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온다』


<김현철 저, 쌤앤파커스, 2023>

I. 책 소개

미중 패권경쟁의 최전선이 된 한일 경제전쟁, 한국은 추락할 것인가, 추월할 것인가?
다극 체제와 디리스킹의 시대, 일본이 새로운 대외 팽창을 시작했다. 다시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고자 판을 흔드는 일본과, 추격에서 추월로 일본을 넘어서려는 한국, 두 나라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미일 3국의 협력은 과연 한국 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미중 패권경쟁의 대리전이 된 한일 경제전쟁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저술한 책이라고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지금의 미국과 중국, 일본의 진짜 속마음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으나, 과연 저자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팀에 재직하면서 얼마나 포부를 실현하였는지는 의문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한국 경제 특급 처방이 과연 타당성이 있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고 앞으로 반영될 지는 다시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더라도 결국 내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그가 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지난 성과를 생각하면 그의 처방전도 효과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그가 일본에서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연구를 수행한 것을 토대로  2차대전 이후 일본 경제와 정치가 걸어가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잘 요약하고 있어, 일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II. 현대 일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1. 도입

   일본은 1968년에 서독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 후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었던 미국마저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었다. 특히 오일쇼크 이후 미국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에 일본은 에너지 절약형 제품과 경소단박 제품들을 출시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에는 1 인당 국민소득이 미국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경제가 급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증대되니 일본에서는 인프라 투자와 건설 붐이 일어났다. 그러자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도 덩달아 높아졌다. 일례로 1980년대 말에는 도쿄 도심의 왕궁 하나를 팔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으로 20위까지 꼽았을 때, 일본 기업이 무려 14개였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일본 기업들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20위 기업 중에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30년 사이에 썰물 빠지듯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자리를 미국과 유럽,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도 진입해 있지만 일본 기업은 전멸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 일까?

2. 버블이 꺼진 자리에 불황 블랙홀이 열리다 

   지난 30년의 일본 경제를 되돌아보면 한마디로 '정체의 30년'이었다. 1990년대까지 급속하게 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1991년의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장기침체기에 진입한 것이다. 이 기간의 평균 성장률은 0.7%대에 불과했다. 이러한 저성장을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부르기도 한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20년, 30년으로 길어진 것이다.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인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쇠퇴의 30년'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만큼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일본 경제는 4번의 커다란 경제적 쇼크 때문에 장기침체에 빠졌다. 첫 번째 쇼크는 1985년의 '플라자 합의'였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모여서 달러화 약세와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달러 강세로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무역흑자를 내고 있던 일본을 압박해 엔화 강세를 유도했다. 이 합의에 의해 당시 1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가 1주일 만에 8.3% 내려가며 엔화 강세로 전환되더니, 2년에 걸쳐 120엔대로 급격히 절상되었다.
   이러한 엔화 강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환율변동으로 말미암아 미국 시장의 판매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던 일본 제품 가격이 갑자기 200달러로 올랐다는 뜻이다. 이것은 일본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조치와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당시 일본 기업은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고, 일본 경제도 급속하게 엔화발 불황에 빠져들었다.
   수출이 큰 타격을 받자 일본 정부는 내수를 진작시켜 불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기준 금리를 낮추는 등 시중에 돈을 푸는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본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시차를 두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환율 충격을 흡수해 나간 것이다. 그러자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와 일본 정부가 푼돈까지 합쳐져 일본 내에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에 몰렸고, 자산 버블이 급속하게 생겨난 것이다.
   전후 고도성장기에 꾸준히 상승하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닛케이 주식이 4배 이상 올랐고, 6대 도시의 땅값 역시 3배 이상 올랐다. 이러한 자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지나친 과열을 정부가 막아야 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것을 막지 못했다(거의 모든 버블은 꺼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러다 거의 폭발 직전까지 급등한 1990년경에 일본 정부는 그제야 긴축 조치를 시작한다. 은행의 부동산 대출을 금지하고 기 준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가 너무 급작스럽고 강력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1990년에는 주식이, 1991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추락했던 것이다. 한때 4만 엔 가까이 갔던 닛케이 평균 주가는 1만 엔 이하로 떨어졌고, 1991년에 300까지 간부동산 가격이 2005년에 100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자산의 급락은 버블기에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 수많은 개인과 기업에 타격을 주었고, 그 영향으로 일본 경제 전체가 크게 휘청이게 된다. 
   충격에 빠진 일본 국민들은 버블의 발생과 붕괴를 가져온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며 투표로 심판했다. 그 결과 전후 안정을 구가했던 자민당 정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재임 기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수상도 여러 명 나왔다. 때문에 경제대책들도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고 미봉책만 남발되었다.
   언론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 경제를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마불사랄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전후 고도성장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일본 경제는 축적해둔 힘이 있었기에 이 시기를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3. 연속된 경제 쇼크와 개혁의 실패

   이러한 일본 경제가 1997년에 두 번째 쇼크를 경험하게 된다. 대개 1997년이라고 하면 우리 국민들은 IMF 경제위기를 많이 떠올린다. 아시아발 외환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어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기에 일본도 큰 어려움에 빠졌다. 버블붕괴 후 근근
이 버티던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불황에 빠진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많은 한계 기업들이 도산했을 뿐 아니라 이 기업들에 대출해준 금융기관도 함께 부실해졌다. 부실화된 금융기관 때문에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흑자도산하는 기업도 연쇄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익도 잘 내고 경영도 잘하는 회사가 단기적인 자금을 변통하지 못해 도산하고 마는 것이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복합불황'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이 서로 엮 이면서 함께 불황을 맞았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일본 경제는 전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안정적이던 실업률도 5%대로 급등했다. 특히 전후 처음으로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졌는데 이때를 '제1기 취업 빙하기'라고 부른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전후 처음으로 생산 가능 인구까지 감소하기 시작한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야 인구의 경제적 효과를 누구나 다 알지만,당시는 경제 전문가조차 잘 모르는 부분이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요마저 함께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요가 약하니 기업은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구입을 미뤘다. 이 시기에 소매 시장에서는 '할인판매',가격파괴' 같은 단어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면서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했지만 한번 빠졌던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버블경제 붕괴 후 근근이 버티던 일본 기업과 국민은 본격적으로 경제위기를 체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를 그런대로 잘 봉합한 사람이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다. 20001년부터 2006년 9월까지 재임하면서 그는 부실해진 금융기관에 과감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해 안정화시켰고,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먼저 신자유주의 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공 부문을 민영화했고, 비정규직 고용을 과감히 확대해 정규직 중심의 전통적인 고용 관행에 '고용 유동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또 복지 부분에도 메스를 들이대어 연금이나 의료, 간병 등에 개인의 부담률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일본 경제는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했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일본 지식인들은 양극화를 우려하는 저작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우라 아쓰시의 《하류사회》, 다치바나키 도시아키의 《격차사회》, 야마다 마사히로의 《희망 격 차사회》 등이 대표적인 책들이다. 시민사회도 고이즈미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러던 차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다시 한번 일본을 덮친다. 이것이 일본 경제의 세 번째 쇼크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발생해 유럽으로 전이된 경제위기였지만 당시 일본도 자본주의 경제 진영의 큰 축이었기에 이 유탄을 맞았다. 2009년 일본 경제는 -5.4%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후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또 실업률도 5.5%로 급등했으며 특히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때부터 일본 청년들은 '제2의 취업 빙하기'를 경험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엔화 강세까지 겹쳐 '엔화 강세-수출 악화-수입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심화'라는 악순환에 일본 경제가 다시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일본 국민들은 이러한 경제위기를 자민당 정권으로는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정권 심판을 단행했다. 이 역시 전후 처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2009년부터 2012년 연말까지 집권한 민주당은 버블경제 붕괴 뒤에 자민당이 추진해왔던 여러 경제 정책의 노선을 180도 선회하는 방식으로 경제회복을 시도했다. 공공사업 중심의 경기부양 대책을 중단했고,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지했다. 그리고 '콘크리트에서 인간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과 의료, 복지 등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로 전환했다. 또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국민 생활의 질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쪽으로 기조를 바꾸었다.
   이를 통해 내수 경제의 일정 부분은 회복되었지만, 엔화 강세를 그대로 용인하는 우를 범했다. 그 결과 수출 기업들은 더욱 어려워졌고 수입 물가가 계속 하락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처음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다른 정책에서도 미숙함을 보이자 재계와 보수 언론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몇몇 정책에 대해서는 경제산업성과 재무성, 외무성을 위시한 일부 관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2011년 3월 동북지방에서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전후 최악의 재해에 민주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리고 2012년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대승을 거두면서 정권은 다시 자민당으로 넘어갔다.

4. 아베노믹스는 왜 반쪽짜리가 되었나?

   아베는 2012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역대 최장기간 집권한 총리였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설치하고 분배 위주 정책에서 성장 위주 정책으로 경제 정책을 재선회했다. 그리고 '3개의 화살‘이라는 경제 정책을 바탕으로 아베노믹스를 시작했다. 3개의 화살이란 과감한 금융 완화와 적극적인 재정,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그중에도 특히 '과감한 금융 완화' 정책은 2년 사이에 통화량 을 2배로 늘리는, 소위 '차원이 다른 금융 정책'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8,000엔이던 주가가 1만 5,000엔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시중에 다시 경제의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또 통화량 증가에 따른 엔저 효과로 수출 기업들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외국인 중심의 관광 산업도 활성화되었다.
   아베 수상은 경기가 더욱 살아날 것이라고 지나치게 확신한 나머지 2014년 4월에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인상해 경기를 일시적으로 냉각시키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후 2015년 생산성 혁신,2016년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일본 부흥전략, 2017년 '사회 5.0' 실현을 위한 미래 투자 전략 등을 계속 발표하면서 일본 경제를 회복시켜 나갔다.
   이러한 아베노믹스의 최대 수혜자는 기업들이었다. 지속적인 산업 부양책과 규제 완화, 통화 공급과 엔저 효과 등으로 기업들의 이익은 확실히 개선되었다. 더구나 주식 시장이 활황으로 돌아서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소비가 일부 개선되었고, 미미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기업의 경기가 회복되자 줄어만 가던 정규직 고용이 2014년부터 늘기 시작했고, 비정규직 고용도 함께 늘면서 실업률도 크게 낮아졌다. 특히 청년 취업률이 높아지자 대학가에서는 '취업 빙하기'란 단어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반쪽짜리 개혁이었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 사이드는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지만, 가계를 중심으로 한 수요 사이드는 여전히 뒷전에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은 개선되었지만 실질 임금은 여전히 정체되어 시장 수요는 살아나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종용했지만, 기업들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이용해 현금을 쌓아두기에 바빴다.
   이런 와중에 2019년에는 미중 통상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하강하기 시작했고 일본 경제도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때 두 번이나 연기했던 소비세를 인상하자 일본 내수 경기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일본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 바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이것이 일본 경제의 네 번째 쇼크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미증유의 사태이었기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초기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본은 일본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더욱 더디고 혼란스러웠다. 먼저 일본은 사스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 대처 경험이 없었기에 의료계에 방역 매뉴얼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자 한 정치인들 때문에 정부도 더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도쿄 올림픽은 아베 정권이 '일본 부흥의 상징'으로 줄곧 의미를 부여해온 까닭에, 일본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발견이나 상황 공유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대유행이 일어났고 외국인의 방일을 전면적으로 금지했으며 가게들의 영업을 제한하는 긴급 조치도 발령했다. 이것이 하강하던 일본 경제에 직격탄이 되었다.
   2020년 2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7.8%를 기록하며 전후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아베 수상은 지병을 핑계로 급히 사임했지만、그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성과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초라하게 막을 내린다. 버블붕괴 뒤 소위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8%였다. 그리고 아베노믹스 기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했다. 겉으로는 요란했지만 그가 목표로 잡은 2% 경제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5. "이대로라면 일본은 망한다"

   아베 정권을 계승한 스가 정권(2020년 9월부터 2021 년 10월까지 재임)은 코로나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했고 감염병 대유행을 억제하면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국민총생산 GDP의 15.6%에 이르는 재정투입과 28.4%에 이르는 금융지원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예서는 GDP 3.4%의 재정투입과 10.2%의 금융지원이 있었는데, 이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인 셈이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었을까,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했고 이로 말미암아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240%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오래도록 일본을 괴롭혀온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팬데믹 같은 전 세계적인 재난, 재해 상황에는 어려운 계층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으니 국민의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불만은 정치로 향했다. 스가 정권은 1 년 만에 막을 내리고 기시다 정권이 탄생한다.
아베의 계승자에 불과한 스가와 달리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 정권과의 차별화에 노력했다. 자민당 내의 소수 파벌에 불과 했지만 신" 주류가 된 아베파와 달리, 기시다 수상은 구주류 파벌이었다. 기시다의 구주류는 전후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서 고도 경제성장을 이끈 파벌로서, 성장기에는 주류였지만 아베 정권 출범 후에는 비주류로 전락했다. 때문에 기시다 수상은 아베 정권과 다른 정책을 펴는 데 집중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 기시다 수상은 기업을 중시한 아베노믹스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자본주의 노선을 제시했다. 아베노믹스가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는 크게 기여했지만 임금인상과 소비증가에는 별 성과가 없었다는 반성에 근거해 새로운 경제노선을 제시한 것이다. 기시다 수상이 제시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은 임금을 높이고 분배를 개선하면 가계의 소비가 확대되어 다시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구조이다. 아베노믹스가 기업 주도 성장 정책이었다면 기시다는 임금 주도 성장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시다의 새로운 경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먼저 소수 파벌의 힘을 보완하기 위해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무리하게 강행하다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그리고 아베 암살의 계기가 된 통일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 해 지지율이 많이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경제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신주류의 힘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일본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경제 애널리스트였던 일본 전문가 데이비드 엣킨슨 David Atkinsan은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에서 일본 경제가 위험한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으며,〈재팬타임스〉의 전 논설위원인 브래드 글로서먼 Brad Glosserman 역시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에서 일본이 피크를 지나 하강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의 지식인, 경영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히토츠바시 대학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와 고베대학의 얀베 유키오 교수는 이미 일본 경제가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고 경고했으며,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역시 어느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일본은 망한다"라며 엄중하게 우려했다. 

이와 같이 전후 펄펄 날았던 일본 경제는 외부적인 쇼크에 의해 침체에 빠졌고, 무려 30년간 헤어나오지 못했다. 플라자 합의부터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거기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차례로 일본 경제에 쇼크를 주었고, 이러한 충격에 대한 대응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더 길고 깊은 침체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경제 정책의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도쿄대의 요시미 순야 교수 등 일본 지식인들은 "실패가 실패를 부르고 쇼크가 쇼크를 부르는 악순환 속에 일본은 계속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6. 악연의 시작, 플라자 합의

   악순환의 첫 단추는 바로 플라자 합의였다. 플라자 합의는 일본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이 문제 삼았던 것은 대일 무역 적자였는데, 이것이 비단 일본만의 잘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한참 전부터 미국의 제조업은 계속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미국 소비자들이 자국 제품보다 일본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보다 금융과 같은 서비스업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런 선택의 결과로 시장에 일본 제품이 범람하게 되었고 대일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물론 일본도 잘못이 있었다. '일본식 경영' 혹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너무 심하게 자랑하고 다녔다. 하버드대나 MIT 같은 미국 유수 대학의 교수들에게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경영 자료를 제공하면서, 그들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일본 기업의 우월성을 홍보했다. 그 결과 미국 경영대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들에 일본 기업의 성공 사례들이 넘쳐났고, 이것은 역으로 미국인의 감정을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부동산, 영화사 등을 사들이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주요 건물들, 미국인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영화사들이 하나둘 일본 기업 소유로 넘어갔고 이러한 행태가 결국 국민적 반감을 유발했다. 일부 산업의 노동조합이나 일부 지역의 시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때로 제품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한 것이 미국의 정치가들이었다. 그들은 엔화를 평가절상해 일본 제품의 수출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려 했고, 그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였다.

7. 일본 기업의 팔다리를 묵어놓은 미국

   그런데 일본 정부의 양보는 플라자 합의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플라자 합의 직전인 1984년에 일본에 금융 협정을 요구해 관철시켰고, 1986년에는 반도체 협정을 관철시켰다. 특히 반도체 협정은 상당히 일방적인 것이었는데, 일본 반도체 기업의 미국 수출을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해외 반도체를 수입하는 것까지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강제해 반드시 지키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제시한 반도체 수입 목표에 일본이 미달하자 1991년 제2차 반도체 협정(신반도체 협정)을 요구했다. 이 '신반도체 협정'은 일본의 해외 반도체 수입 목표를 30%까지 끌어 올린 뒤 미국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반도체까지 수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었을까? 미국이 일본 기업의 팔다리를 묶어놓은 사이에 삼성전자나 TSMC 같은 외국 반도체 기업들이 급성장했고, 이것은 결국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몰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요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89년에 추진된 '미일구 조협의' 내용을 보면 미국의 압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많았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거의 내정 간섭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미국은 일본 국민들에게 저축을 줄이고 금융 투자를 더 늘리라고 하거나, 농지 규제를 풀어 토지 공급을 늘리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또 유통 규제를 완화해 토이저러스 같은 미국 특정 업체가 일본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일본 기업 의 전통적인 기업 간 관계(계열 관계)나 상거래 관행까지 바꾸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런 과도한 요구들은 독립된 국가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일본은 순순히 미국의 요구를 받아주었다. 일부 관료들은 오히려 미국의 힘을 빌려서 일본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미국 측에 몰래 자료를 넘겨주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다 받아주었던 것일까? 왜 일본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미국의 요구에 '노 No'라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못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물론 딩시에 일부 눈 밝은 기업가들과 지식인들은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 주는 일본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질타했다. 소니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모리타 아키오와 작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펴내 순종적인 일본 정치인과 관료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참고로 이 책은 일본에서 125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일본 정부는 1995년경에야 미국과의 교섭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미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하고 난 뒤였다.

8. 정치인들이 패전을 종전으로 둔갑시킨 이유는?

   이러한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바로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교수다. 시라이 교수는 전후 일본 정치를 분석하며 '아메리칸 푸들', 즉 '미국의 충견'이 되어버린 정치 구조를 연구해 일본을 뒤흔들어 놓았다.
   시라이 교수가 지적한 문제의 출발점은 태평양전쟁의 패전 처리였다. 1941년에 시작해 1945년에 끝난 태평양전쟁은 일으켜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고, 이 전쟁으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이 이러한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했다면 당연히 패전을 패전으로 순순히 인정하고 전범국으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도 져야 했다.
   하지만 패전 후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엉뚱하게도 패전을 '종전'이라고 규정했다. 패배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전쟁이 종료된 것이라고 자기들끼리 정한 것이다. 패전이라고 규정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종전이라고 규정하면 책임이 애매해지거나 모면할 길이 생긴다. 일본 정치인들은 그 점을 노렸다. 
   우선 전쟁 책임자를 찾는다면 당시 군의 통수권자인 일본 왕이 있다. 내각을 거치치 않고 군을 직접 관할했기 때문에 일왕은 전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패전을 종전으로 규정한 것인데, 사실 전쟁 책임자는 일왕만이 아니다. 일왕과 함께 전쟁을 이끈 군부 지도자들, 전쟁 내각의 구성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문제는 전후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전범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A급 전범,B급 전범들이 정치 지도자들의 아버지나 친척들이었다.
   어쨌거나 주요 전범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나 친척 어른이다 보니, 전후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일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전쟁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해방 직후에 한국의 지도층이 자신들의 친일 행각을 감추기 위해 반민족행위 특별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에 끊임없이 충성하며 친일 청산에서 벗어난 과정과 유사하다. 한국의 친일파들이 해방 직후에 친미로 신속히 전향했던 것처럼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도 전쟁 책임에서 벗어난 뒤 신속히 친미로 돌아섰다. 전쟁 중에는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국민들에게 '귀축미영(귀신이나 짐승 같은 미국과 영국이라는 뜻)'이란 말로 미국에 대한 증오를 심었던 그들이, 패전 후에는 철저히 국민을 기만하며 친미주의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그냥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고 세습 정치를 통해 유력 정치가로, 또한 일본 사회의 지배층으로 군림하고 있다.

9. 사무라이는 어떻게 아메리칸 푸들이 되었나?

   시라이 교수는 일본 정치인들이 국민을 어떻게 기만하는지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사무라이 국가'로도 일컬어졌다. 막부 시대에 장군(쇼군)을 정점으로 사무라이들이 지배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에도 시대에는 미야모토 무사시 같은 전설의 검객이 쓴 책이 각광받기도 했고,20세기 초에는 정치인이자 사상가인 니토베 이나조가 쓴 《무사도》같은 책이 일본인의 기본 정신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이런 정신이 충만한 사무라이 국가라면 일본을 패망하게 만든 적국인 미국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복수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전후 일본은 미국을 원수로 생각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에 완전히 굴복하고, 미국을 철저히 따르는 노선을 선택했다. 물론 명분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자신들은 경제 부흥에만 철저히 매진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무라이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시라이 교수는 이것을 일본의 수치이자 비굴함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굴함이 초기 경제발전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지만, 플라자 합의는 그 명분마저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플라자 합의라는 '대미 굴종'이 일본에 이익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경제발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미국에 의존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확실한 이익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분 정당화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플라자 합의 이후의 대미 굴종은 오히려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굴종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1991년 소련의 붕괴는 대미 굴종의 합리화 기반마저 완전히 파기해버렸다. 전후에 그리고 플라자 합의를 할 때만 해도 '냉전 체제'라는 양국 공통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일본으로서는 미국에 납작 엎드려서라도 확보해야만 하는 안보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냉전 체제가 끝난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 에 일본은 당장이라도 미국과의 굴욕적인 관계를 끝내고 당당한 독립 국가로서 자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가들은 냉전이 끝난 후에도 대미 굴종을 계속했다. 이때는 굴종을 위한 굴종, 종속을 위한 종속만 계속되었다. 경제적 이익도, 안보적 필요도 사라졌는데 굴종의 관성만 남은 것이다. 물론 정치 지도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대미 굴종을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일본 경제는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정체되었고 냉전 종식 후에 찾아온 세계화 물결에도 뒤처지게 되었다. 대미 종속을 탈피하고 세계화 물결에 올라타 전 세계 국가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교역했더라면 이후의 경제적 충격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경제가 늪에 빠지는 상황을 나 몰라라 한 채 계속 미국에만 의존했다.  시라이 교수는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을 지적했다. 미국에 대한 굴종의 반작용이 아시아에 대한 오만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무라이 정신과 정반대로 미국에 굴종하게 된 일본인은 정신적으 로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혼란을 정면으로 해소하기보다는 아시아에 오만을 부림으로써 우회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이 일본인의 정신구조라는 것이다.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종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본은 한국과 중국,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전쟁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더구나 이 나라들은 전후에 일본보다 가난했기에 일본은 이들에게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기보다는 돈으로 적당히 보상한 뒤 오히려 오만을 부리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부정하고 오만한 태도를 고수한다. 물론 어떤 때는 인간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사과하거나 보상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패전을 종전으로 강변하다 보면 또다시 역사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 굴종하면 굴종할수록 아시아인에 대한 오만은 더욱 심해졌다고 시라이 교수는 지적했다.

