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버블 최악의 버블 붕괴 그리고 기회 

한상완 , 조병학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21년 03월 03일 출간 



1. 책의 주요 내용

□ “2023년, 트리플 버블의 붕괴”

시간 왜곡은 2023년을 21세기 최악의 붕괴로 기록되는 한 해로 만들 것이다. 그 씨앗은 2008년에 이미 잉태되었다. 당시 서브프라임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시중에 풀어놨던 유동성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했다.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10년 동안 형성되어온 거대 버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코비드-19 팬데믹이 다시 불을 지폈다. 유동성 공급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2021년은 버블 붕괴의 싹이 자라는 해이다. 저 멀리 출구가 보이기는 하지만, 팬데믹은 여전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제로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양적 완화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팬데믹에 양적 완화를 확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2020년에 이어 2021년 한 해도 시중 유동성은 넘쳐날 것이고, 유동성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며 모든 자산가격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다. 또한, 팬데믹 이후로 미뤄둔 소비를 위해 저축통장 잔액도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2021년 말경에는 각국의 경쟁적인 백신 투입으로 팬데믹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나타나는 소비 회복은 수요견인 물가상승 압력에 군불을 지피게 될 것이다. 한편 2020년 말부터 나타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공급 물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것은 6개월의 시차를 고려하면 2021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소비 수요 증가에 따른 수요견인 물가압력과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비용인상 물가압력이 2021년 말에 겹쳐 나타난다. 하지만 물가압력이 본격적인 양상은 아직 아니다. 그 수준은 아랫목에 조금씩 온기가 도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간신히 회복 국면으로 진입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더블딥(Double Dip)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 쉽사리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뽑아놓은 사상 최고의 비둘기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과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신봉하는 재닛 옐런(Janet L. Yellen) 재무장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2022년은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접어든다. 2년간 갇혀 살았던 사람들의 욕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동안 넘쳐나던 유동성이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자산과 원자재 가격을 들쑤셔놓은 바람에 원가 부담 요인도 폭발 일보 직전까지 압력을 높일 것이다. 2022년 말경이면 두 가지 압력이 맞부딪히면서 물가가 활화산 터지듯 분출할 것이다.

2023년은 트리플 버블의 암흑이 지배할 것이다. 폭증하는 수요, 원자재 슈퍼사이클 그리고 파월-옐런 정책조합의 트리플 버블이 2000년대 들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돈은 더는 돈으로써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급하게 자국 화폐 가치방어에 나설 것이다.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작은 25bp 베이비스텝(Baby Step)일 것이나, 금세 50bp 빅스텝(Big Step)으로 전환할 것이다. 속도전이 시작되고, 전 세계가 하루아침에 고금리 세상으로 뒤바뀔 것이다. 풀어놨던 양적 완화 통화도 빠르게 회수되면서 실세 금리를 자극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시장 붕괴는 부동산시장에서 먼저 시작한다. 고금리와 통화환수를 이기지 못하고 저신용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증한다. 부실채권 압류(foreclosure) 물건이 매물로 쌓이고, 급매물이 또 다른 급매물을 부른다. 한 집 건너 하나씩 매물 딱지가 붙는다.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한 번도 조정을 받지 않고 시세를 분출해온 부동산시장이 암흑 속으로 빠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2000년대 최악의 부동산 붕괴가 전 세계를 덮친다. 부동산시장 붕괴와 함께 주식시장도 폭락이 뒤따른다. 주택금융 채권 부실화로 신용경색이 시작되고, 금융기관들이 휘청인다.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주식 매도에 나서고, 펀드환매 신청이 봇물 터지듯 한다. 시세 급락은 마진콜(margin call)을 부르고, 마진콜이 다시 시세 급락을 소환한다.

