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종명(考終命)의 생애

 

< 대한뉴스,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2015.12.04 >

 


한국을 위시한 동양에는 옛날부터 ‘오복(五福)’ 이라는 말이 있어 왔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 누리고 싶은 다섯 가지의 복을 일컫는다.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규정되는 것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다. 수는 목숨이니 오래 삶을 뜻하고, 부는 부유함이니 넉넉한 재산을 일컬으며, 강녕은 건강하고 편안함을 말한다. 그리고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며 즐겨 행함으로써 남들로부터 오래도록칭송과 존경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고종명은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을 뜻한다.


영종(令終)이라고도 하는 고종명은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최후의 모습이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병을 얻어 아프거나 어떤 불행한 사고를 당하거나 하여 제 명대로 오래 살지 못하거나 편안한 죽음에 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극히 허다하다. 고종명을 속된 말로 아주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구구팔팔(9988) 이삼사(234) ’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나서 사망한다’ 는 뜻을 담아 숫자로 표현한 시대적 조어이다. 일찍 죽어 요절(夭折)을 하거나 오래도록 병환으로 고생을 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까지도 큰 슬픔과 많은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문상을 가면‘본인과 가족을 위한 다복한 호상(好喪)’이라는 찬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종명에 유호덕을 첨가하게 되면 그 발생확률은 아주 낮아지게 된다. 덕망을 쌓아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명대로 오래 살다가 편안히 자연사로 죽는 사람은 무척 바람직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실제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렵고 희소하다.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로는, 한국의 황희(黃喜, 90수)와 인도의 석가(釋迦, 81수) 및 영국의 처칠(Churchill, 92수)등이 있다. 그리고 유호덕은 하되 고종명은 하지 못한 아깝고 애달픈 경우는, 한국의 이차돈(異次頓, 25수), 이스라엘의 예수(Jesus, 32수),미국의 케네디(Kennedy, 47수)에 해당된다. 

 

또한 유호덕은 없으면서 고종명은 가짐으로써 남에게 오래도록 피해와 괴로움을 준 사람으로는 한국의 이완용(李完用, 69수), 북한의 김일성(金日成, 83수), 소련의 스탈린(Stalin, 75수)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유호덕도 없지만 고종명도 하지 못함으로써 남들로부터 다행스럽고 잘된 일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람으로는 한국의 임꺽정(林巨正, 40대 수명)과 로마의 네로(Nero, 31수) 및 독일의 히틀러(Hitler, 57수) 등을꼽을 수 있다.

 
후덕한 사람이 장수를 누리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소망스럽다고 할 수 있으며, 박덕한 사람이 단명으로 일찍 죽는 것도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후덕한 자가 일찍 죽는 경우와 박덕한 자가 오래 사는 경우에 있다. 유덕자가 요절하는 것은 아깝기는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박덕자가 장수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가장 좋지 않은 경우이다. 더욱이 그 박덕자가 저질이나 악질의 품성을 갖고 있으면 그로부터괴로움을 당하는 사람과 기간은 많고 길다.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음식이 개발되며 건강에 대한관심과 조심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의 고종명은 수명에 있어 장기화되고 해당자에 있어 다수화될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현상이 더욱 바람직하기 위해서는 덕망을 구비한 유호덕의 미덕도 함께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 오복을 누리며, 유호덕을 겸비한 고종명의 천수를 다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 고독사(孤獨死)에 대하여

 

 

< 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01.16  >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의 50%가량이 50~60대 남자라는 통계가 있었다. 포인트는 나이 든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이 고독사를 한다는 사실이다. 왜 늙어가는 남자가 많이 할까? 동물 다큐에서 본 수사자의 말로와 비슷한 것 같다. 대부분의 수사자는 고독사를 한다. 암사자를 포함하여 대략 10여 마리 정도의 사자 무리를 거느린다. 평상시 사냥은 주로 암사자들이 하고 수사자는 사냥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 깔고 누워있다가 암사자들이 힘들게 사냥해온 먹잇감을 뺏어 먹는 행태를 보인다.

수사자가 밥값을 할 때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잡아 죽일 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드물게 하이에나는 암놈이 ‘오야붕’이다. 암사자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잘 못죽이는 것 같다. 수사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갈기를 휘날리며 수백m를 쫓아가 하이에나 대장의 목을 물어뜯어 버린다. 키가 큰 기린을 사냥할 때도 수사자가 기린의 뒤꽁무니를 물어뜯는 역할을 맡는다. 하이에나와 기린 잡을 때 수사자는 암사자에게 밀리터리 파워를 과시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4~5년 살다가 외부에서 들어온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고 패배하면 혼자 광야를 떠돌게 되는 비참한 상태로 전락한다. 늙은 수사자 혼자서는 사냥도 힘들다. 못 먹어서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상태로 혼자 떠돌다가 숨을 헐떡거리며 결국 고독사로 끝을 맺는다. 수사자는 대부분 고독사이다. 하이에나가 이 고독사한 수사자를 발견하고 뜯어 먹는 것이다. 이것이 수컷의 숙명이란 말인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은 고독사한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결국 고독사의 길을 가게 되어 있다.

부설거사가 인생의 철리(哲理)를 갈파한 사허부구게(四虛浮漚偈). 그 한 가지가 혼자 죽는 고독사에 대해서이다. ‘처자 권속이 대나무숲처럼 무성하고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였어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외로운 혼이 되어 떠나간다(臨終獨自孤魂逝).’ 수백조의 돈을 가지고 있고 수십만 명의 종업원을 부리는 재벌 오너라도 죽을 때는 ‘고혼서(孤魂逝)’라는 것이 우주의 철리이다.

