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종명(考終命)의 생애
< 대한뉴스,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2015.12.04 >
한국을 위시한 동양에는 옛날부터 ‘오복(五福)’ 이라는 말이 있어 왔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 누리고 싶은 다섯 가지의 복을 일컫는다.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규정되는 것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다. 수는 목숨이니 오래 삶을 뜻하고, 부는 부유함이니 넉넉한 재산을 일컬으며, 강녕은 건강하고 편안함을 말한다. 그리고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며 즐겨 행함으로써 남들로부터 오래도록칭송과 존경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고종명은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을 뜻한다.
영종(令終)이라고도 하는 고종명은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최후의 모습이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병을 얻어 아프거나 어떤 불행한 사고를 당하거나 하여 제 명대로 오래 살지 못하거나 편안한 죽음에 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극히 허다하다. 고종명을 속된 말로 아주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구구팔팔(9988) 이삼사(234) ’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나서 사망한다’ 는 뜻을 담아 숫자로 표현한 시대적 조어이다. 일찍 죽어 요절(夭折)을 하거나 오래도록 병환으로 고생을 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까지도 큰 슬픔과 많은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문상을 가면‘본인과 가족을 위한 다복한 호상(好喪)’이라는 찬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종명에 유호덕을 첨가하게 되면 그 발생확률은 아주 낮아지게 된다. 덕망을 쌓아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명대로 오래 살다가 편안히 자연사로 죽는 사람은 무척 바람직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실제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렵고 희소하다.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로는, 한국의 황희(黃喜, 90수)와 인도의 석가(釋迦, 81수) 및 영국의 처칠(Churchill, 92수)등이 있다. 그리고 유호덕은 하되 고종명은 하지 못한 아깝고 애달픈 경우는, 한국의 이차돈(異次頓, 25수), 이스라엘의 예수(Jesus, 32수),미국의 케네디(Kennedy, 47수)에 해당된다.
또한 유호덕은 없으면서 고종명은 가짐으로써 남에게 오래도록 피해와 괴로움을 준 사람으로는 한국의 이완용(李完用, 69수), 북한의 김일성(金日成, 83수), 소련의 스탈린(Stalin, 75수)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유호덕도 없지만 고종명도 하지 못함으로써 남들로부터 다행스럽고 잘된 일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람으로는 한국의 임꺽정(林巨正, 40대 수명)과 로마의 네로(Nero, 31수) 및 독일의 히틀러(Hitler, 57수) 등을꼽을 수 있다.
후덕한 사람이 장수를 누리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소망스럽다고 할 수 있으며, 박덕한 사람이 단명으로 일찍 죽는 것도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후덕한 자가 일찍 죽는 경우와 박덕한 자가 오래 사는 경우에 있다. 유덕자가 요절하는 것은 아깝기는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박덕자가 장수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가장 좋지 않은 경우이다. 더욱이 그 박덕자가 저질이나 악질의 품성을 갖고 있으면 그로부터괴로움을 당하는 사람과 기간은 많고 길다.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음식이 개발되며 건강에 대한관심과 조심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의 고종명은 수명에 있어 장기화되고 해당자에 있어 다수화될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현상이 더욱 바람직하기 위해서는 덕망을 구비한 유호덕의 미덕도 함께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 오복을 누리며, 유호덕을 겸비한 고종명의 천수를 다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 고독사(孤獨死)에 대하여
< 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01.16 >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의 50%가량이 50~60대 남자라는 통계가 있었다. 포인트는 나이 든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이 고독사를 한다는 사실이다. 왜 늙어가는 남자가 많이 할까? 동물 다큐에서 본 수사자의 말로와 비슷한 것 같다. 대부분의 수사자는 고독사를 한다. 암사자를 포함하여 대략 10여 마리 정도의 사자 무리를 거느린다. 평상시 사냥은 주로 암사자들이 하고 수사자는 사냥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 깔고 누워있다가 암사자들이 힘들게 사냥해온 먹잇감을 뺏어 먹는 행태를 보인다.
수사자가 밥값을 할 때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잡아 죽일 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드물게 하이에나는 암놈이 ‘오야붕’이다. 암사자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잘 못죽이는 것 같다. 수사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갈기를 휘날리며 수백m를 쫓아가 하이에나 대장의 목을 물어뜯어 버린다. 키가 큰 기린을 사냥할 때도 수사자가 기린의 뒤꽁무니를 물어뜯는 역할을 맡는다. 하이에나와 기린 잡을 때 수사자는 암사자에게 밀리터리 파워를 과시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4~5년 살다가 외부에서 들어온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고 패배하면 혼자 광야를 떠돌게 되는 비참한 상태로 전락한다. 늙은 수사자 혼자서는 사냥도 힘들다. 못 먹어서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상태로 혼자 떠돌다가 숨을 헐떡거리며 결국 고독사로 끝을 맺는다. 수사자는 대부분 고독사이다. 하이에나가 이 고독사한 수사자를 발견하고 뜯어 먹는 것이다. 이것이 수컷의 숙명이란 말인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은 고독사한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결국 고독사의 길을 가게 되어 있다.
부설거사가 인생의 철리(哲理)를 갈파한 사허부구게(四虛浮漚偈). 그 한 가지가 혼자 죽는 고독사에 대해서이다. ‘처자 권속이 대나무숲처럼 무성하고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였어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외로운 혼이 되어 떠나간다(臨終獨自孤魂逝).’ 수백조의 돈을 가지고 있고 수십만 명의 종업원을 부리는 재벌 오너라도 죽을 때는 ‘고혼서(孤魂逝)’라는 것이 우주의 철리이다.
서민이나 재벌이나 죽을 때는 똑같다. 돈 없어도 고독사이고 돈 있어도 고독사이다. 단지 고통 없이, 후회 없이 죽는 것이 고종명(考終命)이다. 근래에 고종명한 사례는 장관을 지냈고 테니스를 좋아했던 민관식(1918~2006)이다. 오전에 한 게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한 다음 와인 한잔하고 잠들었다가 그대로 영면하였다. 88세였다. 거의 신선급의 죽음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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