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선다 피차이가 인공지능(AI)에 대해 내놓은 전망이다. 그는 "인류가 만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피차이의 예상처럼 전 세계인들은 대화형 AI, 챗(Chat) GPT에 열광하고 있다.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고, 삶에 조언을 해주며, 농담까지 하는 AI가 갑자기 우리 삶에 들어왔다.
챗GPT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단체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출시했다. 무료로 공개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매달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나가고 있지만, 모두에게 AI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출시 후 두 달 동안 이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명을 돌파했다. 이제 미국 매체들은 챗GPT로 인해 미국인들의 생활이 바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이란 말 사라져”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구글을 통해 검색하는 습관 자체가 사라질 것을 예고했다. 당장 챗GPT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등장할 대화형 AI가 그렇게 할 거라고 했다. 앞으로의 세대는 ‘검색’을 아예 모를 수 있고, 기성세대의 추억에서도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창에 질문을 넣던 방식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더 멋진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성 갖춘 AI 비서 생기는 것”
현재 챗GPT는 회사가 미리 정해준 데이터만 사용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결과는 배제한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이 데이터 활용 범위와 결과를 지정해 자신만의 챗GPT를 사용하게 된다면, 검색이란 행위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자가 전문 영역을 꿰뚫고 있는 AI 비서를 두게 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프로그래머 10명 중 2명만 필요”
대화형 AI 시대에 상당수 직업은 대체나 소멸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위협받는 직종은 정해진 순서에 따른 예측 가능한 업무다. 소위 일반 행정직이 포함되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의 민원 상담 업무에 챗GPT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경우 해당 업무 인력의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교육수준을 요구했던 직종도 피해갈 순 없다. 작가·기자·번역가·교사·변호사 등이 포함된다. 결국 "같은 정보량을 생산하는 데 있어 지금보다 적은 인력이 필요하며,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브루킹스 보고서의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선 이미 챗GPT의 능력이 계량적으로 검증됐다. 캘리포니아주 의료기관인 앤서블헬스의 연구진이 챗GPT에게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치르게 했더니 모든 단계에서 약 60%의 정답률을 보이며 통과했다. 일반 의대생이 오픈북 시험으로 봐도 몇 시간이 걸릴 문제를 단 5초 만에 풀었다.
컴퓨터 코딩을 하고 오류를 잡아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간 10명의 프로그래머가 필요했다면 이젠 AI의 작업을 검토만 할 2명이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늑대는 이미 문 앞에”
기존 정보를 그대로 가져와 인용하다 보니 챗GPT가 작성한 기사에선 ‘팩트 체킹’에 한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음모론자의 입장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칼럼을 써보라고 하니 완벽한 문장으로 허위 정보를 그럴듯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챗GPT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의 개발 속도로 볼 때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 역시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로체스터 공대의 펭첸 시 부학장은 대화형 AI가 가져올 변화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것"이라며 "지금 늑대는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문 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챗GPT “나는 AI 개발의 이정표”
대화형 AI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다. 물론 그동안 인간이 쓴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답변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AI 개발의 이정표"라고 평가하면서도 인류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챗GPT의 답변 요약.
오픈AI가 창조한 챗GPT는 AI 개발에 있어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 삶을 더 편하게 쉽게 해줄 새 가능성을 열었다. 우선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은 소비자 대응이다. 민원에 즉각적이고 정확한 대응을 하면서, 인간 노동자들이 좀 더 복잡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다른 적용 분야는 콘텐트 제작이다. 인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논문이나 기사 등을 빠르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챗GPT같은 기술의 발달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거란 우려도 있다. 챗GPT의 발명은 유망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미래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기 전에 윤리·사회적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문제도 던지고 있다. 최근 오픈 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 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구글이 '바드(Bard)'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유사한 기술을 탑재한 '빙(Bing)'을 내놓았다.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도 곧바로 뒤를 이을 태세다. 이용자의 특정한 요구에 맞춰 결과를 생성하는 이른바 '생성형(Generative) AI'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 속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바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다. 이들 AI의 훈련과정과 실제 이용자들의 이용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는 피할 수 없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MIT 테크놀러지 리뷰(지난해 11월 14일)는 이 문제를 "AI 뒤에 감춰진 '더러운 비밀(Dirty Secret)'"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소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구글의 경우 검색을 한 번 하는 데 0.0003 킬로와트시(㎾h)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때 300㎎의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고 보면 된다. 구글에서 전 세계적으로 초당 4만 회, 연간 1조 3000억 회의 검색이 발생한다고 보면 이 검색 엔진을 통해 연간 약 40만 톤의 CO2가 배출되는 셈이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이용하려면, 매번 4~5배 이상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검색보다 챗 GPT를 이용하면 에너지 소비도, 온실가스 배출도 훨씬 많다는 얘기다.
벌써 챗 GPT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는데, 생성형 AI가 여럿 생긴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경쟁이 뜨거워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데이터 센터도 늘려야 하고, 성능이 더 나은 슈퍼컴퓨터도 도입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9위인 한국이 전 세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절반은 장비 운영에, 나머지 25~40%는 온도 조절 등 공조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다.
AI 훈련 때도 많은 에너지 투입
AI를 학습시키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경우 단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AI 훈련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챗 GPT 개발을 위한 GPT-3 교육에서는 1287㎿h를 소비하고 550톤의 CO2를 배출했다.
2020년 6월 포브스(Forbes)지 보도에 따르면 옛 모델 GPT-2는 매개변수가 15억 개에 불과했지만, GPT-3는 1750억개로 늘었다. GPT-2는 400억 단어의 데이터 세트로 학습했는데, GPT-3는 약 5000억 단어의 가중 데이터 세트가 사용됐다. 또, GPT-2가 훈련하는 데는 수십 페타플롭(Petflop)-일(day)이 걸렸다. 즉, 초당 1000조 번 속도로 연산하는 작업을 수십 일 계속했다는 얘기다. 이 자체도 엄청난 작업량인데, GPT-3 훈련을 같은 속도로 했다면 수천 일이 걸렸을 거라는 것이다.
특히, GPT-3는 6개월 동안 4789개의 서로 다른 버전의 모델을 거쳐 최종 모델이 만들었는데, 이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총 35톤이 넘는 CO2가 배출됐다.
이는 한국인 1인당 연간 CO2 배출량 13.65톤의 2배가 넘는 양이다.
데이터센터 위치도 중요하다
데이터 센터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어느 시간대에 AI 훈련이 집중되는지에 따라 에너지 소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있다면 같은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또, 수력발전 비중이 커지는 시간대에 작업해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효율도 중요하다. 효율이 가장 나쁜 데이터 센터는 가장 효율이 좋은 곳의 3배나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는 늘지만 수익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결국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쪽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소식지(지난해 4월 12일)에서는 "기계학습(ML)의 모델·하드웨어·데이터센터 등의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적절한 입지 선정을 통해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 발자국은 국가나 기업, 개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처음부터 탄소발자국을 고려한 모델 개발이나 효율적인 하드웨어 도입은 CO2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감축 노력 시급
지난해 7월 네이처는 관련 기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작은 데이터센터를 먼저 사용하고, 가장 큰 규모의 실험을 수행하는 업체일수록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배출량을 최소화하거나 상쇄하는 데 가장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앨런 인공지능연구소의 제시 닷지 연구원은 "AI 개발과 관련해 녹색 인공지능(Green AI)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린 ACM(미국 컴퓨터학회)의 '2022 공정성·책임성·투명성(FAccT) 학술대회'의 주제 발표에서 닷지 연구원은 "AI 연구개발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MS는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기업, 즉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흡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한다. MS는 올해 150만 톤 상당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계획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자사는 물론 관련 업체에 이르기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나머지 배출된 양은 나무를 심는 등의 방법으로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챗 GPT도 문제·해결책 알고 있어
기자는 챗 GPT에도 생성형 AI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챗 GPT는 "저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AI의 탄소 발자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효율성 개선, 재생 가능 에너지원 사용,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 크기 줄이기, 배출된 온실가스 상쇄 프로그램 활용 등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AI 개발자가 하드웨어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에너지 효율이 더 높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한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정보처리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챗 GPT도 문제를 알고 있고,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AI를 개발하는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하루 1000만명이 그에게 묻는다, 챗GPT가 부른 AI 대혁명 [AI, 일상을 바꾸다] [1] 챗GPT 月20달러 유료서비스 등장 누구나 AI로 검색·코딩·작문… 2000조원 새로운 시장 열려
< 조선일보, 임경업 기자, 2023.02.03 >
이르면 이번 달부터 일반인들도 월 구독료를 내고 AI(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AI 유료화 시대가 열린다. 출시 두달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AI(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그 주인공이다.
챗GPT를 만든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는 1일(현지 시각) 회사 블로그를 통해 월 20달러(2만4000원) 구독 방식의 챗GPT 유료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서비스 시점에 대해서는 ‘이르면 수주일 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챗GPT는 문장을 창작해내는 AI로, 진짜 사람처럼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뿐더러 정보 검색·컴퓨터코딩·소설쓰기 같은 다양한 작업을 빠르게 수행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챗GPT의 성능을 극찬하면서 “수석들과 비서관 모두 챗GPT를 써보고 익히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현재 무료로 서비스 중인 챗GPT는 하루 이용자가 1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사용이 폭증하면서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접속을 하지 못하거나 AI 응답이 느린 상황이다. 반면 오픈AI가 출시를 예고한 ‘챗GPT 플러스’는 월 20달러를 내면 AI로부터 더 빠른 응답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도 AI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챗GPT는 현재처럼 무료 사용이 가능하지만, 유료 사용자에게는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챗GPT 유료화는 본격적인 ‘AI 비즈니스’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바둑AI로 이세돌과 대국을 벌였던 구글의 AI 알파고를 비롯해 현재까지 등장했던 많은 고성능 AI는 학술·연구 목적이었고, 유통·제조 등 다양한 산업과 IT 인프라에 적용된 AI는 일반인들에겐 보이지 않는 막후에서 활약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챗GPT처럼 누구나 AI를 직접 사용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오픈AI는 “기업용 GPT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요금제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투자은행UBS는 챗GPT와 같은 AI서비스 시장이 장기적으로 1조 달러(1200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고, 미 경제지 포브스는 챗GPT 유료화에 대해 “골드 러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2.