서민이나 재벌이나 죽을 때는 똑같다. 돈 없어도 고독사이고 돈 있어도 고독사이다. 단지 고통 없이, 후회 없이 죽는 것이 고종명(考終命)이다. 근래에 고종명한 사례는 장관을 지냈고 테니스를 좋아했던 민관식(1918~2006)이다. 오전에 한 게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한 다음 와인 한잔하고 잠들었다가 그대로 영면하였다. 88세였다. 거의 신선급의 죽음으로 기억한다.

1. 

“한국인, 서울대 꿈꾼다지만… 하버드는 행복과 관련 없었다”

                         < 동아일보, 김현수 특파원,  2023-01-02 >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1〉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

 

 

“ 행복은 부-명예-학벌 아닌 ‘관계’에 있습니다”


  하버드생과 빈민청년, 그 자손까지
   85년간 2000여명의 삶 추적 결과


“인간관계에 만족하면 신체도 건강”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요인을 수십 년째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월딩어 교수는 85년째 이어진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다.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들 중 누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될까? 1938년 이 질문을 던졌던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후 현재까지 85년 동안 이들의 삶을 추적한 끝에 답을 얻었다.

 


“우리의 방대한 과학적 연구의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인생에 있어 오직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7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행복을 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은 사람들과의 ‘질적인’ 관계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월딩어 교수는 미국 역사상 인간의 삶에 대한 최장기 연구 프로젝트인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의 4번째 책임자다2002년부터 21년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월딩어 교수는 “놀라운 것은 ‘의지할 만한 관계’가 행복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며 “50대일 때 인간관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50대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70, 80대 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극성 등 성격적 기질도 30대 땐 성공에 영향을 미쳤지만 노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월딩어 교수는 “외로움과 고립은 술과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 원치 않는 고립에 빠진 이들은 중년에 신체 건강이 급격히 저하되고 뇌 기능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교육열이 강하고, 성취욕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 수준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자녀에게 의사가 되라는 식으로 무엇이 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85년 동안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동기 가족과의 관계는 80대까지 생애 전반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인간 관계가 신체건강에 영향… 외로움은 술-담배만큼 해로워
살 곳, 먹을 것, 의료 서비스 있다면 그 이상 돈 많다고 행복해지진 않아
가족-친구에 시간 쓰는게 최고 투자


2023년 새해는 불확실성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끝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울증 진단을 받는 2030 청년들의 수가 최근 4년 동안 50% 급증했다. 특히 출산율은 세계 꼴찌인데,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고 자부해 온 한국인은 왜 행복에서 멀어지고, 미래를 비관하게 된 것일까. 85년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인생 연구’의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부터 과학적 연구 결과로 나타난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기자는 ‘하버드대 졸업생이 저소득 가정 출신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월딩어 교수의 답은 한결 같았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대학에 대한) 확고한 서열이 있으며, 모두가 서울대에 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학벌은 행복과 관련이 없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이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다”며 “돈과 명예도 인생의 종착점인 노년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복의 열쇠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임이 과학적으로 여러 차례 증명됐다”고도 강조했다.

 

월딩어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을 묻자 “새해에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월딩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간관계가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50대에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외로움과 고립은 술이나 담배만큼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80대 부부의 삶을 연구해 보니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신체적 고통이 덜하고,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반대의 경우는 자신이 더 아프다고 느꼈다.”

 


―연구 대상자인 하버드대 출신들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환경이나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다.

교육 수준은 행복한 삶과 관련이 없는 요인이었다. 다만 교육은 수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하버드대 출신이 저소득 가정 출신보다 수명이 더 길었는데, 그들이 교육 수준 덕분에 건강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를 바탕으로 술이나 약물을 남용하지 않고 비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따뜻하고 건강한 관계란 어떤 것인가.

자신을 숨길 필요 없이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고 느끼는 관계다. 또 상대방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의사, 변호사 등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다. 연구 결과 아동기 가족과의 관계는 70, 80대 행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좋은 관계는 주로 결혼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다.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 친구들, 직장 동료 등 의지할 수 있는 어떤 관계든 의미가 있다. 또 관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도 이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된다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타인의 아름다운 사진만 본다면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 사진들은 삶의 작은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부와 명예를 얻고 성공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기본적으로 살 곳이 있고, 먹을 것이 있고,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그 이상부터는 돈이 더 많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연간 수입 7만5000달러(약 9500만 원) 이상부터 돈과 행복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9000달러다.)

 


―한국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젊은이들도 기후변화, 양극화, 정치적 혼란, 전쟁 속에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젊은층은 여기에 (북한 등) 전쟁의 위협을 더욱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버드 ‘인생 연구’를 계기로 자신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빠서 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좀 더 자주 모이도록 한다. 좋은 관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계가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버드생-빈민청년 724명, 그들 자녀까지 85년간 조사…월딩어 교수, 20년째 이끌어

 


행복 비결 추적한 ‘성인발달 연구’


세계 최장기 ‘인생’ 연구로 꼽히는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는 대공황이 미국 사회를 덮친 1938년 시작됐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좋은 인생의 비결’을 과학적으로 추적해 보자는 취지로 당시 만 19세 무렵이던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을 모집했다. 그중엔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도 있었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대조군으로 1940년대 초 보스턴 시내 저소득 가정 10대 후반 456명을 추가해 총 724명의 남성이 80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삶을 추적해 왔다.

