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저어새

 

이기섭 (한국물새네트 이사)

 

          출저 : 『강화도 지오그래피』, 함민복 외 16, 작가정신 (2018.4.10)

 

강화도의 상징인 저어새


강화도를 상징하는 새가 있다면 단연 저어새라고 할 수 있다. 저어새 는 인천 일대, 특히 강화도에 가야 쉽게 볼 수 있는 종이다. 일부는 남 서부 해안에서도 관찰되지만 수가 적거나 잠시 들르는 경우가 많다. 강화도의 괭이갈매기는 저어새보다 더 흔하지만 전국 해안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어 상징이 되기는 힘들다.


강화도에 저어새가 많이 오는 이유는 어느 갯벌보다 풍부한 먹이 원이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드러나는 갯벌일 것이다. 특히 강화도 남단의 갯벌은 세계 어느 갯벌과도 뒤지지 않는 광활함과 풍부한 생물을 품고 있다. 저어새는 망둥어, 숭어 치어, 황강달이 등과 같은 소형 어류뿐만이 아니라 새우류, 칠게와 같은 갑각류와 갯지렁이 등도 잘 잡아먹는다. 강화도는 한강을 통해 육지에서 수많은 영양물이 유입되어 먹잇감이 풍부하고 잘 발달한 갯벌과 물골을 따라가며 저어새가 먹이를 잡기에 적당한 곳이기에 저어새가 많이 온다고 할 수 있다.


강화도에 저어새가 많은 두 번째 이유는 어느 갯벌보다 사람의 간섭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강화도는 접경 지역이어서 해안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야간에는 해싱으로의 출입과 선박의 이동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이다. 저어새들은 수심이 낮은 해안 가까운 곳에서 낮뿐만이 아니라 야간에도 활발하게 먹잇감을 찾기 때문에 사람들의 해안 출입이 제한되는 점은 저어새들이 편하게 먹이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번식할 수 있는 섬들이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에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에 저어새가 번식하기 적당한 여러 무인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볼음도 서쪽 해상에 위치한 석도와 비도는 군사보호지역이며 북방한계선인 NLL에 위치하고 있어 어선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교동도 북단에 위치한 요도라는 섬 또한 강 한가운데 있어 남북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는 중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저어새가 즐겨 찾는 장소


강화도에서도 저어새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강화도 남단 갯벌이 강화도에서도 가장 흔하게 저어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저어새들은 동검도에서 선두리, 여차리, 분오리를 잇는 긴 해안 갯벌을 따라 폭넓게 서식한다. 이곳에선 봄부터 가을까지 저어새들이 곳곳에 흩어져 긴 부리를 휘젓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만조가 되어 물이 차면 각시암 선두리 해안 여차리 물광, 분오리저수지 등지에 수십 마리에서 백여 마리까지 저어새들이 모여서 휴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강화도 동서 해안은 상대적으로 저어새가 드물게 보인다. 갯벌 폭이 좁고 수심이 깊은 데다 물살이 빨라 물고기를 잡아먹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와 연결되는 강화도 북쪽 해안 역시 저어새가 그리 많지 않다. 한강으로 드나드는 물살이 빠르고 갯벌보다 모래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동도 북쪽으로 더 내려 가면 북한의 예성강과 합류하는 곳에 갯벌이 발달하여 수많은 저어새 들이 서식한다. 바다 쪽으로 더 나아가 석모도와 볼음도,주문도, 서검도 일대에도 섬 주변으로 갯벌이 발달해 있다. 강화도 남단처럼 많은 수는 아니지만 곳곳의 갯벌과 갯골에서 부리를 휘젓고 있는 저어새를 한두 마리씩 만날 수 있다.


