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 경제의 큰 흐름에서 발견한 부의 기회

 

 

< 저자 :  정광우 ㅣ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ㅣ 2023.05.22 >

 

1. 책 소개

 

코로나 기간 동안 증시는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게 빠르게 변화했다. 강세장과 약세장을 오갔고 실적장세와 역실적장세가 연이어 펼쳐졌다. 코로나 3년간의 증시변화는 향후 시장변화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찾아왔을 때 증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교훈과 힌트를 남겼다.

2021년 강세장, 2022년 약세장, 2023년 반등장을 모두 예측해 증시 예측의 달인으로 불리는 정광우 저자는 코로나 3년간의 증시변화와 변곡점마다 연방준비은행과 정부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불러왔는지를 이 책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3년의 기간동안 특이점이 되었던 63번의 순간을 뽑아내어 각각의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투자 전략은 무엇인지를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가 종료된 이후에 향후 국외 증시와 국내 증시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식은 어떤 주식인지를 친절하게 짚어내어 알려주고 있다.

 

 

2. 책에서

 

(1) 왜 투자의 역사는 반복되는가

 

 - 인간의 행동 : 탐욕과 두려움의 변주

 - 경제의 순환

 

(2) 역사는 반복되지만 똑같이 재현되지는 않는다

 

(3) 주가를 움직이는 세 가지 힘

  ①  유동성

  ②  심리

  ③ 펀더멘털

 

 

폐어망도 섬유로… ‘플라스틱 재활용’ 600조 시장 주도
[한국 경제의 ‘뉴 엔진’] [6]
뉴 플라스틱 시대 여는 韓기업들

 

< 조선일보, 류정 기자 / 강다은 기자,  2023.09.04.  >

 

 

 


효성티앤씨는 바다에 버려진 어망을 수거해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나일론을 추출한 뒤 이를 노스페이스나 K2에 공급해 재킷과 가방을 만들어내고 있다. 폐어망은 바다 쓰레기 중 비율이 10%에 이르러 바다 생물을 위협한다. 이런 ‘쓰레기’를 활용해 옷과 가방을 만들어낸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3대 화학 섬유(나일론·폴리에스터·스판덱스)를 모두 ‘쓰레기 재활용’을 통해 만드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1869년 발명된 플라스틱은 나무·철로 만들던 제품을 대체하며 벌목 등을 막아주는 ‘친환경 신소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50여 년이 지난 지금, 플라스틱은 장기간 썩지 않는 ‘ 환경 파괴 물질’로까지 불린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뛰어들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 “2050년 생산되는 전 세계 플라스틱의 60%는 재활용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60조원인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2027년 85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이 기대된다.

 

 

 


◇세계 최대 ‘재활용 플라스틱 단지’ 울산에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축구장 22개 부지(21만5000㎡)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 준공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잡다한 플라스틱을 고온에 녹여 깨끗한 나프타를 추출하는 ‘열분해 및 후처리’ 방식 외에도 페트(PET)를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해중합’, 폴리프로필렌(PP)을 용매에 녹인 뒤 기화시키는 ‘고순도 PP 추출 방식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적용된 공장이 한곳에 들어서는 것도 울산 클러스터가 세계 최초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인 연 32만t 쓰레기를 처리해 23만t의 완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짓기도 전에 연생산 물량의 15%이상을 선판매했다.

SK의 울산 최대 단지에 전 세계 화학 업체들도 주목하며, 기술 참여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해중합 기술 기업 루프, 미국의 PP 추출 기업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등은 울산 단지에 합작 공장을 통해 진출하고 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울산 클러스터는 플라스틱 수요가 많은 제조업이 집중된 중국과 동남아가 가까운 점도 입지 차원에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의 열분해·후처리 공정을 통해 석유제품의 원료인 나프타(원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투명한 기름)를 생산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공정을 포함해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관련 3가지 공장을 한데 모아놓은 세계 최대 재활용 클러스터를 울산에 건설중이다.

 


◇LG·GS·롯데 등에다 중소기업들까지 가세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석유화학 제품은 반도체와 정유 제품 다음의 3위 수출 품목으로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도 한다. 이를 주도해 온 국내 기업들이 이제 재활용 플라스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충남 당진에 고온 수증기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연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내년까지 건설한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연산 4만5000t 규모의 페트 전용 해중합 공장을 짓고 있다.

GS칼텍스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내년 완공한다. 공장 규모를 100만t 규모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폴리에틸렌을 자사 제품 포장에 사용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이 제품 공급량을 연 1만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 기반의 나프타를 국내외 기업에 판매하고 있고, 향후 열분해유 직접 생산도 검토중이다.

이 밖에 에코크리에이션이 지난 5월 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나온 기름으로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 데 성공하는 등 중소기업들도 선전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을 수거, 선별, 재가공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가공 방식은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파쇄·압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품질이 저하돼 1~2회만 재활용할 수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온의 열, 촉매 등을 활용해 기름 같은 원료로 전환하기 때문에 품질 저하 없이 무한 재사용이 가능하며, 기술력이 필요하다. 

 

친환경 플라스틱 중엔 바이오(생화학적 물질로 만든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유기 생물에 의해 썩는 플라스틱)도 있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이 가장 효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망하는 회사 특징은...” 사업가를 위한 7가지 조언  
 

< 조선일보, 세이노, 2023.06.13.  >

 

 


1️⃣ 가까운 사람일수록 멀리 하여라

나는 상가를 임대할 때 계약서에 인테리어 공사 관련 특약을 넣고 임차인에게 날인도 받는다. 특약은 MDF 같은 합성목이나 페인트 혹은 시트지를 쓸 때 발암 물질이 기준치 이상인 저가 제품을 사용하면 임대인인 내가 강제로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오래전, 어느 대기업이 상가 임차인으로 들어와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의 일이다. 공사 현장에 들어가 보니 화공약품 냄새가 많이 나고 눈도 따가워서 불량 자재들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았다. 나는 즉시 공사를 1주일 중지시키고, 인부들도 강제 철수시켰다.

보통 임대인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인테리어 하청 업체를 관리하는 본사 직원들이 당장 달려와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사 중지 기간을 단축해 달라고 간청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공사를 어서 재개하게 해 달라고 하기는커녕, 도리어 공사를 중지시켜 줘서 고맙다며 내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속사정은 이랬다. 여러 점포들의 인테리어 공사를 도맡아 하는 하청업체 사장이 본사 사장 친척이었다. 사장 친척은 도면과 자재 명세표도 무시한 채 자기들 멋대로 변경하곤 했다. 이런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지만 사장한테까지 전달도 안 되고, 오히려 ‘못 본 척하라’는 말만 듣기 일쑤였다고 한다.

애당초 임대료 면제 기간을 1개월 설정했으니 그 안에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영업을 시작하는 게 순리였다. 그런데 공사 기간이 늘어나 영업 개시일은 미뤄지고, 아무런 매출 없이 임대료와 관리비만 추가로 발생하면 사유를 담아 품의서를 올려야 한다. 덕분에 공사 중지 사유가 그제서야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이게 국내 대기업 순위 5위 안에 드는 곳의 자회사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약 3년 후 그 자회사는 사라졌다.

또 하나 오래된 일화가 있다. 상호저축은행 한 곳의 회장이자 실소유주, 그리고 저축은행 임원들과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속으로 ‘여긴 무슨 양로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 나이가 칠순에 가깝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임원들도 모두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이다.

회의를 마치고 나와 회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외국에서 큰 돈을 번 회장이 한국에 돌아와 저축은행을 인수했다는 사실과, 회장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여 임원들로 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내가 했던 말. “무슨 이사회가 친목회 모임이냐. 이사들이 저러면 모두 눈치나 볼 것이고 조만간 너희 회사도 쪽박 차겠다.” 실제로 이곳은 몇 년 후 부실 저축은행이 되어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2️⃣ 골프 접대가 아니라 일에 미쳐야 한다

10여 년 전, 본사가 대구에 있는 주차 관제기 업체가 수도권에도 지사를 두고 있었기에 그 회사 제품을 내 건물 주차장에 설치했다. 비슷한 회사들이 많은 수도권에서 지사를 두고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본사에서 기술 개발에 좀 더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제품이 바코드 종이 티켓 방식이어서 별문제는 없었다.

