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have pushed stocks into the death zone, warns Morgan Stanley’s Mike Wilson

 

 

 

< Market Watch, Steve Goldstein,  Feb. 21, 2023  >

 

 



What’s the best metaphor to describe the stock market, that has sent the S&P 500 up 16% from its October lows, and up 6% this year?

Morgan Stanley strategist Mike Wilson has turned to the Jon Krakauer best-seller “Into Thin Air,”  which chronicles the death of 12 mountaineers trying to scale Mount Everest. The book delves into the death zone, which starts 3,000 feet from the mountain’s summit, an altitude where oxygen pressure isn’t sufficient to sustain life for an extended period.

Either by choice or out of necessity investors have followed stock prices to dizzying heights once again as liquidity (bottled oxygen) allows them to climb into a region where they know they shouldn’t go and cannot live very long,” says Wilson. 

 “They climb in pursuit of the ultimate topping out of greed, assuming they will be able to descend without 

catastrophic consequences.  But the oxygen eventually runs out and those who ignore the risks get hurt.”

Wilson says that when stocks started rising in October, they had much lower valuation, with a price-to-earnings ratio of 15  and an equity risk premium of 270 basis points. The equity risk premium is the difference between the expected earnings yield and the yield on safe Treasurys, with a higher number meaning investors are being compensated more for their investments in stocks.

By December, however, “the air started to thin” with P-to-Es down to 18, and the equity risk premium down to 225 basis points. In the last few weeks of the year, we lost many climbers who pushed further ahead in the death zone,” he said.

But then 2023 started, and “the surviving climbers decided to make another summit attempt, this time taking an even more dangerous route with the most speculative stocks leading the way,” on the faulty premise of a Fed rate-hike pause, to be followed by cuts later in the year.

“Investors began to move faster and more energetically, talking more confidently about a soft landing for the U.S. economy.  As they have reached even higher levels, there is now talk of a ‘no landing’ scenario – whatever that means. Such are the tricks the death zone plays on the mind – one starts to see and believe in things that don’t exist,” says Wilson.


The “no landing” scenario is one most closely associated with Torsten Slok, the chief economist at Apollo Global Management. It should be noted that Slok says a no-landing scenario — where the economy does not slow down — is not good for markets, because it will require more aggressive Fed rate-hike activity.

Back to Wilson, who says the P-to-E ratio is now 18.6, and equity risk premium at 155 basis points,  meaning “we are in the thinest air of the entire liquidity-driven secular bull market that began back in 2009.” He says the bear market rally that begin in October from reasonable prices has turned into a speculative frenzy based on a Fed pause/pivot that isnt coming.

Granted, he says, liquidity mostly boosted by Chinese and Japanese central banks has helped boost global M2  — a measure of the money supply — by $6 trillion since October, “providing the supplemental oxygen investors need to survive in the death zone” a bit longer.

 

 

 

현재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8배에 달합니다. 강세장이 지속했던 지난 10년 평균 17.2배보다 비쌉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랠리가 시작하기 전인 작년 10월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이 270bp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위험 프리미엄은 주식에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수익률과 안전한 자산인 국채 수익률 간의 차이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게 12월에는 225bp로 떨어졌고 지금은 155bp에 불과합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6월까지 적어도 두세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지난 30일 동안 채권시장은 이를 가격이 반영했지만, 주식은 무시한 것 같다. 그래서 남은 것은 주식이 더 비싸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슨은 "합리적 가격과 낮은 기대치 속에서 지난 10월 시작된 베어마켓 랠리는 나타나지 않을 Fed의 일시 중지/피봇 희망에 기반한 투기적 광란으로 변했다"라며 현재 랠리를 등산에 비유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산악인 12명의 죽음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를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이 인간이 장기간 생명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고도인 '죽음의 지대'에 들어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투자자들은 유동성(병에 든 산소)에 의존해 다시 한번 주가를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라면서 "산소는 결국 고갈되고 위험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지금은 기업 이익이 더 떨어지기 전에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기 돈이 됩니까?” 발행·유통 허용되는 STO 정체는 [선데이 머니카페]

 

 

 

< 서울경제, 서종갑 기자, 2023-02-05 >


 

선박·항공기·도로까지 조각투자 가능
개인 접근 어려웠던 실물자산 투자돼
증권·가상자산·해운·항공 등 전 업종
STO 사업 관련 신규 기회 창출 관심 ↑
다만 큰 기대는 섣부르다는 지적 나와
美 STO 겹겹 규제 탓 비트코인 대비 기존 디지털 자산 거래 100분의 1 그쳐


증권형 토큰(STO)에 대한 시장 관심이 뜨겁다. STO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SK증권 등 관련 주식은 한 주 사이 50% 넘게 급등했다. 2030년에는 전세계 STO 시장이 15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STO 시장을 두고 먼저 업계로 뛰어든 조각투자 업체부터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보유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항공과 해운, 임대 업계까지 각 산업 부문에서는 분주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STO에 대한 기대감만 너무 앞선 상황이라는 속도조절론도 나온다.


STO는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쪼개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거래되도록 한 디지털 자산이다. 국내에서는 조각투자 업체들이 일찌감치 이 시장을 선점했다.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 플랫폼인 뮤직카우와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STO는 기업공개(IPO)나 암호화폐공개(ICO)처럼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데 토큰을 기반으로 한다. IPO와 ICO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IPO 대비 자본 조달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ICO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력하다.

STO 시장에 눈독 들이는 업체는 증권, 가상자산 업계 뿐만 아니라 해운, 항공, 임대 업계 등까지 실물 자산을 보유한 산업계 전체다. STO 대상 자산이 상업용 부동산, 미술품, 도로, 대형 선박, 항공기 등 지구상 모든 실물이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 단위는 비행기 한 대 등 고액이라 개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투자 자산을 STO 형태로 잘게 쪼개 파는 게 가능해져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먼저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건 증권사다. STO가 자본시장법 울타리 안으로 편입됨에 따라 증권사가 익숙한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다들 주판알을 튕기는 중으로 STO 시장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사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사업은 기존 IPO와 유사한 STO 발행·상장 사업과 이를 유통하는 거래 플랫폼 운영인 것으로 파악된다. STO 발행, 상장 과정에서 자문료 등 약정된 수익을 얻고 플랫폼 운영으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다. 치열한 업계 경쟁에 사실상 없다시피 한 주식 거래 수수료를 대신할 새로운 수익 창구가 열리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을 필두로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STO 태스크포스(TF) 신설은 물론 조각투자 기업과 업무 제휴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KB증권은 SK C&C, 신한투자증권은 람다256, 키움증권은 페어스퀘어랩과 손잡았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T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STO를 법제화한 미국의 경우 ICO 대비 STO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 투자자 보호 등 촘촘한 규제 망을 지키려다 보니 사업을 속도감 있게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2022년 11월 말 거래량은 2억 달러를 넘었다. 반면 STO인 tZERO를 거래하는 STO 거래소 tZERO(토큰형 증권 이름과 거래소 이름 모두 tZERO)는 180만 달러에 그쳤다.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개별 자산 측면에서 봐도 지난달 31일 기준 비트코인 일간 거래량과 시가총액은 각각 386억 달러, 4393억 달러지만 tZERO는 7469달러, 8490만 달러로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ICO 대비 법을 준수해야 하는 STO는 투자상품이 제한적이고 투자 자체도 까다롭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장이 더딘 또 다른 이유는 기존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아닌 규제에 맞춰 새롭게 설립된 전용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는 점이다.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3. 02. 03>

 

230203 (보도자료) 토큰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pdf
0.67MB

 

 

                            ***  2021년 대한민국 범죄 현황   ***

 

* 강력범죄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사기 범죄

- 부산, 대구, 경남권과 대전, 전북, 충북에서 발생 비율이 높다.

 

 

1. 

“남들은 쉽게 벌던데...” 사기 피해자의 3가지 특성  
 

 

< 조선일보, 세이노 sayno@korea.com,  2023.02.07 >


 

1997년부터 몇 년간은 나라 전체가 IMF 외환위기로 인해 불안한 상태였다. 그 시기에 캐피탈이나 파이낸스 회사로 위장한 여러 종류의 대부회사들이 전국적으로 등장해 사기를 쳤고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무늬만 캐피탈·파이낸스 회사였던 대부업체는 “건실한 업체에 빌려줄 자금이 모자란데, 당신처럼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면 우리가 그런 업체들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남는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꼬셨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호주머니만 털려버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당시 내가 의문을 품었던 것은 왜 피해자들이 인천, 울산, 부산 같은 곳에서 유달리 더 많을까였다(물론 지역별 통계는 없으나 내 기억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내 짐작은 이러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 항구 도시들은 밀수뿐만 아니라 화물 입출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커미션 및 리베이트로 인해 검은 돈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 검은 돈 때문에, 이웃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고급차를 타면서 으스대는 모습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이웃들은 ‘이 세상엔 돈을 쉽게 버는 어떤 투자 방법이 있지만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투자처에 쉽게 돈을 맡기고 만다.

 


사기꾼 피해자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 쉽게 돈 버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카지노에 가서 잭팟을 터트리면 된다. 그러나 확률이 너무 낮다 ― 이게 중요하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서 행운을 기대하지 마라.

코인 투자를 한 사람들 중 일부는 대박을 맛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인 투자는 폰지 사기처럼 계속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가격이 유지되는 게임이며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그런 맥락에서 동일하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도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이익이 발생되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주식에서는 배당금이나 회사 가치 증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부동산에서는 임대수익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사기꾼들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이 악명 높다. 아이작 뉴턴처럼 머리 좋은 사람도 처음에는 이익을 맛보았으나 후속 투자를 계속하면서 결국은 현재 시세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반면 음악가 헨델은 주가가 올랐을 때 재빨리 처분하고 더 이상은 투자를 하지 않아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2️⃣ 하루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

기본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그 사람의 자발적 의사로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야 한다. 

자발적 의사라고 함은 곧 신뢰를 의미하는데, 신뢰를 얻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룻밤 사이에 그런 신뢰가 쌓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3️⃣ 가스라이팅을 잘 당한다.

내가 기부를 좀 했다고 해서 착한 놈일까? 독거 노인은 굶어 죽어도 돕지 않고 노숙자에게 10원도 준 적 없는데 그게 착한 거냐? 사기꾼들이 착한 척하는 이유는 그래야 ‘설마 저 사람이 저렇게 착한데 나에게 사기 치겠어’라는 믿음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카나 명품, 호화주택 등을 보여 주고 자기가 아주 잘 살고 있다며 자랑하는 연놈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다 당신에게 무엇인가 팔아서 또는 투자하도록 꼬드겨서 자기가 빨리 부자가 되려는 연놈들이지, 실제 부자는 아니다. 진짜 부자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자기 소유물을 대중에게 보여 주어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을 더 알고 싶다면,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 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의 임채원(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지난해 1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말한 내용을 참고할 만하다.  

 

 

 

 

2.

“미안할 정도로 잘해 준다” 사기 전문 검사가 말하는 사기꾼 특징

 

 

 

<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2022.01.21 >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임채원(63·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사기를 방지하는 실용적인 ‘팁’을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사기꾼의 특징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기를 당한 이후에 돌이켜보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사기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첫째, 중요한 건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준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목적이 달성되면 사기꾼은 연락이 없다. 그거를 먹튀(먹고 튄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절대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피해자가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하면 사기꾼은 의외로 이에 응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대목에서는 추상적으로 표현해 사기꾼 처지에서도 해석되게 만든다는 게 임 부장검사의 얘기다. 그는 “계약서를 쓰긴 했는데, 사기꾼이 ‘이거 제가 안 썼다. 제가 썼다는 증거를 대세요’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다 컴퓨터로 출력되어 있고, 대표회사 직인만 찍혀 있지 이 사람의 필적 자체가 없더라. 그러면 그 계약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오삼불고기’를 기억하라고 했다. 예방 5가지, 사후대책 3가지다.

그는 ▲상대방이 하는 말 내용을 확인하라 ▲첫 만남에 느낌이 이상하다면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지 마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증거를 남겨라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파격적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그건 거의 사기”라고 임 부장검사는 말했다. 또 증거를 남기려고 하면 사기꾼은 “내가 너를 동생보다 더 아끼고 이렇게 극진하게 해줬는데 나를 못 믿느냐”며 피해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걸 극복해야 사기를 면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내가 문제다. 내가 강박증이 있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셔서 그렇다”고 말하며 증거를 꼭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했을 때는 “빨리 포기하고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10억원의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3~4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사기꾼이 “4억원만 더 빌려주면 이전에 빌렸던 10억원도 돌려주겠다”고 사기를 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검사는 “처음 사기를 당했을 때 빨리 손절했다면 추가 피해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100만원 이상의 돈은 송금 후 30분 안에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골든타임이다. 30분 안에 신고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3

차용증에 이것 한 줄만 써도 사기 피해 예방한다 –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

 


< KBS 라디오 2022.01.26 (19:05)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6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 (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임채원 단장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 문서를 남기지 않는 문화로 사기 발생률과 재범률 높아
- 스미싱 문자 의심되면 인터넷에서 번호 검색해봐야... 링크는 절대 누르지 말것
- 지인과 친인척에게 사기당하는 경우 많아... 계속 확인하고 의심하는 습관 필요
- 친절하다가 목적 달성 시 돌변하는 유형, 타인에게 관심 없고 내 이익만 중요한 소시오패스 성향 조심해야
- 차용증 작성 시 돈을 빌려가는 용도를 꼭 기재할 것
- 서류나 녹음, 동영상 등 다양하게 증거 확보해 둘 것
- 사기죄 공소시효 10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추가 피해 막기 위해 포기도 고려해야
- 혼자 있는지 묻고, 전화 끊지 말 것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패턴 주의



◇김방희> 박지수 님이 사기 문자 조심하십시오. 침대 150 몇 만 원 주문했다는 사기 문자 받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하라면서 서울 번호까지 있고 어제 제 실명으로 온 문자였는데 놀랐습니다. 모두들 설 앞두고 사기 문자 조심하셔요라고 해 주셨는데, 바로 이 때문에 오늘 사기 예방법을 공부 좀 해보려고 합니다. 검사라는 직업은 사실 얼마 전부터 문제적 직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대선의 암묵적 쟁점도 그 중 하나겠죠. 그러나 검사 개개인이 들여다보면 특정 범죄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서 전문화된 분들이 많습니다. 해당 범죄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돼 주시는 분들이죠. 우리나라 전체 범죄 중 20%가 사기일 정도로 매년 사기 범죄는 증가하고 그래서 사기 공화국이다. 이런 오명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설 명절 앞두고 상품권 택배 배송, 정부 지원금을 사칭한 문자 전화 사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몰라서 당하고 알면서 당하는 분들도 많은 만큼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사기 예방법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검사 생활 33년간 사기 사건을 가장 많이 다루신 분입니다. 이걸 바탕으로 해서 오랜 기간 준비해서 임 검사의 사기예방솔루션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저도 들여다봤는데 정말 꼼꼼하게 사례들을 다루셨습니다.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과 사기 공화국에서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비법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임 검사님 어서 오십시오.

◆임채원> 네, 안녕하십니까?

◇김방희> 검사님은 사기 안 당하죠?

◆임채원> 저도 당했습니다.

◇김방희> 사기를 당했어요?

◆임채원> 부장검사 때, 지금 10년이 좀 넘었기 때문에 이제야 말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사기 예방 강의를 많이 하는데 저를 교재로 쓰니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김방희> 그렇죠. 일종의 그것도 교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아하긴 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자괴감도 들었을 것 아닙니까?

◆임채원> 너무 창피해서 밤에 자다가 일어나면 잠이 안 옵니다. 그것도 10년 정도 알던 선배한테, 지인한테.

◇김방희> 특성이 그런 것 같아요. 지인들한테, 가족들한테.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사기라는 범죄에 좀 전문화, 특화돼야 되겠다 하는 계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버님이 사기를 당했는데 그게 집안에 큰일이었던가 보죠?

◆임채원> 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를 서울로 끌어들였던 직장 상사가 어느 날 그 직장에 있는 사람들 돈을 빌려서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분한테 빌려준 게 우리 친척한테 빌린 집 한 채 값을 다 준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직장 상사가 데려온 사람이라고 해서 직장에서 퇴직을 당하시고 그때부터 야채 행상, 재건대라고 그래서 넝마주이들 헌종이 모아서 했는데, 선별하고 하는데 그게 워낙 악취도 많이 나고. 어머니는 옆에서 도와주시다가 결국 지병을 얻으셔서 돌아가셨거든요. 어쨌든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은 네가 고시 공부를 해서 사법시험 합격해서 검판사가 돼서 집안을 일으켜야 된다. 이게 유일한 희망이었죠. 그래서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워낙 사기당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들을 보고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일단은 됐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직전에 그러시더라고요. 내 돈 떼먹고 도망간 박 아무개, 지금 굉장히 어렵게 산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고 싶다. 그런데 또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서울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만큼 우리가 젊었을 때 아버지가 고생을 하셨지만 이만큼 그래도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그분 덕이 아닐까. 이상하게 그 사람이 보고 싶네, 이러시더라고요.

◇김방희> 선량한 분이시네요. 피해자신데 가해자를 어떻게 보면 그런 말 속에는 용서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을 텐데.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김방희> 참, 보통 사기 범죄에 대해서 저희들이 얘기할 때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입니다마는 왜 이걸 중시하느냐. 성공예감도 그렇고 우리 임 검사님도 그렇고. 되게 어려운 분들이 당하는 거잖아요. 이게 막 여유 있는 분들이 당하지 않아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이 사기범죄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 건데 사기범죄에 대해서 임 검사님이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기소율도 낮고 형량도 가볍다. 그래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사기공화국이 돼 가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왜 그럴까요? 그러면 경제범죄, 특히 사기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게 어떤 법제도적인 측면, 그러니까 그물망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임채원> 제도적인 것도 있지만 제도적인 것은 바꾸면 됩니다. 중요한 게 기본적인 우리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문서로 남기지 않고 다 말로 하거든요. 구두 문화. 계속 일어납니다. 계속. 그러니까 나중에 정작 사기꾼은 당연히 딴소리를 하죠. 그런데 피해자는 자기가 이렇게 피해당했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습니다.

◇김방희> 증빙 서류가 없고.

◆임채원> 현장에서는 목격자는 있지만 항상 보면 어느 한 편에 치우치는 목격자거든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문서인데 그 문서가 없다는 게 문제고. 두 번째는 뭐냐 하면, 뭡니까? 국민들 인식이 돈이면 다 된다. 그러니까 윤리 의식보다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2015년도를 기준으로 사기범이 절도범을 앞질렀습니다. 발생 건수가. 25만 7000건이고 절도는 24만 6000인데요. 그렇고 또 사기는 한 번 치는 사기범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기를 일단 한 번 치면 계속 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기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김방희> 그걸 본인이 실감해 버리는 거군요?

