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제국’ 물려받은 3男... “내가 더 정치적” 反트럼프 후원예고 오픈소사이어티재단 이사장에 백악관 출입만 최소 14회 바이든과 각국 정상 연쇄독대 “진보진영에 금전 지원 늘릴 것”
< 조선일보,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3.06.12. >
미국 헤지펀드 대부이자 진보 진영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92)가 셋째 아들 앨릭스 소로스Alex Soros (37)를 공식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들 앨릭스는 기업·자선단체 경영권뿐만 아니라, 2024년 미 대선 등에서 진보적 정치 의제를 아버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소로스는 250억달러(약 32조2875억원) 규모의 사업을 앨릭스에게 대거 넘기고 있다. 앨릭스는 지난해 12월 소로스가 세운 미 최대 규모 비영리 자선단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의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OSF는 소로스의 재산을 대부분 투입하는 핵심 기관으로, 매년 15억달러(약 1조9377억원)를 각국 인권·민주주의를 신장하는 단체나 대학 등에 지원한다.
앨릭스는 소로스가 설립한 민주당 정치인·법조인 후원용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 위원장 자리도 맡고 있다. 이 소로스 수퍼팩은 연간 1억2500만달러(약 1614억원)가 배정된다.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등도 앨릭스가 최근 백악관에만 최소 14회 들어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을 만났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진보 지도자들도 잇따라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앨릭스는 소로스가 세 번의 결혼에서 얻은 다섯 자녀 중 셋째 아들이다. 당초 소로스는 “자식이 아닌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재단을 물려주겠다”고 했으나, 차남 조너선 소로스(52)가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조너선이 아버지와 스타일이 달라 멀어지자, 10년 전쯤부터 그 빈자리를 조너선의 이복동생인 앨릭스가 채웠다. 앨릭스는 UC버클리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학위 논문은 독일 철학자 하이네와 니체의 정치철학에 관한 것이었다. 뉴욕의 ‘파티보이’로 유명했던 앨릭스는 나이가 들며 역사·철학·정치를 주제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부쩍 가까워졌고, 재단 업무에 적극 나서면서 ‘왕위’를 꿰찼다고 한다.
앨릭스는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 처음으로 WSJ와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중도좌파 성향’이라면서 “우리 부자는 사고 방식이 비슷하지만, 내가 아버지보다 좀더 정치적이다. 그리고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했던 아버지와 달리) 미 국내 정치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 정치권의 가장 첨예한 이슈인 낙태권, 투표권, 성평등 등으로 활동 목표를 확대하고, 라틴계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을 높이고 흑인 투표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 전망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내년 대선에 진보 진영에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태생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로,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10억달러의 차익을 남겨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몰락 후 주로 동유럽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건립에 막대한 자금을 댔다. 2000년대부턴 미국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큰손 역할을 했으며 진보 성향 법관·검사 선거와 진보 대학 연구자금, 흑인 민권운동과 성소수자 단체 등에도 대규모 후원을 해왔다. 이 때문에 유럽·중동 각국과 미 극우 보수 진영에선 소로스를 진보 의제 뒤에 숨은 ‘비밀 정부(deep state)’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보수 진영이나 특정 국가와 인종을 궤멸시키려 하는 ‘악마’라는 음모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이 말하는 ‘김남국·라덕연’ 사태 “김남국 의원, 주식 투자 방식부터 상당히 이례적”
< 원간조선,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2023.6월호 >
“내부 정보 없이 한 종목에 전 재산 투자하는 사례 거의 못 봐”
⊙ “‘라덕연 게이트’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정·재계 인사 성향은 野圈” ⊙ “임창정 관련 여부?… 자금 모집책 중 한 명이란 판단” ⊙ “도이치 의혹?… 영부인 관련됐다면 벌써 보도되지 않았겠나” ⊙ “돈 많은 사람 잘살게 하는 것보다 개미들이 부자 됐으면 하는 생각” ⊙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 세력 견제에 정부 주관 배터리 산업 전략회의 못 가” ⊙ “中 배터리가 우리 배터리와 경쟁이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주식은 몰라도 ‘밧데리 아저씨’는 안다.” 박순혁(朴淳爀·52) 전 금양 홍보이사 이야기다. 그가 공개적으로 추천한 8종목이 모두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유명해졌다. 8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CNT·나노신소재·포스코홀딩스다. 에코프로의 경우 작년 말 주가가 10만3000원이었으나, 54만4000원(5월 13일 기준)으로 6배 가까이 급등했다. 박 이사가 추천한 종목으로 돈을 번 개인 투자자들은 그를 ‘의인(義人)’이라 치켜세운다. 박순혁 전 이사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그의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기자는 주식 문외한(門外漢)이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손해를 봤다는 사람이 더 많다. 8종목을 추천했는데, 모두 주가가 올랐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소름 돋는 결과다. 어떻게 하면 ‘주식의 초고수가 될 수 있느냐’는 유치할 수 있지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박 전 이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사이 주식과 관련해 너무 많은 일(김남국 가상화폐 논란, 라덕연 다단계 주가조작 의혹)이 터졌다. 하고 싶은 질문은 잠시 뒤로 미뤘다. 인터뷰 후 5월 16일 박순혁 전 이사는 금양에 사의를 표했다. 한국거래소 측이 ‘박 이사가 계속 금양에서 홍보를 맡으면 앞으로 여러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회사에서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거래소 측은 “사퇴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내부 정보 없는데 올인? ―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투자’ 논란의 시작도 결국 주식인데요. “지금 보면 자신이 살던 집 전세금을 빼서 LG디스플레이(LGD) 주식에 ‘올인’했고, 거기서 번 돈으로 코인에 투자한 것이잖아요. 저는 코인 투자 자금을 만들기 위한 주식 투자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 왜죠? “전 재산을 한 종목에 투자한 것이잖아요.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결정이죠. 삼성전자 주식조차 확신이 없으면 몰방하지 않습니다.” ―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네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김남국 의원처럼 한 종목에 몰방하는 사례는 거의 못 본 거 같습니다.”
박 전 이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터뷰에서 작전주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했다”며 “김남국 의원이 이 대표의 수행실장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 이쪽(민주당 측)에 주식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30여 년 전인 1992년 당시 증권회사에 재직 중이던 친구의 권유로 첫 주식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영상에서 “저는 주식 하면 안 된다, 패가망신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다. 절대로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대학 친구 권유로 주식을 샀다”며 “첫 주식이 나는 몰랐는데 작전주였던 것이다. 저는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가) 부탁해서 사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너무 많이 올랐더라. 1만원 중반대에 샀는데 3만원 중반을 넘어가기에 일단 제가 가진 걸 다 팔아버리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빨리 팔라고 했다”며 “친구가 안 된다는데도 ‘계좌가 내 건데 왜 안 파느냐. 팔아라’라고 거의 싸우다시피 해서 팔았다. 내가 팔고 나니까 뚝 떨어지더니 제자리로 돌아가더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내가 이걸 나중에 알았다. 난 모르고 작전에 투입된 자원이었는데 내가 고집을 부려서 나만 덕 보고 나머지는 다 플랫된 거다”며 “아마도 내가 파니까 그 사람들이 ‘배신이다’ 싶어서 다 팔아버린 것 같다. 전선이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라덕연 게이트’
―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도 터졌습니다. “네이밍이 중요한데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가 아니라 ‘라덕연 게이트’라고 해야 맞습니다. 라덕연 일당은 CFD(차액결제거래), 통정매매(매매 가격을 미리 짜고 거래)를 해서 주가를 올리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사기를 친 것이죠.” ― 라덕연 일당을 검찰에 고소한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금액이 1350억원에 달하던데요. “아마, 라덕연 일당이 돈을 많이 챙겼을 겁니다. 다 찾아서 회수해야죠.” ―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는 피해자입니까, 공범입니까. “저는 임창정씨가 자금 모집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임창정씨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 뭡니까. “여기에 민주당 쪽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겁니다. 임창정씨야 연예계나 일반인들에겐 통하겠지만, 큰손들은 정·재계 인사들을 보고 투자하거든요.” 박 전 이사는 기자에게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단독] 라덕연에 수십억 투자한 정치인도 있었다… 북한 여행사 통해 정관계 인사 자금 유치”란 제목의 《조선비즈》 기사였다. “이 기사에 나오는 K씨는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한자리한 분입니다. 주로 활동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도 민주당 소속입니다. 라씨는 작년 초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전 회장과도 관계를 맺었는데, 아난티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그룹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어디와 더 가깝겠습니까?” 이중명 전 회장은 2019년 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남북문화체육협력특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DMZ 복합관광특구 조성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아난티그룹은 이중명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이중명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이슈”라면서 “아난티는 주가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영부인 관련됐다면 벌써 보도됐을 것”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어떻게 보십니까. 영부인이 몸통입니까. “민주당에서는 여사님을 ‘전주’라고 공격하잖아요. 범죄를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맡긴 고객이 주가조작 여부를 미리 인지했느냐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여사님께서는 모르고 계셨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일반 고객이었단 이야기 아닌가요?” ― 문재인 정부 때 조사를 했는데, 티끌만큼이라도 흠이 있었으면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이고, 기업에 몸담은 사람 입장에서 대답하면 불똥이 튈 수 있는 질문을 많이 주시네요.(웃음) 전(前) 정부에서 오랜 기간 수사를 한 것은 팩트잖아요. 뭐라도 나왔으면 언론에 크게 보도됐을 것 같습니다.” 만나자마자 너무 민감한 질문만 쏟아낸 것 같아, 주위를 환기할 겸 잠시 추억에 빠질 시간을 줬다. ― 공부를 잘했네요. “고향(대구)에서 그냥 공부만 하는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학폭’ 이런 쪽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웃음)” ― 원래 주식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제가 중학생일 때 엄마 따라 증권사 객장에 몇 번 간 적이 있습니다. 1986년에 장이 좋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크면 저거(주식)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긴 했죠.” ―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했으니 꿈을 이룬 거네요. “제가 사실 공인회계사(CPA)를 공부했습니다. 1차는 두 번 합격했는데, 2차에서 자꾸 떨어져서 접었죠. 당시 펀드 매니저가 인기가 많은 직업이었습니다. 제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터 린치(전 피델리티 마젤란펀드 매니저)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대한투자신탁에 시험을 봐서 입사한 것이죠.” ― 입사하면 모두 펀드 매니저가 됩니까. “아니요, 펀드 매니저가 되려면 먼저 애널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사내에서 애널리스트 선발 시험을 치는데, 노트 한 권을 다 외웠습니다. 당시가 아마 제 인생에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을 때일 겁니다. 다행히 1등을 해서 애널리스트로 발령을 받았죠.” ― 몇 명 중에 1등을 한 겁니까. “108명 중에 1등이었습니다.” ― 애널리스트 박순혁의 성적은 어땠습니까. “제 손님들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현대모비스, 포스코 주식을 많이 추천해드렸죠.” ― 소위 ‘에이스’였는데 왜 퇴사한 것이죠? “제가 근무할 때 지점장님이 투자 자문 회사 사장을 하고 계셨는데, 그분이 저를 스카우트했습니다.” 금양과의 인연 ― 투자 자문 회사에 있다가 금양으로 간 건가요?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집에 가져다줄 수 있는 월급이 계속 줄더군요. 아내가 다른 살길 찾아보라 하더군요. 그래서 삼성생명 법인대상 보험 영업을 하는 곳에 들어갔죠. 여기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금양 류광지 회장을 소개받게 됐습니다.” ― 그렇게 연결이 됐군요. “친하게 지내면 혹 보험 하나 들어줄까 싶어 자주 만났는데, 제가 좀 쓸 만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2021년 9월 정도에 기획 담당 이사님이 회사를 그만뒀는데 같이 해보자고 해서 금양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 금양은 어떤 기업입니까. “금양은 원래 발포제 생산 업체지만 현재는 2차 전지에 들어가는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 수산화리튬 가공, 원통형 2차 전지 사업, 콩고 리튬 광산 투자 등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1차 전지와 달리 방전 후에도 다시 충전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금양은 2년 전인 2021년 차세대 2차 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며 일찌감치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금양은 결국 대기업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2곳만 보유하고 있던 기술인 ‘2170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와 킥보드,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모빌리티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中 배터리 경쟁력, 韓에 상대 안 돼” ― 금양이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하니까 ‘밧데리 아저씨’가 된 건가요? “우리 2차 전지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공히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중국을 크게 앞서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대학 자동차 관련 학과 모 교수는 각종 유튜브 채널과 경제 채널, 심지어 국영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여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며, 한국보다 30%나 싸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A 경영연구소 모 연구원은 수백만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중국 CATL의 기술력은 한국 배터리에 비해 동등하거나 우월한 면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 되겠다.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유튜브에 출연하게 된 것이죠.” ― 추천종목이 대박 났습니다. “저는 돈 많은 사람 잘살게 하는 것보다 개미들이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세계적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폼팩터 기술 발전과 화재 안전성 기술에서 경쟁국인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실제 중국 배터리의 화재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중국의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와 경쟁이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 한국의 2차 전지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한국 기업이 배터리 핵심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은 중도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갔다는 데 있습니다. 소니는 1991년 2차 전지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2006년 노트북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배상을 하고 이후 배터리 사업을 접었지요.” “중국에 포섭된 사람 많다” ― 우리나라의 자국 배터리 기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중국 배터리를 홍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중국 자본에 의해 포섭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될 테지만 중국의 사회주의를 동경(憧憬)하는 사람도 많고요.” ― 네?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중국 체제를 동경,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쪽에서 나오는 리포트 같은 것을 보면 중국은 사상 개조, 돈, 여자 등 세 가지를 이용해 지식인들을 많이 포섭합니다. 고전적 방식인데, 저는 한국의 지식인들도 많이 포섭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 민감한 주장이네요. “이 사람들이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지요. 이런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정책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친중 정책을 폈는데, 중국은 우리에게 뭘 줬죠? 5년간 저자세로 나갔는데, 우린 중국으로부터 얻어낸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 유튜브 등을 통해 여의도 증권사들이 롱숏펀드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말했던데요. “증권사의 꽃은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저도 30년간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떨어지고 반대로 돈을 벌어주는 IB(투자은행) 사업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애널리스트는 IB에서 시키는 대로 글을 쓰는 부속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법인 영업부가 보기에 지금 우리 고객이 숏 포지션(매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리포트를 쓰고, 롱 포지션(매수)이라고 하면 좋은 리포트를 쓰는 것이지요. 지금 여의도는 롱숏펀드가 장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포지션을 정하는 대로 증권사 추천주가 바뀌고, 증권 방송들도 움직이죠.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들, 특히 펀드들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롱숏펀드란 주식 운용 시 주가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롱숏전략(long short strategy)’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롱숏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공매도로 파는(short) 전략을 말한다. 수익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증시가 오르건 내리건 급격한 변동이 없는 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에 홀로 맞서는 ‘의인’ 같군요. “저는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오히려 여의도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겁이 많은 걸 제가 제일 잘 압니다. 그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결과가 진실을 보여준다”