이후 카메라 번호 인식 시스템이 새로 나왔고 다른 업체들이 널리 보급하기까지 기다렸다가(신기술을 빠르게 채택하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교체했는데, 번호 인식 오류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 진입 차단기가 제때 작동하지 않는 등 짜증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비스 기사들은 언제나 “역광 때문이다, 반사 번호판 때문이다, 차량감지 코일이 예민하다” 등 원인만 설명할 뿐, 본사조차 문제 해결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차 관제 전용 컴퓨터가 바이러스 때문에 작동 불능이 되었는데, 처음 발생한 일도 아니었다. 업체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려면 VPN(네트워크 보안장비)을 유료로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내 지식으로 VPN은 업체 네트워크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장비이고, 주차 관제 전용PC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래서 국내 제1의 해킹 전문가에게 프로그램 가동 상황을 직접 조사해 달라고 하였다.

검토 보고서는 내 예상대로였다. 또 바이러스 탐지 프로그램(알약, V3 등)에서 자기네 프로그램은 탐지가 안 되도록 설정하였음도 알게 되었다. 즉 프로그램 자체의 결함을 숨기고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본사 사장에게 “당신 회사 제품의 화형식을 하고 싶고, 사장도 직접 만나 보고 싶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랬더니 몇 주 후에 임원 한 사람이 나를 찾아 왔다. 하지만 그는 입만 살아 있었고, 사장 친척이라는 말에 더 이상 대화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고객이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 사장이라는 XX가 나타나지도 않는 것을 보면 정말 ‘뻔할 뻔’자 아닌가.

회사 홈페이지에는 ‘최고의 기술력, 최고의 IT 전문 기업’ 등 좋은 말들은 다 내세우고 있지만 허울 좋은 선전 문구에 불과했다. 사장은 각종 관공서에 기부금을 500만원, 1000만원씩 내면서 기관장과 기념 사진 찍으며 얼굴 알리는 데에만 열심인 사람이었다. 그런 인맥 덕분인지, 시와 업무 협약도 맺고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혹은 공영 주차장 위주로 납품하는 듯 보였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니 매년 15~20명의 직원이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고 있었고, 퇴사 직원들의 재직 기간은 평균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결국 나는 이 회사 제품의 화형식을 공개적으로 해도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몽땅 폐기 처분했다. 이후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었고 모든 문제는 사라졌다.

기술력이 필요한 업종은 사장부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빠삭하게 알아야 하고 기술 개발에 목숨 걸어야 한다. 중소기업일수록 직원의 머리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하지만 회사 직원에게 전해 듣기론, 사장은 접대 골프만 치러 다니기 바쁜 사람이었다. 중국 자동차 번호판도 인식 가능하다고 홈페이지에 나오는 것을 보면, 중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기술 개발은 등한시하고 각종 접대에 열을 올려 매출을 늘리려는 이런 사장은 제발 되지 마라. 자기 회사의 경쟁력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3️⃣ 돈 갖고 장난치지 마라

한 번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불려간 적이 있다. 하청업체가 공사를 도면대로 수행하지 않아 재공사를 했는데, 추가 공사비를 놓고 논쟁이 붙으면서 나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정위에 막상 도착하니, 담당 조사관이 나를 따로 불러 이렇게 물었다. “하청업체가 제출한 계약서에 이런 문항이 있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그 문항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내가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주면, 돈을 지급받은 업체 역시 자기 하도급 업체들에게 현금으로 주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업체의 담보물을 내가 뺏는다는 것이었다. 조사관은 이런 계약서 내용을 처음 본다면서 설명을 부탁했다.

건설 공사에서 발주자가 공사비를 늦게 주거나 약속어음 등으로 주게 되면 하청업체는 자신의 하도급업체에 돈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하도급업체들은 가족 생활비는 물론, 함바집(건설현장 간이식당) 밥값 지불도 미루게 된다. 결국 내가 돈을 늦게 주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나부터 현금으로 줄 테니 당신도 그 돈을 받으면 하도급업체에 즉시 현금으로 주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담보물을 빼앗아 버리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게 사업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믿었다. 정기적으로 함바집에 가서 식사하면서 식비는 잘 받고 있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돈이 흘러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함바집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밥값을 빨리 받는 곳이 없었다”면서 나를 환대했다.

조사관은 나를 고발한 하청업체와의 회의에서 하청업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입증하는 나의 자료들을 믿고 하청업체를 추궁했고, 하청업체는 순순히 추가 공사대금 청구를 포기하였다. 분쟁이 생각보다 금방 종결된 것은, 아마도 조사관이 ‘지급해야 할 돈 갖고서 장난치지 않는’ 나를 믿었기 때문 아니었을까?(그 후 나는 그 하청업체에 다른 공사 하나를 더 주었다)

 


4️⃣ 부도날 짓을 하지 마라

한국에 대형서점이 처음 생겼을 때 그 규모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책 판매대금은 현찰로 들어오는데 출판사에 수개월짜리 어음을 준다면 수개월치 매출액만큼은 계속 그 서점 계좌에 쌓이겠구나. 그 돈은 조만간 내줘야 할 현금이지만, 지불할 시점까지는 가용 자금이 되겠구나.”

지금은 그렇게 수개월짜리 어음을 주는 서점이 없다고 하지만, 구매대금 지급을 한 달만 늦춘다면 서점 계좌에는 그 돈이 한 달 동안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그 돈이 매월 평균 10억원이고 당신이 그 서점의 무주택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자를 안 줘도 되는 돈 10억원이 매달 통장에 가용자금으로 남아 있다면, 그 돈으로 집이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집을 샀는데, 얼마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면? 가용자금은 5억원으로 줄어들고 당신이 집을 사는 데 10억원을 사용하였으므로 5억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대금 지급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리려고 안간힘을 써보겠지만 출판사들이 격렬히 반대하면서 추가 납품도 끊기고 외상값 독촉만 받게 될 것이다. 매출은 더더욱 떨어지게 되고, 조만간 당신의 서점이나 집도 압류당할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겉보기에는 잘나가는 듯싶었던 회사들이 부도가 나서 망하는 과정이다. 이른바 흑자도산 역시 이와 비슷하게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발생한다.

내가 알던 사람은 매월 2억원 정도 되는 가용자금을 무려 6개월 치나 활용해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 수입업을 하다가 본업과 부업 양쪽 모두 부도가 나 망하였다.

내가 보았던 부도난 회사들 대다수는 이처럼 장부상에 남아있는 가용자금을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제멋대로 가져다 쓰다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하나가 부도를 내면 그 회사에 무엇인가 납품했던 모든 곳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납품사 역시 연쇄 부도가 날 수 있고, 납품업체 사장이 개인 사업자인 경우엔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도난 회사의 사장들에게 물어보면, 거래처가 부도나는 바람에 덩달아 부도가 났다고 한다.

모든 사업자는 이것을 기억해라. 물품대금 1억원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은 상품 이익율이 5%인 경우 20억원의 매출을 초과 달성하여야 겨우 그 손해를 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납품대금을 늦게 주는 회사와 거래할 때는 반드시 담보물이라도 잡아야 하고,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라. 나 역시 80년대에 거래처에서 받은 7000만원(당시 동부이촌동 25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그 아파트 2채 이상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어음이 있었고, 그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끝내 못 받은 적이 있었으니까.


5️⃣ 신용의 가치를 알아라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중동에 건설붐이 생겼을 때의 일이다. 중동에 시멘트를 처음 수출하게 된 한국 무역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선박을 직접 임대 운용하며 수송비를 줄였으나 막상 중동에 도착하여 보니 열악한 항만 사정 때문에 항만 접안 순서를 기다리며 계속 대기해야 했다. 납기일을 맞추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자 회사는 크게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헬리콥터와 군사용 소형 상륙정까지 긴급히 빌려 군사 작전하듯 시멘트를 날랐고 납기일 약속도 지켰다. 그 결과 중동 바이어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게 되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 회사가 바로 ‘율산그룹’이다.