◆임채원> 그렇죠. 그래서 심지어는 2018년도 대검 법무부 통계이기는 한데 사기전과 9범이 사기 초범보다 더 많습니다.

◇김방희> 사기전과 9범이.

◆임채원> 되게 웃기는 게 몇 년 전에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사기 피해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게 고소하는 게 몇 %냐 하면 21.5%만 고소를 합니다. 쉽게 풀어 쓰면 사기꾼이 10명을 상대로 2억 원씩 사기 치면 8억 원은 아예 고소를 안 하니까 8억 원을 버는 거예요. 고소 전 단계에서. 그리고 기소율도 지금 최근 통계가 19. 몇 퍼센트, 그러니까 20%가 채 안 되니까 사기 고소장이 10건이 들어오면 2건 정도만 기소되지, 이거 사기꾼이 알면 이거... 자신을 가지고 치겠는데. 그러니까 80%가 기소가 안 되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참 문제가 많죠. 현실적으로. 그래서 그거를 어떤 사회 운동을 일으키든지 사기에 대한 경각심, 어떻게 하면 최소한 증거를 확보하고 아주 간단하거든요. 확보하는 거는. 그런데 그런 인식이 없어요. 그리고 계약서를 쓰려고 그러면 막 화를 냅니다. 사기꾼이. 그게 사기꾼이 최면을 건다고 얘기하는데. 왜냐하면 인간관계가 돈 관계를 뒤섞어 놔서.

◇김방희> 신뢰 못 해? 이러면서.

◆임채원> 그렇죠. 내가 너를 그동안 내 동생보다 더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냐. 그런데 나를 못 믿어서 뭘 쓰자고? 너 같은 애는 앞으로 안 만난다. 이러면 약해지잖아요. 그걸 극복해야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죠.

◇김방희> 우리 사회에서 증빙 서류, 문서화하지 않는 것들이 기본적인 사기의 인프라가 되고 있는데 아까 사기 전과자 재범들이 많다. 이런 말씀을 해 주시면서 기억나는 게 얼핏 한 정권을 흔들었던 사건인데 그 후에도 계속 당사자가 사기 범죄로 잡혀 들어갔던 게 장영자 사건이라고 있었는데 마지막 네 번째 기소될 때는 우리 임 검사님 손에 기소된 것으로 저는 들었는데.

◆임채원> 1억 원 가지고 제가 하나 하기는 했는데.

◇김방희> 그렇게 큰돈을 굴렸던, 융통어음을 돌렸던 분이 마지막은 좀 액수도 적군요.

◆임채원> 그렇습니다.

◇김방희> 사기범, 사기 공화국의 현실을 고발해 주셨고 그래서 어떤 사회 운동이라도 필요한 것 같아서 책을 내신 걸 텐데 책이 나오는 대목 하나를 여쭤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제 경험으로는 이해시켜드리기가 쉽지 않아서. 사기 공화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삼 불고기’를 먹고 드립 커피를 마셔라. 사기 예방법을 이렇게 정리하셨어요. 언뜻 감이 안 오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임채원> 저의 책의 결론입니다.

◇김방희> 그렇죠.

◆임채원> ‘오삼 불고기’는 뭐냐 하면 오징어와 삼겹살을 버무린 요리거든요. 사기 예방 5, 오징어의 5. 삼겹살의 3, 이게 사후 대책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드립커피는 뭐냐 하면 우리가 원두를 갈아서 필터에 내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뜨거운 물을 갖다가 원두 가루에 부으면 봉긋하게 올라오면서 커피 기름이 뜹니다. 이게 뭐냐 하면 사기꾼의 현란한 버터 발린 말, 그게 거짓말. 그다음에 필터는 뭐냐 하면 그겁니다. 

 

합리적인 의심. 우리가 돈 거래할 때 한 번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되고 그래서 걸러서 내려오면 그다음에 맛있는 커피, 이거는 계약 목적이 달성된 겁니다. 그러고 나서 딱 보면 원두 가루, 이거는 바로 우리가 필요한 증거입니다. 그래서 주위를 살펴보면 모든 게 필터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마스크 필터, 공기청정기 필터, 담배 필터, 우리 사물은 다 필터가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 생명과도 같은 돈 거래를 하면서 필터링을 안 하냐.

◇김방희> 필터 처리를 해서 드립 커피 내리듯이 내리면 필터를 통해서...

◆임채원> 맛있는 계약 목적이 달성이 되고.

◇김방희> 사기꾼들의 현란한 말솜씨를 의심해서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임채원> 나머지는 원두 찌꺼기, 증거. 그러니까 드립커피 내리는 그림만 생각하면 예방할 수 있는 그게 아주 쉽게 우리가 기억할 수가 있죠.

◇김방희> ‘오삼 불고기’에 해당되는 얘기들을 좀 지금 풀어서 해 보겠습니다. 지금 문자가 많이 오는데요. 몇 가지에 대해서는 우리 임 검사님이 감이 있으실 테니까 답해 주셔도 좋습니다. 송문방 님은 설 연휴 앞두고 소상공인 지원 문자, 이게 스미싱 문자인데 이걸 클릭하라고 이게 많이 오는데 정부에서 이걸 금지할 방법은 없나요? 해 주셨는데 일단 번호를 확보해서 거기서 보내는 거기 때문에 금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임채원> 금지하기는 어렵고 제가 예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게 우리 동부 관내에서 한 사람이 최고 스미싱 당한 금액이 26억이거든요. 내일 택배가 배송 예정입니다. 의무사항 있으면 전화 하세요. 연락처 번호가 있는데.

◇김방희> 그렇죠. 클릭하게 되죠.

◆임채원> 그 번호를 넣기 전에 우리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전화번호를, 그 번호를 딱 넣어보세요. 정상적인 거라면 예를 들어서 동부지검 대표 전화, 그런 경우는 그 번호를 02 딱 넣으면 동부지검 약도하고 주소가 뜨는데 그 번호를 딱 넣어서 엉뚱하게 뜨면 이거는 변환기라고 그래서 070으로 오는 전화번호를 사람들이 안 받으니까 이걸 갖다가 변장을 시킵니다. 02 이렇게. 거기다 넣어보면 엉뚱하게 뜨면 그게 보이스피싱 번호죠.

◇김방희> 범내려온다라는 아이디 쓰시는 분은 특히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에 서민들이 워낙 피 땀 흘려 번 돈을 잃게 되는 거니까 이걸 차단할 수는 없는가요? 해 주셨는데 저도 정말 검경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IT 공화국에 CCTV가 그렇게 잘 돼 있고 주민증이라는 아이디가 아주 공공연하게 쓰이는데 보이스피싱 조직 일망타진이 쉽지 않습니까?

◆임채원> 쉽지가 않죠. 다 대부분이 주범들이 다 중국에 있어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하여튼 경찰청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걸 차단할 수 있는 그것을 마련했다고 하는 게 최근에 뉴스에서 봤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아까 말씀해 주신 스미싱 얘기가 설 연휴에는 가장 많은데요. 택배로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택배 배송 확인해라, 이런 문자가 많이 오는데 이거는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포털에 전화번호를 일단 찍어봐라.

◆임채원> 거기는 그냥 지금 택배 그쪽에서는 전화번호보다는 앱을 깔아라, 이렇게 할 겁니다.

◇김방희> 앱이나 혹은 링크가 있죠. URL링크.

◆임채원> URL이라서 딱 클릭하는 순간 악성 앱이 작동하면서 금융정보가 탈취돼서 문제가 생길 수가 있죠. 절대로 누르면 안 되죠.

◇김방희> 일단 의심스러운 건 누르지 마라, 클릭하지 마라.

◆임채원> 그게 최상입니다.

◇김방희> 상품권 대폭 할인해 주겠다. 그래서 결제를 했는데 상품권 보내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사기사건, 이것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데.

◆임채원>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도서상품권 30% 할인, 이런 식으로 해서 계좌로 돈을 넣으라고 해서 돈을 넣어주면 아무 연락이 없고 잠적해버리는 그런 사건들.

◇김방희> 이것도 주의하셔야 될 게 유형별로 좀 말씀드리는데 아까 나온 얘기인데 흥미롭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친척이나 지인한테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얘기 안 당해보신 분은 그럴까 그럴 텐데 실제로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얘기죠? 지인이나 친인척.

◆임채원> 지인과 친인척,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몇 년 전에 설문조사한 게 지인이나 친인척한테 당하는 게 66.2%입니다. 쉽게 풀어 쓰면.

◇김방희> 3분의 2군요.

◆임채원> 한 7명은 다 아는 사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맞는 게 모르는 사람인 경우에는 경계를 하지만 아는 사람인 경우에는 경계를 안 하죠. 더군다나 상대방이 아는 사람이 사기꾼인 경우는 나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알거든요. 나의 성격도 알고, 그래서 이 정도 사기 치면 고소 안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너를 참 동생보다 더 이렇게 극진하게 믿었는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 있냐. 아는 사람한테 돈 거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돈 거래와 인간관계를 뒤섞기 때문에 그냥 그걸 믿고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사람 잃고 돈 잃고 이렇게 됩니다.

◇김방희> 사람 잃고 돈 잃고 맞습니다. 그러면 지인이나 설령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오삼 불고기 준칙 하나를 적용해 보면 재고하고 확인해라. 그 사람이 아무리 멋진 얘기를 해도 필터를 거쳐야 되는 겁니까?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특히 재고하라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필터링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염소나 소가 재고하는 동물이거든요. 반추하는 동물 아닙니까? 계속 다시 씹잖아요. 그것처럼 거래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 상식적인 관점에서 한 번 필터링을 하라는 거죠. 그다음에 확인하라는 뭐냐 하면 상대방이 하는 말 내용에 나오는 그걸 확인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아파트를 임차나 매매를 하려고 할 때 등기부 확인하지 않습니까? 심지어는 한 몇 년 전인가요. 인천에 사건이 공인중개사가 등기부 뭡니까?

◇김방희> 등기부등본...

◆임채원> 변조해서 그걸 근거로 해서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데 물론 대부분 공인중개사는 안 그렇지만 나쁜 사람들이 있거든요.

◇김방희> 일부 있죠.

◆임채원> 문제는 뭐냐 하면 그걸 믿을 게 아니고 요새는 스마트폰이 좋잖아요. 보면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서 인터넷 등기서라고 치면 대법원에서 등기서 사이트가 뜹니다. 그러면 700원, 그러니까 인증서만 있으면 700원 내면 열람이 되고 1000원이면 출력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집을 계약한다든지 임차 그거 하러 가기 직전에 스마트폰으로 한번, 왜냐하면 누구나 열람이 되니까요. 그러면 권리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천에서 그걸 몰라서 47명이 24억 사기를 당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김방희> 우리 사기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 모르지만 관할 구역이 아닌 지역에 있는 사기 사건의 유형도 다 기억하시고 심지어 피해 금액을 기억하고 계시고.

◆임채원> 신문에서 봐가지고. 왜냐하면 제가 검사 한 20년 하다 보니까 사기의 패턴들, 유형들이 보이더라고요. 심지어 강의 끝나면 어떤 사람이 와요. 와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검사님 제가 지난달에 사기당한 내용을 어떻게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습니까? 그래서 내가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니고 내 눈에는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얘기할 뿐이다. 했더니 이 사람이 얘기만 들어도 힐링이 된다고.

◇김방희> 힐링되는 건 좋습니다마는 사실은 예방하는 게 가장 좋겠죠.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다만 아까 필터 부분을 조금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재고하는 거. 정말 신뢰하는 지인이나 친인척하고 밥 한 끼 먹으면서 술 한 잔 먹으면서 얘기할 때 잘 안 되거든요.

◆임채원> 잘 안 되죠.

◇김방희> 그런데 어떤 경우에 이건 한 번 더 생각해보자라는 생각을 할까, 어떤 순간이나 환경이 있을 거 아닙니까? 이거는 좀 한번 따져봐야 될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등기부등본을 부동산중개소에서 제시할 때는 거의 틀림없겠지 하고 생각하거든요.

◆임채원>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김방희> 그래도 한 번 더 직접 내가 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려면 어떤 포인트에서 그래야 되는 걸까요?

◆임채원> 그러니까 확인하는 걸 생활화해야 됩니다.

◇김방희> 본인이 습관화해라.

◆임채원> 상대방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그걸 하나하나 내 법률생활에 있어서, 그렇게 되면 아마 손해 날, 피해는 안 당할 것 같습니다.

◇김방희> 뭐든 확인해 봐라.

◆임채원>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가 사람들 만나보면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통 크고 확인 안 하는 걸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죠. 그게 더 멋진 거라고 보는 거죠.

◆임채원> 나는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 이거는 사기당하기 딱 좋은 사람입니다. 끝까지 가면 안 되거든요.

◇김방희> 끝까지 가면 안 되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기 패턴을 잘 아시니까 이것도 아실 것 같아요. 영화로도 많이 나오니까 저희들도 알게 됐습니다마는 재범 이상의 사기꾼들은 사기를 칠 만한 상대를 잘 고를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아까 인간적 의리를 중시하는 분 고른다고 그러는데. 타깃으로 삼는 사람들의 특징들도 있습니까?

◆임채원> 삼는 사람 특징이 그거죠. 일단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통이 크고 치밀하지 않은 사람.

◇김방희> 치밀하지 않은 사람.

◆임채원> 그다음에는 뭡니까? 또 어떤 분은 이런 분이 있더라고요. 자기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기를 당해도 고소를 못 한대요. 제가 만난 분인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내 돈은 뒤탈이 없는 돈이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라.

◇김방희> 그러게요.

◆임채원> 그분은 그동안 후배들한테 사기 당한 피해 금액이 강남의 아파트 한 채 살 정도 될 그거라고 하더라고요.

◇김방희> 본인은 예를 들어서 왼쪽 뺨을 때렸지만 나는 고소하지 않겠다. 그런 뜻인가 보죠. 그건 대놓고 사기 당하겠다는 거니까 그거는 본인이 뭐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사기범들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아까 9범이 초범보다 많다, 이런 말씀도 해 주셨으니까. 이렇게 자꾸 속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 같은 것들도 있습니까?

◆임채원> 많죠. 제가 13가지를 보통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유형이? 한마디로 일단 얘기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자동으로 해.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건 사기 당한 이후에 우리가 알 수 있으니까 그건 별 도움이 안 되고 첫 번째가 뭐냐 하면 아주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줘요. 너무 친절하고.

◇김방희> 나한테.

◆임채원> 그리고 자기 목적이 달성되면 그다음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 먹튀라고 그러죠. 그리고 제가 그동안 사기 사건을 많이 수사하면서 잘 인간적으로 이해를 못했던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소시오패스라는 사람인데요.

◇김방희> 소시오패스는 보통 연쇄 살인범 이런 데, 사기에도 나옵니까?

◆임채원> 그거는 사이코패스고 보통 얘기하는데 요새는 그 개념을 다 혼동해서 쓰는데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이러는데 이게 하버드대 마사 스타우트라는 교수가 최근에 책을 냈습니다. ‘The Sociopath Next Door’ 그래서 이웃에 사는 소시오패스. 그래서 25년 동안 상담을 통해서 책을 냈는데 거기에 보면 특징이 뭐냐 하면 기본적으로 양심이 없습니다. 그다음에 모든 행동, 어떤 방침은 이익과 손실에 따라서, 나한테 이익이 되면 되고 손실이 되면 안 하고. 그래서 약속도 했다가 사전 예고 없이 약속을 안 지킵니다. 더 큰 이익이 나는 약속 쪽으로 가야 되니까.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없고 여러 가지 그런 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보면 100명 중에 4명이 거기에 속한다는 거거든요.

◇김방희> 전체 인구 100명 중에 4명.

◆임채원> 4명. 서울 작년 인구로 따지면 1000만 명이면 40만 명이 거기에 속하는 거고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똑똑한 사람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하고 다른 게 거기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일본이나 중국, 동양 문화권은 거기보다 덜 하다고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소시오패스들을 많이 만났을 겁니다. 그래서 유튜브 들어가 보면 그 사람들한테 사기 당해서 한이 맺혀서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원하면서 자기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린 경우가 되게 많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지금 임 검사님 책이나 그런 경험담들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들 바람이거든요. 그러면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소시오패스가 정말 희귀한 존재들이 아니고 이웃집에도 있을 수 있다고 그러면 그렇게 많을 수 있다면 그중에 사기범죄자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들의 외면 말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임채원> 내가 아는 분이 자기는 건설을 하는데 한 번도 공사 대금을 못 받은 적이 없답니다. 이분은 소시오패스 개념을 모르지만 실천하는 분이에요. 그분하고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이걸 해 보면 그러면서 관찰을 한답니다. 캐디한테 사회적 약자한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소시오. 왜냐하면 자기한테 이득이 안 되니까.

◇김방희> 득이 안 되니까.

◆임채원>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많다는 거고. 그다음에 아주 사소한 약속이라도 잘 안 지키는 사람. 사전 예고없이 양해도 안 구하고. 이런 사람은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많다.

◇김방희> 징조나 조짐은 있는 거군요.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김방희> 그 사람이 평상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이런 걸 보고 사기범죄꾼인지 아닌지 한번 의심해 봐라는 건데 아까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인프라 문화를 얘기하셨어요. 사기 공화국이 된 데는 증거를 문서로 남기지 않는 문화가 크게 기여를 했다는 건데 모든 거에 문서를 남길 수는 없을 테고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전문사기꾼이라면 문서 남기자고 그러면 요리조리 피할 텐데 어떻게 해야 문서로 남기고 예방할 수 있습니까?

◆임채원> 문서로 남기는 것 중에서 진짜로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용도사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김방희> 그거는 뭡니까?

◆임채원> 우리가 보통 돈을 빌려주고 차용증 자체를 안 받는 사람이 되게 많은데, 차용증 받는 사람은 상당히 그래도 좀 법 아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거가지고도 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단순히 차용증만 있으면 그 당시에 사기꾼은 당연히 자기는 뭐 사업하다 망해서 못 갚은 거지 처음부터 떼먹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갚을 의사나 능력은 조사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차용증에 돈을 빌려가는 용도를 기재하게 되면 통장에 통상적으로 계좌로 돈을 넣어주지 않습니까? 1억 원을 예를 들어서 뭐 기계 구입한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갔는데 그래서 1억 원을 계좌로 넣어줬는데 보니까 이게 다른 사람들한테 빚 갚는 데 썼다는 거죠. 그래서 그 돈이 빠져나가서 기계를 구입했는지 안 했는지만 확인하면 갚을 의사나 능력 조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김방희> 용도를 써라.