연구팀은 2년마다 설문조사를 하고, 5년 단위로 신체 건강을 측정했다. 5∼10년마다 심층면접도 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뇌 인지능력 검사, 유전자 연구도 병행됐다. 현재는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의 자녀 1300여 명을 연구하며 부모와의 관계 등 아동기가 중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1951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나 1978년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정신과 의사, 정신분석학자, 선불교 승려로서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를 20여 년째 이끌고 있다. 그의 2015년 테드(TED) 강연은 현재 44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해 역대 톱10 강연에 꼽힌다. 이달 초 최근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굿 라이프’를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올해 가을 번역돼 나온다.

 

 

https://youtu.be/8KkKuTCFvzI

 

 

 

2. 새해 결심으로 ‘감사하기’ 어때요? 

 

< 동아일보, 김현수 뉴욕특파원, 2023-01-03 >

 



원치 않는 외로움-고립, 사람에게 치명적
행복을 주는 ‘관계’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누군가 “왜 전철을 7분이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하는 것을 봤다. 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듯 그를 지나쳐 갔다. 뉴욕 길거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람은 매우 많다. 화를 내는 사람, 약물에 취해 정신 못 차리는 사람…. 뉴욕시는 최근 ‘정신건강 위기’를 선언하고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 택시 기사는 정신건강 위기를 “외로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택시에 탄 기자에게 “오랫동안 택시를 몰면 승객들 얘기를 듣게 된다. 뉴욕은 돈이 없으면 친구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불안 속 외로움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진단’이 마음에 남아 있던 차에 동아일보 신년 기획 인터뷰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계 석학인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월딩어 교수는 85년 동안 하버드대 졸업생 2000여 명의 삶을 연구하고 있는 세계 최장기 ‘인생 연구’를 2002년부터 21년째 책임지고 있다. 월딩어 교수도 “원치 않는 외로움과 고립이 우리 몸과 뇌에 치명적”이라고 했다. 반대로 “행복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다면 부(富)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 택시 기사는 “돈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라고 했으니 돈을 두고는 석학과 의견이 갈린다. 신기하게도 2일 월딩어 교수 인터뷰가 지면에 실린 뒤 택시 기사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월딩어 교수가 말하는 행복 비결인 ‘따뜻한 관계’는 내가 잘나갈 때는 좋은 말만 해주다가 실패하면 바로 떠나버리는 그런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안전망처럼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다고 믿는 가족이나, 가벼운 친구라도 진정성 있게 서로를 긍정해주는 관계라면 된다고 했다. 철학자들도 그렇게 말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했고, 버트런드 러셀도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철학자들은 이미 깨친 진리를 과학적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극단의 경쟁과 양극화에 허덕이는 사회에서는 그런 진정성 있는 타인을 만나는 것도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패하면 가족도 나를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상대가 자신을 무시할까 봐 서로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본다. 미국 한 연구에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이 ‘투명인간’ 취급이었다.


1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새해에 더 행복해지자’는 취지로 월딩어 교수와 함께 ‘7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감사하기, 친절해지기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강하게 만드는 도전을 일주일만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NYT 담당 기자는 ‘감사’ 과제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이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될 것 같다’고 성적표에 적어줬는데 그때 누군가 내게서 무언가를 발견해줬다는 생각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올해 91세가 됐다는 그 교사가 이 감사편지를 받고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간다. 조금 낯부끄럽지만 새해 결심으로 ‘친절해지기’ ‘감사하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가 오나요?"는 오해...무연고 사망 장례식, 붐비는 이유

 

 

 

< 중앙일보,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 2022.12.29 >

 




고인의 이름 앞에 ‘무연고 사망자’라는 수식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그의 삶이 외롭고 쓸쓸했다고 오해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수식이 내포하는 뜻이 ‘아무런 연고가 없음’이니까. 이 단어는 매우 직관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고인의 삶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그를 대표하게 된다. 개인의 역사를 지우고, 혼자로 만들어버린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통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렇게 고인들을 오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해는 질문을 부른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봤자 누가 오는데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먼저 ‘무연고 사망자’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크게 세 가지로 정의된다.


1. 연고자가 없거나,
2.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3.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다.

앞선 두 가지, 즉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조문이고,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정의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보건복지부 지침인 세 번째 경우에 의아함을 느낀다. ‘무연고 사망자인데 가족이 있다고?’ 그렇다. 가족이 있어도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경우가 전체 무연고 사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세상에 혼자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와 연결된 채였고, 설령 그 연결이 끊어지더라도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무연고 사망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혈연이 있었고, 살아가면서 맺은 혈연 외의 인연도 있었다. 무연고라는 꼬리표와 달리 연고가 있는 셈이다.

폴란드 작가 유제프 리슈키에비치의 'Death of Vivandiere'. 


무연고 사망자 빈소를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시신을 위임한 가족도 많다. 장례식이 끝나고 빈소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직접 장례를 치르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된다. 재작년에 만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제 나이가 벌써 칠십입니다. 은퇴한 지도 꽤 됐고 지금은 생활이 어려워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어요. 동생이 죽었다고 했을 때 장례식장을 찾아갔더니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당장 비용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위임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람 노릇을 못 했다며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빈곤하고,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에 달한다. 웬만한 형편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물론 조의금으로 장례비용을 메우기도 하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빈소 사용료나 음식 등 여러 가지를 생략해 최대한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장례는 최소 백만 원 단위의 목돈이 들어간다. 결국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처리위임서에 가장 많이 적히는 위임 사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빈부 격차가 삶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까지 따라붙는 셈이다.

