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보리밭
박화목(朴和穆: 1924-2005) 作詩
윤용하(尹龍河: 1922-1965) 作曲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 노래 감상
조수미 (1995) https://youtu.be/ln6cei3vblA
문정선 (1971) https://youtu.be/2J23ubCwrNA
김소현&손준호 (2021) https://youtu.be/oSOAgO4Ktow
▣ 작가소개 및 작품 감상
박화목 시인은 시인이면서 아동문학가이다. 평양 출생으로 호는 은종(銀鐘)이다. 한국신학대학교(韓國神學大學校) 선교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리스천 문학가협회 회장,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1941년 동시《피라미드》, 《겨울밤》 등이 《아이생활》에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죽순》과 《등불》의 동인(同人)으로 활동하였으며, 그의 작품의 특색은 기독교적 이상주의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만년(晩年)에 와서는 현실의식, 과학, 운명, 인생의 사색과 그 의미 등의 탐구에도 힘써 왔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시집 《시인과 산양》, 《그대 내 마음의 창가에서》, 《초롱불》, 《저녁놀처럼》, 《얼룩 염소의 모험》 등이 있다. 1972년 동시《봄밤》으로 제4회 한정동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윤용하(尹龍河)님 작곡한《보리밭》의 작사가로 유명하다.
<보리밭>은 6.25 전쟁 중에 작곡 되었다. 이 곡이 탄생된 시기는 못 먹던 시절, 보릿고개의 시절이었다.
1951년 서울서 부산으로 피난 온 작사자 박화목님은 종군기자로, 작곡가 윤용하님은 해군 음악대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사이였다. 둘은 술자리에서 후세에 남길 가곡하나 만들자고 제안하였으니, 작가는 고향 황해도의 보리밭을 떠올리며 제목을 '옛 생각' 으로 시를 지어 작곡가에게 주었고 작곡가는 3일 만에 시에다 곡을 붙여서 제목을 '보리밭'으로 바꾸었다.
피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1953년에 초연했는데 별 반응을 못 얻다가 1974년에야 대중에게 알려지고 고교 교과서에 실렸다. 대중에게 대단한 인기로 애창된 것은 윤용하님이 세상 떠난지 4-5년 후로 전해지고 있다. 윤용하님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작곡을 열심히 했으며 집과 악기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채 정리되지 않은 오선지 뭉치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봄은 꽃이 있어 화사하다. 그러나 파릇파릇 보리밭의 초록 또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기로는 봄꽃 못지않다. 특히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푸르른 초지(草地)는 가슴속까지 다 후련하게 해준다. 보리밭은 마치 초록의 수평선을 대하듯 일망무제(一望無際=넓고 멀어서 끝이 없음)의 푸르름이 이어진다. 한소끔[=한번 부르르 끓어오르는 모양] 불어오는 봄바람에 출렁이는 녹색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눈길을 옮기자면 삶에 찌든 마음속에도 어느덧 푸른 세상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만춘(晩春)에 접어들어 보리가 무릎 높이로 자라면 완만(緩慢)한 구릉(丘陵)을 따라 부드러운 신록이 넘실대고, 5월을 지나 보릿대가 허리춤까지 성큼 자라면 '서걱 서걱, 쏴아-- 광활한 대지 위에 봄날의 교향곡(交響曲)이 쉼 없이 울려 퍼진다. 초여름의 보리밭은 완전히 또 다른 세상을 펼쳐놓는다. 초록의 지평선은 이내 누런 황금물결로 넘실대며 여름을 재촉한다.
부산 중구청은 6·25전쟁 와중에 피난처인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태동(胎動)한 박화목(1924-2005) 작사, 윤용하(1922-1965) 작곡의 대표적인 국민가곡 <보리밭> 기념 노래비를 자갈치시장 친수공간에 세웠다. 이 노래비에는 <보리밭> 악보 원본과 이 노래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작곡가 윤용하 선생의 생애 등에 관한 기록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