◆임채원> 그렇죠. 그러니까 기계 구입 명목으로, 아니면 뭐 연립주택 건립자금으로. 이렇게 용도를 차용증에 문구 하나만 넣으면 게임이 끝나는 거거든요. 일례로 제가 용도를 기재한 분이 있더라고요. 사건을 조사하는데 놀라서 선생님 어떻게 용도를 차용증에 기재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이렇게 했더니 하는 얘기가 자기가 사기를 여러 번 당했는데 그때마다 용도 문제를 못 밝혀서. 왜냐하면 그 용도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을 해야 하는데 다 무혐의가 났길래 자기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차용증에 아예 기재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보통 한 10건 들어오면 2건 정도 쓴 사람이 있고요. 이거 하나만 오늘 알아도 성공예감에서 성공한 겁니다.

◇김방희> 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저는 문제가 차용증을 잘 못 받겠어요. 그냥 사기까지는 아니니까. 여건이 안 되어서 못 갚나 보다 하고 마는데, 차용증을 써달라고 얘기를 꺼내는 게.

◆임채원> 꺼내기가 어려우면 문자를 보내세요. 이거는 내가 다른 사람한테 빌려서 특히 너니까 빌려주는 거니까. 꼭 갚아야 돼. 문자를 보내면 돈을 금방 빌려준 상황이니까 답이 올 거 아닙니까? 그래, 꼭 갚을 게. 이게 중요한 증거가 되는 거죠. 이거를 캡처를 해서 별도로 보관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카톡 문자는 잘 날아가고요. 휴대폰에 있다고 해서 잊고 있다가 휴대폰 분실하면 증거 없는 거예요.

◇김방희> 그렇죠.

◆임채원> 실제로 내가 그런 사례를 몇 건 봤거든요. 별도로 보관하라.

◇김방희> 별도로.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서류가 잘 안 되고 그러면 녹음, 녹취 요즘 핸드폰이 쉬우니까. 동영상 같은 거. 이런 거 아무 상관없이 다 증거가 될 수 있어요?

◆임채원> 요새 사기사건 수사하는데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요?

◆임채원> 네.

◇김방희> 그런데 다만 잘못 녹취했다가는.

◆임채원> 대화 당사자 간에 몰래 녹음하는 거는 괜찮습니다. 그거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처벌이 안 되는데, 다만 민사적으로 음성권 침해라고 해서 한 100만 원내지 200만 원 손해배상. 그런데 넓게 또 그거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게 유일한 수단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유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김방희> 그렇다면 당사자 녹음은 괜찮다.

◆임채원> 약간 비용으로 생각하시고 형사 처벌은 안 되니까.

◇김방희> 그렇죠. 사기 당했을 때 이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본전 생각이니까, 돌려받는 욕구가 강할 텐데 오히려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포기해라. 이런 제안을 해 주시네요. 이거는 무슨 얘기입니까? 약간 조금 뭐랄까요. 보통 사람 심리, 상식관에는 맞지 않는 주장이신데?

◆임채원> 그게 이제 사기 당하고 사후 대책 중의 하나인데요. 우리가 진짜 빌려준 돈 포기하는 건 참 아깝죠. 사기꾼은 그 심리를 이용합니다. 제가 옛날에 처리한 사건 중에서 10억 원을 빌려줬는데 계속 오늘 준다, 내일 준다 이러니까 계속 믿고 있다가 10년이 넘어서 고소하려고 했더니 공소시효가 끝났답니다. 사기죄 공소시효가 10년이거든요. 11년째 되어서 이 사람이 다시 나타나서 이번 시행 사업은 진짜야, 4억을 빌려주면 전에 10억까지 주겠어. 또 며칠 고민하다가 빌려줬습니다. 당연히 안 갚죠.

◇김방희> 본전 생각이 나서 오히려 더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채원> 물귀신 작전이죠. 그래서 고소를 했더니 경찰조사가 미비해서 양쪽을 불러서 대절조사를 하는데, 이 사기꾼이 저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검사님 저 억울합니다. 이러더라고요. 아니, 남의 돈 14억 떼먹은 사람이 뭐가 억울해요. 그래서 도주할 염려도 있고 그래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더니 도망갔어요.

◇김방희> 모든 사기꾼은 다 할 말들이 있죠.

◆임채원> 많죠. 억울합니다. 그러지 않습니까. 14억 떼먹은 사람이.

◇김방희> 몇 가지 사연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 방송이 오히려 악몽을 떠올리게 한 경우도 오늘 많은 것 같습니다. 8204번님, 저도 누나 남편한테 사기 당해서 20년을 막노동하고 삶이 참 힘듭니다. 인연은 끊었고요. 어떻게 보면 사기는 가정파괴범입니다라고 해 주셨고. 친인척 지인들이 3분의 2니까 그럴 법합니다. 조성빈 님은 필터와 관련해서 이거는 임 검사님이 답을 해 주셔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인 분들의 경우에 가족이나 자식들 사고 당했다고 보이스피싱이 보통 오거든요. 그 필터가 가족주의적인 분들이니까 무용지물이 되는데, 노인 분들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임채원> 주로 요새 독거노인들이 많아지거든요. 수시로 이제 노인들의 안부도 물어봐야 되고 그다음에 이제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문자나 전화가 올 때는 절대로 속지 마시라고. 일단 저희한테 확인을 하라고 그렇게 좀 말씀을 드려야 돼요.

◇김방희> 자녀분들이 좀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런 게 갈 텐데 조심하셔야 된다.

◆임채원> 그렇죠. 절대로 안 된다.

◇김방희> 우선 저한테 먼저 전화를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도 대부분 예방은 되니까.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사기가 확산하는 낌새가 올 때가 있습니다. 갚는다, 갚는다 하면서 연락이 안 될 때. 고소를 하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고소를 해야 됩니까? 왜 그렇습니까?

◆임채원> 고소하고 신고하고 다른 게요. 고소가 뭐냐 하면 범죄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대해서 범죄 사실을 신고해서.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범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예요. 이 사람을 처벌해 달라, 이렇게 하는 게 고소고. 신고는 그냥 단순한 신고죠. 그러니까 보통 신고하면서 처벌해주세요. 이 문구가 들어가면 고소가 되는 것입니다.

◇김방희> 그래서 가능하면 고소를 하라는 건데, 고소를 많이 안 해요. 사실 주변에서.

◆임채원> 그렇죠. 21.5%만 고소한다고 아까 말씀드렸죠.

◇김방희> 열에 두 명이니까.

◆임채원> 8명 중에 2명.

◇김방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지인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는데 사실 소액 편취가 많거든요. 소액 사건의 경우도 고소하는 게 낫습니까?

◆임채원> 그게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게 일단은 고소절차를 보면, 1차로 이제 소액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고소장을 써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고소장 또 쓴다고 힘들죠. 그다음에 접수하면 고소인을 부릅니다.

◇김방희> 조사를 하겠죠.

◆임채원> 내용을 정리를 해야 하니까. 그러고 나서 상대방을 부릅니다. 사기꾼을. 또 상대방이 당연히 부인하죠. 그러면 얘기가 다르니까 양쪽을 불러 대절조사를 하게 되거든요. 그 다음에 이제 기소도 한 20% 정도밖에 안 되고 그러니까 그런 어려운 과정을 다 감수하고 할 것인지 금액을 놓고서 따져봐야 될 문제죠.

◇김방희> 그렇죠. 금액과 환경을 보고 워낙 그분이 악질적이라면, 그 가해자가 악질적이라면.

◆임채원> 여러 사람을 상대로 들 수도 있으니까 받을 수도 있고 아는 분도 몇 백 만원 가지고 고소했더니 결국 또 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김방희> 서울 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이 임채원 단장과 함께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법. 이제 실전 대비법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보이스피싱이 제일 걱정입니다. 서민들한테는.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그리고 이제 연배가 많으신 분들. 최근에는 젊은 분들도 많이 당합니다.

◆임채원> 많이 당하죠.

◇김방희> 그래서 특히 무서운 게 가족을 팔 때도 그렇습니다마는 검찰을 팔아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아무개 검사다 그러면 우선 저도 그런 전화를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요. 뭐가 잘못돼있는지 자기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게 진짜 기관인지 아닌지 이것도 포탈에서 확인합니까?

◆임채원> 제가 이 과외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제가 또 동영상 실제 상황을 유튜브에서 많이 들어서 제가 또 분석을 했습니다. 저만이 또 찾아낸 게 몇 가지되거든요.

◇김방희> 그래요?

◆임채원> 첫 번째가 고립시켜 최면걸기. 항상 물어보는 게 혼자 있냐 이렇게 물어봐요.

◇김방희> 그쪽에서?

◆임채원> 네. 이건 뭐냐 하면 옆에 누가 있으면 이런 전화 받고 옆에 물어보면, 조언을 구하면 최면이 안 걸리잖아요. 사기를 쳐야 되는데 그래서 꼭 혼자 받으라고 얘기하면 그건 100% 보이스피싱이고요. 두 번째가 고립 상태 유지하기. 제가 이렇게 제목을 달았는데 뭐냐 하면 전화를 못 끊게 합니다. 최면 상태를 계속 유지해요. 왜냐하면 피해자가 돈을 줄 때까지 계속 전화를 들고 있으라고 해요. 심지어는 보조배터리를 준비해서 서울로 오라는 게 순창에서 취업준비생, 28살 먹은 취업준비생이 결국 11시간 동안 서울까지 와서 돈 480만원 사물함에 넣고 하다가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또 뭐라고 협박하냐면 전화를 끊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한다. 이렇게 한대요. 그래서 겁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 분 같은 경우는 11시간 동안 전화를 계속 들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전화를 끊지 말라고 하면 이건 100% 보이스피싱이고요. 또 하나가 이제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잘 모르니까 어쨌든 간에 당신은 가해자가 아님을 상대방 보고 증명을 하라고 해요. 원래 상대방이 사기꾼, 범인임을 이 수사기관이 증명을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책임 떠넘기기. 만약에 당신이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제 피의자로, 범인으로 조사를 받는다. 이렇게 겁을 주죠.

◇김방희> 겁을 주죠.

◆임채원> 그다음에 네 번째가 뭐냐 하면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가서 돈을 찾으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그때 아마 틀림없이 물어봐요. 혹시 직전에 검찰이나 경찰,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면서 전화 받은 적이 없냐 그러면 당연히 있다고 해야 되는데 이 범인들이 뭐라고 교육 시키냐 하면 그 은행직원들도 이 범인들과 공범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얘기하면 안 된 대요. 이렇게 거짓말 시키기 제가 제목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특징들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김방희> 트일 때 있으니까 패턴을 알고 있으면 되네요. 최근에 보니까 큰 금액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죠. 가족을 사칭해서. 카카오톡으로 특히 엄마 나.

◆임채원> 휴대폰 또는 액정이 나가서...

◇김방희> 휴대폰에 액정 깨졌는데. 그 경우는 어떻게 구분해야 될까요.

◆임채원> 그거는 레퍼토리죠. 꼭 전화 확인해야 됩니다.

◇김방희> 당사자한테 확인하면 되는 거죠.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딸이다 그러면 딸한테.

◆임채원> 네.

◇김방희> 알겠습니다.

◆임채원> 제가 강의현장에서도 당한 문자메시지 때문에 360만원을 털린 사람이 있고요. 또 하나가 또 보이스피싱 예방하는 경찰관이 이런 문자를 받아서 아들을 사칭해서 중학교 다니는 아들을 사칭해서 똑같습니다. 휴대폰으로 결제해야 된다고 그래서 이분이 뭐라 그랬냐하면 내 아들 맞아? 이랬거든요. 그랬더니 아들 이름을 대는 거예요. 아빠 나 정우야 그래서 놀래서 이 경찰관이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발견한 게 그럼 네 아버지 이름 뭐냐 그랬더니 얘기가 없어요. 그래서 화가 나서 니 애비 이름 뭐꼬 이렇게 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생각한 게 아들 휴대폰을 해킹을 해서 했는데 아마 그 휴대폰 주소록에 아버지 이름은 안 써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버지 이름이 써 있었다면 이분도 당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김방희> 저도 경찰관 분한테 들은 얘기인데 요즘 사기 건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고거래 관련한 청소년 사기라 그러는데.

◆임채원> 네, 맞습니다. 명품 중고, 가방, 컴퓨터 이런 것들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걸 가짜 안전결제 계좌로 유도해서 돈을 넣으면 빼가는 걸로 해서 여러 사람들이 구속되고 그랬는데요. 보통 이런 중고 거래하려고 하면 일단 원칙이 대면 결제가 만나서, 그걸 현찰박치기라고 해요. 만나서 거래를 해야 되고요. 그런데 요새 같이 코로나 때문에 대면이 잘 안 되니까 중고거래 자체 사이트에서 자체 안전결제 계좌 시스템을 만들어놨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서 해야 되는데 범인들은 주로 자기네들이 카카오톡이나 이런 데서 보내주는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가서 결제를 유도해서 돈을 보내면 이제 다 털리고 이런 상황인데요.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통신사기 피해 보호법 인가요. 피해 환급법에 의한 신속한 구제가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법에 따르면 이게 중고물품이니까 재화의 공급이잖아요.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거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아예 법에 명시를 해 놨기 때문에 신속히 구제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방희> 이제 한 20년 이상 사기범죄를 다룬 임 검사님 노하우 중에 극히 일부만 오늘 저희가 빼먹었고요. 아이디 K5079번님이 차용증에 용도 명기하라는 거 대박입니다. 오늘 돈 벌고 갑니다. 해 주셨는데 이런 노하우들을 여러분만 알고 계시는 게 아니라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분들한테 알려서 우리 사회가 사기 공화국이 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죠. 임 검사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다 해 주실 것으로 믿겠고요. 오늘 마지막으로 방송 듣고 계시는 청취자 분들께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법과 관련해서 당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임채원> 일단 사기를 당하면 원상회복되는 건 피해 금액의 3%밖에 안 됩니다. 그다음에 아무리 유능한 검사라도 수사기관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단 누가 사기를 당한 이후에 고소장이 들어와야 알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또 문제가 뭐냐 하면 이 사기꾼이 저는 그냥 교도소가서 그냥 형을 살고 나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 사기꾼들 어떻게 생각하냐면 사기 친 돈은 퇴직금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다 차명으로 해 놨기 때문에요. 그래서 제가 책에 써놨지만 8가지 오삼 불고기 행동지침을 잘 실천을 하시고 아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되고. 실천 하시고 꼭 증거남기기라든지 항상 상대방의 말을 거르는 그 의심을 한번 하는 그런 생활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사기예방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김방희> 그렇죠. 1022번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사기죄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해 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건 또 검찰의 영역만은 아니고 국회도 참여해야 되고 또 사법부도 참여해야 되는 일들이어서 이런 걸 법과 제도를 완비하기 전에라도 개개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이런 취지에서 오늘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단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채원> 감사합니다.

 

 

 

 

 

4.

1/21(금) 33년 베테랑 검사 "사기꾼의 공통점? 현란한 혀, 그리고…"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사기꾼 특징? 과도한 친절, 현란한 언변
스미싱 문자에 보이스피싱 조심하라 경고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고수익 보장은 사기
인간관계와 돈 관계를 혼동하면 안 돼

 


여러분, 살면서 사기 당해본 적 있으십니까? 작게는 중고거래 사기부터 크게는 주식사기, 투자사기. 크고 작은 사기가 판을 치는데요. 사기꾼을 판별하는 게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온 현직검사가 책 한 권을 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사기예방솔루션의 저자서울동부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의 임채원 부장검사 직접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 임채원> 반갑습니다.

◇ 김현정> 사실 검사도 전문 분야가 다 있는 거죠.

◆ 임채원> 있습니다.

◇ 김현정> 임 검사님은 사기꾼 전문 검사이시네요.

◆ 임채원>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꽤 두꺼운 책이던데 책을 내야겠다, 결심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 임채원> 5년 전에 우연히 시작한 사기예방 강의가 계기가 돼서 강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자료를 모아서 한 4년 준비하고 1년 동안 열심히 써서 5년 만에 책이 나온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가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실용적인 사기방지노하우. 이런 걸 오늘 전해주고 가세요.

◆ 임채원> 알겠습니다.

◇ 김현정> 짧은 시간이지만 강의처럼 좀 전해 주고 가세요.

◆ 임채원> 임팩트하게 하겠습니다.

◇ 김현정> 뭐니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사기꾼과 말도 섞지 않는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사기꾼이 사기꾼이라고 이름표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TV에 사기꾼 얼굴 나오는 거 보면 평범해요. 심지어 착하게 생긴 사기꾼도 있어요.

◆ 임채원> 더 많습니다. (웃음)

◇ 김현정> 사기꾼의 특징이라는 건 뭐가 있습니까? 많이 만나보시면.

◆ 임채원> 제가 그동안 쭉 올해가 33년째인데 그거를 13개로 제가 정리를 해서 책에 써놨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 김현정> 입만 벌리면 거짓말. 그런데 들을 때는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 임채원> 그러니까 사기를 나중에 당한 이후에 옛날을 돌이켜보면 그거를 알게 되는데 그거는 도움이 안 되고. 첫째 중요한 게 뭐냐면,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 줘요.

◇ 김현정> 너무 잘해준다.

◆ 임채원> 진짜 미안할 정도로요. 그러고 나서 사기꾼이 목적이 달성되면 연락이 없습니다. 그거를 먹튀라고 그러죠. 그다음에 또 하나의 특징이 절대로 증거를 안 남깁니다. 왜냐하면 증거를 남겼다가 그 증거 때문에 내가 구속될 수도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 임채원> 그리고 피해자 중에 똑똑한 사람들은 계약서를 쓰자, 문서를 남기자고 그러는데 그러면 그런 것도 응해 줍니다. 문서를 남기지만 정작 중요한 대목에 가서는 추상적으로 써버려요. 그래서 피해자는 그 문서가 있기 때문에 믿고 있었는데 나중에 일이 터지고 나서 고소를 하면 해석이 사기꾼 입장에서 해석이 되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지금 딱 떠오르는 예 있으세요? 추상적인 문구요.

◆ 임채원> 추상적인 문구는 좀 애매하게 쓰거든요. 전에 제가 처리한 것 중에서 계약서가 중요하다고 썼는데, 그 계약서 내용을 보면 사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기꾼이 하는 얘기가 '검사님, 이거 제가 안 썼습니다. 제가 썼다는 증거를 대세요' 이러더라고요. 그제서야 봤더니 다 컴퓨터로 출력이 돼 있고, 그게 대표회사 직인만 찍혀 있지 이 사람 필적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계약서는 아무 의미가 없죠. 그 사람의 흔적을 남겨야 되거든요. 자필을 받든지 묵인을 받든지.

◇ 김현정>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라 우리가 다 빠져나갈 수가, 걸러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겉으로 보이는 특징은 일단 너무 잘해 준다? 그다음에 말도 잘하죠.

◆ 임채원> 그렇죠. 현란한 말솜씨.

◇ 김현정> 이런 것들이 겉으로 딱 보이는 특징이다. 사기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던데 요즘 유행하는 사기는 뭐예요?

