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준 사건’의 진실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의로써 풀어주었다는 관운장 의석조조(關雲長 義釋曺操)는 나관중이 만든 이야기다.

 

『삼국지』 「위서」 "무제기”에 대한 「배송지지」에 따르면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뒤 화용도를 통하여 강릉으로 되돌아 왔는데, 늪지대와 비바람을 만나 군사들을 많이 잃고서야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에 조조는 “유비는 계책을 세우는 것은 나보다 한 수 아래인데, 그가 만약 일찍이 불을 놓았더라면 우리는 전멸했을 것” 이라고 했다. 뒤늦게 쫓아온 유비가 불을 놓았지만 이미 조조가 빠져나간 뒤였다. 조조의 말대로 유비가 한 수 아래였던 것이다. 아울러 복병을 만나 공격을 당한 적도 없다. 그야말로 패배한 뒤에 안전하게 탈출한 셈이다.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삼국지연의』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다. 신출 귀몰한 전략가인 제갈량이 등장하여 세 번의 공격으로 조조를 쳐부순다. 그리고 관우를 화용도에 배치하여 조조에게 신세진 빚을 갚게 함으로써 관우를 한 껏 띄운다. 나관중이 줄곧 견지해 왔던 제갈량과 관우의 초인적 활약상이 여기서 극적인 효과를 거둔다.


사실 관우는 조조의 부하가 되어서도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관우는 조조를 배신하고 유비에게로 도망쳤다. 나관중의 입장에서는 관우의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항복할 때부터 탈출할 때까지 ‘신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관우의 영웅화 작업을 계속했다. 관우 영웅 만들기는 제갈량과 함께『삼국지연의』의 2대 과제인데, 이는 역사적 사실과 상관 없이 진행되었고 모종강도 적극 관여한다. 즉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죽이지 않은 것에 대해 모종강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헌제가 조조와 사냥을 했던 허창에서) 관우가 조조를 죽이 려고 한 것은 충 (忠)이고 화용도에서 죽이지 않은 것은 의(義)다. 순역(順逆)을 구분하지 못 한다면 충이라 할 수 없고,은원(恩怨)을 명확히 가려 행하지 않으면 의라고 할 수 없다. 관우는 그 충성이 하늘에 닿고 의리는 해를 가리니 진정 천고에 다시 없는 사람이다. 설령 관우가 화용도에서 공의(公義)에 따라 사적인 정을 덮고 조조를 죽였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관우는 다른 이가 죽이면 의(義)가 되지만 자신이 죽이면 불의(不義)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죽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허창의 사냥터 사건이나 화용도에서의 사건 모두 관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평가하며 관우를 추켜 올리는 것이 소설을 가장한 『삼국지연의』의 진정한 속내다. 이것을 대다수 독자들은 사실로 받아들인다.

 

청나라 때의 문인인 원매는 수원시화 라는 책을 지었는데 그 곳에서 "최염릉 진사의 시를 짓는 재주는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관공이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주다.’ 를 나무란 ‘오고(五古)' 시는 매우 애석하다. 이는 소설에나 나올 법한 말인데 어떻게 시어로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하며 허구적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착각한 것을 개탄했다.


이처럼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소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서민층들은 오죽하겠는가. 우매한 민중을 다스리기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한 방편으로 시작된 이러한 속내는 점점 더 정교해져서 역사로 혼동될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1,800년 동안 그래왔둣이 앞으로도 허구의 역사화 추세는 더욱 지속될 것이다.


한편 조조는 어떠한가? 유비와 제갈량보다 한 수 빨리 계략을 구사하며 탈출했지만 나관중은 조조로 하여금 세 번의 공격을 받아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처럼 꾸몄다.  조조에게 있어서 역사적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최고의 악인’ 으로 내몰릴 운명에 놓인 것이다. 이를 위해 나관중은 역사라는 재료에 문학이라는 양념을 넣고 비벼 탁월하게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역사는 전설을 몰고 다니고 전설은 때때로 역사를 추월한다. 그리고 신화와 조우한다. 신화는 역사를 부풀리고 인간은 그 역사를 스스로 맹신한다. 그래서 오늘도 ‘위대한’ 역사 만들기에 골몰한다. 역사가 항상 다시 쓰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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