저 TV 광고 기획자가 챗GPT였어? 이젠 영화까지 만든다 [AI, 일상을 바꾸다] [1] 예상보다 더 빠르게 생활방식 뒤흔들어
< 조선일보, 변희원 기자/ 임경업 기자, 2023.02.03 >
미 변호사 자격 시험과 의사 면허 시험 통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시험 통과, 논문 공동 작성에 이어 미국 하원의원의 연설문 대리 작성까지. 지난 두 달여간 챗GPT를 곳곳에서 사용한 결과들이다. 미국에선 챗GPT의 기획안대로 찍은 TV 광고가 나오고 있고, 챗GPT가 맞춤형으로 짜준 운동 프로그램대로 운동을 하고 인증하는 것이 인기다. 미국 대학에선 챗GPT가 대필한 에세이를 내는 학생이 많아 교수가 골머리를 앓을 정도가 되자,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AI가 쓴 글을 감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AI가 생활 곳곳으로 침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챗GPT를 비롯한 최근 AI 서비스에 대해 “마치 인터넷의 태동기와 같은 상황”이라며 “구글, 메타, 수많은 스타트업이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AI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이 산업과 생활의 양상을 통째로 뒤흔든 변혁이 AI를 통해 다시 한번 오고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 검색부터 부동산 중개까지 바꿀 AI
챗GPT는 생성 AI의 일종이다. 생성 AI란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AI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서 대상을 이해했다면 생성 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킨다. 예를 들어 AI가 여러 장의 개 사진을 학습해 개를 알아보는 수준을 넘어서 생성 AI는 새로운 모습의 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챗GPT는 현재 AI와 채팅을 나누는 방식으로 쓰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가 확장될 예정이다. 예컨대 현재 인터넷 검색은 구글이나 네이버에 ‘파리 관광 볼거리’를 입력하고 직접 웹사이트나 문서를 열어 여러 정보를 직접 수집해야 했다면, 챗GPT에 ‘파리 일주일 관광 코스’라고 입력하면 AI가 ‘첫날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고 센강을 산책하고, 저녁은 전통 프랑스 음식을 먹으라’는 식으로 일주일 치 코스를 짜준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이미 미국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고객 응대를 비롯해 담보대출계산에도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MS(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샘 올트먼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2015년 세운 오픈AI는 챗GPT를 구동하는 데 드는 서버 비용으로 매달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AI의 응답을 구동하는 데 2센트(약 25원)이 든다. 하지만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약 35조원에 달한다. AI 시장 가능성과 성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오픈AI는 올해 안에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도 내놓을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랜스포마는 인공지능 시장이 연평균 38%씩 성장해 2030년쯤에는 2000조원(약 1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화가, AI 작곡가에 이어 AI 영화감독까지
최근 생성 AI는 챗GPT가 구사하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나 오디오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기존의 AI가 단순·반복 노동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면 생성 AI는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 작업이나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쏟아져나온 미드저니, 달리(DALL-E),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가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지난달 말 만들고 싶은 음악을 설명하면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생성 AI ‘뮤직LM’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새벽과 어울리는 70년대식 재즈 음악’을 요청하면 이를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머지않아 생성 AI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메타와 구글은 동영상 생성 AI를 잇달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영상 AI는 아직 수초에서 1분 안팎의 짧은 영상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테크놀로지 리뷰는 “언젠가 대본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
세계 최대 AI 연구소 ‘오픈AI’가 만든 대화(chat·챗)에 특화된 AI.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통해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습득해, 인터넷 채팅하듯 질의응답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유명 투자자 샘 올트먼이 2015년 세웠고, 2018년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첫 버전을 공개했다.
☞생성 AI(Generative AI)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AI. 대화에 특화된 ‘챗GPT’도 생성 AI의 일종이다. 입력한 문장을 토대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주는 ‘DALL-E(달리) 2′도 유명하다.
3.
MS “엑셀에 챗GPT 탑재” 구글 “AI서비스 20개 공개” [AI, 일상을 바꾸다] [1] 빅테크들 전례없는 개발 경쟁
< 조선일보, 김성민 특파원, 2023.02.03 >
오픈AI가 공개한 AI(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신드롬 수준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전 세계 테크 업계에서 AI 개발 경쟁이 전례 없는 강도로 불붙고 있다. 그동안 AI 윤리를 강조하며 개발 중인 AI 공개를 꺼리던 미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AI 기술 공개로 급선회하고 개발 인력과 투자를 늘리며 총력전에 돌입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AI 언어 모델 ‘람다’를 활용한 새 AI 챗봇 ‘견습 시인’을 본격 테스트하고 있다. 사람의 질문에 AI가 얼마만큼 정확하게 답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구글은 이 챗봇을 구글 검색에 활용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또 AI 신제품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절차를 기존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그린 레인’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AI 기술을 공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올해 안에 20개 이상의 AI 서비스를 대거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새로운 AI 서비스를 출시할 때 내부 승인을 받는 절차를 간략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I 개발과 공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도 오는 3월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바이두는 작년 12월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을 대신하는 AI 기술을 공개했는데 AI챗봇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바이두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AI챗봇 기술을 검색 엔진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오픈AI에 12조원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 기술을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자사 제품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MS는 자사 인터넷 검색 엔진인 ‘빙’에 챗GPT 기능을 적용해 검색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이제 비트코인 투자 시대는 가고 AI 투자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온다. 투자의 물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고, 사람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생성 AI 스타트업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벤처캐피털들이 생성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3억7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에 달한다. 해당 분야의 지난 5년간 투자금을 합친 것과 맞먹는 액수다.
4.
AI, 사랑받는만큼 저작권 분쟁도 확산 [AI, 일상을 바꾸다] [1] 영상·글·초상권 등 법적 갈등
< 조선일보, 변희원 기자, 2023.02.03 >
출시와 동시에 널리 쓰이게 된 생성 AI는 법적·윤리적 문제의 벽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생성 AI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저작권이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기존의 창작물을 대량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화가와 만화가들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작품이 이미지 생성 AI 학습에 동원되는 데 불만을 제기했고, 올해 들어선 법정 공방까지 벌어질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동영상을 제공하는 게티이미지와 화가들이 지난달 이미지 생성 AI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생성 AI를 둘러싼 법적 갈등은 그림이나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 글, 목소리, 초상권, 코드처럼 저작권, 소유권을 다툴 수 있는 다른 영역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생성 AI가 만들어낸 작품의 저작권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도 뜨거운 쟁점이다. 국내외에서는 현행법상 인공지능이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 카카오브레인은 시 창작 AI 모델 ‘시아(SIA)’가 창작한 53편의 시를 모아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하면서 저작권 등록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논문 공동저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사이언스는 챗GPT 같은 AI 도구를 이용해 생성한 문서, 그림, 이미지, 그래픽은 논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표절이나 범죄, 가짜뉴스에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챗GPT로 작성한 과제나 논문을 내는 사례가 늘어나자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 내 챗GPT 접속을 차단했고 조지워싱턴대는 생성 AI를 이용할 수 없는 구술시험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온라인에 있는 글이나 사진에 반영된 편견과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학습한 결과물을 인간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들어내는 챗GPT와 오디오 생성 AI를 활용해 보이스 피싱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진·동영상 생성 AI의 결과물에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딥페이크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도 있다.
5.
빌 게이츠 “올해 가장 뜨거운 주제는 AI” AI 두뇌 반도체 GPU 수요 급증… 엔비디아 주가 올들어 40% 올라
<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 2023.02.06 >
“AI(인공지능)는 2023년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보도된 미국 포브스지와 인터뷰에서 “AI는 PC나 인터넷만큼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를 바탕으로 PC 시대를 이끌었던 게이츠가 AI를 올해 최대 화두(話頭)로 던진 것이다.
실제로 MS는 누구보다 발 빠른 AI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AI 챗봇 ‘챗GPT’를 만든 세계 최대 AI 연구소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했고, 최근에는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향후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챗GPT에 대항할) 챗봇 AI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엔 ‘오픈AI’ 출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억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업체는 챗GPT에 대항할 AI 챗봇인 ‘클로드’를 개발하고 있다.
AI 열풍이 현재 침체에 빠진 반도체 시장을 되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AI의 두뇌 반도체로 활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분야 세계 1위인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40% 이상 폭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역시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개개인별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구동하려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자연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
‘남편 생일선물로 골프화’… 네이버 쇼핑 추천에 숨겨진 비밀 [AI, 일상을 바꾸다] [2] 기획·생산·배송… 쇼핑시장 대변혁
< 조선일보, 임경업 기자, 2023.02.06 >
5일 현재 네이버 쇼핑에서 열리고 있는 ‘남편 생일 선물로 사주고 싶은 골프화’, ‘편리하게 사용하는 스마트워치’ 등 기획전 3개는 사람이 기획한 것이 아니다. 네이버의 초거대AI(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만든 AI 상품기획 담당자(MD·Merchandiser)가 만들었다. AI MD는 판매 상품 선정, 판매자 선정에서 세부적인 상품 배치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했다. ‘남편 생일 선물’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전 제목을 단 것도 AI다.
네이버는 구매자들의 상품 구매 후기 요약,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과 온라인 큐레이션(진열) 등 온라인 쇼핑 핵심 기능 곳곳에 AI를 심었다. 패션 쇼핑의 경우 판매자가 직접 의상을 추천·큐레이션하지 않고 AI에게 맡기면서 사이트 방문자들의 상품 클릭률이 26%나 높아졌다. 예를 들어 현재 판매 중인 A립스틱의 경우 AI가 7000건 사용자 후기를 분석해 “자연스러운 물복숭아 색상에 촉촉한 느낌이 오래 유지되고 케이스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쁘다”와 같이 한 문장으로 제품을 요약해 보여준다.