◆ 임채원> 요즘은 아무래도 핫한 게 보이스피싱이죠. 제가 2년 전에 강의 현장에서 보이스피싱 당한 분이 계셨습니다. 요새 굉장히 많이 유행이 되는데 '아빠 나 휴대폰 액정 떨어뜨려서 연락이 안 돼'라고 딸한테 그런 문자오니까 진짜인 줄 알고 했는데 카드 앞 뒤 번호 찍고 신분증 다 찍어서 보낸 이후에 생각하니까 이상하거든요? 그제서야 딸한테 전화하니까 딸이 '아니에요'라고 그래서 얼른 확인했더니 벌써 360만 원어치가 상품권 구매에 다 나갔습니다. 그런 것들이죠.

◇ 김현정> 그런 것들.

◆ 임채원> 그다음에 또 하나가 제가 최근에 작년 9월에 받았는데 초저금리 대출해 준다고 하면서 문자 많이 오지 않습니까? 스미싱이죠. 그걸 보면 과거하고는 다르게 요새는 스미싱 문자 메시지에 보이스피싱 주의사항까지 적혀 있습니다. 네 가지나 적혀 있어서.

◇ 김현정> 자기들이 지금 사기문자 보내면서, 밑에다가 '이런 보이스피싱에 주의하세요'라고 써요?

◆ 임채원> 네. 그리고 1차 대출 지원금을 제가 놓쳤답니다. 심리전에도 강하죠. 2차로 마지막 알림을 한다고 그러면서.

◇ 김현정> 뭔가 팁을 주는 느낌. 지금 저 임 검사께서 제공해 주신 걸 저희가 자료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런 식의 문자입니다.

◆ 임채원> 우측 상단에 있는 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전주의 안내, 이렇게 (주의사항이) 네 가지가 적혀있죠.

◇ 김현정> 치밀하네요.

◆ 임채원> 저도 순간적으로 깜빡 속았습니다.

◇ 김현정> 이런 식의 보이스피싱, 스미싱문자. 그런데 퀴즈 하나를 준비해 오셨다는 게 뭐예요?

◆ 임채원> 우리나라에서 보이스피싱 당한 가장 큰 피해 금액, 26억을 보이스피싱 당한 사례로 제가 간단하게 퀴즈를 냈습니다. 첫 번째 그 분 내용이 어떤 거냐면 '내일 캠핑용품이 집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 김현정> 여러분, 지금부터 1부터 4까지의 단계를 소개해 주실 거예요. 여러분이 딱 들으시면서 어디쯤에서 이게 사기구나를 느낄 수 있는지 속으로 골라보세요. 첫 번째는 뭡니까.

◆ 임채원> '내일 캠핑용품이 배송될 예정이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이게 1번이고요.

◇ 김현정> 주문한 적이 없는데 문자가 왔다. 이게 1번이고 2번은 뭡니까.

◆ 임채원> 2번은 그래서 그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했습니다.

◇ 김현정> 여기가 2입니다. 3은요?

◆ 임채원> 그랬더니 상담사가 전화를 받으면서 제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확인해 줍니다. 그런데 그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멘트가 뭐냐면 '내가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항의했더니 그러면 '당신 계좌가 사기범과 연루가 되어 있다. 조사를 해야 된다' 그렇게 하면서 '지금부터 그 돈이 당신 통장에 있는 돈이 이게 불법으로 조성된 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일단 인출을 해서 우리 직원이 갈 테니까 전달해라' 이렇게 4일에 걸쳐서 26억원을 현찰 1만 원짜리로 뽑아서 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3번이 그 멘트 날리는 데까지가 3번이고, 4번이 '우리 직원이 집으로 갈 테니 계좌에서 돈 뽑아서 그 사람한테 주세요'가 4번이에요. 여러분 어디쯤에서 사기라는 걸 느끼셨어요? 저는 3번이요. '정보가 유출돼서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여기서 저는 딱 느꼈는데, 괜찮은 거예요?

◆ 임채원> 아닙니다.

◇ 김현정> (웃음) 어디서 느꼈어야 됩니까?

◆ 임채원> 정답은 2번입니다.

◇ 김현정> 2번이요? 문자메시지가 엉뚱한 게 와서 그 연락처로 전화해야 되는 건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임채원> 문자가 얘네들이 변환기로 변작을 하거든요. 070으로 오는 전화는 사람들이 알고 안 받으니까 이거를 변환기를 통해서 02로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그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걸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건데요. 일단은 호기심이 많은 분들이 있어요. 내가 주문을 안 해서 전화 안 하면 되는데 꼭 하고 싶으면 일단은 국내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그 전화번호를 칩니다.

◇ 김현정> 내가 주문 안 했는데 주문했다고 하는 게 오면, 일단 그 번호를 포털사이트에 넣어본다.

◆ 임채원> 넣어보면 이게 보이스피싱인 경우, 그러니까 변호를 변장 시킨 경우는 엉뚱하게 막 뜹니다.

◇ 김현정> 제가 1234에 5678찍으면 그게 안 뜨고 다른 게 떠요?

◆ 임채원> 예를 들어서 제가 동부지검에 있으니까 동부지검의 대표전화를 한번 딱 시범적으로 넣어보세요. 그러면 뭐가 뜨냐하면 동부지검의 주소와 약도가 뜨거든요. 그러니까 정상적인 건 그런데, 이게 변작돼서. 이렇게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3번까지 가서 할 것도 없이 2번 단계에서 그 엉뚱하게 온 문자의 전화번호를 포털 사이트에 넣어본다?

◆ 임채원> 그러면 끝이죠. 그러면 이분도 26억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안타까움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사기꾼의 유형을 한번 살펴볼 텐데요. 결국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말 너무 잘하고, 이런 거 굉장히 광범위한 특징이라면.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언제든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사 대비를 해야 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원칙 5가지를 정리해 놓으셨네요.

◆ 임채원> 네. 제가 보통 강의할 때 그러죠. 사기를 안 당하려면 대한민국이 사기공화국이거든요. '오삼불고기를 드시고 드립커피를 마셔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예방이 5가지입니다. 이게 오삼불고기 아닙니까? 예방이 5, 사후대책이 3입니다. 그래서 예방 5가지 중에 첫 번째가 뭐냐 하면 '거래 상대방이 하는 말을 Think twice. 재고하고 그 내용 자체를 확인하라' 이거고요.

◇ 김현정> 항상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재고하라. 두 번째는요?

◆ 임채원> 그다음에 첫 만남에 느낌이 좀 이상하다면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 그걸 놓치면 사기를 당합니다.

◇ 김현정> 첫인상에서 나쁜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 임채원> 네. 물론 좋은 인상 가진 사람도 사기를 치지만 일단 나쁜 느낌을 가진 사람은 특히 더 경계를 해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첫 만남에서 느낌이 나쁜데 중간에 잘해줘서 바뀔 수 있으니까.

◆ 임채원> 제가 한 번 당한 게, 10년 정도 전에 제가 직접 당한 게 있는데요.

◇ 김현정> 검사 사기 치는 사람도 있어요?

◆ 임채원> 네, 제가 부장검사 때. 공소시효 지났죠. 한 10년 훨씬 전인데. 처음에 느낌이 나빴는데 그걸 까먹는 바람에…

◇ 김현정> 사기 당하셨어요 그래서?

◆ 임채원> 네. 금액은 안 크지만. 그래서 그 이후부터 사기사건을 보면 남의 사건 같지가 않더라고요.

◇ 김현정> 굉장히 소탈하신 분이세요. 검사도 당한.

◆ 임채원> 부끄러운 얘기지만.

◇ 김현정> 세 번째는요?

◆ 임채원> 세상에 공짜가 없다. '파격적 고수익 보장' 이 문구와 말을 하면 그건 거의 사기라고 봅니다.

◇ 김현정> 파격적 고수익.

◆ 임채원> 고수익보장.

◇ 김현정> 일은 조금이고 월급은 많이 줍니다부터 시작해서요.

◆ 임채원> 그것뿐만 아니라.

◇ 김현정> 하여튼 많이 준다고 하면 의심해야 돼요?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네 번째는요?

◆ 임채원> 그다음에 증거를 남겨라, 중요한 부분인데요. 꼭 문서를 남기든지 아니면 카톡 문자를 한다든지 녹음을 한다든지 뭔가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기꾼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인간관계하고 돈 관계를 항상 뒤섞어놔요. 그리고 내가 '이거는 돈거래니까 계약서를 씁시다'라고 그러면 '내가 너를 동생보다 더 아끼고 진짜 이렇게 극진하게 해줬는데 나를 이렇게 못 믿냐. 앞으로 너하고 거래 안 해' 이러면 사람이 약해져요. 그거를 극복을 해야 돼요. 그래서 저는 그거를 '사기꾼이 최면을 건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거를 극복해야 사기를 면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되게 중요한 부분이네요. 인간관계와 돈 관계를 섞어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돈 얘기가 나오면 아무리 믿고 의지하고 신뢰하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뭘 남겨야 한다.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반드시 써라. 그럴 때 그러면 민망하잖아요. 그런 말하기가.

◆ 임채원> 그러면 그렇게 해야죠. '내가 강박증이 있다. 뭔가를 남겨야 한다'

◇ 김현정>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 임채원> 그렇죠. '나의 문제다'라고 해야죠.

◇ 김현정> 내가 이상해서. 혹은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서 그래.

◆ 임채원> 결벽증 내지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이해해 달라, 이렇게 해야죠.

◇ 김현정> 좋네요. 그 방법. 다섯번째는?

◆ 임채원> 이거는 제가 지은 용어인데요. 우리가 많이 쓰는 게 다운계약서 있죠? 실제 계약서하고 다른 탈세를 한다든지(에 쓰이는). 그런데 다운계약서를 그냥 허위로 써줬는데 그걸 가지고 실제 그런 내용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해서 소송을 건다든지 고소를 해옵니다. 제 책에는 한 7가지를, 실제 많이 일어나거든요. 7가지를 소개했는데. 그래서 그것 때문에 몇 십억이 그냥 돈을 잃게 되는 사람도 있고요. 가슴이 아파서 제가 별도로 항목을 해서 정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이렇게 조심을 해도 저희도 가끔 방송사고 날 때 보면 준비를 안 하고 대비를 안 해서가 아니라 뭐에 씌이듯이 날 때가 있거든요.

◆ 임채원>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것처럼 철저하게 예방한다고 해도 뭐에 씌이듯이 사기를 당할 때가 있어요. 사기를 당했다하면 그 순간부터는 사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처법 알려주세요.

◆ 임채원> 그게 바로 사후대책 세 가지입니다.

◇ 김현정> 세 가지요?

◆ 임채원> 첫 번째가 뭐냐 하면 사기임을 내가 알았으면 빨리 포기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포기를 하라고요?

◆ 임채원> 신속한 포기.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임채원> 내가 아는 사람이 10억을 빌려줬는데 사기죄 공소시효가 10년이거든요. 오늘 내일 쭉 가다가 공소시효 끝나고 고소하려 했더니 안 돼요. 그래서 3, 4년 뒤에 다시 나타나서 '이번에 진짜다. 4억을 추가로 빌려주고 옛날 10억까지 주겠다'라고 하죠. 그래서 또 4억을 줬어요. 이게 물귀신 작전이죠. 그때 빨리 손절을 했으면 되는데. 사람 마음이 그게 쉽게는 안 되지만.

◇ 김현정> 한 번만 더 믿어보면 뭔가 더 오지 않을까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러면 손절한 다음에 그다음은요? 신고해야죠.

◆ 임채원> 그리고 돈을 더 이상 빌려주지 말아야죠. 그러니까 10억 찾으려고 하다가 4억까지 추가로 당했고. 두 번째가 신속히 빨리 고소를 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부부간에는 형 면제라 재산범죄, 사기죄에 대해서 처벌을 못 하지만 형제간인 경우에는 범위를, 사기임을 안지 6개월 안에 고소를 해야 돼요, 친고죄가.

◇ 김현정> 그리고 보이스피싱도 30분 안에 신고를 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요.

◆ 임채원> 골든타임이라고 해서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경우는 그게 자동화기기, 현금인출기라든지 이런 데서 (이체받은 돈) 100만 원 이상은 30분 안에 바로 인출이 안 돼요.

◇ 김현정> 30분 넘겨야 인출되도록 보이스피싱 때문에 막아놨어요.

◆ 임채원> 골든타임. 그 안에 신고를 하면 찾을 수가 있죠.

◇ 김현정> 여러분, 특히 여러분 보이스피싱 관련된 건 골든타임 30분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 바로 신고하셔야 된다는 거. 검사님 오늘 되게 짧은 시간 안에 유용한 정보들 많이 주셨어요. 감사드리고요. 한 20초 남았는데 전국의 전국에 사기꾼들에게 한 마디.

◆ 임채원> 완전 범죄는 없습니다. 분명히 어딘가는 증거는 남아 있기 때문에 사기 칠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피해자분들에게는 제발 증거를 남기고 합리적인 의심을 해서 좀 안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은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예방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대단히 고맙습니다.

◆ 임채원> 네, 감사합니다.

 

 

 

금융 권력 흥망사

 

 

 

< 경향신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3.02.17 >

 


문학과 영화에 나오는 금융인들은 악당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렇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M&A 전문가 고든 게코를 ‘고삐 풀린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나오는 은행원 고태수는 순진한 여성 초봉을 희롱하는 바람둥이이고,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악한 조규환의 직업은 거액의 자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였다. 금융인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비호감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기생하는 영역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있고,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금융은 천대받던 소수자인 유대인의 영역이었다는 역사적 맥락, 대체로 10여년에 한 번씩 나타났던 금융 스캔들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그것들이다.


대중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금융의 현실적 영향력은 시대별로 달랐다. 금융은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19세기의 금융이 그랬다. 정부의 조세 정책도, 제대로 된 중앙은행도 없었던 시대, 돈줄을 쥐고 있던 금융은 막강한 권력이었다. 프랑스 루이 18세의 경제 책사였던 리슐리외는 영국의 유서 깊은 은행 베어링브러더스와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유럽에는 6개의 위대한 힘이 있다.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그리고 베어링브러더스이다.”

 


금융, 공적 통제 피하기 힘든 산업

신대륙 미국에는 JP모건이 있었다. JP모건 본사가 위치해 있었던 월스트리트 23번지에는 상호가 들어 있는 간판이 붙어 있지 않았다. 굳이 스스로를 광고할 필요도 없이, 돈이 필요한 이가 찾아오라는 오만 섞인 자부심의 산물이었다. 이 건물은 ‘더 코너(the corner)’로 불렸다. JP모건은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룡기업이었다. 금융뿐만 아니라 당대의 성장산업이던 철도 비즈니스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었고, 철강왕 카네기로부터 제철회사를 인수해 ‘유에스 스틸’이라는 당대 최대의 철강 트러스트(기업 결합체)를 만들어 운영했다. 또한 해운 트러스트인 IMM을 조직한 세계 해운 시장의 큰손이기도 했는데, 대서양을 항해하다 비극적으로 침몰한 타이태닉호도 IMM에 속한 선박이었다. JP모건은 당시 가장 큰 벤처 투자자이기도 했다. 에디슨이 설립해 후에 GE로 성장하는 ‘에디슨 전구’의 초기 투자자가 JP모건이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금융이 누렸던 호시절은 끝났다. 금융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됐다. 애초부터 금융이 공격의 타깃이 됐다기보다는 거대한 덩치의 JP모건이 반독점의 칼날을 맞았다. 거대한 트러스트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원흉으로 비난을 받았는데, 1890년에 반독점법의 원조인 셔먼법이 제정됐고, 20세기 최초 10년의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반독점의 선봉에 섰다.

 


금융권력 JP모건이 미국 의회의 ‘푸조 청문회’에 불려 나간 해는 1912년이었다. 칠순 노인 모건은 의회에서 신랄한 추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13년에 사망했다. 모건의 사망과 함께 금융은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왔다. 모건이 사망한 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만들어졌다. JP모건은 연방준비제도 설립의 후원자이기도 했지만, 민간 금융자본의 위상은 공적 중앙은행이 설립된 이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각종 금융감독기관이 생겼고 금융은 공적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금융은 공적 통제를 피하기 힘든 산업이다. 금융은 기업주의 출자금보다는 고객의 돈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2022년 9월 말 기준 한국 상장 제조업체들의 자기자본 총계는 1236조원이고, 부채 총계는 1277조원이다. 반면 금융업은 자기자본이 609조원인 데 비해 부채는 4775조원이나 된다. 자기자본과 부채는 기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원천인데, 자기자본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부담하는 몫이고, 부채는 타인에게 빌려온 돈이다.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이들은 금융회사의 고객인 경우가 많다. 금융소비자가 예금을 하면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하고, 은행 입장에서 고객에게 받은 예금은 부채가 된다. 

 

한편 은행 예금은 정부로부터 예금자 보호를 받는다. 자기자본보다 부채 규모가 훨씬 큰 고위험 산업이고, 사업 자금은 주주들이 아닌 고객들이 많이 대고, 일정 정도 정부의 보호까지 받는 금융업이 100% 사적 자율성이 관철되는 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주권, 공적 통제서 꼭 논의돼야

문제는 공적 통제의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관치금융이라는 단어에서 음험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개발연대기의 특혜금융과 정치권력에 의한 인맥 심기가 횡행했던 과거 역사에 있다. 특혜금융은 성장 둔화가 역력한 한국 경제에서 앞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고, 인사 문제는 향후 관료들이 자신들의 진실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금융규제의 정도는 국가별로도 차이가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됐지만, 지역별로는 온도차가 있었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정권 출범 국면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유럽은 완고한 규제의 틀을 유지했다.

주주권은 금융에 대한 공적 통제에서 꼭 논의돼야 할 부분이다. 주주들의 권리와 금융이 가진 공익성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금융업은 공적인 속성이 다분히 있지만, 주주들에게 이런 책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데, 금융규제의 강도에 따라 금융주 주가는 매우 큰 편차를 나타냈다.

금융위기 직후 글로벌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던 2009년 2월 말 이후 14년 동안 유럽의 금융주 지수는 4.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의 금융주 지수는 454%나 급등했다. 한국도 금융업종 지수가 24.7% 오르는 데 그쳐, KOSPI 상승률 128.4%에 훨씬 못 미쳤다. 많이 벌면 견제가 들어오는 성격을 가진 공익적 업종에서는 안정적 배당이 주주들에게 나름의 보상이 될 수 있다. 한국 금융지주회사들의 배당성향은 25% 정도인데, 국제 비교에서 배당을 더 늘릴 여력은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 전문가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
“현재는 서브프라임 붕괴 직전과 비슷…초저금리 부작용 폭발”

 

 

< 런던(영국)=조귀동 조선비즈 기자, 2023.02.06 >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가 많다. 자산 가격은 여전히 치솟아 있고 좀비 기업은 널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무너졌던 2007년 여름과 비슷한 국면이다.”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여전히 남아 있고,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시작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1%포인트 안팎의 금리 상승에도 영국 국채 가격이 85% 폭락한 것이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를 필두로 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껴있어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논리다. 챈슬러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미국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 ‘금융투기의 역사’ ‘금리의 역습’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챈슬러는 정부 부채와 신흥국 위기도 경고했다.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장기채를 매입하고 단기채를 시장에 푼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방식이 금리 상승에 따른 정부 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발(發) 금융위기 가능성도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가 만성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경우 자산 가격이 폭락해 금융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지적했듯이 초저금리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인가.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를 늘렸다. 또 자산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확 뛰면서 자산 가격이 뛰었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2020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1년 말 물가가 뛰면서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빚을 너무 많이 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 세계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자산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2022년 11월 기준).”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까.