― 개인투자자들의 지지가 열광적입니다. “돈 벌어다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웃음) 제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산 사람들은 지금 떼돈을 벌었고, 여의도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산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받죠. 여의도는 개인 투자자들을 총알받이로 쓰려고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 학계와 증권업계에선 ‘밧데리 아저씨’에 대한 믿음이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는 결과가 진실을 보여준다는 입장입니다.” ― 지난 4월 17일 업계에선 ‘밧데리 아저씨 3분 스피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배터리 산업 전략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자리가 대통령님 옆자리라면서….” 배터리 산업 전략 회의는 정부 관계자 외에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관련 교수들이 모여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 그런데 참석이 취소됐죠.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여의도 증권가 기득권들이 제 참석을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중요 회의에 초청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제 주장이 맞다는 게 되니까요.” “돈 너무 쉽게 벌면 망가져” ― 금양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미리미리 얘기해야 사람들이 대비도 하고, 투자자들이나 주주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해서 얘기를 한 건데, 공시 규정 위반으로 모는 건 너무 좀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거래소 고위직에 전 정부 관련자들이 있는데, 저를 눈엣가시로 생각하죠.” 박 전 이사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문제 삼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의무는 회사에 있다”며 “등기 유무에 관계없이 임직원이면 (회사의 경영상 주요 사항을 공시 전에 발설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줬다. 국내주식잔고손익 계좌였다. 순익이 1억7000만원쯤 됐다. 그가 넣은 투자금에 ‘0’을 하나 더 붙이기만 했어도 훨씬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돈을 너무 쉽게 많이 벌면 망가지더라고요. 사람이.” ― 추천 종목 말고 투자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주식 안 하신다면서요. 혹시 하신다면 그냥 제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워런 버핏(93) 버크셔 회장과 찰리 멍거(99) 부회장이 주주들의 온갖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면서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 축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주주 가이드북에도 아예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 연례 주주 페스티벌'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는 전 세계에서 온 4만명이 넘는 주주들이 참여했습니다.
3일간 개최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주주총회는 첫째 날 버크셔 제품의 쇼핑데이로 진행되며 둘째 날 공식 주총을 개최하고 마지막날 오전에는 5㎞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참고로 마라톤 대회 명칭도 '자신에게 투자하세요(Invest in yourself)'입니다. 역시 버크셔 해서웨이답습니다.
둘째 날 일정도 독특합니다. 오전 9시15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다시 2시간 30분의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5시간 넘게 질의응답 세션을 가진 후에야 공식 주주총회를 1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주주 대부분이 주총 안건보다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기 위해 참석하기 때문에 순서를 이렇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사실 버크셔 주총에 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50만달러에 육박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주가 아니라 320달러(약 43만원)인 클래스 B주 한 주만 있어도 주주총회 입장권을 4장 받을 수 있습니다. 오마하가 너무 멀다면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버크셔 주주총회를 실황 중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의 질의응답은 5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으며 버핏과 멍거는 전 세계에서 참석한 주주들이 던진 약 50개 질문에 답변했는데요. 버크셔 주주들은 보험사, 철도회사를 자회사로 가졌을 뿐 아니라 애플에도 투자한 버크셔 사업과 은행 위기, 달러의 지위, 미중 관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버핏과 멍거의 답변은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주주와 베키 퀵 CNBC 앵커가 이메일로 받은 것 중 선별한 질문을 번갈아 던지는데요, 버핏과 멍거는 질문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듣고 바로 답변합니다. 심지어 버핏은 주주와 베키 퀵한테 어려운 질문을 맘껏 던져보라고 주문하는데요, 30~40년 전 수치까지 정확하게 인용하는 버핏을 보면 절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살 소녀가 던진 '탈달러화'의 위기
이날 가장 어린 질문자는 13살 소녀인 다프네였습니다. 다프네는 13살이며 이번이 6번째 버크셔 주주총회 참석이라고 말하고 나서 주주들이 박수를 보내자, 잠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질문을 이어갑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1조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면서도 계속해서 수조 달러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글로벌 주요 경제국들이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달러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까요? 버크셔는 이런 가능성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미국시민으로서 우리는 탈달러화(Dedollarisation)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버핏은 다프네한테 단상에 올라와서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부탁해야 되겠다고 칭찬한 후 "우리가 기축통화이며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하기 쉽지만, 만약 우리가 (달러 인쇄를) 너무 많이 한다면 요정 지니가 램프에서 나오고 난 후에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이 통화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면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는 건데요. 정확하게 믿음을 잃게 되는 선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서 달러를 위험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버핏은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회로서 부유하며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지만, 돈을 무제한 찍어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건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답변합니다.
머스크와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버핏과 멍거
캐나다에서 온 주주는 찰리 멍거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난해 멍거 부회장은, 자신의 IQ가 150인데 170이라고 믿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IQ가 130인데 120이라고 믿는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같은 성공 사례를 고려해도 아직 그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에 담긴 멍거 부회장의 얘기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보다는 약간 덜 똑똑해도 차라리 과소평가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그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멍거는 "나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아주 능력이 뛰어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머스크는 최근 버크셔 주총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 중 한 명인데요, 버핏과 멍거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버핏도 머스크가 정말 뛰어나다며 IQ가 170을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멍거는 "머스크가 그의 비이성적일 만큼 극단적인 목표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일론이 지금 가진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머스크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들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합니다. 이어 멍거가 "워런과 나는 쉬운 일들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총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버핏 역시 자신과 멍거는 "머스크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끼어들자 멍거도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실패를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맞장구칩니다. 이처럼 버크셔 주주총회는 버핏과 멍거가 맞장구를 치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멍거가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면 웃음소리가 터질 때가 많습니다.
버핏은 머스크가 중요한 일들을 많이 이뤘다며 거기에는 '광신(fanaticism)'은 아닌데 비슷한 게 필요하다고 말하자 옆에서 멍거는 "광신이 맞아!"라고 응수합니다. 버핏은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는 데는 헌신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자신과 멍거에게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머스크의 생활방식을 즐길 수 없겠지만 머스크 역시 버핏의 생활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끝맺습니다.
< 자신의 부고를 미리 쓰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 >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에서는 10대 주주가 여러 명 질문했는데요, 오하이오에서 온 15살의 소년은 이번이 4번째 참석한 버크셔 주총이라고 운을 떼며 버핏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당신의 연설, 인터뷰 및 글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당신의 지혜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연례 주주서한에서 실수에 관해서 언급한 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투자와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큰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시겠어요?"
질문 후에 박수가 터져나왔고 버핏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쓰고 (부고 기사에) 어울리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투자에 관해서는 먼저 절대 자신의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만약 투자를 할 돈이 있다면 절대 밤에 걱정이 될 정도의 투자를 하지는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버핏이 자신이 버는 돈보다 적게 써야 하며 만약 버는 돈보다 많이 쓴다면 빚을 지게 되고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다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대출)은 져도 되는 빚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멍거의 대답도 재밌습니다.
멍거는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해로운 사람들과 해로운 활동을 피하세요.
그리고 평생 동안 계속 학습하세요.
그리고 만족지연(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욕구 만족을 포기하는 것)을 많이 하세요.
왜냐면 그렇게 사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위에서 말한 일들을 모두 한다면 여러분은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지막에 버핏은 오늘 참석해주신 주주 여러분께 감사하며 내년에도 와 달라고 말하면서 질의응답 세션을 마쳤습니다. 5시간 넘는 버핏과 멍거의 질의응답 세션을 듣다 보니 버핏과 멍거가 미국 시민들에게 엄청난 봉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들은 투자, 경제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탈달러화를 걱정하는 13살 소녀, 투자와 인생에서 피해야 할 큰 실수를 알려 달라는 15살 소년, 이들이 20년 뒤 어떤 모습의 성인으로 성장할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버크셔의 주총 같은 주주총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가 이번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위험한 트렌드’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위험한 트렌드를 ‘초거대 위협(Megathreats)’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한때 그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외쳤다(2011년). 미국의 재정적자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이 한꺼번에 엄습해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경고였다. 최악의 폭풍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더 센 조어법(造語法)을 동원했다. ‘위기를 마케팅하며 먹고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피어올라 줌(Zoom) 인터뷰를 요청했다. 명분은 한국어판 출판에 맞춘 저자 인터뷰였다.
눈앞의 위기를 경고했는데, 이번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한 듯하다.
“맞다. 학술서적까지 포함하면 이번 『초거대 위협』이 다섯 번째 책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쓴 책으로는 2010년 『위기의 경제학(Crisis Economics)』에 이어 두 번째다. 『위기의 경제학』은 금융위기에 관한 것이다. 『초거대 위협』은 10년 또는 그 이상 기간에 걸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을 다뤘다.”
금융시장 단기 리스크를 다룬 것과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초거대 위협’은 그저 10년이나 20년 뒤의 일이 아니다. 오늘의 위협이 얼마나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를 들어 설명하려 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거나 유성이 지구를 강타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알아챌 수 있는 위협을 이야기한다.”
큰 얼개부터 설명해 주면 좋겠다. ‘초거대 위협’은 무엇무엇인가.
“10가지 위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는 거의 동시에 엄습할 것으로 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가계·기업 등 민간과 공공 부문이 빚에 허덕이다 파산하는 사태
▶저출산·고령화
▶유동성 풍요가 낳은 거품과 붕괴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통화시스템 위기
▶세계화의 종말
▶AI 위협
▶신냉전
▶생태 위기 등이다.”
부채·저출산·빈부차·지정학 갈등 10대 초거대 위협 서로 작용하며 물가 6%선까지 오르는 시대 온다 신흥국 디폴트 사태 발생할 수도
빚은 위기의 어머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어느 정도이기에 첫 번째 위협이라고 했나.
“세계 부채 상황을 한꺼번에 보여줄 통계는 빨리빨리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채권은행 단체인 국제금융협회(IIF) 등에 따르면 2021년 말에 이미 300조 달러(약 39경 원)를 넘어섰다. 세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3만8000달러 정도다. 무엇보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불어났다. 빚 문제는 『초거대 위협』 초반 3개 장을 아우르는 테마다. 빚이 ‘모든 위기의 어머니(mother of all crises)’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빚에는 개인뿐 아니라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이 안고 있는 부채가 다 포함된다. 앞으로 개인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가 더욱 높아진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피할 수 없어서다. 결국 민간 부문의 채무 위기가 발생한다. 거의 동시에 공공 채무 위기도 현실화한다.”