추락하는 자산가격에 소비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기업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실업률이 10%를 뛰어넘어 치솟고, 월급통장을 잃은 사람들은 다시 소비를 줄인다. 부동산-금융-실물 복합불황의 쓰나미가 덮친다. 코비드-19 팬데믹이 왜곡시킨 시간은 이렇게 사상 최대의 버블을 만들고 곧이어 사상 최악의 세계 대공황을 불러올 것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집을 잃을 것이다. 코비드-19 팬데믹과는 달리 언택트 기업들도 쓰나미를 피해가지는 못한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면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기업일수록 타격이 더 클 것이다. 급감하는 매출과 높은 비용구조로 인해 거대공룡으로 성장한 언택트 기업은 휘청거리고, 엄청난 숫자의 인력이 해고통지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 “암흑에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한다.”

시장의 붕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탐욕은 사람들의 자연성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할 정도로 사회는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인류의 두뇌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전혀 진화하지 않았다. 여전히 생존과 번식만이 인류의 두뇌를 장악하고 있다. 생존과 번식은 경제학 용어로는 소비이다. 현재의 생존은 소비이고, 미래의 생존은 자산이다. 자산 상속은 번식한 자손 세대의 생존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자산을 탐욕 한다. 탐욕은 버블을 초래하고, 버블은 필연적으로 붕괴한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새로운 씨앗이 싹을 틔운다.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쓰나미를 피해갈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덮칠 것이다. 우리 경제가 개방 경제이기도 하고, 또 우리 가계의 재정 건전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부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사상 최악의 버블 붕괴, 미국은 잃을 것이 없다.”

미국은 금융패권과 신산업패권을 바탕으로 군사패권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버블 붕괴는 미국에 있어서 하나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다. 굳이 다른 나라 버블 붕괴를 막아줘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 버블이 더 크게 터지면 터질수록 미국은 이익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 버블 붕괴를 막아야 하는 것은 오로지 자국에 타격이 크게 돌아올 때만 해당한다. 2023년 버블 붕괴는 미국의 붕괴가 아니다.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은 미국도 어렵게 만들겠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미국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2008년 이후 15년간 형성된 버블이 한 번에 터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표적은 중국이 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연동되어 있으므로 부수적 피해를 피해갈 수가 없을 것이다.


2. 뉴 노멀

 

 (1) 부동산 버블과 그 징후들

  -  수도권 아파트 벌집 순환 모형 우상향에서 좌상향으로 후퇴 중

  - 매매가 전세비율 추세 전환

  -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 주택구입부담지수

  - 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

  - 지속된 정부정책 실패 이후 최소한의 회복 가능성

 

 (2) 금융 유동성 버블

  - MMT : 정부가 통화를 독점하고 있으며, 납세와 저축을 위해 필요한 금융자산을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정부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정책을 충당하기 위하여 새로 돈을 찍어 내야 하는데, 이것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세금을 인상하고 구채를 발행하여 초과 공급된 돈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균형재정정책을 포기하고 경기부양용 적자재정을 지속해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장기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원하기 위하여 MMT의 통화정책이 유효한 수단으로 조명받게 되었다. 금리정책의 경기조절 능력이 약화되면서 양적 완화로 통화정책의 무게가 옮아가게 된 바, 직접 유효수요를 자극하지 못하는 공급주의 통화 정책 자체의 한계는 확장 재정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제로금리의 시대가 우리가 당명하고 있는 뉴노멀이다.

 

 (3) 고용의 뉴노멀 - 긱(gig) 경제

  - IT언택트 산업발전의 고용 측면에서 특징은 전 산업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서비스업의 파괴를 초래하였다. 경제 전체를 받쳐주는 튼튼한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경제 위기에 취약한 서비스업 파편 일자리들만 늘어난다. 이러한 긱 경제 일자리는 경기 회복 시에도 빠른 금리 인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못하는 고용과 경기회복 하에서 만성적인 저금리는 불가피하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경제에 새로 생겨난 일자리의 민낯이다.