율산그룹은 그 후 지나치게 많은 부채로 인하여 공중 분해되었지만 서울시로부터 매입했던 반포 고속터미널 부지는 계약 조항에 따라 ‘운좋게도’ 계속 소유하게 된다. 서울시와의 매매 계약 조건에 터미널 건물을 완공할 때까지 제3자에게 부지를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어서 채권단이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부지에 현재 있는 건물이 ‘신세계센트럴시티’이며, 율산그룹의 회장이었던 신선호 회장이 아직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헬리콥터와 소형 상륙정까지 동원해 약속을 지켜낸 율산그룹 이야기는 내가 군대 졸병이었던 근 50여년 전부터 지금 이때까지 내 가슴에 새겨져 있다. 사업가의 약속은 그토록 무거운 것이다. 그토록 사활을 걸고 약속을 지키는 사업가라면 누구든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일반 PC 사업을 접고 중형급 컴퓨터 사업에 집중하던 30여 년 전 어느 날, 오후부터 몸이 안 좋더니 저녁 무렵부터 체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감기 같아서 해열제 몇 알 먹고 누웠는데, 체온은 계속 38도 위에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잤으나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였다. 밤새 얼음 물수건을 계속 내 머리에 얹어 주느라 고생을 한 아내는 “병원에 가야지 무슨 출근이냐”고 막아 섰다.

하지만 그날 오전 10시에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급 컴퓨터 세트 납품 상담을 할 회사 사장과 미팅이 잡혀 있었다. 이미 견적서를 보내둔 데다 첫 미팅이었다. “몸이 불덩어리인데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에게 사업가의 약속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라고 하고 운전기사에게 공항으로 가자고 하였다.

해운대에 있는 건물에서 상대회사 사장을 만나자마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이마를 좀 짚어봐 주세요. 제가 사실은 어제 오후부터 몸에 열이 많이 나서 해열제를 먹었지만 여전히 열이 많이 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제가 제정신도 아니므로 1주일 후로 미팅을 연기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리고자 왔습니다.”

사장은 내 이마를 짚어 보더니 병원부터 가라고 하면서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에 돌아와 병원에 가니 급성 폐렴 진단을 받았고, 응급으로 그날 입원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병원 입원실에서 “1주일 후에 미팅할 필요 없고 바로 납품하라”는 상대회사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이 당시 상대회사 사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은 이랬다. “몸이 안 좋으면 전화로 약속을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면 되는데, 몸에 열이 펄펄 나면서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장이 직접 내려와서 말한 것을 보면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납품했을까? 천만에. 그 회사 사장에게 연락해 우선 내 직원을 두 달 동안 그 회사에 파견 근무부터 시키겠다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상대방이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시안을 제시해도 그 시안을 믿으면 안 된다. 기획자나 PM(프로젝트 매니저)이 제시하는 내용조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허점 투성이가 된다.

즉 납품 후 프로그램 수정에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그 기간엔 욕만 먹게 된다. 요즘은 개발자라고 부르는 프로그래머가 일 전체를 파악해야만 멋진 작품이 나온다. 나는 일에 미쳐 있던 개발팀장을 파견하였다.

그 후 나는 부산에서 꽤 많은 회사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핑계 대지 말고 약속을 지켜라. 그게 사업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몇 년 후 나는 컴퓨터 관련 사업 전체를 그 당시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넘겨주었다. 그동안 나를 돈 벌게 해 주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6️⃣ 세무조사에서 떳떳할 수 있게 하여라

본격적으로 내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전두환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대기업인 국제그룹이 공중 분해되고 많은 탈세범들이 구속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 두 가지를 뼛속 깊이 가슴에 새겼다.

첫째, 은행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대출 연장이 안 되면 누구라도 망한다는 것. 나는 사업 초기에는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렸으나 그 빚을 다 갚은 후부터 지난 30여년 동안은 은행 대출 없이 내가 갖고 있는 돈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해 왔다.

금융권 대출은 약 35여 년 전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의 아파트를 사면서 상호신용금고(지금의 저축은행)에서 매매가의 50% 정도 대출받았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즉 레버리지(빚내서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매출이나 회사의 규모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직 내 호주머니에 얼마가 들어오는가에만 초점을 두고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둘째, 내가 세법을 위반하면 언제라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

나는 일찍부터 국세, 지방세, 관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시생 수준으로 열심히 공부하게 된 계기가 생겼는데 약 30여 년 전 강도가 센 세무조사를 최초로 경험하면서였다.

조사를 빨리 종결짓기 위해 나는 내가 출장 다닌 것이 전부 개인 관광이었다고 거짓 자백까지 했다. 납부해야 할 세금도 얼마 안 되었다. 그런데 경리팀장과 담당 세무사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돈봉투를 세무서 직원에게 주었는데, 나 자신이 얼마나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지금까지 기억한다(책 <세이노의 가르침> 533쪽). 그 후 나는 세무사 이상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자 국세와 지방세에 대해 공부했고, 세무 공무원에게 밥 한 번 사 준 적 없다.

내가 경영하는 법인들이 7~8개 되었던 시절의 일이다. 세무사 4명이 내 일을 도와주었는데, 모두 예전에 국세청에서 나를 조사했다가 퇴직 후 세무사로 개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사바사바 싫어하고 세법대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 입장에선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편했다.

어느 날, 그 세무사 중 한 명이 나를 찾아왔다. 의사, 변호사 등 현금을 많이 갖고 있는 전문직 고객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 현금을 합법화시킬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왜 그걸 나에게 묻느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세무조사도 많이 받으셨지만, 그 옛날 5억원(상세 설명은 아래)을 빼곤 단 한 번도 추징당한 게 없으시잖아요. 산전수전 다 겪으셨으니, 사업자들이 어떻게 현금을 감춰야 하는지 저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그때 내가 한 말: “아니 어제까지는 탈세한 놈들을 뒤져서 세금 부과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던 세무 공무원이 민간인 세무사로 직업이 바뀌었다고 그런 놈들 돈을 합법화시키는 법을 내게 알려달라고? 알아도 못 가르쳐 줘.”


⇒잠시 곁길로 가서 예전의 5억원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한다. 1만톤급 벌크선을 거의 통채로 사용하는 규모로 수출입 사업을 하다 보면 서류에 찍힌 수량과 실제 수량이 다른 경우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처음부터 수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배에서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훔쳐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량이 엄청난 경우 배가 떠나고 나서야 수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수량이 맞지 않다고 세관에 보고하게 되면, 배가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검수를 다시 하고 선장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배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 지체없이 바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수량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고 다음 번 물량을 서류보다 더 받는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를 업계 용어로는 ‘합수 처리’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 번은 부족한 수량(마이너스)보다 더 많은 수량(플러스)이 밀려 들어왔고 관세법상 이 물건들은 ‘마이너스+플러스=제로’가 아니라 제로 이상으로 들어온 것이어서 밀수가 되므로 정말 처치 곤란했다. 수출자는 앞으로 보낼 물건 수량이 모자란 경우 대비해 미리 넉넉히 보냈다고 했고, 사실대로 정정 신고를 하면 수출입 행정처리 관련 업체들이 애꿎은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직원들과 의논하여 그 물건들을 여러 도매상에 넘겨 팔았고, 판매 대금으로 5억 정도가 내 통장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돈을 100% 전액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나눠 주었다. 세무조사에서는 5억원에 대해 대표이사 횡령 및 법인세 포탈로 보았으나, 내가 가져간 금액은 1원도 없었기에 나는 끝까지 횡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을 모두 찾아내서 소득세를 재계산하여 추징하겠다고 하더라. 명색이 내가 보스였는데 그건 정말 쪽팔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다 뒤집어 쓰겠다”고 했다. 결국 국세청에 법인과 나 개인이 10억원 가까이를 냈고 관세청에도 별도로 벌금을 납부했다. 그게 보스가 취하여야 할 행동이라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두려운 세무조사, 이렇게 대응하라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 비정기 세무조사로 나뉜다. 정기 세무조사는 언제쯤 갈 테니 이러저러한 자료를 준비해 놓으라고 미리 통지를 보내준다. 대부분의 경우 2~3명의 조사원들이 사무실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서 “이 서류 달라, 저 서류 달라” 하면서 조사한다. 물론 서류를 챙겨 가져간 뒤에 조사하면서 나중에 세무서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비정기 세무조사는 탈루 혐의가 있을 때(어쩌면 권력자의 미움을 받았을 때도) 세무서 직원들이 갑자기 쳐들어와 서류 한 장 보여주고, 직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상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한 후 시작한다. 이게 이른바 ‘세무사찰’이다. 이런 경우에는 개인의 수첩이나 메모장은 물론 모든 서류들과 컴퓨터 등을 가져가서 조사한다. USB 메모리와 휴대폰은 현장에서 그 내용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메일 역시 조사 대상이다.

