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수출한 규슈올레, 일본의 속살을 걷는 재미

 

 

<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 , 2023.03.17  >




3월 5일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 다케오온천역 광장. 한·일 올레꾼 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규슈올레 개장 1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규슈올레 걷기 축제가 열렸다. 원래는 지난해가 규슈올레 개장 10주년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행사가 열리지 못했었다.

걷기 축제 전날인 4일에는 나가사키현 마츠우라시에서 규슈올레 18번째 코스인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개막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 사태로 2년간 중단됐던 신규 코스 개장 행사가 재개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2012년 제1호 규슈올레인 다케오 코스부터 신규 코스 개장 행사를 취재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직후 개장한 두 개 코스만 제외하고 모든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1년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어도 올레길에서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다. 일본에 진출한 올레길, 규슈올레의 11년을 돌아본다.

 


일본, 코로나 때에도 저작권료 계속 지급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발했다. 일본 열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관광 부문이 타격도 컸다. 일본 남쪽 규슈 지방도 마찬가지였다.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현과 규슈의 대표 도시 후쿠오카는 1000㎞ 거리다. 서울과 후쿠시마도 1000㎞쯤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규슈는 대지진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규슈 관광시장의 65%를 차지하는 한국인 방일 시장이 무너졌다.

규슈관광추진기구(현재는 규슈관광기구)가 한국인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찾아낸 대책이 올레길 수입이었다. 그 시절 한국은 걷기여행 열풍으로 뜨거웠다. 2007년 제주올레 1코스가 개장한 뒤 전국 방방곡곡에 수많은 트레일(걷기여행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규슈에 제주올레를 닮은 트레일을 만들면, 발길 끊었던 한국인이 돌아와 걸을 것이라고 규슈관광기구는 기대했다. 그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2012년 2월 29일 첫 규슈올레 코스인 다케오 코스가 개장했다. 다케오 코스 개장식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해 한국 최초로 해외 건설사업에 진출했는데 반세기 가까이 지난 오늘 ‘안티 공구리(콘크리트) 정신’을 추구하는 제주올레가 일본에 수출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규슈올레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일본 입장에서 규슈올레는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우리에게 규슈올레는 일본에 수출한 K콘텐트다. 제주올레는 올레길이라는 이름부터 간세다리(제주올레 이정표)·화살표·리본 등 올레길 상징을 사용하는 명목으로 규슈관광기구로부터 연 100만엔(약 1000만원)을 받는다. 코로나 사태로 신규 코스 개장이 중단됐던 2021년과 2022년에도 100만엔씩 받았다. 1960년대에는 한국 기업이 태국에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50년쯤 뒤에는 한국 시민단체가 일본에 트레일을 냈다.

규슈관광기구에 따르면 2012~2021년 규슈올레 방문자 수는 53만5000명이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만든 콘텐트이지만, 일본인 방문자가 더 많았다. 규슈올레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에 제2의 올레길도 열렸다. 2018년부터 꾸준히 개장하고 있는 미야기올레다. 미야기올레는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에 난 올레길로, 현재 4개 코스가 운영 중이다.

이유미 제주올레 일본지사장은 “제주올레의 가치와 철학이 일본에서 10년 넘게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주신 한국과 일본 올레꾼에게 감사하다”며 “11월엔 미야기올레도 새 코스를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2년 첫 코스를 개장한 직후 3, 4년은 규슈의 7개 현(縣, 한국의 도에 해당)이 경쟁하듯이 규슈올레 개장에 열을 올렸다. 7개 현이 코스를 하나씩 추천하면 규슈관광기구와 제주올레가 현장 심사를 나가 신규 코스를 선정했다. 심사에서 떨어진 지역의 공무원 중에 눈물을 보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제주도로 날아와 원조 올레길을 공부하고 돌아간 지역 공무원도 많았다.

 


코스마다 온천·신사 지역명소 거쳐

제주올레와 규슈올레는 자매 길이다. 그러나 성격은 판이하다. 제주올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조성한 제주도 둘레길이다. 시작점부터 종점까지 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러나 규슈올레는 각 지역의 대표 관광지를 이은 10㎞ 내외의 단거리 트레일이다. 하여 연결되는 코스가 하나도 없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규슈올레는 코스마다 온천·신사 같은 지역 명소를 하나 이상 꼭 거친다. 코스 시작점이나 종점이 기차역인 경우도 많다. 길이도 제주올레보다 훨씬 짧다. 반나절이면 한 코스를 다 걸을 수 있다.

규슈올레는 모두 25개 코스가 개장했지만, 현재는 18개 코스만 운영 중이다. 7개 코스가 저마다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난 3년간 문을 닫은 코스가 많았다. 18개 코스 중에서 후쿠오카현에 조성된 코스는 모두 7개다. 후쿠오카현과 접한 사가현과 오이타현에 각 3개, 2개 코스가 있다. 18개 코스 중에서 12개 코스가 규슈 관광의 관문으로 통하는 후쿠오카시와 가깝다.

이달 4일 개장한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도 나가사키현 소속이지만, 후쿠오카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는 다랭이 논이 인상적이었다. 산비탈을 깎아 한줌의 논을 일군 풍경은 우리네 다랭이 논처럼 안쓰러웠다.

규슈올레 3대 인기 코스는 다케오, 가라쓰, 우레시노 코스다. 모두 사가현에 있다. 다케오 코스는 교통이 편리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가라쓰 코스는 맛 여행과 역사 기행 코스로 제격이고, 우레시노 코스는 녹차 밭과 사케가 유명하다. 다케오와 우레시노는 유서 깊은 온천 마을이기도 하다. 섬 지역에 조성된 규슈올레는 여러 개가 있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는 코스는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와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두 개뿐이다.



현재 한국의 여러 여행사가 규슈올레 상품을 판다.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규슈올레를 걷는 데 문제는 없다. 제주올레와 똑같이 생긴 표식만 따라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정표만 보면 규슈올레가 제주올레보다 훨씬 더 친절하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일본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자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며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규슈올레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장엄한 대자연을 품은 트레킹 명소 베스트 5

 

 

< 트레블 바이크,  김지현 기자,   2019.09.04  >

 


스위스관광청 추천, 하이킹& 트레킹 명소

4000m급 알프스 봉우리부터 초록의 구릉지대까지, 정겨운 호반 산책로부터 고요한 산골짜기 너머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산 정상까지. 자연과 산은 스위스 하이킹을 최고로 만들어 준다. 