10.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구조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플라자 합의 이후의 경제 정책 실패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라자 합의 같은 외부적 충격은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일본 정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경제 정책이 번번이 실패함으로써 그 자체가 장기침체의 또 다른 근본 원인이 되었다. 버블 경제의 발생과 붕괴도,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똑같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동일했다.
   국내 경제 정책이 연이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전과 동일하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경제 정책이 실패해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면 수상은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을 지지하거나 자신의 파벌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정치가를 후임으로 앉히면 끝이다. 후임 수상이 구성 하는 내각에 자기 파벌 사람들을 집어넣고, 자신은 뒤에서 영향력 을 행사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 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거의 사라질 즈음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면 된다. 패전을 종전으로 정의해 전쟁 책임에서 벗어났듯, 경제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책임의 구조화'다.
   유일하게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놓았던 것이 2009년 선거였다. 계속된 경제 정책 실패에 책임을 지고 54년 만에 자민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는 3년 만에 끝났고 자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만년 야당이다 보니 수권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54년 만에 정권을 잡았지만 우왕좌왕하다 3년 만에 다시 내놓고 말았다. 일본 국민은 단 한 번의 기회만 준 뒤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민주당을 향해 거의 폐족에 가까운 심판을 내려버렸다. 그 결과 자민당을 견제할 정당이 사라졌고, 자민당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말았다. 특히 자민당은 야당을 붕괴시킬 뿐만 아니라 더불어 언론의 비판 기능도 약화시켰다. 처음에는 위안부 보도의 문제점을 들어 〈아사히 신문〉을 공격하면서, 보다 우익적인 〈산케이 신문〉 등을 우대해주었다. NHK 같은 공영 방송에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혀 더욱 보수적인 언론 지형을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일본의 언론 자유도는 점점 더 하락했고, 자민당에 대한 비판이나 견제도 더욱 어려워졌다.
   시라이 교수는 야당이 완전히 몰락하면서 형성된 2012년부터 의 자민당 독주 체제를 '2012년 체제'라고 했다. 여기서 '체제'란 여러 정권을 관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시라이 교수는 이 시스템 속에서 무책임의 구조화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보았다.
   2012년에 탄생한 아베 정권과 그 이후 정권은 사라진 대미 종속의 근거를 중국에서 찾았다. 중국을 구 소련을 대체하는 자유 진영의 새로운 경쟁자로 규정하고, 이를 대미 종속의 새로운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국익과는 반대되는 노선이었다. 중국은 일본 경제에 핵심 이익을 창출해주는 중요 시장이었고, 군비 확대는 경제발전에도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이런 자민당을 견제할 야당도, 비판할 언론도 없었다. 이러니 도쿄대 요시미 교수는 "잃어버린 30년이 다시 잃어버린 40년, 50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히토츠바시대학의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곧 선진국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권이 얼마나 무능했는지는 버블붕괴 후 역대 수상들의 재임 기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이즈미나 아베처럼 장기 집권한 수상도 있었지만、대부분이 평균 1년 정도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그러니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경제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정책만 남발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수상들이 거의 대부분 '세습 의원'이라는 점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쉽게 국회의원이 되고, 이후에도 쉽게 당선 횟수를 늘려온 수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한 수상은 거의 없었다. 적당히 재임하다가 물러나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 나이가 차면 자녀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면서 국회의원직을 마치 가업처럼 이어간 것이다.

11. 곳곳에 부작용을 낳은 잘못된 경제 처방전

   그나마 고이즈미 수상과 아베 수상은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일정 부분의 경제적 성과를 냈다. 고이즈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집권하면서 전후 최장기 호황인 '이자나미 경기(2002년부터 2008년까지 73개월의 초장기 호황)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호경기이긴 해도 너무 약한 호경기이다 보니 많은 국민이 경기가 좋아졌음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소위 '저온 호황'이었다. 특히 고이즈미 수상은 민영화와 고용 유연화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일본 사회에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우를 범했다.
   아베 수상도 7년 8개월간 장기 집권하면서 초기에는 성과를 냈지만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경제상황이 나빠졌다. '아베노믹스' 라는 이름으로 그의 경제 정책을 포장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가 재임하는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이전 잃어버린 20년과 비교해 별 반차이가 없었다.
   특히 아베는 '제로 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지속적으로 늘렸지만, 목표로 한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지 못했다. 통화량이 팽창한 데다 저금리까지 합쳐져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약세였는데, 이것 역시 일본 경제 곳곳에 부작용을 낳았다. 예를 들어 일부 수출 대기업은 환율 약세의 혜택을 보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서민 가계는 생필품 가격이 상승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때문에 아베 암살 이후, 기시다 내각이 아베의 장례를 국장으로 결정하자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일도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떠한 처방전이 제대로 된 처방전이었을까? 이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2가지 원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장기침체가 버블의 발생과 붕괴로 시작되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인구 감소, 특히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소위 '인구 절벽'과 장기침체가 함께 일어났다. 이것은 한동안 일본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유였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 경제도 장기침체에 빠졌지만, 인구 충격은 오랜 기간 서서히 나타났다. 게다가 유럽은 경제 통합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국가 간 인구 이동이나 이민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인구 충격을 매우 빠른 속도로 경험하게 된 첫 선진국이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 가능 인구가 급속도로 줄었고, 이것이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일본총합연구소 모타니 고스케 같은 학자들이 2010년대에 들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인구 충격을 지적하자 비로소 이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차는 이미 떠나고 난 뒤였다. 

12. '인구 절벽'을 경험한 최초의 선진국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기에 모타니의 지적 중에 특히 새겨들어야 할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인구 감소가 수요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에 일본의 역대 정권들이 추진해온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나 생산활동,  투자 등을 도와주더라도 인구 충격에 따른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발상을 180도 바꾸어 수요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주는 것이다. 특히 빈곤층과 한계 빈곤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두텁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안심하고 소비활동과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고령자들이 생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를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 소위 생산 가능 인구의 상한선을 높여주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돈 많은 고령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어서 그들이 소비를 늘리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그것이 힘들면 고령자의 자산과 소득을 소비활동 이 왕성한 자녀 세대나 손자 세대로 조기에 이전하도록 해서、젊은 세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일본 사회는 대단히 보수적이어서 여성들을 전업주부로 묶어두거나 일을 하더라도 파트타임 잡에 머무르게 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불러내고, 또 파트타임보다는 전일제로 일하게 하면 인구 충격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초기에 많았는데、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취업한 여성들은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고, 덕분에 출산율이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를 더욱 체계적으로 빈틈없이 갖출 수 있다면 출산율도 올라가고 생산 가능 인구도 확대되며 수요도 늘어난다. 이러한 정책이 공급 위주의 경제 정책과 맞물릴 때 경제가 장기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모타니의 처방전이었다. 

13. 총수요 확대를 위한 기시다의 새로운 자본주의

   비슷한 처방을 얀베 유키오와 같은 거시경제학자들도 제시했다. 얀베 교수는 잃어버린 30년을 거시경제적으로 분석한 뒤,결국 장기침체는 총수요 부족으로 인해 지속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역대 자민당 정권은 공급 사이드 위주의 정책으로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이익만 잔뜩 쌓아두고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소위 '낙수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임금을 거의 올려주지 않았다. 이것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종업원들은 소비를 억제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들의 매출도 함께 떨어진다. 그러면 기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지만, 소비가 한정되어 매출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것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고, 이 악순환이 일본 경제를 더 깊은 장기침체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아베 등 자민당 정권은 이러한 악순환을 통화량 확대나 환율 인하와 같은 공급 위주 정책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또 역사 수정주의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일본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 경제 외적인 방법으로 장기침체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했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의 폐해를 경험한 기시다 정권은 새로운 자본주의 노선을 가지고 장기침체에 대응하려 했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임금인상을 통해 수요를 진작시키는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다. 또 수요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분배, 복지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30년의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이 새로운 노선의 정책들도 결국 자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베파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임금 주도 성장 정책이나 분배를 통한 성장 정책 같은 진보적인 정책을 보수적인 자민당 주류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시다의 새로운 자본주의 노선도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운명이었다.
   많은 학자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보수화된 자민당 정권의 권력 구조에서는 좋은 정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들은 여전히 수출 대기업 지원 같은 낡고 오래된 정책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경제를 개혁해야 할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으니 장기침체는 여전히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14.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국민'이 가능한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으며 일본은 장기침체에 빠져들었고, 또 한 정부는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놓지 않았다. 경제가 도통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본 국민들은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다시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포기하고 소위 '각자도생'의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최근 '포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포기하다'라는 일본어 단어(아키라메루)는 정치에서도, 언론에서도, 기업에서도,심지어 가정에서도 자주 들린다. 이유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는 뜻의 일본어 단어는 '쇼가나이'다. 정치에 참여해 투표를 해봐도 변화가 없고, 언론이 정론을 펴며 정치를 비판해 봐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니 말이다. 기업의 느려 터진 의사결정은 종업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늘지 않는 소득을 가지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포기한 지 오래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절망이 심각하다. 정치는 이미 노인들이 장악했다. 투표율은 선거 때마다 점점 낮아지는데, 그 와중에 꼬박꼬박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은 노인들이 대다수다. 그러니 자민당은 투표를 열심히 하는 층에 이익을 주는 정책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은 투표장에 잘 오지도 않으니 그들을 위한 정책은 선거 승리에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의 정치는 소위 '실버 민주주의 silver democracy'가 되었다. 노인을 위한, 노인의 정치가 된 것이다. 일본의 정치가 점점 더 보수화되는 이면에는 이러한 실버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럴수록 일본의 젊은이들은 포기하고 체념한다. 끝없는 불황과 비좁은 취업문, 늘지 않는 임금에 사회 부조리마저 충만하니 아예 체념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 하고, 승진도 포기하고, 도전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의 자그마한 행복에만 빠져들었다. 한국에도 전파되어 한동안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사실 장기침체 속 일본 젊은이들에게 먼저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그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만 끼니를 때우고 돈을 벌려는 욕심도 없다. TV나 자동차 같은 비싼 내구재는 사고 싶지도, 갖고 싶지도 않다. 이성에도 관심 없고 섹스에 대한 욕구도 없다. 장기 침체 동안 일본에는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갔다. 그중에서도 게임 등에 몰두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1990년대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늙은 부모가 식사를 방문 앞에 놓아두면 그것만 조용히 가져가 먹고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젊은이들이다. 이들 중 일부가 일탈해 온라인으로 마약을 거래하거나 어린이를 유괴해 집 안에 가두는 비행을 저질러서 신문 사회면을 크게 장식하기도 했다.
   이러한 체념이 깊어지면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일까? 이제는 이런 절망이 전혀 불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체념 상태가 더욱 편안해졌다. 때문에 이러한 젊은 세대를 일본에서는 '득도 세대'라 부른다. 일본어로 '사토리'가 득도다. '득도'란 종교적 정진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 젊은이들이 그 정도로 체념과 절망을 타고난 천성처럼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종교적으로 득도의 경지에 이르면 행복감까지 느낀다고 하는데, 득도 세대 젊은이들 역시 부처의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온갖 번뇌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2010년에〈뉴욕타임스〉 도쿄 지국장이 이런 질문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던졌다.
"이처럼 불행한 상황에 처했는데 일본의 젊은이들은 왜 저항 하지 않습니까?"
이 물음에 일본의 한 젊은 사회학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항과 분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는 절망의 나라에서 오히려 행복합니다." 

15. 일본의 새로운 대외 팽창의 시도

(1) 센카쿠 분쟁과 혐중 정서의 시작

   2010년은 일본인들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였다. 특히 보수 우익들에게는 '치욕의 해'이기도 했다. 먼저 2010년에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자리를 중국에게 내주었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일본은 오랜 세월 동안 '탈아입구', 즉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의 일원이 되겠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추진했다. 그런 일본이 드디어 유럽의 선두국가 서독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얼마나 강한 자부심을 가졌겠는가?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어준 것은 그런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었다. 그간 일본은 아시아를 비근대적인 국가들로 치부했고, 특히 중국을 '지나'라고 비하하며 내심 낮추어 보았다.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은 침략의 대상이었고 만주국처럼 위성국가를 세워서 지배하던 국가였다. 그러던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중국은 13억 3,000만이 넘는 인구대국이 아닌가? 1억 2,000만의 일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던 2010년 9월, 일본에 치욕적인 일이 발생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은 '다오이다오')는 중국과 영토분쟁이 있던 지역이었다. 일본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일본이 먼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기에 중국이 문제를 제기할 때만 양국이 부딪히는 곳이었다. 2010년 9월 7일 오전,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과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상보안청은 이를 의도적인 공무집행 방해로 간주해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했다. 이에 중국은 강력히 항의하며 선장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구속기간 연장을 발표하며 대항했다.
   그러자 중국은 일본 기업인 4명을 군사관리구역 불법촬영 혐의로 구속하고, 또 전자제품과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 중국의 이러한 압력행사에 못 견디고 일본은 9월 24일 중국인 선장을 석방했다. 석방 이유를 묻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민에 대한 영향과 일중 관계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본의 완전한 굴복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이 선장을 석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영토와 주권, 중국 국민의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한 것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일본 기업인 4명 중 3명만 석방하고 1명은 '외교 카드'로 계속 잡아두었다.
   이에 일본인들은 격분해 10월 2일 도쿄에서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규모 반중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중국 사람들도 이에 뒤질세라 시안과 청두 등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를 했다.
   이러한 양국 국민의 시위는 2012년까지 계속되었다. 2012년 8월에는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에 소속된 의원 등 150여 명이 센카쿠 열도에 상륙하려 했다. 2012년 9월에는 만주사변 발발 81주년 기념일에 3,000명 이상의 중국 시위대가 베이징의 일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또 중국에서는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 등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거세게 일어났다.
   양국의 시위야 영토분쟁에 대한 국민감정이 표출된 것이지만, 희토류 보복에 의한 선장 석방은 2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다. 하나는 영토분쟁이 경제안보적 상황으로 확대된 점이다. '경제안보'란 경제를 영토분쟁과 같은 안보적 상황에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희토류는 산업 생산에 결정적인 전략 물자였다. 이 물자를 90%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경제를 위해 중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은 이때 중국에게 당했던 방법을 2019년 우리나라 수출 보복에 그대로 써먹는다. '수출 보복'은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전략 물자인 반도체 핵심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대응한 사건이었다. 중국이 쓴 방법을 똑같이 반복한 치졸한 행동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를 계기로 일본에 혐중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반중 정서는 그전에도 존재했지만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은 그것을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처럼 굴욕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자 일본인들도 대놓고 혐중 정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 수면 아래에 있던 일본 보수 우익들도 전면에 나서기 시작 했다. 시위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SNS에 혐중 발언을 적극적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일부 식자층도 혐중을 조장하는 글이나 서적들을 스스럼없이 내놓기 시작했다.

(2)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 발언

   왜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날까? 이 와중에 일본에서는 동일 본 대지진이 터졌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1 의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지진이었다. 또 초대형 쓰나미까지 밀려와 동북지방 해안선을 따라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가 더해졌다.
   특히 세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원자력 사고 중 하나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까지 일어났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특성상 3중, 4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했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의 결과 발전소 일부가 파괴되어 아직도 완전히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에 일본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충격이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이웃 나라 한국으로부터 다시 일본을 뒤흔드는 일이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10일에 독도를 공식 방문했던 것이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에게 독도는 거의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지명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다케시마'라고 불렸지만,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어디에 있는 섬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 곳에 이명박 대통령이 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었다.
   일본이 이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직접 강한 유감 성명까지 발표하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고、이 문제로 양국 관계에 격랑이 몰아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까지 했다.
   그 정도에서 그쳤다면 적당히 수습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을 또 붓는다. 그 유명한 '천황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하고 며칠 뒤에 소감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면 우선 지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저질렀던 악행과 만행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일왕이 독립투사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죄 한다면 일왕 방한도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거기다 덧붙여 "통석의 염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도 없다"고까지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 '통석의 염'은 다름 아닌 아키히토 일왕이 1990년에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한 말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일왕을 직접 겨냥해 사죄하라는 발언을 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3) 얼어붙은 한일 관계, 반한을 넘어 혐한으로  

   그런데 이 발언은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일본과 일왕에 대한 태도와는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노무현 정권 때와는 달리 친일적인 자세를 보였다. 2008년 4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원론적으로는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굳이 방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그 직후 일왕을 방문해 한국에 초청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9월 15일에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을 맞는 2010년에 일왕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또 불과 1달여 전에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GSOMIA을 비밀리에 추진하려다가 이 사실이 유출된 후 국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일 군사정보포괄 보호협정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 상태였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이 발언은 일본을 뒤흔들어 놓았다. 안 그래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슬픔에 잠긴 일본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울분을 터뜨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더구나 일본의 보수 우익에게는 또 다른 치욕으로 여겨졌다. 중국은 대국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있었지만, 한국은 자신들이 식민지로 지배까지 했던 나라가 아닌가? '한강의 기적' 등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 수 아래의 나라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진 일본 우익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한국을 적국으로 보겠다"는 강성 발언도 나왔다.
   일본 내의 이러한 반응은 한일 관계에 2가지 큰 흐름을 만들었다. 하나는 당시 일본에서 대단히 높았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급전직하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친근감은 크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1998년 김대중 오부치 선언 후 양국 간의 친근감은 매우 높아졌고, 한류 붐이 더해지면서 일본 국민은 한국을 좀 더 가깝게 여겼다. 이와 더불어 한일 관계도 좋아졌다. 일부에서는 '백제 시대 이후 최고의 한일 관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한일 관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급속히 냉각되었다. 그리고 냉랭해진 분위기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 때도 계속되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일본 내에 혐한 풍조가 급속히 확산된 점이었다. 사실 우리는 일본을 싫어하고 반대해도 '혐일'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반일' 정도로 통일해 사용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반한'을 넘어 '혐한'이라는 더욱 격한 감정을 담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혐한 감정이 확산되자 혐한을 조장하는 방송과 서적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광고판에는 혐한 기사를 실은 잡지 광고들로 가득했고, 주요 서점에는 아예 혐한 잡지와 책만을 전시해놓은 특별 코너가 생길 정도였다.