기획조사도 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업계 대표 주자들을 미리 추려 주된 행위자로 보고 종속된 자들까지 몰아서 습격 수준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습격 나온 세무 공무원들조차 기습해야 할 주소지를 그날 아침에 비로소 통보 받고 왜 조사하러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다. 때로는 조사 대상자의 부모 및 장인, 장모까지 포함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가택 조사에서 개인적 불륜이나 포르노 자료가 탄로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조사관들로부터 들었다. 미국 국세청 산하의 세금범죄 수사대는 방탄조끼와 철모를 착용하고 반자동 총기까지 소지한 채 체납자를 찾아간다. 체납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곳은 러시아일 듯싶다. 러시아에선 법적으로 어떤 행위가 탈세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먼저 처벌할 수 있다. 러시아 권력자가 최고 부자들을 갑자기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법 때문이다.


법인세 조사는 개인소득세 조사보다 훨씬 엄격하다. 법인세 조사를 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3가지다.

첫째, 가지급금이다. 법인 돈을 개인이 빼돌려 사용하면서 인정이자를 법인에 지불하는지가 초점이다. 둘째, 자녀 혹은 친족이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월급도 나가지만 실제로 일을 하는 직원인지 조사한다. 셋째는 원가 부풀리기, 매출 축소하기, 폐기품 처리 내역 등인데 부가가치세(이것을 부과가치세 혹은 부과세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세금에 대해 맹문인 사람들이다) 관련 법규 위반을 찾아낸다. 세무조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고자 한다면 ‘조사사무처리규정’을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찾아보면 된다.

법인 돈을 사장이 빼먹으면 법인은 법인세 탈루가 되고 사장은 소득세 탈루가 되어 결국 빼먹은 돈의 2배 가까이 토해 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개인 사업자인 경우에도 숨긴 돈의 60% 정도는 더 토해 내야 한다.

물론 국세청의 세법 해석과 의견이 달라서 법정 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다(나는 수십 번의 소송 경험이 있는데 두 건을 제외하곤 모두 국세청을 위시한 정부 상대였다). 억울하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면 반드시 싸워라.

사업가 중에는 부자도 많다. 사업에 성공해 부자가 된 것은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덕분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 고마워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세금도 잘 내고 기부도 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갖자. 다만 가난한 사람들도 부자들과 똑같은 사회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인데 왜 그들은 자신이 가난한 것에 대해 이 사회를 원망하고 저주해야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못 찾고 있다.

 


7️⃣ 창업 성공하려면 ‘넓은 문’은 피하라

이렇게 중소기업 사장을 위한 조언을 한다고 해서 직장인들에게 내가 창업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귀가 얇은 사람들은 스마트스토어나 해외직구 대행 등등의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인터넷 강의나 컨설팅에 월급을 쏟아 붓는데 안타깝다(나는 해외직구할 때 배대지를 이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대행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것을 하여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내가 성공하게 된 과정을 돈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면 경쟁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이고, 결국 수많은 경쟁자들이 내 영역으로 들어오도록 초대하는 것인데 그 의도는 무엇일까?

이미 경쟁자들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하므로 본업보다는 강의료를 받는 것이 더 짭짤하기 때문이다. 이 뻔한 덧셈·뺄셈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

게다가 비싼 돈 내고 방법을 전수받았다 할지라도 일이 제대로 안 풀려서 수입이 용돈 수준도 안 되는 경우, 그 책임은 당신에게 돌아간다. “열심히 안 해서 그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해”, “고객 만족을 등한시해서 그래” 등등. 이것은 마치 종교에서 신자들에게 “당신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래”, “당신이 지금 시험을 받는 중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리는 것과 거의 동일한 가스라이팅이다.

창업을 하려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문’으로 가면 안 된다. 모든 창업은 창업자의 눈에 “어, 이게 왜 없지?”하는 것이 눈에 들어올 때 하는 것이고, “이런 게 있어”라는 말에 이끌려 하는 게 아님을 기억하여라. 실제로 단순한 직구대행이 아니라 본인이 “어, 이게 왜 없지?”하는 판단에 제품을 미리 국내에 사입하여 놓고 광고(과장된 것도 많다) 열심히 하며 인터넷 판매를 하는 곳들이 꽤 있는데 이게 진짜다(직구대행보다 많이 비싸다).

창업의 시기는 ‘일에서 재가 잡힐 정도가 되었을 때’라는 것도 잊지 말아라. 학교 교사들이 돈을 벌고자 학원을 하거나 학원 강사로 가고 싶다고 메일을 보낼 때마다 내가 묻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네가 다른 교사들하고 비교할 때 가르치는 방식이 다른 점이 뭔데?”, “열심히 가르친다고? 그건 네 생각일 뿐이므로 그냥 학교에 남아 있어”라는 것이 내 답변이다.

최근 유명 입시 영어학원 대표와 식사 중에 내가 들었던 말.

“저는 영어신문이나 잡지를 읽다가 좋은 문단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학생들에게 빨리 그 문단에 나오는 문장을 가르쳐주고 싶어서요.”

내가 20대에 과외선생을 그만두고 압구정동에서 작은 학원을 하였을 때 나도 그랬다. 사이몬앤가펑클의 노래 ‘스카보로페어’의 1절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For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만 들려주어도 고교생에게 1시간 이상도 충분히 가르칠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으니까. 직장인으로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그런 가슴 뜀이나 열정이 없다면 대부분(예외도 있다) 창업하지 않는 게 좋다.

⇒나는 그 학원을 시작하고 나서 1년 후에 비싸게 팔았다. 당시 다니던 대학이 1년 5학기 30학점제로 거의 모든 강의가 야간 수업이어서 학원 운영에 전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 후 전두환 정권이 과외 금지 명령을 내렸고 모든 학원들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운이 좋았음을 알았다. 맞다. 사업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점쟁이를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운의 절반은 당사자가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 연재를 마치며

23년 전인 2000년도에 동아일보에 여러 주제의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나는 종종 “세이노의 글은 한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일한 필명으로 쓰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은 모두 다 나 혼자 쓰는 글이다. 단 한 번도 독자 성향을 살펴 책을 팔아 먹고자 대필 작가나 편집기획팀을 둔 적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학원계 유명인사의 자서전을 오래 전에 대필하였던 자가 내 글을 요리조리 비틀어 그 책을 썼음을 내게 고백한 적은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는 모르겠다만, 조선일보 연재는 이번 칼럼을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한다. ‘운좋게도’ 독자들에게 율산그룹의 ‘반포 고속터미널 부지 계약 조항’ 같은 일들이 있게 되기를 빈다. Good Luck!

 

 

 


▶️추신

1. 나는 ‘세이노’라는 이름을 글을 쓸 때만 사용하며 회사 이름이나 다른 그 어떤 것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2. 밀리의 서재에서 나의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일부를 발췌해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

3. 내가 동아일보 이후 20여 년 만에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게 된 것은 순전히 이경은 기자가 십몇 년 전부터 계속 졸랐기 때문이다. 그 덕에 조선일보 독자들과 만나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소로스 제국’ 물려받은 3男... “내가 더 정치적” 反트럼프 후원예고
오픈소사이어티재단 이사장에
백악관 출입만 최소 14회
바이든과 각국 정상 연쇄독대
“진보진영에 금전 지원 늘릴 것”

 

< 조선일보,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3.06.12.  >

 


미국 헤지펀드 대부이자 진보 진영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92)가 셋째 아들 앨릭스 소로스Alex Soros (37)를 공식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들 앨릭스는 기업·자선단체 경영권뿐만 아니라, 2024년 미 대선 등에서 진보적 정치 의제를 아버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소로스는 250억달러(약 32조2875억원) 규모의 사업을 앨릭스에게 대거 넘기고 있다. 앨릭스는 지난해 12월 소로스가 세운 미 최대 규모 비영리 자선단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의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OSF는 소로스의 재산을 대부분 투입하는 핵심 기관으로, 매년 15억달러(약 1조9377억원)를 각국 인권·민주주의를 신장하는 단체나 대학 등에 지원한다.
 

