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그린피스 보고서
“꿀벌 집단폐사 막으려면 축구장 42만8500개 크기 꽃밭 필요”
< 매일경제, 조성신 기자, 2023-05-18 >
꿀벌 집단폐사를 막으려면 벌을 위한 꽃·나무밭을 축구장 42만8500여개와 맞먹는 30만ha(헥타르) 규모로 확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대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왕립지리학회가 선정한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물 5종’에 뽑기도 한 꿀벌이 집단폐사하는 일이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세계 벌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학협력단은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은 지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달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7000여개 가운데 61%인 94만4000여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5000~2만마리 사는 것을 고려하면 141억6000마리에서 188억8000마리가 죽은 것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작년 동기간 꿀벌 78억마리(39만여 봉군)가 월동 중 폐사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꿀벌 집단폐사 규모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꿀벌 집단폐사 원인에 대해 그린피스와 안동대는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유럽 10개국에서 벌에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 이후에도 다른 요인들로 인해 집단폐사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꿀벌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00여년 만에 1.09도 오르면서 벌이 동면에서 깨기 전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겨울철 온난화와 이상기상현상 증가는 월동기 꿀벌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작년 10월과 12월 이상기온으로 꿀벌이 제대로 월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는 꿀벌에게 꽃가루와 꿀 등의 먹이를 주는 ‘밀원’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양봉산업법상 밀원식물은 매실나무와 동백나무 등 목본 25종과 유채와 해바라기 등 초본 15종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밀원은 2020년 기준 14만6000㏊로 1970~80년대 47만8000㏊보다 약 33만㏊ 감소했다. 제주도의 1.8배, 여의도의 1145배 면적의 밀원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천연 꿀 70%가 생산되는 아까시나무의 경우 1980년대까지 32만ha에 조림됐다가 현재는 3만6000ha 정도에만 남아있다.
한국의 벌꿀 사육밀도는 1㎢당 21.8봉군으로 미국의 80배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원래도 치열하게 먹이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국 꿀벌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원(蜜源)을 30만㏊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원 확보를 위해서는 ▲국유림과 공유림의 적극적 활용 ▲‘밀원직불제’ 도입 검토 ▲국무총리 산하 ‘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밀원수림은 15만3381ha다. 산림청이 올해 계획한 밀원수림 조성 면적은 150ha로 이 속도로는 30만ha 밀원을 확보하는데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국내 밀원수는 아까시나무에 집중돼있는데 혀가 짧은 재래꿀벌은 아까시나무에서 꿀을 채취하기 어렵다”라면서 “계절마다 다른 꽃이 연속해서 피도록 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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