 


[트래블바이크뉴스=김지현 기자] 선선한 가을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각지의 아름다운 자연 아래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구 한 바퀴 반을 걸을 수 있는 하이킹의 천국, 스위스

스위스정부관광청은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스위스에서 하이킹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와 코스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스위스를 하이킹의 천국으로 만들어 주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4000m급 알프스 봉우리부터 초록의 구릉지대까지, 정겨운 호반 산책로부터 고요한 산골짜기 너머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산 정상까지. 자연과 산은 스위스 하이킹을 최고로 만들어 주는 이유다. 다채로운 풍경과 체험은 스위스에서의 하이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스위스 전체에 촘촘하게 펼쳐진 하이킹 트레일을 이어보면 총 64,000km가 넘는데, 이는 지구 한 바퀴 반을 걷는 것과 같은 거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다. 이 트레일 코스를 걷다 보면 스위스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모든 트레일에는 통일된 방식의 50,000 여개의 이정표가 부착되어 있으며, 정기적으로 꼼꼼하게 점검, 관리되고 있다.

 

 

1.  엥겔베르그(Engelberg) 계곡 깊숙한 하이킹


엥겔베르그 계곡 거의 끝자락, 주레넨 고개(Surenen Pass)에 닿기 직전 퓌렌알프(Fürenalp)가 나온다. 이 곳의 기괴한 암석 형성 지대는 이 지형의 이례적인 아름다움에 한 몫을 한다. 웅장한 봉우리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그 뒤로 깎아지른 듯한 티틀리스(Titlis) 산맥의 암벽이펼쳐진다.

이 산악 하이킹 코스는 수도원으로 유명한 마을, 엥겔베르그에서 시작된다. 첫 몇 킬로미터 구간은 알파인 패스(Alpine Pass Route) 트레일을 따라 주레넨 고개로 향한다. 여기에 있는 계곡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목초지가 펼쳐진 퓌렌알프로 오르게 된다. 아름다운 파노라마 트레일이 슈태우버(Stäuber)로 이어지는데, 그 곳에서 다시 알파인 패스 트레일과 만나게 된다. 하이킹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는 지점으로,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게 된다. 슈태펠리(Stäfeli) 근교의 알프스 산장을 지난 뒤, 알펜뢰슬리(Alpenrösli)에 닿게 되고, 퓌렌알프 케이블카 계곡 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한 시간 정도 하이킹을 이어가면 엥겔베르그 마을에 도착한다.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곳은 엥겔베르그, 퓌렌알프, 슈태펠리, 알펜뢰슬리에 위치한다.

 

 

2.  취리히의 파노라마 트레일


정기 기차편이 자주 운행되는 위에틀리베르그(Üetliberg) 철도로 취리히의 뒷동산 정상(해발고도 871m)에 오를 수 있다. 기차로 정상에 오른 뒤 이어지는 고지대 하이킹 트레일은 가족 단위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펠젠에그(Felsenegg)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곤돌라를 타고 아들리스빌(Adliswil)까지 내려온 뒤, 에스반(S-Bahn) 기차를 타고 취리히까지 되돌아오기 편하다.

   플라넷 트레일(Planet Trail)이라 불리는 마법같은 능션 코스는 단 2시간 만에 기막힌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태양계를 돌아볼 수 있다. 취리히의 뒷동산, 위에틀리베르그는 취리히 중앙역에서 기차로 찾아갈 수 있는데, 1875년부터 운행된 기차로 취리히 사람들이 “위에츠기(Üezgi)”라고 부르던 위에틀리베르그 정상까지 당일 여행자들과 햇살 맞이를 하고자 하는 이들을 편리하게 안내해 오고 있다.

   기차가 운행되기 25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이자 스파 리조트로 운영되어 오던 건물이 지금은 스타일리쉬한 호텔로 기막힌 뷰를 선사하고 있다. 이 “우토 쿨름(Uto Kulm)’ 호텔에는 고소공포증 걱정 없이 72m의 전망대 탑에 오를 수 있는데, 취리히 구시가지와 호수, 알프스의 절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짧은 고지대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데, 스위스 최초이자 유일한 자연 모험 공원인 취리히-질발트 빌더니스 파크(Zurich-Sihlwald Wilderness Park) 근교의 펠젠에그(Felsenegg)까지 이어진다. 레저 하이킹과 가족단위 여행자, 방문자 모두 자연 환경과 공원 관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레인저들을 만나볼 수 있다.

 

3.  슈토오스(Stoos)의 능선코스, 그라트베그(Gratweg)
 


   오른쪽으로는 두 개의 미텐(Mythen) 산 봉우리가, 왼쪽으로는 먼저 리멘슈탈덴(Riemenstalden) 계곡이 그 뒤로 우리(Uri) 호수가 펼쳐지는 완벽한 파노라마다. 체어리프트를 타고 클링엔슈톡(Klingenstock)에 오른 뒤, 파노라마 능선을 따라 프론알프슈톡(Fronalpstock)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산장에서 쉬어갈 때도 기막힌 절경을 선사한다. 체어리프트를 타고 슈토오스(Stoos) 마을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

   클링엔슈톡에서 트레일은 서쪽으로 향하며 로트 투름(Rot Turm)과 놀렌(Nollen)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후저슈톡(Huserstock)으로 오를 수도 있고, 대신 푸르그겔리(Furggeli)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 곳곳에 바위 표면을 깎고 사슬로 정비한 산길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하이킹 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다리가 안정적이고 고소공포증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이 코스를 이어갈 수 있다. 프론알프슈톡 정상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출발지점은 푸르겔리(Furggeli) 산장에서다. 체어리프트 이용 시간을 꼭 확인하도록 한다.

 

4.  루체른(Luzern)의 비아고타르도(ViaGottardo)

 

스위스에서도 전설적인 고타드(Gotthard) 루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비아고타르도(ViaGottardo) 트레일은 남부의 키아소(Chiasso), 북동부의 샤프하우젠(Schaffhausen), 북서부의 바젤(Basel)에서 중앙 알프스 고개를 이어주는 방대한 트레일이다. 무역을 위한 길이었던 만큼 하이킹 중에 그 흔적들을 많이 발견해 볼 수 있다.