요즘 인플레이션이 화두여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Great Stagflation)이란 장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심각하기에 그런 말까지 만들어냈나.
“1970년대 후반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을 뛰어넘는 상황을 겪을 수 있어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침체)은 단지 두 차례 부정적인 충격 때문에 발생했다. 73년과 80년 두 차례 오일쇼크였다. 그 바람에 75년부터 82년까지 7년 정도 이어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74~75년과 80~82년 엄습한 침체다. 이런 70년대 상황과 견줘 팬데믹 이후는 규모와 정도 면에서 엄청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감소 규모로 측정한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우리가 경험할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가 2%까지 낮추지 못해
미국·유럽 등의 물가가 얼마나 상승하기에?
“미국과 유럽이 남미처럼 아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과 유럽 등의 물가상승률은 연 2~6% 사이일 것으로 본다.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려 놓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의 인플레이션 파이팅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인데.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등 중앙은행가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중앙은행가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본다. 그들이 바보여서가 아니다. 그들이 사악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덫(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채의 덫이란 무엇일까.
“요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양적 긴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물가를 2% 수준으로 낮추려면 중앙은행이 지금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고강도 긴축을 해야 한다. 그 대가로 당신은 실물경제의 경착륙을 겪는다. 침체는 기업 순이익이나 개인 소득의 감소를 뜻한다. 빚이 더욱 무거워진다. 빚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결국 부채 위기가 발생한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부문의 채무불이행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을 중앙은행가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북한은 국제질서를 흔들 후보국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가를 올리고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중·장기적 요인이 10가지는 된다. ▶세계화 둔화 ▶보호주의 ▶고령화 ▶(고령화와 이민제한이 낳을) 임금 상승 ▶지정학적 갈등(미·중 디커플링)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투자 둔화(고에너지 가격) ▶팬데믹 재연 ▶사이버 전쟁 ▶소득·부의 불평등 ▶통화패권의 무기화 등이다. 이 모든 요인이 작용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한다. 그것이 바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두 차례 석유파동만으로도 70년대 후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사실을 떠올려 보라.” 한반도에서도 지정학적 갈등이 일어날까. “현재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중 갈등만을 주로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나는 현재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나라가 네 나라라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이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유럽, 달리 말하면 한국과 일본도 들어가는 서방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와 통화, 교역 질서 등을 흔들 수 있다.” “난 닥터 둠이 아니다!”
위기를 세일즈한다는 비난도 있더라.
“나는 닥터 둠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경종을 울리고 싶을 뿐이다. 재앙을 마케팅하는 것(marketing disaster)이 아니다. 내가 위험을 알리는 데 적극적인 이유는 살아온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중동과 지중해 동부 유럽에서 성장해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런저런 사건과 불안 요인 등이 있는 지역들이다.”
중동 지역 삶이 어땠나.
“나는 페르시아 유대인(이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튀르키예다. 아버지는 튀르키예와 이란, 이스라엘을 옮겨 다니며 비즈니스를 했다. 튀르키예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적이 있지만 여러 소용돌이가 늘 발생하는 곳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등이 일어난 곳이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지역이다. 내가 위기에 민감해진 배경이다. 개인사를 좀 더 이야기하면, 내 부모와 더 올라가 내 조상은 이란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볼셰비키 혁명(1917년)을 경험했다. 이후 이란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2차대전이 벌어졌다. 나치가 이란을 차지하며 집단수용소를 세웠다. 수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주했는데, 그곳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부모는 이탈리아 등에서 살다가 유럽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스타 이코노미스트로 떠올랐다. 195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가족들이 이란으로 이사했다. 한때 이스라엘에서도 살았다. 1962~83년까지 19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지냈다. 그때 밀라노 보코니대를 졸업했다. 198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어와 페르시아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를 할 줄 안다. 1990년대에 예일대 등에서 강의했다. IMF와 Fed, 세계은행, 이스라엘 중앙은행에서도 근무했다. 현재는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있다.
1997년부터 몇 년간은 나라 전체가 IMF 외환위기로 인해 불안한 상태였다. 그 시기에 캐피탈이나 파이낸스 회사로 위장한 여러 종류의 대부회사들이 전국적으로 등장해 사기를 쳤고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무늬만 캐피탈·파이낸스 회사였던 대부업체는 “건실한 업체에 빌려줄 자금이 모자란데, 당신처럼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면 우리가 그런 업체들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남는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꼬셨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호주머니만 털려버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당시 내가 의문을 품었던 것은 왜 피해자들이 인천, 울산, 부산 같은 곳에서 유달리 더 많을까였다(물론 지역별 통계는 없으나 내 기억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내 짐작은 이러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 항구 도시들은 밀수뿐만 아니라 화물 입출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커미션 및 리베이트로 인해 검은 돈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 검은 돈 때문에, 이웃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고급차를 타면서 으스대는 모습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이웃들은 ‘이 세상엔 돈을 쉽게 버는 어떤 투자 방법이 있지만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투자처에 쉽게 돈을 맡기고 만다.
사기꾼 피해자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 쉽게 돈 버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카지노에 가서 잭팟을 터트리면 된다. 그러나 확률이 너무 낮다 ― 이게 중요하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서 행운을 기대하지 마라.
코인 투자를 한 사람들 중 일부는 대박을 맛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인 투자는 폰지 사기처럼 계속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가격이 유지되는 게임이며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그런 맥락에서 동일하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도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이익이 발생되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주식에서는 배당금이나 회사 가치 증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부동산에서는 임대수익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사기꾼들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이 악명 높다. 아이작 뉴턴처럼 머리 좋은 사람도 처음에는 이익을 맛보았으나 후속 투자를 계속하면서 결국은 현재 시세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반면 음악가 헨델은 주가가 올랐을 때 재빨리 처분하고 더 이상은 투자를 하지 않아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2️⃣ 하루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
기본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그 사람의 자발적 의사로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야 한다.
자발적 의사라고 함은 곧 신뢰를 의미하는데, 신뢰를 얻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룻밤 사이에 그런 신뢰가 쌓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3️⃣ 가스라이팅을 잘 당한다.
내가 기부를 좀 했다고 해서 착한 놈일까? 독거 노인은 굶어 죽어도 돕지 않고 노숙자에게 10원도 준 적 없는데 그게 착한 거냐? 사기꾼들이 착한 척하는 이유는 그래야 ‘설마 저 사람이 저렇게 착한데 나에게 사기 치겠어’라는 믿음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카나 명품, 호화주택 등을 보여 주고 자기가 아주 잘 살고 있다며 자랑하는 연놈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다 당신에게 무엇인가 팔아서 또는 투자하도록 꼬드겨서 자기가 빨리 부자가 되려는 연놈들이지, 실제 부자는 아니다. 진짜 부자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자기 소유물을 대중에게 보여 주어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을 더 알고 싶다면,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 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의 임채원(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지난해 1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말한 내용을 참고할 만하다.
2.
“미안할 정도로 잘해 준다” 사기 전문 검사가 말하는 사기꾼 특징
<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2022.01.21 >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임채원(63·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사기를 방지하는 실용적인 ‘팁’을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사기꾼의 특징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기를 당한 이후에 돌이켜보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사기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첫째, 중요한 건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준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목적이 달성되면 사기꾼은 연락이 없다. 그거를 먹튀(먹고 튄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절대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피해자가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하면 사기꾼은 의외로 이에 응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대목에서는 추상적으로 표현해 사기꾼 처지에서도 해석되게 만든다는 게 임 부장검사의 얘기다. 그는 “계약서를 쓰긴 했는데, 사기꾼이 ‘이거 제가 안 썼다. 제가 썼다는 증거를 대세요’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다 컴퓨터로 출력되어 있고, 대표회사 직인만 찍혀 있지 이 사람의 필적 자체가 없더라. 그러면 그 계약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오삼불고기’를 기억하라고 했다. 예방 5가지, 사후대책 3가지다.
그는 ▲상대방이 하는 말 내용을 확인하라 ▲첫 만남에 느낌이 이상하다면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지 마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증거를 남겨라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파격적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그건 거의 사기”라고 임 부장검사는 말했다. 또 증거를 남기려고 하면 사기꾼은 “내가 너를 동생보다 더 아끼고 이렇게 극진하게 해줬는데 나를 못 믿느냐”며 피해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걸 극복해야 사기를 면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내가 문제다. 내가 강박증이 있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셔서 그렇다”고 말하며 증거를 꼭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했을 때는 “빨리 포기하고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10억원의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3~4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사기꾼이 “4억원만 더 빌려주면 이전에 빌렸던 10억원도 돌려주겠다”고 사기를 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검사는 “처음 사기를 당했을 때 빨리 손절했다면 추가 피해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100만원 이상의 돈은 송금 후 30분 안에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골든타임이다. 30분 안에 신고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3
차용증에 이것 한 줄만 써도 사기 피해 예방한다 –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
< KBS 라디오 2022.01.26 (19:05)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6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 (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임채원 단장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 문서를 남기지 않는 문화로 사기 발생률과 재범률 높아 - 스미싱 문자 의심되면 인터넷에서 번호 검색해봐야... 링크는 절대 누르지 말것 - 지인과 친인척에게 사기당하는 경우 많아... 계속 확인하고 의심하는 습관 필요 - 친절하다가 목적 달성 시 돌변하는 유형, 타인에게 관심 없고 내 이익만 중요한 소시오패스 성향 조심해야 - 차용증 작성 시 돈을 빌려가는 용도를 꼭 기재할 것 - 서류나 녹음, 동영상 등 다양하게 증거 확보해 둘 것 - 사기죄 공소시효 10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추가 피해 막기 위해 포기도 고려해야 - 혼자 있는지 묻고, 전화 끊지 말 것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패턴 주의
◇김방희> 박지수 님이 사기 문자 조심하십시오. 침대 150 몇 만 원 주문했다는 사기 문자 받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하라면서 서울 번호까지 있고 어제 제 실명으로 온 문자였는데 놀랐습니다. 모두들 설 앞두고 사기 문자 조심하셔요라고 해 주셨는데, 바로 이 때문에 오늘 사기 예방법을 공부 좀 해보려고 합니다. 검사라는 직업은 사실 얼마 전부터 문제적 직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대선의 암묵적 쟁점도 그 중 하나겠죠. 그러나 검사 개개인이 들여다보면 특정 범죄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서 전문화된 분들이 많습니다. 해당 범죄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돼 주시는 분들이죠. 우리나라 전체 범죄 중 20%가 사기일 정도로 매년 사기 범죄는 증가하고 그래서 사기 공화국이다. 이런 오명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설 명절 앞두고 상품권 택배 배송, 정부 지원금을 사칭한 문자 전화 사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몰라서 당하고 알면서 당하는 분들도 많은 만큼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사기 예방법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검사 생활 33년간 사기 사건을 가장 많이 다루신 분입니다. 이걸 바탕으로 해서 오랜 기간 준비해서 임 검사의 사기예방솔루션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저도 들여다봤는데 정말 꼼꼼하게 사례들을 다루셨습니다.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과 사기 공화국에서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비법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임 검사님 어서 오십시오.
◆임채원> 네, 안녕하십니까?
◇김방희> 검사님은 사기 안 당하죠?
◆임채원> 저도 당했습니다.
◇김방희> 사기를 당했어요?
◆임채원> 부장검사 때, 지금 10년이 좀 넘었기 때문에 이제야 말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사기 예방 강의를 많이 하는데 저를 교재로 쓰니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김방희> 그렇죠. 일종의 그것도 교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아하긴 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자괴감도 들었을 것 아닙니까?
◆임채원> 너무 창피해서 밤에 자다가 일어나면 잠이 안 옵니다. 그것도 10년 정도 알던 선배한테, 지인한테.
◇김방희> 특성이 그런 것 같아요. 지인들한테, 가족들한테.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사기라는 범죄에 좀 전문화, 특화돼야 되겠다 하는 계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버님이 사기를 당했는데 그게 집안에 큰일이었던가 보죠?
◆임채원> 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를 서울로 끌어들였던 직장 상사가 어느 날 그 직장에 있는 사람들 돈을 빌려서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분한테 빌려준 게 우리 친척한테 빌린 집 한 채 값을 다 준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직장 상사가 데려온 사람이라고 해서 직장에서 퇴직을 당하시고 그때부터 야채 행상, 재건대라고 그래서 넝마주이들 헌종이 모아서 했는데, 선별하고 하는데 그게 워낙 악취도 많이 나고. 어머니는 옆에서 도와주시다가 결국 지병을 얻으셔서 돌아가셨거든요. 어쨌든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은 네가 고시 공부를 해서 사법시험 합격해서 검판사가 돼서 집안을 일으켜야 된다. 이게 유일한 희망이었죠. 그래서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워낙 사기당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들을 보고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일단은 됐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직전에 그러시더라고요. 내 돈 떼먹고 도망간 박 아무개, 지금 굉장히 어렵게 산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고 싶다. 그런데 또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서울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만큼 우리가 젊었을 때 아버지가 고생을 하셨지만 이만큼 그래도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그분 덕이 아닐까. 이상하게 그 사람이 보고 싶네, 이러시더라고요.