저어새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갯벌이다. 그러나 저어새는 갯벌에만 서식하지 않는다. 저어새는 종종 갯벌을 떠나 내륙 습지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갯벌처럼 수심이 얕고 부드러운 펄이 넓게 펼쳐진 곳이면 저어새를 볼 수 있다. 그런 곳으로 강 하구, 수심이 얕은 저수지, 양어장,혹은 소하천 등이 있다. 특히 봄철에는 모내기 전후에 물을 댄 논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저어새를 위성 추적한 결과를 보면 석도와 비도에서 번식하는 개체들은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을 주 먹이터로 이용하였는데 봄철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논이나 하천,저수지까지 날아가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저어새의 특징


저어새는 부리에서 꼬리까지 몸길이가 75~80cm 내외이며,전반적으 로 흰색을 띠는 새이다. 종종 비슷한 크기의 흰색 새인 백로와 혼동 될 수 있으나 부리가 뾰족한 백로와 달리 저어새는 길고 넓적한 부리 를 하고 있어 구별된다. 저어새 부리 모양은 마치 주걱과 흡사한 독 특한 부리를 하고 있#. 부리의 생김새로 인해 저어새류를 영어로 ‘Spoonbill’이라고 하며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명으로 저어새라는 이름은 먹이를 잡을 때 부리를 휘휘 젓는 특성에 따라 ‘젓는 새’라는 의미로 이름이 유래하였다.


저어새류는 전 세계적으로 여섯 종류가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강화도에 오는 저어새는 얼굴이 검다고 해서 영어로는 'Black-faced Spoonbill’이라고 한다. 이들은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며 갯벌 습지에 대 한 의존성이 강한 새이다. 다른 다섯 종류와 달리 20세기 격동기에 급 격하게 감소하여 사라질 뻔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유사종인 노랑부리 저어새(Eurasian Spoonbill)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205호 및 멸종위기 1급종으로 지정하여 각별하게 보호하고 있다.


저어새는 다른 저어새류가 내륙 습지나 민물에서만 서식하는 것과 달리 바닷물에도 살도록 적응한 종이다. 짠물을 먹더라도 소금기가 강한 짠물을 혈관을 통해 코로 홀려보내 삼투압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새끼일 때는 염분을 여과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민물고기를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만 년까지 거대한 호수였던 황해가 침하하여 바다가 되면서 이에 적응하여 갯벌을 좋아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탁한 갯벌 물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부리를 휘저으면서 촉감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또한 얼굴이 검은 것은 강한 바닷가 햇살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어새는 깃털 속의 피부도 검은색을 띠어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있다.

 

저어새의 생김새

저어새는 암수와 나이에 따라 서로 생김새가 다르다. 저어새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기가 큰 편이다. 번식기에 암수가 같이 있으면 크기 차이로 서로를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수컷은 부리 길이가 암컷보다 길며 과시하듯이 몸을 세워 키가 큰 데 비해 암컷은 부리가 짧고 자세를 낮추는 경우가 많아 서로가 구별된다.


어린 새와도 구별이 가능한데 어미와 달리 1살 미만의 어린 개체 들은 부리에 주름이 없다. 저어새는 나이가 들면서 검은색 부리에 주름이 생기는데 개체마다 주름 모양이 다르고 한번 생기면 변하지 않아서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구별할 수 있다. 어린 새들은 주름이 없고 부리 색도 옅은 황갈색을 띤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윗부리부터 아래로 주름이 생겨나는데 보통 3살이 되어야 부리 주름이 모두 형성되며 주름의 길이도 늘어난다.


또한 어린 새는 날개 끝이 검고 날개를 따라 검은 선이 보인다. 1살이 넘어야 날개의 검은 선이 사라지며 나이가 들면서 날개 끝의 검은색도 점차 줄어들다. 보통 3~4세가 되면 날개깃은 모두 흰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부터 성적으로 성숙한 어미가 된다. 저어새는 독특하게 눈앞에 아이라인과 같은 노란 테가 있고, 개체마다 조금씩 범위가 다르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눈 테두리의 생김새로 서로를 구별할 수 있다.

 


저어새의 혼인 깃


저어새는 성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3살부터 가슴과 머리에 노란색 혼인 깃을 지니게 된다. 어미 저어새들은 번식기가 도래하는 2~3월부터 머리 뒤로 댕기처럼 길게 늘어지는 깃이 생기며, 색깔이 흰색에서 점차 노란색으로 변한다. 또한 목 아래, 흑은 가슴 부위에도 노란색 테두리가 둘러진다. 성숙하지 않은 어린 개체들은 이런 노란색 댕기가 생기지 않거나 아주 짧다. 가슴의 노란색 띠도 어린 개체들은 없는 경우가 많다. 성조라하더라도 개체에 따라 노란색의 진한 정도가 다르기도 하 다.