   13세기 초에 만들어진 비아고타르도의 주요 루트는 바젤에서 운터렌 하우엔슈타인(Unteren Hauenstein)을 지나 고타드 고개(Gotthardpass)를 넘어 밀라노(Milano)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 경제적인 중요성과 함께 독립적인 스위스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트레일로, 스위스의 역사와 전설을 만나는 여정이 되어 준다.

   20일간 이어갈 수 있는 20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아고타르도 중, 루체른(Luzern)에서 알트도르프(Altdorf)까지 이어지는 7번 구간을 체험해 보기 좋다. 루체른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코스로, 1865년 악젠슈트라쎄(Axenstrasse) 도로가 개통되기 전, 주 도로는 호수를 따라서였다. 루체른에서 증기선을 타고 출발하는 여정은 여전히 이례적인 체험으로 인기다. 유람선을 타고 플뤼엘렌(Flüelen)에서 내린 뒤, 방파제에서 하이킹을 시작해 알트도르프(Altdor)까지 이어갈 수 있다.

 

5.  제주올레 10코스 우정의 길, 라보(Lavaux) 포도밭 하이킹


   라보(Lavaux)의 포도원 테라스는 걷기여행 마니아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명품 하이킹 루트'로 제주올레 10코스와 우정의 길을 맺고 있다. 로잔(Lausanne)과 몽트뢰(Montreux) 사이에 자리한 라보 지역은 레만 호수와 알프스를 배경으로 포도밭이 테라스처럼 펼쳐져 있다.

   800헥타르에 해당하는 라보는 스위스 최대의 근접 포도 재배지로, 대담하게 언덕면에 가꾸어진 포도밭은 2007년부터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이 투어의 출발점은 좁다란 골목과 16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지어진 개성있는 와인 생산자들의 가옥으로 빛나는 중세 마을, 생사포랭(St-Saphorin)이다. 이 마을의 교회 첨탑은 여전히 많은 와인 레이블에 사용되고 있다. 백 년이나 된 환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오베르쥬 드 롱드(Auberge de l'Onde)에서는 3층짜리 건물에서 향토 음식과 함께 라보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와인 셀러와 전통 펍을 무관심하게 지나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 풍경을 체험하고자 한다면 맛보 보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샤슬라(Chasselas) 한 잔을 마신 뒤 다이나믹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따라 뤼트리(Lutry)까지 걸으면 그 재미가 두 배가 된다. 주중 특정 요일에는 “라보 익스프레스(Lavaux Express)”와 “라보 파노라믹(Lavaux-Panoramic)” 기차가 운행되는데, 포도밭 사이를 따라 노곤해진 하이커들이 한 숨 돌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https://www.myswitzerland.com/ko/experiences/summer-autumn/hiking/hiking-search/

 

하이킹 | 스위스관광청

땀투성이의 조끼에 발집에는 물집이 잡는 스파르타식 피크닉 휴가. 걷기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옛말이다. 오늘날 걷기는 순수한 즐거움, 기분 좋은 경험,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의

www.myswitzerland.com

 

 

 

 

< 체르마트의 다섯 개 호수길   no. 186 >

 

거리 :  11 km
소요시간 : 3 h 15 min
오르막 : 380 m


 
다섯 개 호수 트레일은 체르마트의 산속을 거니는 웅장한 하이킹 트레일이다. 세 개의 호수에서는 마테호른(Matterhorn)이 수면 위로 반사되는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 특색있는 봉우리의 풍경은 누가 뭐래도 독특하다. 하이킹 트레일은 슈텔리제(Stellisee), 그린드이제(Grindjisee), 그륀제(Grünsee), 모스이제(Moosjisee), 라이제(Leisee) 호수를 연결한다.

수네가(Sunnegga) 퓨니큘러가 단 4분 만에 체르마트와 해발고도 2,288m의 수네가 역을 연결해 주는데, 수네가에서 6인승 곤돌라를 타면 블라우헤르드(Blauherd)로 향할 수 있다. 트레일은 내리막으로 슈텔리제를 향하는데, 다섯 개 호수 중 첫 번째로, 대부분 평지다. 호수 중간에 두 개의 바위가 있고, 마테호른이 분명하게 반사되어 사진 찍는 명소가 되었다. 플루알프(Fluhalp) 산장 레스토랑이 가까이 있다. 

다섯 개 호수 트레일은 이제 완만히 내리막을 이어가며 그린드이제를 향한다. 식물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특별히 환영받는 호수다. 이 작은 호수에는 습지 식물과 희귀한 야생화가 자란다. 트레일은 계곡의 다른 편으로 이어져 그륀제를 향하고, 과거의 빙하 지대를 통과한다. 운이 좋다면 발레(Valais)에서만 자라는 검은 코 양을 만날 수도 있다. 마테호른의 뷰가 담뿍 들어오는 벤치가 좀 쉬었다 가라고 손짓을 하고, “체 제브지누(Ze Seewjinu)” 산장에서 보는 뷰는 마테호른부터 바이스호른(Weisshorn)까지 숨이 막힐 정도다. 

다음은 모스이제로, 빙하가 만든 저수지다. 그래서 호수의 물빛이 우윳빛이다. 이 호수의 물은 수력발전에 사용되고 있으며, 인공눈을 만들 때도 이용된다. 하이킹 트레일은 이제 핀델른(Findeln) 마을 방향으로 이어진다. 체르마트 산속 맛집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지막 호수인 라이제로 향하는 오르막이 나온다. 라이제를 생략하고 싶다면 체르마트까지 걸어서 40분만 내려가면 된다. 라이제는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호수로, 물장난을 치며 노는 곳이다. 수네가 역이 여기에서 꽤 가깝지만, 라이제 셔틀을 타면 역까지 더 쉽게 갈 수 있다.

라인강 양쪽에 두 가지 하이킹 길이 있다.  라인강 주변에 위치한 성들을 따라가는 라인 성 트레일 - Rheinburgenweg(이전: Rheinburgen-Wanderweg)과 라인강 오른쪽(동쪽)으로 강을 따라 가는 라인슈타이그(Rheinsteig)가 그것이다.

 

1. 라인 성 트레일 - Rheinburgenweg

 

라인 성 트레일 - Rheinburgenweg(이전: Rheinburgen-Wanderweg)는 Bingen에서 Remagen-Rolandseck까지 라인의 왼쪽을 따라가며, 오른쪽은 Rüdesheim am Rhein에서 Koblenz까지 Rheinsteig의 경로를 따른다.

