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씀바귀
1. 개요
계 식물
과 국화과
학명 Ixeris dentata NAKAI
생약명 산고매, 고채(苦菜), 황과채(黃瓜菜), 소고거, 활혈초(活血草)
개화기 5~7월
분포 전국 각지
2. 특징
여러해살이풀로 잎이나 줄기를 잘라보면 쓴맛이 강한 흰 즙이 나온다.
가느다란 줄기는 곧게 30cm 정도의 높이로 자란다.
뿌리에서부터 자라나는 잎과 줄기에서 생겨나는 잎이 있다. 뿌리에서 자라난 잎은 둥글게 배열되어 땅을 덮고 피침 모양으로 생겨 가장자리에는 가시와 같은 작은 톱니를 가지고 있다. 줄기에서 자라는 잎은 계란 꼴이고 밑동이 줄기를 감싸며 밑동에 가까운 부분에 약간의 톱니를 가진다.
줄기 끝과 그에 가까운 잎겨드랑이로부터 자라난 꽃대에 6~8송이의 꽃이 피는데 보통 5장의 꽃잎을 가진다. 꽃의 지름은 1.5cm 안팎이고 빛깔은 노랗다.
3. 분포
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풀밭이나 밭 가장자리 등에 난다.
4. 약용법
생약명
산고매. 고채(苦菜), 황과채(黃瓜菜), 소고거, 활혈초(活血草)라고도 한다.
사용부위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쓴다. 선씀바귀, 벋음씀바귀도 함께 쓰인다.
채취와 조제
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썬다.
성분
함유 성분에 대해서는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약효
해열, 건위, 조혈, 소종 등의 효능이 있으며 허파의 열기를 식혀 준다고 한다. 적용질환은 소화불량, 폐렴, 간염, 음낭습진, 타박상, 외이염, 종기 등이다.
용법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타박상이나 종기에는 생풀을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음낭습진은 약재를 달인 물로 환부를 닦아낸다.
5. 식용법
이른봄에 뿌리줄기를 캐어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지짐이로 해서 먹는다. 쓴맛이 강하므로 데쳐서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내어 조리해야 한다. 어린잎도 같은 요령으로 나물로 해 먹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씀바귀 (몸에 좋은 산야초, 2009. 11. 15., 장준근)
6. 고진하 목사 시인 (한겨레 휴심정 불편당 일기, 2021.02.02)
산마다 붉은 진달래꽃 벙글고 멀리 산능선 아래로 연분홍 산벚꽃 흐드러질 때면, 오래된 그리움이 꽃향기에 실려 온다. 그리움의 중심엔 흰 수건 머리에 두르고 봄나물 뜯던 어머니가 계시다. 댕댕이바구니 허리에 끼고 들판을 헤집고 다니시는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가던 빡빡머리 새파란 아홉 살 소년도 있다.
지금도 봄이 오면 그리운 시간의 수레바퀴를 자주 거꾸로 돌려보게 된다. 보릿고개라는 절대 가난이 삶을 무겁게 옥죄었던 시절. 돌아보면 무지근한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불쑥불쑥 샘솟는 건 무엇 때문일까.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나 오늘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 더 궁핍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농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던 어머니는, 봄철엔 식구들 입에 들어갈 양식을 들판에서 봄나물 뜯는 것으로 해결했다. 논밭두렁으로 댕댕이바구니 들고 나가면 먹을 것이 흔하디흔하게 널려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 뒤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엄마, 오늘은 뭘 뜯을 거예요.”
“응, 오늘은 냉이도 뜯고 씀바귀도 캐야지.”
“냉이만 뜯어가요. 씀바귀는 너무 써서 싫어요.”
그 무렵 나는 어머니가 뜯어다 자주 쑤어준 씀바귀 죽에 잔뜩 질린 터였다. 먹을거리가 궁한 시절이니 씀바귀 죽을 마지못해 먹긴 했지만, 나는 쓰지 않고 맛이 담백한 된장으로 끓인 냉이 죽을 더 좋아했다. 어머니는 씀바귀를 캐다가 나를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알았어, 오늘 저녁엔 너 좋아하는 냉이국 끓여줄게. 그런데 너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풀이 뭔지 아니?”
