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락
< 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3.03.13 >
우리는 ‘기쁘다’와 ‘즐겁다’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悅(기쁠 열)’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마음(忄=心)’의 작용으로 인하여 ‘사람(儿=人)’의 ‘입(口)’이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빙긋이 벌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본다. 독서나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미소와 함께 찾아오는 희열을 표현한 글자인 것이다. ‘悅’과 ‘說’은 상통하는 글자이다.
‘즐거울 락(樂)’은 대부분 ‘나무받침대(木)’ 위에 ‘큰북(白)’과 ‘작은북(幺)’을 얹혀 놓은 모습을 그린 글자로 본다. 원형의 큰 북 모양이 해서로 변하면서 白자 형태가 되었고, 두 개의 작은 북 모양이 해서에 이르러 幺자 형태로 변했다. ‘樂’자는 원시시대 사람들이 타악기를 두드리며 즐기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인 것이다.
< 說(悅):기쁠 열, 樂: 즐거울 락. 기쁨과 즐거움. 김병기 작. 26x58㎝ >
기쁨은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희열이고, 즐거움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느끼는 쾌락이다.
그래서 공자는 배우고 익혀 안으로부터 깨닫는 ‘학이시습(學而時習)’은 ‘열(悅=說)’로 표현하고,
외지로부터 찾아온 친구를 맞아 즐기는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는 ‘락(樂)’으로 표현하였다.
열(悅)과 락(樂)의 조화가 아름다운 삶이다.
논어(論語)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不慍 不亦君子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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