 


가족처럼 살았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도 장례에 참여한다. 장사법이 이야기하는 가족의 범위는 매우 협소해서 사촌지간은 서로의 장례를 바로 치를 수 없다. 사위나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상식선의 가족도 이러한데, 혈연을 벗어난 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무연고 사망자의 사실혼 배우자와 친구 등이 돈과 의사가 있음에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보건복지부가 지침을 바꾼 덕분에 이들이 장례를 치를 방법이 생겼지만,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고인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도 기꺼이 그를 애도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일종의 시민장이다. 애도하길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빈소에 조문올 수 있다. 바쁜 삶을 사는 와중에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시민을 볼 때마다 뭉클함을 느낀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죽음 이후에도 단단한 결속을 지닌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설령 당신이 혼자 세상을 떠나더라도 시민이 곁에 함께 할 것이라는 인기척인 셈이다.

 


이들의 존재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실제로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 공영장례 빈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많은 사별자와 시민들이 고인의 위패 앞에서 눈물짓고 애도한다. 그때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봤자 누가 오는데요?”라는 처음의 질문을 떠올린다. 나는 뒤늦게나마 속으로 대답한다. ‘무척 많아요. 무연고 사망자는 외딴 무인도에 살던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와 함께 살았던 시민인걸요.’

 


사별자들에게 애도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많은 시민이 고인의 곁을 지킨다면 무연고 사망자라는 개념 자체를 없앨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동안 보아왔던 애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게 가르쳐 준 믿음이다.

 

1.  중앙일보 부고 기사

 

[최명재 1927~2022.6.26]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의 설립자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英이튼보다 좋은 학교 만들어 큰 장사할 것" 민사고 설립 

 

< 중앙일보 최현철, 천인성 기자 ,  2022.12.06 update >



1927년 전북 김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만경보통학교, 전주북중을 거쳐 경성경제전문학교(서울대 상대의 전신)를 졸업했다.

상업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택시 운전사로 전직했다가 1960년대에 직접 운수업(성진운수)을 창업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이란에 진출해 유럽과 중동에서 물류운송업을 운영했다.

고인은 물류운송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낙농업에 뛰어들어 1987년 강원도 횡성에 파스퇴르유업을 창립했다. 국내 최초로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했고, 품질을 인정 받아 국내 기업 최초 미군에 우유를 납품했다.

파스퇴르가 우유업계 4위로 성장한 뒤, 고인은 1996년 횡성 공장 옆에 민족주체성 교육을 표방하는 민사고를 개교했다. 그는 생전 영국의 이튼 스쿨을 방문해 넬슨 제독의 전승기념일 행사를 목격하고 이튼보다 좋은 학교를 세우겠다는 결심했다고 한다.

각종 강연에서 최 전 회장은 "나는 장사꾼이다. 기왕 장사를 시작한 바에는 큰 장사를 하려고 한다. 창조적인 천재 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학교를 만들고 영재를 교육해 장차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게 한다면 나로서는 수천, 수만배 이익을 얻는 셈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초기엔 최 이사장이 파스퇴르유업 수익을 매년 30억~50억원 민사고에 투자하면서 우수 학생을 뽑아 기숙사비를 포함, 교육비를 받지 않고 운영했다. 모두 1000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8년 IMF 외환 위기로 파스퇴르유업이 부도 처리되면서 재정난을 겪은 후로는 등록금으로 운영한다.

민사고는 재학생들이 개량 한복을 입고 아침·저녁으로 교사에게 문안 인사를 하는 등 남다른 학풍(學風)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졸업생들은 서울대를 비롯, 국내 명문대뿐 아니라 스탠퍼드·코넬·듀크·케임브리지·홍콩과기대 등 전 세계 유명 대학으로 다양하게 진학하고 있다. 


민사고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인은) 삶의 전반전은 기업인으로, 후반전은 교육인으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시대의 반항아이자 기인이었다. 국민에게 차별화된 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겠다는 신념으로 기존 유가공업계와 치열하게 싸웠고, 고교평준화 흐름 속에서도 민족의 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영재 교육을 주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을 굽힌 적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학교 설립에 재산 대부분을 바친 부친처럼, 고인의 평생 꿈은 민족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선생이 되는 것이었다. 고인의 강한 염원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오늘날의 민사고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4기 졸업생 이호원 씨는 “민사고에서의 경험으로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도와준 이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조문을 했다.


유족으로 부인과 2남 2녀가 있다. 장남인 최경종 민사고 행정실장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 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8일 오전 6시 20분이다.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사고에서 학교장으로 거행되며 장지는 민사고가 자리한 횡성군 덕고산 자락이다.

천인성 기자

 

 

 

 

2. 새전북신문 부고 기사

 

[온누리] 최명재


< 새전북신문 이종근,  2022년 06월 28일  >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이 26일 오전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삶의 전반전은 기업인으로, 후반전은 교육인으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시대의 반항아이자 기인으로 평가받는다. 1927년 김제 만경면 화포리에서 태어난 최 이사장은 아버지 최현묵이 민족의 교육을 위해 고향에 보통학교를 설립하려고 가산을 기부하면서 가세가 기울었으나 이를 계기로 그는 평생에 걸쳐 이루고자 하는 꿈을 얻었다. 만경보통학교와 전주북중, 경성전문대학교에서 수학하고 한국상업은행 근무, 택시운전, 운수회사 설립, 해외 운수 용역업 진출, 성진목장 경영에 이어 1987년 파스퇴르유업을 설립, 비로소 교육사업을 실현할 기반을 마련하고 1996년 3월 1일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설립, 개교했다.