 

길이 : 195 km (121 mi)
위치 : Rhineland-Palatinate/Hesse, Germany
출발점 :  Bingen, Koblenz
활용 :  Hiking
고도변화 : 3,900 m (12,800 ft)
최고점 : 462 m (1,516 ft)
최저점 : 59 m (194 ft)
난이도 : 쉬움(Easy)
시즌 : 연중( All year)
경관 :  Numerous castles along the Rhine Gorge.

웹사이트 : https://www.rheinburgenweg.com/rheinburgenweg

9 days RheinBurgenWeg (7 stages)

From Koblenz to Bingen
Day 1: Arrival at the hotel in Koblenz
Day 2: Koblenz – Rhens (14 km, 370 m ascent)
Day 3: Rhens – Bad Salzig (16 km, 530 m ascent)
Day 4. Bad Salzig – St. Goar (19 km, 580 m ascent)
Day 5: St. Goar – Oberwesel (9 km, 310 m ascent)
Day 6: Oberwesel – Bacharach (14 km, 500 m ascent)
Day 7: Bacharach – Trechtingshausen (22 km, 770 m ascent)
Day 8: Trechtingshausen – Bingen (11 km, 490 m ascent)
Day 9: Departure from Bingen

 

 

 

 

2. 라인슈타이그(Rheinsteig)

 

라인슈타이그(Rheinsteig)는 독일 라인 강 동쪽 기슭을 따라 주로 고원지대를 따라가는 하이킹 코스이다. 320km(200마일) 길이의 루트는 Bonn에서 Wiesbaden까지 뻗어 있으며 Rheinhöhenweg Trail 및 Rheinburgenweg Trail과 평행을 이룬다.

길이 :  320 km (200 마일)
위치 :  Rhineland-Palatinate/Hesse/North Rhine-Westphalia, Germany
출발/종점 :  Bonn, Wiesbaden 
활용 :  Hiking
고도 변화 : 9,500 m (31,200 ft)
최고점 :  Lykershausen, 351 m (1,152 ft)
최저점 : Kennedy Bridge, Bonn, 60 m (200 ft)
난이도 : 쉬움(Easy)
시즌 : 연중(All year)
경관 :  Rheinsteig는 삼림 지대와 포도밭을 통과하며 도전적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이정표로  파란색 배경에 'R' 표시가 있는 표지판이 있다. Rheinsteig는 장거리 하이킹 또는 다수의 짧은 여행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웹사이트 : https://www.rheinburgenweg.com/en/rheinburgenweg-1

 


(일정 계획) RHEINSTEIG TRAIL: DAY TO DAY ITINERARY


Day 1: Biebrich Castle to Schlangenbad, 16.7 km

The trail starts at the Biebrich Palace. It continues northwards to Sommerberg Castle and into the Erlenbach Valley. The trek ends in Schlangenbad.

Day 2: Schlangenbad to Kiedrich, 9.6 km

The trail goes through the forest and into the Großer Buchwaldgraben valley, then ascends towards Rauen Valley. It follows the road towards Eltville, then continues uphill until reaching Weinberg der Ehe vineyard in Kiedrich.

 Day 3: Kiedrich to Johannisberg Castle, 14.3 km

The trail begins in central Kiedrich towards Eberbach Abbey. The trek ascends for a bit, then goes down into Sparngrund nature reserve and Leimersbach Valley, before ascending to Susberg. It continues to Ansbach Valley and ends at the Johannisberg Castle.

Day 4: Johannisberg Castle to Rüdesheim, 14.6 km

The trail strays into the woods until reaching Marienthal Abbey. The trek ascends to Hähnchen, then Nothgottes Abbey. It follows River Blaubach until reaching Eibing vineyard district. It finishes in Rüdesheim.

Day 5: Rüdesheim to Lorch, 20.4 km

The path goes towards the World Heritage Valley. This is followed by a steep ascent to the top of the Eckersteinkopf. The path continues until reaching the church in Lorch.

Day 6: Lorch to Kaub, 13.8 km

The trail goes uphill to Nollig Castle. It continues to the Chapel of St. Clement and the Retzbach Valley. It descends into Niederthal Valley, then goes up the Paul-Claus path. The trek goes past Volkenbach Valley to Gutenfels Castle, then back into Kaub.

Day 7: Kaub to St. Goarshausen, 22 km

The path goes up to Dörscheid, into the woods, past Alte Burg Castle, and across the Bornichbach River to Felsenkanzel and Spitznack viewing points. It continues to the Lorelei rock, then St. Goarshausen.

Day 8: St. Goarshausen to Kestert, 12.4 km

The path goes uphill, then descends into Maus Castle and Wellmich, turning into nature trail to the Sachsenhäuser Feld plateau and the Ehren Valley. Hike continues past Pulsbach gorge and ends in Kestert.

Day 9: Kestert to Kamp Bornhofen, 12.1 km

The trail goes up the viewing point at Hindenburghöhe. It continues to Lorelei Castle Route in Bornhofen valley. Once at the Kamphauser Feld, the Kamper Hang hill trail merges with Rheinsteig trail until reaching Kamp Bornhofen.

Day 10: Kamp Bornhofen to Braubach, 16.7 km

A short climb from Osterspai leads back to the Rheinsteig trail. It leads into Wasenbach Valley, then across the River Dinkelhold and out of the valley to Lusthäuschen. The final stop is the Marksburg Castle.

Day 11: Braubach to Lahnstein, 8.3 km

The trail begins at the train station of Braubach and into the Schlierbach Valley and the Ernst Wagner Park. Trail continues to the Ruppertsklamm gorge and into Lahn Valley.

Day 12: Lahnstein – Koblenz – Ehrenbreitstein, 12.8 km

Across step rocks, the trail goes back towards Rhine Valley, then Lichterkopf hill. Walk continues through Bienhornbach Valley until reaching Koblenz-Pfaffendorf, then Koblenz-Ehrenbreitstein.

Day 13: Koblenz-Ehrenbreitstein – Vallendar, 8.9 km

Rheinsteig trail leads down to Urbar, then right onto the Mallendar path until reaching Wambach Valley. The path continues along the River Wambach all the way to Vallendar.

Day 14: Vallendar – Sayn, 12.4 km

Trail follows the River Meerbach, reaching the Schnatzen mill, followed by a steep slope into the Großbach Valley. The path turns right towards the Wenigerbach Valley, the Roman tower on the Pulverberg and the Sayn Palace.