“토끼풀이죠 뭐.”
어머니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토끼풀도 좋아하지만 씀바귀를 더 좋아한단다. 씀바귀는 토끼의 쌀밥인 셈이지.”
“정말요?”
“그렇단다. 토끼는 새끼를 가지거나 병에 걸리면 씀바귀를 뜯어먹고 스스로 병을 치료하지. 우리는 토끼 같은 동물에게 배워야 한단다. 우리가 봄철에 씀바귀를 먹으면 뱃속이 따뜻해져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게 되지. 또 식중독에 걸리거나 배탈도 나지 않는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음식으로 가족의 병든 몸을 치유하는 의사였다. 우리 조상들은 병을 고치는 의사로 세 부류가 있다고 했다. 그 중의 으뜸은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심의(心醫), 그 다음은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식의(食醫), 마지막으론 약으로 병을 고치는 약의(藥醫). 오늘날 사람들은 의사라고 하면 약의밖에 모르지만, 사실 약의는 식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식의’였던 셈. 어머니는 봄철엔 주로 쓴나물을 부지런히 뜯어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의 섭생을 도왔다. 내 어린 시절엔 씀바귀 외에도 고들빼기, 민들레, 머위 같은 쓴맛이 강한 식물들을 많이 먹었다.
어머니는 몇 년 전 99세를 일기로 딴세상 분이 되셨는데, 그렇게 무병장수하실 수 있었던 건 평생 쓴맛 나는 음식을 즐기신 덕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너무 단맛 나는 음식만 좋아한다. 쓰고 떫은 것은 거의 먹지 않고 달콤한 것만 즐겨 먹는다. 마약만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단맛도 중독성이 있다. 달콤한 것을 많이 먹을수록 맛에 대한 감수성이 무디어져서 더 달콤한 것을 찾게 된다. 단맛 나는 음식만 먹으면 다른 맛을 느끼는 감각이 퇴화하니까. 곧 쓴맛이나 신맛, 짠맛, 떫은 맛을 느끼는 기능은 퇴화하고 오직 단맛만 잘 느끼도록 식감이 발달한다는 것. 요즘 사람들이 단맛에 열광하는 건 TV의 숱한 먹방 프로그램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셰프의 먹방을 보면 그가 만드는 요리에는 설탕을 쏟아붓는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는다. 이처럼 단맛에 중독되면 정신은 쇠락하고 육신은 병으로 고통받는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음식의 맛은 다섯 가지다. 달고 맵고 쓰고 시고 떫은 맛. 이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섭취해야 우리 몸의 장부(臟腑)가 평형을 이룬다. 한 가지 맛의 음식에만 꽂혀 편식하면 몸의 균형이 깨어져 온갖 질병을 피할 수 없다. 쓴맛을 싫어하고 단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온갖 질병에 취약하다. 특히 암, 당뇨병, 고혈압, 비만은 단맛만 즐겨 섭취하는 데서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균형을 잃어버린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깊이 관심하면서 나는 현대인들이 기피하는 쓴맛 나는 식물 중에 씀바귀를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씀바귀는 국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 키는 30-50센티미터쯤 자라고 초여름에 노랑색 꽃을 피우고 가을에 씨앗이 여문다. 씀바귀와 닮은 식물인 고들빼기는 두해살이풀이지만 씀바귀는 수십 년을 살 수 있다. 뿌리가 옆으로 뻗어 나가면서 싹이 나서 번식하는데, 더러 수백 포기나 수천 포기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면서 자라기도 한다. 다년생 초본인 씀바귀는 땅속으로 뻗어 나가는 식물의 땅속줄기인 근경(根莖)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산야에서 저절로 나서 자란다.
