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사위 ‘키맨’ 조정훈 “이태원 ‘세월호 시즌2’로 모는 건 선동”
[주간조선 조윤정 기자, 2022.11.06]
지난 11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인터뷰한 날, 법사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현안 질의 여부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다가 파행했다. 원래 이날은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공개로 한동훈 장관과 검찰에 대한 이태원 사건 관련 현안 질의를 하자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애도 기간이 끝난 8일에 하자’고 맞선 것이다. 결국 이날 예정돼 있던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무산됐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 의원은 “현안 질의를 국민의힘이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애도 기간 끝난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거기 동의한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현안 질의를 안 하면 예산 심의도 못 하겠다니 그게 맞을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제명 절차를 거쳐 시대전환을 공동 창당했고, 지금은 당대표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 계열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셈이지만, 조 의원은 민주당 주류 세력이 내놓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정치인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게 국가냐’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민주당에서는 ‘세월호 시즌 2’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애도 기간 중이고, 발인이 끝나지도 않았다. 경찰청 녹취록이 공개되고부터는 민주당이 완전 공격으로 바뀐 것 같다.”
- 경찰의 대응이나 인력 보충 등 행정 공백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당연하다. 국민의 안전은 헌법에 있는 의무이기 때문에 바다든 산이든 육지든 공공지든 국가 책임은 맞다. 그리고 경찰도 112 신고를 10통 넘게 받았는데 그걸 다 '씹은 것' 아니냐. 완전히 후진국형 대참사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핼러윈, 거기다가 이태원이었다. 인파가 엄청날 거라는 예상은 기본이다. 이걸 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내부에서 올라왔는데 누군가가 '별일 아닐 거다'라고 넘겼다면 이건 책임을 명확히 묻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기강의 문제일 수도 있다. 경찰청장이 직접 그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건 높이 살 만하다. 다만 경찰의 자체 감찰이 아니라 감사원에서 감찰해야 한다고 본다. 자기 식구 감싸기 식의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감사원 감사를 하자고 법사위에서 주장하려고 했는데 회의가 안 열려서…."
- 민주당에서는 정부가 '추모한다면서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한다.
"시스템 실패와 사람의 과실을 명확히 구분해서 따져서 가려내면 된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는 누가 책임지느냐는 등 관련 법규 미비가 드러났으니 서둘러서 법 개정을 해야 한다. 112 신고를 무시했다거나 미리 대비를 미흡하게 했던 것 등 사람의 실패 부분은 문책하는 게 맞다. 그런데 애도 기간에 세월호 슬로건을 들고나와서, 현안 질의를 꼭 해야 법사위를 열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날 법사위 회의가 파행되기 전까지 회의실에 들어왔던 야당 의원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뿐이었다. 현재 법사위 구성원 18명은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시대전환 1명이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조 의원은 1명 이상의 존재감을 갖는다. 특히 법사위에서 김건희·대장동 특검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를 놓고 여야가 다투면서 조 의원은 ‘정국 키맨’으로 떠올랐다. 법사위 18명 중 5분의3인 11명이 패스트트랙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캐스팅보터인 조 의원의 한 표가 그만큼 중요해진다. 지난 9월 민주당이 강력히 추진하던 김건희 특검법도 조 의원의 한 표를 얻지 못해 패스트트랙을 타지 못했다.
- 대장동과 김건희 특검법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김건희 특검법은 '답'이 없다. 영부인의 학위 위조 여부, 박사 논문 표절 등이 특검 결과로 드러나면 대통령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부인하고 이혼하는 게 답인가? 좀 웃기지 않나. 아니면 영부인 자격을 박탈한다고 될까? 결론이 애매하다. 사실 박사 학위 위조했다고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없거니와 그것 때문에 특검을 하면 도대체 몇 개의 특검이 필요한가.
반면 대장동 특검은 경우가 다르다. 사람이 아니라 사건, 즉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이익 환수라는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 언론, 변호사, 회계사, 대법관과 정치인, 정치인 아들까지 연루된 기득권 카르텔이다. 여든 야든 끝까지 물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장동 특검에서 뭘 밝혀내야 하나.
"진실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고, 백서까지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수사했고, 관계자들은 어떻게 처벌하고 이익은 어떻게 환수했는지를 후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다만 이걸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데 뭐가 더 좋은 수단일까는 지금 고민 중이다. 특검을 새로 하면 법안 자구심사(90일), 본회의 상정(60) 등 일수 때문에 수사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에 하던 검찰 수사를 다 이첩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아무튼 민주당이 발의부터 하면 살펴보고 입장을 내려고 한다."