“2022년 9월 영국 국채 시장 붕괴는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2073 링커(Linker)’라 불리는 인플레이션 연동 50년 국채(2021년 11월 발행) 가격은 고점 대비 15%에 불과하다(2022년 11월 기준). 그런데 채권 금리는 연 1%대 초반 정도만 올랐다.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가격이 무너질 정도로 거품이 끼었다. 연금도 위기다. 파생상품 시장의 급락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이후 급증한 정부 부채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나.


“영국의 정부 부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총생산(GDP)의 35%였는데, 이제 95%로 3배 뛰었다. 2021년 머빈 킹 전 영란은행(BOE) 총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정부 부채 상환 부담이 GDP의 1%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율이 5~6%포인트 상승하면 국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GDP의 5% 이상, 영국 정부 재정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도 문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상승 속에서 보유한 대규모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스위스국립은행의 경우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GDP 대비 20% 수준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당장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납세자들이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부채 증가 이외 초저금리의 다른 부작용은.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좀비 기업’ 문제다. 지금 어찌어찌 생존하고 있지만, 결국 쓸려나갈 것이다. 기업 재무 문제도 있다. 많은 기업이 금융공학 기법을 이용해 재무 구조를 바꾸고, 레버리지를 늘렸다. 이들 기업이 겪는 문제가 수년 이내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우회 상장이 유행하고 전기차 등 특정 테마에 대한 기대로 돈이 몰려드는 현상도 엉뚱한 곳으로 자본이 몰려 발생했다.”

 


저서 ‘금리의 역습’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초저금리하에서 대규모 버블이 형성되거나, 좀비 기업이 창궐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은 일종의 ‘글로벌 통화 흑사병’이다. 튀르키예(옛 터키)는 미국이 극단적으로 돈값을 싸게 만든 통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신흥국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과도한 대외 부채와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원인이다. 중국은 과잉투자와 그에 따른 부실을 해결하지 않고 도리어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

 


앞으로 금융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까.


“우리는 2007년 여름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폭발하기 직전 말이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기업과 채권 시장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금융 불안정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전에는 마이너스 이자율,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도 없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대규모 부채가 누적돼 있지도 않았다.”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은.


“중앙은행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가격 폭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기 어렵다. 영란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을 때,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 10% 전후였다. 이를 감안한 실질 기준금리는 -7.5%였던 셈이다. 1970년대 후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했던 것처럼 연 10%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전체적인 시스템이 견디지 못한다.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주택과 자산 가격의 하락 문제도 민감하다.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다른 정책 대안이 가능했는지 반론을 펼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인 시계에 갇혀 돈을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없이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심각한 신용 경색 문제를 극복했다. 그들은 은행을 보호하는 대신 문을 닫게 했고, 디폴트를 감내했다. 대신 훨씬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초저금리를 계속 용인하고, 자본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용인하는 건 결국 계속 정부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 중앙은행은 자산 가격 급등, 과도한 레버리지, 기업과 금융 시장의 극단적인 위험 감수 등 다른 요소를 무시하고 통화 정책을 펴고 있다. 거시경제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도·스웨덴, 리튬·희토류 광맥 찾았다


우크라 침공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광물 안보’ 중요성 확산

 

< 조선일보, 이현택 기자,  2023.02.14  >

 


인도와 스웨덴이 리튬과 희토류(稀土類)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귀 광물 탐사에 뛰어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이 희귀 광물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인도와 스웨덴의 광물 탐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일 북서부 중국 접경지대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리튬 590만t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리튬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배터리를 만들 때 필수적인 원료다.



이번에 인도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리튬 590만t은 세계 1위인 칠레(920만t)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이다. 

 

인도 지질조사국은 1997년부터 이 지역을 주목해 오다가 전 세계가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탐사에 본격 착수해 발견에 성공했다. 그동안 인도가 쓰는 리튬 대부분은 호주나 아르헨티나산(産)이었다. 상당수가 중국에서 제련 등 마무리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인도 비즈니스투데이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 잠무 카슈미르 광산은 앞으로 인도가 중국과 리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스웨덴 북부 키루나에서 희토류 발견 뉴스가 나오며 유럽 전역의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 국영 광산업체 LKAB가 희토류 100만t 이상이 매장된 광산을 발견한 것이다. 본격 탐사를 거쳐 희토류 광물을 채굴하기까지는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스웨덴 정부는 반색하고 있다. 에바 부슈 스웨덴 부총리 겸 에너지·산업장관은 “스웨덴이 문자 그대로 금광이 된 것 같다”며 “전기화, 유럽연합(EU)의 자급자족, 러시아 및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이 광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키루나 광산에 열광하는 이유는 ‘러시아 학습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 희토류 등을 수입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더는 러시아나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독일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산에 의존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은 것이 유럽 국가들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 강연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는 극심한 물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며 “권위주의적 강대국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것은 정치·안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IT 산업의 발전으로 리튬 및 희토류의 수요가 커지는 것도 각국의 희귀 광물 탐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EU 내 희토류 수요가 5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리튬 수요도 4.5배 늘어날 것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은 진단했다. 프랑스에서는 광물기업 이메리스가 중부 보부아르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할 예정이다. 리튬 1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메리스는 앞으로 25년간 연 3만4000t씩 채굴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르투갈과 체코, 독일 등에서도 리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희귀 광물들의 처리 시설이 대부분 중국에 있어 당장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튬은 채굴량(2021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비율이 14%에 그치지만, 제련 등 처리 시설의 75%가 중국에 있다. 희토류 역시 중국의 채굴 비율은 60%인데, 전 세계 희토류 생산 시설의 90% 이상을 중국이 갖고 있다. 스웨덴 키루나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더라도 중국에서 처리해서 들여와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견제가 심해지자 중국이 희귀 광물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희토류를 사용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2개월간 중단한 적도 있다.

주주자본주의 과잉의 어떤 나라

 

 

 

< 경향신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3.01.13  >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애플의 자기자본은 506억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63조원(원·달러 환율 1250원 가정)으로 삼성전자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자기자본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말 애플의 자기자본은 1340억달러였다. 5년 동안 자기자본이 62%나 감소한 셈이다. 자기자본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업이 적자를 낼 때 자기자본이 줄어드는데, 초일류기업 애플은 이와 무관하다. 지난 5년 동안 애플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3666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458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의 3.1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애플의 자기자본 감소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의 산물이다. 애플은 지난 5년 동안 4585억달러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벌어들인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환원에 썼으니 자기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4585억달러의 주주환원 중 자사주 매입으로 쓴 금액이 3873억달러에 달했다. 배당은 주주들에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쥐여주는 행위이고, 자사주 매입은 회삿돈으로 자사의 주식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여주는 행위이다. 배당은 일회적 성격을 가진다. 우량 기업들은 대체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지만, 과거의 배당이 미래의 배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한 발행주식수 축소는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현상이다. 자본은 자기증식의 속성이 있을진대, 초우량 기업 애플은 스스로 자본을 파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애플은 양반이다.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자기자본이라는 회계적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 구성종목들 중 29개는 아예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이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전액 자본잠식 상황인 것이다. 자본잠식인 회사는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는 부실기업인 경우가 많은데, 미국을 대표하는 상장사들이 이런 범주에 속할 리는 없다.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스타벅스·오라클·맥도널드·휴렛 팩커드·도미노피자·홈디포 등이다. 모두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량 기업들이다. 이들은 주주환원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자본 파괴에 애플보다 더 열정을 쏟고 있다. 애플은 곳간에 쌓아놓은 잉여자금을 통해 주주환원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자본잠식 기업들은 빚을 내가면서까지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물적 표현물인 기업을 통해 증식을 꾀하는 시스템인데, 기업에 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기업의 자본 파괴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출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이 자본을 회사에 쌓아놓는 이유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완충기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을 줄이고 있는 미국의 우량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비제조업 기업들이고, 일상적인 비즈니스에서의 현금흐름이 양호해 굳이 이익을 유보해 놓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 기업의 자본 파괴는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자본주의의 변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본은 규모가 커지면 대체로 효율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본이 쌓여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추가적인 자본 투입에 따른 산출의 효율이 떨어진다.

자본스탁의 규모가 큰 선진국의 성장률이 신흥국보다 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으로, 좌파 경제학에서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로 설명했다.

 


작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조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21년까지의 미국 증시는 사상 유례없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의 강세장은 S&P500지수 기준 154개월이나 지속됐고, 상승률은 608%에 달했다. 상승 기간과 상승률 모두 미국 증시 150년 역사상 압도적인 1위이다. 주가는 이토록 많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 동안의 미국 GDP성장률은 연평균 1.6%에 불과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률이 가장 낮았던 저성장의 시대에 주가는 치솟았다.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은 총량적인 성장 둔화의 시대에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자본의 효율성을 높였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자본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서 산출된다. 이익이 늘어나거나, 자기자본을 줄이면 ROE가 상승한다. 전자는 오랫동안 봐온 익숙한 모습이고, 후자는 낯선 광경이다. 미국의 초우량 기업들은 이익도 많이 늘어났지만, 자본을 줄임으로써 자본효율성을 극단적으로 높였다.

 


주주자본주의로 포장된 우량 기업들의 자본파괴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와 월스트리트(주식시장)의 괴리를 만들었다. 메인스트리트는 총량적인 성장을 반영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자본의 효율을 반영한다. 미국처럼 주식 투자가 대중화된 국가에서도 주식투자 인구보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실물과 주가의 괴리가 커지면 불평등은 커진다. 온갖 정책이 뒤섞였던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방지법안(IRA)에 자사주 매입에 대한 규제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구성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총량적 성장이지, 자본 효율성이 아니다. 과거에는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었지만, 최근 미국 자본주의는 자본을 줄임으로써 효율을 높였다.

 


자사주 매입에 1%의 과세를 하는 규제 법안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극단적인 주주환원은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빚까지 내면서 자사주를 매입해 자본을 줄이는 행태는 초저금리하에서나 가능했다. 한국과 같은 주주자본주의 결핍의 나라에서 미국의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실물경제보다 훨씬 앞서서 달려온 미국 증시의 지난 10여년의 상승세는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본다. 미국 주식시장은 자본파괴를 통해 자본효율을 높이는 자본주의의 변종을 보여줬지만, 향후 수년간은 이에 대한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난한 미국 부유한 중국

미중 희토류 패권과 21세기 경제안보 전략
김연규 저자(글)
라의눈 · 2022년 04월 15일

 

 

 

1. 책 소개
 
‘미국이 가난하고 중국이 부유하다’라는 레토릭은 우리에게 적잖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제목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극한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을 ‘자원 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희토류와 희소금속 없이는 전기자동차도, 재생에너지도, 첨단 무기체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석유가 촉발한 갈등과 경쟁의 전장은 고스란히 희토류와 희소금속으로 옮겨 왔다. 또한 중동의 산유국들과 미국 자동차산업이 가진 위상을 이제 중국이 갖게 되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희토류와 희소금속이 무엇이며, 중국은 어떻게 희토류 강국이 되었는지, 미국은 어쩌다 자원 빈국으로 전락했는지를 수많은 데이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동원해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이 책 한 권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이 잡히고 경제 뉴스가 한결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 작가정보

 

저자(글) 김연규

대학/대학원 교수 정치/외교학자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이자 에너지 거버넌스 센터장으로서 오랫동안 에너지와 기후 환경 관점에서 정치경제를 분석해 온 학자이다. 20세기 미국-러시아의 강대국 관계를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과 지정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중국 세력 경쟁을 희토류와 전략광물, 기술패권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다.
2022년 3월 개설한 한양대학교 글로벌 기후환경대학원과 글로벌 순환경제센터 설립을 주도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자원순환(재제조) 인력 양성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하는 자원안보진단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위촉되었다.

 

 

 

3. 목차

 


추천사
머리말

Chapter 01 희토류, 왜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인가?
1 프롤로그
2 도대체 희토류가 뭐길래
3 지난 200년간의 자원 전쟁
4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무기의 공통점
5 희토류의 발견과 선구자들
6 희토류 생산량과 매장량 갭
7 희토류 광산을 찾아서
8 알아두면 쓸모 있는 희토류 백과사전
-스칸듐과 이트륨
-란탄족 원소 15종

Chapter 02 희토류를 넘어 희소금속이 문제다
1 디지털 혁명은 금속 혁명
2 희소금속이란 무엇인가
3 금속의 편재성과 독점 구조
4 알아두면 쓸모 있는 금속 백과사전
-기본금속편
-배터리용 희소금속편
-기타 희소금속편

Chapter 03 중국은 어떻게 희토류 강국이 되었나?
1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
2 시나리오 둘, 서구의 몰락 vs. 서구의 반격
3 희토류의 수도, 희토류의 아버지
4 글로벌 제조 강국, 중국
5 Go China! 중국 이전 러시
6 중국의 희토류 기술, 어디까지 왔나
7 중국 희토류 전략의 전면적 변화
8 중국 희토류는 지속가능한가?

Chapter 04 미국·중국 글로벌 자원 쟁탈전
1 자원발發 신냉전 체제
2 미국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 제러미 리프킨이 틀렸다
4 2010년 이후 글로벌 희토류 시장 변화
5 중국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6 디지털 실크로드, 해저 광케이블 사업
7 미국은 어쩌다 자원 빈국이 되었나?
8 미국과 중국 사이, EU의 희소금속 대응책

Chapter 05 대한민국 경제안보 생존전략
1 자원 최빈국, 대한민국의 딜레마
2 원자재 공급 대란, 우리는 어디쯤 있는가?
3 2020~2021 패러다임 대전환
4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
5 희소금속 안심국가를 향해

 

 

 

4. 책 속에서

 

머릿말

 

<가난한 미국 부유한 중국 : 미중 희토류 패권과 21세기 경제안보 전략>은 다른 연구들과는 달리 미중 세력경쟁을 첨단산업과 그 원재료로서의 희토류와 희소금속 쟁탈전의 시각에서 살펴 본다.

이 책의 제목인 ‘가난한 미국’과 ‘부유한 중국’은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경제질서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가난한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 광 •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21세기 첨단산업 체계와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등 핵심광물 원자재 공급 기반이 결여된 미국의 현 상황을 나타낸다. 반면 ‘부유한 중국’은 해당 첨단산업과 핵심광물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표현한다.

미국은 어쩌다 21세기 첨단산업의 제조와 원자재 기반을 결여하고 자원 빈국으로 전락하였나? 중국은 어떻게 전기차와 배터리,재생에너지, 희토류(rare earth elements),희소금속(rare metal)강국으로 등장하였나?  이 책은 오늘 날 국제관계와 세계경제의 가장 뚜렷한 추세인 미국과 중국의 극적 대비 상황을 다루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향후 세력경쟁의 결과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재생에너지 산업을 누가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세계 경제 자본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첨단산업과 그 원재료인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최근 탈석유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 간 희토류, 희소금속과 같은 전략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세기의 냉전과 미•러 강대국 대립은 전통 제조업과 그 원료인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미•중 간의 경쟁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드론, 양자컴퓨터, 3D프린팅,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무기를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핵심 원료인 희토류와 희소금속 등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경쟁이 표면화되고 본격적인 신냉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21세기 미래 산업의 원재료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정면으로 와해시킬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의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미래 핵심 산업은 중국의 희토류와 희소금속에 기반하고 있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이 가난하고 중국이 부유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020〜2030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세계정세의 방향은 '미국이 계속 가난할 것인가’이다. 소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바이든 정부의 첨단산업 제조 능력 따라잡기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미국 정부는 다양한 경제안보 수단 들을 활용하고 있으며,중국이 월등하게 앞서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행보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2025년까지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미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 3사와 합작으로 미국 내에 40여 개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장을 건설하기로 되어있다. 배터리 셀 제조 분야는 빠르게 중국과의 갭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부유해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희토류와 리튬,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 원자재 확보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으로의 전기차 확산과 배터리 제조업 호황을 맞아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최대 아킬레스 건은 원자재 확보이다. 현재 중국이 거의 모든 배터리 원자재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점에서 벗어나 자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가 21세기 세계경제와 국제정치 질서를 바꿀 것이다.

미국은 I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토류와 리튬을 생산했었다. 이제 미국도 자국 내 희토류 광산 개발과 가공 영구자석 제조까지 독립적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 광산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의 지역에서 본격 개발을 앞두고 있다.

중국 희토류 전략의 최우선 목표는 중국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재료를 국내에서 화학적 가공 분리하여 최종 영구자석 부품으로 만든 후 중국산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광패널, 절전형 조명 시스템에 조립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자국 내 원재료가 충분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호주,캐나다, 아프리카,남미, 동남아에서 전략광물을 확보해 가능하면 중국에서 분리 가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각의 제품에 있어 희토류 공급망이 다른 국가들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중국 국내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제 중국은 서구 국가들로부터 기술 자립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이 다루는 1990〜2020년은 주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제까지 중국 부상의 경제적 기반이 해당 기간 희토류 영구자석 응용기술 확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희토류의 산업적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지금부터의 경쟁은 디지털로 표현되는 훨씬 더 첨단의 산업을 두고 중국,미국, 일본,유럽의 국가들이 경쟁할 것이며 희토류의 응용기술은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희토류를 응용한 수소저장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Chapter 01 희토류, 왜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인가?
 

(1) 정의

 

1954년 미국에서 발간된 『희소금속 핸드북(Rare Metals Handbook)』에서 아래의 4가지 사항 중 하나의 조건만 만족시켜도 희소금속에 속한다고 정의했다.


1. 지각 내 부존량이 적은 경우
2. 부존량은 많으나, 생산하는 데 경제성이 있는 품위의 광석이 적은 경우
3. 부존량은 많으나 생산 및 추출이 어려운 경우
4. 추출한 금속의 용도가 없고, 특성이 뚜렷하지 않아 미개발로 있는 경우

 

 

희토류는 제3족 란탄계(원소기호57번 란탄부터 71번 루테튬까지, 분홍색) 원소 15개에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을 포함한 17종을 일컫는다. 원자 번호 순서대로 스칸듐Sc, 이트륨Y, 란탄La, 세륨Ce, 프라세오디뮴 Pr, 네오디뮴Nd, 프로메튬Pm, 사마륨Sm, 유로퓸Eu,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홀뮴Ho, 에르븀Er, 툴륨Tm, 이테르붐Yb, 루테튬Lu이다.