Day 15: Sayn – Rengsdorf, 15.4 km

Path goes through the woods to the Friedrichsberg mountain, through a nature trail. It then descends to the Schnepfenteich lake before a climb to Wingertsberg. Finally, a pine forest road leads to Rengsdorf.

Day 16: Rengsdorf – Leutesdorf, 18.5 km

The path descends into Völkerwiesenbach Valley, across ancient Roman ditches and up until Schauinsland viewing point. It goes into Laubach Valley, then ascends to Monrepos Castle and the Kehlbach Valley. The trail ends in Leutesdorf.

Day 17: Leutesdorf – Bad Hönningen, 16.2 km

The trek ascends away from Rhine and into the forest, through an orchard trail, then downhill into in Mühlbach Valley. It ascends to the ruins of Hammerstein Castle. The trail ends in Bad Hönningen.

Day 18: Bad Hönningen – Linz, 13.8 km

The trek goes past Arenfels and Ariendorf Castle before descending into Leubsdorf. From there, the train ascends to the foot Giersberg mountain until reaching outer Linz. The path ends at Linz market square.

Day 19: Linz – Bad Honnef, 17.9 km

 The trail leads into Breitbach Valley, followed by a climb to the Auge Gottes shrine. The path continues through the forest into the Mucherwiesen Valley, merging with the Rheinhöhenweg trail and leading into Bad Honnef.

Day 20: Bad Honnef – Königswinter, 14 km

The trek goes across Mucherwiesen Valley, the Ohbach Valley and the Poßbach Valley. The trail then goes up the Drachenfels, then descends into Nachtigallen Valley before reaching Königswinter train station.

Day 21: Bad Königswinter – Bonn, 21.3 km

The trail goes past the Drachenburg Castle, continues up to Geisberg, then down again into Mirbesbach Valley. It ascends to Petersberg, then slopes into Mühlen Valley and onto the outskirts of Oberkasse. The last climb is to the Foveaux pavilion, then down the river and into the centre of Bonn.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해외 트레킹 특집ㅣ세계 10대 트레일 가이드] 감동의 질이 다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10곳
 

 

< 월간 산, 이영철 여행작가,  2017.01.23 >

 

 

대한민국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 트레킹 코스를 선택라면, 단연 1위로 꼽힐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일반적으로 두 개의 코스가 유명하다.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정상은 전문 산악인들 몫이고, 일반 트레커들에겐 해발 4,130m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올랐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는 ABC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ABC를 경험한 사람들은 더 높고 험한 코스인 안나푸르나 서킷(Annapurna Circuit)에 도전한다. 안나푸르나 라운드(Round)라고도 불리는 서킷 코스는 안나푸르나산군을 끼고 한 바퀴 도는 순환코스로, 해발 5,416m의 쏘롱라(Thorong La, La=고개)가 최고 정점이다.

 

카트만두에서 새벽 버스로 7~8시간 걸려 트레킹 출발점인 베시사하르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트레킹을 시작한다. 포터가 필요할 경우 숙소에 미리 얘기하면 다음날 출발 시간 전에 대기시켜 준다. 필자의 경우 일행 3명이 트레킹을 했는데, 배낭 짐을 조금씩 빼서 일당 1만5,000원(우리 돈)에 포터 한 명을 고용했다. 포터 비용으로 개인당 하루 5,000원을 지출한 셈이다.

 

베시사하르(Besisahar·820m)에서 시작해 다라파니(Dharapani ·1,900m), 차메(Chame·2,710m), 마낭(Manang·3,540m)을 거쳐 하이캠프(High Camp·4,850m)에서 1박씩 하고 다음날 새벽 하이캠프를 출발해 오르기 시작하면 4시간 후 정점인 쏘롱라에 도착한다.

 

일반적으로 해발 3,500m 근처부터 고산증세가 나타나기 쉽다. 물과 음식 섭취에 만전을 기하며 고도를 가능한 한 천천히 높이는 게 중요하며, 술은 금물이다. 고산병 예방제인 다이아막스나 비아그라를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베시사하르에서 쏘롱라까지는 총거리 111km로 빠르면 9일 걸리고, 고산증세가 있으면 속도를 늦춰 하루나 이틀 더 잡고 오르는 게 좋다. 고갯마루 정상부터는 급격한 하산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차라부(Charabu·4,230m)까지만 내려오면 미끄러운 눈길은 끝난다. 이어서 성지 묵티나트(Muktinath·3,800m)에 도착하면 숙소나 식당, 상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시작되면서 산악 트레킹은 끝난다.

 

원래는 좀솜(Jomsom·2,720m)과 푼힐(Poonhill·3,200m) 등을 거쳐 종착점 나야풀(Naya Pul·1,070m)까지 걸어 내려와야 총 211km의 ‘한 바퀴 일주’가 완성되지만, 묵티나트나 좀솜에서 트레킹을 끝내고 이후 하산길은 차량이나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쏘롱라에서 좀솜까지 하산길은 총 29km이다. 무리하면 하루에도 가능한 거리지만, 정상을 오른 뒤의 피로를 감안하면 묵티나트에서 하룻밤 묵고 내려가는 게 좋다.

 

좀솜에서 나야풀까지 하산길 71km는 5일 정도 소요되지만, 쏘롱라까지 올랐던 여정에 비하면 감흥은 떨어지며, 지나는 차량들과 바람으로 인한 먼지도 악조건이다.

 

게스트하우스나 로지(lodge)는 대부분 난방이 안 된 방에 이불 없이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늘 춥다. 침낭 또한 개인이 지참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사전 예약 없이 갔지만 매일 숙소 잡는 데 아무 문제없었다. 1인당 숙박비는 5,000~7,000원 선이며 한 끼 식사비용도 같은 수준이었다. 필자의 경우 2012년 3월에 다녀왔으므로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끝낸 사람들은 대부분 포카라(Pokhara)로 내려와 며칠 또는 일주일을 묵으며 심신을 쉬게 하면서 관광을 즐긴다. 페와호수에서 바라보는 마차푸차레 설산이 근사하고, 사랑코트에 오르면 패러글라이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는 수도인 카트만두에 비해 매우 청결하고 아늑하다. 각종 아웃도어 매장이 많고 카페와 레스토랑은 더 세련된 곳들이 많다.

