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음악선생(신귀복), 생물선생(심봉석) 합작품 … 가수 윤연선 포크송풍으로 재취입
< emddaily 2005.11.01 >
‘사색의 계절’가을이다. 결실을 맺는 철인데도 뭔가 텅 비고 지난날의 아쉬움과 그리움이 떠올려지는 때다. 쌓여 가는 세월의 굴레에서 추억을 낳는 시기가 바로 가을이다. 이맘때면 잊혀졌던 이도 보고 싶고 사람 내음이 사뭇 그리워진다. 소식이 기다려지고 아는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대중가요 ‘얼굴’은 이런 시기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다.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여가수 윤연선(52)이 부른 이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비록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의 이름은 잘 모를지라도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아! 그 노래’할 정도다. 오래 전 MBC-TV의 인기드라마 ‘사랑’과 2001년 KBS 드라마 ‘순정’의 배경음악으로 나갔고
KBS FM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의 시그널뮤직으로도 쓰였다. ‘얼굴’이 태어난 건 38년 전인 1967년 3월 2일.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동도중학교 교무실에서였다.
새 학기를 맞은 동도중학교의 그날 교무회의는 겨울방학 후 처음 열린 탓인지 무척이나 길었다.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이어진 회의는 선생님들을 지겹게 만들었고 자연히 옆 눈을 파는 이들이 있었다. 이날 맨 뒷자리에 자리했던 음악교사 신귀복은 지루함을 느낀 나머지 옆자리의 생물교사 심봉석에게 엉뚱한 안을 냈다. 노래 제목은 ‘얼굴’로 정했고 자신은 곡을 만들테니 사귀는 애인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한번 만들어보라는 주문이었다. 젊은 두 교사는 순간적으로 의기투합, ‘노래 만들기’에 들어갔다. 얘기를 주고 받은 지 5분쯤 지났을까 작곡, 작사가 이뤄졌고 회의도 어느덧 끝났다.
불과 5분만에 ‘얼굴’노래가 합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교무회의에서 5분만에 만들어진 노래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음반취입이 되지 않은 채 불려지기 시작, 대중 속으로 파고 들었다. 11년간 KBS 라디오에서 ‘노래 고개 세 고개’란 음악프로그램 심사를 맡았던 신 교사는 3부 ‘악보보고 부르기’ 시간 참가자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그 뒤 최초의 포크그룹 ‘아리랑 브라더스’멤버였던 성악가 석우장 씨가 처음 노래했다. ‘얼굴’이 사회교육방송 전파를 타고 외국에까지 알려지자 악보를 보내 달라는 7천 여 통의 편지가 국내외에서 날라들었다.
그 뒤 3년여가 흐른 1970년 <얼굴>은 「신귀복 가곡집」 1집을 통해 음반으로 공식 발표됐다. 이 땐 소프라노 홍수미에 의해 불려진 가곡이었다.
다시 4년의 세월이 흘러 1974년 10월 윤연선이 포크송으로 재단장된 <얼굴>을 취입, 새로운 맛의 가요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동료가수 박승룡과 함께 꾸며진 윤연선의 세 번째 음반에 담긴 <얼굴>은 처음엔 그렇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노래는 다시 녹음돼 1975년 2월 발표된 그녀의 두 번째 독집음반 <고아 /얼굴>(지구레코드사)이 선보이면서 광주시 등 지방도시에서부터 사랑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달 뒤 타이틀곡 ‘고아’가 금지곡으로 묶이면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조바심이 난 지구레코드사는 제빨리 ‘고아’ 대신 ‘얼굴’을 머리곡으로 바꿔 음반을 내놨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얼굴>을 대표곡으로 내세운 음반이 불티나게 팔려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얼굴>은 졸지에 젊은이들 애창곡이 됐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 윤연선은 어느 날 음반회사 사장으로부터 금일봉까지 받으며 음반을 한 장 더 내자는 제의를 받았다. 윤연선은 1972년 대학신입생시절 서울 명동의 대학연합음악동아리에서 노래생활을 시작, 한 때 ‘4월과 5월’멤버로 뛰었고 이수만의 절친한 음악친구이기도 하다. 물론 작곡가 신귀복 선생도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중·고교 음악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그는 동도중·공고에서 20년 간 몸담은 뒤 금옥여고, 국립국악고 교감, 서울시 음악담당장학사, 공진중학교장 등을 거쳐 한국작곡가협회 수석부회장, 음악저작권협회 이사, 경희대 음대 화성학 강사로 뛰며 명성을 날렸다. 특히,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땐 그곳에서 ‘얼굴’을 행진곡풍으로 편곡,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음악의 본고장 사람들도 어찌나 좋아했던지 12명이 지원한 베르디음악원 교수선발시험에 현지인들을 제치고 뽑혔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음악인이었다.
얼굴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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