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주 출신 조온윤 시인 “공감과 연대…詩로 긍정과 희망 회복했으면”

 

 

< 광주일보, 박성천 기자, 2022.03.08  >

 

첫 시집 ‘햇볕 쬐기’ 발간
“한국 현대문학 대표시인 박용철은 닮고 싶은 시인”
2019년 문화일보신춘 등단…문학동인 ‘공통점’ 활동

그는 용아 박용철 시인에 대한 경애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용철 시인은 광주 광산이 배출한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용아 시에 담긴 무욕함과 무구함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닮고 싶은 시인”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광산에서 나고 자란 조온윤 시인.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는 그는 박용철 시인을 좋아한다. “고향이 같다는 것뿐만 아니라 문우들과 시문학파 동인을 이루어 활동했다는 점”도 용아를 좋아하는 이유다.


조 시인이 대선배인 박용철 시인에 대해 경애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문학성이다. 구체적으로 “박용철 시인이 자신의 문학성만큼이나 자신과 교류했던 동료 문인들의 문학성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겼다”는 점에서 용아의 인간미를 엿보게 된다. 사실 박용철은 정지용과 김영랑 시집을 발행하는 등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정작 자신의 시집은 뒤늦게 빛을 봤다.


아마도 조온윤 시인 또한 다분히 그런 기질이 몸에 밴 문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의 주인공보다 무대 뒤편의 조력자’로 누군가를 돕는 일에 보람을 찾는 인간미 넘치는 시인 말이다. 말수가 적고 진중한 그는 내면이 단단해 보였다. 설익은 말보다는 깊은 사유를, 행동의 가벼움보다는 오랜 침묵을 택하는 쪽이었다.


이번에 펴낸 첫 시집 ‘햇볕 쬐기’(창비)의 기저에 흐르는 주제랄까 지향점은 ‘공감과 연대의 힘’으로 집약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이며 동시에 위로를 줄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나 또한 사람들에게 숱하게 상처받았고, 그 상처에 대한 위로도 사람들로부터 받았어요. 오늘의 시대를 타인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넘쳐나는 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집을 통해 한 줄기 실낱이라도 인간에의 긍정과 희망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의 시는 세상 모든 혼자의 곁에 함께 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묵시’)를 이해하고 “누군가 반드시 들어주길 바라며/ 누구도 필요 없다고 외치는”(‘공통점’) 안타까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확하게 혼자”(‘다른 차원에서 만나요’)라는 사실에 누군가 절망하고 있을 때, 그 절망은 혼자일 리 없다며 마지막까지 믿은 자의 것임을 일러준다.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걸을 땐 벨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마음이 되며//도무지 인간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인간을 위할 줄도 아는 것/ 혹은// 자기희생/ 거기까지 가닿을 순 없더라도…”


위 시 ‘중심 잡기’는 시집의 제목인 ‘햇볕 쬐기’를 떠올리게 한다. 나희덕 시인은 해설에서 “‘햇볕 쬐기’ 또는 ‘햇볕 되기’는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하다가 발견한 ‘중심 잡기’의 방식”이라고 평한다. 시집 전체의 분위기를 ‘내향적 산책자의 수화’라고 정의한 것에 절로 수긍이 간다.


시인은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인 문우들의 도움이 컸다. 광주에서 ‘공통점’이라는 문학 동인 활동을 했다.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또 시집을 엮는 동안 문우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었다”는 말에서 서로 ‘햇볕 되기’를 추구했던 문청들의 따스한 마음이 읽힌다.


“한창 열심히 활동할 때는 일주일마다 창작시를 가져와 몇 시간에 걸쳐 합평하고 책 얘기를 나눴지요. 학교(조선대 문창과)에서 합평 수업을 할 때면 지나치게 날 선 비판으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말고 서로의 작품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암묵적인 규칙을 정했어요.”


2016년부터 시작한 공통점은 벌써 6년이 넘게 별 탈 없이 함께해오고 있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는 독립출판과 문학예술 프로젝트 기획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구생에 선정돼 다음 작품활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쓰게 될 작품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으로 쓰고 싶다”고 한다. 무엇보다 동인들과 함께 추구하는 ‘같은 통점이 되는’ 문학을 할 계획이다.

 

 

 

2.