 

해발 5,000m가 가까워지는 쏘롱패디 구간은 낙석과 실족 사고가 많은 경사로이다.

 

 

 

info

 

총거리 211km (오르막 140km, 내리막 71km)

최고 고도 5,416m

최저 고도 820m

소요 기간 15일(10+5) 내외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15km

길 찾기 이정표 많지 않으나 고산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고 트레커들 많아 길은 찾기 쉬움.

숙박 구간마다 마을의 로지와 게스트하우스 많음. 예약 없이도 숙소 잡기 쉬움.

매력 포인트 안나푸르나 1봉, 2봉, 3봉, 강가푸르나 등의 설산을 가까이 보며 트레킹.

유의 사항 다이아막스나 비아그라 등의 고산병 예방제 지참 필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해외 트레킹 특집ㅣ세계 10대 트레일 가이드] 

 

 


< 월간산, 이영철 여행작가 ,  2017.01.23 >

 


편리한 인프라 갖춘 세계 최고의 장거리 트레일

 


일반인들에게 세계 최고의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다.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은 대영제국 이전엔 세계의 중심무대였다. 스페인 내륙을 걷는다는 건 유럽의 역사와 문화 그 속살을 한꺼풀 더 벗겨볼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의 국경마을 생장 피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 지역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총 782km 거리를 30~40일가량 걸어야 하며, 해발 1,500m 내외의 산을 몇 개 넘지만 험한 산악지대는 거의 없다.

10~20km마다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가 이어지기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별문제 없으며, 식음료 조달도 쉽다. 성당이나 수도원 등의 건물을 개조한 대규모 다인실 숙소가 많고 숙박비는 제주 올레의 게스트하우스들보다 저렴하다. 적게는 5유로에서 많게는 15유로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숙소를 일컫는 알베르게(albergue) 안에서 자신들이 사온 식자재로 음식을 조리해 먹는 경우도 많다. 혼자 가도 안전한 편이며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길동무가 될 수 있다. 길 안내와 숙박 등 장거리 트레일로서의 인프라가 아주 잘되어 있다.

스페인 첫 마을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소몰이 축제로 유명한 팜플로냐(Pamplona), 모두를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받는 페르돈고개(Alto del Perdon)를 넘고 스페인의 영웅 ‘엘시드(El Cid)’의 고향 부르고스(Burgos)를 지난다.

광활한 밀밭의 황량한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메세타(Meseta)고원에서는 3~4일 이상을 지평선만 보며 걷기도 한다. 해발 1,500m 산 위에 우뚝 서있는 철십자가(Cruz de Hierro)를 만나고, 대도시 레온(Leon)에서는 건축가 가우디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보기도 한다. 마지막 길목인 포르토마르틴(Portomartin)과 곤자르(Gonar)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은 익히 알려진 대로 세계 최고의 장거리 트레일임에 틀림없다.

산티아고(Santiago)는 베드로·요한과 함께 예수의 측근 세 제자 중 한 사람인 ‘성(聖) 야고보’를 일컫는 이름이다. 영어로는 ‘St. James’, 스페인어는 ‘San Tiago’이다. 야고보는 예수 승천 후 에스파냐 땅으로 건너가 7년간 복음을 전파했지만 별 성과 없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이후 로마 헤롯왕에게 참수돼 열두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다.

신봉자들이 야고보의 유해를 수습해 에스파냐로 건너가 어딘가에 묻었고 세간에는 잊혀졌다. 700여 년 세월이 흐른 후 누군가의 꿈속 계시가 있어 어느 벌판에서 야고보의 무덤이 발굴되었다. 무덤 자리는 성지가 되어 대성당이 지어졌고 주변은 도시가 되었다.

스페인 북서쪽 갈리시아 지방의 ‘별(스테야 stella)’이 반짝이던 ‘벌판(캄포 campo)’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테야(Santiago de Compostella)’ 또는 약칭 ‘산티아고’라는 지명으로 오늘날까지 1,000년간 종교적 성지로 남아 있다.

유럽 각지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많지만 일반적으로 4개 루트가 가장 유명하다. 프랑스 국경 생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Camino Frances)’, 스페인 남부 세비아에서 출발하는 ‘은의 길(Via de la Plata)’, 이베리아반도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북쪽길(Camino del Norte)’, 그리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ese)’이다.

1987년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피레네산맥을 넘는 ‘프랑스길’을 걸어 ‘순례자’를 출간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 목적 외에 일반인들의 자기 성찰 길로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네 개의 길 중 ‘프랑스 길’이 대표 순례길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산티아고까지 총 782km 순례길을 걸어 끝마친 이들은, 로마시대 때 ‘세상(terre)의 끝(finis)’이라고 알려졌던 피니스테레(Finisterre)까지 이동한다. 그곳 절벽에서 대서양 일몰을 마주하고, 한 달간 신고 걸었던 신발을 불에 태우며 자신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info

총거리 782km
최고 고도 1,400m
최저 고도 200m
소요 기간 30~35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27km
길 찾기 이정표 많고 길 안내가 아주 잘 되어 있음.
숙박 저렴한 알베르게가 마을마다 있음. 예약 없이도 숙소 잡기 쉬움.
매력 포인트 1,000년 동안 다져진 길로 중세 유럽의 정취를 맛볼 수 있음.
유의 사항 5~6월과 9~10월이 가장 좋다.

뉴질랜드 밀포드 & 마운트쿡

[해외 트레킹 특집ㅣ세계 10대 트레일 가이드] 

 

 

< 월간산, 이영철 여행작가 ,  2017.01.23  >

 

 

남태평양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화려한 경치가 바로 뉴질랜드의 대자연이다. 밀포드 트랙과 마운트쿡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거대한 풍경 속을 걷는 코스이다. 남태평양의 뉴질랜드는 수도 오클랜드가 있는 북섬과 곳곳이 천혜의 자연인 남섬이 있다. 남섬 서남단을 중심으로 피오르드 랜드가 광대하게 펼쳐진다.

 

피오르드(Fiord)는 빙하가 침식해 생긴 수직의 U자형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은 만(灣)을 일컫는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The Finest Walk in the World)’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이 있다.