◇김방희> 선량한 분이시네요. 피해자신데 가해자를 어떻게 보면 그런 말 속에는 용서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을 텐데.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김방희> 참, 보통 사기 범죄에 대해서 저희들이 얘기할 때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입니다마는 왜 이걸 중시하느냐. 성공예감도 그렇고 우리 임 검사님도 그렇고. 되게 어려운 분들이 당하는 거잖아요. 이게 막 여유 있는 분들이 당하지 않아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이 사기범죄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 건데 사기범죄에 대해서 임 검사님이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기소율도 낮고 형량도 가볍다. 그래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사기공화국이 돼 가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왜 그럴까요? 그러면 경제범죄, 특히 사기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게 어떤 법제도적인 측면, 그러니까 그물망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임채원> 제도적인 것도 있지만 제도적인 것은 바꾸면 됩니다. 중요한 게 기본적인 우리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문서로 남기지 않고 다 말로 하거든요. 구두 문화. 계속 일어납니다. 계속. 그러니까 나중에 정작 사기꾼은 당연히 딴소리를 하죠. 그런데 피해자는 자기가 이렇게 피해당했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습니다.
◇김방희> 증빙 서류가 없고.
◆임채원> 현장에서는 목격자는 있지만 항상 보면 어느 한 편에 치우치는 목격자거든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문서인데 그 문서가 없다는 게 문제고. 두 번째는 뭐냐 하면, 뭡니까? 국민들 인식이 돈이면 다 된다. 그러니까 윤리 의식보다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2015년도를 기준으로 사기범이 절도범을 앞질렀습니다. 발생 건수가. 25만 7000건이고 절도는 24만 6000인데요. 그렇고 또 사기는 한 번 치는 사기범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기를 일단 한 번 치면 계속 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기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김방희> 그걸 본인이 실감해 버리는 거군요?
◆임채원> 그렇죠. 그래서 심지어는 2018년도 대검 법무부 통계이기는 한데 사기전과 9범이 사기 초범보다 더 많습니다.
◇김방희> 사기전과 9범이.
◆임채원> 되게 웃기는 게 몇 년 전에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사기 피해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게 고소하는 게 몇 %냐 하면 21.5%만 고소를 합니다. 쉽게 풀어 쓰면 사기꾼이 10명을 상대로 2억 원씩 사기 치면 8억 원은 아예 고소를 안 하니까 8억 원을 버는 거예요. 고소 전 단계에서. 그리고 기소율도 지금 최근 통계가 19. 몇 퍼센트, 그러니까 20%가 채 안 되니까 사기 고소장이 10건이 들어오면 2건 정도만 기소되지, 이거 사기꾼이 알면 이거... 자신을 가지고 치겠는데. 그러니까 80%가 기소가 안 되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참 문제가 많죠. 현실적으로. 그래서 그거를 어떤 사회 운동을 일으키든지 사기에 대한 경각심, 어떻게 하면 최소한 증거를 확보하고 아주 간단하거든요. 확보하는 거는. 그런데 그런 인식이 없어요. 그리고 계약서를 쓰려고 그러면 막 화를 냅니다. 사기꾼이. 그게 사기꾼이 최면을 건다고 얘기하는데. 왜냐하면 인간관계가 돈 관계를 뒤섞어 놔서.
◇김방희> 신뢰 못 해? 이러면서.
◆임채원> 그렇죠. 내가 너를 그동안 내 동생보다 더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냐. 그런데 나를 못 믿어서 뭘 쓰자고? 너 같은 애는 앞으로 안 만난다. 이러면 약해지잖아요. 그걸 극복해야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죠.
◇김방희> 우리 사회에서 증빙 서류, 문서화하지 않는 것들이 기본적인 사기의 인프라가 되고 있는데 아까 사기 전과자 재범들이 많다. 이런 말씀을 해 주시면서 기억나는 게 얼핏 한 정권을 흔들었던 사건인데 그 후에도 계속 당사자가 사기 범죄로 잡혀 들어갔던 게 장영자 사건이라고 있었는데 마지막 네 번째 기소될 때는 우리 임 검사님 손에 기소된 것으로 저는 들었는데.
◆임채원> 1억 원 가지고 제가 하나 하기는 했는데.
◇김방희> 그렇게 큰돈을 굴렸던, 융통어음을 돌렸던 분이 마지막은 좀 액수도 적군요.
◆임채원> 그렇습니다.
◇김방희> 사기범, 사기 공화국의 현실을 고발해 주셨고 그래서 어떤 사회 운동이라도 필요한 것 같아서 책을 내신 걸 텐데 책이 나오는 대목 하나를 여쭤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제 경험으로는 이해시켜드리기가 쉽지 않아서. 사기 공화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삼 불고기’를 먹고 드립 커피를 마셔라. 사기 예방법을 이렇게 정리하셨어요. 언뜻 감이 안 오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임채원> 저의 책의 결론입니다.
◇김방희> 그렇죠.
◆임채원> ‘오삼 불고기’는 뭐냐 하면 오징어와 삼겹살을 버무린 요리거든요. 사기 예방 5, 오징어의 5. 삼겹살의 3, 이게 사후 대책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드립커피는 뭐냐 하면 우리가 원두를 갈아서 필터에 내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뜨거운 물을 갖다가 원두 가루에 부으면 봉긋하게 올라오면서 커피 기름이 뜹니다. 이게 뭐냐 하면 사기꾼의 현란한 버터 발린 말, 그게 거짓말. 그다음에 필터는 뭐냐 하면 그겁니다.
합리적인 의심. 우리가 돈 거래할 때 한 번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되고 그래서 걸러서 내려오면 그다음에 맛있는 커피, 이거는 계약 목적이 달성된 겁니다. 그러고 나서 딱 보면 원두 가루, 이거는 바로 우리가 필요한 증거입니다. 그래서 주위를 살펴보면 모든 게 필터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마스크 필터, 공기청정기 필터, 담배 필터, 우리 사물은 다 필터가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 생명과도 같은 돈 거래를 하면서 필터링을 안 하냐.
◇김방희> 필터 처리를 해서 드립 커피 내리듯이 내리면 필터를 통해서...
◆임채원> 맛있는 계약 목적이 달성이 되고.
◇김방희> 사기꾼들의 현란한 말솜씨를 의심해서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임채원> 나머지는 원두 찌꺼기, 증거. 그러니까 드립커피 내리는 그림만 생각하면 예방할 수 있는 그게 아주 쉽게 우리가 기억할 수가 있죠.
◇김방희> ‘오삼 불고기’에 해당되는 얘기들을 좀 지금 풀어서 해 보겠습니다. 지금 문자가 많이 오는데요. 몇 가지에 대해서는 우리 임 검사님이 감이 있으실 테니까 답해 주셔도 좋습니다. 송문방 님은 설 연휴 앞두고 소상공인 지원 문자, 이게 스미싱 문자인데 이걸 클릭하라고 이게 많이 오는데 정부에서 이걸 금지할 방법은 없나요? 해 주셨는데 일단 번호를 확보해서 거기서 보내는 거기 때문에 금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임채원> 금지하기는 어렵고 제가 예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게 우리 동부 관내에서 한 사람이 최고 스미싱 당한 금액이 26억이거든요. 내일 택배가 배송 예정입니다. 의무사항 있으면 전화 하세요. 연락처 번호가 있는데.
◇김방희> 그렇죠. 클릭하게 되죠.
◆임채원> 그 번호를 넣기 전에 우리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전화번호를, 그 번호를 딱 넣어보세요. 정상적인 거라면 예를 들어서 동부지검 대표 전화, 그런 경우는 그 번호를 02 딱 넣으면 동부지검 약도하고 주소가 뜨는데 그 번호를 딱 넣어서 엉뚱하게 뜨면 이거는 변환기라고 그래서 070으로 오는 전화번호를 사람들이 안 받으니까 이걸 갖다가 변장을 시킵니다. 02 이렇게. 거기다 넣어보면 엉뚱하게 뜨면 그게 보이스피싱 번호죠.
◇김방희> 범내려온다라는 아이디 쓰시는 분은 특히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에 서민들이 워낙 피 땀 흘려 번 돈을 잃게 되는 거니까 이걸 차단할 수는 없는가요? 해 주셨는데 저도 정말 검경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IT 공화국에 CCTV가 그렇게 잘 돼 있고 주민증이라는 아이디가 아주 공공연하게 쓰이는데 보이스피싱 조직 일망타진이 쉽지 않습니까?
◆임채원> 쉽지가 않죠. 다 대부분이 주범들이 다 중국에 있어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하여튼 경찰청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걸 차단할 수 있는 그것을 마련했다고 하는 게 최근에 뉴스에서 봤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아까 말씀해 주신 스미싱 얘기가 설 연휴에는 가장 많은데요. 택배로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택배 배송 확인해라, 이런 문자가 많이 오는데 이거는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포털에 전화번호를 일단 찍어봐라.
◆임채원> 거기는 그냥 지금 택배 그쪽에서는 전화번호보다는 앱을 깔아라, 이렇게 할 겁니다.
◇김방희> 앱이나 혹은 링크가 있죠. URL링크.
◆임채원> URL이라서 딱 클릭하는 순간 악성 앱이 작동하면서 금융정보가 탈취돼서 문제가 생길 수가 있죠. 절대로 누르면 안 되죠.
◇김방희> 일단 의심스러운 건 누르지 마라, 클릭하지 마라.
◆임채원> 그게 최상입니다.
◇김방희> 상품권 대폭 할인해 주겠다. 그래서 결제를 했는데 상품권 보내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사기사건, 이것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데.
◆임채원>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도서상품권 30% 할인, 이런 식으로 해서 계좌로 돈을 넣으라고 해서 돈을 넣어주면 아무 연락이 없고 잠적해버리는 그런 사건들.
◇김방희> 이것도 주의하셔야 될 게 유형별로 좀 말씀드리는데 아까 나온 얘기인데 흥미롭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친척이나 지인한테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얘기 안 당해보신 분은 그럴까 그럴 텐데 실제로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얘기죠? 지인이나 친인척.
◆임채원> 지인과 친인척,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몇 년 전에 설문조사한 게 지인이나 친인척한테 당하는 게 66.2%입니다. 쉽게 풀어 쓰면.
◇김방희> 3분의 2군요.
◆임채원> 한 7명은 다 아는 사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맞는 게 모르는 사람인 경우에는 경계를 하지만 아는 사람인 경우에는 경계를 안 하죠. 더군다나 상대방이 아는 사람이 사기꾼인 경우는 나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알거든요. 나의 성격도 알고, 그래서 이 정도 사기 치면 고소 안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너를 참 동생보다 더 이렇게 극진하게 믿었는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 있냐. 아는 사람한테 돈 거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돈 거래와 인간관계를 뒤섞기 때문에 그냥 그걸 믿고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사람 잃고 돈 잃고 이렇게 됩니다.
◇김방희> 사람 잃고 돈 잃고 맞습니다. 그러면 지인이나 설령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오삼 불고기 준칙 하나를 적용해 보면 재고하고 확인해라. 그 사람이 아무리 멋진 얘기를 해도 필터를 거쳐야 되는 겁니까?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특히 재고하라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필터링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염소나 소가 재고하는 동물이거든요. 반추하는 동물 아닙니까? 계속 다시 씹잖아요. 그것처럼 거래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 상식적인 관점에서 한 번 필터링을 하라는 거죠. 그다음에 확인하라는 뭐냐 하면 상대방이 하는 말 내용에 나오는 그걸 확인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아파트를 임차나 매매를 하려고 할 때 등기부 확인하지 않습니까? 심지어는 한 몇 년 전인가요. 인천에 사건이 공인중개사가 등기부 뭡니까?
◇김방희> 등기부등본...
◆임채원> 변조해서 그걸 근거로 해서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데 물론 대부분 공인중개사는 안 그렇지만 나쁜 사람들이 있거든요.
◇김방희> 일부 있죠.
◆임채원> 문제는 뭐냐 하면 그걸 믿을 게 아니고 요새는 스마트폰이 좋잖아요. 보면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서 인터넷 등기서라고 치면 대법원에서 등기서 사이트가 뜹니다. 그러면 700원, 그러니까 인증서만 있으면 700원 내면 열람이 되고 1000원이면 출력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집을 계약한다든지 임차 그거 하러 가기 직전에 스마트폰으로 한번, 왜냐하면 누구나 열람이 되니까요. 그러면 권리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천에서 그걸 몰라서 47명이 24억 사기를 당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김방희> 우리 사기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 모르지만 관할 구역이 아닌 지역에 있는 사기 사건의 유형도 다 기억하시고 심지어 피해 금액을 기억하고 계시고.
