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행동 아닌가요?


“명상은 주로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노력이 아닌가요? 명상보다 남을 도와주거나 선행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Is meditation primarily a selfish endeavor? Would the time spent in meditation be better spent helping others and doing good actions?)

 << 법륜스님 >>


선행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 자기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명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야 해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기 때문에 인생이 힘들면 주로 남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신이나 다른 존재에게까지 빕니다. 수행은 자기의 힘으로 괴롭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나를 괴롭히는 데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말한 대로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비유를 들어볼게요.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메고 두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길을 간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오직 나의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항상 ‘누군가가 내 짐을 좀 들어줬으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게 되면 나는 길을 가볍게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를 살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간다면 나누어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내 짐이 무거우면 다른 사람의 짐이 무거운 지 알 수도 없고, 설령 알게 되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내 짐이 너무 무거워서 도와줄 여력이 없어요. 그러나 내 짐이 가벼워지면 주위를 살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남을 도우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자기 짐이 가벼워지면 저절로 남을 돕게 됩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면, 아직도 자기 짐이 무겁다는 뜻이에요. 

 

괴로워하면서 남을 돕는 것은 남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자기 인생에는 의미가 없어요. 수행은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나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지나간 일은 다 망상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다 망상입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들숨과 날숨만이 현재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기로 했으면 호흡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감각을 알아차리기로 했으면 감각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화두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화두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지금 우리는 호흡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들숨을 들숨인 줄 알고, 날숨은 날숨인 줄 아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은 다 망상입니다.

모든 긴장을 풉니다.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안 된다고 실망하고 포기하지도 말고, 되면 계속하고 안 되면 다시 합니다. 다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잘 된다’,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탁, 탁, 탁!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것이 곧 탈 수 있게 되는 과정입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고 했지만 긴장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애쓰지 말라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애쓴 사람도 있을 거예요. 집중이 안 되어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실망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과거 기억이 떠올라도 의미부여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과거를 계속 회상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따라가지 말라고 했지만 계속 미래를 구상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호흡만 또렷이 알아차리라고 했지만 집중이 안 되고 자꾸 생각이 다른 데로 간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럼 가르친 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명상을 잘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명상을 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할 때 계속 넘어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누구나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몇 차례 넘어지다 보면 조금씩 탈 수 있게 됩니다. 어느 정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어도 완전히 잘 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는 횟수가 적어질 뿐이에요. 이렇게 점점 자전거에 익숙해져 가는 겁니다.

그것처럼 여러분들도 지금 명상을 연습하는 중이에요. 명상을 하는 과정에 많은 장애가 생겨나지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 나가야 합니다. 너무 애를 쓰면 지쳐서 포기하게 되니까 한가하고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지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집니다.

 


일상을 명상처럼


여러 방해 요소가 있는 가운데 호흡 알아차림이 유지된다는 것은 누가 비난을 할 때도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빙긋이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일상이 변해간다는 뜻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옛날에는 실망했는데, 명상을 통해 이런 연습을 자꾸 해나가면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하면서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하는 힘이 생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명상을 할 때처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해꾼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가 편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명상입니다.

때로는 내가 상황에 적응하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기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 내가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안 된다고 괴로워하지도 않고, 원하는 것이 된다고 들뜨지도 않고, 편안한 가운데 주어진 조건들을 내가 감당해 나가는 겁니다. 앉아서 명상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에요. 명상을 통해서 일상을 명상할 때처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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