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에 대하여

퇴직해도 현역 때처럼 활기차게 사는 사람의 비법 3가지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3. 4. 12. 09:45

퇴직해도 현역 때처럼 활기차게 사는 사람의 비법 3가지 
인생 후반기, 사회 고립과 단절을 이겨내려면
나의 은퇴 고독지수, 자가진단 해보세요


노년학 전문가 사토신이치 교수 인터뷰  
[행복한 노후 탐구]

 

 

<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2023.04.11.  >

 

 


한 직장에서 30년 근무했고 곧 퇴직합니다. 오로지 은퇴만 바라보면서 직장 생활에 매진해 왔는데, 막상 다가오니 두렵고 공포스러워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아쉽고 후회만 생기니 아이러니하네요.”(50대 A씨)

‘은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반백살이 넘어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막연한 불안과 이유 모를 두려움에 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꿈꾸고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라,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10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50대 중산층이 생각하는 ‘은퇴 이미지’는 ‘재정 불안, 건강 쇠퇴, 외로움, 타인 의존, 지루, 하찮음’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아래표 참고>.


사토신이치(佐藤眞一·67) 전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노년행동학 교수는 11일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와의 인터뷰에서 “인생 후반기에는 퇴직으로 인한 사회 단절과 경제 불안, 부모와 배우자 사망, 질병과 노화 등 부정적인 사건들이 많이 벌어진다”면서 “내게 어떤 일이 닥칠 것인지 미리 알아두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일본 사이타마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메이지대, 오사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일본 노년행동과학회장을 지낸 노년학 전문가인 그는 노후 관련 서적도 다수 펴냈다. 국내엔 <우리 가족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나이 든 나와 살아 가는 법>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1️⃣  돈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라

– 노년에 대한 이미지는 왜 부정적인가.

“정년 퇴직, 궁핍한 가계, 노부모 수발, 부모 사망, 배우자 질병·죽음... 60대 이후 인생 후반기에는 이런 부정적인 생애 사건(life event)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누구나 언젠가 마주해야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사건들이라서 사람들은 애써 외면한다. 그런데 늙는다는 것이 ‘상실’만 존재하는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채움’으로 바꿀 수 있다. 돈보다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한 이유다.”

–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퇴직 후엔 사회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진다. 이 시기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노년 행복감이 크게 달라진다. 퇴직을 앞두고 ‘이제 내 인생은 9회말 2아웃’이라며 절망하던 선배가 있었는데, 정년퇴직 축하연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급여는 없지만 새로 생긴 모 연구센터에서 ‘특별초빙교수’란 직함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의욕이 충만해 있었다. 잃어버릴 뻔했던 미래 비전이 생기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다.”

– 평범한 직장인도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있나.

“퇴직 이후 일에서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야’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돈으로 성과를 추구하기 보다는 시간을 즐기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돈은 못 벌어도 꼭 해보고 싶다’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일이야말로 퇴직 이후 내가 꿈꿀 수 있는 진정한 미래 비전이다. ‘대기업 부장 출신인데... 은행 지점장이었는데...’ 이렇게 퇴직 후에도 본인 체면만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일자리에서 대접 받길 원한다면, 비참한 인생 말로만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2️⃣ 명함 없다고 ‘방구석 여포’로 살지 마라

– 정년퇴직 고독감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라서 ‘사회에 받아 들여지고 싶다’는 근본적 욕구가 강하다. 그런데 정년퇴직은 그야말로 사회적 정체성을 잃는 일이다. 마치 자기 자신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이므로, 일터를 떠나 관계가 단절되면 고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에 집착하고 명함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없다.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다니...’ 하면서 회사를 원망하고 신세를 비관해봤자 소용없다.”

– 은퇴 충격을 치유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일본에선 한때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명 ‘폭주노인’이 화제였다. 평소엔 온화한 사람이 갑자기 욱해서 화부터 낸다거나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고령자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며 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식이다. 폭주노인이라는 사회 현상은 말 그대로 정년 퇴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ΟΟ회사의 부장’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잃고 ‘그냥 사람’이 되어 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에 폭력이라는 형태로 표출한 것이다.”

