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백신 이야기] 

 

1. 

 

DNA 백신과 mRNA 백신, 어느 쪽이 더 우수할까
화이자-모더나가 ‘현존최강’ 백신인 이유

The Science Times  2021.07.27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장의 유일한 장점은 아마도 인류의 백신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등장 이전엔 DNA백신이나 mRNA(메신저RNA) 백신, 바이러스백터 백신과 같은, 이른바 유전자 백신에 대해 ‘차세대 백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많았을 뿐 실제로 상용화된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부 백신은 동물용으로 개발된 바 있지만 막상 인체에 적용한 것은 없었다. 깐깐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기존 사례가 없다 보니 개발하는 측도, 승인 기관도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몰라 서로 암담하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세계적 긴급상황에 이르자 화이자, 모더나 등 유명 제약회사들은 발 빠르게 mR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했는데,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가장 진보된 방식이라는 점과 효과가 뛰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mRNA 백신은 항원, 병원체(여기선 코로나19)의 유전자의 형태만 파악하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정보만 합성해 사용하면 되므로 발 빠르게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과정에서 1, 2위를 차지했으며, 현재도 대부분 국가에서 주력 백신으로 쓰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태어난 첨단 백신, mRNA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1) 세포에 ‘항원 설계도’ 실어 보낸다

유전자의 본체는 DNA다. 우리 몸이 어떤 세포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몸속 장기부터 전체적인 모습까지 어떻게 구성할지, 그리고 각각의 세포가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DNA가 지령한 정보를 ‘해석’한 뒤, 단백질을 만드는 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RNA다. RNA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백신 제작에 쓰인 mRNA 역할만 살펴보자. mRNA를 흔히 메신저RNA, 혹은 전령RNA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다른 곳에 옮겨주는 일을 한다. 즉 DNA가 설계자라면, mRNA는 공장에 보내주는, 설계도면을 담은 명령서인 셈이다.

이 명령을 받아든 우리 몸속 세포, 정확히 말하면 ‘리보솜’이라는 세포 속 소기관은 첨부된 설계도대로 착실히 단백질을 생산한다. 우리 몸이 다양한 세포를 만들며 생명활동을 하는 기본적인 원리다.

화이자나 모더나에선 이 원리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똑같은 모습의 단백질을 만들라는 mRNA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사로 맞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mRNA신호를 받아들인 우리 몸 속 세포는 명령에 따라 착실하게 스파이크 단백질, 즉 항원을 생산하게 된다. 이 항원에 반응한 우리 몸속 선천성 면역은 즉시 공격을 시작하며, 동시에 일부 면역세포(B세포 등)가 기억세포로 바뀌어 우리 몸속에 장기간 살아남는 원리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즉시 물리칠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백신의 개발 및 생산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점이다. 세포가 항원을 생산하고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항원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백신처럼 외부에서 항원, 또는 항체를 배양해가며 애써 모을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은 생산 전공정에 이틀이 걸린다.

mRNA는 DNA로부터 유전 정보를 복사한 뒤 세포핵 밖으로 가져 나와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에 전달한다.

 

(2) DNA 백신이 좋을까, mRNA 백신이 좋을까

mRNA는 DNA로부터 유전 정보를 복사한 뒤 세포핵 밖으로 가져 나와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에 전달한다. 

mRNA 백신의 원리 자체는 DNA 백신이나, 바이러스벡터 백신과 비슷한 점이 많아 DNA 백신과 mRNA 백신 중 어느 쪽이 더 우수하냐는 질문을 자주 듣고는 한다. 현재 DNA 백신은 아직 FDA(미국식품의약국)나 WHO(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원리만을 놓고 비교할 땐 다음과 같은 특징을 예상할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등의 백신은 mRNA를 그대로 사용하므로 빠르게 강한 면역을 얻는다. 이미 예방률 95%에 달하는 높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DNA 백신은 우리 몸에 주입한 DNA가 세포핵에 자리를 잡는 과정, 즉 ‘형질주입’과정을 거쳐, 세포핵이 필요한 mRNA를 생산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두 가지 방법 모두 mRNA가 필요한데, DNA 방식은 mRNA 조차 세포핵에서 생산되도록 만드는 반면, 화이자나 모더나 등은 mRNA를 직접 몸 속으로 넣는다는 차이가 있다. DNA 방식은 이 단계에서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DNA 백신은 지속적으로 mRNA를 보낼 수 있으므로, 항원 단백질(코로나19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도 비교적 꾸준히 생산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항체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DNA 백신의 경우 면역 유지기간 기간이 더 길 수 있어 부스터샷(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추가접종)의 필요성이 낮을 공산이 크다.

