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제징용 유족 3인 “日 용서 힘들지만 이제는 매듭짓자”
강제징용 유족 정사형씨 등 3인 ‘제3자 변제’ 공개 찬성
<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2023.03.15 >
일제 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일본의 만행을 용서하기 힘들지만 우리 세대에서 매듭을 짓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해법에 찬성하고, 미래를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도 공감한다”고 했다. 정부 발표 이후 피해자 측이 공개적으로 찬성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미쓰비시중공업(히로시마)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정상화씨의 아들 정사형(65)씨와 익명을 요청한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나고야) 피해자 유족 등 3명이 참여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는 모두 15명(총 3건)이다. 이들 중 12명은 고인이 됐고 양금덕씨 등 생존자 3명은 13일 정부 해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들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 도망갈 수 없는 이웃 국가이자 순망치한(脣亡齒寒) 같은 관계”라며 “이제 한일 국민들이 과거는 뒤로하고 서로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며 “지금 중요한 건 극일(克日)이지 반일(反日)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향해선 “이번 주(16~17일) 한일 회담에서 징용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족들은 정부 방안을 비난하며 ‘친일(親日)’ 공세를 펴고 있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사형씨는 “90년대 말 일본에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할 땐 아무 관심이 없더니,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시류에 편승해 반일을 외치고 있다”며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30년 이상 기다린 피해자와 유족들을 또다시 희망고문 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이들은 길게는 30년 이상 끌어온 재판과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정사형씨의 부친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히로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에 있었다. 정씨 부자는 1990년대 말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후 2000년 5월 한국으로 사건을 가져와 부산지법에 소송을 냈는데, 부친은 2011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떴다. 정씨는 “이제 와서 서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려는데 또다시 좌절된다면 기대하는 분들의 마음에 칼질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2000년엔 강제징용 보상 촉구 시위했죠” - 일본 미쓰비시중공업(히로시마)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정상화씨의 아들 정사형씨가 14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지난 2000년 부산에서 강제징용 보상을 촉구하며 시위하던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유족들은 일부 시민단체를 겨냥해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하고 있는데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 동조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피해자) 자식들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유족 A씨는 “징용 피해자들이 귀국한 지 100년이 다 돼가는데 언제까지 과거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고인도 ‘(징용 피해자인) 우리만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으셨다”며 “대통령부터 나서서 100년 가까이 된 한을 풀어주겠다는데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유족 B씨는 “2세 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며 “말년에 재판 하나만 바라봤던 고인은 이 문제를 빨리 종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이어 “반대 의견도 존중하지만 생존자들도 나이가 100세에 가까운데 이번에 해결 못 하면 배상도, 사죄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게 과연 그분들이 원하는 대답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16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위로나 사죄의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 청구권 수혜 기업의 기부를 통한 배상금 재원 조성에 나선 상황에서 미쓰비시, 일본제철 등 일본 피고 기업들도 여기에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제3자 변제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야 피고 기업들이 징용 재단에 간접적 방식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이 문제는 정치 이슈로 만들어 쟁점화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해관계,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분들은 제발 손을 떼고 당사자들이 차분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일본에서 재판할 당시 현지 일본 변호사, 사회운동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분들은 항상 무릎을 꿇은 채로 부친을 대했고 ‘잘못된 과거의 일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선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냉랭했다”며 “지금 (반일)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정치인들 중 그때 힘을 보태준 사람이 있느냐”고 했다.
이어 “소송의 역사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모든 걸 다 아는 듯 얘기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했다. 정씨는 “부친이 생전에 ‘일본에 배상받기 어려울 것이고 기대하지 말라’ ‘내가 이렇게 움직였다는 것만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돈 때문에 오랜 소송전을 벌인 게 아니라는 취지다.
정씨는 “이 문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무리 지었어야 하는 문제”라며 “나는 보수가 아니고 이념도 없지만 재임 기간 (징용 배상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2012년 징용 개인 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김능환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이라며 기존 판결을 뒤집어 수혜를 받게 된 사람 입장에선 고맙지만 잘못된 판결이었다는 게 솔직한 내 소신”이라고 했다. A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운동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죽창가를 불렀을 때 분노했다”고 했다. B씨도 “한일이 서로 경제적 손해만 봤고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자꾸 뭐든 풀어가야지 몽니만 부린다고 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를 향해선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하고 있는데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 동조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피해자) 자식들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하는가”라고 했다.
2.
징용 유족 “일부 시민단체서 ‘배상금+a’ 말하며 단체행동 제의도”
일부 유족 “지원 고맙지만… 반대여론 회유·강요해 부담”
<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2023.03.15 >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 징용 피해자는 총 15명(생존자는 3명)으로 유족까지 더하면 배상 대상자는 약 40명이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같은 시민단체들이 일부 피해자 측에 법적·경제적 도움을 제공해왔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시민단체의 법률 지원과 공론화 덕분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6일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화한 전후로 일부 단체들이 반대 여론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유족은 “매일 전화해 ‘반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괴롭히고 있다”며 “다른 생각을 강요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배상을 안 받아도 계속 이자가 불어나는데 당장 받을 필요 없다’는 회유까지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른 유족도 “배상금이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다’며 단체 행동을 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했다.
정부 발표 이후에는 민노총, 정의기억연대 등 60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장외 집회를 벌이며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11일 서울광장과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거리에선 시민들로부터 반대 서명 운동을 받고 있다. 대표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20년 넘게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주한 미군 철수와 평화 협정 체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징용 해법에 논란이 일자 뒤늦게 뛰어들어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일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자위대 군홧발”이란 표현도 썼다. 13일엔 김상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를 당내에 출범시켰다. 14일 당 회의에서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굴욕적인 최악의 외교로 국가적 망신과 혼란만 증폭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민주당은 거의 매일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3.
징용피해 생존자 3명은 “日가해기업 면죄부 주는 재단 보상에 반대”
‘제3자 변제’ 해법 공식거부 밝혀
정부는 “피해자측 최소 4명 찬성”
<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2023.03.15 >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인 임재성(오른쪽) 변호사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13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제3자 변제 방식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는 13일 정부의 ‘제3자 대위 변제’ 해법에 공식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국 정부가 세운 재단이 피해 보상에 나서는 건, 일본 강제 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논리다.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들이 직접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한국 재단이 주는 지원금을 ‘동냥’이라고 표현했다.
생존자 3명의 변호인단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찾아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 문서를 전달했다.
내용증명에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니 수신인이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단은 민법 제469조 1항을 거론하며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은 특수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이를 보상할 수 없고, 피해자들 역시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생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은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고통받고 살고 있다”며 “그런 일을 생각하면 나라가 아니라 원수들”이라고 했다.
다만, 이 생존자 3명의 의견이 강제징용 배상 대상 15명 전원을 대표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최소 4명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정부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사람은 주로 생존자 3명이다. 정부와 생존자 측 변호인단 모두 각각 나머지 유족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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