영재교육과 민족주체성교육, 지도자 양성을 내세운 이 학교는 세계 명문 20대 고교에 들어갈 정도로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는 회고록에서 “내가 번 돈은 사회가 잠깐 내게 맡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자사고와 일반고의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고 학교법인) 이사장 등 9명은 정부 개정안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헌재는 2018년 6월 지원자의 이중지원을 막는 조항에 대해선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우선선발 금지 조항에 대해선 효력을 인정했다.

파스퇴르유업은 최 전 회장이 환갑이 지난 나이에 창립한 이후 10년간 연간 매출 1,800억원이 넘는 굴지의 유업체로 성장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였으나 업계에서는 '모난 돌'로 여겨졌다. ‘저온 살균’ 논란과 파동 속에 파스퇴르유업에서 번 돈과 사재 등 1, 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세운 민사고는 곡절도 많았다. 개교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져 1998년 1월 파스퇴르가 부도났다. 2004년 파스퇴르가 매각되면서 학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민사고는 학생 수를 늘리고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학비를 받아 자립에 나섰다.

그가 2004년에 펴낸 자서전 '20년 후 너희들이 말하라'는 정착시키기까지 겪었던 실패와 승리의 과정, 해외유학반 학생 전원을 세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독특한 교육방식과 철학을 담았다. '나를 키워 준 것은 적들이었다'라고 말한 그는 자기가 처해있는 환경의 지배를 극복했고, 그 극복의 방법이 창의적인 발상, 끈질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정립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는 오늘도 '너희들은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작년 홀로 쓸쓸한 죽음 3378명...절반이 5060 남성이었다
남성이 여성의 5.3배...복지부 첫 실태조사

<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2022.12.14  >

 



지난해에 혼자 살다 세상을 떠난 뒤 발견된 고독사가 33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31만7680명 중 고독사가 1.1%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 10% 가까이 고독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가운데는 50~6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독사 예방법’이 작년 4월 시행되면서 최초로 지난 5년(2017∼2021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했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고독사 사망은 2017년 2412건, 2018년 3048건, 2019년 2949건, 2020년 3279건, 지난해 3378건 등 총 1만5066건이었다. 지난 5년 사이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지역별로 경기(3185명), 서울(2748명), 부산(1408명) 순으로 고독사가 많이 발생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제주(38.4%), 대전(23.0%), 강원(13.2%), 전남(12.7%) 등이었다.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발생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부산(9.8명), 대전(8.8명), 인천(8.5명), 충남(8.3명), 광주(7.7명) 순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남성 고독사 사망자(2817명)가 여성(529명)의 5.3배였다.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도 남성(10.0%)이 여성(5.6%)보다 높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는 8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고독사 사망자 중에는 50~60대 중장년층이 매년 50~60%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50대 남성(26.6%)과 60대 남성(25.5%)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고독사 중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은 매년 16.5∼19.5%이며, 20대 고독사의 절반 이상은 자살로 인한 것이었다.

 

고독사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 22.4%, 임대인 21.9%, 이웃 주민 16.6%, 지인 13.6% 순으로 많았다. 택배기사나 경비원, 직장 동료 등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 빌라 등을 포함한 주택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아파트와 원룸 순이었다.

복지부는 “50∼60대 남성에 대한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년층에 대한 고독사 예방 정책은 정신·심리지원 등 자살 예방 정책과 적극적인 연계·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도자료][12.14.수.행사시작 이후]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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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피하는 3가지 방법 ① 이웃 ② 모임 ③ 취미
“국가는 숨은 고립가구 찾아내고 AI 활용해 수시로 안부 확인을”

 

<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2022.12.15  >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 중에는 스스로 주위의 도움을 거부하고 관계를 단절하는 ‘은둔형 고독사’가 흔하다. 

 

특히 고독사 비중이 높은 5060 남성의 경우 사업 실패, 실직, 이혼, 사별 등이 겹치면서 외부와 단절되곤 한다. 

 

고독사 현장에서 주로 발견되는 건 체납 공과금 고지서와 추심 독촉 서류, 텅 빈 냉장고와 컵라면 용기 등이다. 

 

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의 김현섭 대표는 “예컨대 통장과 반장, 교회, 청년 봉사 조직, 취미 동호회 등 여러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고독사 가구를 위한 역할을 더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한 지원 대상자 발굴로는 안 되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망을 맺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돌봄 체계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총 12만 가구를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 2만6000여 명이 고립가구 지원과 발굴에 참여 중이다. 독거노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해 도시락 배달과 세탁 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편의점과 미용실 등 지역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쿠폰을 제공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방지를 위해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활용을 늘리자고 지적한다. 네이버는 AI가 7000여 명의 독거 노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식사·수면·건강 상태 등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를 40여 개 지자체를 통해 운영 중이다.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은 “복지 공무원 등이 AI와의 대화 내용을 참고하면 개별 독거 노인의 문제를 파악해서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신 3사에서도 대화가 가능한 ‘말벗 스피커’를 출시했다. 냉장고가 일정 시간 동안 열리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기능을 갖추는 등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 가전’도 출시됐다.