다만 실제로는 이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DNA 백신의 변형이라 볼 수 있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 개발방식)도 현실적으로 면역 유지 기간이 두드러지게 길다는 보고는 찾기 어렵다.

부작용 면에서는 서로 장단이 있다. DNA 백신은 우리 몸속 세포핵에 다른 유전자 형질을 주입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작용 우려가 생긴다. 이는 감기만 걸려도 바이러스에 의해 쉽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으나, 이 과정에서 선천성 면역반응이 나타나며 발열, 오한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mRNA는 이와 달리 우리 몸속 DNA를 일절 손대지 않는다. 백신으로 주입된 mRNA가 세포핵 밖의 명령을 전달할 뿐이다. 스파이크 단백질 생성이 끝난 다음에는 세포가 mRNA를 제거해 버리기 때문에, m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으며,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약물에 의해 알레르기 반응이 일으날 가능성은 mRNA 백신이 더 불리해 보인다. RNA는 구조가 매우 취약 주위 환경에 따라 가지고 있는 정보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라고 보낸 mRNA 중 일부는 망가진 설계도를 담고 있을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mRNA는 중간에 유전정보가 일부 헝클어져도 이를 자체적으로 복구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만일 이렇게 세포 속에서 잘못 생산된 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키면 부작용을 겪게 된다. 이 문제를 막기 위해 mRNA를 우리 몸 속에 넣기 전에 ‘지질나노입자(LNP)’로 감싸야 하는데, 도리어 이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LNP 중에서도 PEG(폴리에틸렌글라이콜)이라는 성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DNA 백신은 RNA에 비해 비교적 구조가 튼튼한 DNA 본체를 그대로 사용하며, 이 역시 핵산 물질의 일종인 ‘플라스미드’로 감싸 전달하기 때문에 mRNA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 위험이 낮다. 물론 이런 알레르기 작용은 기존 백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RNA 백신의 안전성은 원리 면에서 기존의 약독화 및 불활성화 백신 등과 비교하면 도리어 높은 편이다.

따라서 mRNA 백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더욱 효과적인 약물전달체 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질나노입자의 형태나 성분, 구조, 취급방법 등을 개선해 효율을 높일수록 RNA가 전달 과정에 파괴될 우려도 줄어들며, 알레르기 반응 역시 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현재까지 인류가 실용화한 백신 기술 중 가장 진보된 것이라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미미한 일부 단점만 극복한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줄 강력한 무기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2.

 

신종 코로나 잡는 신종 백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차세대 백신’
The Science Times  2021.08.03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백신기술이 급격히 진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이 미증유의 바이러스를 정복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백신의 생산과 보급이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다, 현재 쓰이고 있는 백신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섭씨 영하 20도 또는 70도의 콜드체인에서 유통되어야 하므로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며, 아프리카나 남미의 가난하고 밀접한 지역에서는 이마저 공급이 어렵다. 더구나 한 번 맞은 백신의 지속성에 대해선 아직도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빠른 개발을 목표로 하다 보니 지속성에 대해선 충분한 관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 역시 생겨나며 우려를 낳고 있는 점도 새로운 백신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변종은 차츰 위험성이 낮아지지만, 경우에 따라선 치명률이 높은 또 다른 신종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 및 의학 연구자들은 더 효과가 뛰어나고 효과도 충분한 차세대 백신 개발을 이미 시작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할 코로나19 변종에 충분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차세대 백신 연구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이런 기술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앞으로 언젠가 출현할 또 다른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1)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후계자 ‘자가증폭 RNA’ 백신

 