 

 

3. 결론 :  '고물가가 현실화되어 금리 인상을 촉발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2023년 이후 버블 붕괴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책

 

 (1) 버블 붕괴의 필연성 논거

 

  - 실물과 괴리된 금융 유동성 지속에서 비롯된 피로감 : 자산가격 버블의 한계

  - 공급 측면의 물가압력

  - 수요 측면의 수요 견인 물가 압력 : 백신 접종 완료로 미뤄신 소비 일시 폭발 가능성

  - 한계에 다다른 중앙은행들이 tapering 중단에 이어 연이은 금리 인상 가능성

 

 (2) 지금해야 할 행동

 

 - 저자는 (1) 부동산은 단기 매도, 시장붕괴 발생 시 매수, (2) 금융자산은 단기 계속 유망을 처방하고 있다.

 - 모든 붕괴의 결말이 그러하듯이 예상된 붕괴는 쉽지 않다. 버블의 종착점은 대중이, 심지어는 전문가조차도 욕망에

   취하여 풍선을 계속 불어대야 그때부터 진짜 시작된다.

 - 책을 통해서 버블 붕괴의 논리를 다시 정리해보는 것이지 2023년을 특정하여 버블이 일어나고 그때 기회를 찾는

   선정적인 문구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 2008년에, 2020년에 기회를 못잡은 사람은 다시 그 기회가 와도 못잡을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한다.

 - 경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순간 일단 실수와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기다리면서 담력과 투자 논리를 가다듬어야

   하는 시간으로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 버블의 마지막 순간이 화려하고 수익은 극대화되기 때문에 버블에는 그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이다.

 

 

버블은 몇 달 혹은 몇 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기본적인 가치를 무시한 투자자들은 루머와 주변의 정보에 솔깃해져 어떤 가격이건 지불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결국에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마련이다. 그때가 되면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온통 팔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거품은 붕괴되는 것이다.
                                             - 존 템플턴(Sir John Templeton)

블랙 에지 (Black edge)

실라 코하카 지음 | 윤태경 옮김 | 김정수 감수 | 서울파이낸스앤로그룹 | 2018년 07월 09일 출간


  미국 월가 역사상 최강의 트레이더 중 하나로 꼽히는 SAC 캐피털 스티븐 코언은 월스트리트를 바꿔 놓았다. 그를 비롯한 헤지펀드 산업의 개척자들은 철도를 건설하지도, 공장을 세우지도, 신기술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지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베팅하는 투기를 했고, 틀리는 경우보다 맞는 경우가 많았기에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그들은 엄청난 부를 쌓았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헤지펀드는 현재 3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고, 헤지펀드 간의 경쟁이 너무 극심해 트레이더들은 무슨 짓을 해서든 비교 우위의 정보인 에지(edge)를 얻으려 한다.

  코언은 모든 업계 사람이 동경하는 헤지펀드 업계 최대 성공담의 주인공이다. 1956년 롱아일랜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부터 월가의 스타가 되길 갈망했다. 고등학교 시절 포커에 통달했던 그는 와튼 스쿨에 진학했다. 그리고 1992년 SAC 캐피털을 설립해 거의 전적으로 자신의 마법 같은 주식 트레이딩을 토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제국을 건설했다. 코네티컷 그리니치에 3만 5천 제곱피트(983평) 면적의 대저택을 건설하고 헬리콥터로 출근하고, 개인 컬렉터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을 갖춘 엄청난 부자였지만, 은둔적 태도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월가에서 코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트레이더 중 한 명이자 천재로 숭배됐다.