앨릭스는 소로스가 설립한 민주당 정치인·법조인 후원용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 위원장 자리도 맡고 있다. 이 소로스 수퍼팩은 연간 1억2500만달러(약 1614억원)가 배정된다.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등도 앨릭스가 최근 백악관에만 최소 14회 들어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을 만났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진보 지도자들도 잇따라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앨릭스는 소로스가 세 번의 결혼에서 얻은 다섯 자녀 중 셋째 아들이다. 당초 소로스는 “자식이 아닌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재단을 물려주겠다”고 했으나, 차남 조너선 소로스(52)가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조너선이 아버지와 스타일이 달라 멀어지자, 10년 전쯤부터 그 빈자리를 조너선의 이복동생인 앨릭스가 채웠다. 앨릭스는 UC버클리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학위 논문은 독일 철학자 하이네와 니체의 정치철학에 관한 것이었다. 뉴욕의 ‘파티보이’로 유명했던 앨릭스는 나이가 들며 역사·철학·정치를 주제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부쩍 가까워졌고, 재단 업무에 적극 나서면서 ‘왕위’를 꿰찼다고 한다.

앨릭스는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 처음으로 WSJ와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중도좌파 성향’이라면서 “우리 부자는 사고 방식이 비슷하지만, 내가 아버지보다 좀더 정치적이다. 그리고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했던 아버지와 달리) 미 국내 정치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 정치권의 가장 첨예한 이슈인 낙태권, 투표권, 성평등 등으로 활동 목표를 확대하고, 라틴계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을 높이고 흑인 투표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 전망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내년 대선에 진보 진영에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태생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로,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10억달러의 차익을 남겨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몰락 후 주로 동유럽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건립에 막대한 자금을 댔다. 2000년대부턴 미국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큰손 역할을 했으며 진보 성향 법관·검사 선거와 진보 대학 연구자금, 흑인 민권운동과 성소수자 단체 등에도 대규모 후원을 해왔다. 이 때문에 유럽·중동 각국과 미 극우 보수 진영에선 소로스를 진보 의제 뒤에 숨은 ‘비밀 정부(deep state)’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보수 진영이나 특정 국가와 인종을 궤멸시키려 하는 ‘악마’라는 음모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판기 골드바, 1g 순금콩, 0.2g 황금부적… ‘小金’ 골드러시
 
“금값 계속 올라간다”
개미 금탑 쌓듯 금투자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2023.05.27.  >



시간은 금이다.

우리는 바쁘고, 금값은 오르니까. 편의점이 ‘금 자판기’를 들여놓은 이유다. 말 그대로 24K 순금을 즉석 판매하는 기계. GS리테일 측이 지난해 9월 말부터 자사 편의점 및 슈퍼마켓 5곳에서 시범 운영했는데, 골드러시가 잇따르며 도입 한 달 만에 약 1000돈(3.75㎏)이 판매됐다. 반년 만인 지난 4월까지 누적 매출은 28억 6600만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설치 매장을 29곳으로 늘렸고 올해 100곳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금값 상승세가 계속돼 금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액으로도 쉽게 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고객 층은 3040세대. 소규모 금매매에 뛰어드는, 이른바 ‘소금(小金)’ 채굴족을 노린 것이다.

◇지갑 얇아도 골드 컬렉터
 
자판기에서 고를 수 있는 금 종류는 1돈·3돈·5돈·10돈. 자판기는 매일 국제 시세를 자동 반영하는데, 지금껏 판매된 미니 골드바 3103개 중에서 1돈(56%)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려나갔다. 도난 카드 사용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제 직전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완료한 후 구매할 수 있다. 할부(카드)도 가능하다. 결제가 끝나면 손톱만 한 금괴가 플라스틱 통에 담겨 툭 떨어진다. 한 블로거는 “12개월 할부면 3만원으로 금 한 돈을 살 수 있다”며 “대학생도 금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금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 2009년 독일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 등이 일찍이 ‘금 자판기’를 도입했고, 지난해 인도에도 설치됐다. 한국에서도 2009년 주얼리업체 미니골드(혼 그룹) 측이 금 자판기 ‘골드모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듬해 홈플러스 잠실점 등 유동인구 많은 도심에 설치됐으나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특히 ‘돈줄’이 몰린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23일 역삼동 편의점 자판기에서 1돈짜리 금을 구매한 한 40대 남성은 “돌 선물용인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금화하기에 돌반지보다 골드바가 유용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상(飛上), 금!

 


금값은 3월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등이 겹치며, 안전 자산인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은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화폐와는 달리 재화의 희소성이 유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금 1g당 가격은 8만6546원으로 국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는 지난 18일 ‘지금 금을 사야 할 세 가지 이유’라는 리포트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달러화 약세 장기화, 각국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 추세, 미국발 경기 침체 위험이 그 이유였다. “올해 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종잇조각인 지폐와는 달리, 금은 언제든 엿 바꿔 먹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비상금이 되는 것이다. ‘금배지’가 대표적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달까지 ‘순금 카네이션 배지’(1g, 1.875g, 3.75g) 등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카네이션은 시들지만 금은 그대로니까. 한국금거래소와 손잡고 매주 금값보다 2000~3000원씩 싸게 내놓은 것인데, 관계자는 “금값은 우상향 가능성이 커 소액이나마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선물”이라며 “현금성 자산인 데다 재테크 요소까지 갖춰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작년보다 판매가 25% 늘었다.

 


◇장독에 1g ‘황금쌀’ 모아요

 


티끌 모아 태산. 돌반지 전문 브랜드 뽀르띠가 1g짜리 ‘황금쌀’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길이 7㎜, 높이 4㎜짜리 실제 쌀알 크기의 순금 제품으로, 쌀알 하나에 13만 2700원. 미니 장독도 판매한다. 곡식으로 항아리를 채우듯, 적금식 소액 투자의 즐거움과 함께 자녀에게는 재화 투자의 가치를 미리 교육할 수도 있다는 설명. 0.2g 황금 부적도 있다. 지폐처럼 얇지만 엄연히 ‘골드바’다.

같은 개념의 1g ‘순금콩’도 이달 초 출시됐다. 주얼리 브랜드 수앤진골드 측은 “출시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150개가 팔렸다”고 했다. 큰 그림을 위해 조각 조각 황금 퍼즐을 모으도록 한 ‘퍼즐 골드바’도 있다. 이달 기준 3억원어치 판매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250% 상승한 수치다. 최근 ‘골드바 구독 서비스’까지 시작했는데, 매달 말일 g당 금값 고정액을 자동 이체하면, 다음 달 금값이 떨어질 경우 구독 가격에서 차액을 예치금으로 적립해준다. 김진관 팀장은 “주식·부동산 열기가 꺼지면서 현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며 “큰돈을 투자하기는 힘든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금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했다.

 


◇쥐똥만 한 금쪽이


“‘득금’ 축하드립니다.” 온라인으로 개인끼리 잡금을 사고 파는 ‘쥐똥금’ 매매도 활발하다. 골드바처럼 매끈하게 성형하지 않고 마치 쥐똥마냥 동그랗게 뭉쳐 유통하는 ‘막금’이다. 순도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잘 모아 녹이면 두툼한 골드바가 된다. 중고 거래 앱이나 인터넷 카페를 통한 거래가 대부분인데 가끔 ‘댓글 경매’도 진행된다. 지난 22일에도 2돈짜리 쥐똥금이 시작가 5000원에서 출발해 63만 3000원에 최종 낙찰됐다. 투명한 저금통에 쥐똥금을 모은 ‘인증샷’ 게시도 활발하다. 미래를 기약하는 이들에게는 금쪽 같은 내 새끼. “귀엽죠? 올해 목표는 30개 모으는 걸로.”