◆임채원> 신문에서 봐가지고. 왜냐하면 제가 검사 한 20년 하다 보니까 사기의 패턴들, 유형들이 보이더라고요. 심지어 강의 끝나면 어떤 사람이 와요. 와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검사님 제가 지난달에 사기당한 내용을 어떻게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습니까? 그래서 내가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니고 내 눈에는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얘기할 뿐이다. 했더니 이 사람이 얘기만 들어도 힐링이 된다고.
◇김방희> 힐링되는 건 좋습니다마는 사실은 예방하는 게 가장 좋겠죠.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다만 아까 필터 부분을 조금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재고하는 거. 정말 신뢰하는 지인이나 친인척하고 밥 한 끼 먹으면서 술 한 잔 먹으면서 얘기할 때 잘 안 되거든요.
◆임채원> 잘 안 되죠.
◇김방희> 그런데 어떤 경우에 이건 한 번 더 생각해보자라는 생각을 할까, 어떤 순간이나 환경이 있을 거 아닙니까? 이거는 좀 한번 따져봐야 될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등기부등본을 부동산중개소에서 제시할 때는 거의 틀림없겠지 하고 생각하거든요.
◆임채원>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김방희> 그래도 한 번 더 직접 내가 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려면 어떤 포인트에서 그래야 되는 걸까요?
◆임채원> 그러니까 확인하는 걸 생활화해야 됩니다.
◇김방희> 본인이 습관화해라.
◆임채원> 상대방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그걸 하나하나 내 법률생활에 있어서, 그렇게 되면 아마 손해 날, 피해는 안 당할 것 같습니다.
◇김방희> 뭐든 확인해 봐라.
◆임채원>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가 사람들 만나보면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통 크고 확인 안 하는 걸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죠. 그게 더 멋진 거라고 보는 거죠.
◆임채원> 나는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 이거는 사기당하기 딱 좋은 사람입니다. 끝까지 가면 안 되거든요.
◇김방희> 끝까지 가면 안 되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기 패턴을 잘 아시니까 이것도 아실 것 같아요. 영화로도 많이 나오니까 저희들도 알게 됐습니다마는 재범 이상의 사기꾼들은 사기를 칠 만한 상대를 잘 고를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아까 인간적 의리를 중시하는 분 고른다고 그러는데. 타깃으로 삼는 사람들의 특징들도 있습니까?
◆임채원> 삼는 사람 특징이 그거죠. 일단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통이 크고 치밀하지 않은 사람.
◇김방희> 치밀하지 않은 사람.
◆임채원> 그다음에는 뭡니까? 또 어떤 분은 이런 분이 있더라고요. 자기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기를 당해도 고소를 못 한대요. 제가 만난 분인데.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내 돈은 뒤탈이 없는 돈이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라.
◇김방희> 그러게요.
◆임채원> 그분은 그동안 후배들한테 사기 당한 피해 금액이 강남의 아파트 한 채 살 정도 될 그거라고 하더라고요.
◇김방희> 본인은 예를 들어서 왼쪽 뺨을 때렸지만 나는 고소하지 않겠다. 그런 뜻인가 보죠. 그건 대놓고 사기 당하겠다는 거니까 그거는 본인이 뭐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사기범들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아까 9범이 초범보다 많다, 이런 말씀도 해 주셨으니까. 이렇게 자꾸 속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 같은 것들도 있습니까?
◆임채원> 많죠. 제가 13가지를 보통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유형이? 한마디로 일단 얘기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자동으로 해.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건 사기 당한 이후에 우리가 알 수 있으니까 그건 별 도움이 안 되고 첫 번째가 뭐냐 하면 아주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줘요. 너무 친절하고.
◇김방희> 나한테.
◆임채원> 그리고 자기 목적이 달성되면 그다음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 먹튀라고 그러죠. 그리고 제가 그동안 사기 사건을 많이 수사하면서 잘 인간적으로 이해를 못했던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소시오패스라는 사람인데요.
◇김방희> 소시오패스는 보통 연쇄 살인범 이런 데, 사기에도 나옵니까?
◆임채원> 그거는 사이코패스고 보통 얘기하는데 요새는 그 개념을 다 혼동해서 쓰는데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이러는데 이게 하버드대 마사 스타우트라는 교수가 최근에 책을 냈습니다. ‘The Sociopath Next Door’ 그래서 이웃에 사는 소시오패스. 그래서 25년 동안 상담을 통해서 책을 냈는데 거기에 보면 특징이 뭐냐 하면 기본적으로 양심이 없습니다. 그다음에 모든 행동, 어떤 방침은 이익과 손실에 따라서, 나한테 이익이 되면 되고 손실이 되면 안 하고. 그래서 약속도 했다가 사전 예고 없이 약속을 안 지킵니다. 더 큰 이익이 나는 약속 쪽으로 가야 되니까.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없고 여러 가지 그런 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보면 100명 중에 4명이 거기에 속한다는 거거든요.
◇김방희> 전체 인구 100명 중에 4명.
◆임채원> 4명. 서울 작년 인구로 따지면 1000만 명이면 40만 명이 거기에 속하는 거고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똑똑한 사람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하고 다른 게 거기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일본이나 중국, 동양 문화권은 거기보다 덜 하다고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소시오패스들을 많이 만났을 겁니다. 그래서 유튜브 들어가 보면 그 사람들한테 사기 당해서 한이 맺혀서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원하면서 자기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린 경우가 되게 많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지금 임 검사님 책이나 그런 경험담들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들 바람이거든요. 그러면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소시오패스가 정말 희귀한 존재들이 아니고 이웃집에도 있을 수 있다고 그러면 그렇게 많을 수 있다면 그중에 사기범죄자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들의 외면 말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임채원> 내가 아는 분이 자기는 건설을 하는데 한 번도 공사 대금을 못 받은 적이 없답니다. 이분은 소시오패스 개념을 모르지만 실천하는 분이에요. 그분하고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이걸 해 보면 그러면서 관찰을 한답니다. 캐디한테 사회적 약자한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소시오. 왜냐하면 자기한테 이득이 안 되니까.
◇김방희> 득이 안 되니까.
◆임채원>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많다는 거고. 그다음에 아주 사소한 약속이라도 잘 안 지키는 사람. 사전 예고없이 양해도 안 구하고. 이런 사람은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많다.
◇김방희> 징조나 조짐은 있는 거군요.
◆임채원> 그렇죠, 그렇죠.
◇김방희> 그 사람이 평상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이런 걸 보고 사기범죄꾼인지 아닌지 한번 의심해 봐라는 건데 아까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인프라 문화를 얘기하셨어요. 사기 공화국이 된 데는 증거를 문서로 남기지 않는 문화가 크게 기여를 했다는 건데 모든 거에 문서를 남길 수는 없을 테고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전문사기꾼이라면 문서 남기자고 그러면 요리조리 피할 텐데 어떻게 해야 문서로 남기고 예방할 수 있습니까?
◆임채원> 문서로 남기는 것 중에서 진짜로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용도사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김방희> 그거는 뭡니까?
◆임채원> 우리가 보통 돈을 빌려주고 차용증 자체를 안 받는 사람이 되게 많은데, 차용증 받는 사람은 상당히 그래도 좀 법 아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거가지고도 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단순히 차용증만 있으면 그 당시에 사기꾼은 당연히 자기는 뭐 사업하다 망해서 못 갚은 거지 처음부터 떼먹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갚을 의사나 능력은 조사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차용증에 돈을 빌려가는 용도를 기재하게 되면 통장에 통상적으로 계좌로 돈을 넣어주지 않습니까? 1억 원을 예를 들어서 뭐 기계 구입한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갔는데 그래서 1억 원을 계좌로 넣어줬는데 보니까 이게 다른 사람들한테 빚 갚는 데 썼다는 거죠. 그래서 그 돈이 빠져나가서 기계를 구입했는지 안 했는지만 확인하면 갚을 의사나 능력 조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김방희> 용도를 써라.
◆임채원> 그렇죠. 그러니까 기계 구입 명목으로, 아니면 뭐 연립주택 건립자금으로. 이렇게 용도를 차용증에 문구 하나만 넣으면 게임이 끝나는 거거든요. 일례로 제가 용도를 기재한 분이 있더라고요. 사건을 조사하는데 놀라서 선생님 어떻게 용도를 차용증에 기재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이렇게 했더니 하는 얘기가 자기가 사기를 여러 번 당했는데 그때마다 용도 문제를 못 밝혀서. 왜냐하면 그 용도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을 해야 하는데 다 무혐의가 났길래 자기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차용증에 아예 기재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보통 한 10건 들어오면 2건 정도 쓴 사람이 있고요. 이거 하나만 오늘 알아도 성공예감에서 성공한 겁니다.
◇김방희> 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저는 문제가 차용증을 잘 못 받겠어요. 그냥 사기까지는 아니니까. 여건이 안 되어서 못 갚나 보다 하고 마는데, 차용증을 써달라고 얘기를 꺼내는 게.
◆임채원> 꺼내기가 어려우면 문자를 보내세요. 이거는 내가 다른 사람한테 빌려서 특히 너니까 빌려주는 거니까. 꼭 갚아야 돼. 문자를 보내면 돈을 금방 빌려준 상황이니까 답이 올 거 아닙니까? 그래, 꼭 갚을 게. 이게 중요한 증거가 되는 거죠. 이거를 캡처를 해서 별도로 보관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카톡 문자는 잘 날아가고요. 휴대폰에 있다고 해서 잊고 있다가 휴대폰 분실하면 증거 없는 거예요.
◇김방희> 그렇죠.
◆임채원> 실제로 내가 그런 사례를 몇 건 봤거든요. 별도로 보관하라.
◇김방희> 별도로.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서류가 잘 안 되고 그러면 녹음, 녹취 요즘 핸드폰이 쉬우니까. 동영상 같은 거. 이런 거 아무 상관없이 다 증거가 될 수 있어요?
◆임채원> 요새 사기사건 수사하는데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요?
◆임채원> 네.
◇김방희> 그런데 다만 잘못 녹취했다가는.
◆임채원> 대화 당사자 간에 몰래 녹음하는 거는 괜찮습니다. 그거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처벌이 안 되는데, 다만 민사적으로 음성권 침해라고 해서 한 100만 원내지 200만 원 손해배상. 그런데 넓게 또 그거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게 유일한 수단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유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김방희> 그렇다면 당사자 녹음은 괜찮다.
◆임채원> 약간 비용으로 생각하시고 형사 처벌은 안 되니까.
◇김방희> 그렇죠. 사기 당했을 때 이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본전 생각이니까, 돌려받는 욕구가 강할 텐데 오히려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포기해라. 이런 제안을 해 주시네요. 이거는 무슨 얘기입니까? 약간 조금 뭐랄까요. 보통 사람 심리, 상식관에는 맞지 않는 주장이신데?
◆임채원> 그게 이제 사기 당하고 사후 대책 중의 하나인데요. 우리가 진짜 빌려준 돈 포기하는 건 참 아깝죠. 사기꾼은 그 심리를 이용합니다. 제가 옛날에 처리한 사건 중에서 10억 원을 빌려줬는데 계속 오늘 준다, 내일 준다 이러니까 계속 믿고 있다가 10년이 넘어서 고소하려고 했더니 공소시효가 끝났답니다. 사기죄 공소시효가 10년이거든요. 11년째 되어서 이 사람이 다시 나타나서 이번 시행 사업은 진짜야, 4억을 빌려주면 전에 10억까지 주겠어. 또 며칠 고민하다가 빌려줬습니다. 당연히 안 갚죠.
◇김방희> 본전 생각이 나서 오히려 더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채원> 물귀신 작전이죠. 그래서 고소를 했더니 경찰조사가 미비해서 양쪽을 불러서 대절조사를 하는데, 이 사기꾼이 저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검사님 저 억울합니다. 이러더라고요. 아니, 남의 돈 14억 떼먹은 사람이 뭐가 억울해요. 그래서 도주할 염려도 있고 그래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더니 도망갔어요.
◇김방희> 모든 사기꾼은 다 할 말들이 있죠.
◆임채원> 많죠. 억울합니다. 그러지 않습니까. 14억 떼먹은 사람이.