  그러나 SAC 캐피털이 FBI, 연방 검찰, 증권거래위원회가 7년간 벌인 광범위한 수사의 타깃이 되면서 코언의 이미지는 산산조각 났다. 20년 동안 연평균 3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의 기본 토대는 내부자 정보 거래이었다. 은밀하게 내부집단 내에서 돈이라는 욕망을 매개로 “에지”를, 심지어 내부정보를 의미하는 “블랙 에지”까지도 최대한 확보하도록 장려하는 기업 문화 탓에 검찰에게 “금융 사기꾼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는 딱지가 붙은 SAC 캐피털은 결국 기소됐고, 만연했던 내부자거래 행위들과 관련된 증권사기와 금융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기소당하지 않은 마지막까지 개인회사로 회사 형태를 전환하고 기존 월 스트리트로부터 이전의 최고 대우를 계속 받고 딜링을 계속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코언은 못 잡았지만 그의 휘하 트레이더 8명을 형사 법정에 세웠고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코언에 대해서는 잘못된 기업문화와 직원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약 1조 6000억 원을 벌금과 제재금으로 받아냈다. 코언을 잡지는 못했지만 한쪽 팔을 잘라내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FBI 요원들은 혐의자를 잡을 때까지 직감에 따라 단서를 잡고, 통화를 감청하고, 증인을 포섭하고, 수사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는 가운데, 검사 연봉의 35배를 받으면서 능수능란한 변호를 펼치는 변호사들과 맞서는 이상주의자들인 연방 검사들의 이야기다.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부수고, 문서를 파쇄하고,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친구를 밀고하는 젊은 트레이더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직원들에게는 불법거래를 강요하면서도 경영진이 처벌받는 사태를 피하려고 SAC 같은 헤지펀드들이 어떤 편법을 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성공과 야망을 위해 사활을 다해 블랙 에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월가의 인물 군상들을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월가의 역사에서 최고의 변호사, 투자은행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내부자거래에 얽혀드는지,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 들어가는지를 마치 영화처럼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부자 거래 반칙이 나쁘고 수용해서는 안되는 범죄라는 전제를 가지고 얘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들을 조장하는 돈 주인들이 있기에 이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좀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불법적인 상황을 짐작하고도 미국의 수많은 기금과 펀드들은 코언에게 돈을 맡기고 싶어 줄을 섰던 이야기 실상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높은 수수료를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SAC 캐피털이 남겨주는 수익률은 다른 헤지펀드보다 훨씬 높았고 수익이 모든 것을 덮으면 되는 것인가? 정정당당하게 본인의 능력으로 놀라운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현실에서 항상 상식으로 확인되어야만 했었다.  최근 ESG 투자를 지향한다는 투자 목표가 등장하고 있으나 투자하는 매니저나 돈의 주인들이 수익의 내용에 대하여 엄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애써 눈을 감고 더러운 역할을 사모펀드 매니저들에게 맡겨 놓고 본인들은 깨끗한 척 결과만 향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돈 자체가 인간의 욕망의 집합이므로 항상 우리 모두에게 직업윤리를 상기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일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지만, 돈 주인은 잘 안 바뀌므로 이들의 생명력이 훨씬 더 강해서 현실 개혁이 잘 안될 것이라는 상식만 확인한 것 같아 책을 읽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이 거래를 멈추면…빵집도 주유소도 공장도 가동이 중단된다

[Books&Biz] 상품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원자재 트레이더의 세계
The World for Sale / 재비어 블라스·잭 파치

