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꽃 _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24. 7. 30. 22:04

생일 (生日)

       이창훈


오늘이 바로 그대의 생일인 것처럼 
살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일생인 것처럼 
살라 

어제는 흘러가 
지도 위의 흔적으로만 남는 것 

내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의 끝없는 흔들림 

오직 들꽃 핀 이 땅 위 
두 팔 벌려 바람의 숨결을 안는 
이 순간을 살라 

하루 하루가 생일이자 
일생인 하루살이는 
가 버린 어제를 추억하지 않는다 
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바로 
그대의 오래 전 생일 
오늘은 바로 
그대의 단 한 번뿐인 일생 

매 순간 순간에 
거듭 피어나는 꽃처럼 피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생일인 것처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일생인 것처럼 

 

이창훈 시집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있다>, (마음세상,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