상품 기획이나 사용자 후기 분석 외에도 AI는 제품의 생산·보관·배송·반품 전 영역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AI 도입과 함께 온라인쇼핑의 편리성과 효율이 극대화돼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6조원(통계청 조사)을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52%나 증가한 수치다. 작년 11월까지 택배 물동량도 2019년 대비 50%가량 증가한 37억3000만 건으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발전과 함께 온라인쇼핑이 보급됐다면 AI는 온라인쇼핑 성장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네이버·카카오·구글 같은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들어 온라인쇼핑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것도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일 “지난 10년간 AI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이젠 강력한 AI가 마치 증기기관 발명처럼 인류의 역사와 산업을 통째로 뒤흔들 것”이라고 전했다.
7.
美무인매장, AI가 주문받고 요리까지
< 조선일보, 오로라 기자, 2023.02.06 >
지난해 8월, 미국 대형 빵집 체인인 파네라는 뉴욕에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문을 받는 드라이브 스루(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 매장을 두 곳 열었다.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로 자신을 ‘토리’라고 소개하는 AI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인사하고, 빵을 주문하면 “음료도 추가해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할인 쿠폰을 쓰거나, 샌드위치에 마요네즈를 듬뿍 넣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척척 알아듣는다. 헤드셋을 쓰고 주문을 받는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 드라이브 스루’인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유통 업계의 ‘무인’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무인 드라이브 스루’는 미국 맥도날드·타코벨 등 대형 체인들에 속속 나타나고 있다. 맥도날드는 AI가 자주 방문하는 차량 이미지를 인식해 고객이 좋아하는 메뉴를 우선 추천하는 맞춤화 서비스까지 개발 중이다. 심지어 주방에서도 AI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는 지난해 말부터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고, 소고기 패티를 굽는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로봇팔이 이를 토대로 정확하게 감자·양파 등을 기름에 담갔다 하나도 빠짐없이 건져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상점을 비롯해 스터디카페·PC방도 점점 무인화하고 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백화점에 들어선 무인매장은 최근 개장 1년 만에 누적 고객 25만명을 돌파했다. 매장 안 40대가 넘는 AI카메라가 직원 대신 ‘근무’를 서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을 처음 이용할 때 결제 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그다음부터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AI가 촬영된 이미지와 매대에 설치된 무게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어떤 제품을 골랐는지, 고객이 편의점을 떠났는지를 판단해 결제를 진행하는 것이다. 무인 매장 통합 설루션을 공급하는 SK쉴더스는 “고객이 카운터 같은 ‘금지 구역’에 진입하는 것도 AI가 탑재된 CCTV(폐쇄회로)가 실시간으로 감지해 점주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롯데홈쇼핑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만든 가상 인간 쇼호스트 ‘루시’가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인간 쇼호스트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외모와 유창한 말투를 가진 루시가 제품 설명을 하자 38분 만에 품절이 됐다. 네이버나 이마트의 라이브 커머스(라방·온라인 쇼핑 생방송)에서도 가상 인간이나 아바타가 쇼호스트처럼 나선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억 원대의 출연료나 스캔들에서 자유로운 가상 인간들은 광고와 드라마까지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쇼핑을 할 땐 AI의 추천을 받아 물건을 고르고, 휴가를 갈 땐 AI가 여행을 계획을 세워주며 식당에선 AI가 예약, 주문을 받아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배달까지 해준다. 인간의 노동력 개입 없이 쇼핑이나 외식의 전 과정이 완성되는 ‘무인 시대’가 확산하는 것이다.
◇광고부터 배송까지… AI 없이 쇼핑이 안 된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하면 AI가 최저가 제품은 물론 성능이 비슷한 다른 제품도 추천해 준다. 일부 업체에선 AI가 개인의 특성이나 취향까지 맞춰준다. LF(옛 LG패션)의 온라인 몰에서는 AI가 연간 100만건씩 쌓인 고객들의 사이즈 정보를 분석해 적절한 사이즈를 알려주고 SSF(옛 삼성물산) 온라인몰엔 소비자가 고른 옷에 따라 맞춰 입을 수 있는 액세서리나 신발을 알려주는 ‘AI코디네이터’도 있다.
물류 창고에서는 AI 로봇 팔이 사람 대신 물건을 옮긴다. 기존 로봇은 같은 크기의 박스만 들 수 있었지만 머신러닝을 한 AI 로봇이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박스도 인식해 옮긴다. 쿠팡의 물류 창고에선 AI 로봇이 매일 최대 10만개의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물류 창고 작업자들이 AI에서 최적의 동선을 제안받아 이동 거리와 작업량을 최소화한다. 택배 배송차의 행선지와 경로도 AI가 안내한다. 대한통운은 화물의 유형과 규모,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거리, 심지어 날씨, 주유소 위치·유가 정보까지 감안해 최적 경로를 찾아낸다. KT관계자는 “KT의 AI가 제시한 최적 운송 경로을 롯데마트 배송에 적용했더니 운행 거리는 22%, 운행 시간은 11%나 단축했다”고 했다.
소비자 상담에도 AI 챗봇이 나선다. 교환이나 환불은 AI챗봇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제품 후기를 올리면 AI가 긍정·부정 리뷰를 구분하고, 색상이나 사이즈에 대한 언급을 따로 분류해서 판매자에게 전달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발주 수량나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나이와 취향만 알려주면 1분만에 여행계획도
AI가 소비자 집단과 소비자 개인의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 취향이나 상황에 맞춘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반 여행 계획 업체가 대표적이다. 여행 정보 플랫폼 ‘트리플’의 경우 국내외 여행지와 기간을 입력한 다음, 동반자 여부를 선택하고, ‘SNS 핫플레이스’ ‘자연과 함께’ ‘여유롭게 힐링’처럼 원하는 여행 스타일을 고르면 AI가 학습해 온 여행 리뷰 110만개, 일정 590만개를 기반으로 교통편과 숙박 시설은 물론 동선, 주요 관광 포스트, 맛집 등을 빠르게 찾아준다.
여행 앱 ‘여다’도 알고리즘 기반 맞춤 일정 제공 서비스로 국내 여행 일정을 1분 만에 뽑아낸다. 예를 들어, 한식과 경치 좋은 곳을 선호하는 3인 가족의 성별과 연령을 입력하고 경기도 포천시 1박 2일 여행을 주문하면, 1일 차 추천 일정으로 전통술 박물관-점심 식당(떡갈비집)-한탄강 주상절리-산정호수-저녁 식당(한정식집)-숙소 동선을 1분 안에 제공한다.
9.
챗GPT 개발 주역 “AI, 거짓말 지어내고 악용될 소지... 규제 필요”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 미라 무라티, 인터뷰서 밝혀
< 조선일보, 김성민 특파원, 2023.02.06 >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미라 무라티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챗GPT 같은 AI(인공지능)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5일(현지시각) 미 타임지와 인터뷰를 갖고, “챗GPT를 내놓는 것에 약간의 전율을 느꼈지만 이런 수준의 열풍을 기대하진 않았다”며 “참신함과 호기심을 자아낼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디악 에어로스페이스, 테슬라를 거쳐 2018년부터 오픈AI에 재직 중이다. 오픈AI가 최근 내놓은 그림 생성 AI인 달리 2와 챗봇 챗GPT 개발을 주도했다. 무라티 CTO는 “챗GPT는 기본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도록 훈련된 대규모 신경망 구조 대화 모델”이라며 “다른 언어형 AI 모델과 마찬가지로 챗GPT도 없는 사실을 지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챗GPT가 사실 관계가 틀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오용되거나 나쁜 행위자가 악용할 수 있다”며 “챗GPT의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AI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A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지만 무라티 CTO는 AI 규제에 찬성했다. 그는 “일단 AI를 통제하기 위해 오픈AI와 같은 개발사가 이를 통제되고 책임있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넘어 규제 기관과 정부, 모든 사람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AI를 규제하는 것이 결코 이르지 않다”고 했다. AI가 가져올 미래 영향을 고려할 때 모든 사람이 규제 만들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무라티CTO는 AI의 활용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챗GPT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연구 중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챗GPT 같은 AI가 끊임없이 학습자와 대화하며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
챗GPT가 수능 봤더니… 영어 2등급, 수학 낙제
<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 2023.02.07 >
6일 본지가 챗GPT에 수능 영어 듣기영역 평가 문제를 물어보자, 챗GPT는 답을 정확하게 골라냈다. 챗GPT 화면 캡처 6일 본지가 챗GPT에 수능 영어 듣기영역 평가 문제를 물어보자, 챗GPT는 답을 정확하게 골라냈다. 미국 의사면허시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MBA(경영전문대학원) 시험까지 통과한 챗봇 AI(인공지능) ‘챗GPT’가 한국 수능을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AI 기술검증 스타트업 애나는 연세대 김시호 교수 연구팀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수학시험’을 챗GPT에게 풀게 한 결과, 영어는 2등급이었지만 수학은 낙제 수준이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실험은 그림이 포함돼 있어 문항 입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능 문제 전체를 질문으로 입력하고 답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지문을 입력하고 ‘이 글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란 질문과 함께 1~5번 보기를 같이 넣어주면 챗GPT가 이 중 답을 골라내는 식이다.