(4)  "인도양,태평양을 결합해 중국을 봉쇄하자" 

   혐중과 혐한으로 기울어 가는 국민을 일본의 정치가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특히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서를 조장하고 이용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인의 전형이 아베 신조였다.
   아베는 이명박 대통령의 천황 발언이 있고 얼마 뒤에 집권한 수상이지만, 2006년에 1 년간 단기 집권한 적도 있었다. 이때 중국을 의식한 쿼드 전략과 인도 태평양 전략의 원형을 내놓았다.  아베는 2007년 8월에 인도를 방문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인도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때 '2개의 대양의 결합‘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에 면한 인도와 일본이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 외교로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과 인도가 미국, 호주와 함께 4개국, 즉 쿼드quad의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이미 2005년 전후에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나중에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일컬어지는 전략이었다. 인도양 주변의 전략적 거점들을 마치 진주목걸이처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동에서부터 남중국해로 연결되는 해로를 따라 여러 나라와 전략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국으로의 에너지 자원 루트를 안정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아베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역으로 해양 세력을 규합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1기 아베 정권은 단명했지만 2012년에 다시 총리로 복귀한 아베는 우선 유명무실해진 쿼드 구상을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으로 부활시켰다.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이란 아베의 집권 2기 안보 구상으로, 일본, 미국, 인도, 호주의 4개국을 연결할 경우 태평양과 남중국해, 인도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마름모꼴 형태가 되는 데서 착안한 구상이었다.
   아베 총리는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중국해가 '중국의 호수'가 되려고 한다"라고 하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가에 위협을 느끼는 인도와 호주를 미일 안보동맹에 연결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중국을 자극했다. 그다음 해에 출범한 중국 시진핑 정부는 2013년 9월 그 유명한 '일대일로' 전략을 제시한다. 일대일로 전략에서 일대는 산시성의 시안 혹은 내몽골 자치구의 후허하오터에서 시작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독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다. 그리고 일로는 베이징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몰디브, 파키스탄, 예멘, 케냐, 탄자니아, 그리스, 이탈리아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다. 이를 합한 '일대일로'는 총 49개국을 도로와 철도, 해로 등의 교통 인프라 투자로 연결해 국가 간 운송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기존의 진주목걸이처럼 에너지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이들 지역의 물류와 에너지, 산업 등을 하나로 묶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확장된 버전이었다.
   일대일로 전략에서 아프리카의 케냐는 중국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을 방문한 아베는 2016년 8월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전략 FOIR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을 발표한다. 아베는 당시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태평양에서부터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인도 태평양 지역을 "자유와 법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장방'으로 규정하고, 관련국들이 국제 규범에 근거한 인프라 정비와 무역, 투자, 해양 안보 분야 등에서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오늘날 외교 무대에서 일반 명사처럼 자주 사용되는 인도 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이 쿼드와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을 거쳐서 처음으로 구체화되었다.
   이후 아베는 2017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집요하게 설득해 같은 해 1 1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전략'을 양국 공동의 외교전략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아베는 트럼프를 설득해 2020년 8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를 출범할 뜻을 밝힘으로써 쿼드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인태전략과 쿼드는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그대로 계승해 중국을 견제하는 주요 전략으로자리 잡았다.
   아베는 왜 이렇게 집요하게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하려는 것일까? 물론 이전의 치욕을 갚고자 한 목적도 있지만, 미국의 힘을 빌려 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목적도 숨어 있었다. 이는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미쓰야(三矢, 3개의 화살)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한반도에서 한국을 떼어내고 중국에서 대만을 떼어내어 이 나라들과 일본이 함께 '자유주의의 3개의 화살‘이 되자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아베 버전이 바로 인태전략이었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양 세력들이 협력해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대륙 세력들을 봉쇄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미국을 끌어들여 해양 세력의 힘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이 전략이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일본은 라이벌인 중국을 누르고 아시아의 맹주로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5) 투키디데스 함정과 트럼프의 예정된 전쟁 

   아베의 생전에 그와 관련된 동영상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수상은 트럼프를 극진히 대접했다. 트럼프를 골프장에 초대해 친선을 도모했는데, 아베 수상이 벙커에서 크게 넘어진 것이다. 벙커 샷을 하고 난 뒤 너무 급하게 트럼프를 따라가려다가 나뒹굴고 말았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일본 전역에 방영되었다. 이것은 아베가 트럼프를 얼마나 극진히 대접하려 했는지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간과 쓸개를 다 빼 주면서까지 환심을 사려 했고, 그 환심 속에서 인태전략 세일즈가 성공했던 것이다. 트럼프는 사업가답게 아베가 만든 중국 포위 전략인 인태전략을 흔쾌히 사버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일본의 인태전략을 선뜻 받아 미국의 외교전략으로 선택했을까?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중국을 WTO에 가입시켰다.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중국 경제가 성장하자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 중국을 편입시켰던 것이다.
   이 조치로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범용품을 만들어 수출했다. 덕분에 미국도 큰 혜택을 누렸다. 중국이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공급해주니 미국은 인플레이션 없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더구나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로 다시 미국 국채를 사주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더욱 고마웠다.
   하지만 중국 때문에 미국의 범용품 공장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값싼 중국 제품이 범람하자 미국의 제조업 공장들이 하나둘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거나 공장을 아예 해외로 옮겨버렸다. 그러자 그 기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 미국 중부의 공장 지대, 즉 러스트 벨트rust belt였는데 이곳에서 일하던 백인 중산층들이 많이 몰락했다. 이들의 불만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트럼프였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 지역의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예상치 못한 이변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 트럼프에게 중국을 봉쇄하자는 아베의 인태전략은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좋은 제안이었다. 러스트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불만을 중국으로 돌린 뒤, 중국을 봉쇄하는 인태전략을 자신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유권자들도 좋아하고 지지율 유지에도 도움이 되니 트럼프가 마다할 리 없었다.
   그때 재미난 책이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초대 학장을 역임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쓴 《예정 된 전쟁(2017 출간)》이란 책이다. 이 책의 부제가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할 수 있는가'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기존의 지배 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구조적 긴장이 극심하게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앨리슨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급격하게 부상하던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가 빚어낸 구조적 긴장 관계의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500년간 세계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총 16차례였고, 그중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중국은 이미 미국의 턱밑까지 따라왔고 그 속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중국몽)을 선언했기 때문에 미국의 견제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야망을 축소한다면 이 전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역전쟁이나 사이버 전쟁, 해상에서의 국지적 충돌 등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트럼프가 취하는 외교적 조치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일정 부분 정당화하는 책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그의 주장이 미국 주류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기에 한국에도 소개되고 주목받았다. 

(6) 안보를 위해 경제를 수단화 하겠다?

   앨리슨의 책이 학계에서 미중 패권경쟁을 정당화해준 것이라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새롭게 개발되었다. 바로 '경제안보 Economic Security'라는 재미난 개념이었다. '경제가 안보고 안보가 경제다'라는 개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다. 경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먹고사는 문제는 곧 죽고 사는 문제'다.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는 수많은 죽음의 이유 중 상당수가 '먹고살기 힘들어서'가 아닌가? 그러기에 경제가 곧 안보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처음 생겨난 것도 아니다. 과거에도 이미 오랜 세월을 풍미했다. 못 먹고 못살던 시절에는 국제교역만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었다. 교역이 곧 안보였고, 군대를 총동원해서라도 국제교역을 지켜야만 했던 내세기 중상주의 시절도 있었다. 더 나아가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국부를 축적하려 한 19세기 제국주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현대에 접어들어 경제는 서서히 정치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화 이후 경제 우위의 시대가 열리면서 경제와 안보를 연결하는 사고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2017년 12월, 미국 국방부가 이 개념을 들고 나왔다. 경제가 안보만큼 중요하다는 주장은 상무성이나 무역대표부가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왜 국방부가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경제적 번영과 성장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이야기는, 곧 국가안보를 위해 경제를 수단화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무역공세 때문에 미국인들은 불만이 커졌고 이것은 또한 국가의 안위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장비 회사의 제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논거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 경제안보 개념을 이용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주요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 기간망에서 중국 통신회사 제품을 모두 퇴출시켜버렸다.
   경제 전문가의 눈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수입되는 양이 줄어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의 대체품이 없다면 오히려 수입품의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구나 미국 내에 물가상승 분위기가 있을 때 이러한 고율의 관세부과는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잘못된 조치다.
   때문에 2021 년에 탄생한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첨단 기술전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 '프렌드 쇼어링 friend-shoring' 혹은 '신뢰 네트워크 trust value chain'라는 개념을 가지고 자유 진영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리쇼어링 reshoring 정책을 추진해 한국 기업이나 대만 기업 등을 미국으로 강력하게 유치하기 시작했다. 필요하다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IRA, Inflation Reduction Act 이나 반도체 법 등을 만들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것이다. 좋은 말로 미국 우선주의이지, 결국은 자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조치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은 다른 나라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자연스러운 무역 흐름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보조금을 주면 다른 나라도 보조금을 주게 된다. 그러면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무역의 흐름이 왜곡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역 이론에 반하는 조치이지만, 미국은 경제안보라는 개념을 만들어 정당화하면서 밀어붙이는 중이다.

(7) "전 세계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수도"

   미국이 경제안보라는 단어를 만들어 자의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도 생존을 위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나라들에게 경제는 정말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요인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경제는 곧 안보'다. 그래서 이들은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원자재나 전략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했다. 또 국가 산업 정책을 강화해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필요하면 보조금을 주기도 하고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가 상호협력 해 연구개발을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민간 기업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특정 인력이나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았다.
   이 국가들은 경제가 국가 안위에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이러한 조치들을 실행한 것이다. 미국처럼 안보를 위해 경제를 수단화한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가 너무 중요하기에 경제를 안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자가 오염된 경제안보 개념이라면 후자야말로 진정한 경제안보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도 전에 전 세계 경제가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교역량이 크게 줄고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매년 1,850조 달러의 국제교역이 감소되었다고 추정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또 세계은행은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 경제 전체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2000년에서 201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3.5%에 달하던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1년에서 2021년까지 2.6%로 추락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향후 10년간의 성장률도 2.2%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바람에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선진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변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순항하던 한국 경제가 2019년에는 2.2%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2020년 연초부터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이 가세했다. 먼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팬데믹으로 봉쇄되어 전 세계 경제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미국의 항만과 해운이 팬데믹 충격을 겪으면서 또 한 번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발생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발발로 전 세계가 동아시아로 눈을 돌린 사이에 러시아가 유럽을 치고 들어온 것이다. 그런 탓에 세계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모르고 지내던 많은 나라에서 갑자기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잡고자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이번에는 고금리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고금리에 미국의 지방 은행들이 파산했고, 그 여파가 유럽까지 미쳐 스위스의 글로벌 은행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또 국가 신용도가 낮았던 남아시아 국가 중 일부는 국가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세 번째 대외 팽창으로 시작된 인태전략은 전 세계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이러한 혼란에 한국도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일본은 대 한국 전략도 따로 세우고 실행함에 따라 한국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부분은 이어지는 장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8) 보수 우익의 피가 끓어오르는 아베

   아베는 한때 친한파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가 쓴 책 《아름다운 나라로》에서도 한일 관계를 낙관하고 한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의 집안과 지역구를 살펴보면 보수 우익의 강한 피를 느낄 수 있다. 우선 그의 본적지와 지역구가 야마구치현이다. 야마구치현은 메이지 유신의 발흥지로 알려진 조슈 번의 지금 이름이다. 또 아베 스스로가 사상적 스승이라고까지 한 요시다 쇼인은 조슈 번 출신으로 정한론을 설파한 사람이다. 요시다 쇼인은 유신 여명기에 펴낸 저서 《유수록》에서 "국력을 키워 뺏기 쉬운 조선과 만주, 중국을 우선 복종시키고 교역에서 미국과 러시아에게 잃은 것을 조선과 만주로부터 충당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3대 총리로,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와 더불어 '조슈 번의 3영웅'이라 불리는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전통을 아베는 이어받고 있다. 야마가타는 일본 육군의 아버지이자 군국주의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특히 야마가타는 일본의 근대화 계획을 수립하면서 독일로부터 '주권선'과 '이익선' 개념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주권선이란 일본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으로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이고, 이익선은 주권선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선으로 한반도와 대만, 사할린 등을 말한다. 이후 이익선을 지키기 위해 조선과 대만을 강제로 병합하고 주권선으로 편입했다. 또 일본의 이익선을 만주와 필리핀으로 확장시키면서 만주를 점령하고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을 침략하는 핵심적인 개념이 되었다.

(9) 쇼와의 요괴,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꿈

   또한 아베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기도 했다. 기시는 '쇼와의 요괴'라고 불리는 정치가였다. 쇼와 시대(1926~1989년) 초기인 1936년에 만주국 정부의 산업부 차관으로 근무하다가 1941년에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 대신 및 군수성 차관으로 취임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1939~1945년 사이 강제징용령으로 식민지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와 노동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 등으로 기시 노부스케는 전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되어 징역을 살았다. 그러나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미국과 소련 간에 냉전이 시작됨에 따라 석방되어 기사회생한다. 이때 미 군정이 취한 정책을 '역코스 reverse course'라고 하는데, 이 노선 변경 때문에 기시 같은 전범들이 석방되었다.
   이후 기시는 정치에 입문해 1955년 보수 대통합을 이루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외의 공산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강력한 보수 단일 정당이 필요했는데 미키 부키치, 오노 반보쿠 등과 함께 자유당과 민주당을 통합해 자유민주당(현재의 자민당)을 결성한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1955년 체제'였다. 이후 기시 노부스케는 이 공로로 1957년 2월 총리로 취임하는데(1957년부터 1960년까지 재임), 이때 남긴 그의 최대 업적은 I960년의 안보 개정이었다.
   요시다 시게루 전임 수상 등이 구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개정해 일본의 '피점령 체제'를 불식한다는 것이 안보 개정의 주된 목적이었다. 이 조약의 개정은 미일 관계를 보다 '대등한 관계'로 전환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반안보 시민투쟁'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안보 개정 반대 투쟁이 격렬하게 일어난 것이다. 이 격렬한 반대 투쟁 속에서 개정된 신 조약이 가까스로 체결되고 비준되었지만 이와 더불어 기시는 1960년 6월에 총리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전인 1951년에 체결된 미일 안전보장조약은 미일 양국이 일본의 안전보장을 위해 체결한 조약이었다. 그러나 체결 당시에는 일본의 방위뿐만 아니라 일본 내의 내란, 폭동 같은 혼란 사태에 미군이 임의로 출동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된 불평등 조약이었다. 기시는 이것을 개정해 신 안보조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신 안보조약은 내란 출동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는 대신 미 일 공동방위가 명문화되는 등 한층 진일보한 조약이었다. 미군이 일본을 지켜주는 대신 주일 미군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공동으로 방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청년, 학생, 노동조합 등이 이 조약 개정을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약을 개정하면 일본이 미국의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의 상황에서 강한 반전여론까지 거기에 합세했다. 도쿄대 학생의 사망 사건까지 발생한 격렬한 시민 저항이었기 때문에 이 조약이 국회에서 비준되자마자 기시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시는 전임 수상인 요시다 시게루와는 정반대의 노선을 가진 인물이었다. 요시다는 패전 후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게 된 상황이니 미국이 만들어준 평화헌법을 기반으로 경제개발에만 전념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비하면 기시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독립 국가로서 재무장하는 길을 주장했다. 제국주의의 '영광‘을 잊지 못한 기시는,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란 일종의 거세된 국가로 여겼다.  특히 그는 만주국의 설계자이자 일본 파시즘의 경제를 총 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기시는 냉전이라는 상황을 잘만 이용 하면 미국의 용인 하에 한반도와 만주로 다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공산주의의 진출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이 동남아시아와 강력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시가 퇴임한 이후 요시다의 경제개발 노선을 계승한 이케다 하야토(I960년부터 1964년까지 재임) 총리와 사토 에이사쿠(1964년부터 1972년까지 재임) 총리 등이 연속으로 집권하면서 기시는 일본 보수의 비주류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랜 후에 기시를 계승하면서 보수의 신주류로 재등장한 것이 바로 외손자 아베였다.
   아베는 외할아버지인 기시의 노선에 덧붙여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주창하는 '자유주의 사관'을 신봉했다. '자유주의 사관'이란 일제가 저지른 전쟁이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지배로부터 아시아 민중을 해방하기 위해 치른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보는 역사관을 말한다. 아베는 장기침체로 의기소침해 있는 일본인들에게 역사 수정주의를 통해 자신감을 북돋으려고 했다. 과거사를 수정함으로써 애국심을 고취하고 더욱 강한 국가로 나아갈 길을 열고자 했다. 이는 일본 근대를 긍정함으로써 국가주의를 복원하고자 했던 외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는 길이기도 했다.

(10) 한반도의 평화를 막은 치밀한 훼방꾼, 아베

   사실 아베는 일본과 북한의 관계개선도 철저히 방해한 인물이었다. 2002년의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 때 아베는 관방장관으로 수행했는데,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안이한 타협은 안 된다"며 강경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방해해 자민당 간사장으로 벼락출세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일본으로서도 북일 국교 정상화는 동북아에 있어서 마지막 숙제이었기에 고이즈미 총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베는 그곳에서 '납치자 문제'를 제기했다. 납치자 문제는 일본의 보수 우익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안건 중 하나로,북한과의 관계에서 일본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논리를 뒤집어 씌우는 중요한 이슈였다. 아베는 이 이슈를 이용해 북일 국교 정상화를 막았고, 이를 발판으로 최연소 수상, 전후 세대의 첫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런 아베였기에 평창 올림픽 만찬장에서만 초를 친 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 남북 관계의 주요 고비 때마다 끊임없이 방해했다. 이 방해는 한반도에서만 그치지 않았고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방해공작을 펼쳤다. 이러한 내막은 후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2020)》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 부분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일이었기에 책의 내용을 인용해 조금 상세히 설명하겠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헌정 사상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자 처음으로 남한에서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그 직전인 4월 18일에 아베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많은 시간을 북한문제에 할애하며 트럼프에게 사전 교육을 시켰다. 아베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o 북한과의 합의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과의 핵 합의와는 달리 엄격하고 실제적인 합의가 되어야 한다.
o 탄도 미사일의 경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함께 일본에 직접 위협이 되는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폐기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생화학 무기도 폐기될 필요가 있다.
o 북한은 미국의 무력행사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며칠 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북한과 러시아에 많은 교훈을 주었을 것이다.
o 북한에 대한 최고의 협상 카드는 군사적 압박이다. 과거 김정일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했을 때 매우 당황했다.
   아베는 미국이 무력행사를 포함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해야 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과의 합의에 대해서는 ICBM과 더불어 중단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폐기까지 자세하게 주문해놓은 것이다.
   2018년 6월 12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담을 앞두고 아베는 5월 28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 간 통화를 요청한 뒤 마라라고에서 당부한 모든 요소를 재차 확인 했다. 아베는 "나는 김정은을 믿지 않으며,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야 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전 설명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주장을 했다.
   또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야치 쇼타로 사무국장을 백악관에 파견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야치 국장은 3가지를 특히 강조했는데, 첫째는 북한의 핵 무기 보유 의지는 고정된 것이라는 점, 둘째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는 거의 마지막이라는 점, 셋째는 일본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행동 대 행동 quid pro quo' 빙식을 믿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동 대 행동' 방식이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먼 미래에 배치해두는 반면, 경제적 지원은 먼저 하는 것이므로 북한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한계 효용은 비핵화 조치의 한계 효용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은 무조건 북한에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받아주면 안 된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었다.
   그다음 해에 열린 하노이 북미회담(2019년 2월 27~28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베는 G7 정상회의에 가던 길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북한은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다. 북한 정치인들은 매우 터프하고 교활하다"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에게 과도하게 양보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물론 아베의 이와 같은 집요한 방해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결국 하노이 북미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11) 한반도 뒤에서 기지국가가 되려는 일본

   하지만 아베의 방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두 달 뒤인 4월 26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노이 노딜을 높이 평가하면서 트럼프야말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간은 미국 편이므로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다시 요청했다. 마치 확인 사살을 하듯이 아베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더 짓이겨 놓았다.
   아베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방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뒤에는 일본 보수 우익의 한반도관이 있다. 한반도를 분단 상태로 고착시켜 놓아야 일본의 국익이 극대화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소위 '기지국가론'이다.
   기지국가론은, 한반도를 전쟁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가능한 상태인 '전장戰場국가'로 묶어 두고 일본은 그 후방의 '기지국가'로 자리매김하자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도 확보하고 경제적 이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지국가로 변신한 일본은 그간 수많은 혜택을 누렸다. 일본이 패망했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은 일본을 비군사화하고 민주국가화 하는 것이 기본 노선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먼저 비군사화 노선이 180도 전환되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전환을 '역코스'라고 했다. 그 결과 일본에 자위대의 전신인 경찰예비대가 설치되었고 해상보안청 요원이 증원되었다. 또 군국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정책들도 대거 후퇴하기 시작했다. 군국주의자 추방령이 해제되었고 전직 군 간부들의 추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를 비롯해 많은 전범이 석방되었고, 군 간부 중 일부는 새로 창설된 경찰예비대에 편입되었다. 더 나아가 공직 등에서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추방되었고, 노동3권이 일부 제한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이 일본을 동북아의 기지국가로 탈바꿈시키면서 이루어진 조치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일본 경제 부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불황에 허덕이던 일본 경제는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했다. 패전 후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실업자가 넘쳐났고 인플레이션은 극에 달했다. 특히 1949년 트루먼의 특사로 일본에 파견된 더지 Joseph M. Dodge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초긴축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일본은 최악의 불황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 가뭄의 단비처럼 내린 것이 한국전쟁의 특수였다.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일본은 유엔군의 보급기지가 되었고, 경제는 호황으로 돌아섰다. 물론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는 일시적인 경기 반동도 있었지만, 그다음 해인 1954년부터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고도 경제성장기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 년간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10%를 능가했다.
   이런 달콤한 추억 때문일까? 일본은 한반도를 어떻게든 전장 국가로 묶어두고 싶어 한다. 게다가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더더욱 막아야 한다. 아베가 보수 우익의 선두에 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집요하게 방해했던 이유다.