◇김방희> 몇 가지 사연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 방송이 오히려 악몽을 떠올리게 한 경우도 오늘 많은 것 같습니다. 8204번님, 저도 누나 남편한테 사기 당해서 20년을 막노동하고 삶이 참 힘듭니다. 인연은 끊었고요. 어떻게 보면 사기는 가정파괴범입니다라고 해 주셨고. 친인척 지인들이 3분의 2니까 그럴 법합니다. 조성빈 님은 필터와 관련해서 이거는 임 검사님이 답을 해 주셔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인 분들의 경우에 가족이나 자식들 사고 당했다고 보이스피싱이 보통 오거든요. 그 필터가 가족주의적인 분들이니까 무용지물이 되는데, 노인 분들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임채원> 주로 요새 독거노인들이 많아지거든요. 수시로 이제 노인들의 안부도 물어봐야 되고 그다음에 이제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문자나 전화가 올 때는 절대로 속지 마시라고. 일단 저희한테 확인을 하라고 그렇게 좀 말씀을 드려야 돼요.
◇김방희> 자녀분들이 좀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런 게 갈 텐데 조심하셔야 된다.
◆임채원> 그렇죠. 절대로 안 된다.
◇김방희> 우선 저한테 먼저 전화를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도 대부분 예방은 되니까.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사기가 확산하는 낌새가 올 때가 있습니다. 갚는다, 갚는다 하면서 연락이 안 될 때. 고소를 하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고소를 해야 됩니까? 왜 그렇습니까?
◆임채원> 고소하고 신고하고 다른 게요. 고소가 뭐냐 하면 범죄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대해서 범죄 사실을 신고해서.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범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예요. 이 사람을 처벌해 달라, 이렇게 하는 게 고소고. 신고는 그냥 단순한 신고죠. 그러니까 보통 신고하면서 처벌해주세요. 이 문구가 들어가면 고소가 되는 것입니다.
◇김방희> 그래서 가능하면 고소를 하라는 건데, 고소를 많이 안 해요. 사실 주변에서.
◆임채원> 그렇죠. 21.5%만 고소한다고 아까 말씀드렸죠.
◇김방희> 열에 두 명이니까.
◆임채원> 8명 중에 2명.
◇김방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지인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는데 사실 소액 편취가 많거든요. 소액 사건의 경우도 고소하는 게 낫습니까?
◆임채원> 그게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게 일단은 고소절차를 보면, 1차로 이제 소액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고소장을 써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고소장 또 쓴다고 힘들죠. 그다음에 접수하면 고소인을 부릅니다.
◇김방희> 조사를 하겠죠.
◆임채원> 내용을 정리를 해야 하니까. 그러고 나서 상대방을 부릅니다. 사기꾼을. 또 상대방이 당연히 부인하죠. 그러면 얘기가 다르니까 양쪽을 불러 대절조사를 하게 되거든요. 그 다음에 이제 기소도 한 20% 정도밖에 안 되고 그러니까 그런 어려운 과정을 다 감수하고 할 것인지 금액을 놓고서 따져봐야 될 문제죠.
◇김방희> 그렇죠. 금액과 환경을 보고 워낙 그분이 악질적이라면, 그 가해자가 악질적이라면.
◆임채원> 여러 사람을 상대로 들 수도 있으니까 받을 수도 있고 아는 분도 몇 백 만원 가지고 고소했더니 결국 또 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김방희> 서울 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이 임채원 단장과 함께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법. 이제 실전 대비법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보이스피싱이 제일 걱정입니다. 서민들한테는.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그리고 이제 연배가 많으신 분들. 최근에는 젊은 분들도 많이 당합니다.
◆임채원> 많이 당하죠.
◇김방희> 그래서 특히 무서운 게 가족을 팔 때도 그렇습니다마는 검찰을 팔아요.
◆임채원> 맞습니다.
◇김방희> 아무개 검사다 그러면 우선 저도 그런 전화를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요. 뭐가 잘못돼있는지 자기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게 진짜 기관인지 아닌지 이것도 포탈에서 확인합니까?
◆임채원> 제가 이 과외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제가 또 동영상 실제 상황을 유튜브에서 많이 들어서 제가 또 분석을 했습니다. 저만이 또 찾아낸 게 몇 가지되거든요.
◇김방희> 그래요?
◆임채원> 첫 번째가 고립시켜 최면걸기. 항상 물어보는 게 혼자 있냐 이렇게 물어봐요.
◇김방희> 그쪽에서?
◆임채원> 네. 이건 뭐냐 하면 옆에 누가 있으면 이런 전화 받고 옆에 물어보면, 조언을 구하면 최면이 안 걸리잖아요. 사기를 쳐야 되는데 그래서 꼭 혼자 받으라고 얘기하면 그건 100% 보이스피싱이고요. 두 번째가 고립 상태 유지하기. 제가 이렇게 제목을 달았는데 뭐냐 하면 전화를 못 끊게 합니다. 최면 상태를 계속 유지해요. 왜냐하면 피해자가 돈을 줄 때까지 계속 전화를 들고 있으라고 해요. 심지어는 보조배터리를 준비해서 서울로 오라는 게 순창에서 취업준비생, 28살 먹은 취업준비생이 결국 11시간 동안 서울까지 와서 돈 480만원 사물함에 넣고 하다가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또 뭐라고 협박하냐면 전화를 끊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한다. 이렇게 한대요. 그래서 겁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 분 같은 경우는 11시간 동안 전화를 계속 들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전화를 끊지 말라고 하면 이건 100% 보이스피싱이고요. 또 하나가 이제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잘 모르니까 어쨌든 간에 당신은 가해자가 아님을 상대방 보고 증명을 하라고 해요. 원래 상대방이 사기꾼, 범인임을 이 수사기관이 증명을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책임 떠넘기기. 만약에 당신이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제 피의자로, 범인으로 조사를 받는다. 이렇게 겁을 주죠.
◇김방희> 겁을 주죠.
◆임채원> 그다음에 네 번째가 뭐냐 하면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가서 돈을 찾으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그때 아마 틀림없이 물어봐요. 혹시 직전에 검찰이나 경찰,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면서 전화 받은 적이 없냐 그러면 당연히 있다고 해야 되는데 이 범인들이 뭐라고 교육 시키냐 하면 그 은행직원들도 이 범인들과 공범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얘기하면 안 된 대요. 이렇게 거짓말 시키기 제가 제목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특징들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김방희> 트일 때 있으니까 패턴을 알고 있으면 되네요. 최근에 보니까 큰 금액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죠. 가족을 사칭해서. 카카오톡으로 특히 엄마 나.
◆임채원> 휴대폰 또는 액정이 나가서...
◇김방희> 휴대폰에 액정 깨졌는데. 그 경우는 어떻게 구분해야 될까요.
◆임채원> 그거는 레퍼토리죠. 꼭 전화 확인해야 됩니다.
◇김방희> 당사자한테 확인하면 되는 거죠.
◆임채원> 그렇죠.
◇김방희> 딸이다 그러면 딸한테.
◆임채원> 네.
◇김방희> 알겠습니다.
◆임채원> 제가 강의현장에서도 당한 문자메시지 때문에 360만원을 털린 사람이 있고요. 또 하나가 또 보이스피싱 예방하는 경찰관이 이런 문자를 받아서 아들을 사칭해서 중학교 다니는 아들을 사칭해서 똑같습니다. 휴대폰으로 결제해야 된다고 그래서 이분이 뭐라 그랬냐하면 내 아들 맞아? 이랬거든요. 그랬더니 아들 이름을 대는 거예요. 아빠 나 정우야 그래서 놀래서 이 경찰관이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발견한 게 그럼 네 아버지 이름 뭐냐 그랬더니 얘기가 없어요. 그래서 화가 나서 니 애비 이름 뭐꼬 이렇게 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생각한 게 아들 휴대폰을 해킹을 해서 했는데 아마 그 휴대폰 주소록에 아버지 이름은 안 써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버지 이름이 써 있었다면 이분도 당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김방희> 저도 경찰관 분한테 들은 얘기인데 요즘 사기 건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고거래 관련한 청소년 사기라 그러는데.
◆임채원> 네, 맞습니다. 명품 중고, 가방, 컴퓨터 이런 것들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걸 가짜 안전결제 계좌로 유도해서 돈을 넣으면 빼가는 걸로 해서 여러 사람들이 구속되고 그랬는데요. 보통 이런 중고 거래하려고 하면 일단 원칙이 대면 결제가 만나서, 그걸 현찰박치기라고 해요. 만나서 거래를 해야 되고요. 그런데 요새 같이 코로나 때문에 대면이 잘 안 되니까 중고거래 자체 사이트에서 자체 안전결제 계좌 시스템을 만들어놨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서 해야 되는데 범인들은 주로 자기네들이 카카오톡이나 이런 데서 보내주는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가서 결제를 유도해서 돈을 보내면 이제 다 털리고 이런 상황인데요.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통신사기 피해 보호법 인가요. 피해 환급법에 의한 신속한 구제가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법에 따르면 이게 중고물품이니까 재화의 공급이잖아요.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거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아예 법에 명시를 해 놨기 때문에 신속히 구제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방희> 이제 한 20년 이상 사기범죄를 다룬 임 검사님 노하우 중에 극히 일부만 오늘 저희가 빼먹었고요. 아이디 K5079번님이 차용증에 용도 명기하라는 거 대박입니다. 오늘 돈 벌고 갑니다. 해 주셨는데 이런 노하우들을 여러분만 알고 계시는 게 아니라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분들한테 알려서 우리 사회가 사기 공화국이 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죠. 임 검사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다 해 주실 것으로 믿겠고요. 오늘 마지막으로 방송 듣고 계시는 청취자 분들께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법과 관련해서 당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임채원> 일단 사기를 당하면 원상회복되는 건 피해 금액의 3%밖에 안 됩니다. 그다음에 아무리 유능한 검사라도 수사기관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단 누가 사기를 당한 이후에 고소장이 들어와야 알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또 문제가 뭐냐 하면 이 사기꾼이 저는 그냥 교도소가서 그냥 형을 살고 나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 사기꾼들 어떻게 생각하냐면 사기 친 돈은 퇴직금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다 차명으로 해 놨기 때문에요. 그래서 제가 책에 써놨지만 8가지 오삼 불고기 행동지침을 잘 실천을 하시고 아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되고. 실천 하시고 꼭 증거남기기라든지 항상 상대방의 말을 거르는 그 의심을 한번 하는 그런 생활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사기예방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김방희> 그렇죠. 1022번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사기죄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해 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건 또 검찰의 영역만은 아니고 국회도 참여해야 되고 또 사법부도 참여해야 되는 일들이어서 이런 걸 법과 제도를 완비하기 전에라도 개개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이런 취지에서 오늘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단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채원> 감사합니다.
4.
1/21(금) 33년 베테랑 검사 "사기꾼의 공통점? 현란한 혀, 그리고…"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사기꾼 특징? 과도한 친절, 현란한 언변 스미싱 문자에 보이스피싱 조심하라 경고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고수익 보장은 사기 인간관계와 돈 관계를 혼동하면 안 돼
여러분, 살면서 사기 당해본 적 있으십니까? 작게는 중고거래 사기부터 크게는 주식사기, 투자사기. 크고 작은 사기가 판을 치는데요. 사기꾼을 판별하는 게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온 현직검사가 책 한 권을 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사기예방솔루션의 저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의 임채원 부장검사 직접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 임채원> 반갑습니다.
◇ 김현정> 사실 검사도 전문 분야가 다 있는 거죠.
◆ 임채원> 있습니다.
◇ 김현정> 임 검사님은 사기꾼 전문 검사이시네요.
◆ 임채원>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꽤 두꺼운 책이던데 책을 내야겠다, 결심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 임채원> 5년 전에 우연히 시작한 사기예방 강의가 계기가 돼서 강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자료를 모아서 한 4년 준비하고 1년 동안 열심히 써서 5년 만에 책이 나온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가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실용적인 사기방지노하우. 이런 걸 오늘 전해주고 가세요.
◆ 임채원> 알겠습니다.
◇ 김현정> 짧은 시간이지만 강의처럼 좀 전해 주고 가세요.
◆ 임채원> 임팩트하게 하겠습니다.
◇ 김현정> 뭐니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사기꾼과 말도 섞지 않는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사기꾼이 사기꾼이라고 이름표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TV에 사기꾼 얼굴 나오는 거 보면 평범해요. 심지어 착하게 생긴 사기꾼도 있어요.
◆ 임채원> 더 많습니다. (웃음)
◇ 김현정> 사기꾼의 특징이라는 건 뭐가 있습니까? 많이 만나보시면.
◆ 임채원> 제가 그동안 쭉 올해가 33년째인데 그거를 13개로 제가 정리를 해서 책에 써놨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 김현정> 입만 벌리면 거짓말. 그런데 들을 때는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 임채원> 그러니까 사기를 나중에 당한 이후에 옛날을 돌이켜보면 그거를 알게 되는데 그거는 도움이 안 되고. 첫째 중요한 게 뭐냐면,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 줘요.