애나 측은 “영어 시험에선 듣기 평가 16문제 중 14문제, 독해 평가 17문제 중 13문제 정답을 맞혔다”며 “문단에 함축된 의미 추론, 요지 파악, 글의 목적과 주제 파악 등 난이도가 높은 문제에서 모두 정답을 맞혔다”고 했다. “합산 점수 82점을 취득해, 수능 2등급 수준의 실력”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수학 시험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애나 이상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공통 과목 분야에서 20문제 중 6문제만 정답을 맞혔다”며 “특히 확률과 통계, 미적분학, 기하 분야 문제는 전부 오답을 낼 만큼 챗GPT의 수학 능력은 아직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6일 본지가 챗GPT에 수능 영어 듣기 평가 문제를 넣어보자 실제로 정답을 척척 맞혔다. 국어 영역에서 긴 지문을 제시하고 ‘위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풀게 해보니 “음…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해주세요”란 에러 메시지를 내놨다. 아직 한글 데이터 학습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답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CTO는 “챗GPT는 문장 요약, 추론 등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어 이를 활용한 응용 서비스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산업계에서도 인재 채용에 대한 요구 사항이 바뀌게 될 ”이라고 했다.
11.
김치·참치공장도 AI 도입… 미세한 변색·뼛조각까지 잡아내 [AI, 일상을 바꾸다] [3] 제조현장 들어온 AI… 생산 속도·품질 높여
< 조선일보, 박순찬 / 변희원 / 이미지 기자, 2023.02.07 >
전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김치, 참치에도 이미 AI(인공지능)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2억캔 이상의 참치캔을 판매하는 동원F&B는 지난해부터 혹시 제품에 섞일지 모를 참치 뼈나 이물질을 잡아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이 역할을 해왔던 X선 장비에, 20만장이 넘는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탑재한 것이다. 회사 측은 “육안이나 X선으로 못 잡아낸 아주 미세한 뼈까지 AI는 잡아낸다”며 “X선 장비만 쓸 때보다 검출 성능이 6배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또 AI는 작년부터 참치 꼬리 부분의 절단면 색상·무늬를 판별해 참치 등급을 A·B·C로 나누고, 원양어선의 참치 떼 이동 경로 탐색과 예측까지 담당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김치용 배추 등급 선별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 막판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 네 등급으로 나눈 배춧잎 사진 수천장을 학습한 AI가 배추를 스캔해서, 해당 배추가 어떤 등급인지 분류해주는 것이다. 평균 정확도는 88%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깨씨무늬(흑색 반점)가 없는 1등급은 94.6%, 다량으로 있는 4등급은 100% 정확도를 보인다”며 “그간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왔던 배추 품질 분류의 정량화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화장품·반도체 공장에도 AI
식품, 화장품, 가전, 반도체 등 사업 영역을 불문하고 최근 제조 현장에는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어렵고 힘든 일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24시간 쉬지 않고 하면서 작업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AI를 도입한 기업들의 얘기다.
화장품 업계도 최근 ‘뷰티 테크’ 열풍과 함께 AI 도입이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AI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화장품 ‘비스포크 에센스’를 내놨다.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100만여 건의 피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주름·모공 등 피부 상태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에센스를 제조해주는 것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도 3년간의 연구 끝에 AI로 화장품의 사용감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간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왔던 수분감, 발림성과 같은 특징을 AI가 학습해 1~5단계의 수치로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도 AI가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을 높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부터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얇은 막(박막)을 씌우는 증착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장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 개의 데이터 가운데 박막의 두께 등 최종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선별해 정확한 ‘가상 계측(計測)’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AI의 이름은 ‘판옵테스 VM’. 회사 관계자는 “그리스 신화에 눈이 100개 달려 모든 걸 다 보는 거인의 이름에서 따왔다”며 “AI 접목 결과 품질 지표가 21.5% 개선됐고, 수율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확산하는 AI 스마트공장
LG전자는 세계 가전 업계에서 손꼽히는 AI 공장을 한국과 미국에 운영 중이다. 경남 창원의 ‘LG스마트파크’는 기존 공장과 쌍둥이처럼 똑같은 ‘디지털 가상 공장’(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10분 뒤의 생산라인 상황을 미리 예측한다. 어느 장비에서 고장이 날지, 어떤 라인에서 자재가 부족할지를 AI가 예측해 사전 해결하는 것이다. 30초마다 공장 안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분석한 결과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선 166대의 AI 무인운반차가, 공장 바닥에 붙은 3만개 이상의 QR코드를 바탕으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산출해 각종 자재를 실어 나른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엔 사람이 하루 6000번 이상 수행해왔던 일을 AI 로봇이 대체한 것”이라며 “세탁기 테스트 과정도 이젠 카메라 달린 AI 로봇팔이 도맡아 한다”고 했다. LG전자는 현재 63% 수준인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을 내년 중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2021년 3050억달러에서 연평균 10.5% 성장해 2025년엔 4550억달러(약 57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12.
10년 걸리던 백신을 1년만에… AI 의료혁명 [AI, 일상을 바꾸다] [3] 코로나 극복 1등 공신도 AI
< 조선일보, 유지한 기자, 2023.02.07 >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 백신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1.4개월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1월 개발에 착수해 그해 12월에 사용 허가를 받았다. 보통 백신이 나오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지만 모더나는 1년도 채 안 돼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된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모더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직원 수가 1000명도 되지 않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더나에는 방대한 mRNA(유전물질)를 한 번에 분석·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있었다. 이를 통해 모더나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를 발표한 지 42일 만에 백신 후보 물질을 만들어 냈다. 3만명의 대규모 임상 시험 데이터 수집·분석에도 AI가 활용됐다. 데이비드 존슨 최고 데이터 및 인공지능 책임자는 작년 말 MIT테크놀로지리뷰와 인터뷰에서 “AI를 통해 데이터 질을 높이고 결과를 예측해 신속하게 백신 개발을 수행했다”고 했다.
AI가 의료와 제약 분야를 혁신하고 있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약하며 인류의 난치병 극복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앞으로 의료분야에서 AI 침투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화두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ZS의 최고경영자(CEO) 프라탑 케드카르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환자 데이터 폭증과 기술 르네상스가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AI는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AI를 이용해 빠르게 임상 환자를 모집했다. 임상 참가자 모집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단계 중 하나다. 화이자는 AI로 아직 코로나가 퍼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감염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찾았다. 덕분에 4개월 만에 6국에서 4만6000명을 모집했다. 사람이 하면 오래 걸릴 임상 데이터 분석에도 AI가 적용됐다.결국 화이자는 10.8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 화이자의 최고 디지털 및 기술책임자인 리디아 폰세카는 지난해 한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데이터와 AI를 화이자의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적용하고 있다”며 “수퍼컴퓨터와 AI를 활용해 유망한 화합물 구별을 가속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AI는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10~15년이 걸리고 비용도 2조~3조원이 든다. 5000~1만 개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1개만 시판될 정도로 성공 확률도 낮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과 100억 개의 화합물 탐색이 가능하다”며 “연구자 수십 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다”라고 했다.
AI는 코로나뿐 아니라 인류의 질병 극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를 이용해 100만 종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지구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이 포함된다. 단백질 구조는 세포의 기능을 결정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이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AI로 단 2주 만에 6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진단 분야에서도 AI가 대세가 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영상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정해 진단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조기 진단도 가능하다.
미국 시더스 시나이 병원은 전통적인 진단 방식보다 최대 3년 빠르게 췌장암을 진단하는 AI를 개발했다. 췌장암은 5년 내 생존율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우울증, 당뇨병, 천식 같은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에도 AI가 활용된다. 중국 스타트업 보이스헬스테크의 AI는 30초 분량의 음성을 듣고 82% 정확도로 우울증을 진단한다. 캐나다 스타트업 윈터라이트는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넨텍과 함께 음성으로 알츠하이머를 감지하고 진행 정도를 추적하는 AI를 개발했다. 호흡이나 움직임으로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AI도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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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놀란 구글, AI챗봇 ‘바드’ 내놨다… “수주내 서비스” [AI, 일상을 바꾸다] [4] 빅테크들 AI 전쟁 가속화… MS는 “오픈AI와 협업 강화”
< 조선일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02.07 >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놓고 미 빅테크들이 전례 없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6일(현지 시각) 오픈AI의 챗GPT에 맞서는 AI 챗봇 ‘바드(Bard·시인)’ 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구글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가 신뢰할 만한 사전 검사자들에게 개방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주 안에 일반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바드는 구글의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람다’에 의해 구동된다. 람다는 지난해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자의식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AI 모델이다. 바드는 복잡한 주제를 단순화해 쉽게 설명하는 데 특화됐다. 구글은 “바드를 사용해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9세 어린이에게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2021년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물음에 답하는 챗GPT와 달리 바드는 최신 온라인 정보를 종합해 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AI 기술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챗GPT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구글 검색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비상 상황을 뜻하는 ‘코드 레드’를 선포하고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구글은 그간 불완전한 AI가 빚을 논란을 우려해 AI 서비스 공개에 보수적이었지만 챗GPT 바람을 계기로 AI 공개에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구글은 바드를 다른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해 챗GPT가 확산하기 전 바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출신이 차린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도 4억달러(5000억원)를 투자했다.
반면 오픈AI에 12조원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와의 협업을 강화해 AI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MS는 챗GPT와 오픈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인 GPT4를 엑셀, 파워포인트, 검색 엔진 빙을 포함한 자사 프로그램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 등의 회담이 결렬됐던 지난해 1월 중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투자 앱 ‘콴텍’의 위험 관리 시스템 ‘큐엑스 모듈’은 자사 운용 상품에 ‘위험 관리 1단계’를 일괄 적용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율을 50%로 줄였다.
한 달 뒤인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는 ‘위험 관리 2단계’를 적용, 위험 자산의 비율을 더 축소했다. AI의 판단에 따른 위험 관리로 콴텍의 대표 상품인 ‘국내주식형 대형 4호’ 펀드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8.99%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94%, 코스닥 지수는 16.46% 하락했다.