RNA 백신과 자가증폭 RNA 백신 비교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의 연초 발표에 따르면 2세대 코로나19 백신은 240여 종에 달한다. 이후 새롭게 개발을 시작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수백여 종의 신규 백신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중 특정 기술만 개발해 학문적 지식으로 남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기술 중 몇 종을 취합해 실제 백신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다양한 차세대 백신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자가 증폭 RNA(Self-Amplifying RNA) 백신’이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가장 최첨단 백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mRNA 백신, 즉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한층 더 보완한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같지만, 백신을 맞은 우리 몸속에서 계속해서 증폭되게 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DNA 백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기존 mRNA는 세포에서 항원, 즉 면역 단백질(코로나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유전자 신호물질(mRNA)를 주사로 몸에 넣는 것이다. 즉 mRNA의 양이 부족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고, 한 번 몸속에 들어온 mRNA가 다 소진되면 항원의 생산도 중지된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두 차례에 걸쳐 맞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2회 접종을 마친 후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역을 다시 높이기 위해 ‘부스터 샷’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백신 구성요소 중에 자가증폭(self-amplifying)에 관여하는 ‘복제유전자’를 삽입한다. 항원을 생산하는 mRNA와 함께, mRNA 복제가 가능한 효소를 생산하는 명령(이것 역시 mRNA이다)을 함께 집어넣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포 속 조직(리보솜)은 항원생산에 필요한 mRNA를 복제하는 효소를 생산하게 되고, 이 효소는 함께 들어온 mRNA를 자기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서 복제한다. 이는 원리 면에서는 순수 DNA백신과 비슷하지만, DNA 전체를 사용하지 않고 mRNA를 사용해 복제기능 자체만 세포핵 밖에서 구현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연수 충남대학교 신약전문대학원 교수는 “DNA 백신과 달리 세포핵 밖에서 mRNA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국제적으로 4~6종의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주사로 맞은 mRNA가 모두 소진되면 면역이 떨어지는 기존 방식에 비해 면역 유지 기간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있으며,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효과가 충분한 것이 장점이다. 독일 바이오텍, 벨기에의 지피우스 백신(Ziphius Vaccine) 등의 기업에서 이 방식의 차세대 백신을 연구 중이다. 화이자 등도 이 방식의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DNA 백신 기술을 응용해 이와 유사한 형태의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이 있다. 제약기업 ‘제넥신’에선 ‘DNA기반 mRNA 복제 및 증폭 기술(Plasmid DNA-based self-amplifying mRNA)’을 적용한 차세대 코로나 DNA 예방백신을 개발해 지난 6월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2) 다시 뛰는 재조합백신 기술, 역대급 백신 곧 나온다

 

피터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코로나19 나노입자 백신


백신 기술의 강자는 누가 뭐라해도 역시 ‘재조합백신’이다.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고, 유통도 간편하다. 코로나19 등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재조합백신 역시 빠르게 발전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조합백신 계열의 신기술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아마도 ‘나노입자(Designed Protein Nanoparticle) 백신’일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를 뚫고 들어간 다음 세를 불린다. 그래서 바이러스 주요 유전자 부분은 빼고, 스파이크 단백질만을 만들어 몸에 넣어주고 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방법도 최근 연구되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 중,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 즉 인간 세포와 직접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분만 백신으로 제작하는 형태를 나노입자 백신이라고 부른다. 맞춤형 작은 조각으로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재조합백신에 비해 훨씬 더 높은 항체반응 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 중 가장 뛰어나다. 보관과 유통이 간편한 것도 장점이다.

이 방식을 처음 개발한 것은 워싱턴대 연구진으로, 축구공 모양의 구형 나노입자 표면에 RBD를 부착하는 후천성 면역 유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항원 형태를 개발했다. 실험결과 스파이크 단백질 전체부위를 사용하는 것보다 최소 10배 더 높은 항체반응을 보였다. 스탠퍼드대 연구진도 같은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김 교수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나노입자 백신은 유통도 간편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생산과정이 간편하고, 적은 양으로도 효능이 충분해 많은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다”며 “냉동 상태가 아니더라도 보관이 가능해 유통 역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체의 면역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강력하고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펜데믹은 극복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백신이 있을 것이다. 차세대 백신의 등장과 함께 그 기간이 한층 더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3.