디지털에서 쥐똥은 더욱 작아진다. 한국금거래소 측이 운영하는 모바일 금은방 ‘금방금방’에서는 0.005g의 금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실시간 바뀌는 금 시세를 확인해 코인처럼 매수하거나, 본인이 보유한 금을 비대면 간편 감정 이후 판매할 수도 있다. 박병숙 디지털에셋팀장은 “올해 일간 거래액이 약 1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가입자 역시 하루 200명꼴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통장 털고, 금니 팔고

 


올랐으면 팔아야 한다. ‘금통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금통장’은 돈을 은행 계좌에 넣으면 해당 은행이 매일 시세와 환율에 따라 금을 매수한 뒤 이익을 통장에 적립해주는 금 투자 방식이다. 대표적 상품인 신한은행 ‘골드리슈 골드테크’의 경우 지난 19일 기준 누적 계좌 16만 2119개. 전년 동기 대비 1656개 줄었다. 잔액 역시 4667억원에서 3884억으로 줄었다. 그만큼 손을 털고 나갔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값 상승으로 이익 실현에 나선 고객이 늘어난 결과”라고 했다.

입 안에도 금이 있다. 충치와 맞바꾼 비상금, 시세가 높아야 한 푼이라도 더 받는다. 치과용 폐금 매입 업체 금니마켓 관계자는 “금값이 올라 판매 문의도 늘었다”며 “금니를 택배로 보내주면 도착 당일 매입 금액을 입금한다”고 말했다. g당 평균 3만 2000원~3만 3000원 수준으로, 지난 한 달 이 업체 온라인 매입 신청자만 400명에 달한다. 올라가는 금값, 그러나 내려갈 수도 있다. 한 재테크 카페에 이런 글이 떴다. “금니 팔려다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많이 오를 것 같아요.” 과연.

2차전지 주식 뭘 살까요…배터리 박사들 답은?

 

< 중앙일보, 김연주 기자,  2023.05.25  >

 


“K배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 최고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주식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큰 호응을 받는 주장이다. 한때는 이런 주장에 힘입어 몇몇 2차전지 회사의 주가가 연초 대비 7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차전지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온라인상에 알려진 이야기 중 ‘틀린 이야기’가 많다고 우려했다. 2차전지 전문가 중 전문가인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와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2차전지 시장 전망은.


선양국=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모빌리티’(자동차) 부문에서 동력원의 전환이 가장 빠르다. 더 넓게 생각하면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에 2차전지가 필요합니다. 2차전지 외에도 퓨어셀(Fuel Cell·연료 전지)이란 대안이 있지만 검증이 안 된 상황이라 배터리가 유일한 선택지다. 군대나 인공위성 등 배터리가 쓰일 곳은 너무 많다.


2차전지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박철완=3년 전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한국이 잠깐 1등을 했었다. 하지만 명실상부 2차전지의 1등은 중국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국가 점유율을 보면 한국이 24%, 중국이 60%로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 1등’이라는 자만 대신 위기를 인정해야 한다. 또 점유율에선 중국에, 기술 면에서는 일본(파나소닉)에 밀리는 모습이다.


2차전지 관련 기업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 주식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두 기업은 정말 ‘초격차’ 기술을 가졌나.


선=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는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이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농도구배형 기술(중심부에 니켈을 집중시키고 바깥쪽엔 니켈 농도를 낮추는 기술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과 전구체 제조기술 등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LG화학도 최근 새로운 특허를 확보했다. 각 회사가 계속 특허와 기술로 경쟁 중이기 때문에 어느 회사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박=에코프로가 경쟁사보다 잘하는 때도 있었다. 다만 ‘초격차’는 없다고 본다. SK온은 에코프로뿐 아니라 엘앤에프에서도 양극재를 받고 있다. 양극재도 기술 평준화에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2차전지 업계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선=유명하다는 유튜브 방송을 봤다. 사실과는 다른 부분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박=1년 전에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주식으로서 좋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기업의 펀더멘털과 비교해 봤을 때 주가는 과대평가로 보인다. 2차전지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좋은 2차전지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박=어마어마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2차전지는 ‘장치산업’이다. 결국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투자를 받으려면 매력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회사가 정말 투자할 능력이 있고, 투자받을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선=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원료를 싸게 가지고 오는 게 중요한 시대다. 특히 원료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리튬과 니켈이다. 유망한 2차전지 기업은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이 말하는 ‘김남국·라덕연’ 사태
“김남국 의원, 주식 투자 방식부터 상당히 이례적”

 

 

< 원간조선,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2023.6월호 >

 

 


“내부 정보 없이 한 종목에 전 재산 투자하는 사례 거의 못 봐”

⊙ “‘라덕연 게이트’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정·재계 인사 성향은 野圈”
⊙ “임창정 관련 여부?… 자금 모집책 중 한 명이란 판단”
⊙ “도이치 의혹?… 영부인 관련됐다면 벌써 보도되지 않았겠나”
⊙ “돈 많은 사람 잘살게 하는 것보다 개미들이 부자 됐으면 하는 생각”
⊙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 세력 견제에 정부 주관 배터리 산업 전략회의 못 가”
⊙ “中 배터리가 우리 배터리와 경쟁이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주식은 몰라도 ‘밧데리 아저씨’는 안다.”
 
  박순혁(朴淳爀·52) 전 금양 홍보이사 이야기다. 그가 공개적으로 추천한 8종목이 모두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유명해졌다.
 
  8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CNT·나노신소재·포스코홀딩스다. 에코프로의 경우 작년 말 주가가 10만3000원이었으나, 54만4000원(5월 13일 기준)으로 6배 가까이 급등했다. 박 이사가 추천한 종목으로 돈을 번 개인 투자자들은 그를 ‘의인(義人)’이라 치켜세운다.
 
  박순혁 전 이사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그의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기자는 주식 문외한(門外漢)이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손해를 봤다는 사람이 더 많다.
 
  8종목을 추천했는데, 모두 주가가 올랐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소름 돋는 결과다. 어떻게 하면 ‘주식의 초고수가 될 수 있느냐’는 유치할 수 있지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박 전 이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사이 주식과 관련해 너무 많은 일(김남국 가상화폐 논란, 라덕연 다단계 주가조작 의혹)이 터졌다. 하고 싶은 질문은 잠시 뒤로 미뤘다.
 
  인터뷰 후 5월 16일 박순혁 전 이사는 금양에 사의를 표했다. 한국거래소 측이 ‘박 이사가 계속 금양에서 홍보를 맡으면 앞으로 여러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회사에서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거래소 측은 “사퇴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내부 정보 없는데 올인?
 
  ―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투자’ 논란의 시작도 결국 주식인데요.
 
  “지금 보면 자신이 살던 집 전세금을 빼서 LG디스플레이(LGD) 주식에 ‘올인’했고, 거기서 번 돈으로 코인에 투자한 것이잖아요. 저는 코인 투자 자금을 만들기 위한 주식 투자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 왜죠?
 
  “전 재산을 한 종목에 투자한 것이잖아요.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결정이죠. 삼성전자 주식조차 확신이 없으면 몰방하지 않습니다.”
 
  ―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네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김남국 의원처럼 한 종목에 몰방하는 사례는 거의 못 본 거 같습니다.”
 

  박 전 이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터뷰에서 작전주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했다”며 “김남국 의원이 이 대표의 수행실장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 이쪽(민주당 측)에 주식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30여 년 전인 1992년 당시 증권회사에 재직 중이던 친구의 권유로 첫 주식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영상에서 “저는 주식 하면 안 된다, 패가망신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다. 절대로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대학 친구 권유로 주식을 샀다”며 “첫 주식이 나는 몰랐는데 작전주였던 것이다. 저는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가) 부탁해서 사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너무 많이 올랐더라. 1만원 중반대에 샀는데 3만원 중반을 넘어가기에 일단 제가 가진 걸 다 팔아버리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빨리 팔라고 했다”며 “친구가 안 된다는데도 ‘계좌가 내 건데 왜 안 파느냐. 팔아라’라고 거의 싸우다시피 해서 팔았다. 내가 팔고 나니까 뚝 떨어지더니 제자리로 돌아가더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내가 이걸 나중에 알았다. 난 모르고 작전에 투입된 자원이었는데 내가 고집을 부려서 나만 덕 보고 나머지는 다 플랫된 거다”며 “아마도 내가 파니까 그 사람들이 ‘배신이다’ 싶어서 다 팔아버린 것 같다. 전선이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라덕연 게이트’
 

  ―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도 터졌습니다.
 