AI가 투자의 세계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투자 자문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업계는 2010년대 단순히 데이터 통계 치만을 제시하던 수준에서 자체 개발한 딥러닝 AI에 운용을 일임하는 수준까지 도약했다. 전에는 소규모 스타트업 위주로 생태계가 구성됐지만 이제는 대형 증권사와 자산 운용사들도 앞다퉈 자체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투자 자문용 AI는 고객의 투자 성향, 목표로 하는 수익률, 자금이 필요한 시점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투자 일임을 받는 경우 운용까지 직접 한다.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반영에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전산운용업체인 코스콤 집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내 이용자 수는 33만8179명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금액도 2017년 4219억원에서 지난해 1조8119억원으로 4.2배 늘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많다. 파운트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운용, 콴텍투자일임 코스콤 심사에 참여한 회사만 118개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의 통계 치를 내는 알고리즘을 판매하는 업체도 있는가 하면 딥러닝이 가능한 AI를 개발한 곳들도 있다. 천차만별인 상황”이라고 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이 자체 AI를 개발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KB증권, NH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협업해 AI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용 시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설문해 이를 반영하는데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투자 유형별 수익률은 안정 추구형 -6.09%, 위험 중립형 -8.95%, 적극 투자형 -11.91%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4.98%, 코스닥 지수가 -34.3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스콤 측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상위 5개 상품만 보면 평균 수익률이 12%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금융 그룹 첫 AI 전문 회사인 신한AI의 김성호 팀장은 “사람이 운용할 경우 수많은 정보 속에서 문제가 될 정보를 찾아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상품에 적용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드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며 “다만 현재 대부분의 상품이 AI에 완전히 운용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조언을 토대로 사람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위기 상황에서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라고 했다.
◇해외서도 AI 투자 자문 인기 상승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9880억달러(약 1242조원)에 이른다. 2010년대 중반 3000억달러 수준에서 10여년 만에 3배 이상 커진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웰스프론드, 베터먼트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등장한 이후 관련 업계가 성장해왔다.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와 대형 자산 운용사 찰스슈왑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주요 제공자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대형 은행들이 새롭게 등장한 MZ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MZ세대 투자자들은 빠르고 쉽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들은 사람보다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고, 주식에서 암호 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대상에 관심을 가진다”며 “향후 50년간 고객이 될 젊은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은행들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초기 단계, 한계 뚜렷해”
전문가들은 금융 분야의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이 금융 AI에 기대하는 것은 높은 수익률인데,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래 예측’이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AI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재식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딥러닝과 금융 자료를 활용한 예측은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AI의 최종 단계인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거에 없던 데이터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학습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융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적인 금융 인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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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1만원도 알아서 불려드릴게요” [AI, 일상을 바꾸다] [4] 고액 자산가만 받을수 있었던 투자자문 시장의 문턱 허물어
< 조선일보, 김은정 기자, 2023.02.08 >
회사원 조모(36)씨는 지난해 8월 비상금 200만원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자동화된 투자자문) 금융 상품에 넣었다. 목표 투자 기간 1년, 목표 수익률 7%, 투자 테마는 “드림카(dream car) 구입”으로 했다.
반년이 지난 현재 수익률은 6.54%를 기록 중이다. 해당 상품 프로그램은 최근 그에게 “코스피 상승 등으로 목표 수익률에 근접했습니다. 가입 잔존 기간이 짧아, 남은 기간은 채권 자산 중심으로 운용하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조씨는 “알아서 척척 굴려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돈을 넣어봤다”며 “투자를 더 늘릴 생각”이라고 했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투자 자문 시장의 벽을 허물고 있다. 자동화된 투자 알고리즘을 통해 소액도 적극 배분해 굴려주기 때문에 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 층도 최상급 어드바이스를 받으면서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
통상 국내 은행·증권사 등에서 PB(프라이빗뱅커)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위탁 금액이 1억원은 넘어야 한다. 최근 들어 문턱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게 이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로보 어드바이저는 별도 관리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 1만원부터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 각 금융사도 이 점을 앞세워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일임 수수료 역시 최저 0.4% 수준으로, 기존 금융권의 일임 수수료율(1%대) 대비 낮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산관리연구실 심현정 책임연구원은 “부모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비용에 민감하며 로보 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상품 중 독창적인 알고리즘을 갖고 운용하는 곳은 드물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지능 공학박사 학위를 가진 김홍곤 KB자산운용 인덱스퀀트운용본부장은 “공학적 지식에 실제 운용 경험이 더해져야 해외 유명 로보 어드바이저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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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던 시대는 끝났다” MS, 챗GPT 기술로 구글과 무한경쟁 시작
< 조선일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02.08 >
인공지능(AI) 챗봇이 드디어 검색 엔진에 결합되며 새로운 검색 시대가 열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7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행사를 갖고, AI 챗봇을 결합한 검색엔진 ‘빙’의 새 버전을 발표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했다.
◇AI 검색 시대 열렸다
MS의 검색엔진 빙엔 오픈AI의 챗GPT에 적용된 GPT3.5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됐다. 챗GPT보다 더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답변하지만 빙에서는 1시간 전까지의 최신 정보를 종합해 답변할 수 있다.
방식은 챗GPT와 비슷하다. 일단 웹 브라우저인 엣지를 통해 검색엔진 빙에 접속해야 한다. 검색창에 대화형으로 질문을 하면 기존 검색 결과와 함께 오른쪽 상단에 대화형의 답이 제공되는 식이다. 사용자는 답변을 보고 질문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아예 빙 챗봇과 직접 대화하는 채팅 창도 있다.
예컨대 ‘채식주의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하는지’ ‘멕시코로의 5일간의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묻거나 지시하면 챗봇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링크를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 출처를 밝히는 것이다. 나델라 CEO는 “오늘 경기가 시작됐고, 우리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카테고리인 검색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지난 20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다. 이 자리에 함께 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MS는 레드먼드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다양한 빙의 검색 능력을 체험하게 했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제한을 걸었다. 현재는 이러한 검색 유형 12가지를 예시로만 제시한 상태다. ‘4륜 구동에 제로백이 6초 이하이며, 좌석 수가 6개 이상이고 리뷰가 좋은 차를 추천해달라’고 물으면 기아 텔루라이드, 현대 팰리세이드, 테슬라 모델 Y, 볼보 XC90, 어큐라 MDX를 추천해준다. 현재 MS는 제한된 사람에게만 새로운 빙을 테스트용으로 제공하고, 추후 수주 안에 대중에게 확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MS는 새로운 빙이 웹 브라우저 엣지에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 크롬에서 빙을 접속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MS는 검색 엔진 빙과 함께 웹 브라우저인 엣지 브라우저에도 AI 기술이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경향이 있는데 빙에 적용된 AI 챗봇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MS 측도 이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MS는 빙의 인터페이스에 “빙은 AI로 구동되므로 실수가 가능하다”고 적어놨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이 도구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고 고된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계가 우리를 몰아낼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긍정적인 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MS, 구글 독주 제동 걸까
AI 챗봇 기능을 탑재한 빙이 나오면서,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이 지각변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은 92.9%, 빙이 3.03%, 야후가 1.22%, 얀덱스(YANDEX)가 0.85%, 바이두가 0.65%, 덕덕고가 0.58%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구글이 장악한 시장이다. 하지만 MS가 구글보다 먼저 AI 챗봇을 검색엔진에 적용하면서 이러한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AI 챗봇에 물어보면 더 편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구글 전날인 6일 새로운 AI 챗봇인 ‘바드’를 공개했고, 8일(현지시각) AI 관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글은 AI 챗봇을 조만간 구글 검색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테크 업계에선 AI 챗봇 기능을 적용한 검색 엔진 시대가 열리면서 현재 빅테크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서비스와 제품의 양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현재 검색 엔진에는 광고가 붙는데, 사용자들이 검색 대신 AI 챗봇을 사용하면 광고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AI 챗봇 기술을 개발했지만 수익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 AI 검색 레이스의 승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긴 이르다”며 “하지만 우리가 정보를 얻는 방법과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번역 과정에 AI를 활용한 응모작이 권위 있는 번역상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제2의 창작’으로 불리는 번역에서도 AI가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8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일본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지난해 12월 번역원이 주관하는 한국문학번역상에서 네이버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해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이 사실은 그가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뒤늦게 논란이 됐다.
마쓰스에씨는 이에 대해 “말하고 듣는 회화 실력은 서툰 수준이지만, 이미 10년 전에 한국어를 공부했고 평소 한국 웹툰을 즐겨 읽는 만큼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번역원 측에 밝혔다. 번역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통독한 뒤 정확한 번역을 위해 파파고를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마쓰스에씨가 수상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웹툰이라는 장르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번역자가 해당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그림으로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문학 등의 분야로 AI 활용이 점차 확대되면 어디까지를 인간의 순수한 창조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네이버·구글 등이 서비스하는 AI 번역기는 서로 다른 언어의 의미를 전달해주지만 미세한 어감 차이까지는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창작물을 번역기로 처리하면 금방 티가 난다는 것이 번역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엔 번역원 측에서도 해당 응모작에 번역기가 사용된 사실을 심사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다.
전례가 없는 이 사안은 한국 문화에 대한 순수한 수용도를 평가해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신인상의 취지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응모 요강에 AI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등의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론도 있다. 번역원은 신인상의 취지를 감안해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을 조건으로 하고 수상작은 확인 절차를 밟는 등 절차를 보완할 방침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AI 번역의 가능성과 수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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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AI 세계대전… MS·구글·바이두 참전 [AI, 일상을 바꾸다] [5·끝] 새로운 AI 검색시대 열려 MS, 챗GPT 결합한 검색엔진 공개 “1시간 전 뉴스까지 반영” 바이두 AI챗봇 3월 출시… 네이버·카카오도 올해 선보이기로
< 조선일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오로라 기자, 2023.02.09 >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의 기술 전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AI 채팅봇 챗GPT가 전 세계에 신드롬 수준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를 지켜보던 미국의 구글, 중국의 바이두, 러시아의 얀덱스, 한국의 네이버 같은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AI 개발과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포브스지는 “새로운 AI 전쟁이 발발했다”고 했다.