노란색 댕기와 노란색 가슴 띠가 생기는 것은 꼬리깃 기부에 위치 한 1쌍의 기름샘에서 나오는 노란색의 기름을 부리에 묻혀서 바르기 때문이다. 개체마다 부리를 이용해 기름을 얼마나 열심히 가슴에 바르고 다시 머리를 대고 문지르느냐에 따라 노란색의 농도와 범위가 달라 진다. 색깔이 진할수록 많은 시간을 깃털 치장에 소비해야 하지만 짝을 짓는 데 유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개체들은 짝을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댕기가 길게 자라지도 않으며, 가슴에 노란색 혼인 깃이 생기지 않거나 연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저어새들은 몸 크기와 눈 테두리, 부리 주름, 날개의 검은색 띠, 그리고 노란색 댕기 등의 다양한 특징으로 서로를 구별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성별과 연령까지도 구별할 수 있다. 저어새처럼 다양한 특징을 보이면서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새는 그리 많지 않다.

 


저어새의 번식지


저어새의 번식지는 한반도이다. 저어새 번식지는 주로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분포하며, 경기만의 무인도에 번식지가 집중되어 있다. 극소수만이 북쪽의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북한과 러시아 접경 지역 등에 번식할 뿐이다.


저어새는 작은 무인도에 번식하는 것을 선호한다. 번식할 섬이 너무 크거나 숲이 우겨져 있으면 좋아하지 않는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둥지 자리를 마련하거나 바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알이나 새끼를 해칠 수 있는 쥐나 수리부엉이와 같은 포식자가 살 수 있으며, 사람들도 종종 들어와 방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는 저어새 번식지의 중심에 위치한다. 강화도에 알려진 저어새 번식지는 4곳이 있으며, 그중에서 서도면 서쪽에 위치한 우도의 부속 섬인 석도와 비도가 가장 중요한 번식지이다. 석도는 1999 년에 처음 알려진 번식지로, 대략 10여 쌍이 번식하고 있다. 비도는 120〜170쌍이 번식하는 강화도 최대의 번식지이다. 이곳은 1995년에 번식지가 최초 확인될 당시에는 1쌍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번식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교동도 남쪽에 상여바위라는 섬에도 20쌍 이상이 번식한다. 또 다른 곳으로 강화 남단 화도면에 위치한 각시암에도 약 20쌍 번식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동도 북쪽으로 3km 떨어진 요도(다른 말로 역섬이라고 함, 여뀌가 자라는 섬이라는 뜻)라는 섬에 약 100쌍 내외가 번식하고 있다. 또한 동검도 남서쪽으로 매도라는 섬에 약 70〜80쌍이 번식하고 있으 며, 영종도 북단으로 수하암이라는 바위섬에도 약 40쌍이 번식하고 있다. 매도와 수하암은 행정구역상 인천 서구와 중구에 속하지만 번식하는 저어새들의 일부가 강화도 갯벌을 먹이터로 이용하고 있다.


옹진군에 속하는 서만도라는 섬에도 약 50~80쌍의 저어새들이 번식한다. 이들은 번식을 마치면 모두 강화도로 날아와 서식한다. 서도면 볼음도 인근 수리봉이라는 섬에도 과거 2007년에 10여 쌍이 번식한 적이 있다. 따라서 강화도 내 4개 섬에 저어새들이 번식하고 있지만 강화도 갯벌을 먹이터로 이용하는 인근 번식 섬들을 포함하면 저어새 번식지는 9개에 이르며,번식 추정 수도 약 500쌍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저어새 번식지로 확인된 곳은 석도와 비도 요도 수리봉 등 4곳뿐이었으며, 번식 수도 100쌍 내외에 불과하였다. 2006년 이후부터 번식지 수와 번식 쌍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번식지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증가 추세는 저어새 서식지인 강화 갯벌 약 45000ha를 2000년에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하고 저어새 번식지를 보호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의 번식지


1) 각시암


강화도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저어새 번식지로 대표적인 곳은 각시암이다. 이곳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작은 암초 섬으로 강화 남단 해안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으며, 섬이 작아서 포식 동물이 서식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도 뻘이 드러나면 접근하기 어렵고 마땅히 머물 만한 곳도 없다. 각시암의 저어새들은 가파른 돌 틈에 둥지를 틀며 주변에 떠내려온 나뭇가지나 풀을 가져다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이곳은 크기가 너무 작아 번식할 만한 장소가 부족하고,그나마 사리 만조 시에 둥지가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풀도 자라지 않는 섬이어서 둥지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곳은 20쌍이 번식하기도 쉽지 않으며, 그마저도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2) 비도