 

면역률 90% ‘노바백스’ 백신의 원리
유전자 기술로 태어난 ‘재조합 백신’
The Science Times  2021.06.28
 


백신의 주성분은 어디까지나 ‘항원’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여기에 대응해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후천성 면역’을 얻을 수 있어야 백신으로서 가치가 있다. 다만 이때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그대로 이용하기 어려우니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과학자와 의료인들은 이 과정에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다양한 백신을 개발해 오면서 전통적인 개발법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병원체를 일부 조작하는 것만으로 항원을 만들 수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항원으로 작용하면서도 안전한 단백질 입자를 ‘실험실에서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이른바 ‘재조합 백신’이다.

(1) 유전자 편집기술이 낳은 신기술

대장균의 전자현미경 사진. 대장균은 재조합DNA 과정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고 있다.


백신용 항원을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병원체를 가공해 사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인데, 독성을 중화시켜 만든 약독화 백신(생백신), 증식을 억제한 불활성화 백신(사백신) 등이 주로 사용돼 왔다. 그 이후 과학이 발전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개발되자 전통적 방법으로 부족함을 느끼던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전기가 됐다. 인간이 동물ㆍ식물, 미생물의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되면서 이 방법을 백신 개발에 적용하는 기술이 다양한 방향에서 개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그 뿌리에 있는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새롭게 조합하고, 그 결과 원하는 물질을 부산물로써 생산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이 기술을 써서 백신을 만든 것을 흔히 ‘재조합 백신’이라고 부른다.  주로 세균 등을 이용하며, 드물게 식물이나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항원 물질, 즉 단백질을 부산물로 내놓으면, 이를 정제해 백신으로 쓸 수 있다. 보통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재조합 기술은 백신뿐 아니라 의학계를 포함해 다양한 인간의 연구 및 생산활동에 쓰이는 중요 기술이다. 재조합 기술은 현대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데, DNA를 분리, 조작하여 세포나 생물 내에 도입하고, 그 DNA를 늘려나가는 과정을 총칭한다. 생명체는 대사과정에서 내놓는 부산물(동물로 치면 땀이나 분변 등과 유사) 중 일부는 인간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유전자를 조작하기 편리한 대장균이나 곤충 등의 세포를 이용해 처음부터 원하는 종류의 유효성분을 최대한 대량으로 얻어내는 과정을 연구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미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활동 전반에서 검토되고 있는 기술인 셈이다. 이 기술을 일반적으로 재조합 DNA 기술이라고 부르며, 재조합 DNA 기술로 항원, 즉 단백질 생산이 가능한 미생물을 만들어 백신을 만든 것이 흔히 재조합 백신이라고 부른다. 간혹 재조합 백신이라는 단어를 바이러스 자체의 유전자, 혹은 우리 몸속 세포 그 자체를 편집하는 핵산 백신과 뜻을 혼용하는 경우가 눈에 들어오는데, 아마도 이 경우 역시 유전자를 재조합(편집)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조합 백신’이라고 하면 보통 이같은 과정을 거친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뜻한다.

재조합 DNA의 제조과정에선 대장균이나 세포의 유전자 기능을 확인한 다음, 효소 등으로 필요한 부분, 백신의 경우 병원체의 DNA가 가지고 있는 항원 결정기의 정보를 잘라 삽입해 배양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물질의 생산이 두루 가능하다. 인슐린의 대량생산도 재조합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밖에 유전자변형작물(GMO) 개발, 연구용 유전자 전환 동물 개발 등도 모두 이 기술이 기본이다. 응용할 경우 꼭 단백질만 생산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화학적으로 생명체가 생산할 수 있는 부산물은 대부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선 KAIST 이상엽 교수 연구진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석유를 얻는데 성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렇게 만든 재조합 백신은 안정적이며 효과도 비교적 확실해 백신 개발과정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이 방법으로 개발된 백신으로는 B형간염 백신이나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등이 유명하며, 모두 과거 약독화 백신이나 일반적인 불활성화 백신으로 대응이 어려웠던 것들이다. 과거 극복이 어려웠던 질병을 인류가 통제할 수 길을 재조합 백신으로 열어온 셈이다.