  “네이밍이 중요한데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가 아니라 ‘라덕연 게이트’라고 해야 맞습니다. 라덕연 일당은 CFD(차액결제거래), 통정매매(매매 가격을 미리 짜고 거래)를 해서 주가를 올리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사기를 친 것이죠.”
 
  ― 라덕연 일당을 검찰에 고소한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금액이 1350억원에 달하던데요.
 
  “아마, 라덕연 일당이 돈을 많이 챙겼을 겁니다. 다 찾아서 회수해야죠.”
 
  ―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는 피해자입니까, 공범입니까.
 
  “저는 임창정씨가 자금 모집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임창정씨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 뭡니까.
 
  “여기에 민주당 쪽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겁니다. 임창정씨야 연예계나 일반인들에겐 통하겠지만, 큰손들은 정·재계 인사들을 보고 투자하거든요.”
 
  박 전 이사는 기자에게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단독] 라덕연에 수십억 투자한 정치인도 있었다… 북한 여행사 통해 정관계 인사 자금 유치”란 제목의 《조선비즈》 기사였다.
 
  “이 기사에 나오는 K씨는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한자리한 분입니다. 주로 활동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도 민주당 소속입니다. 라씨는 작년 초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전 회장과도 관계를 맺었는데, 아난티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그룹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어디와 더 가깝겠습니까?”
 
  이중명 전 회장은 2019년 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남북문화체육협력특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DMZ 복합관광특구 조성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아난티그룹은 이중명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이중명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이슈”라면서 “아난티는 주가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영부인 관련됐다면 벌써 보도됐을 것”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어떻게 보십니까. 영부인이 몸통입니까.
 
  “민주당에서는 여사님을 ‘전주’라고 공격하잖아요. 범죄를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맡긴 고객이 주가조작 여부를 미리 인지했느냐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여사님께서는 모르고 계셨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일반 고객이었단 이야기 아닌가요?
 
  ― 문재인 정부 때 조사를 했는데, 티끌만큼이라도 흠이 있었으면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이고, 기업에 몸담은 사람 입장에서 대답하면 불똥이 튈 수 있는 질문을 많이 주시네요.(웃음) 전(前) 정부에서 오랜 기간 수사를 한 것은 팩트잖아요. 뭐라도 나왔으면 언론에 크게 보도됐을 것 같습니다.”
 
  만나자마자 너무 민감한 질문만 쏟아낸 것 같아, 주위를 환기할 겸 잠시 추억에 빠질 시간을 줬다.
 
  ― 공부를 잘했네요.
 
  “고향(대구)에서 그냥 공부만 하는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학폭’ 이런 쪽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웃음)”
 
  ― 원래 주식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제가 중학생일 때 엄마 따라 증권사 객장에 몇 번 간 적이 있습니다. 1986년에 장이 좋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크면 저거(주식)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긴 했죠.”
 
  ―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했으니 꿈을 이룬 거네요.
 
  “제가 사실 공인회계사(CPA)를 공부했습니다. 1차는 두 번 합격했는데, 2차에서 자꾸 떨어져서 접었죠. 당시 펀드 매니저가 인기가 많은 직업이었습니다. 제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터 린치(전 피델리티 마젤란펀드 매니저)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대한투자신탁에 시험을 봐서 입사한 것이죠.”
 
  ― 입사하면 모두 펀드 매니저가 됩니까.
 
  “아니요, 펀드 매니저가 되려면 먼저 애널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사내에서 애널리스트 선발 시험을 치는데, 노트 한 권을 다 외웠습니다. 당시가 아마 제 인생에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을 때일 겁니다. 다행히 1등을 해서 애널리스트로 발령을 받았죠.”
 
  ― 몇 명 중에 1등을 한 겁니까.
 
  “108명 중에 1등이었습니다.”
 
  ― 애널리스트 박순혁의 성적은 어땠습니까.
 
  “제 손님들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현대모비스, 포스코 주식을 많이 추천해드렸죠.”
 
  ― 소위 ‘에이스’였는데 왜 퇴사한 것이죠?
 
  “제가 근무할 때 지점장님이 투자 자문 회사 사장을 하고 계셨는데, 그분이 저를 스카우트했습니다.”
 
 
 
금양과의 인연
 
  ― 투자 자문 회사에 있다가 금양으로 간 건가요?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집에 가져다줄 수 있는 월급이 계속 줄더군요. 아내가 다른 살길 찾아보라 하더군요. 그래서 삼성생명 법인대상 보험 영업을 하는 곳에 들어갔죠. 여기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금양 류광지 회장을 소개받게 됐습니다.”
 
  ― 그렇게 연결이 됐군요.
 
  “친하게 지내면 혹 보험 하나 들어줄까 싶어 자주 만났는데, 제가 좀 쓸 만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2021년 9월 정도에 기획 담당 이사님이 회사를 그만뒀는데 같이 해보자고 해서 금양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 금양은 어떤 기업입니까.
 
  “금양은 원래 발포제 생산 업체지만 현재는 2차 전지에 들어가는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 수산화리튬 가공, 원통형 2차 전지 사업, 콩고 리튬 광산 투자 등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1차 전지와 달리 방전 후에도 다시 충전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금양은 2년 전인 2021년 차세대 2차 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며 일찌감치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금양은 결국 대기업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2곳만 보유하고 있던 기술인 ‘2170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와 킥보드,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모빌리티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中 배터리 경쟁력, 韓에 상대 안 돼”
 
  ― 금양이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하니까 ‘밧데리 아저씨’가 된 건가요?
 
  “우리 2차 전지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공히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중국을 크게 앞서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대학 자동차 관련 학과 모 교수는 각종 유튜브 채널과 경제 채널, 심지어 국영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여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며, 한국보다 30%나 싸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A 경영연구소 모 연구원은 수백만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중국 CATL의 기술력은 한국 배터리에 비해 동등하거나 우월한 면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 되겠다.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유튜브에 출연하게 된 것이죠.”
 
  ― 추천종목이 대박 났습니다.
 
  “저는 돈 많은 사람 잘살게 하는 것보다 개미들이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세계적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폼팩터 기술 발전과 화재 안전성 기술에서 경쟁국인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실제 중국 배터리의 화재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중국의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와 경쟁이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 한국의 2차 전지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한국 기업이 배터리 핵심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은 중도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갔다는 데 있습니다. 소니는 1991년 2차 전지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2006년 노트북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배상을 하고 이후 배터리 사업을 접었지요.”
 
 
  “중국에 포섭된 사람 많다”
 
  ― 우리나라의 자국 배터리 기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중국 배터리를 홍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중국 자본에 의해 포섭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될 테지만 중국의 사회주의를 동경(憧憬)하는 사람도 많고요.”
 
  ― 네?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중국 체제를 동경,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쪽에서 나오는 리포트 같은 것을 보면 중국은 사상 개조, 돈, 여자 등 세 가지를 이용해 지식인들을 많이 포섭합니다. 고전적 방식인데, 저는 한국의 지식인들도 많이 포섭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 민감한 주장이네요.
 
  “이 사람들이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지요. 이런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정책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친중 정책을 폈는데, 중국은 우리에게 뭘 줬죠? 5년간 저자세로 나갔는데, 우린 중국으로부터 얻어낸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 유튜브 등을 통해 여의도 증권사들이 롱숏펀드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말했던데요.
 
  “증권사의 꽃은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저도 30년간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떨어지고 반대로 돈을 벌어주는 IB(투자은행) 사업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애널리스트는 IB에서 시키는 대로 글을 쓰는 부속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법인 영업부가 보기에 지금 우리 고객이 숏 포지션(매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리포트를 쓰고, 롱 포지션(매수)이라고 하면 좋은 리포트를 쓰는 것이지요. 지금 여의도는 롱숏펀드가 장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포지션을 정하는 대로 증권사 추천주가 바뀌고, 증권 방송들도 움직이죠.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들, 특히 펀드들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롱숏펀드란 주식 운용 시 주가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롱숏전략(long short strategy)’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롱숏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공매도로 파는(short) 전략을 말한다. 수익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증시가 오르건 내리건 급격한 변동이 없는 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에 홀로 맞서는 ‘의인’ 같군요.
 
