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춘광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라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던고
북 : 피륙을 짤 때에 씨의 실꾸리를 넣어 가지고 날의 틈으로 왔다갔다하게하여 씨를 풀어 주며 피륙을 짜는 제구.
구십춘광(九十春光) : 봄 석 달(90일) 동안의 따뜻한 볕. 봄의 풍광.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 푸르른 신록과 꽃다운 풀이 꽃보다 나은 시절. 꽃이 지고 녹음이 우거질 무렵.
안민영(安玟英) 1816~?. 자는 성무(聖武), 호는 주옹(周翁). 박효관 문하에서 노래를 배웠으며, 조선조 3대 가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가곡원류(歌曲源流)'를 박효관과 함께 엮었다. 저서로 '주옹만록(周翁漫錄)'이 전한다. 30수에 가까운 시조 작품을 남기고 있다.
<감 상>
녹음방초 승화시에 느끼는 감상을 사물에 비유하여 교묘하게 잘 읊었다. 실실이 푸르른 수양버들 사이를 노란 꾀꼬리가 오락가락하는 풍경 ---- 이것은 옛부터 한국 특유의 멋진 풍경 ---- 을, 날실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피륙을 짜내는 북에 비유하였다. 그리해서 짜내는 피륙이 나의 시름 --- 봄에 느끼는 계절적인 감상 --- 이라는 것이다.
늦봄에서 첫여름 사이의 싱그러운 푸르름에서 느끼는 한국적인 감회가 아련하다.
사람들은 흔히 경치를 말할 때에 봄의 꽃과 가을의 단품을 든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거의 개념적 · 유형적(類型的)인 관념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침잠(沈潛)의 세계를 볼 줄 아는 이에게는 그것들의 속됨을 떠나서, 오히려 꽃이 거의 다 진 뒤의 녹음과 방초의 계절을 더 값진 것으로 느낀다.
우선 속인들이 법석을 떨지 안아서 좋다. 신록 사이를 누비는 꾀꼬리도 좋거니와 대지를 덮은 방초의 싱그러움이 더욱 좋지 않으냐! 특히 한국의 첫여름은 그야말로 황금의 계절이다. 생기발랄한, 생명력이 샘솟는, 삶의 보람을 가장 왕성하게 느끼는 계절이 바로 이 무렵이다.
그래서 구십춘광이 짜낸 시름에서 '누가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더나?"고 짐짓 반발해 보게도 되는 것이다.
https://youtu.be/80rgWEozi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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