 

빅토리아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에서 3시간 버스를 타고, 이어 작은 배로 테아나우(Te Anau)호수를 건너면 글레이드선착장(Glade Wharf)이다. 밀포드 트랙은 이 선착장에서 강과 계곡을 끼고 산을 넘어 샌드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까지 이어지는 54km 원시림 길이다. 루트의 개척자인 퀸틴 매키논(Quintin Mackinnon)의 이름을 딴 해발 1,154m의 매키논패스(Mackinnon Pass)를 정점으로 2일간 등산하고 2일간 하산하는 3박4일 짧은 코스이다.

 

밀포드 트레킹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이드를 동반한 패키지 트레킹(Guided Walk)과 개별 자유 트레킹(Independent Walk)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각각 3박에 해당하는 3개의 숙소가 있다. 전자의 숙소(Lodge)는 레스토랑을 갖춘 소규모 호텔 수준이지만, 후자의 숙소(Hut)는 전등과 전기 없이 식수와 가스만 공급되는 건물에 침대만 30여 개 덜렁 놓여 있다. 식품이나 물품을 살 곳이 전혀 없기에 자유 트레킹의 경우, 3박4일간 먹고 자는 데 필요한 식품과 침구류를 지참해야 한다. 발이 빠르다고 중간에 끝낼 수 없고, 지정된 3박 숙소 외에 개별적 비박과 야영도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남반구 특성상 우리와 정반대 계절이라 늦은 봄인 10월에 개장하고, 초가을로 접어드는 5월부터는 입산이 금지된다. 입산 인원은 하루 90명으로 제한된다. 10월부터 4월까지 6개월만 허가되기 때문에 연간 1만6,000명만 밀포드를 걸을 수 있다. 때문에, 매년 6월 실시되는 인터넷 예약은 전 세계인들이 동시 접속해 짧은 기간에 끝나버린다.

 

하루 숙박료는 개별 자유 트레킹의 경우 3개 숙소 모두 뉴질랜드 달러(1N$≒860원) 기준 54달러(2014년 11월)였다. 뉴질랜드 환경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greatwalks.co.nz)를 통해 숙박 등을 예약할 수 있다. 트레킹을 마친 뒤 밀포드 협만을 항해하는 2시간 크루즈 여행은 놓치면 후회할 필수 관광 코스이다.

 

퀸스타운과 크라이스트처치 사이에 위치한 마운트쿡 2박3일 트레킹도 환상적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중간계(Middle-earth)’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왕복 2~6시간짜리 트레킹 코스가 7개 몰려 있는데 이 중에 가장 난이도 높은 뮬러 헛((Mueller Hut) 코스와, 대체로 무난한 후커밸리(Hooker Valley) 트랙이 가장 인기 있다.

 

뉴질랜드에는 밀포드와 마운트쿡을 포함한,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s)’로 불리는 10개의 다양한 트레일이 있다. 밀포드 트랙이 짧게 느껴진다면 인근의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과 케플러 트랙(Kepler Track)을 2~3일씩 더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nfo

 

총거리 54km

최고 고도 1,154m

최저 고도 210m

소요 기간 3박4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14km

길 찾기 이정표 많고 트레커들이 많아 길 잃을 위험은 없음.

숙박 지정된 숙소(hut)가 세 군데 있음. 예약 필수.

매력 포인트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온 이국적인 원시 자연을 걸을 수 있음.

유의 사항 매년 6월에 인터넷 예약해야만 가능(1년 1만6,000명만 입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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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투르 드 몽블랑(TMB)

[해외 트레킹 특집ㅣ세계 10대 트레일 가이드] 

 

 

< 월간산, 이영철 여행작가 , 2017.01.23  >

 
알프스의 진수 맛보는 클래식 코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4,810m)은 ‘하얀(Blanc) 머리의 산(Mont)’이다. 사계절 내내 봉우리가 하얀 눈과 빙하에 쌓여 있어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수만 년 인류역사에 ‘등산’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불과 230년 전이다. 자크 발마(Jacques Balmat)와 미셀 파카르(Michel-Gabriel Paccard)가 알프스 몽블랑을 등정하기 전까지 인류는 높은 설산을 오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폭풍과 눈비로 재앙을 내리는 신 또는 악마가 산다고 믿었을 수도 있다.

‘알프스를 오르는 행위’란 뜻의 ‘알피니즘(Alpinism)’이란 용어는, 두 사람이 몽블랑 정상을 밟은 1786년 어느 여름날부터 ‘고산 등반’이라는 의미로 넓어졌다. 이후, 세상의 설산들은 두려움과 신비의 대상이 아닌 도전과 탐험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등산인들에게 몽블랑 주변을 도는 트레킹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한 주변 설산들을 한 바퀴 도는 170km 둘레길이 ‘투르 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 약칭 TMB)이다. ‘투르(tour)’는 프랑스어로 ‘둘레’ 또는 ‘일주’란 뜻이다. 사람에 따라 9~13일이 소요되는 산악 등산 코스다.

마터호른과 몬테로사 등을 아우르는 알프스 산맥이 유럽 4개국에 걸쳐 있고, 몽블랑은 이들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쳐 있지만, TMB는 스위스까지 포함한 3국 땅을 골고루 경유한다.

타원을 그리는 쌍방향 순환 길이지만 시계 방향보다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TMB의 관문인 프랑스 남동쪽 국경마을 샤모니(Chamonix)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 아침 인근 마을 레우슈(Les Houches)로 이동해 첫날 트레킹을 시작한다. 계곡과 구름다리를 건너 레콩타민(Les Contamines)에 이르고, 본옴므고개(Col du Bonhomme)에서는 7월 이전이라면 알프스 설원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다.

3일째 세이뉴고개(Col de la Seigne)를 넘어 이탈리아로 내려갈 때는 판타지 속의 신세계로 빠져드는 환상에 빠질 수도 있다. 베니계곡(Val Veni)과 아름다운 산악 도시 쿠르마이에(Courmayeur)를 거쳐 6일째 되는 날 페레계곡(Val Ferret)을 넘어 스위스 땅을 밟는다. 라폴리(La Fouly)와 샹페(Champex)를 지나는 사흘간의 스위스 여정은, 아름다운 산골 마을과 목조 주택들에 눈길을 빼앗기며 걸음은 더뎌지기만 할 것이다.

트리앙(Trient)을 거쳐 발므고개(Col de Balme)를 넘어 다시 프랑스 땅으로 돌아오는 건 8일째 날이다. 해발 2,352m의 아름다운 산정 호수 락블랑(Lac Blanc)에서 알프스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10일째 날, 플랑프라(Planpraz)와 브레방(Brevent)을 넘어 다시 샤모니로 내려오면 TMB의 타원 일주가 완성된다.

