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나무 개요

 

참나무는 쌍떡잎식물 이판화군(離瓣花群) 참나무목 참나무과 참나무속의 총칭을 말하며  참나무는 어느 한 종(種)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수종(樹種)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뜻이며, 이 속(屬)에 속하는 나무는 모두 도토리라고 불리는 견과(堅果)를 생산하므로 '도토리나무'라고도 불린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낙엽활엽수와 일년 내내 잎이 지지 않는 상록활엽수가 있으며, 대부분 높이가 8m를 넘는 교목이나,  때로는 높이가 2m 이내인 관목도 있다. 북반구의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200~250종이 자라며, 잎이 어긋나고 대부분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양성화이며 4~5월에 핀다. 수꽃 이삭은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밑으로 처지고, 암꽃 이삭은 잎겨드랑이 윗부분에 곧게 선다. 도토리라고 불리는 견과(堅果)는 접시 같은 각두(殼斗) 안에 들어 있으며 타원형 또는 공 모양이다. 각두는 총포이며 겉에 포린(苞鱗)이 덮고 있다. 포린은 종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배열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수리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 등이 광범하게 분포하고 있다.

 

 

2. 유럽과 미국의 참나무

 

 (1) 유럽 참나무 - 로부르 참나무

 

 

서유럽 고유종인 참나무, 사실상 서유럽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참나무 종이기도 하다. 영국과 유럽에서 'Oak'라고 하면 이것부터 떠올릴 정도이며,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만든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간편하게 로부르참나무라고 국명을 정해놓았다.  로부르 참나무는 건조하고 연교차가 큰 동아시아 기후에 맞지 않아 한국에서는 키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와인이나 브랜디, 위스키를 숙성하는 참나무통(혹스헤드, 바리크, 벗 등)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해왔다. 엘라기타닌 함유량이 높아서 구운 사과향과 달콤한 맛을 내는데, 이 것이 마른 과일향을 내는 셰리 와인과 조합되면 싱글 몰트 위스키를 숙성시키기에 매우 적합해지며, 따라서 더 맥켈란과 같은 일부 증류소에서 이 참나무의 수급에 큰 신경을 쓴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북서유럽 국가에서는 국장(國章)을 장식하는 문양으로도 쓰였는데, 이는 주신인 토르가 번개를 치기 위해 이 나무에 잠시 머무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치 독일의 국장 또한 곡엽을 두른 하켄크로이츠를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는 형상이다. 또한 나치의 철십자 훈장에서도 기사철십자 훈장에서 격이 더 올라가면 리본 고리에 곡엽이 붙은 곡엽기사철십자 훈장이 된다. 이외에는 에스토니아의 정식 국장에서도 곡엽이 둘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95Bj43ncANs

 

 (2) 미국 참나무 - 대왕 참나무

 

 

대왕참나무는 미국 원산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키가 25~30m까지 자라는 참나무과 중에서 가장 큰 낙엽교목이다. 줄기와 큰 가지에 핀처럼 작은 가지가 나와 있어 미국에서는 핀 오크(pin oak)라고 부른다.

줄기는 아주 곧게 자라고 잎은 가장자리가 3~7개로 깊게 파여 있으며 이 중 7개로 파인 것이 한자 왕(王)와 흡사하다. 잎 뒷면에는 흰색 털이 있고 꽃은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아래로 늘어진 꽃줄기에 황록색으로 피는데 꽃잎이 없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열매는 우리나라 도토리보다 작고 납작하며 복자기나 중국단풍보다 늦게 단풍이 들고 겨울까지도 잎을 달고 있다.

대왕참나무와 비슷한 참나무로 유럽 원산의 루브라 참나무가 있는데 레드오크(red oak)로 불린다. 대왕참나무는 결각이 깊고 날카로운데 비해서 루브라 참나무는 잎 가장자리가 우리나라 신갈나무처럼 둥글둥글한 모양을 하고 있다.

 

https://youtu.be/k3wf3So8zIs

 

3.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1) 개요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孫基禎 月桂冠 紀念樹)는 1936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제11회 올림픽 대회의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가 당시 독일의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받아온 것을 심은 것이다. 원래 그리스에서는 지중해 부근에서 자라는 녹나무과의 상록 교목(喬木)인 월계수(Sweet Bay, Grecian Laurel; Laurus nobilis Linnaeus)의 잎이 달린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으나 독일의 베를린 대회에서는 북미 원산인 참나무(Quercus palustris Muenchhausen)의 잎이 달린 가지를 대신 사용하였다.



현재 심겨 있는 손기정 월계관수의 나무높이는 약 15m, 가슴높이직경은 55cm, 근원직경은 72cm이다. 수관폭(樹冠幅)은 동쪽 6.2m, 서쪽 4.4m, 북쪽 5.2m, 남쪽 5.7m에 달하는 장령목(壯齡木)으로서 활력이 매우 좋은 상태이다. 원줄기는 곧바로 솟았으며 4m 높이까지 가지치기를 하였다. 4.3m 높이의 첫 번째 가지는 북동쪽으로 뻗다가 북쪽으로 가지를 뻗었다. 4.5m 높이의 두 번째 가지는 남쪽으로 뻗어 서쪽 수관(樹冠)을 이루며 세 번째 가지는 동쪽 수관을 이루는데 5m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다.



월계관수를 심은 자리는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양정중학교와 양정고등학교가 있던 곳이다. 1987년 양정중·고등학교를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하고 난 뒤 그 자리에 손기정공원을 조성하였다. 길 옆에 월계수가 있고 월계수 북서쪽에는 계단 위에 손기정 선수의 흉상이 조각되어 있다.