 


(2) ‘노바백스’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법

노바백스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재조합 기술로 개발됐다.


재조합 백신은 살아있는 병원체가 아니며, 병원체를 억지로 불활성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구분한다면 큰 줄기에서는 불활성화 백신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는데, 불활성화 백신의 구분 방법 중 ‘바이러스 또는 세균의 일부 성분만 이용하는 ‘분획화 백신(fractional vaccine)’이 있기 때문이다. 불활성화시킨 병원체 중, 전체가 아니라 면역에 필요한 일부 성분만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경우다. 그러나 재조합 백신의 개발 목적 자체가 면역을 얻는데 필요한 성분만을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라 결과적으로 같다고 보는 것이다. 이른바 서브유닛백신(Subunit Vaccine), 아단위단백질백신(Protein Subunit Vaccine) 등의 용어도 대부분 같은 뜻으로 쓰인다.

재조합백신은 면역에 꼭 필요한 성분만 선택적으로 생산해 사용하게 되므로 일반적인 불활성화 백신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며, 엉뚱한 면역이 생겨나는 일도 드물어 효과도 더 확실하다. 다만 살아있는 병원체가 아니므로 몸속에서 병원체가 계속 증식하면서 면역체계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강력한 면역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즉 원리만 놓고 보면 약독화 백신보다 면역 효과가 떨어지고, 불활성화 백신보다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면역증강제(알루미늄염 등)를 같이 맞는 경우가 많으며, 2회 이상 접종을 받는 식으로 약점을 극복한다면 면역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중에서는 ‘노바백스’ 백신이 이 구분에 속한다. 노바백스 백신의 면역 성공률은 90.4%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6월 14일(현지시간) 노바백스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2만 9,96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90.4%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95%를 오고가는 화이자나 모더나 사의 백신에 비하면 약간 떨어지지만, 이미 변이바이러스가 상당히 퍼진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더 효과가 뛰어나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불활성화 백신중에는 50%대의 낮은 예방률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히 효과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코로나19가 우리 몸속에서 세포에 침입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체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이다. 이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나방과의 곤충 세포의 DNA를 재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곤충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는 DNA구조를 끼워 넣은 다음, 이 바이러스를 나방에 감염시켰다. 나방의 몸속 세포를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 단백질을 정제, 추출한 다음 식물에서 추출한 사포닌을 면역증강제로 추가해 백신을 만들었다. 백신의 유효성분 중 일부를 식물 유래 사포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영하 수십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영상 2~8도 냉장 보관으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이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 있다. 노바백스를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자체적으로 코로나19용 재조합백신을 개발 중인데, 이미 임상에 들어가 있다. 이 방법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조합 백신은 처음 개발이 진행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전통적인 기술’로 구분될 정도이다. 그러나 DNA의 개념이 알려진 후 개발된  방법으로, 백신의 긴 역사중에서는 어엿한 첨단기법에 들어간다. 검증된 역사와 함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백신 개발 방법으로 꼽히는 이유다.

 

 

 

4.

 

백신, 꼭 주사로 맞아야 할까
코에 뿌리는 점막면역 넘어 바르고 붙이는 백신 기대
The Science Times  2021.09.02



백신은 대부분 주사로 맞는다. 그만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을 확실하게 주입할 수 있고, 피부에 주사 자국이 생기지만 회복되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백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도 장점이 큰데, 일단 유효성분을 만들기만 하면 몸에 주입하는 방법(‘제형’이라고 한다)까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사 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적지 않은데, 첫째는 주사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늘 때문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과민반응 등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일이니 감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백신 접종으로 일생 작지 않은 크기의 흉터를 가지고 사는 사람을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사는 사용이 까다롭다. 주사를 놓으려면 교육받은 전문 의료인력이 필요한데, 개발도상국은 그런 사람을 확보하는 것조차 문제가 된다. 만일 이번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처럼 질병의 대유행(팬데믹)이 일어나면 의료기반이 불확실한 국가는 주사가 백신 보급에 큰 걸림이 될 우려도 적지 않다.