 

 

(2) 희토류의 용도

 

전기차와 희토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토요타의 프리우스 한 대에는 약 13kg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 유로품, 이트륨, 세륨: 대시보드 LCD 화면
• 세륨: 자외선 차단 유리 및 거울
• 란탄: 배기가스 정화장치catalytic converters,하이브리드 모델 연료 정제
• 네오디뮴: 헤드라이트 유리, 전기모터용 소형 영구자석(한 대당 약 40개)
• 이트륨: 다양한 부품 센서

 

풍력발전과 회토류

 

2005년 영구 자석을 이용한 직접 구동식(다이렉트 드라이브) 터빈이 등장했다. 기어박스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일단 제조 단가가 낮아졌고, 더 가볍고 작아졌으며, 더 안정적이고 유지관리 비용 또한 저렴하다. 게다가 약한 바람에서도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낸다. 2018년 전 세계 풍력 터빈 중 약 1/3이 희토류 기반의 영구자석을 포함하고 있으며,15년 안에 이 비중이 2/3까지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무기와 희토류

 

희토류가 사용되는 국방 분야는 다음의 5가지로 요약된다.  
• 미사일 유도 및 제어 시스템에서 미사일 방향을 컨트롤하는 핀 액추에이터 fin actuator
• 항공기,탱크, 미사일 시스템에 장착된 디스크 드라이브 모터
• 지뢰 및 수중 지뢰 탐지용 레이저
. 잠수함 및 전투함의 위성 통신 장치,레이더 및 소나sonar
• 광학 장비 및 스피커

 

기타 희토류의 산업 수요 


- 영구자석 
- 촉매제(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 정유화학 촉매제
- 자동차 배터리 합금
- 세라믹 가공
- 연마제
- 금속 합금
- 액정 디스플레이

 

 

 

(3) 희토류의 역사 


• 1단계(1788~1891): 희토류 원소 발견,연구되는 과정. 특정 분야에 사용되지는 않음.
• 2단계(1892~1930): 희토류 원소 발견. 산업적 응용 방법 모색.
• 3단계(1930~1960): 희토류 원소의 체계적 특성 확립. 산업 전반에 광범 위한 적용

 

 

(4) 희토류의 상업적 응용

광석 채굴 Upstream
원재료의 분리와 가공
희토류 산화물 제조
Downstream
희토류 금속 제조
다양한 희토류 제품화

 

(5) 희토류 생산과 매장량

 

희토류가 생산되는 주요 광석은 바스트네사이트,모나자이트, 제노타임 및 이온 흡착 점토다.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중국(36.7%), 브라질(17.5%), 베트남(18.3%), 러시아(10%) 4개국이 1 억 2천만 톤의 전 세계 육상 희토류 중 약 82.5%를 차지한다. 다음이 인도, 호주, 그린란드, 미국, 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상위 열 개 국가가 전 세계 매장량의 95% 이상을 보유한다.

 

중국의 희토류 광산 분포를 한마디로 하자면 '북경남중 北輕南重’이다. 경희토류 광산은 주로 북쪽에 위치하고,중희토류 광산은 남쪽에 위치한다는 뜻이다. 경희토류는 내몽골자치구 바오 터우시, 산둥성 텅저우시,웨이산현 등 북방지역 및 쓰촨성 량산이족 자치 주에 매장되어 있다. 반면 이온형 중중 中重 medium and heavy 희토류 광산은 주로 장시성 간저우,푸젠성 롱엔시와 같은 남방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중국의 희토류는 전국적으로 분포한다고 할 수 있다.

 

육상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는 베트남이다. 매장량은 2,200만톤, 전 세계 공급량의 18%를 담당하고 있다. 베트남의 매장량은 지금까지 알려진 중국의 매장량 거의 절반에 해당히며,미국 매장량의 10배가 넘는다. 베트남의 희토류는 중국 남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서부 라오까이Lao Cai와 라이쩌우Lai Chan 지역의 모나자이트와 지르콘 매장지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폐쇄했던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을 2012년에 재개장하고 생산랑을 40,000톤 REO(희토류 산화물)로 늘리는 옵션과 함께 연간 20,000 톤 REO를 생산할 계획을 수립했다. 2014년 연례 보고서에서 마운틴 패스 광산은 약 5000톤 REO의 생산을 보고했지만, 상당한 위험과 문제가 있어 장기간 운영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생산량은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만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호주 기업 라이너스Australian Lynas Corporation는 호주 남서부에 마운트 웰드Mount Weld 광산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인광석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데 2014년에 약 4,000톤 REO를 생산했다. 하지만 2010년 계획상으로는 2014년 생산량이 22,000톤 REO가 되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성숙한 계획 단계에 와 있다.

 



Chapter 02 희토류를 넘어 희소금속이 문제다
 

 

(1) 희소금속이란 무엇인가

희소금속Rare metal이란 부존량이 적거나 편재되어 있고 추출 과정이 까다로우며 적은 양으로 활용도가 높은 금속을 총칭한다.  알루미늄, 구리, 철 등 기본금속이 철도, 전기, 교량, 건축 등에 주로 쓰였다면, 희소금속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통신, 디지털 제품, 첨단 무기 등에 사용된다

한국의 희소금속 35종  
  원소 주요 용도 ‘16년 수입액
(단위:천불》
 1 규소 반도체. 유리, 합금재로 태양광 전지 3,119,736
  2 니켈 스테인레스강. 특수합금, 2차전지. 도금 1,231,128
  3 백금족(6종) 장신구 화학촉매, 의료기기,의약품 887,052
  4 리튬 2차전지. 알루미늄 제련. 의약품- 794,728
  5 티타늄 항공기 동체. 광촉매. 안료 749,373
  6 크롬 스테인리스강, 도금. 안료 352,355
  7 망간 강철 합금. 전지, 안료 419,453
  8 주석 초전도 자석, 액정투명전극. 도금 326,884
  g 몰리브덴 강철 합금. 항공기 부품. 족매 319,215
 10 텅스텐 초경합금, 무기 제작. 안료. 촉매 293.825
 11 니오븀 초합금. 장신구, 조전도자석 181,209
   12 희토류(17종) 영구자석 레이저. 연마제. 2차전지. 형광제 179.484
  13 마그네슘 합금. 의약품 168,263
  14 탄탈럼  전자부품(커패시터). 합금. 의료기기. 공구 160.304
  15 코발트 초합금. 2차전지, 안료. 족매 137,279
16 붕소 핵반응 조절제, 의약품, 세제, 유리,강철합금 89,428
17 바나듐 합금, 촉매, 안료 72,680
18 바륨 의약품, 고온 조전도체, 안료 64,839
19 지르코늄 원자로용 소재, 항공기 부품, 세라믹 59,959
20 안티모니  난연재 폴리에스테르 중합 촉매 47,361
21 카드뮴 강철 합금 플라스틱 안정제. 니켈-카드뮴 전지 30.169
22 인듐 액정투명전극. 반도체, 태양전지, LED. 합금, 의약품 23,852
23 비료. 식품 첨가물. 살충제 15,283
24 스트론튬 자석 제조. 불꽃놀이용 화약 10,762
25 게르마늄 광섬유, 촉매, 열감지장치. 렌즈 6,357
26 갈륨 LED 레이저. 반도체. 태양전지 5,288
27 창연(비스무트) X선 차단제. 의약품. 도금. 퓨즈 3.400
28 베릴륨 고강도 합금. 스피커, 항공 소재 1,268
29 텔루륨 합금. 반도체. 광디스크. 착색제, 화학촉매 829
30 셀레늄 유리 탈색제 및 착색제, 감광막. LED. 합금 805
31 하프늄 원자로제어봉.금속합금.플라스마절단장비 389
32 비소 LED. 농약. 의약품 351
33 레늄 고온 초합금. 촉매 136
34 탈륨 반도체 광학재료, 방사선 영상촬영, 조전도체 22
35 세슘 광전지. 형광체. 방사선 계측기. 석유시추 -        

 

(2) 글로벌 공급 불안

희소금속은 매장량이 적은데 그나마도 몇몇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 희소금속 부자 나라는 5개로 중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미국이다. 이들이 전체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모두 땅 덩어리가 큰 나라들이다. 여기에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 백금은 남아공,니오븀은 브라질과 같은 식으로 특정 희소금속 매장량이 압도적인 나라들도 있다.


100여 종의 희소금속 중에는 이렇게 집중적으로 매장되고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금속들이 많다. 특히 중국에 편중된 금속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자원의 편재성이 클수록 공급 불안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역 편중이란 특성이 다른 요인(가채연한과 산업적 중요성 등)과 결합되어 나타날 때 극심한 공급 불안은 물론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 미국: 베릴륨(90%), 헬륨(73%) 
• 브라질: 니오븀(90%)
• 중앙아프리카: 코발트(DRC 콩고 64%), 탄탈럼(르완다 31%)
•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듐(85%),크롬(43%),백금족(70%), 로듐(83%), 루테늄(93%),망간(33%)
• 러시아: 필타듐(46%)
• 터키: 붕산염borate(42%)
• 인도네시아: 니켈(33%)
- 호주: 리튬(44%)
• 중국: 안티모니(87%),바라이트(44%), 비스무스(82%),형석(64%),갈륨 (73%), 게르마늄(67%),인듐(57%), 마그네슘(87%), 천연 흑연(69%), 인산염 암석(44%), 인(58%), 스칸듐(66%), 실리콘 메탈(61%),텅스텐(84%), 바나듐(53%), 경희토류(95%), 중희토류(99%)

 

 

(3) 배터리용 희소금속 Rare Metal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원자재는 리튬, 니켈,코발트, 흑연,망간, 구리 등이다. 미국 백악관은 확보 능력과 지속가능성, 미국 업체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리튬, 고순도 니켈,코발트를 특히 중요한 원자재라고 평가했다. 배터리에 들어갈 이들 핵심 원자재를 구매하려면 중국을 거쳐야 한다. 중국은 원자재 보유량이 많을 뿐더러, 원자재 가공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Chapter 03 중국은 어떻게 희토류 강국이 되었나?
  

 

(1) 프롤로그

 

2009년 11월 호주방송공사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는 당시로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희토류라는 희소금속의 공급을 둘러싼 국가들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희토류는 현재의 세계경제가 중국에 얼마나 위험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아이폰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이 시대 최대의 공공 과제인 기후 변화 대응도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저탄소 녹색 기술이 희토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중국의 희토류 장악사

 

서구 세계의 눈으로 보면 희토류의 중국 독점이 갑작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수십년 간에 걸친 국가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다. 2009년 중국은 희토류와 희소금속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지배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1950년대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 정부는 아주 오래전에 희토류의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했다. 1950년대와 I960년대 중국은 희토류 원재료 채굴과 수출을 시작했다. 밸류체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통 금속인 금,구리, 텅스텐 등과 구별되는 희토류만의 특징이 있다. 업스트림(원재료)과 미드스트림(산화물), 다운스트림(중간재 부품) 간에 엄청난 부가가치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원재료 상태의 희토류가 영구자석 중간재 부품이 되면 가치는 1,000배로 띈다. 채굴 직후부터 가치를 인정받는 금이나 구리, 원유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이다.


중국이 원래부터 희토류 가공 기술이 뛰어났던 것은 분명 아니다. 애초에 희토류 밸류체인상 소재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은 일본이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전략적으로 중국이 미드스트림 (화학적 분리와 가공) 부문을 담당하도록 했다. 중국은 이러한 전략적 토대 위에서 차근차근, 그리고 조용히 희토류 가공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중국의 희토류 장악 로드맵을 개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970년대: 희토류 원재료 수출
 1980년대: 희토류 산화물 수출
 1990년대: 희토류 부품 수출
 2000년대: 희토류 응용 완제품 생산

 

원재료만 수출하던 중국이 1980년대 이후 희토류 산화물 수출을 장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에서의 승리다. 저가의 희토류 제품을 세계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경쟁 상대인 미국과 유럽의 희토류 기업들을 문닫게 한 것이다. 1998년 미국 네바다주의 마운틴 패스 광산이 폐광한 것이 전형적 사례다. 더군다나 1980년 이후 국제사회 차원에서 원자력 물질과 방사능 규제가 강화된 것이 미국과 유럽의 희토류 광산 운영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미국 내 원자력 관련 환경 규제도 강화되었고, 시민단체의 반대로 광산 활동 환경 전반에 큰 변화가 왔다.

 

중국이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인 분야는 영구자석이다. 희토류 다운스트림 중간재 부품 중 가장 활용도가 높고 부가가치 또한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원재료 장악을 지렛대 삼아, 서구의 희토류 응용 기술을 획득 하기 위해 합법적, 비합법적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여기에는 서구 기업의 유치도 포함된다.

 

 

(3) 중국의 선전포고, 희토류 전쟁물자가 되다

희토류 응용 기술을 갖추게 된 중국은 기존과 180도 다른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충격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8 년 중국 산업정보통신부는 국무원 보고를 통해, 향후 6년 동안 희토류 중 디스프로슘을 특정해서 수출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희토류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의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장악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희토류 중에서도 중희토류를 생산, 제조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국가라는 데 있다. 현재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가장 큰 문제는 중희토류를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40% 이상이 희토류 자석 제조에 쓰이고, 2028년 에는 그 비중이 68%로 높아질 것이라 전망되므로 희토류 문제는 결국 중희토류 문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에는 태양광이 현재보다 17배 증가하고, 2038년에는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50%를 차지하며 2050년에는 90%까지 급증할 것이라 예측한다. 따라서 2030년까지 영구자석 소재 부품인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수요는 각각 27배와 7배까지 급증할 것이 예상된다. 


중국의 최우선 목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재료를 국내에서 분리,가공하여 최종 영구 자석 부품으로 만들어 조립해서, 중국산 전기차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절전형 조명 시스템을 생산한다.’

 

희토류는 이제 전시 전략물자와 같은 수준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희토류는 중국만이 생산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의 발로다. 중국 밖의 희토류 생산업자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저렴한 희토류와의 경쟁에서 파산했다. 중국은 서구의 환경규제 때문에 혹은 경제성이 없어 파산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기술과 공장을 이전하도록 정책을 만들기까지 했다.


시간이 갈수록 희토류의 밸류체인은 중국으로 집중되었다. 희토류 원재료 생산업자, 소재와 부품 기술,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거나 중국 자본에 의해 인수합병되는 추세가 대세를 이루었다. 중국 희토류 생산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내몽골 바이원 어보 광산과 내몽골 수도 바오터우에는 희토류 소재 가공 기업 3,000여 개가 몰려 있는데, 이 가운데 외국 기업들이 200여 개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포함한 우대 정책도 화끈하게 실시했다. 그 결과 난공불락의 바오터우 희토류 산업개발지역이 조성되었다.

 

 

(4) 중국과 비중국의 대결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저렴한 희토류와 희소금속에 안주했던 나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거의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비견될 만한 사건이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서구와 중국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서막이었다.


1998년 문을 닫았던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07년 다시 문을 열었다. 우선은 기존 광산 활동에서 나온 잔류물mining tailings에서 희토류를 분류, 분리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08년 몰리코프 Molycorp Minerals, LLC사가 인수해서 2015년 파산할 때까지 운영했고, 현재는 헤지펀드 컨소시엄인 MP 머티리얼즈가 운영 중이다.
호주는 마운트 웰드Mt. Weld 광산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캐나다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도 희토류의 경제성 평가를 시작했다. 호주의 한 광산 회사는 50년 동안 세계 수요의 약 25%를 충족 시킬 수 있는 그린란드의 희토류 광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전략광물 생산 • 수출 규제에 대한 충격파에 대해서는 유럽과 미국이 약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주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에 대해 우려한다면, 미국의 주된 관심은 국방과 방위산업 분야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도 희토류와 전략광물의 60% 정 도는 석유가스 산업과 정유화학 분야에서 사용된다. 단 5%만이 미사일 유도 시스템,차세대 전투기, 레이저 시스템, 각종 통신장비 등 첨단 군사장비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 5%가 심각한 상황을 야기한다.

 

 

(5) 중국의 시기별 희토류 전략

중국의 희토류 단순 생산에서 부가가치 고도화,국산화,일괄 수직생산 체계 확립으로의 발전은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다.  (미국과 비교)

1950년대
 1927년 중국의 저명한 지질학자 Ding Daoheng, 내몽골의 바이원 어보에서 풍부한 희토류 매장지 발견
 1950년 내몽골 바오터우시 철강회사Baotou Iron & Steel 설립 및 철강 생산 시작
 1950년 내몽골 바이원 어보 광산Bayan Obo Mine 조성
 1957년 철강 생산 부산물로 희토류 생산 시작
 1957년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 희토류 생산 시작

1960년대
 1963년 바오터우 희토류연구소The Baoton Research Institute of Rare Earths: BRIRE 개설
 1964년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 희토류 산화물 수출 시작

1970년대
• 1972년 중국 희토류 산업의 창시자, 쉬광센Xu Guangxian 교수, 희토류 연구본격 시작
• 1972년 쉬광센 교수, 정부로부터 프라세오디융Pr과 네오디뮴Nd 분리 임무부여

1980년대
 19S0년 IAEA, NRC 희토류 규제 시작
 1983년 Chinese Society of Rare Earth 학술단체 최초로 영어-중국어 희토류 저널 발행
 19S4년 7개의 희토류 원소의 분리 • 추출에 성공함으로써(바오터우 희토류 연구회 희토류 채굴에 획기적인 발전)
 19S5년 희토류 산화물 수출 시작
 1986년 3월 Program 863(국가 과학기술 혁신 계획) 시행
 1987년 희토류 국가연구소 1호 설립

1990년대
 199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미국 추월
 1991 년 희토류 국가연구소 2호 설립
 1992년 덩샤오핑,희토류를 산업 정책으로 제시
 1992년 바오터우 희토류산업발전단지 구축
 1995년 미국의 영구자석 기업 마그네퀘엔치Magnequench, 중국 기업이 인수
 1996년 미국 광산청Bureau of Mines 폐지
 1997년 프로그램 973(국가 기초연구 계획) 시행
 1997년 마그네퀘엔치 희토류 산화물 공장 중국으로 이전
 1998년 중국, 마그네퀘엔치 미국 공장 폐쇄
 1998년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 폐업
 1999년 희토류 국가연구소 3호 설립
 1999년 미국 의회 콕스보고서

2000년대
 2000년 중국, 희토류 응용 완제품 생산 시작
 2001년 희토류 국가연구소 4호 설립
 2003년 중국의 해외 자원개발 시작, 아프리카에 집중
 2005년 점진적 생산과 수출 규제 시작
 2008년 EU 전략물자 지정
 2009년 EU 핵심 전략물자 발표
 2009년 희토류 수출 감소
 2010년 중국의 일본 희토류 수출 중단
 2011 년 희토류 가격 급등
 2012년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 재개장

 

 

(6) 글로벌 제조 강국, 중국

 

 일부 학자들은 1990년대 초 미국 희토류 산업의 몰락을 환경 규제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성기를 맞았던 미국 희토류 산업에 환경 규제란 장애물이 등장한 것은 1980년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1980년 7월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와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광산 활동에 의한 방사능 물질의 처리와 운반을 엄격히 금지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문제는 모나자이트류의 희토류 광산에서 토륨이 함께 채굴된다는 이유로,희토류 광산 활동을 토륨 광산 활동과 동일시하는 합의문이 나온 것이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국제 원자력계의 규제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이 희토류 산업 도약의 가장 큰 동인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국제원자력위원회 회원국이 아니었다. 또한 중국 희토류는 미국처럼 모나자이트 층에서 채굴되는 것이 아니고 철광석의 부산물로 생산되므로, 국제원자력위원회의 규정보다 훨씬 낮은 토륨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이 IAEA 회원국이 된 것은 1984년이다. 그때는 이미 중국 희토류 생산에 대한 규제 관련 문제점은 해소된 상태였다.

