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현대시 일반

마지막 눈이 내릴 때

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4. 1. 24. 08:15

마지막 눈이 내릴 때 
 
                       문충성

 


첫눈이 내릴 때 연인들은
만날 약속한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서점에서 뮤직 홀에서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더러는 헤어지고
가볍게
그래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눈송이는 떨어질까
차가운 손 마주 잡고 눈물 글썽이며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말없이
눈 내리는 공동묘지 근처
아니면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아니면 이젠 없어진 뮤직 홀에 앉아
나직이 드뷔시나 들으며
마지막 눈 소리나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