- 김건희 특검법이 무산되고 민주당과 지지층으로부터 욕을 많이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건희 특검을 공개 반대한 후 의원실에 전화가 쇄도했다. 콜센터처럼 계속 걸려오고 쌍욕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확신범이다. 의원실에다 욕을 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면 애국이고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닌 거다. 누가 그렇게 그들을 확신하게 만들었을까. 이 부분부터는 선동 정치의 영향이라고 본다. 2030 개딸들이 586세대 메시지를 이어받은 데는 이러한 선동 정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을 '감시'하겠다고 했다. 지금 개딸들은 거의 이재명 대표를 신으로 받들고 있지 않나. 이렇게 지지층이 무조건 찬성하는 게 계속되면 그 사람은 악마가 될 수밖에 없다."
-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 퇴진론'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이 대표의 민주당에서의 가치는 당대표가 아니라 다음 대선 후보로서 있는 거다. 그러면 이 대표의 효용은 피선거권을 갖고 있을 때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조금 무리하게 사정 정국을 만든 측면은 있다고 본다. 일례로 국감하는 날 서울중앙지검이 민주당 민주연구원에 압수수색을 하는 건 굉장히 부담되고 무리한 수사였다고 본다. 검찰총장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우리 국가를 위해서는 시계 조절이 필요했던 거다. 다만 이 대표도 방탄조끼 입을 만큼 다 입지 않았나. 스스로 이 싸움의 레벨을 업시켜버린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양쪽이 팽팽할 때는 고무줄 놓는 쪽이 이기는 거다. 이 대표가 좀 스스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굿 네임'이라도 남지 않을까."
- 민주당 내에서 그런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의원님들이 우리 방에 와서 밥도 사주고 응원해주신다. 본회장에서 윙크하고 지나간 분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민주당 강경파들이 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낼 때 소셜미디어(SNS)에 '이건 집단 이지메다. 이러면 안 된다'라는 글을 썼다 지웠다 한 게 미안해서 밥을 사러 왔다고 하셨다. 169명의 생각이 다양하게 분출되는 시간이 올 것이고 와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 조 의원이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시민당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민주당과 연합 공천을 해서 여기까지 온 거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본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상황이, 팩트가 바뀌면 결론이 바뀐다. 내가 틀렸다는 게 설득이 되면 나는 결론이 바뀐다. 당신은 안 그런가?' 이 말에 공감한다. 민주당에는 배신감이겠지만, 나에게는 상황과 경험치의 변화로 인한 결론의 재구성이다.
1970년대생으로서 586 민주화 세대의 투쟁을 봐왔고 그들의 뒤치다꺼리도 다 해봤다. 근데 현실 정치에 들어와서, 원내에 들어와서 보니까 더 이상 그들의 운동법이 역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주의, 패거리 정치, 정치 선동…. 학생운동 때는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들이었지만, 오늘 2022년도의 민주주의에는 굉장히 파괴적이고 비민주적인 방법일 뿐이다. 이 선배들은 반독재는 성공했어도 민주주의는 실현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 낡은 얘기를 이 국회에서 끝내고 싶다. 특히 선동 정치와는 끝까지 싸우려 한다.”
지난 국감 기간에 조 의원은 기동민 의원 등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크게 부딪치기도 했다. 지난 10월 17일 법사위 국감에서 기 의원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조 의원은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았다. 기 의원은 그 다음날 신상발언을 통해 “앞뒤 맥락 다 자르고 허위사실 유포”라고 조 의원을 비판했고 박범계·김남국 의원이 연이어 신상발언을 요청하며 조 의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조 의원은 인터뷰에서 “여러 의원들이 무더기로 덤비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인데 왜 이렇게 커졌다고 보나.
"여러 명의 공격을 한꺼번에 받다 보니 든 생각이, 내가 저들의 가장 민감한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분들이 가진 북한 지향적인 생각이랄까. 그런 생각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11월 2일)만 해도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렸는데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게 될까. 민주당 386의 핵심 생각 중 하나가 친북, 반일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는 친일을 하자고 해도 안 할 것이다. 매력적이지도 않고 이익도 안 되니까. 친일, 반일 프레임은 오히려 일본이 두려울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아니다."
- 시대전환만의 정치적 목표가 있다면.
