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에 대하여

이런 사람이 늙지 않는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꼽은 세가지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2. 7. 15. 10:12

이런 사람이 늙지 않는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꼽은 세가지

 

<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2022.07.15 >

 

 


1920년생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윤동주 시인과 중학교를 같이 다녔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설교를 직접 들었다. ‘살아있는 역사책’이라고 불릴 만하다. 

 

여전히 책을 쓰고, 강연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김 교수는 “요새는 정신적으로 젊은 내가 신체적으로 늙은 나를 업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체는 누구나 다 똑같이 늙게 돼 있다”며 “정신이 늙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이어 “(정신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문제인데, 자기가 안 키우면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 사람에 관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사회적 관심을 두는 사람’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행복하면 된다며 사회적 관심을 잃어버리면 내 정신력이 약화된다”고 했다. 또 “젊었을 때 문학이나 음악, 예술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가졌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다”며 “감정적으로 메마르면 늙어버린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인생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했다. 

 

30살까지는 내가 나를 키워가는 단계, 

65세쯤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며 

90세까지는 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시대에는 두 단계로 끝났지만 지금 세대의 여러분은 3단계 인생을 가야 한다”며 정년퇴직 이후에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정년퇴직하고 아무 일도 안 하고 ‘난 늙었다’ 하고 그냥 있었으면 (나는) 없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50~60살쯤 되면 이런 직업을 갖고, 이런 사상을 갖고 살 것이다 하는 자화상이 확고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의 희망은 만들어가는 거지, 까놓고 주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자신을 위한 꿈은 없어졌지만 사회를 위한 꿈이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안창호 선생 무덤에 가서 ‘통일이 됐어’ 그걸 얘기하고 싶다”며 “오기는 온다. 내가 한 200살쯤 되면 올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