(12) 반공연대와 가두기 전략

   일본의 보수 우익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 묶어두려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일본의 '가치 연대'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가지고 한국을 가두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로부터 이탈한다고 보았고, 조금이라도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면 한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겉마음과 속마음(일본어로 겉마음은 다테마에이고 속 마음은 혼네이다)이 다른 국가이다. 겉으로는 가치 공유를 내세우지만, 속마음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내 반공연대 속에 잡아두려 했다. 이 또한 오랜 역사적 경위가 있는 일본의 기본 전략이다.
   2022년 7월 아베가 암살되었을 때 암살범이 통일교 교도의 자녀라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착관계가 일본에서 큰 이슈였다. 이때 흥미로운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가 문선명 통일교 교주와 교류해왔고, 그것이 아베와 통일교가 만나게 된 시작점이라는 사실도 밝혀진 것이다. 기시는 수상 퇴임 후에도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고, 이때 후원자로서 문선명과 친분을 맺었다. 그 계기는 '반공'이었다. 당시 통일교는 일본에서 교세를 크게 확장하고 있었는데 종교의 주요 가치로 반공을 표방했다. 이 가치와 통일교의 교세가 '쇼와의 요괴'라고 불리던 기시의 눈에 들어간 것이다.
   또 기시는 한국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수상 퇴임 후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도 깊이 관여했다. 기시는 '대아시아주의'의 시발점이 한국과의 국교 정상화라고 보았기에 자신의 만주국 인맥을 총동원해 박정희를 도왔다. 또 만주군 출신의 박정희도 기시의 도움을 받으며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다. 기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한일 수교 5년째인 1970년 6월에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훈했다.
   이처럼 반공을 매개로 한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나카소네와 전두환 시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나카소네는 일본에서 '보수 우익의 중흥자'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기시의 전통을 이어받으며 보수 방류에서 주류로 들어선 인물이었다. 나카소네는 전두환 정권에 40억 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제공해줌으로써 전 정권의 기사회생을 도왔다. 차관의 조건은, 한미일 세 나라가 함께 손을 잡고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내자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나카소네는 기시와 마찬가지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이와 같은 한일 간의 반공연대는 한국의 민주화 이후에 차차 약해지고 단절되었다. 반공이라는 것이 결국 독재 정권을 정당화 하는 수단이었음을 많은 국민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정치가 세습되기 때문에 반공연대가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계승되었다. 아베와 통일교의 유착이 대를 이어 내려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13)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일 경제전쟁의 시작

   2019년 7월 1 일, 일본은 대한국 수출 규제 품목을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아미드 등 3개 품목으로,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것들이다. 한국의 수출입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 품목들의 대 한국 수출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나타난 '철 지난 반공' 사건이었다.
   연이어 일본은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색 국가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신뢰 국가'다. 일본 제품을 수출할 때 인허가 절차 등을 우대해준다. 그래서 백색 국가에서 제외 되면 특정 제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할 때마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백색 국가 제외는 그만큼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은 수출 규제의 표면적인 이유로 한국의 제도 불비를 들었다. 3개 품목 중의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북한 관련설'을 언급하거나, 일본 제품들이 한국을 경유해 중국, 이란, 시리아 등으로 우회 수출되어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협의를 여러 번 요청했는데 한국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을 규제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였다. 실제 이유는 한국 대 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이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에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이루어졌다며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3권 분립'이 엄격한 국가이므로 정부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대해 일본은 수출 규제라는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한국의 계속된 항의에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의 안전보장을 위해 수출관리 를 적절히 하려는 차원의 운용방침 재검토이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 까지나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른 일본의 핑계에 불과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적 보복을 가한 첫 사례였다는 점이다. 70여 년간의 한일 관계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는 전통적으로 '정경분리' 원칙이 견지되어왔다. 정치와 경제를 엄격히 분리해 운영하는 원칙이다. 과거 김대중 납치 사건이나 이명박 대통령 천황 발언 등으로 양국 관계가 험악해졌을 때도 경제 관계는 항상 논외였다. 자유롭게 교역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여지를 항상 남겨둔 것이다. 이 원칙을 처음으로 깬 것이 일본의 수출 규제였다.

(14) 서로의 급소를 노린 한일 양국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도 맞대응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응조치를 마련하고,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와 관광 거부 운동을 시작했다. 불매운동을 위한 '노노 재팬'이라는 웹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사이트에는 사지 말아야 하는 일본 제품과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까지 소개했다. 초기에는 맥주나 의류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점차 자동차 같은 내구 소비재로 확산되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들도 직접 불매운동에 나섰다. 마트나 재래시장 등에서 일본 제품 판매 중지를 선언하고, 일부 택배 노동자들은 일본 제품의 배송을 거부하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일본 관광 거부 운동이었다. 당시 한 일 상호 관광은 매우 불균형적이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연간 750만 명 정도인데 반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만 명 정도였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해도 한일 간 역조가 큰 상태였다. 특히 일본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 중 한국인이 무려 25%를 차지했다. 한국 관광객은 일본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까지 방문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관광 거부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 규제의 또 다른 이유다. 왜 수출 규제 품목이 하필 반도체 관련 부품일까? 일본의 보수 우익 중 일부는 "한국은 반도체가 급소이므로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를 해서 급소를 찔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초기에 '타도 삼성'으로 시작해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한국 반도체 타도로 확대되었다.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 반도체 급소론'이 일본 내에서 조용히 퍼져 나갔고, 이것을 과거사 문제로 연결한 것이 아베였다. 일부 급진적인 보수 우익들의 주장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을 되받아친 것 이 한국인들의 노노 재팬 로고, 일본 관광 거부였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환율도 점진적으로 약세화 되었다. 반도체와 같은 산업 육성 정책을 일본 정부가 여러 번 시도해보았지만 장기 경제침체 속에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아베 정부도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중 하나로 산업 육성 정책을 실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때 아베 정부가 눈을 돌린 것이 관광 산업 육성이었다. 환율 약세로 해외 관광객이 많아지기 시작했기에 관광 입국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었다.
   이 정책은 자민당의 이익과도 직결되었다. 자민당은 대도시보다 지방 중소도시에 강한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지방 중소 도시는 장기 경제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지방 소멸'의 주요 대상이기도 했다. 이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민당의 지지 기반을 유지할 좋은 방안도 된다. 때문에 자민당은 지방창생본부를 만들고 지방 관광 육성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다. 그런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 중소도시 관광이 활성화 되었고, 거기에 많이 간 사람들이 주로 한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은 이 점에 착목했다. 지방 관광이 일본의 급소였던 것이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를 급소라 여기고 찌르려 했으니 한국도 그 보복으로 지방 관광을 거부했다. 이것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한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자 지방 중소도시 자민당 의원들이 타격을 받았고, 그들은 서서히 아베 정권에 비판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것이 정권 교체의 중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이 현상이 아베 정권의 무모한 수출 규제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일 경제전쟁의 한 단면에 불과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 같은 대륙 세력을 봉쇄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2012년경부터 해왔다. 그리고 이것이 미중 패권경쟁으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 충격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5) 똑똑한 다변화를 추구하는 세계 각국의 전략

   2023년 5월 21 일에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에서는 5년 동안 끌어오던 미중 패권경쟁에서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선언이 있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전면적인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디리스킹 de-risking은 리스크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디리스킹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중요 물자 등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변화 diversification하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에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에서 안정적인 관계로 전환하면서 특정 물자나 특정 행동에 대해서만 서방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대중 관계가 해빙될 것이라고 시사했고、이후 블링컨 국무장관과 옐런 재무장관, CIA 국장 등이 중국을 방문해 관계개선을 모색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유럽연합 국가들이 꾸준히 문제제기한 결과였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독일의 숄츠 총리였다. 숄츠 총리는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마치자마자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나친 의존을 줄이는 "똑똑한 다변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약 다섯 달 뒤인 2023년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대중국 전략으로 디리스킹을 천명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가능하지 않으며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의 관계는 흑백이 아니다"라며 향후 디리스킹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 달 뒤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2차례 회담을 가진 뒤, "유럽은 미국 의존도를 줄여 대만과 관련된 미중 대립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두렵다고 우리가 미국의 추종자나 속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나아가 마크롱은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초강대국 간 대립이 격화되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시간도 재원도 확보할 수 없다"며 미국과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국가 중 유일하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여러 노력 끝에 '디커플링'이 '디리스킹'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일본이었다. 히로시마 G7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수상은 G7 공동성명을 준비하면서 G7 국가들의 움직임을 누구보다도 먼저 파악했다. 그리고 하야시 외무상을 베이징으로 급파해 친강 외교부장과의 만남을 추진했다. 이 자리에서 친강은 "일본이 악인의 앞잡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일본을 비난했지만 하야시 외무상은 "현재 일중 관계는 수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있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고 규정하면서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강대국이기도 하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야시 외무상은 친중파로 일중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아버지도 동 의원연맹의 회장직을 맡았을 정도로 대대로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인이다. 기시다는 중국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운 아베의 대중국 정책을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를 기용했고, 그 목적이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시다는 7월 5일 일본무역협회 회장인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을 중국에 급파했다. 우리에게 고노 회장은 위안부와 관련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역사적인 '고노 담화'를 발표한 인물이다. 아시아를 중시한 그는 무역협회장 자격으로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중일 관계가 껄끄러울 때마다 양국 간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는 80여 명의 기업인 방중단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고노 회장은 "여러 가지 마찰들을 묻어두고 큰 틀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중 경제, 무역 협력은 양국 관계와 지역의 안정 번영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했다. 하야시 외무상과 고노 회장의 중국 방문은 2012년 이후 일본이 추진한 대중국 봉쇄 정책에서 크게 후퇴하는 움직임이었다.

(16) 디리스킹 시대,잘못된 대외 팽창의 결과  

   일본은 역사상 3번의 대대적인 대외 팽창을 감행했다. 그 첫 번째가 임진왜란이었다. 당시 일본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대외 팽창을 감행할 여건이 되었다. 세계 최대의 은광이 발견되었고, 조선의 은 제련기술이 도입되어 은광 개발 붐이 일어났다. 일본은 이 은을 가지고 포르투갈 상인들과 통상을 했고 그 결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은은 전 세계 유통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고, 그 은으로 서양의 최신식 무기인 조총을 구입하고 군선도 만들었다.
   특히 당시 일본에는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전투를 경험 한 사무라이들이 있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들로 하여금 조선을 침략하게 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구한말보다는 강력했다. 신식 농법이 도입되어 농촌의 경제력도 탄탄했고, 이순신 같은 관군도 이러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활약했다. 또 명나라도 건재 했기에 왜군은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적으로는 대외 팽창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한반도와 중국의 사정을 몰랐기에 패퇴한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큰 오판이었다.
   일본의 두 번째 팽창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대륙 침략과 태평양전쟁이었다. 이때도 경제력과 군사력은 대외 팽창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강력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룩했고 최신식 대포와 군함, 항공기도 보유했다. 반면 당시의 조선과 청나라는 최약체 국가였다. 대내외적 여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생각한 일본은 조선을 시작으로 대륙 침략을 강행했다. 하지만 미국의 굴기를 간과했다. 미국은 대외 불간섭주의를 표방했지만 미 대륙 내에서 산업혁명이 급격히 일어나며 제국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이를 간과한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계속 밀리 다가 결국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으로 항복했다.
   이때의 참혹한 패전으로 오랜 기간 경제발전에만 전념하던 일본이 2012년을 기점으로 또다시 대외 팽창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20년간의 장기침체로 경제는 최악이었고 군사력 또한 약했다. 군사비를 GDP 대비 2%로 증액하고자 했지만 경제력이 약해 그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보수 우익들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장기침체로 의기소침해진 일본 국민에게 역사 수정주의 등을 통해 자긍심을 주입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 왜곡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식인과 언론을 틀어막으며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의 보수 우익들은 미국을 끌어들였다. 워싱턴에 상주한 친일 인맥을 총동원해 트럼프를 설득했다. 공화당의 일부인 네오콘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미국이 일본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받아들였고, 민주당 정권의 바이든 행정부도 의외로 이를 계승했다. 미국 내에 들끓는 혐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서 의외로 약화된 미국의 모습이 노출되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뿐만 아니라 쿼드 가입국가인 인도,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도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미국의 일극 패권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틈을 유럽연합 국가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유럽연합 국가들에게 중국은 최대 수입국이자 3대 수출국이다. 중국은 유럽연합에 중요한 이익선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의 체력이 상당히 악화된 상황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에게는 중국과의 교역이 너무나 중요했다. 게다가 미국이 패권국 역할을 저버리고 자국 이기주의로 치닫자 유럽연합 국가들의 이반은 더욱 빨라졌다.
   한편 의외의 동조자는 미국 기업들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워싱턴 정가의 행보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워싱턴의 중국 봉쇄를 교묘하게 피해가기도 했고 정부의 디커플링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 결과 미중 패권경쟁 하께서 미국과 중국의 교역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졌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특히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자본의 힘을 앞세운 기업들에 척질 수는 없다. 미국은 4년마다 투표로 정권이 교체되는 나라다. 그러한 체제에서 기업들의 정치 헌금은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이를 아는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통령이 따라 움직였다. 그 결과가 바로 2023년 5월의 히로시마 G7 공동 선언이었다. 하지만 5년 만에 디커플링이 디리스킹으로 변경되었다 해도 패권국 미국이 한번 빼든 칼을 쉽게 거두어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한동안은 디리스킹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여러 국가들이 암중모색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인태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본은 변화하는 미국을 보면서 언제까지나 자신들이 돌격대 역할만 할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특히 아베파를 위시한 신주류들의 힘이 서서히 빠지면서 대 중국 정책도 수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국가 간,진영 간 대립은 격화되었고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이 어설프게 나선 결과였다.


   문제는 우리 한국이다.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

기대면 더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정우열 저자(글), 동양북스, · 2022년 05월 12일>

 

 

◆  출판사 책 소개 ◆

 

예전처럼 다시 인싸가 되고 싶어서 힘들어하는 사람, 자기 자랑을 일삼는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손절할까 고민 중인 사람, 제 잇속만 차리고 말 안 통하는 회사 사람들 때문에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인간관계 때문에 유독 힘들어하는 유형이라는 것이다. 17만 구독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정우열’의 운영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정우열에 의하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들은 은연중에 주변 사람들 중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를 바란다.

  둘째, 관심의 초점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맞춰져 있다.

  셋째,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공통점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힘들다’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상담실에서 수많은 내담자와 만난 경험, 그리고 심리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실시간 상담으로 수많은 사연을 상담했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 중 상당수는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성적 때문에 고민인 학생, 회사 다니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직장인,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람들. 이들의 고민은 얼핏 보면 성적이나 커리어 문제 혹은 코로나19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보면 친구 관계나 회사의 인간관계 그리고 부부관계, 가족 관계, 형제자매 관계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IT기술이 발전해도 타인과 친밀감과 유대감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의 본능,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는 저자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나눈 상담 내용의 핵심을 집약해서 내놓는 책이다. 이 책에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강의 중 하나인 ‘인간관계 고민 총정리’의 내용을 뼈대 삼아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등장하는데, 이론과 실제 사례가 잘 어우러져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외롭고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친구를 만들려고 하기 전에 자신의 속마음을 스스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 즉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왜 화가 나고 힘든지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은 채 누군가와의 관계에만 집착했을 때 오히려 더 상처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심리 사례 분석과 함께 각 장마다 ‘나를 위한 심리학 케이크’라는 실천 가이드가 들어 있는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한 팁이 될 것이다.

 

기대면 더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사람이 위로가 안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람은 사람만이 바꿀 수 있다’, ‘내 편을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또 거의 모든 심리학 책에서는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의 존재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곁에 두라는 조언이 등장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기댔다가 오히려 더 상처받는 일이 많지 않을까? 어떤 사람이 너무 괜찮은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크게 실망해서 더 힘들어지는 일이 많지 않을까?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해진 지금, 인간관계마저 ‘가성비’를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런 조언이 과연 얼마나 적중할까?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에게도 폭넓은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정우열’의 운영자 정우열은 오히려 사람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위험을 부른다고 조언한다. 

 

  사람은 사람이기 이전에 본능으로 움직이는 짐승이고 이것은 나와 타인 모두에게 적용되므로 이것 자체를 그냥 인정하고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같은 맥락에서 자신에게 닥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안간힘 쓰지 말라고 말한다.

 

  그 대신 조용히 왜 자기 자신이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데 신경을 집중해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너무 화가 날 때 그 화를 다스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왜 화가 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변해보라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저 관찰만 잘 해도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탄탄한 내공이 느껴지는 그의 인간관계 해법은 수많은 구독자들과 네티즌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았으며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을 지금도 받고 있다.

 

가짜 뉴스 판치는 세상서 숨어버린 지식인, 다시 파수꾼으로 나서야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21세기 한국 지성의 몰락’ 펴내

 

<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2023.09.14. >

 

 

 


코로나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던 지난해 가을, 송호근(67) 한림대 석좌교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지성인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공론장은 여전히 소란스럽지만, 괴담과 진실이 엇갈리고 이념적 정쟁이 난무할 뿐 중심을 잡고 결연한 목소리를 내던 지성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깨달음이었다.
 
송 교수가 최근 낸 ‘21세기 한국 지성의 몰락’(나남출판)은 지식인의 날 선 자아비판과도 같은 책이다. “민주화가 한국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이토록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신문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송 교수가 탄식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상황 속에서, 사서 욕먹고 싶지 않은 지식인 그룹은 입을 다물었다.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서 이슈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갖가지 주제들을 모두 감당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는 “한국의 공론장은 사상과 고뇌의 깊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들이 판치는 활극과 난무(亂舞)의 공론장에서 정작 파수꾼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존경받던 원로들은 퇴직했고, 그 자리를 새로 채워야 할 ‘매의 눈과 총체적 분석력을 갖춘 지식인 집단’은 희미해져 버렸다.

교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지난 20년 동안 강화된 대학 경쟁력의 레이스에서 교수들은 논문 제조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제 길을 찾아 간 게 아닌가? “학자적 소명을 내려놓고 월급 생활자가 된 것입니다. 대중매체를 버리고 전문 학술지로 은거했다는 건, 소품종 한정 판매물만 내놓는 수공업자로 전락했다는 의미죠.”

이제 첨단 과학의 물결이 다시 인류사를 뒤바꿀 문명 대변혁의 국면에 와 있는데도 지식인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과거에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어둠이 깔리면 날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날이 새도록 나뭇가지에 앉아 두리번거릴 뿐이다. 그러는 사이 공론장엔 여행·취미·상담 전문가, 정치 평론가와 해설가, 이념 투사, 프로파일러 같은 온갖 유형의 변사(辯士)들이 진을 치게 됐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가 정치인에 의해 ‘돌팔이’로 몰리는 현실에 맞서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결국 한국의 모든 쟁점은 두 개의 단절선에 갇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대한해협’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사적 단절선이며 또 하나는 ‘휴전선’이라 할 수 있는 군사적 단절선이다. “지식인들이 이 두 선을 뛰어넘고 혼돈의 공론장으로 과감히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주도했던 20세기 문명 대신 오픈AI와 챗GPT로 상징되는 21세기 문명을 수용해야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I.  운명을 바꾸는 마음공부(상)


    (주)북랩, 김규열 저, 2023

 


1.  책 소개


진리는 우주 자연 천지 만물이 생성 변화해 가는 행로이며,
우주 자연과 현상세계를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자연변화의 법칙·이법입니다.
그래서 이 이법에 순응하거나 이를 활용해서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리 인류의 꿈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체적 조건부터 경제적, 사회적, 역사 문화적, 지리적 조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방면에서 차별적인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며 살아가게 되는데 흔히 이를 운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인간은 또한 자기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타고난 운명일지라도 상당 부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할 수 있는 지혜와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방법을 잘 모르면서도 감각적 욕망이나 게으름 때문에, 또는 일상적인 삶에 쫓기며 사느라 이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다만 주어진 조건에 적응하며 살기에 급급합니다. 이렇게 평생을 살다 보면 어느새 노년이 되어 회한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 남게 되는 것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어딘가로 여행하고자 한다면 목적지와 가는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미리 잘 알아보지 않나요? 하물며 우리의 인생길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쓴 책입니다. 성현들의 여러 가르침, 과학적 지식, 그리고 본인의 경험을 종합해서 독자들께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한 저자의 안내를 좇아 마음공부 여행을 함께 떠나보시죠!
 

  
2.  작가정보

저자(글) 평산 김규열   한의사/한의학자, 원불교인


1958년 충남 서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0대 때부터 인간의 운명과 생사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해왔으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충북 제천의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10년간 전임 교수를 하다가 뜻한 바 있어 사직했다. 이후 천안에서 부부한의원을 개업했다가, 고령화 사회에 한의학 지식정보를 일반 국민에게 널리 보급하여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자 다시 원광디지털대학교에 한방건강학과를 만들어 약선학을 널리 보급하고, 동 대학원에 자연건강학과를 만들어 자연요법을 널리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다.


아울러 건강 문제와 함께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가지 수행법을 두루 탐색하다가 이번에 『운명을 바꾸는 마음공부』를 저술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불교와 원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공부와 명상을 실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3.  목차

서문

일러두기


01 건강은 인생의 가장 큰 자본이다

1.1 질병의 원인을 알면 대책을 세우기도 쉽다

1.1.1 좋은 식습관이 건강의 가장 기본 조건이다
   (1) 건강에 좋은 음식을 고루 섭취하되 소식(少食)하고 건강에 나쁜 음식은 삼간다  
   (2) 규칙적 (定時·定量)으로 따뜻하게 해서 먹고, 찬 음식, 간식, 과식, 폭식, 과음, 폭음은 삼간다  
   (3) 좋은 물을 1일 1ℓ 이상 공복에 조금씩 자주 마신다 
   (4)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맛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먹는다


1.1.2 고인 물이 썩듯이 운동하지 않으면 건강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1.1.3 적절한 휴식과 숙면은 보약과 같다
1.1.4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 바로바로 해소하는 것이 좋다
1.1.5 좋은 인간관계는 노년기의 건강을 담보한다

1.2 호흡은 생명 활동과 명상의 핵심 관건이다

1.2.1 호흡의 형태와 종류
1.2.2 단전호흡은 양생과 명상의 기본이다
1.2.3 단전호흡의 효과
1.2.4 단전호흡을 익히는 방법

 


02 운명이란 무엇인가?

2.1 운이 70%요 자기 노력이 30%이다

2.2 운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2.3 인과론은 결정론과 자유론을 통합한 중도론이다

2.4 운명상의 길흉화복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다
2.4.1 길흉화복은 자꾸 변화하므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2.4.2 운명 상의 길흉화복이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과는 차이가 많다

2.5 과거는 아무도 바꿀 수 없으나 미래는 바꿀 수도 있다


03 진리를 모르고 사는 인생은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

3.1 우리는 항상 행복한 삶을 원한다
3.1.1 우리가 행복을 느낄 때
3.1.2 우리가 괴로움을 느낄 때

3.2 진리에 어긋난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3.3 진리는 만물과 만법의 근원이 되고 우주만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 법칙, 이치이다

3.4 인생길에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진리들

 

3.4.1    욕구와 욕망은 무한하고 자원은 유한하다
3.4.2    과거는 아무도 바꿀 수 없다
3.4.3    미래의 변수는 모두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3.4.4    누구든지 죽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죽을 때는 모두 빈손으로 간다
3.4.5    우주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고정됨이 없다 (諸行無常)
3.4.6    모든 현상사물은 서로 의지ㆍ의존하며 인연 따라 생멸한다 (諸法緣起)
3.4.7    모든 현상사물은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 (諸法無我)
3.4.8    모든 현상사물은 공(空)에 바탕한다 (一切皆空)
3.4.9    언어는 현상사물을 상징적 또는 지시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지만, 또한 신비한 형성력을 가지고 있다
3.4.10  우리는 모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시비이해와 호오를 판단한다
3.4.11  노년기에는 건강과 휴양이 가장 중요하다
3.4.12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04  모든 현상사물의 변화는 인과법칙을 따른다

4.1 누구나 인과를 믿지만 그 이치는 잘 모른다

4.2 업의 원리를 알아야 인과보응의 이치를 안다


4.2.1 업이란 무엇인가?