"정치는 삼분지계('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에서 따온 말로 나라를 위·촉·오로 나눠 서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선은 항상 중도를 가져가는 진영이 이겨왔다. 그 중도가 캐스팅보트를 넘어서 독자적인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행보는 좀 서운했다. 지난 10년간 중도정치, 제3지대의 상징이자 대선 후보급이었는데 저쪽으로 가 버렸으니, 국민에게는 '제3지대는 어차피 임시 정류소'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 중도정치는 좋지만 세력이 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원실로 전화해서 ‘2024년 비례대표 선거에서 비록 사표가 되더라도 당신을 찍겠다’고 해주신다. 사표가 될 거라는 말이 좀 아프긴 하지만…. 당선자를 내는 정당이 될 수 있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계속 열심히 만나고 있다. 2024년 총선은 민주당, 국민의힘 이렇게만 될 것 같지는 않다. 합종연횡을 넘어서 다양한 연합과 연대, 백가쟁명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 조정훈 의원실 사람들
< 조선일보 Top Class 김민희 기자, 2022년 11월호 >
그들은 왜 무모한 작당모의에 동참했을까
➊ 박성은(1987년생)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아 12세에 NGO에 가입했다. 20세가 되면서 탈배제·평화주의·생태주의를 표방한 사회당(전신은 ‘청년진보당’) 당원이 되었고,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을 거쳤다.
➋ 서기정(1989년생)
부산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성장했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와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국회 사무처에서 일하며 정치에 염증이 생겼는데, 조 의원을 만나 다시 정치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➌ 윤재훈(1985년생)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학부 때부터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공공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에 마음이 많이 가서 서울시의 관련 기관에서 오래 일하다가 작년에 이곳에 합류했다.
➍ 이종학(1988년생)
전남 광양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간 자영업자의 삶을 살았다. 은사의 소개로 조정훈 의원을 만나면서 창당 과정부터 합류했다. “정훈님을 만나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한다.
➎ 최병현(1982년생)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아 공부, 악기, 분석과 추진 업무에 두루 능한 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컨설턴트로 일했다. 조 의원실 수석 보좌관.
* 가나다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544호 문턱에 들어서는 순간 열 명의 보좌진에게서 반들거리는 생기가 확 전해졌다. 주체적으로 일을 꾸리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 있는 에너지. 일터의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노예이거나 주인이거나. 이건 태도의 문제다. 돈벌이와 시간 때우기로 대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노예의 표정이, 일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에게서는 당당함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544호 사람들은 완연히 후자였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은 상호 수평을 지향하는 조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수적인 국회 조직에서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도전을 꾸준히 해왔고, 괄목할 만한 결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들은 굳게 믿는다. 단단한 벽은 처음부터 뚫리지 않지만, 작디작은 균열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무모해 보이는 걸음에 동참한 보좌진의 마음을 물었다.
왜 하필 조정훈 의원실을 택했나요.
“정훈 님의 사람을 끄는 힘에 속았다고 봐야죠(일동 웃음). 그분이 뭔가를 하려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제가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제가 커야지 우리가 하려는 일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받아서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이종학)
“저도 매일이 도전인 삶을 살았습니다. 정훈 님처럼. 사실 더 편안한 의원실을 소개받았어요. 3선, 4선 하신 창창한 분들. 하지만 그분들과 대화하면서는 가슴이 뛰지 않았습니다. 정훈 님은 동네 형처럼 편안하면서도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한없이 따스했고요. 예전 직장도 충분히 따스하고 좋았지만 그곳을 버릴 만큼 정훈 님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이 매력적이었고, 저 작당모의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최병현)
조정훈 의원실은 여느 의원실과 다른 점이 많지요. 관점이 달라지면 내 삶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만.
