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허각 이씨 : 규합총서

 

사는 것은 취한 것이요 죽는 것 또한 꿈이리니

살고 죽는 것은 본디 참이 아니라네.

부모에게 받은 목숨을 어찌하여 티끌처럼 여기겠는가?

태산과 홍해처럼 베풀고

서로 의를 따라 살았네.

우리 혼인할 때의 사랑을 생각하니

세상 그 어떤 것도 비할 바가 없었네.

평생을 짝을 이루어 아름다운 부부의 연을 맺은 지

50년이라네.

내가 받은 사랑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으니

지기(知己)의 은혜에 보답해야만 하리.

이제 죽을 자리를 얻었으니

일편단심 신에게서 질정 받으리.

나 죽어 지우(知友)에게 사례하리니

어찌 내 몸을 온전케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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