강화도에서 저어새가 가장 좋아하는 대표적인 섬으로 비도를 들 수 있 다. 비도는 2개의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섬으로 민간인 통제 지역에 위치하여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또한 군부대가 주둔한 우도로부터 500m 정도 떨어져 있고 빠른 조류가 흐르고 있어 쥐가 접근 하기도 쉽지 않다. 둥지 재료로 쓰기 적당한 명아주나 쑥 종류가 무성하게 자라며,절벽이 있어 중간 바닥에 둥지를 틀기 좋은 공간이 많은 곳이다. 과거에는 군부대에서 사격 연습을 하던 곳이었으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 사격을 하지 않게 되어 저어새들의 번식수가 2016 년에는 170쌍 내외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강화도 최대의 번식지가 되었다. 이곳은 매년 3천 쌍의 팽이갈매기와 1백여 쌍의 가마우지를 비롯하여 중대백로,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도 같이 번식하고 있다. 이들의 배설물로 인해 섬에 나무가 잘 자라지 않을까 하여 적절히 조절되고 있다.


3) 석도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번식 섬인 석도의 경우에도 저어새가 번식을 하고 있다. 다만 섬의 크기가 비도보다 작고 돌이 많아 저어새가 번식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29쌍까지 번식한 적도 있으나 최근에는 번식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매가 번식하면서 위협을 주고 한국재갈매기 또한 종종 알을 훔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번식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도와 석도는 각시암에 비해 크기가 크고 번식하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갯벌이나 육지 습지로부터 30km가량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미들은 새끼를 키워내기 위해 먼 거리를 자주 이동해야 하고 체력 소모가 커서 두 마리 이상의 새끼들을 키워내기 힘든 상황이다.


4) 요도


교동도 북쪽에 있는 요도는 남북한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섬이다. 나무가 자라지 않아 저어새를 비롯한 갈매기류와 가마우지류에게는 이상적인 번식지이다. 상부는 풀밭이며 하부는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의 길이가 약 300m 정도로 작지 않은 크기이다. 다만 나뭇가지를 구하기 힘들고 풀들도 무성하게 자라지 못하여 번식하는 새들 간의 둥지 재료 경쟁이 심하고 재료가 부족한 편이다. 둥지 재료를 상대적으로 잘 물어 나를 수 있는 가마우지의 번식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요도의 저어새들은 주로 북한 쪽 갯벌과 농경지를 이용하며 간혹 교동도 농경지와 고구저수지에서도 볼 수 있다.


5) 상여바위


교동도 남쪽에 위치한 저어새 번식지인 상여바위는 절벽섬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중간에 고압선과 철탑이 있고 섬의 크기가 작은 편이나 풀과 나무가 듬성하게 자라고 있어 수십 쌍이 번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최근에 한국재갈매기,괭이갈매기와 함께 저어새까지 세 종류가 번식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번식기에 수리부엉이가 종종 날아와 포란 중인 새들과 새끼를 잡아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저어새들이 2015년에는 절반 가까이 번식을 포기하였고, 2016년에는 거의 모든 저어새들이 번식에 실패하였다. 수리부엉이는 저어새의 번식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새이다. 이곳의 저어새들은 강화도 서쪽부터 석모도, 서검도 등을 먹이터로 이용하고 있다. 

 

저어새의 번식 습성

 

1) 번식 시기


저어새는 대개 4월부터 번식을 시작한다. 일부 늦게 도착한 개체들은 5〜6월에 산란을 하기도 한다. 산란에서부터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 지 약 3개월이 소요되며 8월이면 대부분 번식이 끝난다.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은 저어새들일수록 빨리 번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번식지는 사람이나 동물이 접근하기 힘든 섬의 바위틈이나 절벽,경사면을 선택한다.


2) 짝짓기


짝짓기는 보통 1주일 정도 소요되며 암수가 함께 붙어서 서 있거나 같이 잠을 자며 종종 서로 깃을 다듬거나 같이 몸 터는 등의 행위를 한다. 교미를 하기 전에는 수컷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접근하여 암컷의 등을 좌우로 여러 번 문지르는 행위를 한다. 그러면 암컷은 자세를 낮추고 짝짓기 쉽게 해준다. 수컷은 교미할 때 부리를 벌려 암컷의 부리를 빠르게 좌우로 흔든다. 지난해에 짝을 지었던 개체와 다시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경우는 짝짓는 데 걸리는 일수가 짧은 편이다.