씀바귀는 종류가 많아서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넘고, 우리나라에도 갯씀바귀, 벋음씀바귀, 좀씀바귀, 흰씀바귀, 냇씀바귀, 꽃씀바귀, 노란씀바귀 등 10여 종류가 있다. 어느 종류나 뛰어난 약성이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뿌리가 얼기설기 길게 뻗어나가는 벋음씀바귀가 약효가 제일 좋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뜯었던 씀바귀의 종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내가 사는 마을의 논두렁에서 많이 자라는 씀바귀는 주로 노랑색 꽃이 피는 벋음씀바귀다.
씀바귀는 지역에 따라 쌈배나물, 씀바기, 쓴귀물, 싸랑부리, 꽃씀바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특히 나귀채(那貴菜)라는 이름이 씀바귀의 생태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아 나는 이 이름을 좋아한다. 한자로 어찌 나(那)에 귀할 귀(貴), 나물 채(菜)로 쓴다. ‘어찌하여 이렇게 귀한 나물인가?’라는 뜻. 우리 조상들이 씀바귀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겠는가. 온 산과 들에 흔하게 널려 있는 데다가 쓴맛이 강해서 잘 먹지도 않는 씀바귀를 가장 귀한 나물이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씀바귀는 내 어린 시절처럼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재료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병을 치료하는 약성 또한 뛰어난 식물이다. 씀바귀의 대표적 효능을 하나 꼽으라면, 암 예방 및 치료에 관한 효능을 꼽을 수 있다. 암세포 증식과 관련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씀바귀는 암세포 증식률을 최소 60%에서 최대 87%까지 억제한다고 한다. 씀바귀는 여기에 더해 정상 세포는 최대한 보호하고, 암세포만을 억제해 더 높은 효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는 씀바귀에 들어 있는 알리파틱이란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면역력을 높이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씀바귀는 숱한 염증성 질환에도 매우 좋은 치료약으로 쓰여왔다. 염증 치료약으로 씀바귀를 따라올 식물이 없다. 또 씀바귀에 들어 있는 쓴맛을 내는 물질은 위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입맛을 좋게 하며, 식중독이나 급성 위염이나 급성 장염에 효과가 아주 좋다. 이 쓴맛이 나는 성분은 진정제 효과가 있어 마음을 침착하고 편안하게 하므로 불면증을 없애고 숙면에 들도록 해준다. 그러니까 쓴맛 나는 식물을 섭취하면 영성(靈性)의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씀바귀는 생명력과 면역력이 매우 강한 풀이다. 겨울철에도 죽지 않고 푸른 잎이 살아 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벌레도 먹지 않으며 강한 생명력으로 오래 산다. 이처럼 수명이 긴 식물을 먹으면 사람도 장수한다. 추운 겨울에도 들길을 걷다 보면 씀바귀는 푸른 잎을 뽐내며 혹한을 이겨내는 걸 볼 수 있다. 이처럼 섭씨 영하 20도 이하의 매서운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 식물은 대체로 성질이 따뜻하다. 민들레, 보리, 밀, 인동(忍冬)처럼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는 식물들은 모두 성질이 따뜻하다. 우리 몸에 이로운 약초를 알아내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몸이 차가워져서 생긴 병을 고치려면 성질이 따뜻한 약초를 먹으면 된다. 그러니까 성질이 따뜻한 씀바귀를 먹으면 우리 몸도 따뜻해진다. 몸이 따뜻해지면 병에 대한 면역력도 활성화된다.