4.2.2 업의 원리: 길흉화복 간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1)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有因有果ㆍ無因無果의 법칙)  

(2)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결과도 생길 수 없다 (緣缺不生의 법칙) 
(3) 원인이 있어야 조건도 성립한다 (內因外緣의 법칙) 
(4) 자기가 지은 죄복은 다 자기가 받는다 (自業自得, 自因自果의 법칙) 
(5) 착한 업을 지으면 복락을 받고 악한 업을 지으면 죄고를 받는다 (善因善果, 惡因惡果 = 善因樂果ㆍ惡因苦果의 법칙) 
(6)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다시 원인을 낳는다 (因果循環의 법칙) 
(7) 모든 선택은 자유지만 그 결과엔 책임이 따른다 (因果自由의 법칙) 
(8) 인과는 주고받는 것이므로 내가 갚을 차례일 때 바꿀 수 있다

4.2.3 업의 특징


4.2.4 들으면 좋은 인과보응의 이치에 대한 법문들

4.3 모든 중생들은 자기가 지은 업에 따라 삼계•육도를 윤회한다
4.3.1 삼계ㆍ육도도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만든 것이다
4.3.2 태어남은 업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05  나의 마음이 나의 세계와 인생을 만든다 (一切唯心造)

5.1.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5.2 우리가 인식한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고 감각한 것을 첨삭 편집한 이미지이다
(1) 인식 대상이 되는 현상사물 “A”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2) 각 사람에 따라 감각기관과 뇌 구조에 편차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각 능력 자체에 본래적ㆍ개체적 한계가 있다 
(3) 동일한 대상이라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감각한 정보의 내용이 달라진다 
(4) 그 현상사물을 감각, 인지하는 사람의 기억 내용(A\")과 실제(A)와는 차이가 큰데, 그 기억 능력 또한 사람 따라 편차가 크다 
(5) 각 사람마다 출생ㆍ성장 환경과 역사 문화적 배경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생각과 정서, 감정(증애심ㆍ집착심 등), 인지능력 등에 편차가 큰데, 이것들에 의해서 감각 정보가 가감ㆍ편집ㆍ윤색ㆍ왜곡되어 재구성된다 
(6) 물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예로 든다면

5.3 무엇이든 마음먹기와 생각하기에 달렸다

5.4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편견이 작동하여 상상의 소설을 쓰는 경우도 많다

5.5 유식학적 관점의 일체유심조 : 세상의 모든 현상의 변화가 오직 마음이 나타난 것일 뿐 마음 밖의 대상이 따로 없다
5.5.1 감각기관과 십이처 및 십팔계
5.5.2 감각 세계: 자상(自相)의 세계
5.5.3 의식 세계: 개념의 세계인 가상 세계
5.5.4 Ego의 세계: 말나식의 작용
5.5.5 심층마음: 아뢰야식
5.5.6 심층마음의 자각: 참마음

5.6 나는 누구인가?
5.6.1 유근신(有根身)
5.6.2 오온(五蘊), 오취온(五取蘊)      蘊(무더기)
(1) 색온(色蘊): 물질 무더기 
(2) 수온(受蘊): 느낌 무더기 
(3) 상온(想蘊): 인식 무더기 
(4) 행온(行蘊): 형성saṅkāra&상카라 무더기 
(5) 식온(識蘊): 알음알이의 무더기
5.6.3 거짓나
5.6.4 참나
5.6.5 지식으로 아는 것과 깨달아 아는 것은 전혀 다르다


06 나쁜 운을 좋은 운으로 바꾸는 방법

6.1 참회개과(懺悔改過): 먼저 자기의 잘못을 찾아서 깊이 뉘우치고 허물을 고쳐라!

6.2 착한 일을 많이 하며 널리 은덕을 베풀어라(積善普施)
(1) 착한 일을 많이 하라(衆善奉行)
(2) 널리 베풀어 덕을 쌓아라(普施積德)

6.3 모든 악을 짓지 말라(諸惡莫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
(1) 5계 : 불살생, 불두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
(2) 10선계  :  불살생, 불두도, 불사음, 불망어, 불악구,불양설,불기어,불탐욕,부진에,불사견
(3) 《법망경法網經)》의 십중대계十重大戒  : 불살생, 불두도, 불사음, 불망어, 불고주계,불설사중과계,불자찬훼타계,불간계,불진계,불방삼보계
(4) 원불교의 삼십계문
  1) 보통급(普通級) 십계문 

  - 연고없이 살생을 말며, 도둑질을 말며, 간음을 말며, 연고없이 술을 마시지 말며, 잡기를 말며, 악한 말을 말며, 연고없이 쟁투를 말며,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며, 연고없이 심교간 금전을 여수하지 말며, 연고없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
  2) 특신급(特信級) 십계문 

  - 공중사를 다독으로 처리말며,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며, 금은보패 구하는 데 정신을 뺏기지 말며,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며, 정당하지 못한 벗을 쫓아 놀지 말며,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며, 신용없지 말며,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지 말며, 연고없이 때 아닌 때 잠자지 말며, 예 아닌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놀지 말라
  3) 법마 상전급(法魔相戰級) 십계문

   - 아만심을 내지 말며, 두 아내를 거느리지 말며, 연고없이 사육을 먹지 말며, 나태하지 말며, 한 입으로 두 말 말며, 망령된 말을 하지 말며, 시기심을 내지 말며, 탐심을 내지 말며, 진심을 내지 말며, 치심을 내지 말라


6.4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自淨其意)

6.5 항상 감사하고 보은하며 살아라

6.6 항상 겸손하며 부지런히 배워라(恒謙勤學)
(1) 원요범 선생의 겸허하게 정진하라는 8가지의 경책 
(2)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의 덕을 본받아 실천하자

6.7 해외에 거주해도 운이 바뀐다 : 환경 변화
 

 

운명관  

 

평생 동안 자기가 맡은 배역이 곧 자기의 운명이요
정성을 다하여 이를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의 사명이니
천명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자기의 할 바를 다하며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만족할 줄 안다면 마음과 몸이 편안하리라!

 

마음을 닦는 뜻

 

어떠한 까닭으로 운명이 이와 같이 정해졌나?
전생에 지은 업으로 인해 명운이 정해지나니
인과보응은 털끝만큼도 오차가 없어서
모두가 자기가 지은대로 자기가 받는 것이니
하늘을 원망하지도 말고 남을 탓하지도 말며
참회하며 허물을 고치고 부지런히 선업을 쌓으며
마음을 닦아 베풀면
복과 지혜가 모두 충족되어 대중 가운데 존귀한 부처가 되리라!

 

달관하는 뜻 


인생만사가 새옹지마와 같아서
길흉화복이 본래 정해진 바가 없나니
길한 것이 변해서 흉한 것이 되고 흉한 것이 또 변해서 길한 것이 되어
길한 것이 되었다가 다시 흉한 것이 되었다가 하면서 끝없이 돌고 도나니
무엇을 취하여 길하다 흉하다 판단할 것인가?
오직 스스로 취하여 믿는 대로 길흉이 정해지는 것일 뿐이니 만사를 긍정하고 오직 감사하면서
길흉을 분별하지 않고 초월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저절로 태평스러워진다네 !

 

사주를 보는 뜻 


어제 오늘은 청명하다가 다음 날에는 비오며
아침에 개었다가 저녁 때 비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일기예보가 혹은 맞기도 하고 흑은 맞지 않기도 하지만 이를 믿고 대비한 경우에는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이를 믿지 않고 대비하지 않다가 혹 비를 만난다면 낭패하고 곤란한 경우를 어찌 만나지 않으라! 살아가면서 운명을 보는 것도 또한 이러한 뜻이니 흉한 운이면 대비하여 뜻하지 않은 우환을 가볍게 할 수 있고 좋은 운이면 일을 하며 경륜을 펼치되
사람이 할 바를 다하고 항상 걱정하지 않으며 길흉을 초월하여 능히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늘 한결같은 마음을 지킨다면 근심 걱정이 머무르지 못하리라!

 

 

07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으로 가는 길

 

7.1 사성제를 알아야 초기불교의 핵심을 안다

7.1.1  고성제 : 모든 것이 다 괴로움

7.1.2  집성제 : 괴로움이 일어나는 원인은 갈구하는 욕망

7.1.3  멸성제 : 괴로움의 소멸이자 열반

7.1.4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팔정도의 성스러운 진리

 

7.2 십이연기를 알면 윤회의 원리를 안다

 

7.3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7.3.1 괴로움의 종류

7.3.2 괴로움의 근본 원인

7.3.3 괴로움을 예방하기 위한 금기사항과 권장사항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과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든 생물이든 사물이든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면 어느 때이든 반드시 그 되갚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익이든 손해든 상대방에게 끼친 것이 있으면 인과법칙상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그것을 받게 되니, 주었으면 다시 받게 되고 받았으면 반드시 주게 되는 것이 인과이기 때문에 세상에는 길흉화복 간에 원인 없이 주고받는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7.3.4 팔정도를 닦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4.  책 속으로

우리가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느냐, 화난 마음, 원망하는 마음, 기분 나쁜 상태로 먹느냐에 따라서 소화 흡수 상태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도 욕을 하면 물 분자가 일그러지게 변한다고 하고, 음식도 나쁜 소리 할 때와 감사 표시할 때의 부패하는 속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TV 프로그램에서도 입증한 바가 있습니다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먹는 것이 과식도 예방하고 뇌 혈류도 좋아지고 소화 흡수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다 보면 과식하기도 쉽고 꼭꼭 씹어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화효소와 소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과영양이 되어 비만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을 야기하기도 쉬우므로, 천천히 꼭꼭 잘 씹으면서 맛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드시는 것이 뇌와 위ㆍ장을 비롯한 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알아차리는 마음 수행에도 좋습니다.
-44쪽

운명론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인생이 태어날 때 어떠한 삶을 살게 될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며, 이와 반대로 우리의 자유의지와 노력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자유론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인생은 완전히 자기의 의지대로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73쪽

즉, 만물 변화의 가장 큰 변수가 주야사시의 시간 변화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해서 각 사람의 운명적 특성을 추측해내는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해낸 것이 바로 운명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리학의 이치에는 직관적인 부분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구체적으로 논리적으로 명확히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사주추명학의 논리적인 과학적 근거와 실증 가능성 여하를 떠나서 60갑자에 의한 사주의 구성 자체가 고도의 상징문자로 암호화된 비밀문서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웬만큼 공부해서는 그것을 정확하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엉터리 명리가들이 큰소리치며 혹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대며 혹세무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또한 주의해야만 합니다.
-84쪽

행복의 원리란 곧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진리를 말합니다. 우리의 삶은 가만히 살펴보면 남녀노소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어떤 행위를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이면에 본인이 그것을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간에 어떤 기대에 대한 신념 또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대에 대한 믿음 또는 신념이 이치 또는 진리에 합당한 것이면 기대한 대로 성취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기대의 성취는커녕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고통을 가져오는 수가 많습니다.
-130쪽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당시의 인생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 그 원인은 잘 모릅니다. 기껏해야 유전자 때문이라거나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의 섭리라거나 운명이라거나 그냥 우연히 복불복으로 그리되는 것이라거나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아예 알아볼 생각조차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깊이 탐구해보면 모든 현상변화가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인과법칙을 따르므로 자연히 전생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이를 달리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리가 없기 때문에, 힌두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ㆍ금생ㆍ내생의 삼생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부처님을 비롯해서 수행을 통해 영안이 열린 분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03쪽

그런데 우리가 전 우주와 감각으로 공명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감각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의식의 알아차림이 함께해야 하는데 우리의 의식이 자각의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대상의식으로 분별적 방식으로만 작동하므로 감각도 의식의 분별을 따라 제한적으로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273쪽

 



II.  운명을 바꾸는 마음공부(하)

 


1.  목차


서문

일러두기

08 감사하고 보은하는 마음에 행복이 찾아든다
(1) 원망 생활의 해독 
(2) 감사 생활의 결과

8.1 생명의 경이로움

8.2 인체의 신비로움

8.3 사은(四恩) : 세상의 모든 것이 은혜 아님이 없다
8.3.1 천지의 은혜가 아니면 한순간도 살 수가 없다
8.3.2 부모의 은혜가 아니면 아무도 태어날 수 없다
8.3.3 동포의 은혜가 없이 혼자서 살 수는 없다
8.3.4 법률의 은혜가 없다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8.3.5 지은보은: 은혜를 발견하여 보은하면 축복을 받는다


8.3.6 법신불과 사은·만물과의 관계


8.3.7 살아있는 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가는 것이 보은이다

8.4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
8.4.1 진리 불공: 심고와 기도
8.4.2 실지 불공, 당처 불공
(1) 사은(四恩) 불공 
(2) 사요(四要) 불공 
(3) 대인(對人) 불공 
(4) 대물(對物) 불공 
(5) 사사(事事) 불공 
(6) 자기 불공


09 일원상은 진리의 상징이며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이다
9.1 일원상은 진리의 상징이다
9.2 일원상의 신앙과 수행
9.2.1 일원상의 신앙은 원만한 진리신앙이다
9.2.2 일원상의 수행은 생활 속의 중도수행이다


10  마음공부가 모든 공부의 근본이다

10.1 마음이란 무엇인가?


10.1.1 마음의 특성
(1) 마음은 물질이 아니다 
(2) 마음은 대상을 아는 기능을 한다 
(3) 마음은 매 순간 변한다 
(4) 마음은 대상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5) 마음은 한순간에 하나다 
(6) 마음이 모든 것을 이끈다 
(7) 마음은 무아이다

 

10.1.2 마음의 분류
(1) 선심(善心)

(2) 불선심(不善心)

(3) 과보심(果報心) : 과거에 행한 업의 결과로 생긴 마음

(4) 작용심(作用心) : 마음의 작용만 있지 업을 짓지 않는 생사 해탈의 마음


10.1.3 마음의 주요 기능 : 인지, 정서, 의지


10.1.4 마음 관련 주요 개념들


10.1.5 마음공부란 무엇인가?
 - 참나를 깨달아 평소 심신을 작용할 때 거짓나인 에고에 휘둘리지 않고 자성을 여의지 않고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도록 반복 훈련하는 것

 - 혹 경계를 당함에 업력에 끌려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글러지더라도 얼른 이를 알아차리고 정신 차려서 본래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는 성품자리를 회복하고자 반복하는 훈련


10.2 삼학 공부
10.2.1 정신수양 공부
(1) 정신수양의 요지 
(2) 정신수양의 목적 
(3) 정신수양의 결과 
(4) 정신수양 공부의 방법
10.2.2 사리연구 공부
(1) 사리연구의 요지 
(2) 사리연구의 목적 
(3) 사리연구의 결과 
(4) 사리연구 공부의 방법
10.2.3 작업취사 공부
(1) 작업 취사의 요지 
(2) 작업 취사의 목적 
(3) 작업취사의 결과 
(4) 작업취사 공부의 방법
10.2.4 삼학공부 중 대기사(大忌事)
(1) 수양 중 대기사 
(2) 연구 중 대기사 
(3) 취사(取捨) 중 대기사 
(4) 삼학과 일상생활


10.2.5 일상생활 가운데서의 삼학병진 공부

10.3 날마다 9가지로 마음을 살피는 공부 -일상수행의 요법
10.3.1 일상수행요법 제 1·2·3조 해설
(1) 어휘풀이 
(2) 심지에 “요란함·어리석음·그름”이 있게 되는 근본 원인 
(3) 자성의 정定·혜慧·계戒를 세우는 방법
10.3.2 일상수행요법 제4조 해설
10.3.3 일상수행요법 제5조 해설
10.3.4 일상수행요법 제6조 해설
(1) 타력 생활의 해독 
(2) 자력 생활의 결과
10.3.5 일상수행요법 제7조 해설
10.3.6 일상수행요법 제8조 해설
10.3.7 일상수행요법 제9조 해설


10.4 언제나 행복과 성공을 불러오는 생활습관
10.4.1 상시응용주의사항 제1조
(1) 용어풀이 
(2) 온전한 정신을 회복하는 방법 
(3) 사리를 연구하는 방법 
(4) 바르게 취사하기를 주의하는 공부 
(5) 유무념(有無念) 대조(對照) 공부
10.4.2 상시응용주의사항 제2조
10.4.3 상시응용주의사항 제3·4·5조
10.4.4 상시응용주의사항 제6조

10.5 심신작용의 단계별 분석

10.6 에고의 특성과 수행자의 자세
10.6.1 에고의 특성
10.6.2 수행자의 자세

10.7 경계에 대한 인식과 생각·감정(분노) 다스리기

10.8 자성의 정(定)·혜(慧)·계(戒)를 세우는 6단계의 마음공부법
(1) 지금 여기에 일심하기(늘 일심을 챙겨 방심하지 않기 - 無時禪, 活禪) 
(2) 요란해진 마음을 알아차리고 충분히 느끼기(- 智慧) 
(3) 얼른 멈추고 자성 일원상에 반조하기 (얼른 멈추고 평화롭던 원래의 마음에 비추어 보기 - 修養) 
(4) 요란해진 원인을 알아내고 시비이해를 바르게 분석 판단하기( - 硏究) 
(5) 바르게 취사하기(현명하게 실천하기 - 取捨) 
(6) 반성하기(되돌아보아 깨우치고 새롭게 다짐하기 - 硏究)

10.9 기타 마음공부에 도움이 되는 법문들


11 일심공부, 명상

11.1 염불
11.1.1 염불만 일심으로 해도 극락왕생한다
(1) 믿음(信心)
(2) 발원(發願) 
(3) 수행 
(4) 보리심과 회향 
(5) 염불하여 얻는 이익
11.2.1 염불은 자심미타를 발견하여 자성극락에 돌아가자는 것이다
(1) 염불의 요지念佛-要旨 
(2) 염불의 방법 
(3) 염불의 공덕

11.2 진언, 다라니, 만트라
(1) 영주(靈呪) 
(2) 청정주(淸淨呪)
(3) 성주(聖呪)

11.3 옴 명상
11.3.1 ‘ 옴Aum’ 명상의 방법
11.3.2 ‘옴’ 명상의 효과

11.4 좌선법(坐禪法)
11.4.1 좌선의 요지(要旨)
11.4.2 좌선의 방법
11.4.3 좌선의 공덕
11.4.4 단전주(丹田住)의 필요
11.4.5 수선자(修禪者)의 자세

11.5 무시선법(無時禪法) - 언제 어디서나 자기 마음 바라보며 일심을 챙기는 것이 무시선이다 
11.5.1 무시선의 정의
11.5.2 무시선의 목적
11.5.3 무시선의 방법
11.5.4 무시선의 결과
11.5.5 무시선의 강령

11.6 간화선(看話禪) - 화두를 참구하여 자기의 본래 상품 자리를 깨치게 하는 선 수련법

11.7 의두·성리

11.8 사경, 독경


12 좋은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을 불러온다

12.1 자긍심·자존감·자신감을 가지고 교만심·자존심·열등감을 내려놓자

12.2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12.3 자기에게 감사하는 사람 싫어하는 이 없다

12.4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내가 지은 대로 받는다

12.5 예의 바르며 자기를 존중해주는 사람 싫어하는 이 없다

12.6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2.7 화(火)를 내서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

12.8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2.9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소통이 된다

12.10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12.11 공정하고 원만한 사람에게 대중의 마음이 모인다

12.12 진급할수록 좋은 인연이 많이 모이니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


13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잘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13.1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사는 가고 오는 것으로 이사가는 집의 형태나 주소만 바뀔 뿐 내내 그 사람이듯이 죽으나 사나 영은 그 영이나 실제로는 영이 죽는 것이 아니요, 다만 육신이 새 몸으로 바뀌어 살아가는 시공간의 위치만 바뀌는 것이라는 점이다. 