3) 둥지 틀기


암수가 함께 둥지를 틀며 둥지 장소는 돌 틈이나 풀, 관목, 나무 밑 등을 이용한다. 나뭇가지나 마른 풀줄기 등으로 기초를 하고 잔가지와 풀잎 등을 모아 약 40cm 내외의 원형 둥지를 만든다. 산란을 하고 나서도 새끼가 자랄 때까지 계속 둥지를 보강하기 때문에 둥지가 점차 커진다. 

4) 산란과 포란


저어새는 알을 보통 세 개 낳으며 종종 네 개나 다섯 개를 산란하기도 한다. 1 ~2일에 한 개씩 산란하며 포란은 암수가 서로 교대를 한다. 포란 시간은 평균 7~8시간이며 대개 낮에는 수컷이 많이 포란하고 밤에는 암컷이 주로 포란한다. 그러나 아침 에는 1~2시간의 짧은 포란 교대를 자주하며, 교대 후에도 둥지 주변에 지키고 서 있거나 둥지 재료를 날라 오기도 한다. 저어새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둥지를 틀지만 장소가 좋은 곳에서는 둥지 간 거리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바싹 붙여서 여러 둥지가 몰려 있기도 한다. 포란 시기는 23~26일이 소요된다.


5) 새끼의 부화와 육추


새끼는 동시에 부화하지 않고 보통 2일 간격으로 알을 까고 나온다. 따라서 첫째와 셋째 새끼와는 5~6일의 부화 차이가 생긴다.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먼저 태어난 새끼만 먹이를 받아먹고 동생들은 잘 먹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다. 어미가 먹이를 잘 잡아 올 경우에는 세 마리 모두가 잘 성장하지만 대개는 먹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한두 마리 만 키우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 알의 부화는 첫째와 10일 이상 차이 가 나기 때문에 거의 살아남기 힘들다. 이와 같이 동시에 새끼들이 부화하지 않고 시간차를 두는 것은 기후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먹이가 부족해질 경우에 모두 죽지 않고 한 마리라도 키워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일 때는 먹이를 토하지 않고 새끼들이 부리를 어미 부리 속으로 넣어야만 얻어먹을 수 있게 한다. 대개 부화 후 2주일까지는 어미가 새끼를 품어주거나 보살피며 이후부터 점차 새끼들을 놔두고 먹이를 찾아 떠난다. 2주일 정도 자란 새끼들은 둥지에 도착한 어미를 알아보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끼르륵, 끼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3주일 가량의 새끼들은 종종 둥지를 떠나 돌아다니거나 다른 둥지의 새끼들과 함께 있기도 한다. 어미는 둥지로 새끼가 알아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며 거의 찾아다니지 않는다.


6) 새끼의 이소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되면 새끼는 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날개가 자란다. 몸무게도 어미와 비슷해진다. 이때부터는 둥지에 도착한 어미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어미를 쫓아다니며 새끼들 간에 먹이를 달라고 경쟁적으로 보챈다. 어미는 금방 먹이를 주지 않고 둥지를 벗어나 자신을 쫓아오게 하거나 주변을 날게 한 후에 먹이를 주면서 새끼가 둥지를 떠나 날아갈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 50일이 지나면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 번식지를 떠나 첫 비행을 하며 어미의 먹이터인 갯벌로 쫓아가기 시작한다. 새끼들은 쉬기 편한 장소에서 모여 어미들이 먹이를 가져오길 기다리거나 그동안 스스로 먹이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점차 독립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번식지를 떠난 후에도 몇 달간 계속 어미를 쫓아다니며 먹이를 보채는 경우가 많다.

