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의 연마 과정은 크게 3단계가 있다.


제1단계는 ‘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시꺼먼’ 소위 ‘후여성장 흑여매탄(厚如城墻 黑如煤炭’의 단계이다. 처음에는 낯가죽이 한 장의 종이처럼 얇으나 점차 밀리미터에서 센티미터,미터 단위로 늘어나 마침내 성벽처럼 두터워진다. 마찬가지로 최초의 얼굴색은 우유처럼 흰색인데 점차 회색, 검푸른 색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숯덩이처럼 시꺼멓게 되는 것이다. 이 경지가 되면 능히 제1단계 연마가 끝났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경지는 비록 성벽이 두껍다고는 하나 대포의 공격에 파괴될 수 있듯이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검다고 하나 안색이 혐오스러워 사람들이 접근하길 꺼린다. 따라서 이 단계는 아직 초보적인 연마 단계에 불과 하다.


제2단계는 '낯가죽이 두꺼우면서 딱딱하고 속마음이 검으면서도 맑은’ 소위 ‘후이경 흑이량 (厚而硬 黑而亮)’의 단계이다. 낯가죽이 두꺼운 데 능통한 사람은 당신이 어떤 공격을 퍼붓더라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유비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조조 같은 사람도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속마음이 시꺼먼 데 능통한 사람은 마치 빛바랜 칠흑 간판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과 같이 남에게 인정을 받는다. 조조가 바로 이런 사람이다.  그는 속마음이 시꺼떻기로 유명했지만 중원의 이름난 호걸 들이 마음을 빼앗겨 그에게 귀복하고 말았다. 이 단계는 가히 '속마음은 칠흑같이 시꺼떻지만 얼굴은 투명하리만큼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실로 제1단계와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 들어설지라도 그 자취를 나타내는 형체와 색채가 드러난다.


제3단계는 ‘낯가죽이 두꺼우면서도 형체가 없고 속마음이 시꺼먼 데도 색채가 없는' 소위 '후이무형 흑이무색 (厚而無形 黑而無色’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하늘은 물론 후세 사람들마저 그 사람을 후흑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소위 ‘불후불혹 (不厚不黑)’와 인물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지는 도달키 어렵다. 따라서 오직 옛날의 대성현 중에서 이런 인물을 찾아볼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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