포문을 연 곳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다. 마이크로소프트는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챗GPT를 적용한 인터넷 검색 엔진 ‘빙(bing)’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대화 형식으로 원하는 것을 물으면 빙에 탑재된 AI 챗봇이 자세한 답을 해준다. 검색창에서 직접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된다. 큰 화제를 모았던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지만, 빙은 1시간 전 최신 뉴스까지 반영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AI 기반 검색 엔진 출시는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하던 2007~2008년 이후 가장 큰 사건”이라며 “AI 기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범주를 재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새로운 레이스가 시작됐다. 우리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MS의 질주에 다급해진 것은 세계 검색 엔진 1위 업체인 구글이다. 구글은 그동안 AI 윤리를 의식해 개발하던 AI의 공개에 보수적이었지만 최근 이런 기조를 바꿨다. 지난 6일 챗GPT에 맞서는 AI 챗봇 ‘바드’를 공개했다. 구글은 올해 안에 새로운 AI 서비스 20여 개를 출시할 예정이고, AI 챗봇과 구글 검색을 결합하는 것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검색 업체 바이두도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을 3월에 출시한다고 밝혔고, 러시아의 얀덱스도 챗봇 ‘YaLM 2.0′ 개발에 나섰다. 한국 업체들도 글로벌 AI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판 챗GPT인 ‘서치GPT’를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고,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KoGPT’를 접목한 대화형 AI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7일(현지 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AI챗봇을 결합한 ‘빙’은 새로운 검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더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일일이 키워드(검색어)를 입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했다.
◇AI 검색 시대 개막
이날 공개된 MS의 검색 엔진 빙엔 오픈AI의 챗GPT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됐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2조원을 투자하며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20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다”고 했다. 빙 사용 방식은 챗GPT 사용법과 비슷하다. 일단 웹 브라우저인 엣지를 통해 검색 엔진 빙에 접속해야 한다. 이후 ‘채식주의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멕시코로의 5일간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묻거나 지시하면 챗봇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빙은 이와 함께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해당 답변의 근거가 되는 사이트 링크를 보여준다. 출처를 밝히는 것이다.
현재 MS는 제한된 사람에게만 새로운 빙을 테스트용으로 제공하고, 추후 수주 안에 대중에게 확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MS는 새로운 빙이 현재는 웹 브라우저 엣지에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크롬 등 다른 웹 브라우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 도구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고 고된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계가 우리를 몰아낼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긍정적인 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최근 AI챗봇 바드를 내놓고 향후 이를 구글 검색과 연동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는 AI의 신경세포 격인 매개변수가 챗GPT의 1.5배가량인 AI 언어 모델 기반 AI챗봇을 3월 출시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구글’이라 불리는 얀덱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 3사도 AI챗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뜨거워지는 AI 검색 전쟁
AI 검색 시대는 현재 테크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통째로 뒤바꿀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구글 같은 검색 엔진 업체의 주 수입원은 검색 광고다. 사용자들의 키워드 입력에 따른 사이트 링크를 보여주는 현재와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사이트를 노출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바이두의 AI챗봇 소식을 전한 중국 펑파이 신문도 “바이두 역시 챗GPT가 촉발한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격변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기술 테스트에 뛰어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AI가 엑셀·파워포인트 같은 사무용 프로그램이나 코딩에도 사용되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테크 기업 AI 전쟁의 최후 승자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클라우드(가상서버) 업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하는 AI챗봇과 AI 검색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러한 검색량이 많아질수록 클라우드 사용량은 더욱 커지게 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 때문에 테크 업체들의 AI 기술 경쟁에서 가장 이득을 챙기는 곳은 지금 조용하게 있는 클라우드 업계 1위 아마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생성AI(데이터를 학습해 새 콘텐츠를 만드는 AI)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혹한기에도 이 분야에는 돈이 쏠리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최근 기업가치 290억달러(약 36조원)에 지분 매각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여 만에 기업 가치가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AI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생성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3억7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로 지난 5년간 투자금에 맞먹는 액수다.
19.
음란물에 스타얼굴 합성… 자녀 목소리 따라해 보이스피싱도 [AI, 일상을 바꾸다] [5·끝] 3초의 음성만 있으면 목소리 모사 AI기술 악용한 범죄 갈수록 늘어
< 조선일보, 임경업 기자, 2023.02.09 >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 틱톡에는 미국의 유명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딥페이크(deepfake) 음란물이 올라왔다. 해당 음란물은 누군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AI 화가를 이용해 만든 게시물로 분석됐다. 사람보다 정교하게 이미지를 만드는 AI를 이용해, 기존 음란물에 빌리 아일리시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틱톡 측에서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지만, 해당 딥페이크 음란물은 약 4일 동안 1100만여 명에게 노출된 상태였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AI 악용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상대를 속이는 범죄는 계속 존재해왔지만, AI가 영상·사진을 비롯해 목소리까지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모사를 하면서 피해자를 속이기 더 쉬워진 것이다.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발-이(VALL-E)’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는데, 실제 인물의 3초 정도 음성만 확보하면 목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모사했다. 이미 국내·해외 스타트업 사이에선 1분 정도의 음성 파일만 있어도 목소리 모사가 가능한 서비스가 여럿 출시된 상황이다.
이런 기술은 곧장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수 있어, 최근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피싱 범죄 주의보를 내린 상황이다. 중국은 AI 딥페이크 관련 강력한 규제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AI를 이용해 음성·영상을 생성하기 위해선 당사자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하고 원본 파일을 구분할 수 있는 별도의 표식을 남기도록 했다. AI를 이용한 마구잡이 파일 생성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프로그래머의 코딩을 돕는 AI도 해킹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회사 체크포인트에 따르면 이미 온라인에선 ‘챗GPT를 활용한 해킹 프로그램 개발’ 정보가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체크포인트는 “초보 해커도 AI의 도움을 이용해 쉽게 악성 코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AI로 인해 해킹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황으로, AI를 이용한 대규모 해킹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20.
챗GPT 덕분에, 샌프란시스코가 ‘AI 메카’로 [AI, 일상을 바꾸다] [5·끝] 개발사 중심으로 엔지니어 몰려 AI 스타트업 80곳 ‘뇌 밸리’ 형성
< 조선일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02.09 >
7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반 미 샌프란시스코 18번가. 유리창이 85개 달린 3층짜리 ‘ㄷ’ 자 형태 회색 건물엔 ‘파이오니어(Pioneer·개척자) 빌딩’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본사다. 건물 2층 한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한 보안 요원은 “건물은 거의 비어있다”고 했다. 오픈AI가 순환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18번가는 중심 업무 지구와는 떨어진 구석진 곳이다. 오픈AI 건물 맞은편엔 자동차 공업사와 공영 주차장이 있었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인 열풍을 낳으면서 생성 A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와 스타트업이 몰리고, 오픈AI 건물을 중심으로 알라모 광장과 헤이스 밸리 등 주변 지역은 ‘생성 AI의 메카’가 되고 있다.
벤처투자사 NFX에 따르면 1월 기준 생성 AI 스타트업은 전 세계에 총 539개가 있는데 이 중 80개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오는 14일에는 첫 번째 생성 AI 콘퍼런스인 ‘젠AI’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 지역엔 엔지니어들이 공동 거주하며 밤새 개발을 하는 생활 시설인 ‘해커 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오픈AI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엔 유명한 해커 하우스인 제네시스 하우스가 있고, 그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해커 하우스 ‘HF(Hacker Foundation)제로’ 건물이 있다. 이들 해커 하우스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엔 샌프란시스코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헤이스 밸리가 있다.
최근 테크 업계에선 헤이스 밸리 주변이 ‘세리브랄(Cerebral·뇌) 밸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생성 AI 관련 스타트업과 개발자가 몰리고 관련 행사도 헤이스 밸리 주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사이더에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생성 AI 개발자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세리브랄 밸리라는 말을 처음 붙인 투자사 블룸버그베타의 앰버 양 투자자는 “AI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얼굴을 보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모이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했다. 포천지는 “이러한 해커하우스는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메타 등이 창업할 때 사용한 기숙사와 차고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2022년 12월 1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Open AI에서 만든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사용한다.
오픈에이아이(OpenAI, openai.com)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함께 나누는 서비스이다. 개발사인 Open AI는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GPT-3)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달리2’(DALL-E2) ▷다국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위스퍼(Whisper)’ 등을 선보인 인공지능 연구 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챗GPT는 오픈AI에서 만든 대규모 언어예측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GPT는 어떤 텍스트가 주어졌을 때 다음 텍스트가 무엇인지까지 예측하며 글을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OpenAI에서는 2018년 GPT-1 출시 이후 2019년 GPT-2, 2020년 GPT-3에 이르기까지 버전을 높이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2) 특징과 역할
챗GPT는 인간과 비슷한 대화를 생성해 내기 위해 수백만 개의 웹페이지로 구성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전 훈련된 대량 생성 변환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공한다. 대화의 주제는 지식정보 전달은 물론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답변 및 기술적 문제의 해결방안 제시 등 매우 광범위하다. 또 사용자가 대화 초반에 말한 내용을 기억해 추후 수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픈AI는 챗봇의 차별·혐오 발언을 차단하기 위해 챗GPT에 AI 기반 조정 시스템인 ‘모더레이션API’(Moderation API)를 사용했다. 이에 챗GPT는 허용되지 않는 내용의 질문이 나올 경우 ‘차별적· 공격적이거나 부적절한 질문, 여기에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성전환자 혐오적 또는 기타 차별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질문이 포함됩니다’라고 답변한다. 이 챗GPT는 가끔 잘못되거나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2021년 이후의 지식은 제한돼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챗GPT는 대화는 물론 이를 사용해 가상비서나 스마트홈 장치 구축도 가능하게 한다. 또 챗GPT를 이용해 기사 작성도 가능하며, 정확성과 신속성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2.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채팅을?…‘챗지피티’ 뭐길래
< 한겨레, 이희욱 기자, 2022-12-12 >
월드컵이 지구촌을 흥분시킨 지난 주, 테크업계는 또다른 스타로 들썩거렸다. 주인공은 ‘챗지피티’(ChatGPT)다. 챗지피티는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12월1일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이다. 오픈에이아이는 우리에게도 낯익다.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GPT-3),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달리2’(DALL-E2), 다국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위스퍼’ 등을 선보인 인공지능 연구 재단이다.
