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장미
도종환
줄장미는 울타리에 피어 있다
울타리 밖은 뜨거운 포장도로 다
차들이 쇠소리를 내며 달려갈 때마다
붉은 꽃송이들이 휘청거린다
찔레꽃은 강가에 피어 있다
도시 복판을 지나가는 혼탁한 물
퀴퀴한 냄새에 휩싸인 채
미미하게나마 제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게 기특하다
도시의 일상에도 퀴퀴한 냄새가 난다
아무도 향기를 지니고 있으리라 여기지 않는데도
찔레처럼 피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있다
이팝나무 덕에 도시가 화사해졌다고 말하는 이도
이팝나무가 지닌 자기연민에 대해 생각지 않는다
거리에 노출된 채 색이 바래는 도시의 꽃들
줄장미처럼 상처받은 채 사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빌딩 안에 갇혀 지내다
오늘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화초들이 있지만
거리로 불려 나온 나무들은 자진하기도 쉽지 않다
돌아갈 길이 없는 거라면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
별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도시 장미
생은 본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은 거라서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고 다독이는 밤
하나씩 둘씩 불은 꺼지고
지친 몸으로 돌아눕는 밤
나도 도시로 불려 나와 산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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