일본 잡지 선데이마이니치는 “고령자 본인이 스스로 고독사에 대처해야 한다”며 “고독사 예방 3조건은 근처 이웃과 친분을 가지고, 마을 모임에는 꼭 참가하고, 취미나 자원봉사 같은 활동을 해 지인이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들을 시장에 버린 엄마…그 고통으로 모자는 삶을 견뎌냈다

 

 

<  중앙일보 김은혜,  2022.12.09  >


 

대학에 들어가 첫 교양 수업을 듣던 날, 교수님이 해주신 짧은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 없이,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매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똑같은 학대를 받고 똑같은 폭언을 들으며 자랐지만, 성인이 된 두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됐다. 언니는 ‘가정폭력 대물림을 막기 위해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회에 잘 적응해 가정을 꾸렸다. 반면 동생은 ‘보고 자란 게 알코올중독자의 일상뿐’이라고 한탄하며 결국 아버지와 똑같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 말미에 교수님이 질문을 덧붙였다. “이거 사실 제 이야기에요. 제가 둘 중 누구인 거 같아요?”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이후 "나는 기억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너무 늦게 시작한 사람"’이라고 종종 언급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야기 속 동생이었던 거 같다. 그 아버지는 ‘나는 우리 두 딸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잊고 있던 이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 건 한 환자의 섬망(뇌 기능장애 증후군)이 시작됐을 때였다.

 


한 유방암 환자가 있었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음에도 뇌에 있는 전이암이 커져서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기 위해 내가 있는 한방병원에 머무르던 분이었다. 유방암은 ‘할 수 있는 치료’의 선택지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이 많은 선택지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으로 다가가는 동시에 그만큼 힘든 치료를 오래 견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 두려움을 안겨주곤 한다. 이 환자는 그 긴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하나뿐인 아들 덕이었다고 늘 말했다.

 


걔는 진짜 혼자 힘으로 컸어요. 내버려 뒀더니 알아서 길 찾아서 지금 대기업 다녀요.” 죽음을 앞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익숙한 자식 자랑이었다. 매일 반복하는 자랑에는 ‘대기업’과 ‘혼자’라는 단어가 꼭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혼자라는 단어에서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져 당시엔 살짝 뭉클하기도 했다.

 


그 아들은 매일 꼬박꼬박 병문안을 왔다. 모친의 변화를 묻고 잠깐이라도 옆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암 환자 보호자로서의 정석과도 같았다. “오늘은 좀 어떠셨어요?”라며 가벼운 안부 인사를 조용히 주고받는 모자 사이에는 무뚝뚝한 분위기도 흘렀지만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둘의 대화 중에 가끔 내가 끼어들면 어김없이 당신 옆에 있는 아들 자랑이 ‘대기업’과 ‘혼자’라는 단어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 상황을 몇 번 반복해 마주하면서 우연히 깨달은 건, 그 아들은 어머니가 본인 자랑을 할 때 민망해하거나 기뻐하지 않고 그저 안 들리는 사람 마냥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익숙한 상황이니 다른 생각을 하나 보다’라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들은 과거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던 거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환자의 섬망이 시작되었다. 곳곳에 전이된 암을 생각했을 때 섬망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섬망이 어떤 형태로 표현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라 예측이 불가능했지만 보통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그 날부터 촉을 세웠다. 이 환자의 경우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찾아온 사람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거로 시작되었다. 내가 찾아갈 때도 눈을 번쩍 뜨고 내 얼굴을 낱낱이 훑어보다가 얼굴 아래 흰 가운을 보고서야 눈을 감으며 다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가끔은 누군가를 찾는 느낌이기도 했다. 얼마 안 가 그 누군가가 바로 아들이라는 게 밝혀졌다.

 


회사 일로 한동안 병문안을 못 오던 아들이 오랜만에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역시나 환자는 눈을 번쩍 뜨고는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너 또 왜 왔어! 이 새끼! 너는 그 년 집이나 가! 내 집에서 나가!

 

핀란드 작가 로베르트 빌헬름 에크만(1808~73)의 '시험 전날 아침'의 일부분. 


처음 듣는 쌍욕에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얼른 아들을 살펴보았는데, 정작 아들은 소리치는 엄마를 덤덤히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큰 충격에 언 건가 싶어 바로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오자 아들이 말했다. “놀랐네요.”

 


미안한 마음에 나는 해명을 했다. “원래 웅얼거리기만 하고 욕설을 하거나 큰 소리를 낸 건 아니라서 적극적인 처치는 안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그랬더니 아들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아, 놀랐다는 게 그 욕에 놀랐다는 게 아니고요, 오랜만에 저 말을 다시 들었는데 아무렇지가 않아서 저 혼자 놀랐다는 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들은 환자의 친아들이 아니라 남편의 외도로 태어난 혼외자식이었다. 환자는 남편의 바람과 출산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날 바로 아이를 동네에서 제일 복잡한 시장에 버렸다. 그렇게 버림받고 일주일을 시장 바닥에서 떠돌았다고 한다. 아들의 첫 기억은 엄마의 버림이었다. 두 번째 기억은 동네 주민들 도움으로 집을 찾아간 아들에게 환자가 한 말이었다.너 왜 왔어! 이 새끼! 너는 그 년 집이나 가! 내 집에서 나가!”

 


많은 감정과 다양한 일을 생략한 것이겠지만 아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여기서 어떻게든 인정받아서 살아남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짐 하나로 부친의 방치와 모친의 폭언을 감당해내며 자랐다. 아마 한편으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다른 한편으론 평생 엄마에게는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나온 힘이었을 것이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 아들은 문득 본인이 사회에서 꽤 인정받는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남아있을지언정 안정된 사회생활 속에서 적어도 ‘나는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자존감은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기업 이름이 찍힌 명함을 건네자 처음으로 ‘아들’이라고 불러주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냥 흘려보냈어요. 그랬더니 최소한 겉으로나마 최근 선생님이 보신 그런 보통의 모자같은 관계가 된 거예요.”

