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於利而行 多怨(방어리이행 다원)
放於利而行 多怨(방어리이행 다원)
< 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3.09.28 0 >
이익을 앞세우면 원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자를 계승한 맹자도 특별히 이익을 경계했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양혜왕은 “장차 무엇으로 이 나라를 이롭게(利) 하시겠소?”라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를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바른 정치는 이익보다 인의를 중시해야 함을 설파한 답이다. 여기서 ‘하필왈리(何必曰利)’라는 4자 성어가 생겼다. 왕이 이익을 챙기면 신하나 백성도 당연히 이익에 눈이 멀어 하극상도 서슴없이 벌이게 될 것이라는 게 맹자의 설명이었다.
放: 놓을(둘) 방, 利: 이익 이, 怨: 원망 원. 이익에다 (마음을) 두고 행동하면 원망을 많이 받는다. 23x75㎝.
인의(人義)를 홀시한 채, 이익에 함몰되면 원망이 많아져서 못 할 짓이 없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개·돼지로 보는 현상이 속출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다분히 그런 양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이익만을 향해 치달릴 게 아니라, 이익사회일수록 인의를 중시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그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인의가 없는 이익사회는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 없다. 설탕물처럼 단 ‘이익’이 살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갈증에 시달리다 죽는 길이다. ‘인의’만이 사는 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