◇ 김현정> 너무 잘해준다.
◆ 임채원> 진짜 미안할 정도로요. 그러고 나서 사기꾼이 목적이 달성되면 연락이 없습니다. 그거를 먹튀라고 그러죠. 그다음에 또 하나의 특징이 절대로 증거를 안 남깁니다. 왜냐하면 증거를 남겼다가 그 증거 때문에 내가 구속될 수도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 임채원> 그리고 피해자 중에 똑똑한 사람들은 계약서를 쓰자, 문서를 남기자고 그러는데 그러면 그런 것도 응해 줍니다. 문서를 남기지만 정작 중요한 대목에 가서는 추상적으로 써버려요. 그래서 피해자는 그 문서가 있기 때문에 믿고 있었는데 나중에 일이 터지고 나서 고소를 하면 해석이 사기꾼 입장에서 해석이 되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지금 딱 떠오르는 예 있으세요? 추상적인 문구요.
◆ 임채원> 추상적인 문구는 좀 애매하게 쓰거든요. 전에 제가 처리한 것 중에서 계약서가 중요하다고 썼는데, 그 계약서 내용을 보면 사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기꾼이 하는 얘기가 '검사님, 이거 제가 안 썼습니다. 제가 썼다는 증거를 대세요' 이러더라고요. 그제서야 봤더니 다 컴퓨터로 출력이 돼 있고, 그게 대표회사 직인만 찍혀 있지 이 사람 필적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계약서는 아무 의미가 없죠. 그 사람의 흔적을 남겨야 되거든요. 자필을 받든지 묵인을 받든지.
◇ 김현정>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라 우리가 다 빠져나갈 수가, 걸러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겉으로 보이는 특징은 일단 너무 잘해 준다? 그다음에 말도 잘하죠.
◆ 임채원> 그렇죠. 현란한 말솜씨.
◇ 김현정> 이런 것들이 겉으로 딱 보이는 특징이다. 사기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던데 요즘 유행하는 사기는 뭐예요?
◆ 임채원> 요즘은 아무래도 핫한 게 보이스피싱이죠. 제가 2년 전에 강의 현장에서 보이스피싱 당한 분이 계셨습니다. 요새 굉장히 많이 유행이 되는데 '아빠 나 휴대폰 액정 떨어뜨려서 연락이 안 돼'라고 딸한테 그런 문자오니까 진짜인 줄 알고 했는데 카드 앞 뒤 번호 찍고 신분증 다 찍어서 보낸 이후에 생각하니까 이상하거든요? 그제서야 딸한테 전화하니까 딸이 '아니에요'라고 그래서 얼른 확인했더니 벌써 360만 원어치가 상품권 구매에 다 나갔습니다. 그런 것들이죠.
◇ 김현정> 그런 것들.
◆ 임채원> 그다음에 또 하나가 제가 최근에 작년 9월에 받았는데 초저금리 대출해 준다고 하면서 문자 많이 오지 않습니까? 스미싱이죠. 그걸 보면 과거하고는 다르게 요새는 스미싱 문자 메시지에 보이스피싱 주의사항까지 적혀 있습니다. 네 가지나 적혀 있어서.
◆ 임채원> 네. 그리고 1차 대출 지원금을 제가 놓쳤답니다. 심리전에도 강하죠. 2차로 마지막 알림을 한다고 그러면서.
◇ 김현정> 뭔가 팁을 주는 느낌. 지금 저 임 검사께서 제공해 주신 걸 저희가 자료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런 식의 문자입니다.
◆ 임채원> 우측 상단에 있는 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전주의 안내, 이렇게 (주의사항이) 네 가지가 적혀있죠.
◇ 김현정> 치밀하네요.
◆ 임채원> 저도 순간적으로 깜빡 속았습니다.
◇ 김현정> 이런 식의 보이스피싱, 스미싱문자. 그런데 퀴즈 하나를 준비해 오셨다는 게 뭐예요?
◆ 임채원> 우리나라에서 보이스피싱 당한 가장 큰 피해 금액, 26억을 보이스피싱 당한 사례로 제가 간단하게 퀴즈를 냈습니다. 첫 번째 그 분 내용이 어떤 거냐면 '내일 캠핑용품이 집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 김현정> 여러분, 지금부터 1부터 4까지의 단계를 소개해 주실 거예요. 여러분이 딱 들으시면서 어디쯤에서 이게 사기구나를 느낄 수 있는지 속으로 골라보세요. 첫 번째는 뭡니까.
◆ 임채원> '내일 캠핑용품이 배송될 예정이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이게 1번이고요.
◇ 김현정> 주문한 적이 없는데 문자가 왔다. 이게 1번이고 2번은 뭡니까.
◆ 임채원> 2번은 그래서 그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했습니다.
◇ 김현정> 여기가 2입니다. 3은요?
◆ 임채원> 그랬더니 상담사가 전화를 받으면서 제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확인해 줍니다. 그런데 그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멘트가 뭐냐면 '내가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항의했더니 그러면 '당신 계좌가 사기범과 연루가 되어 있다. 조사를 해야 된다' 그렇게 하면서 '지금부터 그 돈이 당신 통장에 있는 돈이 이게 불법으로 조성된 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일단 인출을 해서 우리 직원이 갈 테니까 전달해라' 이렇게 4일에 걸쳐서 26억원을 현찰 1만 원짜리로 뽑아서 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3번이 그 멘트 날리는 데까지가 3번이고, 4번이 '우리 직원이 집으로 갈 테니 계좌에서 돈 뽑아서 그 사람한테 주세요'가 4번이에요. 여러분 어디쯤에서 사기라는 걸 느끼셨어요? 저는 3번이요. '정보가 유출돼서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여기서 저는 딱 느꼈는데, 괜찮은 거예요?
◆ 임채원> 아닙니다.
◇ 김현정> (웃음) 어디서 느꼈어야 됩니까?
◆ 임채원> 정답은 2번입니다.
◇ 김현정> 2번이요? 문자메시지가 엉뚱한 게 와서 그 연락처로 전화해야 되는 건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임채원> 문자가 얘네들이 변환기로 변작을 하거든요. 070으로 오는 전화는 사람들이 알고 안 받으니까 이거를 변환기를 통해서 02로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그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걸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건데요. 일단은 호기심이 많은 분들이 있어요. 내가 주문을 안 해서 전화 안 하면 되는데 꼭 하고 싶으면 일단은 국내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그 전화번호를 칩니다.
◇ 김현정> 내가 주문 안 했는데 주문했다고 하는 게 오면, 일단 그 번호를 포털사이트에 넣어본다.
◆ 임채원> 넣어보면 이게 보이스피싱인 경우, 그러니까 변호를 변장 시킨 경우는 엉뚱하게 막 뜹니다.
◇ 김현정> 제가 1234에 5678찍으면 그게 안 뜨고 다른 게 떠요?
◆ 임채원> 예를 들어서 제가 동부지검에 있으니까 동부지검의 대표전화를 한번 딱 시범적으로 넣어보세요. 그러면 뭐가 뜨냐하면 동부지검의 주소와 약도가 뜨거든요. 그러니까 정상적인 건 그런데, 이게 변작돼서. 이렇게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3번까지 가서 할 것도 없이 2번 단계에서 그 엉뚱하게 온 문자의 전화번호를 포털 사이트에 넣어본다?
◆ 임채원> 그러면 끝이죠. 그러면 이분도 26억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안타까움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사기꾼의 유형을 한번 살펴볼 텐데요. 결국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말 너무 잘하고, 이런 거 굉장히 광범위한 특징이라면.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언제든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사 대비를 해야 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원칙 5가지를 정리해 놓으셨네요.
◆ 임채원> 네. 제가 보통 강의할 때 그러죠. 사기를 안 당하려면 대한민국이 사기공화국이거든요. '오삼불고기를 드시고 드립커피를 마셔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예방이 5가지입니다. 이게 오삼불고기 아닙니까? 예방이 5, 사후대책이 3입니다. 그래서 예방 5가지 중에 첫 번째가 뭐냐 하면 '거래 상대방이 하는 말을 Think twice. 재고하고 그 내용 자체를 확인하라' 이거고요.
◇ 김현정> 항상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재고하라. 두 번째는요?
◆ 임채원> 그다음에 첫 만남에 느낌이 좀 이상하다면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 그걸 놓치면 사기를 당합니다.
◇ 김현정> 첫인상에서 나쁜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 임채원> 네. 물론 좋은 인상 가진 사람도 사기를 치지만 일단 나쁜 느낌을 가진 사람은 특히 더 경계를 해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첫 만남에서 느낌이 나쁜데 중간에 잘해줘서 바뀔 수 있으니까.
◆ 임채원> 제가 한 번 당한 게, 10년 정도 전에 제가 직접 당한 게 있는데요.
◇ 김현정> 검사 사기 치는 사람도 있어요?
◆ 임채원> 네, 제가 부장검사 때. 공소시효 지났죠. 한 10년 훨씬 전인데. 처음에 느낌이 나빴는데 그걸 까먹는 바람에…
◇ 김현정> 사기 당하셨어요 그래서?
◆ 임채원> 네. 금액은 안 크지만. 그래서 그 이후부터 사기사건을 보면 남의 사건 같지가 않더라고요.
◇ 김현정> 굉장히 소탈하신 분이세요. 검사도 당한.
◆ 임채원> 부끄러운 얘기지만.
◇ 김현정> 세 번째는요?
◆ 임채원> 세상에 공짜가 없다. '파격적 고수익 보장' 이 문구와 말을 하면 그건 거의 사기라고 봅니다.
◇ 김현정> 파격적 고수익.
◆ 임채원> 고수익보장.
◇ 김현정> 일은 조금이고 월급은 많이 줍니다부터 시작해서요.
◆ 임채원> 그것뿐만 아니라.
◇ 김현정> 하여튼 많이 준다고 하면 의심해야 돼요?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네 번째는요?
◆ 임채원> 그다음에 증거를 남겨라, 중요한 부분인데요. 꼭 문서를 남기든지 아니면 카톡 문자를 한다든지 녹음을 한다든지 뭔가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기꾼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인간관계하고 돈 관계를 항상 뒤섞어놔요. 그리고 내가 '이거는 돈거래니까 계약서를 씁시다'라고 그러면 '내가 너를 동생보다 더 아끼고 진짜 이렇게 극진하게 해줬는데 나를 이렇게 못 믿냐. 앞으로 너하고 거래 안 해' 이러면 사람이 약해져요. 그거를 극복을 해야 돼요. 그래서 저는 그거를 '사기꾼이 최면을 건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거를 극복해야 사기를 면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되게 중요한 부분이네요. 인간관계와 돈 관계를 섞어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돈 얘기가 나오면 아무리 믿고 의지하고 신뢰하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뭘 남겨야 한다.
◆ 임채원> 맞습니다.
◇ 김현정> 반드시 써라. 그럴 때 그러면 민망하잖아요. 그런 말하기가.
◆ 임채원> 그러면 그렇게 해야죠. '내가 강박증이 있다. 뭔가를 남겨야 한다'
◇ 김현정>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 임채원> 그렇죠. '나의 문제다'라고 해야죠.
◇ 김현정> 내가 이상해서. 혹은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서 그래.
◆ 임채원> 결벽증 내지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이해해 달라, 이렇게 해야죠.
◇ 김현정> 좋네요. 그 방법. 다섯번째는?
◆ 임채원> 이거는 제가 지은 용어인데요. 우리가 많이 쓰는 게 다운계약서 있죠? 실제 계약서하고 다른 탈세를 한다든지(에 쓰이는). 그런데 다운계약서를 그냥 허위로 써줬는데 그걸 가지고 실제 그런 내용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해서 소송을 건다든지 고소를 해옵니다. 제 책에는 한 7가지를, 실제 많이 일어나거든요. 7가지를 소개했는데. 그래서 그것 때문에 몇 십억이 그냥 돈을 잃게 되는 사람도 있고요. 가슴이 아파서 제가 별도로 항목을 해서 정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이렇게 조심을 해도 저희도 가끔 방송사고 날 때 보면 준비를 안 하고 대비를 안 해서가 아니라 뭐에 씌이듯이 날 때가 있거든요.
◆ 임채원>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것처럼 철저하게 예방한다고 해도 뭐에 씌이듯이 사기를 당할 때가 있어요. 사기를 당했다하면 그 순간부터는 사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처법 알려주세요.
◆ 임채원> 그게 바로 사후대책 세 가지입니다.
◇ 김현정> 세 가지요?
◆ 임채원> 첫 번째가 뭐냐 하면 사기임을 내가 알았으면 빨리 포기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포기를 하라고요?