 

 

 (2) 미국 참나무 에피소드

 

 

< 유럽산이 미국산으로 둔갑…‘손기정 월계관수’ 미스터리 >

 

                                   ( 한계레신문 조홍섭 기자, 2021-08-19 )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우승자 130명에 참나무 수여
손기정 월계관수만 유럽산 아닌 미국산 참나무로 판명
이선 교수 “교정 심기 전 죽어 바꿔 심었을 가능성” 제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서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참나무 화분을 들고 있다. 나중에 이 사진의 일장기를 삭제한 사진을 동아일보 등에서 실어 정간사태가 났다. 오른쪽은 3위를 한 남승룡 선수이다.

 

독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시상식 때 금메달 수상자 130명 전원에게 월계관과 함께 화분을 선물했다. 이 화분에는 월계수가 아닌 참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독일의 힘과 환대를 상징한 이 묘목은 세계 곳곳에서 자라 ‘히틀러 참나무’ ‘올림픽 참나무’로 불린다. 이 대회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손기정의 손에도 이 참나무 화분이 들려 있었고 손 씨의 모교인 양정고에서 거목으로 자랐다. 그런데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돼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로 불리는 이 참나무가 애초 손씨가 올림픽 시상식 때 받은 나무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중구 손기정공원의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한겨레 자료사진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식물생태학)는 ‘한국조경학회지’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여러 근거와 정황을 들어 기념물로 지정된 서울 중구 손기정공원에 있는 미국 원산의 대왕참나무는 애초 시상식 때 준 유럽 원산의 로부르참나무와 다른 종으로 나중에 무슨 이유에선가 바뀌어 심어진 나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근거는 두 나무의 형태 차이다. 이 교수는 로부르참나무는 우리나라 신갈나무처럼 잎 가장자리가 둥글둥글한 모습이지만, 대왕참나무는 뾰족뾰족해 한눈에 구별된다” 말했다. 손기정의 시상식 사진을 보아도 잎 모양은 로부르참나무에 가깝다.


유럽 원산인 로부르참나무(왼쪽)은 잎 가장자리가 둥글고 미국 원산의 대왕참나무(오른쪽)는 거칠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선 교수 제공.

 

이제까지 손기정 기념수가 미국산 대왕참나무인 것을 두고 ’월계수를 구할 수 없어 미국참나무를 대신 썼을 것’이라거나 ’북미에서 수입한 참나무가 잘못 섞여들었을 것’이라며 독일 쪽의 잘못 때문이란 설명이 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독일에는 참나무를 신성시하는 오랜 문화와 전통이 있다”며 “독일 자생 참나무를 두고 적대국이던 미국산 대왕참나무를 상으로 준다는 것은 마치 우리나라 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무궁화 대신 일본 벚나무 묘목을 수여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손기정 기념관에 전시 중인 손기정 월계관. 로부르참나무로 만들었다. 손기정 기념관 제공.


현재 전시 중인 손기정 선수의 월계관이 로부르참나무란 사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교수는 “월계관은 독일산 참나무로 월계수는 미국산 참나무를 수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나무 묘목을 부상으로 주자는 아이디어는 베를린의 정원사 헤르만 로테가 낸 것으로 그는 애초 월계관 1800개의 주문만 받았지만 묘목도 함께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수상자 틸리 플라이셔가 들고 있는 화분. 로부르참나무가 심겨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다른 나라 금메달 수상자들이 받은 묘목은 어떤 수종일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14년 우승자들이 받은 참나무가 어떻게 됐는지를 추적한 기획 ‘히틀러의 올림픽 참나무’에서 수상자들이 받은 참나무가 거목으로 자란 모습을 소개했다. 이 기획에 손기정 선수는 나오지 않지만 육상 4관왕을 차지한 미국의 조지 오언이 로부르참나무 4그루 가운데 한 그루를 오하이오 로데즈 고등학교 교정에 심어 크게 자란 모습과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코르넬리우스 존슨이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심은 로부르참나무 거목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손기정 기념재단 이준승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양정고 교정에 참나무를 심은 뒤 1∼2년 지난 1939년께 찍은 사진을 보면 현재와 잎 모양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왕참나무도 어릴 때는 잎 모양이 둥글 수 있고 자라는 곳의 습기에 따라 잎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독 손기정 선수가 받은 참나무만 미국 참나무일 가능성보다는 유럽 참나무를 받아와 심는 과정에서 죽어 미국산으로 대체했을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임학)는 “잎이 큰 참나무 묘목은 건조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손 선수의 귀국 길은 40일이나 걸렸다.


이 선 교수는 ‘양정고 100년사’에 실린 체육 교사 김연창이 쓴 글에 주목했다. 생물교사 김교신 선생이 손기정으로부터 묘목을 넘겨받아 식물원이 아닌 자기 집에서 겨울을 나게 했는데 이듬해 봄 “월계수가 말라 죽게 됐다”고 해 아직 살아있는 뿌리를 10㎝가량 잘라 심어 보살폈더니 살아났다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교정에 심은 뒤에도 해방과 한국전쟁 등 격동기가 이어져 참나무가 어떻게 죽고 누가 교체했는지 등은 추정일 뿐 정확한 실상은 알기 힘들다”며 “그렇더라도 손기정이 받은 나무와 지금의 기념수는 다른 종의 나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목으로 자란 손기정 기념수인 대왕참나무. 그 자체로 보존가치가 크지만 역사적 사실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선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이 고 손기정 선수의 정신을 기리는 또 다른 길이 될 것”이라며 “90살 가까운 현재의 대왕참나무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니 지속해서 관리하는 한편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로부르참나무에서 열매를 받아 기르는 방안 등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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