 

1980년대 중국은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희토류 분리 기술 개발이 완성되고,희토류 소재와 산화물을 본격적으로 생산, 수출하기 시작한 시기다. 바오터우 희토류연구소Baotou Research Institute of Rare Earth 연구원들은 1984년 7개의 희토류 원소를 성공적으로 분리 •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희토류 채굴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1985년에는 중국의 희토류 산화물수출이 시작되었다.


1986년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 혁신계획 ‘프로그램 863’이 진행되었다. 생명공학, 우주, 정보, 레이저, 자동화, 에너지 및 신소재 분야에서 국가가 연구개발을 주도해 세계 수준의 기술혁신을 이루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희토류는 프로그램 863이 중점을 두는 사업이었다. 1987년에는 첫 번째 희토류 관련 국가연구소가 설립되었다. ‘희토류 화학 및 물리학 열린 연구실’은 중국 아카데미 산하 ‘장춘응용화학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2002년에는 ‘희토류 화학 및 물리학 CAS 핵심 연구소’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국가 보호가 필요한 전략적 광물’이라고 선언했다. 희토류 산업이 중국에 미칠 잠재력을 이해하기 시작한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그 이후로 중국은 희토류 산업에 대한 중앙 집중식 통제를 강화했다. 희토류에 대한 더 높은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노하우를 개발하고, 희토류를 사용해 중국 내에서 최종 제품을 제조하는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중국이 희토류 자원에 ‘국가 보호’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외국인 투자자의 희토류 채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1990년 이후 모든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만 희토류 제련 및 분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모든 합작 투자는 중국 국가발전기획위원회와 상무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7) Go China! 중국 이전 러시

 

중국이 미국의 희토류 생산과 수출량을 앞지르기 시작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유럽, 일본의 첨단제조 기업과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도 유인이었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희토류를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외국 기업을 중국 내에 유치하기 위해, 거대한 고객 기반과 값싼 노동력을 협상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이제 중국은 희토류와 희소금속에 대한 독점을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휴대폰, LED 등 첨단 제조 기업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자 한 것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희토류 자석 두 가지는 사마륨-코발트SmCo 자석과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이다. 열 안정성이 높아 토마호크 등의 미사일 유도 시스템을 위시한 무기 체계에 적합하다. 네오디뮴-철-붕소 자석은 1980년대에 도입되었다. 이들 자석에 관해 특허를 획득한 기업은 제너럴 모터스와 히타치 스미토모 스페셜 메탈, 두 회사다. 1986년 GM은 인디애나주 앤더슨이라는 도시에 마그네퀘엔치라는 자동차용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을 열었다. 

 

GM의 마그네퀘엔치는 종국적으로 중국자본에 인수되었다. 마그네퀘엔치를 인수한 직후, 특허 기술(jet-casting process)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이 거래는 미국의 전략적 실수였다. 사업이 떠나면 기술도 함께 떠나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세계 자석 생산량의 90%가 미국, 유럽,일본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자석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되었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영구자석 공급의 거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의 목표에 따라 산업 구조 재편과 부가가치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핵심 부품 및 소재의 70%를 국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8) 중국의 희토류 기술, 어디까지 왔나


1990년대 초반 중국은 희토류 소재와 산화물 수출로 시작해, 1990년대 말에는 자석, 형광체, 연마재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했다. 대략 2000년부터는 전기 모터,컴퓨터,배터리, 액정 디스플레이LCD, 휴대폰 및 휴대용 음악 기기와 같은 완제품도 생산한다. 결국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 되었다.

 

 전기차 굴기

2007년 5월 1일 원자바오 총리는 완강을 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하고 전기차 개발 임무를 부여했다. 그는 공산당원이 아니면서 장관에 임명된 중국 정부 최초의 인물이다. 완강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전기차 개발의 중요성을 주장했고, 중국 공산당과 정부, 군부는 종합적 전략 차원에서 전기차 개발에 올인하기로 했다. 미국이 석유와 전통적 자동차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미국에 의해 석유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 되었다.


전기차 개발에 돌입한 지 1년 만인 2008년, 중국은 2,100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다.  2009년 2월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신에너지 차량 확산을 위해 상하이, 베이징 등 13개 대도시를 신에너지 차량 시범도시로 지정했다(조정원 2018). 시진핑 집권 이후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전기차 생산 의무 할당제와 같은 정책이 전기차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은 2015년 330,000만 대, 2017년 에는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중 3분의 2는 중국의 국산 전기차였다.
 
 태양광 패널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20년간 태양광 시장을 견인한 것은 미국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이어받은 것은 일본이었다. 1970년대부터 태양에너지의 보급과 연구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일본은 반도체 강국으로서 실리콘을 주원료로 하는 태양전지에 강점이 있었다. 2004년 일본 태양광 설비 용량은 세계 1위인 1,132MW를 기록했다. 2005년 이후에는 독일이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재생에너지에 높은 보조금을 책정하여, 유럽은 세계 태양광 수요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태양광 보급의 중심지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국 생산 패널의 90% 이상을 유럽에 수출하는 세계 최대의 태양광 패널 제조국이자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2009년을 계기로 중국은 자국 내 태양광 보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09년 중국 정부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인 '골든 썬Golden Sun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2020년까지 자국 태양광 설비용량을 20GW까지 키움으로써,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장으로 탈바꿈할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 풍력 터빈


영구자석은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안정된 자기장을 발생, 유지하기 때문에 풍력 터빈,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이다. 희토류 소재인 네오디뮴을 가공해 만든 네오디뮴-철-붕소Nd-Fe-B계 영구자석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작품이다. NdFeB계 영구자석은 70%의 철 성분에 30%의 네오디뮴이 들어간다. 작은 크기에 강력한 자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노트북 컴퓨터,MP3 플레이어, 파워 스티어링 핸들, 자동차 자동 제어장치 등에 응용된다. 에어컨과 의료용 MRI에도 영구자석이 들어가는 데, 영구자석을 활용한 산업용 에어컨은 전기 소비가 50% 줄어든다.

 

사마륨-코발트Sm-Co계 영구자석이 300도의 고온을 견디는 데 비해, NdFeB계 영구자석의 최대 단점은80도가 넘어가면 자성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NdFeB계 영구자석에 4-4.5% 정도의 디스프로슘Dysprosium과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가돌리늄 Gadolinium을 추가한다. 디스프로슘 수요의 95%를 차지하는 것이 영구자석이다. 2010 년 디스프로슘의 총수요를 1,800톤으로 볼 때 2050년에는 최저 14,000톤 에서 최고 50,000톤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스프로슘 공급 부족이나 가격 급등에 가장 민감한 산업 분야는 풍력발전이다. 영구자석을 활용한 직접 구동식direct-drive 터빈이 풍력 발전 기술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직접 구동식 모터에는 영구자석이 약 450여 개 들어간다. 특히 유럽의 풍력 발전 산업은 태양광 산업을 능가한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와 에네르콘Enercon,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등 풍력 발전 기업들은 90% 이상의 관련 소재를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9) 중국의 희토류 연구개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아직 희토류 밸류체인 가운데 상류와 중류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수출국임에는 분명하지만, 하류 부문의 핵심 기술은 세계 수준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응용 기술 중에서도 희토 발광 소재,수소 저장 소재, 영구자석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영구자석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데 해당 분야 특허 보유 수량이 일본, 미국,유럽을 합친 것의 2배가 넘는다. 

 

1995년 GM의 자회사인 마그네퀘엔치를 중국이 인수하면서 미국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특허 수량에도 불구하고, 정밀 가공의 핵심 기술은 아직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컴퓨터 디스크나 모터의 마그네틱 실린더, 음향 설비의 자기 헤드와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이다. 중국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12차 5개년 계획과 1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희토류 관련 기초기술 연구와 응용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희토류 관련 과학 기술 논문만 43,270편에 달했다.

 

 

(10) 중국 희토류 전략의 전면적 변화

 

1970년대 희토류 광물만 수출하던 중국은 1990년대 말에 자석, 형광체, 연마 분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전기 모터, 배터리, LCD 같은 완제품 생산에 이르게 된다. 상황 변화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전략도 바뀌기 시작한다.


첫째, 중국의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수요 충당을 위한 희토류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둘째, 희토류 원재료 수출을 지양하고 희토류 고부가가치 산업화가 중국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환경 규제 탓에 미국을 포함한 중국 밖의 희토류 생산시설은 거의 문을 닫게 되어, 중국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90%를 넘게 되었다. 2005-2010 년 중국은 희토류 생산과 수출 규제에 나섰다. 서구 세계의 안일한 대응 속에 희토류 시장은 어느새 판매자 우선 시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희 토류 무역뿐만 아니라 중국-미국, 중국-유럽, 중국-일본의 관계에 중대 한 전환점이 되었다.


2005년부터 중국이 점진적으로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희토류 부가가치 고도화, 국산화, 일괄 수직생산 체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유럽, 일본은 오랫동안 아프리카,남미,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원재료 무역을 해왔다. 값싼 원재료를 수입해서 가공한 다음 고부가가치 상품을 역으로 수출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제 중국을 상대로는 그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세계 희토류 자산 인수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료를 가공하고, 최종 부품을 생산하고,‘메이드 인 차이나’의 전기차,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절전형 조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중국이 우려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원재료 확보였다. 따라서 중국 내 희토류가 국내 소비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서게 된다. 중국은 호주,캐나다, 아프리카,남미,동남아 희토류와 전략광물 원재료를 확보해, 가능하면 중국에서 분리 • 가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든 제품의 희토류 공급망이 중국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생산,가공,소비 및 R&D를 포함한 희토류 공급망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고 있다. 2005년까지 러시아,인도,브라질에서 소량의 희토류가 생산되었지만,중국은 세계 희토류 자원의 97%를 공급했다

 

희토류 전쟁 시작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는 2007년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희토류 부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여러 조치들을 발표했다. 목표는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 내에 유지하는 것이다. 2009년 8월 중국 산업정보화부의 보고서 초안은 향후 5년 내에 희토류 수출이 금지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 문서 ‘2009-15 희토류 산업 발전 계획’에 따르면, 향후 6년 동안 새로운 희토류 채굴 허가가 승인되지 않고 새로  설립된 희토류 제련 회사의 분리가 엄격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조치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총량 감소를 가리킨다. 희토류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많은 나라의 지도자와 기업인들은 이런 조치들을 접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의 계획은 현실이 되었다. 2009년 9월에는 수출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했고, 2011년에는 다시 25%로 인상했다. 2011년 중국은 희토류가 10% 이상 함유된 합금철 수출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희토류 가격은 강하게 상승했다. 이른바 희토류 공급 위기의 시작이다. 게다가 중국은 2010년부터 수출 쿼터를 70% 가까이 축소함으로써 일부 희토류는 가격이 850%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발 공급 위기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적어도 12개의 새로운 광산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압도적 광물투자

17종의 희토류와 40여 종의 희소금속은 압도적으로 중국에 매장량과 생산량이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1950-1960 년대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중국에 내어 준 후 생산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고, 유럽과 일본은 부존량 자체가 없다. 중국을 ‘희토류와 희소금속의 사우디아라비아’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21세기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경쟁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양국의 생산 능력 차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희소금속의 ‘수성’ 전략의 일환으로 신소재 하이테크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했다. 희토류, 텅스텐,안티모니, 몰리브덴, 인듐의 사용을 중국 내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희소금속 수출 쿼터제를 도입해 생산랑을 조절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광물 메이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ODA, 차관,관세 혜택을 활용해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자원 보유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였다. 금융위기로 인한 자원 가격 하락을 기회로 자원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개발 자원이 풍부하지만 글로벌 광물 메이저 기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를 집중했다. 2005년에서 2018년 사이 중국의 해외 자원 투자와 개발이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2018년 전 세계에서 광물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약 10조 원(80억 달러)이다.  2014년 이후 중국은 매년 광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연간 18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캐나다,호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투자액을 합한 규모의 2배가 넘 는다

 

 

(11) 중국 희토류는 지속가능한가?

 

중국 국무원은 희토류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앞으로 870년 동안 생산할 희토류가 있지만,이것은 경희토류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희토류는 가채연수가 15〜50년밖에 되지 않아 희토류 생산과 수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

중국의 희토류는 전국에 산발적으로 분포한다. 바이원 어보와 쓰촨 지역의 희토류는 바스트네 사이트라는 노천 광산open-pit에서 광석rare earth ore 형태로 채굴된다. 채굴된 광석은 여러 차례의 분쇄milling와 부유선광flotation 등 6~7 단계의 분리, 가공 공정을 거친다. 미국의 마운틴 패스 광산도 바스트네사이트 광산이다.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의 희토류는 모나자이트나 제노타임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를 사광상 沙鑛床, placer deposit이라고도 한다. 모나자이트 역시 복잡한 가공 공정이 필수다.


희토류는 채굴 후 추출 및 분리 과정에서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1톤의 희토류를 추출하는데, 황산이 포함된 6,300만 리터의 독성가스,  20만 리터의 산성 폐수, 1.4톤의 방사성 폐수가 발생 한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석권한 것은 이러한 대규모 환경오염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불소와 유황을 함유한 폐기물, 산 - 알칼리 폐수, 토륨 등의 방사성 물질로 인해 중국의 젖줄인 황하강 상하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환경보호부에서도「희토공업 오염물 배출 표준」(2011년 10월 1일부터 발효)을 발표하여 희토류 산업과 관련 기업이 오염이 적은 분리 공정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내몽골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희토류 광산,바이원 어보 주변의 토양,지하수,식물은 이미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상태다. 광산에서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분진이 바람에 날아가 바이원 어보 시가지의 토양에도 축적된 것으로 밝혀졌다. 토양 상부층 10cm에서 토륨 축적이 확인 되었고, 광산 주변의 가축이 폐사하거나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현상도 관찰된다. 40세 이하의 주민들이 치아가 모두 손실되거나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비율도 높다.


반면에 중국 남방지역의 중희토류는 이온흡착형 점토ion-adsorption clay에서 추출된다. 이온흡착형 희토류는 별도의 가공과 분리 과정이 필요없다. 광석 형태로 매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학적 침출eaching 과정으로 추출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초고속으로 희토류 강국이 된 것도, 간저우시가 세계적 영구자석 제조의 중심지가 된 것도 중국 남방지역 희토류의 지질적 특성 때문이었다. 또한 중국 남방지역에서 불법 채굴이 활발한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Chapter 04 미국·중국 글로벌 자원 쟁탈전
 

 

(1) 자원發 신냉전 체제 : 중국의 지배전략과 트럼프 정부의 반격

중국이 미국과 결별하고 신냉전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21세기 미래 산업의 원재료를 놓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정면으로 와해시키겠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수년간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2009~2017)의 친중국 노선에는 변화가 없었다. 중국의 희소금속 지배 전략에 맞불을 놓은 것은 트럼프 정부에 들어와서다.


중국이 희토류와 희소금속 비축 제도를 공식적으로 마련해 국내 여러 장소에 비축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이는 20세기 미국의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전 세계 석유 시장을 지배하던 미국은 영토 내에 대규모로 원유를 비축했고,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회원국들을 통해서도 원유를 비축하고 유사시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 유가의 등락을 마음대로 조정했던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산량과 수출량을 조절해 가격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중국의 골칫거리였던 희토류 불법 채굴과 불법 수출도 정비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6개의 국영 희토류 기업만 생산과 수출을 할 수 있게 수직 통합화를 실시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와 거의 동시에 철강,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기본금 속과 리튬, 코발트, 니켈,탄탈럼,크롬, 망간, 백금족,니오븀, 바나듐 등 희소금속의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되는 희토류와는 달리, 이러한 희소금속들은 중국 내의 생산량이 적다.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미국,유럽, 일본과 중국 간의 본격적인 자원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해외 자원을 놓고 미국,유럽, 일본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장은 다음과 같다.
 브라질: 니오븀(90%)
 칠레,볼리비아: 리튬
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64%)
 르완다: 탄탈럼(31%)
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듐(85%),크롬(43%),백금족(70%),로둠(83%), 루테늄(93%), 망간(33%)
 인도네시아: 니켈(33%)
 호주: 리튬(44%), 희토류,철광석
 미얀마: 희토류
 아프가니스탄: 구리,희토류
 북한: 희토류
 아프리카 (나미비아, 말라위, 앙골라, 탄자니아, 우간다,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부룬디등): 희토류


그렇다면 생산과 수출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희소금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은 미국, 유럽, 일본이 특히 우려하고 있는 희소금속들이다(괄호 안의 숫자는 중국의 생산량 비중). 수치가 사뭇 심각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21세기 자원 전쟁은 희토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희소금속, 더 나아가 기본금속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 안티모니(87%)
 비스무트(82%)
 갈륨(73%)
 게르마늄(67%)
 마그네슘(87%)
 텅스텐(84%)
 바나듐(53%)
 중희토류(99%) 

 

 

(2) 자원 확보 무한경쟁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은 희토류, 희소금속과 같은 기술금속이 21세기의 새로운 첨단 산업에서 각국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기술금속의 안정적 확보에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1 산업적,경제적 중요성으로 볼  때 쟁탈전의 제1순위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다. 2040년까지 디스프로슘은 27배, 네오디뮴은 7 배 가격이 폭증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은 국내 중희토류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투자 유인책을 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일본은 근해의 해저에서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를 발견했지만 생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은 아프리카, 미얀마, 북한 등의 희토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생산분은 비축하고 해외 자원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말라위의 희토류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영국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한 레인보우Rainbow Rare  Earths사를 통해 부룬디의 희토류 개발에 나섰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앞서가는 프로젝트로 보인다

 

 

(3) 미국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05년 이후 중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국내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9월 그 유명한 센카쿠 열도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2009년 연간 5만 톤 가량의 희토류 수출 쿼터를 유지하던 중국이 2010년부터 연 3만 톤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40%나 감소한 수치다. 이로 인해 국제 희토류 가격은 최대 16배 상승했다.


