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선영


나는 선운사 동백이나 비슬산 참꽃이 아니다
고란사 홀로 숨어 피는 고란초는 더욱 아니다
나는 봄이면 담장 안에 흔히 피는 개나리이거나 목련일 따름이다
담장 안에서 고개만 비죽 내밀고 보이는 만큼만 세상을 구경하거나
더러 공원에 가면 사람들과 적당히 섞여 봄 한때의 정취를 나누기도 한다
도시의 한길가에서 탁한 공기와 매연을 마시는 일도 마다치 않아야 한다

나는 동백이나 고란초의 남다른 고고함 또는 남모를 고초에 관해 알지 못한다 알 리 없을 것이다
나는 흔하디흔한 시정의 꽃으로 꽃 피워왔으며
그렇게 피고 지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꽃 피어 있음의 한편 희열과 한편 슬픔, 환멸을 알 뿐이다
개나리 목련으로 꽃핀 데 그친 내 생이
생의 다가 아님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