 

(1) ‘코에 뿌리는 약’ 효과 얼마나 뛰어날까

그렇다면 주사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 현재까지 실용화 사례가 있으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것으로 ‘점막백신’이 있다. 점막백신은 비강백신, 그리고 드물게 먹는 약 형태인 경구백신 등으로 나뉜다. 비강백신은 말 그대로 콧속 점막, 즉 비강에 백신을 직접 뿌리는 방식이며, 경구백신의 경우 캡슐에 담은 백신성분이 위를 통과한 다음, 장 속 점막을 통해 흡수되면서 항체반응을 일으킨다. 점막백신은 소아마비를 유발하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 예방을 목적으로 경구백신 형태로 처음 실용화됐다. 이후 비강 방식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몇 종류 등장한 바 있다.

점막을 이용한 약물을 투입 방법은 사실 그리 보기 드문 형태는 아니다. 리렌자 등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흡입기를 통해 들이마시면서 인후 및 폐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현재 주목받는 건 비강백신이다. 주사 이외의 백신 접종방법 중에선 가장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접종 편의성도 주사보다 높은 편이며,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고, 바늘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의료진도 더 안전하다.

의학적으로 비강백신이 주사 백신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데,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코나 목의 점막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점막면역을 얻게 되면 점막표면에 항원, 즉 병원체가 닿게 되면 그에 적합한 항체(secretory IgA)를 점막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세포면역이 점막 부위에 더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즉 백신을 접종하면 얻을 수 있는 ‘전신면역반응’에 더해 ‘점막면역반응’을 추가로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막면역이 비강에 집중적으로 생기게 된다면, 주로 비강을 통해 감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비강백신은 약물의 흡수율이 아무래도 몸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주사만 못하다는 점,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면역증강제 등을 함께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점막 면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비강백신은 연구개발 중인 것을 포함해 7개뿐인데, 6개가 바이러스벡터(아스트라제네카 또는 얀센 방식) 백신을 비강백신 형태로 만든 것이다. 영국, 미국, 홍콩 등이다. 나머지 하나는 쿠바에서 불활성화 백신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mRNA 백신(전령RNA 백신,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방식) 백신을 비강백신 형태로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비강백신을 3차 이후 접종이랄 수 있는 ‘부스터 샷’에 적용하면 한층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이달 초 공개했다.

한편 비강백신과 유사하지만, 원리는 전혀 다른 것으로 ‘스프레이 방식’도 최근 화제다. 백신이라기보다는 예방 효과를 임시로 얻을 수 있는 보조제 같은 성격이다. 마치 비염환자들이 사용하는 콧속 스프레이처럼 생겼는데, 상비하고 다니다가 일정 시간마다 콧속에 수시로 뿌리면 효과가 뛰어나다. 즉 바이러스 침투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해 임시로 비강을 코팅하는 것이다.

성분은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있는 약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리염, 질소산화물 등이 주성분으로, 여기에 각 사가 개발한 천연물질 등을 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 각사에서 앞다퉈 제품을 개발하거나 내놓고 있다. 미국 샐바시온이 개발한 코빅실V는 바이러스의 99.99%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피부에 바르고, 파스로 붙이는 백신 나온다

비강백신과 다른 제형의 백신 역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르는 백신이다. 화장품처럼 몸에 바르기만 하면 면역을 얻을 수 있는 형태다.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2016년 한미 공동연구팀은 주사 대신 피부에 바르는 새로운 백신 기술을 개발한 바 있는데, 화장품 등에 주로 쓰는 ‘히알루론산’ 성분을 이용했다. 이 성분은 피부 세포 안에서 수용체에 의해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백신의 주효 성분을 히알루론산에 결합해 몸속으로 침투되게 할 수 있다. 이 약을 피부에 바르고 빛을 쪼여주면 활성화되면서 몸속에 흡수된다.

