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는 늙었으나 정신은 안 그래
<중앙일보 2022.04.15, 김형석의 100년 산책>
대한민국은 나를 따뜻한 품 안에 맞아 주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건하는 새로운 탄생을 체험했고 성공으로 이끌어 왔다.
30대 중반에 연세대학으로 가면서는 학문과 사상계, 교육과 사회적 활동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65세에 정년을 맞이하면서 가까운 친구들과 뜻을 모아 90까지는 사회적 책임을 같이하자고 약속했고 그 뜻을 성취했다. 나는 90을 맞으면서 자신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찾아 일하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강연, 집필 몇 권의 저서를 남길 수 있어 감사한다.
지금 나는 내 긴 생애를 후회하지 않는다. 30까지는 성실히 자신을 키웠고, 30여 년은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70부터 30년은 더 열심히 일했다. 육체는 노쇠해졌으나 정신적으로는 그렇게 늙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금년 4월은 내가 102세를 마무리하는 달이다. 자연히 100년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장수한 것에는 감사하지만 자랑거리는 되지 못한다. 중한 것은 오랜 세월이 아니라, 누가 더 풍요롭고 보람된 인생을 살았는가, 이다. 물론 장수와 보람까지 다 갖춘다면 축복받은 인생이 된다. 나에게는 일이 건강을 유지시켰고 정신력이 신체 건강도 지탱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고, 행복은 섬김의 대가라는 사실을 체험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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