몽블랑 외에도 그랑드조라스(Grandes Jorasses)와 당뒤제앙(Dent du Geant) 등 4,000m급 설산들을 비슷한 고도에서 가까이 바라보며 걷는 감흥은,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이국적인 자연과 도시와 마을들, 산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세 번의 국경을 넘던 순간들까지. TMB를 다녀온 사람들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TMB 전 구간은 해발 1,000m에서 3,000m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한다. 오르내리는 고도 차이만 합쳐도 1만 m가 넘는다. 한라산 백록담을 매일 한 번씩 오르내리는 만큼의 산악 코스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만큼이나 길안내 표지는 잘되어 있다. 7월 초까지는 눈이 덜 녹아 빙하 구간이 많고 추락 위험이 상존하는 곳도 많다. 아이젠 지참은 필수이다. 7월 말 이후라면 눈이 녹아 더 편하고 덜 위험하겠지만 설경이 주는 알프스의 맛은 덜할 것이다.

텐트 야영을 할 것이 아니라면 산장 예약은 필수다. 산장에서의 숙박비와 세 끼 식사비용으로 하루 최소한 9만 원 정도 소요된다. TMB 트레킹을 마치고 샤모니로 돌아와 유럽 최고의 전망대인 에귀뒤미디(Aiguille du Midi)에 오르는 것이 필수 관광 코스다.  

 


info

총거리 170km
최고 고도 2,600m
최저 고도 960m
소요 기간 9~13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17km
길 찾기 이정표도 많고 트레커들도 많음. 길 잃을 위험은 거의 없음.
숙박 구간마다 산장이 한두 개씩 있음. 예약 필수.
매력 포인트 알프스 설산의 이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음.
유의 사항 7월 중순 이전이라면 눈이 덜 녹아 빙하 구간 많음. 아이젠 필수.

세계 10대 트레일 가이드 : 영국 횡단 CTC

 


 

 

< 월간산 , 이영철 여행작가,  2017.01.23  >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격정적 사랑 나눈 폭풍의 언덕을 가다

영국은 지형적으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스코틀랜드는 휴전선 너머 북한을, 잉글랜드는 남쪽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 영국의 허리인 잉글랜드 북부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는 길이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이다. 약칭 CTC라 부르며 총거리는 309km이다.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실린 ‘세계의 위대한 10대 도보여행 길(10 Great Walks of the World)’ 기사에서 3위로 언급된 바 있다. 영국의 여행 작가 알프레드 웨인라아트가 45년 전에 개척해 세상에 알리면서 지금까지 유럽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레일이다.

영국의 서해 바다인 아이리시해(Irish Sea)의 세인트비스(St Bees)에서 출발, 동해인 북해(North Sea) 앞 로빈훗베이(Robinhood’s Bay)까지 영국의 산과 호수와 시골과 들판을 두루두루 거치는 길이다. 우리 한반도 지형으로 보면 인천에서 강릉까지의 도보 길에 비유될 수 있다.

CTC의 가장 큰 매력은, 잉글랜드의 3대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서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와 중부의 ‘요크셔 데일스(Yorkshire Dales)’ 그리고 동부의 ‘노스요크 무어스(North York Moors)’ 3개 국립공원을 연이어 관통한다는 것이다. 산과 들이건 시골과 도시이건, 19세기의 영국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개화된 서구 문명이 근현대에 이르러선 유럽과 미국에서 만개된 것이라면 그 본류는 대영제국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학이나 영화 또는 음악 등에서 익숙했던 스토리를 수없이 접하는 기회를 주는 길이 영국 CTC이다.

필자가 CTC를 걸으며 가장 실감했던 특징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 성당과 십자가로 대표되는 종교적 분위기는 세계 역사와 문화라는 인문학적 향취로 대체되었다.

- 지평선과 밀밭만 보이던 메세타(Meseta)고원은 구릉과 헤더(heather) 꽃이 만발한 무어(moor·황무지)가 대신하였다.

- 산티아고에서는 수도원 등을 개조한 숙소 알베르게(Albergue)가 일반적이지만, 영국에서는 전통 시골집들이 운영하는 비앤비(B&B, Bed and Breakfast)가 대부분이다. 

이런 세 가지 차이점을 제외하면 산티아고 순례길과 영국 CTC는 너무나 닮은 여정이었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사랑스러운 땅’으로 묘사되는 윌리엄 워즈워스 시인의 고향마을을 지나고, ‘자연이 인간보다 두드러진 곳, 나무마다 다른 나무의 그림자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라는 곳, 나무들 아래의 들판은 특별히 양들의 식욕을 돋우는 곳’이라고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묘사했던 랑데일 골짜기를 거쳤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사랑을 나누던 요크셔의 ‘폭풍의 언덕’과 그 황무지 무어에 찬연했던 보라색 헤더 꽃밭에선 에밀리 브론테 세 자매의 불우했던 삶을 떠올릴 수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인터넷과 단행본 등 어느 쪽에도 여행기나 가이드북 같은 자료는 없다. 유럽에선 CTC 가이드북이 여러 권 출간되어 있고, 그중에선 헨리 스테드만(Henry Stedman)의 <Coast to Coast Path>가 가장 인기 있다. ‘잉글랜드에서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 불릴 만한 곳’으로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극찬한 바 있다.

15일간 CTC를 걸어 횡단하고 이어서 15일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까지 기차 등으로 종단하는 한 달 여정이면 만족스런 영국 여행이 될 수 있다. 무어 들판에 헤더 꽃이 만발하는 8~9월이 CTC 트레킹 적기이다.

유스호스텔 숙박료는 20파운드 내외이고, 비앤비(B&B) 경우 석식 포함해 35~45파운드 수준이다. 여행 전 숙소 예약이 필수이다.  



info

총거리 309km
최고 고도 900m
최저 고도 0m
소요 기간 15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21km
길 찾기 이정표 많지 않아 지도와 나침반 및 GPS 지참 필수.
숙박 유스호스텔과 비앤비 사전 예약하는 것이 좋음.
매력 포인트 잉글랜드 특유의 꽃길과 숲길을 만끽할 수 있음.
유의 사항 헤더 꽃이 만발하는 8~9월이 적기. 비가 잦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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