또 씀바귀는 노화 방지의 효능도 있다. 씀바귀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시나로사이드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피부의 노화를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을 도와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소중한 약초가 천덕꾸러기 잡초로 취급되는 걸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우리 집에서는 씀바귀가 어릴 때 뿌리까지 캐어 나물로 많이 먹는다. 날것으로 요리해 먹기도 하고 살짝 끓는 물에 데쳐서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이른 봄에 돋아나는 어린 씀바귀는 별로 쓰지 않아 우려내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씀바귀로 김치도 담아 먹는데, 쌉쌀한 맛과 독특한 풍미가 입맛을 돋운다. 씀바귀는 "외갓집 문지방이 높아야 잘 먹을 수 있다"는 속담이 전해져 올 만큼 우리 조상들이 귀하게 여긴 나물이다. 씀바귀의 뛰어난 약성에 매료된 우리는 봄철에 씀바귀를 뜯어다가 깨끗이 씻어 말려서 환을 만들어 두고 우리 식구들도 먹고 이웃의 아픈 이들에게도 나누어 준다. 해독력이 탁월한 쥐눈이콩 가루도 섞어서 환을 만드는데, 환의 약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쓴맛이 강한 씀바귀로 만든 음식이나 환약을 먹다 보면, 중국의 『시경』에서 읽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근도여이(菫荼如飴). 이 네 글자의 의미는 쓴맛을 보고 나야 인생의 단맛을 알 수 있다는 것.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의 아픔을 쓰디쓴 씀바귀에 빗댄 시구인데, 그런 여인의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는 오히려 달다는 것. 하여간 이 사자성어를 곱씹다 보면,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속담도 절로 포개진다. 단맛에 취해 입맛을 잃고 건강마저 잃어버린 이는 감미(甘味)를 탐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병든 몸을 살리고 영혼도 살리는 쌉싸름한 쓴맛의 부름에 기꺼이 응해보자. 댕댕이바구니 없으면 비닐봉지라도 하나 챙겨 들고 어슬렁어슬렁 봄의 들판으로 나가보자. 초등학교 때 부르던 ‘봄맞이 가자’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7. [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022.03.21]
(64) 근도여이(菫荼如飴) 고진감래(苦盡甘來)
- 쓰디쓴 씀바귀가 달게 느껴지는 이유
- 산전수전 겪으며 쓴 맛 본후에 진짜 단맛을 아는게 인생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씀바귀는 쓴 맛의 식물인데 냉이나 물엿보다 달다고한 노래들이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로 쓴 맛을 본 후, 그리고 산전수전을 다 겪고나면 진짜 단맛을 알게 되는 것 아닐까.
지난주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신혼여행을 따로 가지 못해, 나중에 제주에 가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39년만에 지키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야자수가 우리를 반겼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용암이 굳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 또한 푸른 바닷물과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한라산 기슭 오름을 산책하다 보니 관광객인 듯한 여인네들이 쑥을 캐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제주의 정감어린 돌담 밑에는 냉이, 민들레, 씀바귀가 한창이었다.
어릴 때 나물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콩나물이나 시금치도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잘 먹지 않았다. 고들빼기나 씀바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오히려 씀바귀 장아찌를 맛있다며 드시는 할머니가 이상할 정도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미각이 예민해 성인보다 짠맛이나 신맛, 쓴맛을 몇 배나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김치나 채소를 싫어한다.
그저 쓰기만 할 뿐인 씀바귀나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씀바귀의 참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이제 할머니 나이쯤 되니 쓴맛을 즐기게 됐다.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씀바귀는 옛부터 식용나물이었지만 그리 즐긴 먹거리는 아니었다. 3000년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경 곡풍(谷風)에는 젊은 아낙네가 쓰디쓴 마음을 씀바귀에 비유한 노래가 있다. 씀바귀의 쓴맛이 오히려 달다고까지 했다.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 마음은 여러 갈래
멀리 나오기는 커녕 문안에서 박정하게 나를 전송했지요
누가 씀바귀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냉이처럼 달기만 한데
그대는 신혼 재미에 형님처럼 아우처럼 사이좋겠지
行道遲遲 中心有違(행도지지 중심유위)
不遠伊邇 薄送我畿(불원이이 박송아기)
誰謂荼苦 其甘如薺(수위고도 기감여제)
宴爾新昏 如兄如弟(연이신혼 여형여제)
이는 새로 작은마누라를 얻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본처가 원망에 가득차서 읊은 노래다. 신혼 재미에 푹 빠진 남편은 소박을 놓으면서 멀리 배웅하지도 않았다. 모든 게 원망 투성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쓰디쓴 씀바귀가 오히려 냉이처럼 달다고 한다. 물론 반어법이지만, 배신당한 마음보다 쓴맛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지강(智崗) 나종진의 苦盡甘來(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으로 근도여이(菫荼如飴)도 이와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씀바귀가 달다고 노래한 이가 또 있다. 주태왕(周太王)이라 일컬어지는 고공단보로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시조다. 시경 대아 면(大雅 緜)에 나오는 노래다.