 


강화의 논과 저어새


강화도에서 저어새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해안과 가까운 논이다. 특히 범람형 논 지역을 즐겨 찾는다. 강화도에서는 봄철 일찍부터 수로에 물을 가두었다가 넘치는 물을 논에 대는 범람 방식의 논농사 지역이 곳곳에 있다. 강화도 해안 일부 지역은 과거 갯벌을 매립하고 물골이었던 곳에 보를 막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한 수로형 저수지가 많다. 수로의 물에는 과거 염분이 남아 있어 양수기로 곧바로 퍼 올려 물을 대면 벼가 잘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수로의 윗물을 천천히 범람시켜 논에 물을 채우는 방식을 이용하여 왔다. 염분이 높은 물은 밀도가 높아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런 논은 빠르면 2월부터 모내기 철인 5월까지 천천히 물을 공급한다. 논물을 오랫동안 가두기 때문에 매화마름과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수서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미꾸라지나 붕어, 개구리,수서곤충 등의 먹잇감이 다수 논으로 유입된다. 강화도의 논에선 종종 수십 마리의 저어새들이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함께 무리를 지어서 부리를 휘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백로와 왜가리들이 목을 길게 빼고 저어새를 쫓아다니며 도망가는 미꾸라지라도 잡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재미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저어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기는 한창 모내기를 준비하는 4월부터 벼의 크기가 저어새 등 높이를 넘기 전인 6월까지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모내기가 한 달가량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수작업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7월까지도 논을 이용할 수 있다. 저어새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논들도 있는데, 이런 곳은 대개 큰 저수지에서 한꺼번에 관계 수로를 통해 물을 받아 논농사를 하는 곳이다. 물을 대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먹잇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어새의 월동지


저어새는 번식을 마치면 주변의 갯벌이나 습지 등으로 이동해 체류하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10~11월에 남쪽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주 월동지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대만, 홍콩, 중국 남부 등이며, 일부 가까운 곳으로 제주도와 일본 남부에 머물기도 하고, 더 멀리 베트남, 태국, 필리핀까지도 내려간다. 저어새는 월동지까지 보통 2000km 내외 거리를 이동하며 대부분 황해를 건너 중국 쪽으로 날아 간다. 이주 중에 중간 기착지인 중국 중부의 엔청, 상하이, 항저우 등의 해안 갯벌이나 양어장, 습지 등에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달 이상 오래 머물기도 하며, 소수 개체들은 더 남하하지 않고 월동하기도 한다.


월동지에서 저어새는 갯벌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저어새 최대 월동지인 대만 남서 해안 지역에서는 강화도와 달리 갯벌을 이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만의 주 월동지인 타이난 치구 등의 지역은 오래 전에 갯벌이 매립되어 거의 사라지고 염전이나 어류 양식장 등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염전의 이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양식장으로 바뀌거 나 일부 저어새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저어새들은 이곳 양식장이나 폐염전에 대한 의존성이 상당히 강하다. 이곳의 드넓은 양식 장은 가을부터 겨울철에 물고기를 출하하고 물을 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용가치가 없는 작은 물고기나 새우류는 수확하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저어새들과 여러 종류의 물새들에게는 겨울을 지내기에 너무도 좋은 상태가 된다. 저어새가 많을 때는 양어장 한 장소에만 수 백 마리가 모이기도 한다. 다른 월동지인 중국 남부, 흥콩 등지도 이런 이유에서 갯벌보다는 매립된 양어장이나 새우 양식장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일본 규슈 월동지의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는 양어장이 거의 없다. 따라서 소규모로 남아 있는 갯벌과 수심이 얕은 강 하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곳곳에 적은 무리로 흩어진다. 중국에 월동 하는 일부 저어새는 내륙으로 수백 킬로미터 들어간 호수나 습지 등을 찾아 월동하는 경우가 종종 확인된다.


저어새의 생존 수


2017년 1월에 저어새 월동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현재 전 세계에 저어새가 약 4000마리 내외 생존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 중에 약 2000마리가 강화도에 번식하거나 강화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년 전에 저어새의 생존 수는 400여 마리에 불과하였다. 지난 20년간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들이 점차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강화의 번식섬들이 보호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볼음도와 강화도 남단을 포함한 45OOOha의 넓은 강화도 수역이 저어새 천연기념물 지역으로 지정된 2000년 이후부터 강화의 저어새들이 꾸준하게 증가하여 왔다. 만일 강화 갯벌의 천연기념물 지정 이 없었더라면 저어새의 현재와 같은 증가는 없었을 것이다.