지피티-3의 놀라운 언어 능력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거쳐 인간 못지않은 글솜씨를 갖췄다. 달리의 그림 실력도 마찬가지다. 몇 마디 지시말(프롬프터)을 넣으면 금세 새로운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챗지피티는 인공지능의 활동 영역을 ‘대화’로 옮겼다. 지피티-3를 발전시킨 지피티-3.5를 바탕으로 언어를 학습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답도 쏟아낸다.
그렇다고 단순한 챗봇이라면 새삼 화제가 되지 않았을 터. 챗지피티의 놀라운 점은 일상 대화를 넘어서는 생산 능력에 있다. ‘월드컵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에세이로 써 줘’라고 말하면 금세 그럴듯한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한다. 영어만 학습했던 지피티-3와 달리, 챗지피티는 한국말도 곧잘 알아듣는다. ‘알카노이드(벽돌깨기 게임)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 줘’라고 입력했더니 그 자리에서 벽돌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줬다.
이는 뛰어난 검색 능력 덕분이다. 챗지피티는 사람이 던진 질문, 즉 프롬프터에 적절한 답변을 방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낸다. 이를테면 뛰어나고 정교한 대화형 검색엔진인 셈이다. 틀린 코드를 올리면 이를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주제만 던져주면 기사도 대신 써준다. 구글은 검색 결과만 던져주지만, 챗지피티는 핵심만 콕 집어 결과를 보여준다. ‘구글 시대가 끝났다’는 예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챗지피티는 현재 맛보기 서비스 단계다. 지피티-3처럼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가입만 하면 곧바로 무료로 써볼 수 있다. 공개 5일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챗지피티를 기발하게 써먹는 사례도 쏟아진다. 한 개발자는 어린 시절 쓴 일기들을 챗지피티에게 학습시킨 뒤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나눴다. 챗지피티에게 새로운 언어를 만들도록 가르친 사람의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글 검색 결과에 챗지피티 답변을 함께 띄워주는 크롬용 확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개발자 미셀 황은 어린 시절 쓴 일기를 챗GPT에게 학습시킨 다음,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들 ‘생성형 인공지능’의 강점은 콘텐츠 생산이다. 인간이 재능, 노력, 시간, 비용을 들여 힘들게 만들어온 온갖 콘텐츠를 이들 인공지능은 너무 쉽게 뚝딱 만들어낸다. 결과물은 더욱 놀랍다. 신문 기사나 에세이부터 시와 소설, 그림과 음악, 영상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활약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 활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섣불리 예측하진 말자. 챗지피티나 달리2도 결국 학습의 밑바탕인 데이터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사람 없이는 인공지능도 존재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경쟁자로 여기고 대결하려 해선 안된다. 앞선 사례처럼 영리하게 길들이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공존법이다. 아무리 달리2가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췄어도 지시말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면 기괴한 그림이 나올 뿐이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인간의 또다른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3.
챗지피티
<한겨레, 김영준, 2023-01-19 ?
지난달에는 챗지피티(chatGPT)-3가 단연 화제였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에이아이(AI)’가 공개한 이 프로그램은 “눈 오는 날에는 어떤 신발이 좋아?” 같은 물음에서부터 “이런 결과가 나오게 코딩해줘”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분석해 봐” 등의 질문에 1초 만에 답을 준다. 유명인의 추모사라든지 논문 초록을 써달라는 요구에도 꾸물대지 않고 응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화이트칼라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미래가 갑자기 우리에게 맛보기로 제공된 것이다. 1초 만에 끝나는 것을 노동이라고 부르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이걸 기계가 썼다니 놀라울 따름”으로 수렴된다. 필자도 시험해 보았는데, 이공계 분야에 비해 문과 쪽은 약한지 엉터리 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건 사소한 문제로 보였다. 그 이름이 가리키듯 챗지피티는 결국 대화용 프로그램인데, 중요한 건 이미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부족한 지식도 있겠지만 그건 나중에 더 공부하면 될 일이다. 잘 모르는 게 분명한 내용을 신중한 어조로 중언부언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회사원 같아 보여서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1912~1954)이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사람이 이 기계를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는가?”라는 판별 가능한 테스트로 바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화하면서 기계가 기계인지 사람이 못 알아차리는 지경이 되면, 그 기계는 지능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챗지피티에 대한 여러 논평이 나왔지만 이것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식으로 말한 사람은 별로 못 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그 정도는 높은 허들로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닐까. 체호프의 단편 <문학 교사>(1894)에는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것밖에 말할 줄 모르는 인물이 나온다. “예, 멋진 날씨로군요. 여름은 겨울과 다르지요. 겨울에는 난로를 때야 하지만, 여름에는 난로가 없어도 따뜻하답니다.” 튜링 테스트를 한다면 기계로 판정받을 것은 이쪽이지, 챗지피티가 아니다.
그럼 이 기계가 문학작품도 쓸 수 있는가? 자연스러운 질문인데, 이번에도 튜링의 모범에 따라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사람이 기계가 쓴 작품에 감동받을 수 있는가?”로 말이다. 기계가 작품을 쓸 수 있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쓰고 있다. 방금 챗지피티는 필자의 요구에 따라 <겨울>이란 제목의 정형시를 한편 써줬다. 각운을 맞춘 5연 20행의 이 시는 이렇게 끝난다. “겨울의 아름다움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나/ 우리들 마음속에선 영원하리라.” 나는 이걸 보고 웃기는 했지만 감명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기계의 문학성에 깜짝 놀랄 날이 안 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얼마 전 튜링의 전기를 읽다가, 말년에 그가 개인적으로 겪은 곤란한 사건들을 단편소설로 정리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50년대 초반인데, 그때는 기계가 소설을 쓴다는 설정의 에스에프(SF) 소설도 나오고 있을 때다. 나는 이 불행한 인간이 죽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기계가 대신 쓰게 하는 상상을 해봤을지 궁금해졌다. 이 경우 질문은 “사람이 기계를 시켜 작품을 쓰는 데 만족할 수 있는가?”일 것이고, 이에 답하기는 비교적 쉽다고 생각된다. “만족할 수 없다.” 아마 우리는 결국 기계가 쓴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게 될 것이고, 사람이 쓰는 건 기계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뒤에도, 자신의 경험을 문학의 언어로 재발견하려는 욕구는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할” 가능성이 있다. 챗지피티의 시 <겨울>을 인용하자면 말이다.
4.
챗지피티 시대엔 ‘헛소리 탐지능력’이 필수 [유레카]
< 한겨레, 구본권 기자 , 2023-01-25 >
2016년 3월 이세돌-알파고 대국이 예고편이라면, 지난해 11월30일 공개된 오픈 에이아이(Open AI)의 ‘챗지피티’(ChatGPT)는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 개막 신호다. 거대언어모델 기반 이미지 창작 도구인 ‘미드저니’·‘달리2’에 이어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의 출현은 사고와 창작 활동이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프로그램 코드 작성, 수학 문제 풀이, 발표 자료 만들기, 기사 쓰기 등에서 챗지피티 활용 사례가 경탄과 탄식 속에 알려지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12일, 챗지피티로 작성한 논문 초록이 독창성 점수 100%로 표절검사기를 통과했고, 전문 리뷰어 수준의 진위 식별 능력을 과시해 과학자들을 우롱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연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돼 사람이 코딩할 필요 없이 말과 글로 명령할 수 있게 됐다. 코딩 교육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글쓰기 과제에서 오·탈자와 비문이 없으면 챗지피티 사용을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시험과 평가가 필수인 학교엔 발등의 불이다. 미국 일부 학교는 교내 와이파이망과 챗지피티 접속을 차단하고, 일부 대학은 시험과 과제물 제출 때 컴퓨터를 못 쓰게 하고 손글씨와 구술시험을 도입하고 있다. 한편 챗지피티 같은 인공지능은 갈수록 일상적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 범위를 예견할 수 없지만 현재 챗지피티 특성 중 주목할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챗지피티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답변해주는 도구라는 점이다.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밝혀내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수용되거나 확립된 사실과 관점을 깔끔한 형태로 출력하는 도구일 뿐이다.
둘째, 챗지피티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잘못된 사실도 확신하는 문구와 표현으로 출력물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둘 다 기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기본 속성이다.
챗지피티의 이런 특성은 인공지능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대응 방향도 알려준다. 이용 주체의 비판적 사고와 사실 검증 능력이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 인공지능의 산출물을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글쓰기 비결에 대해 “헛소리 탐지기 내장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5.
“이것도 알아?” 교육 패러다임 바꾸는 챗GPT의 출현
< 주간조선, 조윤정 기자, 2023.01.16 >
챗GPT와 나눈 대화. 답변은 영어로 제공되지만 ‘한글로 써달라’고 하면 한국어로 답해준다.
“기후변화 해결책을 기술 측면에서 3문장으로 설명해줘.”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통한 탄소배출 감소 운송 △산업 과정의 변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착해 지하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
“자바스크립트에서 HTTP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XMLHttpRequest 객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정된 URL에 GET 요청을 작성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아래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짧은 시를 지어줘.”