“취미가 없어졌어요. 국회 사무처에서는 주어진 일을 루틴대로 실수 없이 하기만 하면 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성장하는 느낌이 없어서 성취감을 맛보려 따로 취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일을 통해 성장과 성취를 이루다 보니 굳이 취미가 없어도 되겠더라고요. 일의 몰입도가 높아졌고, 빨리 퇴근하라고 해도 ‘이것만 다 끝내고 가야지’ 하는 자발성이 커졌습니다. 사무처에서 일하면서 국회에서 마음이 떠났었는데 정훈 님과 함께하면서는 다시 정치와 정책에 대한 열정이 생겼어요. 정훈 님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만들어줍니다.”(서기정)
“말을 덜 삼키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비서로 살다 보면, 또 정치적인 조직에 있을수록 말을 삼키게 되고 자신의 관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훈 님은 늘 물어봅니다. ‘◦◦ 님은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다 똑같이 생각하면 일부러 반대편에서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과거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는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실무자는 정작 발언권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다릅니다. 보좌관과 비서관의 구분 없이 누가 더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의견을 내는지가 중요합니다.”(윤재훈)
의원실에서 서로 ‘님’ 호칭을 해보니 어떤가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오그라든다는 것? 평생 ‘님’ 호칭은 형님, 누님한테만 해봤는데 여기에 와서 사람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다 보니 너무 오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3년간 꾸준히 하다 보니 언어 습관이 바뀌었어요. 누구를 만나도 나이나 직책과 무관하게 이름 뒤에 님을 붙이고 존댓말을 쓰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바뀐 걸 느낍니다. 누구나 존중하는 마음으로.”(이종학)
“‘님’ 호칭 문화가 있는 직장을 찾고 있었어요. 국회는 국회의원 수인 300개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하잖아요.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의원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시대전환을 알게 됐습니다. 단점이라면 정훈 님을 소개할 때마다 왜 정훈 님이라고 하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정도?”(윤재훈)
조정훈 의원실은 ‘님’ 호칭 문화 외에도 의원실 내 50% 여성 할당제, 수평적인 소통체계 등 새로운 문화가 많지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손쉽게 들이받을 수 있는 문화? 다른 의원실에 있을 때는 여지없이 들이받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정훈 님 앞에서는 충돌이 아니라 소통이 됩니다.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박성은)
“외부인과 식사를 할 때 사비를 씁니다. 정치 자금을 쓰지 않아요. 세상을 바꾸라고 주는 후원금을 밥값으로 쓸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최병현)
“상임위 일을 하다 보면 선물이 꽤 들어오는데, 일절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떳떳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서기정)
“월차와 반차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 자체는 훨씬 많은데,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각자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거든요. 다른 의원실에서는 의원님 대기시간 같은 의전에 많은 시간을 쓴 기억이 납니다. 아, 오후 네 시의 수다도 신기했어요. 슬슬 몸이 뒤틀리는 시간이 되면 누군가 일어나서 허공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을 던집니다. 그러면 또 누군가 그걸 받아서 대화가 이어져요. 재밌는 건 이때의수다가 열린 회의로 이어져서 꽤 생산적인 브레인스토밍이 된다는 거예요.”(박성은)
시대전환 창당 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바꾼 게 있다면.
“국민의 희망을 담기엔 아직 작습니다. 다만 거대 양당에 진짜 작은 구멍은 낸 것 같아요. 그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낼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양당이 서로 싸울 때 진짜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국회에 와보니 문턱이 높다는 게 새삼 느껴져요. 권력과 재산이 있는 분들은 쉽게 드나들지만, 담장 밖에서 인생을 걸고 시위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그분들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정훈 님과 우리 의원실은 1~2주마다 그분들을 초청해서 사연을 듣습니다. 이제까지 수십 명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그분들한테 거대 양당과 개헌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삶의 작은 부분을 바꾸는 것이 진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최병현)
“정치 환경이 바뀌었지만 기성 정치인들은 여전히 빨간 옷과 파란 옷 둘 중 하나를 입히려 하죠. 그 틀을 해체시켰을 때 우리가 더 선명히 드러날 거라고 믿습니다.”(이종학)
조정훈 의원을 표현하는 딱 하나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고집소통. 굉장히 고집스러운데 그 고집이 또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고집이에요.”(이종학)
“애국자. 당적보다 국적이 우선이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시면서 ‘나라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자주 물어보십니다.”(서기정)
“청개구리. 편안하고 쉬운 길을 두고 자기만의 길을 폴짝폴짝 가시는 분. 돈키호테 같기도 합니다.”(윤재훈)
“무한도전. 남들이 가지 않은 길, 하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최병현)
“화장실.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정훈 님을 거치면 생각보다 손쉽게 해결되거든요.”(박성은)
보좌진은 조 의원 몰래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보좌진이 바라본 조정훈 의원에 대한 책(가제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있는 곳 544’)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현직 보좌진은 물론 다른 곳으로 이직한 전 보좌관까지 함께 만드는 책이다.
원고를 슬쩍 훑어봤다. 결국 이 책은 교집합에 대한 얘기가 될 것이다. 보좌진 각자가 걸어온 길과 조정훈 의원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고백. 그 지점에 우리가 다 같이 지향해야 할 ‘옳은 사회’의 두근거리는 미래향이 담겨 있었다.
그들에게 물었다. 이 와중에 책을 기획한 이유를. 최병현 수석 보좌관에게서 이런 답을 들었다.
“우리 의원실이 만들어가는 문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이어나가는지에 대해서도요. 또 하나, 정훈 님이 사실 되게 힘들어요. 뒤에서 보면. 정훈 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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