13.2 죽음의 도 : 청정일념, 굳은 서원과 신심, 선업 공덕, 참회 반성

13.3 죽음을 준비하는 도

13.4 천도(薦度)의 도

13.5 천도재의 효과

13.6 다음 생에 과보를 받는 순서 : 무거운 업, 습관적인 업, 임종에 이르러 지은 업, 이미 지은 업


 
2.  책 속으로

우리 인체에서는 생명을 법신불에 비유할 수 있고, 근골격계, 순환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호흡기계, 비뇨기계, 내분비계 등은 사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장 육부라든지, 눈, 귀, 코, 입이라든지, 머리, 어깨, 허리, 팔, 다리, 손, 발, 항문, 생식기, 혈액 등의 각 기관이나 조직이라든지,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만물에 해당한다고 보겠습니다. 이때 생명은 모든 조직, 기관과 세포를 떠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들이 각각의 역할과 생리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법신불이 우주만유의 본원이 되고 우주만유가 법신불의 응화신이 되어, 법신불이 곧 사은이요 사은이 곧 만물이 되는 이치라고 하겠습니다.
-57쪽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물질도 매 순간 변하고 마음도 매 순간 변합니다. 조건에 의하여 일어난 것은 반드시 조건에 의해 사라집니다. 몸이 한순간에 한 번 변할 때 마음은 열일곱 번 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순간순간 변하는 마음을 찰나생 찰나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평생을 하고 사는 호흡이 같은 호흡이 아니듯이, 마음도 같은 마음은 결코 없습니다. 이것이 무상이고 무아입니다. 마음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면서 쉬지 않고 흐릅니다. 먼저 마음이 다음 마음을 조건 짓고 사라지지만 먼저 마음에 있는 정보는 다음 마음에 고스란히 옮겨갑니다.
-101쪽

자력은 크게 육신의 자활력, 경제적 자립력, 정신의 자주력 3가지 방면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 자기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신의 자주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신의 자주력이 없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가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168쪽

범부는 경계를 당하면 보통 마음이 요란해집니다. 마음이 요란해지는 이유는 망념·잡념과 감정·욕망이 동하기 때문이며, 망념·잡념과 감정·욕망이 동하는 이유는 분별주착심이 작동하기 때문인데, 그 분별주착심의 중심에는 항상 에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가 죽은 사람처럼 아무 생각이 없다면 어떠한 경계를 당하든 마음이 요란해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공부의 주된 대상이 되는 것은 현상사물을 ‘감각’한 정보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생각(분별주착심)’과 ‘감정’입니다.
-233쪽

좌선의 방법은 매우 간편하여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으며, 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어 빠뜨리지 않고 바르게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마침내 마음의 자유를 얻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것이라도 행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으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297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자기를 폄훼하거나 무시하는 사람 좋아하는 이 없고, 자기를 존중하고 귀하게 대하는 사람 싫어하는 이 없습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를수록 인정받고, 교만하고 무례할수록 욕하고 배척합니다. 상하관계든 수평관계든 마찬가지입니다. 수운선생께서는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라事人如天”라고 하셨는데, 우리의 본성 자리에서는 누구나 진리부처님과 다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누구든지 하늘처럼 모신다면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며, 상극의 인연이라 할지라도 다 상생의 선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372쪽

한국인 첫 아프리카 추장이 된 한상기 박사의 삶과 사랑

 

 

 

<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2023-06-29 >

 


신간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 바로 이 선택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인 슈바이처'라 불리는 한상기(90) 박사가 언급한 선택한 순간은 1971년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대 교수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식물유전육종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영국행 비행기 대신 나이지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개인의 영달보단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제가 배워 익힌 식물유전육종학이 긴요히 쓰일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한 박사는 최근 출간된 자서전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지식의날개)에서 아프리카로 떠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책은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 추장이 된 한 박사의 삶과 사랑, 작물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나이지리아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에서 23년간 근무하며 카사바, 얌 등의 품종 개량에 매진했다. 새로운 카사바 품종을 구하고자 브라질에 다녀오는 등 고생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내병다수성 카사바'를 만들어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강한 품종이었다.

한 박사는 내병다수성 카사바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농가 보급에 앞장섰다. 현지 주민들은 그가 개량한 카사바를 먹었다. 병충해에 강했기에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도 있었다. 주식으로서 손색이 없었던 셈이다. 현지 주민들은 점점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세계은행은 식량문제를 해결한 그를 두고 '아프리카 조용한 혁명의 기수'라고 칭했다. 1982년에는 영국 기네스 과학공로상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나이지리아 이키레 마을 추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는 추장으로서 '세리키 아그베'(농민의 왕)라는 칭호를 얻었다.

오랜 세월 연구에 매진한 그도 이제 구순에 이르렀다. 타지에서 함께 고생했던 아내는 2013년부터 치매를 앓다가 2020년 먼저 떠났다. 은퇴한 그는 이제 책을 쓰며 그가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전하려 한다. 저자는 언제까지 풍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작물과 종자에 대한 연구, 농학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 『고래』 천명관

 

천명관 저자,  문학동네,  2014년 04월 16일 (1쇄 2004년 12월 18일)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

 

시간이 앞으로 흘러가는 한, 그녀에게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두려운 건 과거였다.
  

그녀는 난생처음 보는 광활한 하늘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양,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의 무늬, 황토색 밭고랑의 불규칙한 결, 기찻길 옆에 피어 있는 갖가지 이름 모를 풀들의 빛깔 등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속속들이 자신의 눈 안에 담아두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특별한 재능은 바로 그런 한없이 평범하고 무의미한 것들, 끊임없이 변화하며 덧없이 스러져버리는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을 자신의 오감을 통해 감지해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등을 밀어주는 동안, 금복은 마침내 자신이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상실한 셈이었다. 유년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하고, 첫사랑을 상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젊음을 상실해버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모두가 빈껍데기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싱그러운 수련의 육체 앞에서 뼈저리게 확인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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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운명이다
지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당신의 운명을 만든다

 

 

< 김승호 저자,  쌤앤파커스,  2015년 02월 16일 >

 



1.  책 소개

 

인생의 모든 길흉화복은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그 누구도 ‘운’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운을 창조하거나 조절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3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3요소란 천지인 삼재를 이야기하는데, 전작 《돈보다 운을 벌어라》에서는 천을, 《사는 곳이 운명이다》에서는 지의 요소를 다루었다. 이 책 『사람이 운명이다』는 인의 요소를 다룸으로써 저자가 제시하는 운명 3요소의 완결을 보여준다책에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행동이 좋은 운을 부르고 어떤 습관이 나쁜 운을 부르는지 인간관계와 처세의 관점에서 풀어내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귀인을 알아보는 방법부터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목소리의 비밀, 운명의 관점에서 본 직장처세의 정석, 귀한 운명을 만드는 귀한 얼굴의 조건 등 좋은 운을 부르는 구체적인 태도와 습관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저자는 우리의 평소 습관과 말투, 태도를 돌아보며 ‘복 달아나는 행동’은 없는지 살펴보라고 권하고 있다.

 

 

 

 

2.  작가정보 :  김승호

현대문학가>소설가 역학자/역술인
저자 초운 김승호는 주역학자이자 작가. 194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지난 46년간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해 ‘주역과학’, ‘주역풍수’라는 새로운 개념과 체계를 정립했다. 동양의 유불선儒彿仙과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 등 인문, 자연, 사회과학이 거둔 최신 이론을 주역과 융합시켜 집대성한 결과가 바로 주역과학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물리학자들에게 주역을 강의하기도 했으며, 맨해튼 응용지성연구원의 상임연구원과 명륜당(미국 유교 본부) 수석강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돈보다 운을 벌어라》, 《사는 곳이 운명이다》를 비롯해 주역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주역 원론》 전 6권 외 다수가 있다. 1991년부터 <문화일보>에 《소설 주역》을 연재, 10권의 책으로 펴냈으며, 2003년에는 일본 쇼가쿠칸小學館 출판사에서 《소설 가이아》가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네이버카페 http://cafe.naver.com/ichingscience 에서  저자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책 읽고 줄 치기

 

 

 

시작하며 _ 인생의 모든 길흉화복은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1부. 귀한 인생, 천한 인생

 


1. 주역이 알려주는 ‘잘 사는’ 방법

 

'처세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처세에 능하다’,‘처세에 밝다’라고 말하면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은데,사실 한자를 직역하면 처세란 ‘세상에 있음’을 뜻한다.  세상을 잘 살려면 사람들과 잘 사귀어야 마땅할 테니, 처세란 ‘잘 사는 방법’ 혹은 ‘세상을 좀 더 잘살기 위한 훌륭한 행위’라 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훌륭한’이다. '좀 더 잘 살기 위한’이 필요조건이라면 '훌륭한’은 충분조건인 것이다.  


운명은 천, 사회활동은 지, 인격수양은 인 - 만물의 작용은 크게 나눠 3가지 절대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천지의 작용은 하늘로부터 시작하여 땅에 닿아 마침내 인간에 이르러 완성된다. 천지인 삼재는 각각 그 성품이 있는 바,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 인은 조화이다.  먼저 하늘을 본받아 생명력과 창조력을 길러야 한다. 이는 양의 본성을 함양하는 것이다. 영원히 되살아나는 의지,무한한 꿈,힘차게 나서는 것,사랑,깨끗함, 불굴의 투지,인격,모험 등이다. 다음은 지의 덕으로서 아름다움을 가꾸고,매사를 근면하게 돌보고,수긍하고,따르고, 세상에 위업을 이루고 보전하는 것 등인데,이는 음의 성품을 함양하는 것 이다. 세 번째는 인의 덕으로서 이는 공존의 논리다. 또한 중용이고,예절이며, 협동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양과 음, 그리고 이것의 조화 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한 개인을 놓고 생각해보자. 사람에게는 종교, 도덕,인격 등이 있다. 이러한 정신적인 측면은 천에 해당된다. 인생의 1/3은 반드시 여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가족이 있다. 이는 지에 해당되는 것으로서,1/3의 힘을 여기에 쏟으면 된다. 마지막은 인으로서,나 자신이다. 이는 종교나 도덕, 하늘도 아니고, 혈연도 아닌, 나 자신만의 세계를 뜻한다. 사람은 반드시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지나치면 곤란하겠지만 1/3 정도면 족하다.
 

 

2. 나쁜 운명에 휘말리는 원인

 

우리의 운명은 오랜 시간을 거쳐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좋아질 기회와 나빠질 기회!  크고 작은 수많은 기회!  인생은 기회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선택의 순간들로 길게 이어져 있다.  


기회의 순간에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그러한 선택의 능력과 지혜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평소에 갈고 닦으며 무한히 노력해야 한다.
 모든 기술은 정신에서 나온다. 인간의 행위에 있어 그 정신이 위대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으면 그 동작은 기술에 불과하다. 이럴 때는 미소가 아첨이 되는 것이다. 총명함도 정신이 불순하면 비겁함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반면, 인간의 행위 속에 훌륭한 정신이 깃들어 있고, 진실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이는 기술이 아니라 도라고 말한다.  


인간을 대하는 행위에는 깊은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귀한 인생과 천한 인생을 나누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흉내만 내면 얄팍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흔히 인간이 추구하는 바가 훌륭할 때 ‘포부가 크다’고 말하는데, 운명에 관해서도 처음부터 큰 포부를 갖고 임해야 한다.

 


3. 선한 자에게는 남은 경사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출세를 염원하며 살아간다.   보통 출세라고 하는 것은 편안함을 뜻하는 정도로서, 누구나 바라볼 수 있다. 
나에게 복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귀하게 처세하면 반드시 성공하는가? 반드시 운명이 바뀌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를 궁금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라는 것이다. 그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면 맥이 빠진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좋은 운명을 기대한다면, 막연히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운이 좋아지길 바라고 원해야 한다. 운명에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운명이란 것은 인간의 행실에 의해 발생한다. 재수 없는 행동만 일삼는 사람은 미래도 재수 없는 법이다. 반면 행실이 위대한 사람은 반드시 좋은 미래가 온다.  옛 성인이 아주 간단한 말로 그 섭리의 핵심을 밝혀 놓았다.  "행실이 선한 자에게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  재수 좋은 행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선한 행실, 그 자체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좋은 처세가 된다. 세상을 바르게 살면 행운이 온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세상을 바르게 산다는 것은 또한 무엇인가? 이는 인간을 대함에 있어 그 뜻과 태도가 옳다는 뜻이다. 삶에 대한 모든 행실,그것이 바로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좋은 날은 언제 오느냐고 강력하게 묻고 싶은가? 언제 이기는 날이 오느냐에 대해 손자孫子가 말한바 있다.  “지지 않을 자리에 서서 이길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  이 말을 운명에 관한 표현으로 다시 말하면, "불행해지지 않을 자리에 서서 좋은 날을 기다린다.”이고, 처세의 측면에서 말해보면, "실패하지 않을 태도를 유지하면서 성공할 날을 기다린다.”가 된다.
 기회는 많다. 아니, 넘쳐난다. 손자의 가르침은 무작정 행운을 기다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제대로 행동하면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농부는 결실을 의심하지 않는 법이다.

 


4. 죽는 날까지 인격을 높여라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수명이란 것이 있어서 생명을 영원히 이어갈 수는 없다. 어릴 때는 미래가 무한히 열려 있다. 성장하고 발전하며 많은 것을 얻는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고 삶이 정지한다. 오히려 하나씩 상실해가며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노년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다 맞았다.”  위대한 사람이란 본시 몸이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 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몸이 늙어감에 따라 정신도 늙어간다. 하지만 우리의 인격은 반드시 나이 들어가면서 상실되거나 파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그렇게 될 뿐이다.  강력히 당부하고 싶다. 인격수명을 늘리라고…. 죽는 그날까지 말이다. 인생이란 인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행복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강해진다. 힘 있는 젊은이보다 훨씬 강해지는 것이다.


인격수명을 늘리는 좋은 방법 이 있는가? 옛사람이 말한 많은 방법들이 있다. 젊어서 많은 책을 읽고,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키우고,매사에 반성하고,몸과 마음을 항상 경건히 하고,인격의 가치를 추구하고,성인의 가르침에 충실하고,하늘을 공경한다면 인격수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영원히 수행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5. 운명의 돌파구를 여는 원리

 

당신은 현재 주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각광을 받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가?  당신은 더 고칠 것이 없는가? 이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당신은 윗사람에게 사랑받고, 아랫사람에게 존경받으며, 벗들에게는 신임을 받는가? 

 

현재 그저 그렇다면 필경 먼 미래에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퇴보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성공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운명의 돌파구를 열고 싶다면  인간관계는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한다. 흐르는 물은 흐르고 또 흐른다.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멈추어 그 웅덩이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 채우면 넘치고 또 다시 흐르는 것이다. 운명도 이와 같다. 현재에 더할 것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면,웅덩이가 가득 차 넘치는 것과 같이 신기하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법이다.

 


6. 하늘은 스스로 고귀해지려는 사람을 돕는다

 

인간의 삶이란 반드시 인간끼리의 교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인간세계를 등지고 산에 숨어서 대자연을 벗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인간도 포함하지만 그 이상의 절대세계와 접촉하면서 살기도 한다.  


하늘은 생과 사를 초월한 삶의 근원에 속한 절대가치일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절대로 그러한 존재를 배제할 수 없다. 하늘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은 필경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토록 재수 없는 사람을 하늘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 세계는 하늘이 직접 관리하지 않더라도,자정능력이 있어서 우주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사람을 퇴출시킨다. 반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자는 인간세상이 그것을 몰라줘도 반드시 하늘로부터 복을 받게 되어 있다. 인간은 마약 중독자처럼 눈앞의 이익에 미쳐서는 안 된다. 정정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요점은 간단하다. 하늘이 보기에 좋은 사람, 공동체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항상 자신의 인격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하다는 것이다. 세밀한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남들이 알아주기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고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약한 우리 인간으로서는 당장 결실을 이룩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뜻을 세우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큰 뜻은 도인이 평생 걸어가는 길과도 다르지 않고, 인류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상과도 다르지 않다. 세상을 이롭게 하면 세상도 나를 이롭게 한다.  

 


7. 구체적인 꿈을 품어야 운명도 열린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몇 시간 전에 제자들을 만났다. 면회를 온 제자들에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나는 이제 곧 죽네. 자네들은 남은 인생을 살아가겠지! 나와 자네들 중 누가 더 유리하겠는가?”  유리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는 평생 동안 가장 선하고 가장 아름답게 살았기 때문에 죽음 후에 걸어갈 길도 추호도 거리낌이 없었다. 반면 제자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올바른 말과 행동을 이어가야 할 것이니 생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위로의 가르침을 남긴 것이리라!


죽음 후의 일은 깊게 논의하지 말자. 다만 죽어서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패한 사람이든 성공한 사람이든, 최선을 다해 살았다면 그의 인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꿈이 없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저 살아지는 것으로,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막연히 살아가는 인생이다. 무엇을 반드시 이룩해보겠다는 목표도 없고, 계획이나 전망도 없다. 삶이란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꿈을 구체적으로 품고 살아야 운명도 열리는 법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우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가를 꼭 이루고 싶을 뿐이다. 이것은 아름다운 인생이다. 여기에 더해 위대한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소박한 꿈이라도 그것을 향해 정성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무한한 가치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꿈은 그 사람의 삶을 지켜주고 또 한 ‘세상에 있음’을 행복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이렇듯 꿈은 삶의 원동력이다. 이 힘은 나아가 세상을 가꾸는 데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평생을 살면서 꼭 이룩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들이 원하는 꿈은 거의 대부분은 인간 사회 내에서의 일이다. 문제는 그 이상의 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희들은 왜 부귀영화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정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평범한 인생에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인간은 고작 100년도 못 살고 죽을 텐데, 곧 없어질 것에 대한 꿈만 가득하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개탄한 것이다.

 

인간이 세상에 나와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격의 발전이 아닐까? 세상에 부귀영화를 잔뜩 이룩해놓고 떠나간다면 그것이 세상에 나온 보람일까? 내가 감히 소크라테스를 흉내 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인이 그토록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는 죽는 날까지 정신세계와 인격의 성숙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이란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잠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까? 이미 행복한 사람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을 산다는 것은 모순이고 어리석다. 그 뒤에는 무엇이 오는가? 물론 행복도 어느 정도까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이 세상에서 더욱더 행복해지려는 꿈은 영원한 꿈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생의 꿈은 반드시 세상을 초월한 그 무엇까지 포함해야 한다. 아니, 정신세계의 발전을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삶의 보람을 완성하고 남아 있는 몸마저도 인간의 각성을 위해서 기꺼이 내던졌다. 우리가 항상 영원히 열린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인생의 사소한 성취도 그 행복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8. 불구대천의 원수는 과연 누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원수는 자기 자신이다. 배신자나 내 사업을 망친 놈,도망간 애인,정부,악덕 사장,의리 없는 친구 등도 원수에 속하긴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자신만 한 원수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나는 나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나 환경은 차치하고, 여기서는 정신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부모가 양육하고 선생이 가르치기는 하지만,자신의 선택이 더 결정적이었던 까닭에 스스로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확실히 부족하 . 그것을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

 


9. 역사가 없는 사람은 미래도 없다

 

사람은 자기가 아닌 타인에 의해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세상에 혼자만 산다면 스스로를 정의할 때 참으로 싱거울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만이 그 사람인 것이다. 스스로 무수히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남에게 어떤 역사를 보여 주었느냐만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결론은 이렇다. 첫째는 그 사람을 누군가가 알고 있어야 하고, 둘째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 사람의 역사가 남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그는 존재했어도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산속에서 혼자 살다가 죽어간 사람은, 남들에게는 혹은 세상에는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물론 하늘이 그의 존재를 알 것이다. 그러나 그저 그뿐이다. 그 사람은 타인에게 어떤 역사를 남겼을까? 없다. 그러므로 그는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인생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가족도 있고 친지도 있고 직장동료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남겨야 한다. 뭘? 역사를, 이왕이면 좋은 역사를!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역사를 남긴다면 더욱 좋은 일이나. 그리고 그 역사는 제법 쓸 만해야 한다!  우선 나 자신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먼저지만, 그다음엔 남에게도 무엇인가 뜻을 남겨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저 살았다는 역사만 남긴다면 허망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위대하지는 못할지라도 무의미한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먼 하늘을 마라보며 나는 인생에 어떤 역사를 남길 것인가를 깊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역사가 없는 사람은 미래도 없다. 

 


10. 안으로 갖추고 나아가 펼치는 것

 

인간은 혼자 있을 때도 있고 남들과 함께 있을 때도 있다. 혼자 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기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나아가 사람을 만났을 때는 참된 자기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안으로 갖추고 나아가 아름답게 펼치는 것, 이것이 인생의 정석이다. 안으로 아무리 잘 갖추었더라도 남을 대하는 법을 모르면 야학하고 아름답지 못하다. 반면 밖에 나가 사람을 대하는 데는 능하지만 속으로 갖춘 것이 없다면 이는 근원이 없는 사람이다. 

 

 



2부.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

 


1.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사람은 쓸모가 없다

 

인간의 쓸모는 원래 노동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이란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일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교감이다. 만물은 교감하며 존재한다. 인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멀고 먼 옛날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을 때 애초부터 제1의 요구 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과의 교류, 즉 교감이 었다.

 


2. 주역이 알려주는 8가지 인간형

 

(1)  듬직한 사람 _ 산


첫째 유형은 듬직한 사람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별로 충격을 받지 않고, 말수가 적으며 동작도 다소 느린 편이다. 내면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인내심이 강하다. 자잘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감정이 안정적이다. 약간 둔감한 면이 없지 않지만, 믿음직한 사람이다. 어디에서도 잘난 척을 하지 않는다.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잘 변하지 않고, 고집이 센 편이다. 우직한 남성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해의 속도는 약간 느려도 속내가 깊다.

 

(2)  침착한 사람 _ 택


두 번째 유형은 침착한 사람이다. 단정하고 속내를 쉽게 알 수 있는 타입이다. 궤도에 어긋나지 않고 절제력이 있는 사람으로 욕심이 크지 않다. 강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잘 지키고 유지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나서지 않아도 돋보인다. 순진하지만 교양이 있고 자기 몫은 확실히 하는 사람이다. 이런 타입은 ‘兌태’라고 표현한다. 연못 같은 사람인데,이런 사람을 대할 때는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되 조금씩 산(듬직한 사람)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 좋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만,  정반대의 모습을 조금 갖춘 사람도 좋아한다. 이는 남녀가 서로 다르지만 끌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이성보다는 아무래도 동성끼리 만났을 때 더 편안하게 어울리지 않는가!

 

(3)  논리적인 사람 _  화


세 번째 유형은 논리정연한 사람이다.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논리를 내세운다.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한마디로 공부 잘하고 유식한 타입이다. 남의 말에 잘 속지 않는다. 감정을 감추고 이성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행동이 질서정연 하고 생각이 명료해서 친구가 많다. 어디에서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이 있다. 객관성이 뛰어나다. 이런 유형은 ‘離리’로 분류된다. 불처럼 밝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은 조용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을 좋아한다. 물론 이 유형의 사람과 비슷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화의 반대는 수인바, 수 유형이 가진 특징을 약간만 보여주면 된다.'