  “저는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오히려 여의도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겁이 많은 걸 제가 제일 잘 압니다. 그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결과가 진실을 보여준다”

  ― 개인투자자들의 지지가 열광적입니다.
 
  “돈 벌어다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웃음) 제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산 사람들은 지금 떼돈을 벌었고, 여의도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산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받죠. 여의도는 개인 투자자들을 총알받이로 쓰려고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 학계와 증권업계에선 ‘밧데리 아저씨’에 대한 믿음이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는 결과가 진실을 보여준다는 입장입니다.”
 
  ― 지난 4월 17일 업계에선 ‘밧데리 아저씨 3분 스피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배터리 산업 전략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자리가 대통령님 옆자리라면서….”
 
  배터리 산업 전략 회의는 정부 관계자 외에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관련 교수들이 모여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 그런데 참석이 취소됐죠.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들이 제 참석을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중요 회의에 초청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제 주장이 맞다는 게 되니까요.”
 
 
  “돈 너무 쉽게 벌면 망가져”
 
  ― 금양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미리미리 얘기해야 사람들이 대비도 하고, 투자자들이나 주주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해서 얘기를 한 건데, 공시 규정 위반으로 모는 건 너무 좀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거래소 고위직에 전 정부 관련자들이 있는데, 저를 눈엣가시로 생각하죠.”
 
  박 전 이사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문제 삼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의무는 회사에 있다”며 “등기 유무에 관계없이 임직원이면 (회사의 경영상 주요 사항을 공시 전에 발설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줬다. 국내주식잔고손익 계좌였다. 순익이 1억7000만원쯤 됐다. 그가 넣은 투자금에 ‘0’을 하나 더 붙이기만 했어도 훨씬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돈을 너무 쉽게 많이 벌면 망가지더라고요. 사람이.”
 
  ― 추천 종목 말고 투자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주식 안 하신다면서요. 혹시 하신다면 그냥 제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미국인으로서…" 13살 소녀가 버핏에게 던진 질문은?  

 


<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5.13 >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워런 버핏(93) 버크셔 회장과 찰리 멍거(99) 부회장이 주주들의 온갖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면서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 축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주주 가이드북에도 아예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 연례 주주 페스티벌'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는 전 세계에서 온 4만명이 넘는 주주들이 참여했습니다.

3일간 개최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주주총회는 첫째 날 버크셔 제품의 쇼핑데이로 진행되며 둘째 날 공식 주총을 개최하고 마지막날 오전에는 5㎞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참고로 마라톤 대회 명칭도 '자신에게 투자하세요(Invest in yourself)'입니다. 역시 버크셔 해서웨이답습니다.

둘째 날 일정도 독특합니다. 오전 9시15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다시 2시간 30분의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5시간 넘게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에야 공식 주주총회를 1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주주 대부분이 주총 안건보다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기 위해 참석하기 때문에 순서를 이렇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사실 버크셔 주총에 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50만달러에 육박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주가 아니라 320달러(약 43만원)인 클래스 B주 한 주만 있어도 주주총회 입장권을 4장 받을 수 있습니다. 오마하가 너무 멀다면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버크셔 주주총회를 실황 중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의 질의응답은 5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으며 버핏과 멍거는 전 세계에서 참석한 주주들이 던진 약 50개 질문에 답변했는데요. 버크셔 주주들은 보험사, 철도회사를 자회사로 가졌을 뿐 아니라 애플에도 투자한 버크셔 사업과 은행 위기, 달러의 지위, 미중 관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버핏과 멍거의 답변은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Dv97-S9ZL-8


그리고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주주와 베키 퀵 CNBC 앵커가 이메일로 받은 것 중 선별한 질문을 번갈아 던지는데요, 버핏과 멍거는 질문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듣고 바로 답변합니다. 심지어 버핏은 주주와 베키 퀵한테 어려운 질문을 맘껏 던져보라고 주문하는데요, 30~40년 전 수치까지 정확하게 인용하는 버핏을 보면 절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살 소녀가 던진 '탈달러화'의 위기


이날 가장 어린 질문자는 13살 소녀인 다프네였습니다. 다프네는 13살이며 이번이 6번째 버크셔 주주총회 참석이라고 말하고 나서 주주들이 박수를 보내자, 잠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질문을 이어갑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1조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면서도 계속해서 수조 달러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글로벌 주요 경제국들이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달러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까요? 버크셔는 이런 가능성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미국시민으로서 우리는 탈달러화(Dedollarisation)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버핏은 다프네한테 단상에 올라와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부탁해야 되겠다고 칭찬한 후 "우리가 기축통화이며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하기 쉽지만, 만약 우리가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한다면 요정 지니가 램프에서 나오고 난 후에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이 통화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면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는 건데요. 정확하게 믿음을 잃게 되는 선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서 달러를 위험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버핏은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회로서 부유하며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지만, 돈을 무제한 찍어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건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답변합니다.

 


머스크와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버핏과 멍거

 


캐나다에서 온 주주는 찰리 멍거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난해 멍거 부회장은, 자신의 IQ가 150인데 170이라고 믿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IQ가 130인데 120이라고 믿는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같은 성공 사례를 고려해도 아직 그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에 담긴 멍거 부회장의 얘기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보다는 약간 덜 똑똑해도 차라리 과소평가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그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멍거는 "나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아주 능력이 뛰어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머스크는 최근 버크셔 주총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 중 한 명인데요, 버핏과 멍거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버핏도 머스크가 정말 뛰어나다며 IQ가 170을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멍거는 "머스크가 그의 비이성적일 만큼 극단적인 목표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일론이 지금 가진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머스크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들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합니다. 이어 멍거가 "워런과 나는 쉬운 일들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총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버핏 역시 자신과 멍거는 "머스크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끼어들자 멍거도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실패를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맞장구칩니다. 이처럼 버크셔 주주총회는 버핏과 멍거가 맞장구를 치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멍거가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면 웃음소리가 터질 때가 많습니다.

버핏은 머스크가 중요한 일들을 많이 이뤘다며 거기에는 '광신(fanaticism)'은 아닌데 비슷한 게 필요하다고 말하자 옆에서 멍거는 "광신이 맞아!"라고 응수합니다. 버핏은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는 데는 헌신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자신과 멍거에게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머스크의 생활방식을 즐길 수 없겠지만 머스크 역시 버핏의 생활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끝맺습니다.

 


< 자신의 부고를 미리 쓰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 >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에서는 10대 주주가 여러 명 질문했는데요, 오하이오에서 온 15살의 소년은 이번이 4번째 참석한 버크셔 주총이라고 운을 떼며 버핏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당신의 연설, 인터뷰 및 글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당신의 지혜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연례 주주서한에서 실수에 관해서 언급한 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투자와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큰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시겠어요?"

질문 후에 박수가 터져나왔고 버핏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쓰고 (부고 기사에) 어울리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투자에 관해서는 먼저 절대 자신의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만약 투자를 할 돈이 있다면 절대 밤에 걱정이 될 정도의 투자를 하지는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버핏이 자신이 버는 돈보다 적게 써야 하며 만약 버는 돈보다 많이 쓴다면 빚을 지게 되고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다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대출)은 져도 되는 빚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멍거의 대답도 재밌습니다. 

 

멍거는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해로운 사람들과 해로운 활동을 피하세요. 

그리고 평생 동안 계속 학습하세요. 

그리고 만족지연(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욕구 만족을 포기하는 것)을 많이 하세요. 

왜냐면 그렇게 사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위에서 말한 일들을 모두 한다면 여러분은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지막에 버핏은 오늘 참석해주신 주주 여러분께 감사하며 내년에도 와 달라고 말하면서 질의응답 세션을 마쳤습니다. 5시간 넘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다 보니 버핏과 멍거가 미국 시민들에게 엄청난 봉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들은 투자, 경제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탈달러화를 걱정하는 13살 소녀, 투자와 인생에서 피해야 할 큰 실수를 알려 달라는 15살 소년, 이들이 20년 뒤 어떤 모습의 성인으로 성장할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버크셔의 주총 같은 주주총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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