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生日)
이창훈
오늘이 바로 그대의 생일인 것처럼
살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일생인 것처럼
살라
어제는 흘러가
지도 위의 흔적으로만 남는 것
내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의 끝없는 흔들림
오직 들꽃 핀 이 땅 위
두 팔 벌려 바람의 숨결을 안는
이 순간을 살라
하루 하루가 생일이자
일생인 하루살이는
가 버린 어제를 추억하지 않는다
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바로
그대의 오래 전 생일
오늘은 바로
그대의 단 한 번뿐인 일생
매 순간 순간에
거듭 피어나는 꽃처럼 피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생일인 것처럼
오늘이 바로 그대의 일생인 것처럼
이창훈 시집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있다>, (마음세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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