(4)  내성적인 사람  _  수


네 번째 유형은 ‘감'이다. 물 같은 사람인 바,내성적이고, 조용하고, 감성적이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성격이다. 시끄럽지는 않지만 기분이 쉽게 바뀌는 사람이다. 머리는 좋지만 실수가 많은 것이 흠이다. 아는 것은 확실히 알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진 것 이외의 것은 지나치게 문외한이다. 약간의 결벽이 있고,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는 약한 편이다. 수동적 편이나 사람을 사귀는 데는 별 탈이 없다. 다만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만 가려서 사귀는 경향이 있다. 명랑하다기보다는 약간 어두운 편이고, 번뇌와 망상이 많다. 이런 사람은 속으로 화 유형을 좋아한다. 보조를 맞추되 화의 모습을 약간씩 보여주면 사귀기 쉽다.


(5)  날카로운 사람 _ 뢰
 
다섯 번째 유형은 날카로운 사람이다. 화 유형처럼 이성적인 타입과는 다르다. 무엇이든지 끝까지 파고드는 끈질긴 타입이다. 화를 잘 내는 편이고,어디서든 돋보이기를 좋아한다. 속이 깊지만 편협한 면도 있다. 아주 가깝게 지내는 특별한 친구는 있지만,사람을 폭넓게 많이 사귀지는 못한다. 양심적이고 심성이 바르지만,가끔은 그 점이 지나쳐 주위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추진력이 있고,여간해서는 지치지 않는다. 매사에 정조준을 한다. 이런 사람은 '진 震’으로 분류되는데,우레 같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여섯 번째 유형인 바람 타입을 좋아한다.

 

(6) 바람 같은 사람 _ 풍


여섯 번째 유형은 ‘손' 인 바,바람 같은 유형이다.  사교적이고 성격이 원만하다. 화를 잘 안 내고 타협을 잘한다. 깊지 못한 면이 있으나 대신 폭이 넓다. 이해심이 많고 행동이 신속하다. 착하고 순진해서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경우가 많고 속는 일도 잦다. 이런 사람은 다섯 번째 유형인 우레 타입의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7)  온순한 사람 _ 지


일곱 번째 유형은 '곤’이다. 땅 같은 사람을 말한다. 수동적이고 온순하다. 정신적으로 여성스러운 타입이다. 앞에 나서지 않는 편이고,매사에 긍정적이다. '성격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기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남을 잘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불평불만이 없고 뒤끝도 없다. 남을 잘 도와준다. 일을 서서히 처리하고,조용히 남의 뒤를 잘 따르는 편이다. 시야가 넓어서 수용력도 좋다. 이런 사람은 자신과 다른 타입, 즉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을 좋아한다.

 

(8) 능동적인사람 _ 천


여덟 번째 유형은 '건’,즉 하늘 같은 사람이다. 강건하고 능동적인 타입이다. 밝고 맑고 강하다. 언제나 새롭다. 정열적이고 남보다 앞선다. 다소 잘난 척을 하지만, 견해가 출중하다. 지치는 법이 없고,절대 우울해하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어리석지 않다. 행동력과 돌파력이 강하다. 창조력이 있고 늘 싱싱하다. 이런 사람은 일곱 번째 유형인 지(온순한 사람)의 성품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100%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자신의 유형과 상대방의 유형을 알면 살면서 맞춰가기 쉬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간파하는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사람이다. 그러니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내 자랑을 하 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애써야 한다. 

 


3.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

 

인간관계는 순간순간 수입을 잡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란 사람에게 사람다운 짓을 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친구를 얻어가는 과정이다. 남에게 베풀면 친구를 얻게 되고,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하면 인간 세상에 좋은 역사를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복으로 어지게 되는 법이다.


인간을 대할 때 이익만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살아간다 해도 우리는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이 세상은 공존의 논리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공존의 논리가 무너지기 때문에 세상이 그를 단죄할 수밖에 없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혜택을 받으려 하지 않고 형벌을 피하고자 한다.” 여기서 형벌이란 지탄, 결별, 귀싸대기 맞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결과를 말한 것이다. 우선 남에게 미움 받지 않아야 운명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남에게 존경받는 데까지 이르면 더 좋겠지만, 그 전에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면 운명은 점점 더 나쁜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비록 현실이 가난하다고 해도, 비겁해지거나 약아빠진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위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주위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며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왠지 싫은 사람은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필경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러운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천한 행동은 운을 나쁘게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다. 


4. 귀인을 발견하고 만나고 사귀는 법

 

공자는 이렇게 말 했다.
"말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말히씨 않을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군자는 사람도 말도 잃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인생의 외교다. 그러니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해야 한다. 사람은 당연히 현실에 충실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귀한 사람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내 모습을 귀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즉, 가는 곳마다 귀인을 만나고 나 자신도 항상 귀하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나 자신이 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관계란 멀리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혼자 있을 때는 반성하고,나 자신의 인격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사람을 잘 사귀는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당장 이득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를 만나든 그를 존경하고 받들고 베풀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그럴 만한 사람을 발견하는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사람 보는 눈’이다. 그리고 귀한 사람을 봤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5. 변덕쟁이에게는 운도 변덕을 부린다

 

세상에는 쉽게 변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단언컨대 두부보다도 약하다. 사람은 쉽게 변한다. 마음이 그나마 오래 유지되는 경우는, 변하도록 밀어붙이는 힘이 없을 때다. 인간은 적당한 핑계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변심할 수 있다.

 

의리란 무엇일까? 견고한 인간관계가 의리다.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두부보다 강하고,나아가 태산 같은 관계다.

 

의리 없는 사람은 “미안해.”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수습하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했다. '약자는 변명하고 강자는 행동한다.’ 의리 없는 사람을 경계하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견고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6. 사람이 먼저냐, 정의가 먼저냐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정의를 먼저 논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또한 말을 못 할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해주다보면 반드시 내 차례가 오는 법이다.《주역》에 이런 말이 있다. "앞서가면 혼미하고 뒤따르면 얻는다.”  아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남을 먼저 생각해주고 상대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힘써 도우라는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다. 그는 나를 신임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의가 유일한 판단의 기준은 아니다. 사실 세상의 행동원칙은 사람을 앞세우는 것이다. 정의는 차선책이다. 사람이 정의보다 훨씬 위에 있다. 정의는 인간이 어렸을 때 처음으로 배우는 나약한 개념일 뿐이다. 말하자면 유치한 개념인데,그 후에 사람은 성장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개념을 공부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인간우선주의다.  옛 성인이 말했다. “대부 이상은 법으로 논하지 않는다.”  이는 사소한 정의보다는 인간을 먼저 존중하라는 뜻이다.

 


7. 배신과 의리의 손익분기점

 

"선은 물이요, 악은 불이니,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적은 양의 물이 큰 불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이 선을 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주 큰 이익을 포기하고 작은 선을 앞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의리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가족을 위해 친구를 헌신짝 버리듯 버리기도 한다. 의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런 세상에서 큰 의리를 품고 살아간다면 그는 참으로 위대한 인간이다. 이런 사람과 교류를 하면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 자신이 남에 대해 의리를 굳게 지킨다면, 하늘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작은 행복 때문에 큰 의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8. 정신의 수준이 운의 수준이다

 

인간에게는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높고 낮음의 등급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모두 평등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면에서 평등하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법적,종교적,사회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 세상은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다. 확실히 사람마다 정신의 수준이 다르다. 

 

사람과 사람이 제대로 교류하려면 나 자신의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수백수천 가지의 의미가 있고,상대방은 그것을 쉽게 알아첸다. 속된 말로 ‘척 보면 견적이 나온다’는 말이다. 내 수준이 낮으면 당연히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위대한 사람과 사귀고자 한다면 자신의 수준을 먼저 높여야 한다. 말이나 행동이 천박하게 해서는 안 된다. 너무 무식해서도 안 되고,이유 없이 웃어도 안 된다. 상대방은 나의 됨됨이를 주시하고 있다.  먼저 스스로를 갖추고 나서 세상에 뛰어들어야 한다. 여기서 인간의 등급은 돈이나 권력을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형이상학적인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인격이라고 말해도 좋고, 품격이라고 해도 좋다. 사람은 정신적으로 깊고 넓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만날 때는 항상 나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9. 얼굴은 자주 보이되 입은 다물라

 

세상일은 협동이 필요하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면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조직에서의 인간관계는 남의 의견을 먼저 받드는 것으 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윗사람의 의견은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닌 한 일단은 따르고 봐야 한다. 내 의견이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먼저 내 것만 주장하지 말고 남들이 인정해줄 때끼씨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세상에 필요한 것은 통합과 질서지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럿이 모이면 대개는 제대로 된 길을 찾아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집단의 힘이다. 그러니 내 주장 하나를 굽히면 협동은 빨라 진다. 협동이 먼저이고 정의는 다음이란 뜻도 된다.


사회적 혼란은 좋은 의견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의견이 너무 많을 때 발생한다. 일단은 따르고 나중에 차차 고쳐가도 늦지 않다.  이익이 많고 옳은 의견보다는 여러 사람이 찬성하는 의견이 채택되어야 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협동이 없다면 그 조직은 조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협동이란 위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아버지보다 아이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면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결론은 이렇다. 조직생활을 할 때는 모든 사람에게 얼굴을 자주 보이되 가급적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지 않는 것이 이롭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니 조직 내의 모든 사람에게 항상 자주 얼굴을 보이고, 대신 입은 자주 열지 않는 것이 좋다.

 


10. 주도를 익히면 인생은 더욱 귀해진다

 

술은 뇌에 즉각적으로 작용하는데,술을 마시면 인간이 가진 3가지 정신적 기능이 고양된다. 술은 친화력을 고양시키고, 새롭게 하고, 소통하게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통이다. 술을 마시면 마주 앉은 사람이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고  서먹했던 사람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원한이나 공포도 사라지고 마음이 행복해진다. 이 모든 기능의 지향점은  ‘협동’ 이다. 술은 인간과 인간을 더 친해지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술자리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이는 상대방과 이미 아주 친하거나 앞으로 친해져야 할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굳이 술까지 함께 마실 필요는 없다. 식사나 차 정도면 족하다.  이렇듯 술자리는 사교의 정점인 셈이다. 그러니 무조건 술을 기피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직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공자님도 술은 한량없이 마시지 않았던가! 다만,주도를 경건하게 지키고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는 자제력과 정신훈련이 필요하다. 

 

- 빈 잔을 채운다.

- 각자 자기 잔으로 마신다.

- 폭탄주는 삼가하라.

- 안주는 술 다음에 먹는다.

- 잔은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

- 상대에게 마시길 강요하지 마라.

 

술을 마시는 형식은 아주 다양하나, 원리는 간단하다. ‘사랑과 존경’이다. 양은 앞서고 음은 뒤따르는 것이며,양은 음을 보호하는 것이고 음은 나서지 않는 것이다. 술을 따를 때나 마실 때 두 손으로 하는 것은 음과 양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자리에서나 술잔을 두 손으로 경건하게 들고 조심스럽게 마신다. 주도는 군자 혹은 신사가 반드시 익혀야 할 아름다움이다. 특히 여성이 주도를 익히면 더욱 귀해지고 복을 받는다. 

 


11. 먼저 주는 자가 먼저 이긴다

 

인간에게 베푸는 것이 아까우면 평생 그 돈을 저축하라. 큰 출세는 못하고 째째한 인생에 정착하게 될 것이다. 큰 포부란 일찌감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결판을 내겠다는 각오다. 이와 같은 섭리는 먼 옛날 강태공이 문왕에게 가르쳤던 내용이다. 먼저 주고 나중에 사람을 얻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만 주라는 말인가? 그게 아니다. 몇 번 내가 베풀었는데 번번이 얌체짓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만나지 않으면 된다. 세상은 얌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얌체짓을 한 적 없었나를 걱정 해야 한다.

 

 


3부. 귀한 처세가 귀한 운명을 만든다


1. 유언극행(有言極行), 만행의 기본

 

우리는 세상에 막 나왔다.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일까? 운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믿을 수 있는 말, 신뢰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약속은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분이다. 예로부터 신이란 토의 덕으로서 만행의 기본이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부분의 인격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된다. 인간은 말로 교류한다. 그런데 바로 이 말이라는 것이 내뱉은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존재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그를 믿지 않는다면,하늘도 그를 믿지 않고 버릴 것이다. 운의 발전은 신용을 확고하게 다진 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행위는 주역에서 풍수환의 괘상이다. 이는 모든 것이 흩어진다는 뜻이니 명예, 재산은 물론 종래에는 인간 관계도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2. 귀한 운명을 만드는 귀한 행동

 

어떤 사람이 예의가 없고 말이 무식하며 행동이 천박하다면,그 사람과 상대하고 싶은가? 우리는 그런 사람에 대해서 ‘교양 없는 놈’이라고 낙인찍어놓고 가급적 피한다. 누구나 귀인과 만나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은 법이다. 그런데 귀인의 첫 번째 조건이 교양이다.

 

교양의 조건은 무수히 많은 항목이 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기, 찜찜거리며 먹지 않기, 남에게 양보하기, 화내지 않기, 온화하고 고상한 말투로 말하기, 차림새를 단정히 하기, 침착하게 행동하기, 밝은 표정 짓기, 큰 목소리로 성내지 않기,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기, 격식 있는자리에서 정장 차려입기, 겸손하게 말하기, 주위 사람을 배려하기 등이 모두 교양 있는 행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하고, 실질을 갖추는 데만 열을 올린다. 그래서 교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는 교양이란 개념 자체를 고리타분하다며 비웃는다. 이는 천한 발상으로서 사회를 어둡게 만든다.  


행동이 귀하면 반드시 귀한 사람이 된다. 그것이 하늘의 이치다. 예로부터 훌륭한 가문의 사람들은 애써 교양을 익혀왔다. 교양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해치고 남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환영하는 사람이 되어야 좋은 운명도 열리는 법이다. 교양 없는 사람은 거칠고 천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말은 신중하게, 행동은 품위 있게,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운명개선의 큰 틀은 갖추어진 것이다.  되는 대로 편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어느새 모든 사람이 떠나가게 되고 인생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약삭빠르게 실질만 갖추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바, 이것을 빼놓고는 처세를 논할 수 없다.  

 


3. 다 보고 다 듣는 기술

 

좋은 사람을 만나야 좋은 운명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사람을 만나 그 앞에서 하는 나의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자리에서 남을 살피지 않으면 이는 귀를 막고 눈을 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간을 만나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동을 먼저 봐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시작해도 되겠지만 나중에는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그 내면의 뜻까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매사에 사람을 살피는 습관! 이는 인간이 있는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인생은 나 혼자만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을 삼가면서 일일이 주위 사람을 살피고,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명이라도 제대로 보고 듣는 능력을 키운 다음, 차츰 수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막상 해보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많은 사람을 살필 수 있고,각각의 속뜻을 파악해 적절히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남들로부터 추대를 받을 것이다. 인간은 남들로부터 선택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저 혼자 끙끙대 며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을 누가 사귀려 하겠는가.

 


4. 우울하고 시큰둥한 태도가 최악

 

사람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세상이 재미있어야 한다. 세상이 재미없는 사람에게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면,남들 앞에서라도 세상을 재미있게 보는 듯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남에게까지 그것을 전파할 수 있다면 그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과 같다.  


옛 성인이 말했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만 재미로 삼으면 나중엔 세상이 다 재미없어진다. 재미없는 것도 재미있게 바라봐야 한다." 세상은 재미있게 바라봐야 재미있는 법이다.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에게 좋은 운명의 기회가 열린다. 고개를 들고 열정을 일으켜라. 파이팅을 외치자. 내가 지금은 비록 괴로워도 남에게는 밝은 모습을 보이자. 불빛이 되어 남의 앞길을 비춰주고 그가 더 잘 갈 수 있게 거들어줘라. 박수를 치고 희망찬 모습을 보이면, 진정한 희망이 생기는 법이다.

 


5.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운은 끝난다

 

좋은 운명을 끌어당기려면 먼저 세상을 똑바로 봐야 한다. 잘난 척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생각도 정지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일 뿐이다. 사람은 일단 자기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의 속도가 확 줄어들거나 아예 발전이 없어진다.

 

잘난 척은 혼자 있을 때도 하지 말아야 하고, 남들과 있을 때는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도적놈? 아니다. 잘 난 척하는 놈을 가장 미워한다. 

 


6. 주인공의 삶을 원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목표가 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어서 날이 갈수록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적당히 타협하여 안정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출세다. 출세란 반드시 대단할 필요는 없다. 그저 평화를 유지할 정도만 되면 만족해야 한다. 출세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람은 어느 곳에 가서든 평범함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운의 입구다. 친구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지 사람을 지배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항상 뽐내는 사람은 점점 외로워지는 법이고,반대로 자신보다 남을 높이고 앞세우는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사람은 공존의 논리를 알아야만 환영받는다.

 

세상에 진정한 주인공은 없다. 세상 사람은 누구나 조연이다. 그러므로 애써 조연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조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옛말에 “성인은 천지화육을 돕는다.”는 말이 있다. 위대한 성인조차도 세상의 조연인 것이다. 위대한 조연! 이런 사람만이 도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7. 목소리가 운명이다

 

말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이루어낸 위대한 결실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의사를 교환하고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협동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말에는 3가지 작용이 있다. 첫째,말에 들어 있는 뜻이다. 이것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교양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억양이다. 이것으로 그 사람의 기분과 의지,정서 등을 알 수 있다. 천박한 사람은 억양에서부터 속된 성격이 드러난다. 셋째,말에는 음색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매력과 감정 등을 나타낸다.

 

음색, 목소리에는 개성이 들어 있는데,그것은 특히 매력을 발생시킨다.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는 매력이 있는가 하면,귀로 들리는 매력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느 쪽이 더 강력한 매력요소인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테니 단언할 수 없다. 어쨌거나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은 인간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보이는 것은 외모이고,들리는 것 은 음성이다. 이 두 가지 중에 음성은 수련을 통해 아름답게 가꿀 수 있 으니 특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울려서 나오는 것인데,사실 성대하고는 상관이 없다. 성대가 망가진 사람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대가 약간 망가져야 더 매력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는 설도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목소리가 신장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장이 건강하면 목소리도 건강하다고 한다. 도인들의 세계에서는 목소리가 영혼에서 나온다고도 하는데,이는 심연을 울리는 깊이 있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결론은 이렇다. 목소리는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마음으로 목소리를 수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목소리를 쉽게,아무렇게나,건성으로 내지 말고,깊은 마음과 합치시켜 아름답게 가다듬고 가장 좋게 내는 것이 방법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볼 필요가 있다. 단전호홉도 좋고 성악훈련도 좋다. 신장 혹은 영혼에서 목소리를 뽑아낸다는 마음으로 훈련하라. 인내와 고요를 통해 목소리를 가다듬어도 좋다. 필경 목소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무엇이 되 었든 사람은 목소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운 목소 리,즉 매력 있는 목소리는 사람을 안정시키고 영혼에 감흥을 준다. 심연의 목소리, 걸리적거리지 않고 맑은 음성,감미로운 음악 같은 목소리, 이런 목소리는 사탐에게 감명을 주고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좋은 목소리를 내려면 영혼에서부터 기운이 샘솟듯, 다급함이 없이,  맑고 경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함부로 말하는 목소리에는 매력이 없다. 정신이 흐릿한 사람도 목소리에 매력이 없는 것이다. 가을 하늘처럼 맑고, 심연처럼 깊고, 태산처럼 안정되어야 하며,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매력 있는 목소리다. 천상의 음악처럼 매력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는 좋은 사람을 얻을 수 있고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8. 돈보다 사람을 벌어라

 

가장 나쁜 남편은 어떤 남편일까? 돈을 적게 벌 어오는 남편? 술을 많이 마시는 남편?  아니다. 바로 친구가 적은 남편 이 가장 나쁜 남편이다. 친구가 너무 많은 남편 때문에 괴롭다는 아내들도 있지만, 돈을 적게 벌어오는 남편보다 친구가 적은 남편이 더 나쁜 놈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전업주부도 인맥이 중요하다. 인맥을 쌓으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든다. 하지만 이를 아끼고 두려워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래를 위해 현실의 에너지(돈,시간)를 써야 한다.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생에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모험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대단 하거나 특별히 위험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숨통을 열어놓으라 는 것뿐이다. 부부가 서로 마주앉아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인생에 할 일이 이것뿐이라면 발전도 없고 미래도 없다. 물론 영원히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면 열심히 돈을 아끼고 시간을 아끼며 살아도 좋다. 다만 그럴 경우 모아놓은 돈은 있을지언정 친구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사람이냐 돈이냐인데, 돈만으로는 위험하지 않을까? 아주 위험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외면하고 살면 재앙이 뒤따르는 법이다. 그게 운명의 원리다. 이는 천산돈이라고 하는바, 이 괘상은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과의 소통이 없으면 종래에는 불행한 운명에 이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절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당히 안정하고, 적당히 미래에 투자하라는 것… . 적어도 자기가 소유한 돈과 시간의 20% 정도는 미래를 위해 소비, 아니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는 최소한이다. 약간 더 투자해도 나쁘지 않다. 여기서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현재를 지키는 것을 선호하고,남자는 양이기 때문에 미래를 발전시키기를 원한다.