 


저어새를 위협하는 요인


저어새는 다양한 종류의 위협에 처해 있다. 번식지에서는 집쥐나 수리 부엉이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집쥐는 알이나 어린 새끼를 잡아먹고, 수리부엉이 역시 새끼를 잡아먹으며 어미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그 외 큰부리까마귀,재갈매기 등도 알을 훔쳐 갈 수 있으며,매도 어린 새끼에게 위협이 된다. 일부 번식지에서는 사람이 풀어놓은 염소가 번식에 방해를 주며, 풀을 먹어치워 번식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종종 사람들이 알을 주워 가기도 한다. 습지 먹이터에서는 고양이와 개 등이 위협이 되며 삵은 저어새를 종종 잡아먹기도 한다.  낚시 쓰레기 역시 문제가 된다. 부리가 넓적하기 때문에 물속의 끊어진 낚싯줄이나 바늘아 혹은 노끈이 부리에 걸리면 풀어내지 못한다. 종종 오염된 먹이를 먹고 죽기도 하고 전깃줄이나 건물에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어새를 위협하는 것은 서식지인 습지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과의 갈등


강화의 저어새들은 점차 이용할 수 있는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강화 남단 동막리의 경우에 해안으로 숙박업소와 위락 시설 등이 점차 증가하면서 저어새들은 가까운 해안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동막리 해수욕장에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주변의 저어새들이 이곳 갯벌을 피하고 있다. 넓은 갯벌이 펼쳐진 초지리 갯벌 역시 점차 이용 하기 힘들어졌다. 초지대교 개통과 해안도로 신설,황산도 관광단지화 등으로 차량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사람의 갯벌 접근이 많아져 이제는 저어새들이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분오리와 선두리 사이에 위치한 매립지인 동주농장은 만조 시에 저어새의 휴식지로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동주농장의 농경지가 개발될 예정이어서 민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물을 마셔야 하는 저어새들이 점차 이곳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들도 강화도 해안을 따라 차량의 이용이 크게 증가 하였고 강화나들길을 따라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논 지역에서는 낚시꾼들의 증가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범람형 논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모내기 벼를 쓰러트린다는 이유로 저어새를 달갑지 않게 보는 농민들과의 갈등도 있다. 모내기한 벼 사이로 무리를 지어 부리로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농민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줄 만하다. 천연기념물 도래지로 지정한 이후 해안 개발이 제한되면서, 주민과의 갈등 과 개발 제한에 따른 민원 등의 여러 문제점들은 계속되고 있다.

 


저어새의 보호


강화 갯벌의 넓은 면적이 천연기념물 지역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일부 저어새들이 이용하는 핵심 서식지는 보호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일부 저어새가 번식하는 섬들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하였으며, 저어새들이 자주 찾는 해안 인근의 논이나 습지 역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강화 남단의 여차리, 홍왕리, 분오리 등의 해안에 위치한 유수지와 저수지, 그리고 어유정도 폐염전과 강화도 일원의 폐양어장 등은 갯벌에 물이 차는 만조에 저어새들이 들어와 쉴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이런 장소들 중에 일부가 향후 저어새의 보호를 위해 습지 공원이나 보전 지역으로 지정 •관리될 수 있다면 저어새 보호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 여차리 유수지의 사례


저어새들이 가장 즐겨 쉬는 장소로 여차리 유수지가 있다. 이곳은 수심이 얕고 만조 시에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사유지인 데다 함초를 재배하거나 물을 뺄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새우 양식장 때문에 새들이 잡아먹거나 조류에 의한 전염병 전파 우려가 있어 저어새의 접근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동주농장의 경우에도 저어새들이 휴식지로 즐겨 찾거나 물을 먹는 곳어서 일부 해안 지역을 습지 공원으로 전환한다면 저어새와 물새 서식지로 유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각시암의 사례


각시암은 저어새 번식지로도 이용되지만 만조에 가장 많은 저어새들이 휴식지로 이용하는 곳이다. 이곳에 매년 보호 단체가 둥지터를 만들고 둥지 재료를 넣어줌으로써 번식 수 증가에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섬이 작기 때문에 주변에 이보다 더 큰 섬을 만들어준다면 저어새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저어새는 DDT와 물의 오염으로 거의 멸종할 뻔했던 새이다. 그러나 자연환경 보호를 통해 점차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좀 더 가까이에서 많은 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저어새는 갯벌의 건강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강화의 저어새가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우리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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