◆ 임채원> 신속한 포기.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임채원> 내가 아는 사람이 10억을 빌려줬는데 사기죄 공소시효가 10년이거든요. 오늘 내일 쭉 가다가 공소시효 끝나고 고소하려 했더니 안 돼요. 그래서 3, 4년 뒤에 다시 나타나서 '이번에 진짜다. 4억을 추가로 빌려주고 옛날 10억까지 주겠다'라고 하죠. 그래서 또 4억을 줬어요. 이게 물귀신 작전이죠. 그때 빨리 손절을 했으면 되는데. 사람 마음이 그게 쉽게는 안 되지만.
◇ 김현정> 한 번만 더 믿어보면 뭔가 더 오지 않을까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러면 손절한 다음에 그다음은요? 신고해야죠.
◆ 임채원> 그리고 돈을 더 이상 빌려주지 말아야죠. 그러니까 10억 찾으려고 하다가 4억까지 추가로 당했고. 두 번째가 신속히 빨리 고소를 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부부간에는 형 면제라 재산범죄, 사기죄에 대해서 처벌을 못 하지만 형제간인 경우에는 범위를, 사기임을 안지 6개월 안에 고소를 해야 돼요, 친고죄가.
◇ 김현정> 그리고 보이스피싱도 30분 안에 신고를 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요.
◆ 임채원> 골든타임이라고 해서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경우는 그게 자동화기기, 현금인출기라든지 이런 데서 (이체받은 돈) 100만 원 이상은 30분 안에 바로 인출이 안 돼요.
◇ 김현정> 30분 넘겨야 인출되도록 보이스피싱 때문에 막아놨어요.
◆ 임채원> 골든타임. 그 안에 신고를 하면 찾을 수가 있죠.
◇ 김현정> 여러분, 특히 여러분 보이스피싱 관련된 건 골든타임 30분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 바로 신고하셔야 된다는 거. 검사님 오늘 되게 짧은 시간 안에 유용한 정보들 많이 주셨어요. 감사드리고요. 한 20초 남았는데 전국의 전국에 사기꾼들에게 한 마디.
◆ 임채원> 완전 범죄는 없습니다. 분명히 어딘가는 증거는 남아 있기 때문에 사기 칠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금융위기 전문가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 “현재는 서브프라임 붕괴 직전과 비슷…초저금리 부작용 폭발”
< 런던(영국)=조귀동 조선비즈 기자, 2023.02.06 >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가 많다. 자산 가격은 여전히 치솟아 있고 좀비 기업은 널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무너졌던 2007년 여름과 비슷한 국면이다.”
에드워드 챈슬러 전 GM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여전히 남아 있고,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시작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1%포인트 안팎의 금리 상승에도 영국 국채 가격이 85% 폭락한 것이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를 필두로 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껴있어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논리다. 챈슬러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미국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 ‘금융투기의 역사’ ‘금리의 역습’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챈슬러는 정부 부채와 신흥국 위기도 경고했다.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장기채를 매입하고 단기채를 시장에 푼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방식이 금리 상승에 따른 정부 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발(發) 금융위기 가능성도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가 만성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경우 자산 가격이 폭락해 금융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지적했듯이 초저금리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인가.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부채를 늘렸다. 또 자산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확 뛰면서 자산 가격이 뛰었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2020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1년 말 물가가 뛰면서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빚을 너무 많이 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 세계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자산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2022년 11월 기준).”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까.
“2022년 9월 영국 국채 시장 붕괴는 금융 시장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2073 링커(Linker)’라 불리는 인플레이션 연동 50년 국채(2021년 11월 발행) 가격은 고점 대비 15%에 불과하다(2022년 11월 기준). 그런데 채권 금리는 연 1%대 초반 정도만 올랐다. 약간의 금리 상승에도 가격이 무너질 정도로 거품이 끼었다. 연금도 위기다. 파생상품 시장의 급락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이후 급증한 정부 부채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나.
“영국의 정부 부채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총생산(GDP)의 35%였는데, 이제 95%로 3배 뛰었다. 2021년 머빈 킹 전 영란은행(BOE) 총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정부 부채 상환 부담이 GDP의 1%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율이 5~6%포인트 상승하면 국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GDP의 5% 이상, 영국 정부 재정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도 문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상승 속에서 보유한 대규모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스위스국립은행의 경우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GDP 대비 20% 수준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당장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납세자들이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부채 증가 이외 초저금리의 다른 부작용은.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좀비 기업’ 문제다. 지금 어찌어찌 생존하고 있지만, 결국 쓸려나갈 것이다. 기업 재무 문제도 있다. 많은 기업이 금융공학 기법을 이용해 재무 구조를 바꾸고, 레버리지를 늘렸다. 이들 기업이 겪는 문제가 수년 이내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우회 상장이 유행하고 전기차 등 특정 테마에 대한 기대로 돈이 몰려드는 현상도 엉뚱한 곳으로 자본이 몰려 발생했다.”
저서 ‘금리의 역습’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초저금리하에서 대규모 버블이 형성되거나, 좀비 기업이 창궐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은 일종의 ‘글로벌 통화 흑사병’이다. 튀르키예(옛 터키)는 미국이 극단적으로 돈값을 싸게 만든 통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신흥국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과도한 대외 부채와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원인이다. 중국은 과잉투자와 그에 따른 부실을 해결하지 않고 도리어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
앞으로 금융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까.
“우리는 2007년 여름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폭발하기 직전 말이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기업과 채권 시장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금융 불안정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전에는 마이너스 이자율,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도 없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대규모 부채가 누적돼 있지도 않았다.”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은.
“중앙은행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가격 폭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기 어렵다. 영란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을 때,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 10% 전후였다. 이를 감안한 실질 기준금리는 -7.5%였던 셈이다. 1970년대 후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했던 것처럼 연 10%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전체적인 시스템이 견디지 못한다.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주택과 자산 가격의 하락 문제도 민감하다. 금융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다른 정책 대안이 가능했는지 반론을 펼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인 시계에 갇혀 돈을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없이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심각한 신용 경색 문제를 극복했다. 그들은 은행을 보호하는 대신 문을 닫게 했고, 디폴트를 감내했다. 대신 훨씬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초저금리를 계속 용인하고, 자본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용인하는 건 결국 계속 정부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현재 중앙은행은 자산 가격 급등, 과도한 레버리지, 기업과 금융 시장의 극단적인 위험 감수 등 다른 요소를 무시하고 통화 정책을 펴고 있다. 거시경제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가급등,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미 통화긴축, 성장둔화….. 경제뿐 아니라 사회·정치·군사 리스크가 한꺼번에 소용돌이친다.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이 요동친다. 시장 참여자와 비즈니스 리더, 정책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을 예견이라도 한듯이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레이 달리오 회장이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발표했다. 빠른 셈으로 고수익이나 좇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재테크 책이 아닌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을 썼다. 억만장자(약 21조원)의 지적 허영일까. 이런 경계심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줌(Zoom)으로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지배적 세계 리더와 질서 부재로 갈등 수습 못하고 상황 위험해져 경제논리가 수익 결정 않는 대신 정치와 지정학적 변수 중요해져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은 “경제논리보다 안보와 이념이 우선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과 국제정치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 정치만큼 경제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다. 특히 지금은 경제논리가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공황이 발생하고 2차대전이 발발한) 1930년대 이후 정치와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국제정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하기에 책까지 썼는가. “세계는 전쟁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절벽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있는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쟁의 벼랑 끝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앞으로 더 강도 높은 경제제재가 이뤄질 것이고, 주요 나라가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벼랑 끝 시대엔) 다른 쪽에 상처를 입히도록 설계된 활동(경제제재)이 본격화한다. 역사를 보면 각종 경제제재는 전쟁 직전에 일어났다. 그런데 세계는 무기력하다.”
무기력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요즘 세계는 더 이상 하나의 힘에 의해 지배받지 않고 있다. 미·중뿐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도 서로 갈등하고 있다. 지배적인 세계 리더와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국제연합)은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할지 투표만 하고 있다. 그 바람에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다. 개인들이 (투자) 계획을 세우려면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보면 달리오 회장이 말한 전쟁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국지전이 아니다. 주요 나라 또는 많은 나라가 얽히고설킨 전쟁이다. 때로는 “통치자가 누구인지, 누가 국가 시스템을 작동하도록 할지를 놓고 한 나라 내부에서 벌이는 내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정치와 지정학적인 요인이 경제에 우선한다고 말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경제논리가 재화와 서비스 이동이나 수익을 결정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전(1980년 이후 30여년 동안)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돈이 흘렀다.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덕분에 경쟁력이 높은 나라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돈은 이익을 좇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러나 현재는 이념과 정치, 지정학인 요인이 자본 등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보다 이념과 정치, 지정학적인 요인이 우선한다는 얘기다. 그 바람에 글로벌 공급망 등이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투자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쟁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했는데, 역사를 보면 전쟁은 패권의 변곡점일 때가 많았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 “한 나라가 전쟁을 거치며 패권국가로 떠올라 번영한 뒤 쇠퇴한다. 지금은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압도적인 힘과 세계 금의 80%를 보유했다. 지금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패권의 출현-번영-쇠퇴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한 나라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면, 다른 나라들이 기축통화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저축하려고 한다. 요즘 한국과 중국 등이 미 국채를 사는 방식으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패권국에서 부채 증가를 의미한다. 빚이 늘어나는 현상은 쇠퇴기의 세 가지 증상 가운데 첫번째다. 둘째는 내부의 빈부격차가 벌어지며 나타나는 사회·정치적 갈등이다. (패권국 내부의)빈부격차, 갈등, 소통 부재는 항상 더 나쁜 일을 예고했다. 셋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라이벌의 등장이다.”
세 가지 증상을 듣고 보니 지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떠오른다. “미국이 쇠퇴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강하다. 신기술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고, 교육 수준도 최고다. 최고의 대학과 리서치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달러는 기축 통화다. 반면 여러 분야에서 약해지고 있다. 국가 부채가 심각하다. 중국과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내부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달리오 회장의 개인 재산은 161억 달러(약 21조원)에 이른다. 그가 세운 브릿지워터의 자산은 2355억 달러(올해 3월 말 현재)에 이른다. 그는 브릿지워터 회장이면서 최고자산운용책임자(CIO)도 공동으로 맡고 있다.
CIO라는 운용 총괄까지 맡고 있는데,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상황이 80년대와 닮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70년대와 비교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때 주식과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아주 형편없었다. 멕시코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82년 8월 다우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그래프 참조). 그리고 80년대에 주식과 채권 시장은 호황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까. “베트남 전쟁 등으로 70년대 물가가 크게 뛰었다. 이전에는 물가에 대한 걱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렇게 바뀐 패러다임은 약 10년간 지속됐다. 그리고 80년대 초 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물가가 잡혔다.”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했으니 이제 물가가 잡히는 것인가. “중앙은행은 낮은 물가와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지고 (투자의) 효율성은 떨어지면서 성장률은 낮아진다. 이런 요인이 작용해 결과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달리오 회장은 통화량 증가만으로 최근 물가 급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변화하는 세계질서』 등에서 한 나라 내부의 사회·정치적 갈등과 지정학적인 요인 등이 물가를 더 오르게 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저성장-고물가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시대엔 어떤 자산이 유효할까. “(요즘 같은 시대에) 채권은 나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채권이란 자산은 가치가 떨어진다. 정부는 많은 돈을 찍어내 이자율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는 경향이 있다(정부가 부담하는 실질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고강도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를 긴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준금리가 충분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바람에 채권 보유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만큼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할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할 나라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지금은 (고수익보다는) 안전한 투자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 국가별 차이도 아주 크다. 나는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국가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 첫째, 재정적으로 튼튼한 곳이다. 어느 나라가 수입이 지출보다 큰지, 대차대조표가 튼튼한지를 살펴본다. 둘째, 내부 갈등의 정도다. 내부 갈등이 심한 나라에 투자하면 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야 한다.”
셋째 기준은 무엇인가. “전쟁의 위험에 처해있는지, 달리 말해 중립적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중립적인 나라가 괜찮다. 그리고 세 가지 기준 외에 경제의 자립 정도도 살펴본다. (중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채권과 주식 가격이 요동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임금·원자재 가격 등)도 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채권을 처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주식)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악순환).”
레이 달리오
1949년 미국 뉴욕 퀸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재즈 음악가였다. 달리오는 롱아일랜드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 MBA 코스를 마쳤다. 그가 주식에 손을 댄 시기는 12세 때였다. 골프장 캐디로 번 돈으로 주식을 사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고등학교 때 그의 포트폴리오 규모가 수천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장내 트레이더 등으로 일하다 75년 브릿지워터를 세웠다. 젊은 시절 그는 아주 공격적으로 베팅하다 파산하기도 했다. 그는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앞서 개인의 삶과 인생·투자철학을 담은 『원칙(PRINCIPLES)』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