이 밖에 패치(파스) 형태로 만든 백신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주사를 맞지 않는다기보다, 주삿바늘이 너무나 가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해 편리성을 높인 것이다. 가느다란 주삿바늘은 몸에 들어간 다음 혈액에 섞여 녹아 없어진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이라고 부른다.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 라파스 등의 국내 바이오벤처 등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백신 기업들과 공동으로 패치형 백신을 개발, 공급하기로 하고 협력약정을 체결하는 등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먹는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먹는 백신도 기본은 점막백신이다. 장 점막에서 흡수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강백신과 달리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면역증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먹는 약이 가장 편리하고 유통 역시 편리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가 기본적인 연구를 마치고 지난 7월부터 임상을 신청했다. 코로나19용 백신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도 먹는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이 있다. ‘바이오리더스’는 경구용 점막백신 기반의 자궁경부전암 백신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HPV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먹는 약으로 만든 셈이다.

에드워드 제너의 첫 우두 접종 이후, 인류의 백신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약독화 백신을 넘어 불활성화 백신을 개발하고, 재조합백신을 지나 이제는 인간의 유전물질을 이용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백신 기술을 응용해 인간의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면역치료’ 기술은 난치병 극복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백신을 편리하게 접종할 수 있는 다양한 제형의 연구 역시 진행되면서 백신 접종의 편의성 역시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기승이라지만 인류는 백신 기술을 기반으로 이 미증유의 사태를 결국 넘어설 것이다. ‘과학이 승리한다(Science Will Win)’. 세계적 백신 기업 ‘화이자’가 본사 건물 주변에 내 걸었던 홍보 문구다.

 

 

5.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논란일까
코로나 팬데믹 주력 대응책 ‘바이러스벡터 백신’
The Science Times  2021.07.20
 

감염병 전문가들은 모든 팬데믹(질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언젠가 종식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집단면역’이 생겨나고, 또 이 과정에서 병원체(주로 바이러스)의 변이 역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변이가 일어나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 싶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차츰 증세가 더 약한 종으로 바뀌어 간다. 치명적인 증세가 많아지면 숙주, 즉 감염자가 죽거나, 격리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바이러스 내에서도 강력한 개체는 점점 퇴출당하고, 약한 개체가 더 널리 퍼져 나간다.

이처럼 치명률도 점차 낮아진다니, 막상 백신이 필요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백신은 그 시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등장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 국제적 공신력을 갖춘 기관들이 새롭게 개발된,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승인’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차세대 유전자 백신의 한 종류로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도 주력 백신으로 쓰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1) 바이러스에 DNA 실어 나른다


불활성화 백신(사백신)의 특징 중 하나는 약독화 백신(생백신)과 비교하면 면역반응이 약하다는 점이다. 항원이 살아있지 않으므로 혈액 속에 ‘항체’가 생겨나는 ‘체액 면역’만이 일어나는데, 시간이 흐르면 항원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는 면역세포(B세포)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므로 대응력이 점차 떨어진다. 반대로 ‘약독화 백신(생백신)’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면역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병원체에 감염된 우리 몸속 세포가 항원의 형태를 기억하면서 생겨나는 ‘세포 면역’ 때문이다. 세포 면역은 세포가 우리 몸속 세포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는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흉선에서 생겨나는 ‘세포독성 T 세포’라는 것이 주위 세포의 신호를 듣고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다. 세포 면역을 얻으려면 항원이 있어야 하므로, 세포 면역을 기대할 수 있는 백신은 대부분 체액 면역도 얻을 수 있다.