영구자석용 희토류에 대한 수요 급증 시기와 중국의 비공식적인 일본 수출 엠바고로 인해, 2011년 5월에서 그해 말까지 가격은 급등했다.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독점이 현실화된 것이다. 당시 미국, 유럽, 일본의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스마트폰  업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발 희토류 리스크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각국은 희토류와 기타 핵심광물 리스트를 만들어 위기 관리를 시작했고, 공급망 회복탄력성supply chain resilience 복원 차원에서 우선은 비축된 광물로 공급 중단을 견디면서 대체 공급자와 공급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이후 글로벌 희토류 생산 구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차지하던 중국의 비중이 2010년 90%에서 2018년 70%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2025년경 중국의 비중은 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된다. 2019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190,000톤 중 중국 밖에서 생산된 희토류가 약 70,000톤이었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는 2019년 미국의 희토류 생산이 전년 대비 8,000톤 증가해 26,000톤이 되었으며, 이로써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희토류 생산국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이 호주 라이너스사가 소유한 마운트 웰드 광산으로 2019년 현재 20,000톤을 생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이 약 4만 톤의 희토류를 수입해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무역전쟁 필승 카드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과연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들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은 2010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국은 나름 공급망 다변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중국 입장에서, 상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없는 카드를 섣불리 쓸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서구 선진국들은 그동안 중국 의존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졌을까? 수요와 공급이란 수치상으로는, 중국 이외의 많은 생산자가 추가로 희토류를 생산함으로써 공급 다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공급망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생산된 희토류 원재료는 고스란히 중국으로 수출된다. 미국 내에서 분리 및 가공 공정을 담당할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수출된 원재료는 중국 내에 서 분리 • 가공되어, 희토류  산화물의 형태로 미국에 수출된다. 이는 단순 생산량 수치만으로는 희토류 밸류체인과 공급망 리스크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적시한다. 이 상태라면 미국이 아무리 희토류를 많이 생산한다 한들, 문제는 그대로라는 의미다.


반면 호주 라이너스사가 생산한 희토류 원재료는 말레이시아 퀀탄 Quaman의 분리가공 시설에서 희토류 소재로 만들어져 일본으로 수출된다.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환경적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 이다. 2020년 이후 글로벌 희토류의 가장 큰 쟁점은 특정 희토류 소재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의 공급 부족이다. 이 둘은 중국 정부가 생산과 수출 규제를 하고 있는 희토류이기도 하다. 이중에서도 중희토류로 분류되는 디스프로슘이 가장 문제다.


디스프로슘은 중국 정부의 주 규제 대상인 남중국 간저우시 주변에 다량 매장되어 있으며,중국 밖에서는 미국 알래스카주와 와이오밍, 그린란드 등에서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급증한 중국 이외 지역 (ROW: Rest of World) 희토류는 대부분 경희토류다. 2019년 5월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무역관세 인상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검토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쓸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대 이후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다른 국가와 마찰을 빚을 때마다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응

2018년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자, 중국 내에서 희토류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중국의 무역전쟁 필승 카드 3장 중 첫 번째가 희토류 대미 수출 금지, 두 번째가 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 활용, 세 번째가 중국 시장에서의 미국 기업 추방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국제 희토류 가격 급등과 밸류체인 급변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방부가 전면에 나섰다. 희토류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조업이 중단됐던 마운틴 패스 광산의 채굴을 재개하고,호주 희토류 광산업체 라이너스와 미국 화학업체 블루라인이 합작으로 텍사스 지역에 희토류 분리 • 정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그린란드를 통째로 매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그린란드 남부의 크바네필드Kvanefleld에 중희토류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1983〜2005년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 시기라면, 지금은 생산과 공급망 다변화의 시기다. 하지만 디스프로슘을 위시한 특정 희토류는 중국 남방 지역에서만 대규모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중국 밖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0 년 8월, 미국은 우주탐사를 통해 희토류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면 지구 밖으로 나가는 방법뿐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4) 2010년 이후 글로벌 희토류 시장 변화


중희토류 개발 붐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이후 전 세계적인 희토류 개발 붐이 일어났다. 중국 밖에서 200개의 개발회사가 탐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탐사 대부분은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 된 중희토류 ‘디스프로슘’과 경희토류 ‘네오디뮴’을 목표로 했다.  


영구자석에 필요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중 공급 리스크가 가장 큰 것은 디스프로슘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이 중국의 생산과 수출 규제 과정에서 가장 가격 급등이 심했던 것 또한 디스프로슘이었다. 2003년 5월 kg당 35달러였던 디스프로슘 가격은 2011년 2월에 kg당 375달러,같은 해 12월에는 3,500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이 안정된 2020년 8월 현재에도 여전히 350달러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소재의 10배에 가깝다.


디스프로슘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매장량과 생산량 비중이 적은 중희토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매장량과 생산량에 있어 경희토류와 중희토류의 비율은 약 18:1 이다. 경희토류 가운데 가장 풍부한 세륨은 2020년 8월 현재 kg당 가격이 1.9달러에 불과하다. 세륨 다음으로 풍부한 란탄은 4.5달러다.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은 2020년 8월 현재 kg당 67 달러와 88달러로 경희토류 중에서는 고가에 속한다.


중희토류 가운데 유로퓸,에르븀,테르븀이 각각 kg당 30달러, 22..5달러, 665달러에 거래된다. 유로퓸은 형광체로서 텔레비전 스크린과 LCD 모니터, 가스램프 등에 사용되어 왔으나 LED 전구가 일반화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수요 증가세에 있는 경희토류 네오디뮴과 중희토류 디스프로슘은 호주의 마운틴 웰드 광산에서도 생산된다

 

 

(5) 중국의 희토류 전략 대전환

중국은 수출 쿼터제와 수출관세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개발계획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이제 희토류 부품과 완제품 등 국내 다운스트림 산업과 하이테크 제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차 경제 5개년 계획(2011〜2015)에는 중국을 재생에너지의 주요 생산국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야심찬 목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방대한 양의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국가의 에너지 믹스를 다양화하려는 중국의 계획을 감안할 때 희토류는 이제 녹색에너지 응용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2011 년 국토자원부 차관인 왕 민Wang Min은 “희토류는 현대 산업의 비타민이며 중국의 21세기 신소재 보물창고”라고 말했다.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와 수출관세가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따라서 2015년 1월과 5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제와 수출관세는 모두 철폐되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2014년 27,640 톤에서 2016년 46,562톤, 2018년 53,026톤으로 점차 증가하였고, 평균 수출 가격도 2014년 kg당 12.82달러에서 2018 년 9.69달러로 하락했다.


2016년 10월 발표된 희토류 산업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정부는 희토류 생산량을 14만 톤으로 제한하고 6개의 희토류 국영기업만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수출은 쿼터가 아닌 허가제 등의 방법으로 2025년 이후까지 계속 줄여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의 22개 희토 광산과 54개 제련 분리 기업에 대한 통폐합이 이루어졌고, 2016년 말에는 6대 희토 그룹의 구도를 갖추었다. 중국우광그룹, 중국알루미늄그룹,북방희 토그룹, 샤먼 텅스텐그룹, 남방희토그룹,광둥희토그룹이다. 이는 희토류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나는 국내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전략이다.

 

 

(6) 중국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 슈퍼 사이클과 해외투자

중국의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소규모로 시작되었다. 초기의 사업은 주로 철광석 광산 투자였고, 중국의 양대 철강 국영회사인 시노스틸 Sinosteel과 바오스틸Bausteel이 주도했다. 중국의 해외투자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92년이다. 100% 중국 자본으로 당시 민영화를 추진 중이던 페루의 마르코나 철광석 광산을 인수한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1997년 시노스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딜로콩Dilokong 크롬 광산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중국의 해외 광업 투자는 연간 50억 달러 미만이었다.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중국의 극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금속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다. 이로 인해 자원의 수입 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은 기존 가격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어 철광석 가격을 낮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해외 광산을 통제해서 자원 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자원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했다. 금속과 자원 가격이 상승하자, 중국 국영 기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민간 기업들이 대거 해외 광물 투자에 나서는 것이 큰 흐름이 되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에 해외 자원 투자액은 100〜150억 달러였고 최대 투자액은 250억 달러였다. 2016년 이후에는 몇 년 간 투자가 크게 감소하여 2017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요구했고, 중국 금속의 수요세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의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약 14%를 차지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통제하던 해외 광산의 숫자는 미미했다. 2005년 중국이 운영하는 해외 광산은 13개였고 실제 건설과 운용 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는 3개에 불과했다. 5년 후인 2010년에는 추가로 15개의 광산이 생산을 시작했고 24개의 프로젝트가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었다. 2010년과 2011년은 슈퍼 사이클의 정점이었다.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어 2010년에만 8개의 새로운 광산이 가동을 시작했다. 2013년에 중국의 기업 들이 통제하는 전 세계의 광산은 약 60개에 달했다.


  중국의 자원 확장이 이루어지는 주요 지역은 다음과 같다.
 호주와 캐나다, 최근에는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환태평양 지역
 남아프리카, 최근에는 서아프리카
 몽골, 라오스,북한,미얀마, 베트남,타지키스탄을 포함한 인접 국가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

남아공의 딜로콩Dilokong 크롬 광산은 200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광산이었다. 이는 글로벌 광물 및 금속 생산 가치의 0.009%에 해당했다. 글로벌 광물 및 금속 생산 가치 중 중국의 비중 역시 0.06%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자원 장악률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중국은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의 4개 국가에서 광산 생산을 했다. 이 모든 광산에서 중국의 생산량은 글로벌 총 가치의 0.1% 미만이거나 전체 아프리카 생 산량의 약0.5%였다.


2013년이 되자 2010년부터 운영 중이던 일부 광산에서 생산량이 증가했고,잠비아에 새로운 구리 광산이 문을 열었다. 골드원Gold one은 남아프리카의 금광을 추가로 인수했고, 허베이 강철 그룹HBIS: Hebei Iron and Steel 은 팔라보라데aboro구리 광산을 장악했으며, 마침내 가봉에서 망간 생산이 시작되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장악률은 글로벌 총 가치의 0.25% 또는 아프리카 총 가치의 2.2%에 달했다. 
 
2013〜2018년 사이에 성장이 가속화되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장악률은 글로벌 총 가치의 0.8%, 아프리카 광산 총 가치의 거의 6%가 되었다.  


아프리카 각 국별로 중국 기업의 장악력을 분석해보면, 중국의 투자가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중국 기업은 잠비아에서 생산되는 광물 및 금속의 총 가치의 12%를 생산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수치는 24%로 잠비아의 약 2배이다. 중국 기업들이 콩고에 집중한 이유는 그곳에 고품위 구리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콩고의 구리와 코발트 광산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콩고 국영광업공사Gecamines는 개발하지 않고 수년간 방치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콩고의 정치적 불안과 인권 상황 때문에 다른 다국적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통제는 전체 아프리카 생산량의 30%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다국적 기업 (Glencore, Barrick 및 First Quantum)이 중국보다 더 많은 구리 생산량을 통제한다.

 

일대일로와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운명이 바뀌게 된 계기는 2000년에 창설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The 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FOCAC이다. 44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참여한 이 포럼에서, 양측은 2000년 당시의 교역량 약 12조 원(100억 달러)을 2010년 120조 원(1000억 달러)으로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경제협력이 기존 미국, 유럽의 아프리카 개발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 협력은 아프리카의 에너지,광물, 농지에 대한 투자와 제조업의 상품을 수입하는 형태였다.

 

디지털 실크로드 사업

일대일로 사업은 철도, 도로, 항만, 전력망 등 전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이 시행되고 몇 년 지나서인 2015년부터 중국 정부는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사업을 별도로 운용해 왔다. 국가 간 협약과 포럼을 개최한다는 개념은 일대일로와 비슷하지만, 디지털 실크로드는 특히 국가 간 결제 시스템, 데이터센터 구축, 통신망, 광케이블, 해저케이블 연계connectivity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16개국이 참여 중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비대면 수요와 감염병 초기 진단 등의 료 분야에 있어서의 디지털 수요 급증으로 디지털 실크로드 구축이 우선적으로 앞당겨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같이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 갭 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지역에서는 공공 보건 차원에서 중국의 디지털 분야 기술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에너지 전환도 가속화됨으로써 희소금속과 광물에 대한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시대는 더 많은 희소금속과 광물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자원은 석유나 가스보다 더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에 치중되어 있다. 미래에는 더 치열한 지정학적 충돌이 예상되는 것이다.

 

중국의 해저 광케이블 시장 진출

중국은 무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가운데 부탄,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12개 국가와의 사이에 국가 간 육상 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해저 광케이블에 있어서는 1993년 일본과의 연결을 시작으로 현재는 10개의 해저 케이블이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케이블의 운영자는 중국의 3대 통신 공기업인 차이나 유니콤 (중국연합통신),차이나 텔레콤(중국통신), 차이나 모바일(중국이동통신)이고, 케이블 제조 및 건설 기업 YOFC, Hengtong, FiberHome, ZTT, TG, Huawei Marine 등이다.


2012~2015년 기간에는 주로 홍콩과 타이완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공사만 하던 중국 기업들이 2016년 이후 전 세계 해저 케이블 시장의 20%를 점유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중국의 3대 통신사는 2016〜2020년 기간에 인도양과 지중해 등에 13만 8천 km의 해저 케이블을 부설할 계획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규모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의 디지털 통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을 발표했는데,이것이 해저 케이블 분야가 해외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과의 외교 협력을 통해 케이블 사업 진출을 도왔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의 인터넷 통신 기업들은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의 개발도상국들의 디지털 변환에 맞춘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해저 통신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사실상 세계의 데이터 유통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생각한 중국은 아프리카, 남미 등 일대일로 틀 안의 개도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기업들의 독점에 도전했다. 화웨이는 2008년 영국의 글로벌 마린시스템과 합작으로 화웨이 마린 네트웍스를 설립했다. 화웨이 마린은 2015년 브라질-카메룬 해저 케이블 사업CBCS을 수주해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2018년 9월 남미 브라질과 아프리카 카메룬을 연결하는 6천여 km의 해저 케이블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2017년에 공사를 착공한 파키스탄 과다르-지부티 해저 케이블 사업PEACE 은 2021년 완공 예정이다. 이는 파키스탄에서 출발해 동아프리카 각국을 연결하고 프랑스에서 끝나는 총 연장 1만 5000km에 이르는 해저 광케이블 사업이다.

 

 

(7) 미국의 공급망 구축 목표

중희토류 원재료 생산에서 영구자석 부품 제조까지 미국 내에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하에, 2019년 미국 콜로라도에 본부를 둔 USA Rare Earth LCC.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서부 텍사스 엘파소에서 85마일 떨어진 라운드탑 Round Top 중희토류 광산을 매수했다. 여기서 채굴된 중희토류는 콜로라도 휘트릿지wheat Ridge 가공 • 분리 공장으로 이동한다. 휘트릿지는 광산과 자원 분야 최고 전문대 학원인 콜로라도 광산대학원Colorado School of Mines이 위치한 곳으로, 산학 협력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콜로라도 휘트릿지 공장은 중국 밖에서는 최초로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를 모두 처리하는 시설이다. 영구자석 부품 제조를 위해, 과거에 히타치 메탈이 운영하던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2019년 미국의 희토류 생산이 전년 대비 8,000톤 증가한 26,000톤을 기록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희토류 생산국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분리 • 가공 시설이 충분치 않아 채굴된 대부분의 희토류 원재료는 중국에서 분리 • 가공되어 희토류 산화물의 형태로 미국으로 다시 수입되고 있다.


미국 프로젝트들 가운데에는 와이오밍주의 베어 롯지Bear Lodge 프로젝트와 알래스카주의 보칸-닷슨Bokan-Dotson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보칸산맥 희토류 광산은 매장량의 약 40%가 중희토류인 것으로 밝혀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공급망 구축방안 보고서도 보칸 희토류 광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발사로 지정된 유코어 레어메탈Ucore Rare Metal사의 제2년 보고서에 의하면, 개발 첫해에 2500톤의 희토류를 생산하고, 첫 5년 동안 105톤의 디스프로슘 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개발사는 광산에서 35마일 떨어진 항구에 분리 • 가공 시설을 갖출 계획도 갖고 있다.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취약성은 희토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타 희소금속에 대한 취약성은 더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광물 수입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1993년 이후 일부 공급선 다변화를 이루었지만 최근까지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자로서 중국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미국이 활발히 생산하다가 현재는 순수입국이 된 희소금속에는 게르마늄과 바나듐도 포함된다. 게르마늄의 경우 1950년대부터 1980 년대까지는 미국 내 생산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첨단 전자제품,태양광 제조,인공위성과 광통신섬유 등에 게르마늄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 기부터 국내 생산이 감소하고 해외 의존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미국은 거의 대부분의 게르마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바나듐은 강철에 0.15%만 첨가해도 강도가 높아지는 희소금속이다. 바나듐강은 고온에서도 경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드릴 비트,전동 톱,엔진 터빈 및 기타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 부품에 사용된다. 교량이나 철근 구조물에도 들어가므로 건설 수요가 많은 중국 때문에 수요가 폭증했다. 세계 바나듐 수요의 40%를 중국이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까지 바나듐 생산이 활발했고,심지어 1950년대에는 바나듐 수출국이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 체코, 남아프리카에서 바나듐을 100% 수입한다.


최근 미국이 17종의 희토류와 40여 종의 희소금속을 대상으로 최소 5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품목을 수입한 나라는 중국과 캐나다였다. 1위를 기록한 중국에서 무려 24개 금속을 수입하고, 2위인 캐나다에서는 16개 금속을 수입했다. 멕시코, 러시아, 남아프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일부 금속의 경우 재활용을 하고는 하지만, 미국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금속과 19가지 광물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코발트, 티타늄 정광, 게르마늄, 아연 및 백금족 금속을 비롯한 여러 다른 광물도 7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단, 철광석과 몰리브 덴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정제된 알루미늄, 아연, 우라늄의 경우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는 안정적인 동맹국인 캐나다다. 


한편 크롬, 망간,백금족 금속, 탄탈럼, 코발트의 주요 생산 지역은 남아프리카다. 미국 지질조사국 데이터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니오븀의 88% 를 생산하고 호주는 세계 리튬 생산량의 58%를 생산한다. 이렇게 단일 국가가 생산랑을 지배하는 주요 광물에는 브라질의 니오븀, 콩고민주공화국 DKC의 코발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금족 금속,중국의 희토류와 텅스텐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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