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에 위로 건넸다···'내 영혼 바람되어' 작곡한 그의 정체

 

< 중앙일보 김호정 기자,  2020.09.06 >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2년 전 부른 ‘내 영혼 바람되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20만을 넘겼다. 이 노래는 JTBC 팬텀싱어를 비롯해 각종 음악 프로그램의 단골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겨진 이에게 독백하는 형식으로 된 영시를 우리 말로 풀어 곡을 붙였다. 자신은 바람 속에 살아있다며 건네는 위로가 담담한 음악에 담긴다. 이 곡은 2008년 세상에 나온 후 많은 이의 상실과 슬픔을 달래왔다. 세월호 사건 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편곡해 연주한 후 세월호와 관련돼 자주 불렸다. 또 국군 유해 봉환식 같은 국가 행사에서도 연주됐다.

작곡자는 김효근(60).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다. 전업 작곡가가 아니고 경영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피츠버그에서 유학했고 1992년부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경영정보시스템이 전공이다.

그는 히트작 ‘내 영혼 바람되어’를 포함해 2010년부터 작곡집 앨범 6장을 낸 작곡가다. "음악은 평생 취미"라고 하기엔 경력이 만만치 않다. ‘눈’ ‘첫사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등도 인기 작품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김효근의 작품은 한 해 30회 정도 무대에 오른다. 수수하고 음악적인 선율이 시어를 살려내는 노래들이고,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아트 팝’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올 12월엔 대전에서 첫 오페라 작품도 올린다.

음악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다. “열살 즈음에 기타를 배웠는데 화성학의 논리성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전세계 명가곡, 영화음악, 팝송, 포크송을 피아노로 혼자 쳐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1만 시간은 넘었을 거다.” 중고등학교 때는 국립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의 거의 모든 공연을 혼자 보러 다녔다. “그러다 학교 음악 시간에 드보르자크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듣게 됐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쾌감이 이럴 수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와 교회 합창단의 반주자를 도맡았지만 작곡가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부를 꽤 잘 했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음악하고 싶으면 호적 파라’며 혼을 내셨다”고 했다. 대학에 가고 나면 마음껏 음악 공부를 한다는 조건으로 음악을 잠시 접었다. “10대 시절에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때 음악은 내 세계를 얼마든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줬다. 내 용기의 원천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후 음악대학의 모든 이론 수업을 들었고 오선지를 사들여 생각나는 대로 적어내려갔다. 음대 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던 제1회 MBC 창작 가곡제에서 대학교 3학년 때 우승했다. “작곡과 학생에게 악보 기보법을 배워야했을 정도로 초보였다”고 했다.

혼자 터득해 만든 김효근의 노래는 기존의 한국 가곡과 다르다. 노래 선율 자체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악기 반주는 소박하다. 화성은 전통과 현대성을 넘나든다. “경영학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가곡은 위기였다.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전위적인 어법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30년동안 똑같은 기법으로 작곡하고 있었다. 상품으로 치면 10년, 20년 내 소멸할 위기에 있었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인 젊은 층이 가곡을 듣자마자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했다.”

이처럼 음악에 경영학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생산보다 마케팅과 판매가 더 중요하다”며 곡 하나를 작곡하고 나서 1년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보고 대중의 수용을 지켜본다. 최근엔 클래식 연주자들이 자신을 알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아트링커(artslinker.com)를 오픈했다. 이화여대 경영예술연구센터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이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이트다. “각종 통계로 봤을 때 연주자 한 명이 연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충실한 팬 2만명이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 대신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브랜딩 해야한다.” 아트링커는 이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음악가마다 자신의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음악에서 내가 받은 게 많기 때문에, 경영학 관점을 도입해 음악계를 돕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음악에서 늘 위로를 받는다.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가 작곡의 핫타임이다. 이런 저런 음악을 울려보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도 살맛나는 느낌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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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42rVkrfzqo

 

 

(가사)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 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 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원시)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a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a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ing flight
I am the soft star that shines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작자 미상의 영시 A Thousand Winds를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효근이 역시 및 작곡을 한 곡입니다. 1981년 MBC대학 가곡제에서 '눈'이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하신 음악 애호가라고 하십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한층 더 유명해진 시인데요,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1주기 추모행사에서 아버지를 잃은 11세 미국 소녀가 이 시를 낭독해서 국제적인 화제였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1977년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장례식 때 존 웨인이 낭독을 했고, 1987년 마릴린 먼로 25주기 때도 낭독되었다고 합니다. 1989년 IRA의 폭탄테러로 죽은 스물 네 살의 스테판 커밍스라는 젊은 영국군 병사가 입대 전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에도 이 시가 남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시의 기원에 대한 설은 분분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온 것을 누군가 영어로 번역해서 남겨졌다는 설, 19세기 미국으로 이주한 어떤 영국인이 썼다는 설, 1932년 Mary Frey라는 여자가 썼다는 설, 마리안 라인하르트라는 미국여인이 썼다는 설 등 분분하지만 가장 유력한건 Mary Frey가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탈출한 친구가 독일에 남기고 온 모친의 비보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이 곡 전에 알려져 있던 <천 개의 바람되어>는 일본인 소설가인 아라이만이 일본어로 번역하고 직접 곡을 입힌 일본노래입니다. 후에 일본 열도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다시 영어버전의 곡이 나왔죠. 한국에서는 임형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에게 헌정한 노래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김효근 교수의 <내 영혼 바람되어>는 일본 번안곡과는 전혀 다르게, 새롭게 번역하고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오늘 처음 듣고 울 뻔 했어요. 가사 하나하나가 주는 울림도 있지만, 가사 없이 음악만 듣고 있어도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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