 


나는 그 환자가 ‘대기업 다니는 아들 덕에 버텼다’라던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받은 상처를 모르지 않았지만 아들의 존재로 인한 본인의 상처가 더 컸기에 애써 외면했을 것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들은 고통받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고통이 자신의 삶을 한단계 도약하도록 도와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아들 덕에 삶을 견뎠다.

 

 


이 모자를 포함해 병원에서 다양한 갈등 관계를 지켜보며 깨달은 게 있다. 

 

 

 

인생은 과거를 흘려보내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이라는 것 말이다. 

 

과거는 변색이 잘된다. 오죽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가면 다 좋게 기억된다’라는 말도, 정반대로 ‘99명의 응원과 1명의 악담을 동시에 들으면 악담만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있을까. 무엇이든 과거가 지금의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기억이 주는 상처’ 보다 ‘추억이 주는 힘’으로 전환해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본다.

과학이 증명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

 

< 조선일보,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2.11.15  >

 


# 바쁜 기자 시절엔 매일 아침에 조깅을 했다. 그러면 활력이 솟고 자신감이 생겼다. 조깅이 나의 ‘행복 레시피’중 하나였다. 나이 들어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자전거로 바꿨다. 새벽 한강변을 따라 달리면 어느새 가슴이 충만해지며 행복감에 젖게 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몇분만이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고 마음을 쉬고 있을 때 행복한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이는 훈련으로 가능하다.  

 


허리 디스크가 찾아와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요즘은 운동을 자제하고 명상을 한다. 명상은 최근 5년간 나의 행복 레시피에 추가된 항목이다.

운동, 자연에서 걷기, 책읽기, 글쓰기, 식도락, 술, 음악, TV오락프로 보기, 여행, 봉사활동(가끔) 등과 함께 명상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대부분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등 뭔가를 ‘행하는(doing)’ 유위(有爲)적 방식이라면, 명상은 ‘하지 않음(non-doing)’을 행하는 무위(無爲)적 방식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호흡에 집중하는 ‘집중명상(止·사마타)’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통찰명상(觀·위빠사나)’을 몇분만 하더라도 마음이 가라앉고 잔잔한 기쁨과 활력, 희망이 찾아온다.

 


명상이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습관화되면 고달픈 세상살이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이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 설령 기분 나쁜 일을 닥쳐도 금방 회복된다. 이른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강화돼 심리적 에너지가 풍부해진다.

 


현대 과학은 행복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부위와 신경회로 상태, 호르몬 분비 정도 등을 통해 행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미국 위스콘신대 리처드 데이비드슨 교수팀이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 명상 고수인 티베트 스님들과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금까지 가장 행복한 뇌상태를 보인 이는 프랑스인 마티유 리카르(76)였다.

 


그의 뇌를 정밀촬영했을 때 행복감을 나타내주는 좌측 전전두피질(left 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 정도가 최고를 기록했으며, 해당 뇌 부위의 피질 두께와 밀도도 정상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또한 분노·불안·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 기능은 매우 안정적인 반면 자기조절능력(전방대상피질), 기억·회복탄력성(해마), 연민·공감(섬피질) 능력을 관장하는 뇌기능이 아주 발달했다. 대중매체는 그에게 ‘세계 최고의 행복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와 화가 사이에 태어나 매우 지적인 분위기에서 자랐고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1972년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양양한 과학도였다. 그러나 바로 그해 그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티베트 불교 승려로 51년째 수도승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극히 건강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깊은 충일감… 단순한 기쁜 느낌이나 순간적 감정, 기분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느껴지는 최적의 상태”

(a deep sense of flourishing that arises from an exceptionally healthy mind… not a mere pleasurable feeling, a fleeting emotion, or a mood, but an optimal state of being)

마티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행복은 훈련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훈련은 마음이나 감정상태, 현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통찰(명상)에서 시작되며 이 통찰이 우리 내적인 행복을 극대화하는 습관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의 행복은 고대로부터 추구해온 ‘마음의 평정’에서 비롯됨을 그대로 보여준다. 행복과 불행을 비롯,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불교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도 일맥상통한다.

 


# 여러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적어도 인생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돈·권력·명성·인기 등이 행복의 종착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 역시 오랜 기자생활과 청와대 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권력가·재벌 등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진정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세계 최고 행복남’이 느끼는 행복한 상태를 분석해보면   ▲지극히 건강한 마음     ▲순간적 기쁨이 아닌 깊은 충일감             ▲더도 덜도 없이 지금 상태 그대로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자연 속에서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맛난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할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친우와 술 한잔을 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좋은 행동을 할 때 

 

행복한 마음 상태가 된다. 

 

그리고 명상은 그런 행복감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멋진 늙음

 

 

 

< 경향신문,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2022.11.09 >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속에는 늙은이가 없다. 핼러윈이라는 젊은이의 축제에 늙은이가 낄 리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동지나 정월 대보름처럼 악귀를 쫓는 우리의 전통적인 축제도 있는데 왜 미국에서 들어온 축제에 열광해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느냐는, 비난이나 질책이 섞인 반응조차 보인다.

