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道 (최인호,여백  2001)

 

1. 줄거리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 달라는 회사 측의 요청에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林尙沃)임을 알아낸다

 

임상옥은 의주 태생으로 스무 살 무렵 중국 연경에 들어가 처음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이 돈으로 유곽에 팔려온 장미령을 사서 자유의 몸을 만들어주고 자신은 공금을 유용한 죄로 상계에서 파문을 당한다할 수 없이 승려가 된 임상옥은 고관대작의 첩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환속하여 재기하기 시작한다

 

하산할 무렵 석숭 스님이 내려준 세 가지 비결즉 '죽을 사()' 자와 '솥 정()' 자와 '계영배(戒盈盃)'의 술잔을 통해 임상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첫 번째로는 베이징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두 번째는 풍운아 홍경래의 유혹을 '솥 정()' 자의 비의(秘意)를 타파함으로써 그 혁명의 와중에도 온전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 할 쯤 채워야만 온전한 '계영배'의 비의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깨달은 임상옥은 사랑하는 여인 송이를 떠나보내고 스스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 한 마리를 솔개가 채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자신의 명운이 다하였음을 직감한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상인들을 모두 불러 일일이 빚을 탕감해주는 한편 오히려 금 덩어리까지 들려 보낸다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개성상인 박종일이 그 이유를 따져 묻자 임상옥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빚이란 것도 물에 불과한 것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갚을 빚이라 하겠는가또한 빚을 탕감하고 상인들에게 금 덩어리를 들려 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또한 상인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박종일은 임상옥의 명령으로 한양에 있는 봉은사로 출장을 떠난다그곳에서 추사 김정희를 만나 임상옥이 보낸 산삼을 전하고 추사로부터 〈商業之圖란 그림을 받아오게 된다

 

한편 임상옥이 사랑하는 여인 송이는 천주교인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대세를 주며 천주학을 전파하다가 포졸들에게 붙잡혀 황새바위에서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인 석투살로 처형당한다

 

그 이후 임상옥도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박종일에게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以衡)"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2. 주요 구절

 

- 인사(人事)

장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이다인사야말로 최고의 예인 것이다군자는 먼저 신임을 얻은 후에 사람을 부린다만약 신임을 얻기 전에 사람을 부리려 하면 사람들은 자기들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장사도 이와 같다신임을 얻는 것이 장사의 첫 번째 비결이다신임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사로서 예를 갖추어야 한다.“

 

논어 (里仁篇)

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이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니 필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된다그래서 이익을 좇으면 원망을 부르기 쉬우니 결국 의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군자가 밝히는 것은 의로운 일이요소인이 밝히는 것은 이익인 것이다.(君子有於義 小人有於利)”

 

商卽人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 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 商業之道

임상옥은 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돈을 벌었으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으며명예를 얻었으나 명예를 누리지는 않았고 풍류를 즐겼으나 쾌락에 탐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평생을 크게 소유하였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여 본 적이 없었다그는 상업을 통해 도인의 길을 걸었던 수도자였던 것이다.

 

계영배(戒盈盃, ‘가득 채움을 경계하는 잔‘)

 

· 유좌지기(宥佐之器

순자(荀子)≫ 유좌편(宥坐篇)에서 비롯된 것으로공자(孔子)가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갔는데 이 기구를 보고 사당지기에게 묻자 비어 있으면기울어지고 알맞게 차면 바르게 되며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대답했음공자는 제자를 시켜 이를 시험해 보고 권력이나 부귀를 비유하여 경계하였음즉 모든 것은 가득 차면 엎어지는 것이니사람도 권력이나 부귀가 있더라도 교만해서는 안됨을 말함

 

· 戒盈祈願 與爾同死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 인간의 욕망그 끝간 데를 모르는 욕망의 한계를 깨우쳐 줄 수 있는 그릇단지 그 안에 무엇을 담아 먹고 마시는 그릇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꾸짖고 경책하며 곁에 두고 보는 그릇그 유좌지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 이명옥의 최종목표였던 것이다.

 

· 오직 사람만이 항상 높은 곳을 찾아 앉으려 하고, 좋은 곳을 찾아 앉으려 하고, 한 번 앉으면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그러므로 사람은 눈송이 하나보다도 못한 존재인 것이다.

 

· 임상옥은 그 새벽 종소리를 들으면서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는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며 부자는 스스로 만족한 사람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 욕망의 유한함을 깨닫고 그 욕망의 절제를 통해서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하는 삶이야말로 하늘 아래 최고의 거부로 가는 상도임을 예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법구경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미운 사람을 가지지 말라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그러므로 일부러 사랑을 만들지 말라사랑은 미움의 근본이 된다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모든 근심과 걱정이 없다.”

 

 

3. 독후감

 

임상옥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가를 이룬 업적 그 자체보다도 업적을 이루고 나서 소유의 길에서도 상업의 도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일생으로 깨우쳐 주고 있는 바생활인으로서 생업에 종사하는 현대인들도 의지를 갖는다면 그의 삶의 현장에서 실천 행동을 통하여 종교에 버금가는 아니 오늘의 종교보다 더 진실한 도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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