周原膴膴 菫荼如飴(주원무무 근도여이)
爰始爰謀 爰契我龜(원시원모 원계아귀)
曰止曰時 築室于玆(왈지왈시 축실우자)
주나라 들판은 기름져
제비꽃 씀바귀도 물엿처럼 달콤하네
처음 계획하고 시작할 때 거북점을 쳐보고
머물러 살만하다 하여 이곳에 집을 지었네
주원(周原)은 주나라 들판이란 뜻으로 주나라 사람들이 중원에 터를 잡은 곳이다. 주족(周族)은 본래 섬서성 동남쪽 현재 횡수 유역인 칠수와 저수가 합류되는 강가에 살았다. 이웃 부족이 쳐들어오자 고공단보는 종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피난한다. 양산을 넘고 다시 서쪽으로 틀어 기산(岐山) 아래 도착했다. 그곳이 바로 황하 중하류의 기산현이다.
주족이 칠수와 저수 강가에 살 때는 토굴에서 살았다. 그러다 주원에 와서 거북점을 치니 그곳에 터를 잡으라는 점괘가 나온 모양이다. 마침 봄철이라 사방에는 씀바귀와 같은 봄나물이 풍성하다. 고생 끝이라 제비꽃과 씀바귀의 맛은 꿀보다 달다. 문자 그대로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진짜 쓴맛을 본 후라 씀바귀의 쓴맛은 물엿보다 더 달았을 것이다. 여기서 '근도여이(菫荼如飴)'란 고사성어가 유래한 것으로 근검절약을 상징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여기서 참고로 한마디. 근도여이에서 근(菫)은 제비꽃과 투구꽃 두 가지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투구꽃 즉 생약명으로 초오(草烏)라고 풀이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투구꽃의 뿌리에는 신경세포를 마비시키는 아코니틴(Aconitine)이라는 독성분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식용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뿌리 옆에 붙어나는 부자(附子)는 예전에 사약에도 쓰인 약재다. 살자고 한 고생 끝에 투구꽃 뿌리를 먹고 죽을 이유는 없다. 그러니 식용가능한 제비꽃으로 번역해야 옳다.
이 시에서도 씀바귀는 원래 무척 쓴 나물인데 고생을 하고나니 쓴 씀바귀마저 물엿처럼 달다고 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예전부터 씀바귀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나물이었다는 뜻이다.
재미삼아 씀바귀 도(荼)자를 풀어보면, 풀 초(艹) 아래에 나머지 여(余)자로 이루어진 글자다.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여러 풀 가운데 고르고 남은 식용이 가능한 풀이라는 의미가 된다. 식용 가능한 나물 중에서 가장 꺼렸다는 뜻이니 씀바귀가 환영받지 못한 이유가 됨직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년전부터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먹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민들레처럼 우리 주위에 흔한 씀바귀. 누구는 흔하다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씀씀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도 한다. 씀바귀는 고들빼기와 더불어 봄철 춘곤증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혀왔다. 특히 나이들어 식욕이 감퇴되었을 때 씀바귀의 쌉쌀한 맛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의사라고 하면 약의(藥醫)밖에 모르지만, 약의는 식의(食醫)에 미치지 못한다. 옛부터 우리들은 봄철에 씀바귀와 같은 쓴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섭생을 한 셈이다. 씀바귀의 별명 중에는 '나귀채(那貴菜)'란 말이 있다. 번역하면 '어찌 이런 귀한 나물이!'라는 뜻이다.
민들레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씀바귀다. 역시 흔한 것이 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