 


9. 항상 시간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은 그만큼 돈을 많이 벌겠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다. 이는 결국 시간을 돈으로 바꾼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어려운 시대에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나마 그는 행복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돈뿐만 아니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시간을 다 빼앗기면 안 된다. 심지어 공부만 하느라 시간을 모두 탕진해서도 안 된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인생에는 할 일이 아주 많다. 돈에만 몰두해서도 안 되고,공부에만 몰두해서도 안 되고, 사랑에만 몰두해서도 안 되고,자식한테만 몰두해서도 안 되고,국회의원이 되는 데만 너무 몰두해서도 안된다. 모름지기 인생은 멀리까지 바라보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지나치게 꽉 짜인 사람은《주역》의 괘상으로 수화기제다. 이런 사람에게는 돌발적인 불운이 닥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다. 댐에 물이 가득 찬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 댐은 넘치거나 붕괴될 위험이 크다. 살얼음 위를 걷는 인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사람이 한곳에만 몰두하면 영혼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재앙’에 대한 방어기능이 약해진다. 재앙이란 정신에 여유가 없을 때 닥치는 법이다. 정신이 한곳에 오래 붙들려 있으면 주위에 온갖 위험이 도사려도 그것을 잘 모른다.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는데, 사람은 호랑이가 아니어도 사소한 일에 쉽게 얼이 빠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심각하게 환장하는 것이 돈이다. 돈 앞에서 인간은 볼 것도 못 보고 할 일도 못 한다. 돈 외에도 인간의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무수히 많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것 외에 다른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식물인간이 된 것과 다름없다. 삶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곧 자유이고,  자유가 있어야 삶에 뜻이 생긴다. 인간은 기계처럼 틀에 박혀 살면 안 된다.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머지않아 재앙이 도래할 것이다. '항상 시간이 없는 상태’는 그 자체로 이미 어리석다. 너무 바쁜 사람에게는 좋은 운명도 급히 스쳐 지나간다.

 


10. 용기가 불운을 막는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존재감은 내면에서 나온다. 그래서 내면이 깊은 사람은 존재감이 크다. 남과 친구가 되려면 나부터 훌륭해져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이 남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면 남들도 나를 좋아할 리 없다. 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친구를 찾아 나설 수 있는 법이다. 처세니 인맥이니 하면서 무작정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나를 알게 되는 사람이 나로부터 어떤 보람과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사람을 고르듯이 남도 사람을 고른다.  나를 먼저 가꾸어 놓고 남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발전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정녕 갖추고 싶은가? 어렵지 않다. 첫째, 강한 사람이 되어라. 둘째, 매력 있는 사람이 되어라. 셋째, 착한 사람이 되어라. 넷째,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라. 이 정도면 된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날로 훌륭해지는 법이다. 뜻이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부귀영화를 꿈꾸기 전에 먼저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을 이루는 첫째는 의지이다. 이것은 정신의 원동력으로서 고등생명체의 활동은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의지는 정신세계의 대통령과 같은데, 우리가 ‘나’라고 호칭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타고난 기운이라고도 말하는데, 이것은 영혼으로부터 발출되는 불멸의 존재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지를 길러야 할까? 의지는 인간의 정신활동 중에 용기라는 덕목으로 발현된다. 용기를 기르면 의지도 길러지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용기와 의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의지의 작용은 대부분 용기로 나타나므로 용기를 기르면 의지를 기르는 것이 된다.  용기를 기르는 요점은 무엇인가? 항상 도전하라는 것이다. 패할지언정 도전을 피하지 말라는 뜻이다. 용기는 하늘의 덕으로서, 양원의 성품을 가지고 있다. 양이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지 다른 것의 도움으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다. 용기는 그저 용기를 내면 점점 커져 간다. 운명을 개선하는 일도 용감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늘은 투지를 잃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 항상 힘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운명을 개척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11. 무식하면 친구도 없고 재수도 없다

 

사람이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옳은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하고,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을까? 이는 경우마다 다를 것이니 경우를 많이 알아야 한다. 즉 지식이 넓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만큼 넓어야 하는가? 당연히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가능 하다면 저 하늘만큼 지식이 넓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인생 최고의 즐거움은 공부가 아닐 수 없다. 공부를 하면서 사는 사람과 전혀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큰 차이가 난다. 공부를 안 하고 사는 사람은 ‘경위가 바르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 즉 나쁜 놈이 된다. 이미 지식이 많다 해도 내가 모르는 새로운 지식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으니 공부라는 것은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공부를 언제 다 할까? 공부의 끝에는 깨달음이 있다. 그래서 공자도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삶의 보람은 오로지 공부일 뿐이다.

 

요즘은 공부하기가 아주 쉽다. 서점에 가면 좋은 책이 무수히 많다. 한 권의 책만 제대로 읽어도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연구한 내용을 다 습득할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1만 권의 책을 읽었다면 그 는 세상에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려면 폭넓게 읽어야 한다. 이런저런 견해와 지식을 견주어야 더 좋은 내용을 간추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는 것을 실행하여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많이 안다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안전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좋은 친구가 된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밖에 나가 친구를 사귀기도 쉽고 어디서든 호평을 받는다.  단,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다. 요즘 세상에는 누구나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다. 그러니 나만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나의 공부는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아야 한다. 세상에 오로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과 책이라고는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중 누가 더 위험할까? 답은 오로지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 이 말은 자기가 읽은 지식에 너무 큰 자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도 넓다. 그 안에는 얼마든지 위대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공부는 많이 하되 조심을 해야 한다.

 

공부는 써먹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공부 자체가 우리의 영혼을 발전시킨다. 영혼은 죽지도 않는 것이니 그것을 계속 발전시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옛말에 '글가난이 서럽다’는 말이 있다. 무식한놈은 인생이 슬픈 법이다.  무식하면 친구도 없고 재수도 없다. 날이 갈수록 천박해진다. 지식이 많아지면 당연히 고귀한 사람이 될 것이고, 이는 중요한 노후대책이기도 하다. 무식하면 고독하고 돈도 마르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무식한 사람은 세상이 점점 재미없게 변해간다. 그리고 내가 무식하면 내 자식도 무식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식마저 망하게 하는 것이다. 길게 생각할 것 없다. 책을 읽어라. 밥을 먹는 것만큼 책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존경받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은 위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의 위대함을 비웃는 사람은 아직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다. 위대한 사람을 존경하면 그 사람처럼 변해가는 것이 자연의 이 치이다. 하늘은 끝없이 높다. 

 

 

 


4부. 타고난 운명에 머물지 마라

 


1. 운명을 바꾸는 매력의 조건

 

인간관계의 성패는 대체로 내가 남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내가 평가를 받게 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봐야 한다. 아예 온 세상이 나를 지켜보는 면접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실패다. 내가 외면당하고 나서 상대를 비난해 봐야 소용없다. 그보다는 내가 왜 배척당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 다. 만일 내가 남으로부터 자주 무시당하거나 배척을 당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나에게 고쳐야 할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뜻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상대방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답은 '매력 있는 사람’이다. 매력이 있으면 ‘선택’을 받는 법이다. 매력 없는 놈은 재수 없는 놈과도 통한다. 결국 배척당하게 되고 날이 갈수록 고독해진다. 그래서 점점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 현재 누군가가 고독하다면, 그는 분명 매력 없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매력은 외모가 예쁘고 못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사람이 뿜어내는 인간적인 매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의식이 ‘맑다’ 혹은 ‘흐리다’는 것,  유리처럼 맑게 느껴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정신이 촘촘한 사람이다. 정신의 ‘폭이 넓다’는 말도 하는데, 이는 결과적인 것을 뜻하는 것이고, 그 내용은 정신상태가 촘촘하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정신이 또렷한 사람이다. 반대는 멍청하다, 둔하다, 느리다, 시야가 좁다, 어둡다, 맹하다 등이다. 여기서 우리는 매력의 공통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맹한 놈은 매력이 없는 것이다. 정신의 화소 수가 높은, 즉 정신이 촘촘한 사람은 분명히 매력 있어 보인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말은 과묵하되 행동에 민첩함이 있다.” 여기에서 민첩하다는 것은 행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의 민첩함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정신의 민첩함이란 센스가 있고, 순발력이 좋다는 뜻인바, 이는 그 내면에 정밀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른바 화소가 촘촘하고 이것이 잘 작동하고 있다면 매력 있어 보인다.


흐릿한 사람은 누구나 싫어하는 법이다. 왠지 싫을 수밖에 없다. 불분명한 것은 답답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있으면 앞이 막힌 듯하고 재미가 없다. 이런 사람은 밖에 나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친구가 늘어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진급도 느리다. 사업 역시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거나 존경을 받기도 어렵다. 정신의 화소를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생각도, 운명도 더욱 명쾌해진다. 다이아몬드의 매력 중 하나는 그 맑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운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얼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간단히 알아보는 방법은 얼굴의 유형을 살피면 된다. 사람을 볼 때마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될 것이다. 우선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보자.
 

1단계 - 산과 연못

앞에 사람이 있다. 얼굴이 보인다. 단단해 보이는가? 어둡거나 표정 변화가 적은가? 그렇다면 첫 번째 유형인 산 같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 차분해 보이는가? 고집스럽지 않고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가? 단정한 느낌을 주는가? 그렇다면 두 번째인 연못이다. 둘 중 하나가 아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 - 물과 불

따뜻해보이는가, 지성적으로 보이는가? 그 사람은 세 번째 유형인 불이다. 지적이라기보다는 정서가풍부해보이는가? 얼굴이 부분적으로 찡그릴 때가 있는가? 철이 없어 보이는 얼굴인가? 이는 네 번째 유형인 물이다. 둘 다 아니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3단계 - 우레와 바람 
다섯 번째 유형은 우레다. 날카로운 모습인가? 입을 다물고 있는가? 무엇인가 각오를 한 듯 비장해 보이는가? 성깔이 좀 있어 보이는가? 그렇다면 딱이다. 아니면 여섯 번째로 넘어간다. 바람인데,이는 시원해 보이는 얼 굴이다. 이 유형의 얼굴은 특히 사진발이 좋다. 마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상대방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이런 얼굴은 바람처럼 청량하다. 둘 다 아니라면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4단계 - 땅과 하늘

그다음은 온순해 보이는 얼굴,친근감이나 애정을 유발하는 얼굴,착한 백성의 얼굴, 긍정적인 얼굴이다. 이는 땅년에 해당되는 얼굴로서 여성의 얼굴이 이런 스타일이면 참으로 좋다. 마지막 유형은 하늘X인데,얼굴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가? 명랑한가? 강해 보이는가? 이는 하늘같은 얼굴이다.

 

 이상의 8가지 얼굴은 단순히 얼굴이 주는 느낌에 대한 것일 뿐, 이것이 곧 마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종종 얼굴 모습과 마음이 판이하게 다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얼굴에는 반드시 성격의 일부가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그 사람의 본질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모저모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얼굴은 그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단지 얼굴은 인위적으로 꾸며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3.  정신의 움직임은모두 얼굴에 기록된다


얼굴은 우리 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밖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녀 불문하고 누구나 얼굴에 품격이 나타난다. 


우리의 모든 마음 상태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바로 표정이다. 마음의 상태란 뇌의 상태일 수도 있고 영혼의 상태일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정신의 움직임은 모두 얼굴에 나타난다. 


얼굴에는 영혼의 상태가 투사되기 때문에 이로써 미래나 과거를 알 수 있다. 여기서 과거란 얼굴에 정착된 특정한 상태로서, 인품이나 성격 등 그 사람의 역사를 말한다. 그리고 미래란 운명의 흐름을 뜻한다.


얼굴을 보고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관상법을 몰라도 아주 자명하다. 범죄수사관들은 얼굴을 보고 범인을 추측해낼 수 있고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거짓말하는 아이를 짚어낸다. 연애의 귀재들은 여자의 표정만 봐도 그 깊은 속내까지 알아낸다.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변해가지만 성향에 따라 특정한 모양으로 정착한다. 때문에 얼굴에는 많은 것이 드러나고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마치 생물학자들이 연구하는 고대 화석과 같다. 화석을 통해 생물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는 것처럼,얼굴은 마음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러니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가장 귀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잔잔한 호수 같은 모습이다. 굳어 있지도 않고 요동치지도 않는다. 침착하고 꾸밈이 없다. 자중자애하며 적당히 반응하고 적당히 행동한다. 이른바 자연스러운 모습인데,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수양이 깊은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다.  주역의 괘상으로는 풍택중부인데, 군자의 모습이 이렇다. 괘상은 뜻을 품고 있다는 의미인데,깊은 내면이 있고 밖으로는 삼가는 모습이다. 언제 어디서나 조화를 이루는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변해간다. 운명이 순탄하고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처세에 있어 얼굴은 제일 먼저 내밀 수 있는 간판과 같은 것이다. 미모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고귀하게 갖춰 겉으로 드러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링컨은 “사람은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 고 말했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날 때 항상 그 사람 속에 내재된 뜻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남뿐 아니라 나 자신의 모습도 더 아름답게 가꾸어나갈 수 있다.

 


4. 얼굴을 고쳐 운명을 바꿀 수 있나?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명을 고치기 위해 얼굴 개조에 나선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얼굴을 고쳐서 운명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


첫째,얼굴에서 눈을 기준으로 위쪽의 점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마에 남은 상처나 흉터도 말끔히 없애야 한다. 필요하면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말이다. 앞에서 얼굴은 하늘이라고 했는데,이마는 하늘(얼굴) 중에서도 하늘이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의미가 많다.  


둘째,코와 가까운 곳에 있는 점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풍천소축으로서 재앙이 도래 한다는 뜻이 있다.


셋째,턱에 큰 상처가 있거나 점이 많으면 천산돈이 되어 아주 흉하다. 이 패상은 관재수 또는 심각한 고립을 상징한다. 얼굴형에 따라 턱이 지나치게 작은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교정이나 수술도 고려해볼 만하다.


넷째,인중 혹은 인중 주위에 있는 흉터나 점도 나쁜데 이는 천뢰무망으로서 낙오된다거나 갑작스런 사고
를 당한다는 뜻이 있다.


다섯째,코를 높이는 수술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주저앉은 콧대를 세우거나 휘어진 콧날을 곧게 하는 수술은,부작용만 없으면 해도 좋다. 곧고 우뚝한 코는 운명에 유리하다.


여섯째,쌍꺼풀수술은 대체로 운명에 유리하다. 간혹 수술의 결과로 지나치게 두꺼운 쌍꺼풀이 생기거나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경우는 미적으로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얼굴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한다.


일곱째,보톡스를 통해 주름을 없애는 시술은 가급적 늦게 하는 게 좋다. 내 생각에는 60세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덟째, 눈썹을 다 뽑고 문신을 하는 것은 최악이다. 괘상으로는 풍천소축인바,재산 낭비가 심해지고,인생에 할 일이 없어진다.

 


5.  수백 권의 책보다 나은 자녀교육의 지혜

 

아이들에게 심어줄 좋은 3가지 습관 중 첫째는 서예다. 이것을 하다 보면 신중함이라는 덕목이 갖춰진다. 행동하기에 앞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생긴다. 사람이 의리가 없는 것은 거의 다 신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예는 동양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훈련으로 요즘 서구식 식생활과 생활방식이 주는 악영향을 감소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면 일찍 철이 들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


둘째는 바둑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바둑을 배워야 한다. 바둑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말을 조심하게 만든다. 특히 얄팍한 지식을 자랑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바둑의 목표는 지능개발이 아니다.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바둑을 두라는 것이다. 바둑은 무술보다도 더 사람의 정신을 강하게 만든다.


셋째는 태극권이다. 태극권은 신체를 단련하고 마옴가라 앉힌다. 행동이 조화로워지고 마음이 침착해지며 실천력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또한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이 높아진다.  

 


6. 계획 없는 곳에 의외의 발전이 있다

 

인생의 시간을 반드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효율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도대체 무엇이 효율적인지 인간은 절대 알 수 없다. 둘째, 생각할 수도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그 어떤 새롭고 의외적인 길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기가 통하듯이 운이 내 인생에 찾아와 흐른다. 셋째,자기 변화를 위해 계획되지 않은 곳으로도 뛰어들어봐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날마다 새로워져라.” (日新又日新) 새로워진다는 것은 자기가 늘 해왔던 방식을 반성하고 고쳐보라는 뜻이다. 공자도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始)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아무런 외부 검증 없이 영원히 실천한다면 이
는 아주 위태로운 운명이다. 그래서 꽉 짜인 사람은 한마디로 흉하다. 대자연의 법칙은 때로 단단한 것을 혹독하게 공격하는 법이니 시급히 부드러움을 갖추어야 한다. 재물에 대해 인색한 사람은 반드시 큰 손해를 볼 것이고,시간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은 일찍 죽거나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늘 그렇듯이 하늘은 지나침을 벌준다.

 


7. 좋은 인상을 남기고 끝내라

 

노래를 훌륭하게 부르도록 노력하라. 나의 매력을 남에게 보여줄 기회는 흔치 않다. 노래는 매력을 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노래뿐만 아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사람을 대할 때 대충대충 건성으로 대하면 그 사람에게서 나는 잊혀지고 만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좋은 인상을 남기고 끝내야 한다. 이것이 나중에 인맥으로 이어 지지 않더라도,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이는 복을 쌓는 행동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그것을 하늘이 평가하든 사람이 평가하든, 반드시 결론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역량을 쌓아나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노력하는 삶이 싫을 수도 있다. 되는 대로 살고 싶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 되는 대로 산다는 것은 무능함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남들 앞에서 잘 보일 능력이 없기 때문에,자신감이 없기 때문에,만남이나 교류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대인기피증인데,심하면 공포증으로 바뀐다. 끔찍한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행복이란 애써 사람 앞에 나서야 하고,거기에서 제대로 행동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8. 남을 축복해야 나도 축복받는다

 

인간은 누구나 칭찬받고 싶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을 항상 자랑스럽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격이다. 남들이 자랑하고 싶을 때 그것을 외면하는 사람은 잔인한 사람이다. 사악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공존이라는 사회의 논리를 무시한 것이다. 남이 기뻐할 때 김빠지게 만들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아주 재수 없는 사람이다. 반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닌데도 대단한 일처럼 칭찬해주고 기뻐해준다면 상대방은 행복해진다. 남에게 행복을 주는 행동은 복을 짓는 행동이다.

 

축복이 넘치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남을 항상 축복해주다 떠난다면 이 또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남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자는 죽어서도 보람을 못 느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자를 누가 알아주겠는가!  축복받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축복을 해주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또한 하늘은 남에게 축복을 주는 사람에게 더 큰 축복을 내려주는 법이다. 

 


9.  왕이 참견하지 않으면 장군은 승리한다

 하늘조차도 인간의 일에 일일이 참견하지 않는다.《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장군이 능력 있고, 왕이 그를 참견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모두 참견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남이 비록 어리석게 행동해도 그것을 내버려둬야 한다. 그렇다고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내버려두라는 말이 아니다. 별 탈 없는 일에 공연히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다. 

 

모든 길흉화복은 사람에서 시작되어 사람으로 끝난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사는 것,  진정한 처세는 영원을 향해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이익을 보기 위해 잔꾀를 부려 인맥을 만드는 것은 길게 보면 부질없는 짓이다. 처세는 인간에 대해 언제나 옳게 대한다는 뜻이다. 이익이 없어도 좋은 것이다. 그저 내가 인간에게 인간답게 대한다는 것이 내 운명에 좋은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다 가면 그만큼 태어난 보람이 있다. 처세는 남에게 무언가를 빼앗는 것도 아니고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내가 베풀기 위해 처세하는 것일 뿐이다. 얻을 게 없어도 좋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내가 항상 인간을 바르게 대하면, 이는 하늘이 다 보고 있다. 그게 전부다. 모든 일에 즉시 대가를 바라는 사람은 졸렬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원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당연히 상종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다. 우선 우리 자신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에 대한 평가는 죽고 나서 내려져도 상관없다. 나를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처세에 성공한 것이다. 이준 열사가 말했다. ‘삶 중에도 죽음이 있고 죽음 중에도 삶이 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나는 죽어도 살아 있는 것이다. 반면 그 누구의 마음속에도 내가 없다면 나는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다. 죽음 앞에 서 있더라도 영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19년은 참아라

 

 

< 조선일보,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2023.04.19. >

 

 


성경에서 40은 고난과 시험을 상징한다. 하나님은 40일 동안 비를 내려 땅을 씻었고,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동안 광야를 방황했다. 모세, 엘리야, 예수는 40일 동안 금식했다.

동양에도 고난과 시험을 상징하는 숫자가 있다. 19다. 

 

춘추시대의 문공(文公)은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아 타국으로 쫓겨났다가 19년 만에 귀환해서 진(晉)나라 왕이 되었다. 타향살이하면서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키운 덕에 진나라를 중국 둘째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한(漢)의 장건(張騫)은 실크로드를 개척하기 위해 서쪽으로 나갔다가 흉노에게 붙잡혔다. 온갖 고난을 참으며 기회를 노리다가 19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고 귀국해서 불후의 영웅이 되었다. 

 

조선의 노수신(盧守愼)은 전남 진도에서 19년 동안 귀양살이하면서 문장을 갈고 닦았다.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훗날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을 역임했다.

동양에서 19년을 유달리 강조한 이유는 천체 운행과 관련이 있다. 천자문의 일곱 번째 구절인 윤여성세(閏餘成歲)는 “윤달을 더해서 한 해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음력의 1년(354일)은 양력의 1년(365일)보다 11일 정도 짧아서 가끔 윤달을 보태야 한다. 정확히는 19년 동안 일곱 번 윤달을 끼운다. 동양의 우주관에서 19년이란, 음력과 양력의 길이가 일치하여 완전함에 이르게 되는 기간이다.

조선 중기 학자 유몽인은 19가 특별한 이유를 주역에서 찾았다. 주역의 논리 체계에서 짝수는 음, 홀수는 양을 의미한다. 19는 음의 끝수인 10과 양의 끝수인 9를 더한, 우주의 극한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고난 앞에서 금방 포기하지 말고 19년 정도는 꾹 참고 견디라고 충고했다. 그것을 내구(耐久)라고 일컬었다.

백세 시대다. 지금이야말로 19년 정도 내구가 필요하다. 19년은 오늘날의 ‘1만 시간 법칙’과도 통한다. 매일 90분씩 19년을 투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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