유전자 백신을 대표하는 3종류 백신, 즉 DNA 백신과 mRNA 백신,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모두 체액 면역과 세포 면역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며, 세포에서 항원 물질(코로나19의 경우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대단히 강력한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중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이용한다. 바이러스는 세포 내로 들어간 다음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세포에 끼워 넣은 다음, 세포의 대사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복제를 생산한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복제가 아니라, 감염능력이 없는 항체를 복제해 생산하게 하는 것이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유전자 백신 중 DNA 백신은 아직 본격적으로 실용화된 것이 없지만, 메신저RNA(mRNA) 백신과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빠르게 실용화됐다. 가장 빠르게 승인이 난 것은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백신인데, 이 두 종류는 mRNA 방식으로 현재까지 등장한 백신 기술 중 가장 진보된 기술로 꼽힌다. 이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도 2021년 2월 WHO 인증을 받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 지난 2월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FDA로 부터 긴급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 이 두 종류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이 밖에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백신 역시 바이러스 백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2) 다른 유전자 백신보다 효과 떨어지지만 사용상 무리 없어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다른 표기로 바이럴 백터(viral vector) 백신이라고도 적기도 하는데, viral이 바이러스라는 뜻이므로 사실 같은 말이다. 벡터란 전달체라는 뜻으로,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벡터로 사용할 바이러스 속 DNA를 항원 생산기능을 갖춘 DNA를 바꿔 넣어야 하므로, 제조 과정에서 유전자공학을 이용해 바이러스 자체를 수정(재조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간혹 ‘재조합 바이럴 벡터’ 등의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대장균 등을 이용해 항체를 생산하는 ‘재조합 백신’과 혼돈할 수 있어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부분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므로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동물에게만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사용하거나, 증세가 매우 미미한 바이러스를 선택하고, 이조차 감염을 막기 위해 약독화 등의 추가 대응책을 마련한다. 참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얀센 백신은 사람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독감이 아닌 ‘일반 감기’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두 종류의 백신은 같은 원리에서 개발된 것이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두 번을 접종해야 하고,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한다는 차이가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 차례만 접종해도 얀센에 필적하는 효과가 있다. 옥스퍼드대학이 아스트라제네카를 1회만 접종하는 방식으로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12월 18∼55세 성인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예방률 76% 수준에서 3개월간 가랑 면역이 유지됐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바이러스의 성질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현실적으로 DNA 백신나 mRNA 백신과 비교하면 약점이 있다. 우선 벡터로 사용한 바이러스 그 자체에 우리 인체가 면역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군이 타고 이동하는 트럭을 적군에게서 노획한 것을 사용하는 셈이라 재차 아군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만약 과거에 벡터와 유사한 계열의 병원체, 즉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과거 아데노바이러스 형질의 감기 등에 걸려 면역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벡터가 세포에 접근하기도 전에 우리 몸속 면역 시스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백신을 두 차례에 걸쳐 맞는 경우, 1차 접종을 받고 벡터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겨 2차 접종은 효과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다만 이런 단점은 다른 유전자 백신과 비교할 때의 일이며, 불활성화 백신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예방률은 70% 정도인데, 불활성화 백신인 중국 시노팜, 시노백 등은 50%대다. 같은 불활성화 백신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예방률도 그와 비슷하다.

 

(3) 바이러스벡터 최대 약점, 해결 가능할까

논란이 되는 건 예방률보다 오히려 부작용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실제 감염이 필요한 방식이라 알레르기 반응을 100% 피하는 어렵고, 선천성 면역반응이 강하게 일어나므로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삼성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사람의 경우 주사 부위 통증은 77.7%, 근육통의 경우 60.5%, 피로감은 50.7%, 두통은 47.4%, 오한이 41.2%, 발열은 36.1%의 확률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접종을 받은 사람 거의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호소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사람이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받을 가능성은 화이자보다 무려 9.5배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환자에게서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되는 부작용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유럽 의약품청(EMA) 등은 백신과 혈전증의 연관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접종자들을 분석한 결과 100만 명당 110명에게서 혈전, 즉 굳어진 작은 핏덩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 등 중요 혈관이 막히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후 선천성 면역이 강하고,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위험이 혈전 발생 위험보다 낮은 30세 미만 젊은 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 같은 원리로 만든 얀센 백신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원리상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벡터로 쓰인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의 경우 혈전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그 전 단계인 혈소판 감소증은 일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최근 독일 괴테대 연구진이 최근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밝히면서,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혈전 부작용 해소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아데노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세포액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세포핵까지 뚫고 들어가는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항원 DNA가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 있으며, 이 조각이 변이를 일으켜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백신 제조 과정을 점검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얀센 측과 접촉 중이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차세대 백신 기법 중 하나다.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 최대의 펜데믹 저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연구 및 임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안전하고 확실한 유전자 백신의 한 종류로 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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