젊은이에게는 삶은 무한하고 긴 미래지만 늙은이에게는 매우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기에 새것에 대체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젊음과 이에 둔감한 늙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지난 시간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세계를 절대화해서 젊은이를 가르치려 드는 근성은 늙은이에게 일반적으로 있다. 그래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도 모두 늙게 마련이지만 누가 과연 현명한지를 묻는다. 작년 4월에 타계한 ‘진짜 어른’ 채현국 선생(효암학원 이사장)이 남긴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어라’는 일갈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시절로 기억되는데 ‘꼰대’라는 은어가 우리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 단어의 유래를 아무도 몰랐지만, 잔소리깨나 하고 책벌을 주는 선생을 주로 지칭했고 점차 늙은이 일반을 뜻하는 내용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표현이 60년을 훨씬 넘긴 오늘에도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세대갈등 속에 들어 있는 어떤 변치 않는 공통점을 새삼스럽게 보게 된다. ‘그들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젊은이를 자신 곁에 강제로 묶어두지 마라. 변덕스럽게 대하거나 투덜거리거나 불신하지도 말라’는 <걸리버의 여행기>를 남긴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남겼던 경고가 생각난다. 똑같은 잔소리를 녹음기를 틀어놓듯이 반복하지 말고 권위가 녹아들어 있는 단호함과 품위를 노인이 지녀야 하는 덕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압축된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도시화, 대가족의 해체와 핵가족화, 인구의 고령화, 직업과 노동세계의 변화, 정보사회와 디지털화 등으로 노인세대의 위상과 역할은 큰 변화를 겪었다.

이에 따라 노인세대에 대한 사회학, 심리학, 보건의학적인 연구도 활발해졌고, 이를 근거로 노인을 하나의 사회적 집단으로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노후의 건강과 연금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주로 경제적인 비용을 염두에 두고 노인 문제에 접근한다는 비판도 낳았다.

 


노인 문제의 출발점은 개개인의 삶

우리 모두 언젠가는 늙은이가 되는, 인간적인 숙명을 생각하면 문제의 출발점을 노인 개개인의 삶으로부터 찾아보는 것도 이런 접근방식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노인 문제에 대한 이러저러한 철학적 성찰은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었다.

이런 논의에 빠질 수 없는, 동양의 고전에 속하는, 공자의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잘 알려진 구절이 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고, 서른 살에 우뚝 섰으며, 마흔 살에 망설임이 없게 되었고,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 남의 말을 그냥 그대로 듣게 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대로 해도 할 바를 넘어서지 않았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대략 천명을 알게 되는 쉰 살을 넘기면서 자신의 언행을 절제와 균형 속에서 철저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노년의 덕목을 이야기한다.

공자보다 480년 뒤에 태어난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서양의 고전에 속하는 <노년에 대하여>에서 나이가 들면 활동이 부자연스러워진다는 사람들에게 먼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공공의 복리를 위해 활동하며 학문적 수양의 중요성을 깨닫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체력이 떨어져 노년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체력을 단련하고 근면하고 성실하며, 또 원숙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후손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쾌락이 사라지니 노년이 싫다는 사람들에게 충동적인 육체적 쾌락보다는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라고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죽음 때문에 노년의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모두가 겪는 일이기에, 자연의 법칙을 따라 이를 담담하게 맞이하라고 충고한다.

노년에 사회봉사활동과 평생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자립적인 삶을 꾸려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 마음의 평정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라는 이런 이야기는 오래 살고 싶으면서도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년을 위한 훌륭한 조언임은 틀림없다. 노년에 ‘얻어지는 연륜’을 그동안 지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가정과 시민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활용하라고 노인학의 여러 연구도 거듭 강조한다.

헤르만 헤세도 “늙음은 젊음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성스러운 과제다. (…) 사람의 품위에 걸맞게 늙고, 나이에 걸맞은 자세 또는 지혜를 지닌다는 것은 하나의 어려운 예술이다. (…) 노년의 의미를 충족시키고 이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늙거나 젊거나를 막론하고 자연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나날의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되고 삶을 기만하게 된다”고 <노년에 대하여>(1952)에서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늙음의 근원에 놓인 문제에 대한 성찰보다는 어떻게 늙음을 지연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이를 이겨내는 방법이 없는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는 노화방지나 항노화(anti-aging)를 위한 온갖 상품과 이에 대한 광고는 넘쳐나고, 노화도 일종의 질병이기에 머지않아 극복할 수 있다는 과학기사도 나돈다. 한편에서는 불로장생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다는 첨단과학에 거는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인학대와 노후빈곤에 따른 자살과 같은 비극은 여전한데 전통적인 경로사상이나 효도를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한다.

 


가장 두려운 건 추하게 늙는 것

학제 간의 새로운 학문으로서 성장한 노인학의 그간 이룬 성과도 물론 작지 않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노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의 노인은 물론, 미래의 노인인 오늘의 젊은이도 함께 바람직한 노년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묻는 진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간결한 시 한 편이 이 고민이 담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한눈에 들어오게 한다. 비록 작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는 늙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제목의 시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던 동서양의 철인이나 사상가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큰 화두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다.

나는 늙는 것이 두렵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추하게 늙는 것은 두렵다/ 세상을 원망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욕심을 버리긴커녕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또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노인이 될까 정말 두렵다/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다/ 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론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고 싶다/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사랑으로 넘치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 부지런한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 늘 어떤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 줄까 고민하고 싶다/ 어른대접 안 한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대접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그런 근사한 노인이 되고 싶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눈감을 시간도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하도 오라는 데가 많아 집사람과 수시로 행방불명이 되는 정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부러워할 수 있게 멋지게 늙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슬퍼하는 가운데 나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살고 싶다.”

 


미루어 보건대 노추(老醜)와 노욕(老慾)에 찌들며 오늘을 사는 군상의 구체적인 여러 모습을 떠올리면서 시인은 이 시를 남겼을 것이다. 시를 읽으면서 나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 시는 단지 앞으로 남은 날이 많지 않은 노인을 위한 경구(警句)만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늙음에 대해서 성찰해야 하는 젊은이를 위한 아름다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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