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더 우울한 이유 ‘계절성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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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더 우울한 이유 ‘계절성 우울증’
< HiDoc, 전한솔 |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 /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1-12-20 >
대한민국의 우울증 발생률은 36.8%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약 4명이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겪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울증은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 더 심해진다. 계절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 하는데, 특히 겨울에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겨울철 우울증'이라 불리기도 한다.
겨울철 우울증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전한솔 원장 : 많은 사람들이 늦가을에서 겨울이 되면 평소와 기분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기분 변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여 사람의 감정, 사고의 변화가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우 계절성 기분 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seasonal pattern)은 여러 주요 우울 장애(이하 우울증) 중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관련이 큰 형태를 말하며 우울증 중에서도 특히 늦가을에서 겨울에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환자는 보통 일 년에 4-5개월 정도 다음과 같은 우울증 증상을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겨울 패턴 계절성 우울증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구분되는 특징도 보입니다.
과다 수면
폭식 (특히 탄수화물)과 체중 증가
사회 활동 저하
겨울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의 발생 원인에 대해선 현재도 무수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명확한 답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자들은 뇌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 멜라토닌)의 변화와 일조량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햇빛이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물질들을 조절하게 되는데, 계절성 우울증을 가진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세로토닌 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이 환자들이 특히나 겨울철에 세로토닌의 체내 농도가 낮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하루의 일주기(daily rhythm)을 조절하게 되는데, 계절성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의 경우 체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농도가 변화가 있음을 관찰하였고, 그 결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낮 시간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과다 수면을 유발하고 기분 및 행동 변화가 나타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비타민 D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D의 경우 햇빛을 충분히 쐬어서 체내에서 합성이 되는 물질로 골다공증과 연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세로토닌의 활동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의 일조량이 적어지게 됨에 따라 체내 비타민 D의 농도가 낮아지게 되고 이는 세로토닌 활동성의 저하로 이어져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성과 계절성 우울증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University of Glasgow)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때 피로감이나 무쾌감증과 같은 증상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까지 성별에 따른 계절성 우울증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변화가 세로토닌에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 예방법
첫 번째
아침 일찍 밖에 나가 햇볕을 쐬는 것입니다. 앞서 일조량의 감소로 인해 세로토닌 및 멜라토닌의 체내 변화가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듯이, 햇볕을 쐬는 것은 중요합니다.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 여자 환자의 85%가 정기적인 광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산책을 통한 가벼운 운동은 신체 기분 전환의 효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취침시간보단 오전 중에 하는 것이 좋으며 이로 인해 일주기가 조절되고 계절성 우울증이 호전되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세 번째
식사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계절성 우울증의 특징으로 고당도의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러한 음식은 지양하고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합니다. 특히나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연어와 같은 생선류와 계란을 통해 부족한 비타민 D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몇몇 연구에서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에게서 오메가 3 지방산의 부족도 발견되었으므로, 오메가 3와 같은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네 번째
만약 본인이 계절성 우울증의 경향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악화가 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입니다. 가장 빠른 개입을 통해 증상의 기간과 정도를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2.
겨울 들어 우울감 늘었다면? 실내에선 '이렇게'
<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2020.11.24 >
겨울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추운 날씨와 코로나 탓에 실내 활동 위주로 생활하다보니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병적 증세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시기마다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에 악화
계절성 우울증이란 계절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우울증이다. 주로 가을과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의 감소’다. 정성훈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1년을 주기로, 가을이 되면 우울증이 시작돼 겨울을 거치면서 악화됐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정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온다"며 "우울한 정서를 보이고 수면과다와 무기력증에 빠지며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찾게 되고 불필요하게 과식해 체중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우울증도 멜라토닌과 관련은 있지만, 계절 변화와는 무관하고 수면장애, 식욕저하, 체중감소가 나타나는 등 특징이 다르다. 정 교수는 "일조시간이 부족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하지만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한다”며 “이러한 시기에 안 좋은 일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흔하며, 여성이 전체 환자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우울감과 생활패턴 변화 지속되면 의심
우울증은 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가장 흔한 병 중 하나다.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치명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지목했다. 우울증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공허감에 시달리며 세상만사가 귀찮고 재미가 없어진다. 항항 피로하고 생각도 행동도 느려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감정은 흔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는 우울함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도 치료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2주 이상 내내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정성훈 교수는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관절통과 두통, 위경련 등의 신체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극단적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많으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내 조명 밝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
계절성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햇빛을 자주 접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한 가벼운 산책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야외 활동이 어렵지만 마스크를 착용 후 인적이 드문 공원 등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야외에서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나아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취미생활 등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로 평상시에 받는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데, 그럼에도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약물치료는 15일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섣불리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 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그 외에 광선 요법이 계절성 우울증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정성훈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정신적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