– 퇴직 스트레스가 ‘폭주노인’을 일으킨다니 놀랍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온화해지고 성숙해진다는 통념이 있지만 폭주노인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퇴직 후 부하가 해주던 일을 스스로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혹시 내가 그런 폭주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고독지수 테스트가 있어서 소개한다<아래 표 참고>.


내가 직접 조사해보니 50세 이상 남성의 평균 점수는 11.8점, 여성의 평균 점수는 11.2점이었다.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를 근거로 고독지수를 산출해 보면, 18점 이상이면 위험한 상태고, 15~17점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내 고독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타인과 관계 맺기가 어려워 괴로운 상황이다. 사람을 만날 기회부터 많이 만들어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고독감을 해소할 수 없다. 부지런히 밖에 다녀야 사람들에게 호감도 사고, 나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다.”


3️⃣ 은퇴 여행도 질린다... 일상을 만들어라

– 퇴직하면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을 것 같다.

회사 다닐 때의 ‘일하는 시간’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기쁨과 보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일상이 있어야 비일상도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 후에는 평일과 주말, 일하는 날과 쉬는 날 구별이 없어진다. 평일 아침에도 휴대폰 알람은 울리지 않고, 나를 찾는 전화도 거의 걸려오지 않는다. 현역 시절 일할 때처럼 충실한 일상을 보내기가 어려워진다.”

– 퇴직해도 일상은 꼭 확보하라는 의미인가.

“일본에서 ‘퇴직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을 하면 1위 대답은 늘 ‘여행’이다(한국도 아마 비슷할 것 같다). 제약회사 임원이던 지인 얘기다. 회사 다닐 땐 바빠서 못 가지만 퇴직하면 한 달에 한 번씩 꼭 호화로운 여행을 떠나자고 아내와 약속했다. 실제로 처음 한두 번은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시큰둥해지고 질려버렸다. 여행은 일상 생활권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그는 이렇다 할 ‘일상’이 없는 퇴직자였기에 여행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다. 매일 한가롭다며 괴로워했던 그 지인은 제약회사와 관련된 병원을 소개받아 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새 본업인 양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활력을 되찾았고 부부 여행도 다시 시작했다.”

– 그런데 퇴직 후 일상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회사원 시절에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신문을 읽으면 재미있다. 바쁜 일상이 있는 와중에 경험하는 비일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갈 곳이 없어 의무적으로 도서관에 가야 한다면, 그리고 그게 일상이라면 과연 즐거울 수 있겠는가. 일상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미래 비전을 가져다 줄 알찬 일상이어야 한다. 가령 도서관을 다니는 것이 일상이라면 본인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찾고 ‘블로그에 공유하기, 유튜브로 알리기, 지역 대회에 참가하기’ 등 구체적인 세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만들어나가야 한다.”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막상 1주일 같이 있어보니 숨이 막혀서... 오늘 뭐해? 어디 가? 몇 시에 들어와? 내 밥은? 매일 꼬치꼬치 캐물어서 성가셔 죽겠다. 밥 먹고 나면 각자 그릇 치우고 식탁도 닦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잔소리 좀 하면 듣기 싫다고 버럭하고, 모순 덩어리다.”

일본의 평범한 주부가 ‘시니어라이프’라는 제목으로 만든 6분짜리 유튜브 영상 자막의 일부다. 65세에 정년 퇴직해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집밥을 준비하는 요리 동영상이다. 주부의 주름 잡힌 손과 음식, 냄비, 그릇 정도만 화면에 비칠 뿐, 얼굴과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집밥 요리 영상이지만, 퇴직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자막에 깨알같이 담겼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조회수는 315만회에 육박한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2600개가 넘는데, ‘아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와 ‘그동안 남편이 힘들게 돈을 벌어왔는데 구박이 지나치다’는 찬반 양론이 가득하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퇴직 이후 인생 전환기에 부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퇴직 후 부부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제2의 신혼을 보낼 수도 있고 황혼이혼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은퇴 연착륙 승패는 부부 관계에 달렸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전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노년행동학 교수는 12일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와의 인터뷰에서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정년퇴직을 종착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는 새출발이라고 여긴다”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퇴직 이후 예상되는 배우자의 심리 변화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일본 사이타마(埼玉)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메이지대, 오사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노년학 전문가인 그는 <노인 심리를 알기 위한 112개 키워드>, <우리 가족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 ‘천국 vs 지옥’ 은퇴 부부의 동상이몽

