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주파의 선택,‘촉한의 멸망’

 

이미 살펴보았듯이 촉한의 권력은 형주파와 동주파에 집중되었다. 토박이와 다름없는 익주파는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마련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궂은 일만 해야 할 뿐 권력에서는 찬밥신세였다. 그들에게는 국가가 있었지만 이익보다는 손해가 많았다. 익주파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결국 그들은 촉한의 멸망을 원했다. 천하통일이 곧 자신들의 불만족스런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천하를 통일할 것인가?


한나라 말기에 한나라를 대신할 사람은 '당도고(當途高)' 라는 참언이 돌았다. “우두 커니 서 있는 키 큰 사람” 이 한나라를 이을 사람이라는 말인데 그 속에 숨은 뜻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익주파의 대표격인 초주가 스승으로 모시던 대학자 두경에게 이 말의 뜻을 물었다. 두경은 거침없이 위(魏)라고 했다. 어째서 위인가?


고대 천자와 제후의 궁문 밖과 양쪽 도로에는 한 쌍의 높고 큰 건축물이 있었다. 이를 일러 ‘궐(闕)' 이라 하는데, 위(魏) 또는 위궐(魏闕)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관부나 관원을 조(曺)라고도 했다. 이러한 까닭에 '당도고’ 는 조조의 위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한 초주는 촉한의 멸망과 위나라에 투항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골몰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지어냈다.


“선주의 휘는 비(備)인데,이는 ‘완결하다’ 라는 뜻이다. 후주의 이름은 선(禪)인데, 그 글자는 ‘주다’라는 뜻이다.”


촉나라가 멸망하기 1년 전인 262년, 궁궐에서 커다란 나무가 부러졌다. 초주는 부러진 나무에다 다음과 같이 썼다.


“많고 커져 이제 약속한 날이 되었다. 다른 이에게 넘겨줄 때가 되었으니 어찌  또 다시 오르겠는가.”


진수의 해석을 살펴보자.


"조(曺)는 백성이 많음을 의미하고 위(魏)는 크다는 뜻이다. 많고 크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게 된다. 완전하게 준비하여 다른 이에게 건넨다면,어찌 다시 제위에 오를 수 있겠는가.”


진수의 해석은 초주의 말과 일치한다. 진수가 위에 이어 탄생한 진(晉)나라의 신하였기에 이렇게 말한 것일까? 그것만이 아니다. 진수는 초주의 행동에 대해 말하길, “후주의 일가족이 무사태평하고 촉한의 백성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초주의 계책 때문이었다.”고 했다. 매국노로 낙인 찍힌 초주를 이렇게까지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진수에게 초주는 지울 수 없는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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