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飮酒) 

 

                       도연명(陶淵明 365∼427) 


맑은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허겁지겁 옷 뒤집어 입고 나가 문을 열어
그대 누구인가 묻는 내 앞에
얼굴 가득 웃음 띤 농부가 서있다
술단지 들고 멀리서 인사 왔다 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나를 나무란다
남루한 차림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꼴은
고아한 생활이라 할 수 없노라고
온 세상 사람 모두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거늘
그대도 함께 흙탕물을 튀기시구려
노인장의 말에 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본시 타고난 기질이 남과 어울리지 못하노라
말고삐 틀고 옆길로 새는 법 배울 수도 있으나
본성을 어기는 일이니, 어찌 미망(迷忘)이 아니리요?
자, 이제 함께 가지고 온 술이나 마시고 즐깁시다
나의 길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겠노라

(장기근 역)

 


飮酒 -其九

1. 清晨聞叩門 倒棠往自開  청신문고문 도상왕자개

2. 問子為誰與 田父有好懷  문자위수여 전부유호회

3. 壺漿遠見候 疑我與時乖  호장원견후 의아여시괴

4. 襤縷茅簷下 未足爲高栖  남루모첨하 미족위고서

5. 一世皆尙同 願君汩其泥  일세개상동 원군골기니

6. 深感父老言 稟氣寡所諧  심감부로언 품기과소해

7. 紆轡誠可學 違己詎非迷  우비성가학 위기거비미

8. 且共歡此飮 吾駕不可回  차공환차음 오가불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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