한예경 기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2008년 세계 경제를 대공황으로 몰고 갔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금융 관련 출판업계에도 큰 분수령이 됐다. 투자은행(IB) 업계가 호황을 누리던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IB 성공 신화를 다룬 책이 큰 인기였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성공담은 실패담으로 대반전됐다. IB업계가 어쩌다 이지경에 이르렀는지 산업 전반을 분석한 책이나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성 논픽션물들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니 누가 수영복을 안 입고 있었는지 드러난 것이다. 뱅커, 애널리스트,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수록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여전히 은둔의 세계에서 몸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원자재 트레이더(commodity trader)였다. 뱅킹 섹터 전체가 어렵던 시절에 원자재만은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원자재의 수요처와 공급처를 연결해주는 게 다다. 사려는 자가 있으면 팔려는 자가 있고, 그들이 원하는 가격은 서로 다를 테니 이걸 매치해주는 일을 한다. 이렇게 단순한 일이 왜 그렇게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왔는지, 내막을 살펴본 책 'The World for Sale'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의 공저자 재비어 블라스와 잭 파치는 20년간 원자재 시장만 취재해온 저널리스트다. 둘 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있다가 지금은 블룸버그 뉴스로 옮겨서 에너지·원자재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유수의 언론사에서 원자재 시장만 20년 취재했다고 하면 내부 정보가 많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들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7~8년이나 걸린 것은 워낙 취재가 안 되서였다고 고백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전 세계 곡물 트레이딩 시장의 메이저인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는 원자재 시장 취재기자의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담당 임원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쪽으로 연락해보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하지만 막상 이 번호로 연락을 해보면 한 번도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이메일을 아무리 보내도 답변이 오는 적이 없다. 어쩌다 전화 연결이 됐는데, 저자들이 '왜 질문에 답을 안 주느냐'고 항의하자 수화기 너머에선 "무응답도 응답"이라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런 비밀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이 시장이 소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런던·뉴욕·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선 원유와 곡물, 광물 등 전 세계 모든 원자재가 거래된다. 이 시장을 곡물상 카길(Cargill), 원유상 비톨(Vitol), 자원 종합상사 글렌코어(Glencore) 등 3개 메이저가 주름잡고 있다. 이들이 거래를 멈추면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고,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빵집엔 밀가루가 없어 빵을 못 판다. 이들 3대 메이저사가 2019년 거래한 규모는 총 7250억달러로 일본의 한 해 총 수출규모보다 크다. 중국 경제성장에 기댄 원자재 시장의 호황은 2011년 이 3대 메이저의 이익을 끌어올렸다. 당시 이들 3개 메이저의 순이익을 합치면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를 겨뤘던 애플, 코카콜라보다도 많았다.

막대한 이익의 배경에는 검은 커넥션도 있다. 1979년 오일파동을 겪으면서 전 세계 경제에 악소리가 났지만 이들 메이저 트레이딩 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챙겼고, 중동 경제 붐의 밑돈을 댔다.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독재정권과 무능한 정부, 부정부패가 있는 모든 곳에 메이저 트레이딩 회사가 있었다. 냉전시대에도 러시아에 미국 밀가루를 팔고, 미국의 제재 대상국이 된 리비아와도 원유를 거래한 곳이 바로 이 메이저 트레이딩 회사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런 막대한 이익과 검은 거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 글렌코어의 본사는 스위스에 있고, 트레이더들은 싱가포르에 있다.

원자재 트레이더라고 해서 이런 메이저 트레이딩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쉘 등 메이저 오일 회사들은 생산자이자 트레이더다. 생산보다 트레이딩 수익이 더 날 때도 있지만 트레이딩 수치를 한 번도 공개해본 적이 없다. 그런가 하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원자재 트레이더의 종가(宗家)다. 1990년대 월가가 급성장하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외에 다른 투자은행들도 원자재 트레이딩 부서를 만들었지만 종가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설계에 있어서 이들이 가장 앞서갔다.

은둔의 트레이더들을 세상으로 나오게 한 사건은 2011년 세계 최대 트레이딩 회사 글렌코어의 상장이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회사의 이익규모, 사업구조는 물론이고 경쟁사에 대한 정보, 시장구조, 업계 지형 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소송도 뒤따랐지만 투명성이 결여됐던 원자재 시장에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저자들도 그 덕분에 글렌코어의 아이반 그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시간 동안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트이더들의 인터뷰는 비톨의 이안 테일러 CEO, 현존하는 최고의 오일 트레이더 앤디 홀 등 20여 명으로 이어졌다. 이 20여 명밖에 안 되는 메이저 트레이더가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스위스 산속의 스키리조트 샬레, 독일 하노버 숲속의 1000년 고성에 살면서 가격을 움직인다. 출판하지 말라는 압박부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변호사들의 협박 편지까지 다양한 장애물이 있었지만 400페이지짜리 책은 나왔다. 아무 페이지나 잡히는 대로 읽어도 충분히 재밌는 금융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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