“푸른 청새치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네
힘과 승리, 자부심의 상징이여
한 노인이 반드시 이겨내야 할 시련이란
인내와 의지를 향한 여행
야수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의 황홀감이 필요하지
하지만 결국에 어망을 슬쩍 들여다보면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너무나 간단하다네.”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인 ‘챗(chat)GPT’가 위와 같은 답을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채팅창에 그 어떤 질문을 타이핑해 넣어도, 모니터 속 기계는 잠깐 고민하는 듯 커서를 몇 번 깜빡이고는 청산유수로 완결된 글을 내놓는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이 챗봇은 최근 몇 년간 놀랄 만한 발전을 거듭한 AI 기술의 결산이다. 누구든지 오픈AI 웹사이트(http://openai.com/blog/chatgpt)를 통해 메일주소로 가입만 하면 몇 시간이고 기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영어 기반 서비스이긴 하지만, 실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매력에 빠진 전 세계 이용자들은 ‘블랙홀에 빠졌다’ ‘기계한테 개인적인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다’ 등의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주목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간이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과정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낯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혁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교육현장에선 이 챗봇을 이용해 약술형 문제를 풀고,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을 넘어 논문 작성도 가능하다고 본다. 교육계 및 학계의 전통적 문제였던 대필, 표절 등과 같은 윤리 문제로 번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고, 챗봇의 등장으로 저작권 이슈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교육계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 지난 1월 6일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 내 기기네트워크에서 챗GPT 접근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과제 대필 행위를 비롯한 허위정보 확산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포브스 등 외신에서도 미 현지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모르는 정보를 가르치는 행위가 무의미해졌다. 뭘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고민을 호소한다고 보도했다.
‘챗GPT’에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구글의 ‘알파고’처럼 AI의 이름이자 종류다. 오픈AI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GPT와 채팅을 나눌 수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와 투자자 샘 알트먼이 2015년 만든 연구소 ‘오픈 AI’는 2018년 대규모 언어 모델인 GPT의 첫 버전을 공개했다. 이후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인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몇백 배씩 늘려가며 발전을 거듭해왔는데, 챗GPT의 기반이 되는 언어모델 GPT-3.5는 약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쓴다. 올해 오픈AI에서 공개할 업데이트된 버전 GPT-4는 1000조개에 달하는 인간의 시냅스 개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매개변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람이 경험하고 배운 바를 토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결과 값을 산출해낸다. GPT를 비롯한 챗봇의 대답도 역시 사람이 만든 수많은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다. 이때 매개변수가 많아질수록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커지는데, 인공신경망에서 매개변수는 인간 뇌에서 뉴런 간 정보 전달 통로 역할을 하는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매개변수 수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IQ는 높아지는 셈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챗봇
챗GPT의 똑똑한 답변은 단순히 챗봇이 인간과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럽고 문장이 정돈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도 구글 어시스턴스, 아이폰의 시리 등 대화형 인공지능은 널리 쓰이고 발전해왔다. 그러나 챗GPT가 특별한 이유는 완결된 형태의 글을 바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인터넷상에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취합해 중요도를 판별한 다음, 그 내용을 정리해 글 구조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즉 글쓰기를 통해 길러지는 인간의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지적 역량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의미다.
“보고서 주제에 대해 프레임을 짜고,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우리 뇌는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뇌가 끊임없이 발달한다. 그런데 프레임이 정해져 있고, 답도 너무나 쉽게 알아버리는 상황이라면 그 사고의 초기 단계를 인공지능에 의존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지금은 텍스트 기반인 챗GPT가 글쓰기 과정에서 길러지는 지적 역량을 위협한다면, 향후 음성이나 영상 기반으로까지 기술 발달이 확산했을 때는 사고(思考) 전체를 기계에 미뤄버리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챗GPT의 등장으로 향후 벌어질 이러한 ‘정보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타일러 코웬 미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을 살펴보자.
“지난 10년간 인터넷 사용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는 원본이 뭔지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보를 보여준다. 원문이 있는 브라우저 자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나는 아침마다 트위터 등 브라우저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2년이 채 안 돼서 닥쳐올 변화는 이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컴퓨터에 관심 주제를 대략적으로만 말해도 인공지능이 그에 대한 관련 정보를 모두 리믹스해서 들려준다. 그것도 나의 필요에 맞게, 읽기 좋게 각색된 형태로.”
기사, 논문 등 모바일에서 원문 텍스트를 읽고 ‘정리된 정보’를 내놓는 사고 과정을 기계에 맡기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코웬 교수는 이를 두고 “디지털 정보의 구조 자체를 인공지능이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완성도 외에 낮은 접근성도 높이 평가된다. 사이트에 가입해 질문을 타이핑하기만 하면 되는 챗GPT는 언어 장벽도 낮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한글 답변은 아직 어색하지만, 한국어나 일본어로 질문을 입력해도 챗GPT는 곧바로 이해하고 답변을 내놓는다. 하나의 페이지 안에서 번역과 생성이 같이 이뤄지는 것이다.
패닉에 빠진 교육 현장
가장 즉각적인 우려를 표한 곳은 교육계다. 약술형 문제, 에세이 등 글쓰기를 통해 학생의 지적 역량을 평가하고 발달시키는 일에 중차대한 혼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써 뉴질랜드의 한 대학생 집단은 “챗GPT를 통해 얻은 글을 수정해서 에세이를 제출한 것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국제기계학습학회 등 권위 있는 인공지능 학회에서도 챗GPT를 사용한 논문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챗GPT가 글로 써낼 수 있는 분야나 형식에는 제한이 없다. 조건만 잘 달면 어떤 과목의 과제든 챗GPT가 ‘대필’해줄 수 있다. 철학, 문학, 사회적인 이슈부터 코딩, 기사 작성뿐 아니라 법적 자문이나 의학적 조언 등 전문적으로 여겨져 왔던 분야도 모두 포괄한다. 실제로 챗GPT에 ‘MLA 형식, 4문단으로 기술 발전이 인류의 진보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에세이를 써 줘’라고 부탁하면, 서론·본론·결론 형식에 반론까지 들어가는 꽤 그럴듯한 에세이가 금세 만들어진다. 더욱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써달라’고 입력하면 아예 다른 에세이를 써낸다. 어려운 단어는 모두 쉽게 바꾸고 기술이 뭔지 등 기초 개념 위주로 접근하는 식이다.
학생들이 챗GPT를 마치 구글 검색창처럼 여기고 검색을 할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챗GPT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기계에 제공하는 데이터가 일정 부분 특정 국가, 언어, 성향에 치우친 만큼, 챗GPT가 내놓는 정보도 일부 편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한국어를 사용해서는 제대로 된 장문의 글을 기대할 수 없다. 아예 틀린 정보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장제스’를 ‘일본 민주당 지도자’라고 소개하거나, 잘못 작성된 코드를 맞는 것처럼 알려주는 식이다. 데이터 입력 기한인 2021년 이후에 생성된 정보는 처리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 지금 누구냐’고 물었을 때 챗GPT는 ‘지금의 정보로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답한다.
AI가 쓴 글을 수정하면 내 글?
챗GPT의 대답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표절이나 대필 등의 문제는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이슈와도 연결된다. 지난 1월 9일 블룸버그는 챗GPT 등 AI 기반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하며, 앞으로 인공지능 관련 분쟁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턴잇인’ 등 표절 검사 사이트에서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과 사람이 작성한 글을 구분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불완전한 상태다. 챗GPT가 작성한 글에서 단어 몇 개와 표현 몇 개만 수정하면 표절 검사에 걸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저작권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AI가 학습할 때 쓰는 데이터에도 사실 저작권이 있다. 그림이든 코드든 텍스트든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무조건 다 긁어와서 학습을 하는데, 미국은 이걸 ‘공정 이용’이라고 해서 허용한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무료로 데이터를 활용했으면 AI가 만든 결과를 쓰는 것도 무료로 쓰게 해야 맞다. 그런데 GPT도 그렇고 지금은 처음이라 모두에게 쓸 수 있게 하겠지만, 점점 유료화 서비스가 되면 형평성 문제도 생기는 거다.”(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이러한 비판을 인식하고 오픈AI는 자체적으로 만든 창작물을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워터마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AI에서 서비스하는 이미지 기반의 인공지능 창작 시스템인 ‘달리(DALL-E)’는 지시 단어 몇 개로 생성한 이미지 하단에 특유의 표시를 남겨 달리가 만든 이미지임을 표시한다. 챗GPT의 출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 AI가 고용한 스콧 아론슨 텍사스대학교 교수는 “문자나 단어를 일련의 토큰으로 변환해 챗GPT의 창작물 여부를 탐지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발달로 인한 ‘교육 격차’ 우려도
배움과 가르침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게 된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일선 교사들이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공지능 기술을 두려워만 하기보다는 능력을 강화해주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남기 교수를 비롯해 교육학계에서 전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던 ‘플립 러닝’이 그 방법 중 하나다. 이는 교사가 먼저 설명하고 학생이 질문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다’는 데서 온 수업방식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동영상, 교재, 논문 등 자료를 사전에 주고 챗GPT 등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을 하게 한 후 수업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토론과 발표를 하는 게 핵심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벌어질 ‘교육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교육이 더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교수는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인공지능에게 지적 역량을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는 계속 격차가 생길 것”이라며 “바로바로 답을 주는 ‘즉답 AI’에게 계속 의존하면 아이들의 지적 근육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디지털학습과 AI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낼 때마다, 강남·서초 등지의 학부모들은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 “이럴 때일수록 손으로 쓰는 학습을 계속 시켜야 한다”고 서로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챗GPT는 이러한 교육계의 혼란에 대해서도 답을 갖고 있을까. 기자는 챗GPT에게 ‘네가 학교 교육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알고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답변을 간추려 정리하면 이렇다.
“저 같은 언어 모델을 교실에서 사용하면 연습 자료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동시에,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잠재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잠재적인 해결책으로는 기계로 인간 교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나와 같은 언어 모델을 보완재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를 활용해 과제와 발표 자료를 만들고,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질문과 개인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는 학생들이 정보 출처를 인지하고 자동화 텍스트에 대한 한계를 배울 수 있는 디지털 사용능력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