


“우리 스님은 항상 ‘평상심이 도(道)다’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상식이 법이라는 말이다. 나는 평생 그 교훈을 지키며 살고 있다.”


평상심이 도인데,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르고 사나.


“중생과 부처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부처에서 부처가 나오는 게 아니다. 중생심에서 부처의 마음이 나오는 거다. 그러니 범부와 부처가 따로 없다. 그걸 깨치면 평상심이 도가 된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모른다면, 그건 또 어쩌겠나.”


성파 스님은 “중국 부처와 한국 부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부처는 똑같은 부처다. 중국 선사만 대단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선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달마, 마조, 임제, 혜능 대사만 대단한 고승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효, 의상, 지눌, 나옹, 무학, 서산 대사도 그에 못지않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를 깨쳤다고 하지 않나. 그건 누구든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부처가 어디에 있나. 자기 마음에 있다. 세상에 마음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마음이란 게 따로 있어서 머리에 이고 다니거나, 짊어지고 다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니 부처도 치우고, 조사도 치우면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 처신도 제대로 못 하는데,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내가 줄 수 있겠나. 다만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게 뭔지 아나. 사람이 먹는 악한 마음이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개개인이 악심(惡心)을 품지 말고 선심(善心)을 품어보라. 봄바람 같은 선심을 품으면 절로 꽃이 피지 않겠나.


이말 끝에 성파 스님은 “살림살이” 이야기를 꺼냈다.

“개인도 살림살이가 있고, 절에도 살림살이가 있고, 나라에도 살림살이가 있다. 살림살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뭔지 아나. 나만 다 옳고, 나만 잘났다. 남은 다 못났다는 생각이다. 그게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이다. 이 인아상(人我相)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길러야 한다. 그 숲이 우거지면 짐승도 살 수 있고, 곤충도 살 수가 있다. 그럼 살림살이가 잘 돌아간다. 그렇지 않고 상대를 입도끼로 찍어대고, 소리 안 나는 총으로 쏘아 대고. 그럼 살림살이를 잘할 수가 없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조직 체계상 ‘종정 예경실’이 있다. 정부로 치면 ‘청와대 부속실’쯤에 해당한다. 성파 스님은 “예경 실장도, 그 밑의 사서도 따로 두지 않을 참이다. 나는 본사(통도사)가 있으니, 본사 주지가 예경 실장하고, 직원들이 사서 하면 되지 않나. 따로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통도사 경내로 나섰다. 성파 스님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남의 탓만 하지 않나. (새 종정으로서) 나는 내가 잘해야지 생각한다. 우리 불교도 새 정신으로 자정(自淨)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2. "사회에 어떤 가르침?…나부터 잘하겠습니다"

 

< 매일경제 허연 기자, 2022.03.24 >

 

 
대한불교조계종 신임 종정인 성파 대종사가 24일 오후 경남 양산 통도사 해장보각(海藏寶閣)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님은 "지금 봄바람이 불 듯이 선심(善心)이 널리 퍼지면 좋은 세상이 된다"고 설법했다.  

 


일주문에 들어서니 홍매화가 지천이다.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정신을 기려 자장매(慈藏梅)라 부르는 매화나무를 선두로 봄이 왔음을 일깨운다.

경남 양산 통도사. 한국불교의 맥을 잇는 영축총림 삼보종찰이다.

"아이고, 먼 길 오느라 수고들 했어요."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취임을 앞둔 통도사 방장 중봉 성파 대종사(82)가 밝은 얼굴로 기자들을 맞았다.

"기자간담회라니 달갑지 않습니다. 무슨 민족의 지도자나 국가 통치자도 아닌 일개 산승일 뿐인데 귀한 분들이 너무 많이 오셨네요. 제 수준에 안 맞는 것 같아서 송구할 뿐입니다. 이렇게 오셨으니 차나 한잔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성파 대종사는 스승 월하 스님의 이야기를 꺼냈다.

"월하 스님께서는 평상심이 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생 동안 그 교훈을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종정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노릇이나 제대로 하고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주지니 방장이니 종정이니 하는 자리는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일상(日常)에 도(道)가 있고, 천지사방이 학교'라는 것이 제 깨달음입니다."

오는 30일 종정 추대식을 앞둔 큰스님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내 처신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사회에 가르침을 주겠습니까. 나부터 잘하겠습니다.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말과 행을 같이하는 수행으로 임하겠습니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봄바람이 불어오듯 선심(善心)이 사회에 널리 펴졌으면 좋겠습니다."

종정으로서 종단에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스님은 짤막하게 답했다. "태풍이 불면 태풍을 막고, 가뭄이 심하면 가뭄을 막아야 하듯이 그냥 벌어지는 일을 하나하나 챙길 생각입니다."

성파 대종사는 이제까지 종정을 지낸 큰스님들과는 좀 결이 다르다. 일상을 멀리하지 않고 중생 속에서 도를 찾은 스님이다.

"내게는 선방(禪房) 아닌 '중생의 일상'이 깨우치는 자리였습니다. 그냥 그렇게 지내왔는데 원로들과 신도분들이 높은 자리에 저를 앉히는 걸 보면서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느낍니다."

스님은 대중 눈높이에 맞춰 잔잔하고 평이한 법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에 관한 질문을 하자 쓴소리를 던졌다.

"악을 짓지 말고 착한 것을 지으면 되는 겁니다. 말하기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 말 얼마나 잘합니까. 말만큼만 하면 됩니다. 그게 나라살림 잘하는 겁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했다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서로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고, 내가 잘났다고 하면 뭐가 되겠습니까."

스님은 또 '오늘'을 중시한다. 올해 동안거 해제 법어의 핵심도 '오늘'이었다. "목숨을 아끼지 말고 조사의 공안을 참구하되 내일을 기다리지 말아야 해요. 수행자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은 없어요. 내일을 기다리는 자는 설사 미륵이 열반하더라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사람 몸 받았을 때 일대사를 마쳐야 합니다."

성파 대종사는 그림과 글씨, 도예 등 예술적 재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옻 염색전과 옻칠 불화전, 민화전 등을 열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스님에게는 예술도 수행이다.

"예술을 했다기보다 일상을 그냥 살아온 거죠. 산에 올라가 보지 않고는 다리 힘을 알 수 없고, 물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물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내 발길 닿는 곳이 곳 수행처이고 손에 잡은 일이 곧 수행입니다. 뭔가 직접 창조하고 생산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발자취를 남기려고 하는 일이 아니에요."

스님은 특히 우리 전통문화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저는 우리 불교를 자부심을 갖고 봅니다.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역대 조사 스님들의 공부를 따르는 것이 도를 아는 길입니다.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자존심도 대단합니다. 이미 1700년 전에 선덕여왕이 있었어요. 서양에 여왕이 생기기 천년 전에 우리에게는 이미 여왕이 있었던 거죠. 정신문화는 우리가 앞서 있어요."

성파 대종사는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받았다. 중앙종회 의원, 통도사 주지, 영축학원 이사장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있으며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부터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제게 인생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나날이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새가 숲속에 있을 때는 거기가 불국토인 줄 모릅니다. 새장에 갇히면 비로소 알게 되죠. 우리가 사는 세상도 똑같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부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