–월급이 끊기는 삶은 공포스럽다.

“인간은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일할 땐 월급이 있으니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퇴직 후에는 (연금이 넉넉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성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보다 더 많이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아내의 불안감엔 아랑곳하지 않고 ‘은퇴 환상’을 품는다. 돈이 필요해서 일했으면서, 꿈이나 낭만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한다.”

– ‘은퇴 환상’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현역 시절엔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와 낭만을 추구하는 남편 심리가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아내는 ‘남편이 일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괜찮은 일이 없다’거나 ‘그런 일은 하기 싫다’면서 모른 척 하니 결국 부부끼리 다투게 된다. 퇴직한 남편은 ‘지금까지는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내랑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제멋대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하지만 퇴직이 없고 집안일이 일상인 아내는 ‘이제 나를 제발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 시간’인데 남편만 모른다.”

남성의 행복도는 배우자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배우자가 있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2️⃣ 은퇴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 퇴직하면 왜 아내 의존형 남편이 많아지나.

“퇴직 전에 부부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어긋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 ‘사회적 평가’가 그것이다. 아내가 직업이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만약 아내가 전업주부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스스로 사회적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껴 본인 삶에 썩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가령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 시간을 조금씩 만들거나 취미 활동, 지역 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이런 외부 활동은 더욱 왕성해진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기 만족도 느껴간다.”

– 아하! 남편은 일에서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다. 남성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적 평가를 얻고 만족하기 때문에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퇴직 후다.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라면서 ‘혼자만 놀러다니니 서운하다’고 불만도 내비치게 된다.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일상과 비일상이 있어야 부부 관계도 원만해지는데, 퇴직으로 일상이 무너지니 부부 관계도 틀어지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아내에게 끼니 차려 달라고 보채지 말고, 집안일도 나눠야 한다. 아내에게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아야 한다. 아내가 걱정되어서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아내가 외출한다면, 잘 다녀 오라고 배웅하고, 그 시간에 집에서 청소라도 해 놓으면 귀가한 아내가 엄청 고마워할 것이다. 나도 서툴긴 하지만, 연초에 퇴직하고 나서는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소에 옷 맡기기, 침구 정리, 창문과 화장실 청소 같은 것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은퇴는 부부가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시기이지만 젊은 시절처럼 일체(一體)가 되는 건 아니다. 인생 후반전에는 배우자를 동료나 짝,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 아내 의존형 남편은 배우자 사별이 큰 충격이겠다.

“아무리 사이 좋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여성은 평균 수명이 길어서인지 ‘남편이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남편은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아내에게 평생 의존해 살던 고령 남성이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집안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니 자식들을 애먹이고 잘 먹지 않아서 점점 노쇠하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사별하는 연령대도 큰 변수다. 젊은 사람은 배우자 사별로 인한 정신 충격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80세 전후로 사별하면 굉장히 힘들다. 혼자서 회복하긴 어려우니 가족 등 주위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성은 집안일에 능숙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남편이 떠난 뒤 요리하기가 싫어져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도 꽤 많다. 똑같이 요리를 해도 남편이 맛있다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며 요리하는 것과, 나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지 않는가. 혼자 산다면 의식적으로 지역에서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문화 행사, 취미 동호회, 봉사 단체, 노인 대학 등 아무 곳이라도 참여해서 활동하면 회원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있을 곳이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친구 관계도 부활시키면 좋다. 동창들과 만나면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들이 내 마음의 ‘있을 곳’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