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인간의 나약함과 사악함

이주노동자의 죽음과 인간의 이기심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3. 3. 8. 10:16

 

 

1.

돼지우리 옆 숙소서 10년…무엇이 한 이주노동자를 죽게 했나

 

< 한겨레, 이승욱 기자,  2023-03-08  >


60대 타이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7일 오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이 복합가스농도측정기를 이용해 공기 중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 등을 측정하는 등 현장조사를 하였다.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한 돼지농장을 찾았다. 농장 초입에 이르자 축사에서 풍겨오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준비해 간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써봤지만, 악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방역복을 입고 길이 30m, 너비 10m의 돼지 축사 안으로 들어가자 낯선 이의 출현에 놀란 돼지 100여마리가 일제히 울어댔다.


이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타이(태국)인 이주노동자 쁘라와 세닝문추(67)는 지난 4일 오후 5시쯤 인근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쁘라와는 이날 오후 2시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쁘라와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은 하루 뒤인 5일 60대 돼지농장 주인 김아무개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인근 폐회로티브이(CCTV) 녹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쁘라와가 주검으로 발견되기 이틀 전 김씨가 쁘라와의 생활공간이 있는 축사에서 인근 야산으로 트랙터를 몰고 간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김씨가 축사 안에 쓰러져 있던 쁘라와를 트랙터에 실어 유기 장소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쁘라와가 생활하던 공간은 축사 건물 안에 있었다. 돼지 사육장과 쁘라와의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얇은 시멘트벽이 유일했다. 벽면 아래로 돼지 분뇨가 흘러든 흔적이 보였다. 축사 곳곳에 돼지 사체가 비닐 천막에 덮여 있었다. 쁘라와가 축사 일로 지친 몸을 눕히던 침실은 성인 남자 2명이 누우면 꽉 차는 크기였다. 비닐장판이 깔린 바닥에는 옷가지와 이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구석에선 밥상으로 쓴 듯한 원형 소반과 용도를 알 수 없는 모니터 1개가 눈에 띄었다. 벽지는 습기 탓인지 곰팡이가 피고 여기저기가 들떠 있었다. 전날 이곳을 찾았던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관계자는 “처음 왔을 때 방과 부엌 모두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고 귀띔했다.


쁘라와는 악취와 쓰레기, 돼지 울음소리로 가득한 이곳에서 10년 남짓한 기간을 보냈다. 2013년 관광비자로 입국해 이곳 포천 돼지농장에서 줄곧 일했다. 주검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살 정황이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놓았다. 노동당국은 쁘라와의 열악한 근로·거주 환경이 죽음과 연관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일환경건강센터의 류현철 센터장은 “쁘라와가 축사 건물 안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로 미뤄 분뇨에서 발생한 황화수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황화수소는 정화조 청소 중 질식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장기간 노출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쪽은 쁘라와의 사인을 과로사로 의심한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쁘라와의 사인은 심장계통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과로사의 전형적 형태다. 농장주와 단둘이서 100마리가 넘는 돼지를 사육하는 일이 버거웠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쁘라와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농장주 김씨가 불법 체류자 고용 사실을 감추기 위해 쁘라와의 주검을 야산에 유기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7일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농장주 김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

10년 일한 이주노동자 숨지자…주검 야산에 내다 버린 농장주

 

 

< 한겨레, 이승욱 기자, 2023-03-06 1>
  

 


60대 농장주 사체유기 긴급체포…부검도 의뢰
타살 정황은 없어…불법체류 고용 감추려 한 듯

 


자신의 농장에서 10년 동안 일했던 이주노동자가 숨지자 주검을 야산에 내다 버린 60대 농장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포천경찰서는 포천시 영북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60대 ㄱ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ㄱ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던 태국 국적 이주노동자 ㄴ씨가 숨지자 주검을 트랙터를 이용해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ㄴ씨 거주지에서 유기 장소 까지는 약 200∼300미터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폐회로티브이(CCTV) 녹화영상을 분석한 결과, ㄱ씨가 지난 2일 유기 장소로 트랙터를 운전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ㄴ씨는 지난 4일 오후 2시께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께 ㄴ씨 주검을 거주지 근처 야산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ㄴ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국과수 구두 소견으로는 타살이라고 볼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ㄴ씨는 이 농장에서 약 10년 정도 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농장주를 상대로 ㄴ씨의 사망 경위는 물론 임금 체불이나 폭력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ㄴ씨가 농장에서 갑자기 숨지자 불법체류자 고용 사실 등을 감추기 위해 주검을 내다버린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며, 조만간 ㄱ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3.

"비닐하우스 숙소 이제 그만"…외국인 노동자들, 노동부 진정

 

< 뉴시스, 전재훈 기자,  2023.03.03 >


"비닐하우스 기숙사 등 열악한 이주노동자 숙소 여전해"
"열악한 숙소 제공하고 과도하게 공제하는 관행 고쳐야"

 


국내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거주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달라는 진정서를 3일 고용노동부에 접수했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 등 이주노조 관계자 8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 노동자 숙식비 지침·열악한 기숙사 개선 없는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2월20일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한파 속에 숨을 거둔 캄보디아 이주 여성노동자 고(故) 속헹씨 사망 사고 이후로 개선된 점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속헹씨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1월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필증을 받은 합법 가설건축물의 경우, 기숙사 설치 기준 실사를 거쳐 기숙사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이같이 합법적으로 지은 가설건축물이 소음이나 단열, 화재, 수해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저녁마다 컨테이너 임시 가건물에 몸을 기대고 있다"며 "이곳엔 냉난방 장치, 화재 방지 장치가 없고, 청결한 화장실과 샤워 시설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숙소에서 불이 나거나 건강 악화로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해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임시숙소로 신고하면 노동부 고용센터가 기숙사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대책을 빨리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노동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 중 주택이 아닌 유형은 전체의 63.4%에 달했고, 농업 분야에서는 농지 위에 숙소가 있는 경우가 전체의 70%에 달했다고 이주노조 측은 설명했다.

 

 

이주노조 측은 사업주가 숙소를 제공할 경우 임금에서 관련 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의 경우,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면 임금에서 해당 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에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과도한 비용을 공제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주노조 측은 "정부는 숙식비 지침 개선을 위한 TF만 운영했을 뿐 현장 실사와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족한 노동력을 이주 노동자로 해결하기 전에 이주 노동자를 비극으로 몰고 가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와 숙식비 (공제) 지침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동부 측에 '이주 노동자 열악한 임시가건물 기숙사 전면 실태조사 및 근본 대책 촉구 집단 진정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