출판사 제공  ‘햇볕 쬐기’(창비)  책 소개

 


“잠시 무너지고 나면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슬픔의 뺨을 다정히 매만지는 따사로운 손길
가장 단단한 어둠을 녹이고 태어난 가장 환한 안녕

★ “이 시집을 통과한 뒤엔 사람들 속으로 되돌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안희연, 추천사)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햇볕 쬐기』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둠을 빛 쪽으로 악착같이 밀며 가”(안희연, 추천사)는 시편들을 통해 세계 속 선함의 자리를 한뼘 더 넓히고자 한다. 살아 있기에 견뎌야 하는 괴로움에 주저앉더라도 우리에게는 서로를 일으켜줄 손이 있음을 끝까지 기억하려는 시인의 “지극한 선량함”(나희덕, 해설)은 체념과 위악으로 가파르게 흐르기 쉬운 마음을 단단히 붙든다. 고립이 일상이 된 지금, 『햇볕 쬐기』는 타인의 온기를 잊지 않길 바라는 가장 순하고 정한 진심으로 내놓은 시집일 것이다.

조온윤의 시는 세상 모든 혼자의 곁에 선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묵시」)를 이해하고 “누군가 반드시 들어주길 바라며/누구도 필요 없다고 외치는”(「공통점」) 안타까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확하게 혼자”(「다른 차원에서 만나요」)라는 사실에 누군가 절망할 때, 그 절망은 혼자일 리 없다고 마지막까지 믿은 자의 것임을 일러준다. 순수하고 정직한 믿음일수록 더 깊고 짙은 절망을 드리운다는 것을 아는 시인은 “이 외로움이 나쁘지만은 않”(「휴일」)다고 말하는 이의 눈에 어린 물기를 읽는다. 혼자라는 말 뒤에 숨은 이의 여린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혼자를 결코 혼자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자기 안에 슬픔을 가둔 이에게 다가가 슬픔이 녹아 사라질 때까지 어루만지는 시인의 손길은 밖으로부터만 가능한 온기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눈을 감아도 들어오는 빛처럼 닫힌 마음을 비집고 스미는 따스함은 “길고 긴 복도 같은 일인칭을 걷”는 것만 같던 삶을 순식간에 “나란한 옆모습”(「유리 행성」)과 함께 나아가는 일로 바꾸어낸다.

우리가 손을 잡고 원을 이룰 때 피어나는 빛
고통의 세계 속에서 발명한 원주의 방식

조온윤의 시를 읽다보면 인간의 ‘손’이 그리는 선함의 풍경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손은 넘어진 이를 부축하고 떨고 있는 이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인간이 서로를 연결해 원을 이루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맞잡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원 속에서 “내 왼손을 잡은 사람과/내 오른손을 잡은 사람이 손을 놓지 않으며/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줄 때”(「주변인」) 시인은 손이야말로 인간 안의 한줄기 선량함의 증거이며 교감과 공존의 바탕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시간의 횡포에 무릎 꿇고 권태의 칼날에 찔리면서도”(추천사) 타인을 향해 뻗는 손만큼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손의 윤리에 동참하는 것이 삶을 좀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 또한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혼자의 슬픔을 어르기 위해 가장 먼저 내미는 것도 바로 ‘손’이고, “죽은 듯이 보내던 인고의 시간”(「콘크리트 산책법」)을 통과해 우리 앞에 도착한 시인의 손은 이제 “햇볕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말리는 고즈넉한 시간”(해설)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햇볕 쬐기』는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무사히 고통의 세계를 건너기 위한 조온윤식 방법론이다. “모두가 조금씩만 아파주면/한 사람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으며 “한 사람을 위해 팔을 꺾”어 “포옹”(「원주율」)의 원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시인은 ‘혼자 살아남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를 성실하게 꿈꾼다. 그 곧고 진실한 마음을 따라 원을 이룰 때, 그렇게 “슬픔 다음에 올 것”(「검은 돌 흰 돌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새롭게 피어나는 빛이 있다. 이 눈부신 빛이 다른 곳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 우리로부터 비롯되는 ‘햇빛’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시집을 덮을 때쯤 찾아온다. “눈을 감게 하지만 손을 더듬어/다른 손을 찾게도”(「백야행」)하는 빛 덕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더욱 꽉 잡게 될 것임을,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고 전해지는 온기는 우리가 서로를 더 가까이 보듬도록 도울 것임을 『햇볕 쬐기』는 나직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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